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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눈물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7-11 21:09 게재일 2012-07-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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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僞善)이란 말은 `겉으로만 착한 체함`을 일컫는 말로, 거짓과 가면을 표현하는 말이다. 파스칼의 `팡세`에서 “인간은 천사도 아니거니와 짐승도 아니다. 그러나 불행한 것은 인간은 천사처럼 행동하려고 하면서 짐승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있어서나 남에게 있어서나 위장과 허위와 위선 뿐이다”라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와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그럴 듯하게 보이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소유물로서 자기의 것이 될 듯한 표정은 없는가 하고 눈을 크게 뜬다. 자기의 정신과는 별다른 정신을 찾아 돌아다닌다. 닥치는 대로 가지가지 말투를 쓰고 태도를 지어서 자기의 것이 되지나 않을까 하고 고심참담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몇몇 사람에게 어울리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도, 말투와 태도를 널리 포괄하는 척도가 없다는 것도, 흉내 내기에 좋은 말투나 태도가 없다는 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위선은 약하디 약한 정책이나 지략에 지나지 않는다.

국회의 어느 당이 `감세정책`에 대한 당론을 두고 혼선이 생기자 `악어의 눈물, 이중 플레이`등의 표현을 써가면서 강하게 비판한 일이 있었다. 여기서 `악어의 눈물`이란 위정자들의 풍속어로, 정치가들 사이에 서로 빗대어 쓰는 말이다. 악어가 먹이를 씹으면서 먹히는 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며 눈물을 흘린다는 얘기에서 전래된 말로, 패배한 정적 앞에서 흘리는 위선의 눈물을 가리킬 때 많이 쓰이는 말이다. 이중성이 다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범해진 최초의 죄가 위선이라고 한다. 자기 방기(放棄)도 위선이다. 위선은 항상 잔인한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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