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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랑과 사무라이 정신

화랑정신의 세 가지 핵심은 `내가 아닌 우리, 사(私)가 아닌 공(公), 그리고 개인이 아닌 국가를 위함`이다. 수 천년 역사를 가슴에 안고 5천 만 민족의 핏줄 속에 아직도 남아 흐르고 있다. 3가지 정신 중에서 국가를 위한 정신, 나라가 먼저임을 항상 깨닫게 하는 정신이야말로 자랑스런 배달민족의 긍지요, 자부심이다. 932회나 되는 외세의 침략에도 용케도 버티어 낸 자력이 바로 화랑정신이다. 그런데 요즘 기성세대가 한탄하고 자조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우리 고유의 화랑 정신이 실종됐다고 한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교육과 국토를 지탱하고 지켜온 화랑정신은 과연 어디 갔나하고 하소연 한다. 사회가 혼란스럽고 교육과 가정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도 바로 정신문화의 결여라 한다. 필자가 일본가서 들은 얘기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전승한 일본에서는 옛부터 화랑정신을 본받아 사무라이 정신이 있다는 것이다. 한 얘기로 노파 한 분이 공원에서 떡을 팔고 있는데 잠시 용무가 있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떡판에 놓인 떡이 몇 개 없어졌다고 한다. 주위를 살핀 노파가 한 아이를 붙들고 떡 훔쳐 먹은 것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아이는 한사코 그런 나쁜 짓은 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마침 그 곳을 지나던 아이의 아버지가 노파에게 하는 말씀, “할머니께서 짐작해서 아이를 범인으로 인정하시면 안 됩니다. 사무라이는 없으면 굶어 죽지 절대로 남의 것은 훔치지 않습니다”사정을 얘기해도 노파는 막무가내 였다. “할머니, 그렇게 고집하신다면 내가 이 아이의 배를 갈라 떡이 위속에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겠습니다”하고 현장서 칼로 아이의 배를 갈랐다. 그 속에는 떡의 물체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사무라이는 칼로서 노파의 목을 쳤다고 한다. 다소 끔찍한 얘기지만 그들이 자신하는 사무라이 정신이 아직도 일본인의 가슴에 남아 지금의 일본을 지탱하고 있나 보다./손경호(수필가)

2012-02-14

할망구 시대가 온다

우리말에 할아버지, 할머니란 말이 있다. 여기에서 앞자리에 오는 말`할`이란 말은 `연세가 지긋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늙은 남자의 존칭으로 쓰이며 아버지의 아버지란 뜻이고 조부 또는 왕부라 하고 할머니도 역시 그런 뜻을 지닌 말이다. 그런데 늙은 여자를 놀리거나 얕잡아 일컫는 말 가운데 `할망구`란 말이 있다. 쓰이는 유형이 다소 천하게 여겨지는 것 같지만 사실과 다르다. 망구(望九)는 90세를 바라보는 80의 나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 남자수명은 77.5세이고 여자는 84.3세라 한다. 몇 년의 세월이 지나면 남녀가 모두 할망구 시대가 온다. 옛날에는 인간 70세 고령장이라 하여 할망구 시대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주 귀하지만 인간 가치를 상실한 세대로 여겨 사람 대우를 받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는 망구의 시대가 벌써 오래 전에 대두됐다. 경로당에 가서도 망구가 되어야 자리를 차지하고 그 아래는 방 청소나 하고 담배 심부름을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 나이 계란 두 판인 60이 넘으면 먼저 가족들로부터 조용히 쉬시라는 권유를 받는다. 그들에게 유일한 소일거리는 야산으로 산책하는 일이나 인근 텃밭 가꾸는 일이 전부가 되곤 한다. 하지만 사회에 더는 필요한 존재가 아닌 취급 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아 허무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로 20~30년 더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함을 느낀다고 한다. 평균수명이 80~90을 넘기면 오래 사는 일을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30~69세 남녀 1천명 대상으로 `평균수명 90세 시대에 따른 국민의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3.3%가 할망구 이상으로 사는 것이 축복이 아니고 인생의 짐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저 그렇다는 답변은 28%였다는 것이다. 어차피 내 인생 내 지게에 지고 갈 몸이지만 모두가 자식에게 피해가 된다는 생각이 안타깝다. /손경호(수필가)

2012-02-13

오복(五福)을 누리며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갖춰야 할 다섯 가지 복(福)을 가리켜 오복이라 한다. 수명(壽-목숨), 재산(富),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함을 말하는 강녕(康寧), 덕을 좋아하며 즐겨 행하는 일인 수호덕(修好德), 그리고 제 명대로 살다가 편안히 죽음을 맞이하는 고종명(考終命) 등이다. 거기에 따른 새로운 3복의 삶을 누리는 전윤권님의 주장은 건·처·재를 역설한다. 늙기도 서러운데 몸과 마음마저 건강치 못하면 어떻게 노인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겠는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다고 한다. 거기다 배우자와 재물조차 없다면 불편하고 곤궁해서 절망의 길에 놓인다고 한다. 돈 안들고 조용하게 운동하는 것이 가장 최적한 일이라서 틈만 나면 걷기운동에 나선다는 것이다. 길을 걸으며 나무와도 대화를 나누고 인생에서 못다 배운 경험들을 터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야트막한 비탈길 정도는 육신에 큰 무리가 오지 않고 쉬엄쉬엄 걸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할 수가 있다. 산길은 인생길이다.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다. 사람이 한 평생을 살다보면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때로는 기쁨에 젖어 환희의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고 슬픔과 실의에 빠져 흐느낄 때도 생긴다. 산은 그저 산에 불과하지만 그 속엔 무한한 인생의 진리가 있다. 그것을 깨치지 못한다면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은 건강도 챙기고 지혜를 깨달으며 장수를 기대하고 재물을 소유한다. 오래 사는 것은 모든 인간의 공통된 욕심이지만 마음의 편안함을 누리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다. 먼저 욕심을 버리고 속을 비우는 것이다. 음식도 과식하게 되면 배탈이 나고 거북스러워 질병의 원인이 된다. 그리고 사람은 규칙적으로 하는 일이 있어야 한다. 자기의 취향에 따라 그 곳에 쏟아 붓는 매진함이 정말 좋은 것이다. 마지막 대목은 만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대화를 나누고 친목을 도모하며 사람을 통한 인정에서 삶의 의욕이 생겨나는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라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2-10

악마의 덫

한 동안 정치판과 경제계에서 뇌물을 가리켜`악마의 덫`이라 했다. 한 변호사가 쓴 시론時論)에 `뇌물은 쥐약`이라고 했다. 배고픔을 참지 못한 쥐는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쥐약이 든 음식을 먹는다. 사람이 먹는 음식도 그렇다. 위장에 소화가 잘 되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 배탈이 난다. 상한 음식이나 과식을 해도 탈이 나고 기름진 음식이나 잘 씹지 않고 욕심을 내도 탈이 난다. 이런 음식은 영양에 도움도 되지 못하고 곧 토해 버려야 속이 시원하지 꾹 참고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 하면 병원에 가든지 약을 먹어야 한다. 쥐약을 먹은 쥐는 죽는다. 영리한 쥐는 쥐약을 먹지 않는다. 뇌물도 피해가고 거절해야지 먹으면 걸리기 마련이다. 뇌물이 쥐약과 다른 점은 쥐약은 사람에게 덕을 주지 못하는 쥐를 잡기 위한 것이지만 뇌물은 대가를 받으려고`먹이는`것이어서 주고 받는 동안 공생 관계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뇌물을 먹은 사람은 돈에 팔린 노예의 신세라 한다. 돈이나 상품권이나 향응에 넘어간 순간부터 목이 조여 자유는 없다. 노예는 언제든 돈으로 살 수 있는 존재이므로 돈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의 사정이 이 때부터 정반대의 입장에 처하게 된다. 돈 준 사람은 그 순간부터 마음이 편안해 지고 돈 받은 자는 마음이 조이기 시작한다. 노예의 신세가 되어 어디로 팔려(?)갈지 마음이 불안해 진다.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 없고 돈은 많이 있어도 항상 부족한 것이 바로 돈이다. 명예를 위해서 사람들이 설친다고 하지만 궁극적 목표는 돈이다. 뇌물을`검은돈`이라고 하는 것은 밤에 거래한다고 붙여진 이름이 아니고 세상에 드러내 보일 수 없는 더러운 돈, 구정물이기 때문이다. 벌써 상한 돈이요, 냄새나는 돈이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처럼 정말 참고 거절하기가 힘든 것이다. 뒷 일이 어떻게 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인맥에 얽혀 패가망신하는 악마의 유혹이다. 견디기 힘들때 견디자. /손경호(수필가)

2012-02-09

달빛 예찬

우주 만물엔 음양의 조화가 존재한다. 강렬한 햇빛이 있는가 하면 은은한 달빛도 있고 가냘프지만 정감을 주는 별빛도 있다. 그래서 양은 밝은 낮을 낳게 하고 음은 어두운 밤을 탄생케 한다. 태양빛이 만물에 끼치는 고마움이 너무 크게 그 존재의 가치를 망각하고 있지만 달빛은 언제나 그리움의 상징으로 인간의 가슴에 추억과 선망의 대상으로 남는다. 누가 달빛을 만들었는가? 밤은 잠을 자기 위해서, 의식을 잊기 위해서, 휴식을 위해서, 그리고 모든 것의 망각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면 어째서 그 밤을 낮보다도 매력있게 했으며 여명보다도 저녁 노을보다도 한층 그리운 것으로 존재케 됨은 달빛 탓이라고 모파상은 말했다. 달빛을 찬양한 이백의 시에 “섬돌 위에 찬 이슬 내려/어느덧 버선도 촉촉히 젖었다/밤이 깊었음인가/들어와 문발을 내리우면/시름인 양 따라와서 비치는 교교한 달빛”이라 했다. 심훈의 소설에도 농촌의 달은 유난히도 밝다. 티끌 하나 없는 대지 위에 달빛은 쏟아져 내려 초가집 지붕을 어루만진다. 아득히 내다 보이는 바다는 팔팔 뛰는 생선의 비늘같이 번득인다.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한다. 길은 지금 긴 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울음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빛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지경이다.”이 대목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내용이다. 김동리의 `사반의 십자가`에서도 “서리 찬 하늘에는 둥근 보름달이 훤한 얼굴로 호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깊은 가을 소슬한 바람이 쉬지 않고 예어부니 옥수수 떨어지는 낙엽은 달빛 가득 찬 뒷 뜰을 적시고 있다. /손경호(수필가)

2012-02-08

말의 변화와 차이점

한반도가 분단되기 전에는 하나의 언어였던 우리말이 분란을 겪으면서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 갔다. `와플과 구운 빵지짐`, 이 매우 다르게 보이는 두 단어는 사실 표현 방식이 다를 뿐 같은 말임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분단의 세월이 길어 언어의 변화에 큰 차이점을 두고 있지만 외래어 수입으로 말의 의미가 가까워지기도 한다. 남한어는 많은 외래어를 수용했기에 일상 생활에서 외래어를 흔히 접할 수 있는 반면 북한어는 대부분의 외래어를 우리말로 순화해 사용한다. 필자도 며칠 간 북한에 가 있으면서 그래도 그들과 대화가 가능한 것은 원뿌리만은 그대로 있다는 것을 느꼈다. 북한 내에서도 외래어가 조금씩 사용도 늘어나고 쉽게 쓴다. 그들도 외래어를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은 북한말로 `얼음보숭이`라는 것이 북한 외래어 순화의 흔한 예로 쓰이지만 실제로는 아이스크림으로 불린다. `직승기`가 아닌 `헬리콥터`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분단 직후 남한에서는 두음법칙을 계속 사용했는데 북한은 이를 폐지한 것이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 따라서 남한어에서 두음법칙에 따라 `ㅇ`으로 순화되는 첫머리 `ㄴ,ㄹ`이 북한어에서는 △락동강 △리영희 △랭장고처럼 그대로 쓰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북한에서의 동무와 남한에서의 동무가 다른 것처럼 다른 사회적 이념 때문에 동일한 어휘가 남북한에서 각기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북한에서의 `궁전`은 어린이들이나 근로자들을 위해 교양·교육 수단과 체육·문화 시설들을 갖춘 크고 훌륭한 건물`을 뜻한다. 그래서 소년궁전원은 최고의 교육·훈련 기관이다. 또 `천리마`는 인민들의 혁명적 기상을 상징하고 `예술`은 기술과 수련을 가리키며 `아가씨`라는 단어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돼 남한에서 쓰이는 동일한 어휘의 의미와는 크게 다르다. 사실 두 나라 두 언어가 밟아간 과정에는 비슷한 점이 많다. 아직도 우리 말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2-07

세 가지 두려움

고사성어에 `군자삼외(君子三畏)`란 말이 전해지고 있다. 군자의 세 가지 두려움이란 뜻이다. 군자란 도덕을 갖춘 사람으로 소인(小人)과 상대되는 개념이다. 유가(儒家)에서는 유독 혼란한 시대에 군자의 자질에 관한 언급이 많았다. 춘추전국시대엔 더욱 그러한 예가 많았다고 한다. 군자가 두려워해야 할 세 가지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첫째 들은 것이 없을 때는 그 듣지 못한 것을 두려워 해야 되고 둘째 들었다면 들은 것을 익히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 해야 한다. 셋째 익혔다면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 해야 한다. 이 세가지 두려움은 이상적인 인간형인 군자뿐만 아니라 평생교육을 받아온 현대인들에게도 적용이 된다. 특히 사회적 경험이 없는 배움의 도상에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조심과 주의를 요하는 것이라서 큰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과거와 달리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양의 지식을 듣고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는 일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두려움을 먼저 터득한 연후에 학문의 기초를 쌓는 자만이 자아성취라든지 보다 나은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 학문 연마에도 길이 있고 또 순서가 있다. 항상 나 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사적인 일을 생각하기 전에 공적인 업무의 필요성을 파악하고 나 아닌 국가와 민족을 먼저 생각하는 생활태도가 중요하다. 사람은 언제나 위, 아래가 있다. 남을 먼저 생각하라는 뜻에는 항상 어른이 먼저 존재한다. 나를 낳아서 키워주신 부모의 은덕이 중요하고 나를 가르쳐 주신 어른이나 스승의 은혜도 부모님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군사부일체란 말이 아무리 시대가 흐른다 해도 명심할 덕목이다. 요즘 아이들 겁나는 것이 없다. 두려움을 잊는다는 것은 자신의 파멸을 예고하는 것이다. 행동에는 항상 주의와 조심이 따르고 찰나의 방심이 큰 화를 자초하게 됨을 잊어서는 안된다. /손경호(수필가)

2012-02-06

교리와 생활

이슬람교 신도들을 무슬림이라 한다. 8월1일이면 15억 상당의 무슬림의 라마단이 시작된다. 라마단은 무슬림에게 목숨처럼 신성하고 소중한 성월이자 단식하는 달이다. 라마단은 아랍어로 `더운 달`을 뜻한다. 천사 가브리엘이 무함마드에게 꾸란을 가르친 신성한 달이다. 무슬림은 일출에서 일몰까지 금식하고 매일 5번 기도한다. 남녀간 별거 생활을 하며 공공장소에서 음료수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소한 행위까지 금지된다. 굶주림의 고통을 통해 평화와 이웃 사랑의 정신을 되새기기 위한 것이다. 총칼을 잠시 내려 놓고 전쟁도 멈추는 것이 그들의 교리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도 무슬림의 수가 6만명이나 된다도 한다. 서울시 용산구에 본원이 있고 경기도 광주와 부산에도 사원이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 전교된 것은 한국전쟁시 우방국 터키군이 오자 이슬람교가 전파된 것이다. 필자도 이슬람교가 성행하는 모르코, 이집느, 터키, 그리고 중동 유럽을 다녀왔으며 그들의 사원을 방문한 일이 없었다. 하지만 `아랍의 봄`이 미완성으로 진행 중인 국가에선 유혈이 난무하고 라마단 기간인데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었다. 앞 뒤가 맡지 않은 자유, 인권, 학살, 기아가 혼재된 신성한 달구벌로 변해 가고 있다. 외신 보도에 의하면 소말리아, 에디오피아는 수백만 명의 무슬림이 60년 만의 가뭄으로 싸우고 있다. 단식을 고사하고 단 한끼의 먹을 것을 찾아 전장을 가르지르고 국경을 넘는 죽음의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 종주국인 부자나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에서는 평안한 분위기 속에서 성스러운 라마단 단식이 시작됐다고 한다. 라마단에는 해가 떠 있는 동안 못 먹는 대신 해가 지면 밤과 새벽에 두 차례 이상 식사를 할 수 있는 모순성도 세계인으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들은 성지에서 행하는 교리와 달리 두 얼굴로 살아가는 축제와 전쟁을 함께 누리고 있는 셈이다. 라마단의 밤은 흥청이고 있다. /손경호(수필가)

2012-02-03

남기지 말고 나누자

호는 유재요, 본명은 남병길인 그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와 글을 모아 집대성하므로 추사의 작품이 많이 현존한 까닭이 되었다고 한다. 유재는 추사의 제자이다. 유재가 소유하고 있던 추사의 현판에 쓴 한자를 오늘날의 우리말로 풀이하면 강렬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뤄 깊은 멋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도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삶의 자레소 챙기기 보다 남기는 미덕을 강조한 점이 오늘날 독자에게 많은 교훈을 끼친 것이다. 욕망과 물질에 어두워진 오늘날의 현대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한다. 풀이글은 이러하다. 기교를 다하지 않고 남겨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고/녹봉(벼슬아치에게 봉급으로 주던 쌀·보리·명주·돈 따위를 총칭)을 다하지 않고 남겨 조정으로 돌아가게 하고/재물을 다하지 않고 남겨 백성에게 돌아가게 하고/ 내 복(福)을 다하지 않고 남겨 자손에게 돌아가게 한다/는 내용이다. 다하지 않는 여유, 다른 곳으로 돌아가게 하는 미덕은 크게 보아 생명세계를 윤행하는 자연의 섭리이다. 여우와 미덕이 없는 세상은 아량도 도량도 도덕도 신뢰도 없다. 믿음이 스러져 황량한 사막과 같다. 고위공직자의 재산 증식의 의혹이 제기되고 기업인들은 편법으로 재산을 상속하기 위해 별수단을 다 부린다. 채우고 넘쳐야 직성이 풀리는 세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나 보다. 2000여 년전에 이미 노자는 `화려한 색을 추구할수록 인간의 눈은 멀게 되고 섬세한 소리를 추구할수록 인간의 귀는 먹게 되고 맛있는 음식을 추구할수록 인간의 입은 상하게 된다`고 했다. 남김으로써 두루두루 돌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 곧 자연의 흐름임을 강조한 것이다. 한꺼번에 챙기고 탕진하고 싶어하는, 넘쳐도 모자란다고 아우성 치는 욕심 때문에 우리는 늘 고통에 시달린다.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이 말을 항상 생활속의 교훈으로 삼고 되새기며 남기는 여유, 나누는 것은 미덕이다./손경호(수필가)

2012-02-02

봄을 기다리는 사람

봄을 기다리는 자의 가슴에는 언제나 희망이 있고 노래가 있으며 즐거움이 있다. 그래서 봄철의 숲 속에서 솟아나는 힘은 인간에게 도덕상의 선과 악에 대하여 어떠한 지식인보다도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봄이란 봄의 출생이며 여름이란 봄의 성장이며 가을이란 봄의 성숙이며 겨울이란 봄의 수장(거두어서 깊이 간직함)인 것이다. 양명문의`봄의 축제`에 보면 봄, 봄이란 말의 어감은 여성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을 머금은 말이다. 봄아지랑이, 봄비, 봄바람, 봄나들이, 봄처녀, 봄맞이 등`봄`이 붙은 말엔 봄의 향기와 더불어 새롭고 신선한 맛이 감돈다. 그리고 은연한 기다림의 미덕이 숨겨져 있어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인다. 그러기에 봄을 기다리는 마음, 이것은 내게 있어 하나의 숙명적인 기원이요, 동경인 것이다. 시인 에머슨은 봄이면 내 마음에도 봄이 찾아든다/ㅇㅇ이 된 지금에도 사랑은 두근거려 내 마음을 새롭게 해/우리는 결코 늙지 않는다/엄동의 빙하 위에/나는 한 여름의 찬란함을 간직하고/황량하게 쌓인 눈밑에/따뜻한 장미송이를 생각하며/봄을 기다린다. 그리고 가슴보다 마음에 먼저 달려온 봄은 많은 시인들의 눈을 뜨게 한다. 봄바람에 버들 빛은 푸른 비단 같은데 태양은 복숭아 나무에서 익는다. 따스한 연못 물도 향기로운데 동그라미 그리며 물 속으로 들어가는 물고기의 첨벙소리에 산천의 적막이 깨어진다. 사람들은 봄을 맞이하면서 금년의 운수도 함께 점쳐본다. 지난해 보다 더 나은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그래서 봄은 기다림의 계절이며 기대의 계절이다. 젊은이들은 기다리던 결혼도 계획하고 농사일도 이 때쯤 시작이 되며 만물도 이 계절에 소생한다. 가람 이병기의`볕`에 “보리잎 푸릇푸릇 종달새 종알종알/나물 캐던 큰 아기도 바구니 던져주고/ 따뜻한 언덕 머리에 콧노래만 잦았다/볕이 솔솔 스며들며 옷이 도리어 주체스럽다/바람은 한결 가볍고 구름은 둥실둥실. 봄이 온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2-01

쇠고기 국밥

쇠고기 국밥 하면 옛날 시골 큰장날 생각이 간절하다. 쇠고기를 잘게 찢어서 끓인 것이 아니고 옛 방식은 고깃덩어리를 삶아 자연스럽게 고기의 결이 풀리도록 푹 익히는 것이 특징이다. 요즘의 요리법과는 달리 살고기에 기름치를 섞어 대파, 무, 콩나물, 고사리, 토란 줄기를 널고 맵게 끓여낸 국이 육개장이다. 육개장 하면 현대적 미각을 가리키지만 쇠고기 국밥 하면 흘러간 시절의 보양식이다. 시골 장터 큰 가마솥에서 오랜 시간 끓인 그 당시는 최고급 요리에 속하는 음식이다. 뜨겁고 얼큰한 국물이 속을 풀어주기 때문에 해장국을 겸한 정식이다. 복날이나 잔치집에서 육개장을 먹은 것은 이열치열로 여름을 이겨낸다는 실용적 음식이다. 쇠고기 국밥에는 별 반찬이 필요없다. 뜨겁고 매운 음식인데 마늘, 풋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서 기운을 돋운다. 쇠고기 국밥인 육개장은 고춧가루를 듬뿍 풀어 넣고 빨갛게 끓인다. 후추를 쳐서 누린내를 없애고 습한 여름에 흘리는 땀을 보충해야 했던 것이다. 시골 장터 천막으로 가린 평상에 앉아 가마솥에서 풍기는 연기를 마시면서 제격인 국물에 특이한 묘미가 있어 국물을 먼저 먹고 다시 공짜로 국물을 청하면서 배를 채운다. 여기에 탁주 한 사발 마심으로 오전의 일과는 끝이 난다. 살기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보약이라고는 밥 밖에 없던 시절이 한 없이 그리운 계절이다. 한국전쟁 이후 쫓기듯 남하했던 국민들이 추위를 견디고 허기를 채우는 음식은 값싸고 영양가 많고 음식량이 많은 것이 국밥이 최고 였다. 형편이 나아지고 음식이 다양화하기 시작하자 좀 비싸더라도 밥따로 국따로 시켜 먹던 시대가 왔다. 그래서 생겨난 국밥이 바로 쇠고기 따로국밥이다. 경상도 사람들의 기질과 식성에 맞게 개조된 것은 고추기름을 넣어 끓이기에 빛깔이 더 빨갛게 된 것이다. 빨간색은 잡신이 싫어하는 색깔이라 안성맞춤이다. 몸에 붙은 귀신도 쫓고 배불이 먹을 수 있는 추억의 음식 중 하나다. /손경호(수필가)

2012-01-31

남의 말 들어주기

▲ 손경호 수필가우리나라 사람들의 국민성은 은근함을 좋아하는 민족이다. 바로 면전에서 털어 놓고 화끈하게 얘기하기 보다는 이심전심으로 시간을 두고 서로 느낌을 통해서 서로를 알기를 원한다. 말많은 다변가를 싫어하고 얌전하고 조용하며 과묵한 성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상대방 사람을 평가할 때는`말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하면 상종하기를 꺼리는 편이다. 대화란 마주 대하여 이야기함을 말함이요 소통은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을 말하고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을 뜻한다. 민족성이 오랜 전통문화에 젖어 소위 정치판에서 왈가왈부되는 대화와 소통은 그렇게 활발하지 못한다. 그래서 말은 안해도 상대방의 깊은 뜻을 잘 헤아려야 한다는 독심술(讀心術)이 상호간에 크게 작용하는 실정이다. 독심술은 기술이다. 상대의 미묘한 몸가짐이나 표정 따위로 그의 생각을 알아내는 마음 읽기다. 협상의 대가니 상담의 권위자도 상대의 생각과 마음을 빨리 잡아내는 기술에서 오는 것이다. 필자도 교육학을 공부하면서 상담심리학도 배웠고 상담에 참여한 일도 많았다. 상담의 제1조는 상대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는 것이다. 상담의 주목적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고민하고 해결하기를 원하는지 잘 들으면 오가는 대화에서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다. 사람들은 이해받는다는 느낌이 들 때 쉽게 가까워진다. 가족도 마찬가지이다. 부모가 자기를 잘 이해한다고 느끼는 자녀들은 부모를 아주 가깝고 따뜻하게 느끼며 산다. 사람들은 남이 자기를 알아주기를 기다린다. 여기에서 이해와 오해가 생기고 대화와 소통의 문은 닫고 열기를 반복한다. 바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들어주기`방법이 소통의 열쇠이다. 그리고 공감을 느끼고 동감을 느끼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고 문제의 해결은 시간 문제다. 요즘 청소년들의 말로 `서로 통한다`는 말의 의미가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다. 오해도 대화와 소통에서 해소됨을 깊이 인식하자. 남의 말이 최고./손경호(수필가)

2012-01-30

화해의 정도(正道)

사리에 맞는 훌륭한 말을 명언(名言)이라 한다. 가르쳐서 훈계가 되는 말을 잠언이라 하며 옛적부터 민간에 전해 오는 알기 쉬운 이야기를 속담이라 하고 사리에 맞으며 교훈이 될 만한 짧은 말을 격언이라 한다. 모든 말이 들으면 약이 되고 행하면 덕이 되는 좋은 말씀들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93)이 더반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발언한 명언이 있다. “27년의 감옥살이가 도움이 된 것이 있다면 고독의 정적을 통해 말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진실한 말이야말로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한 것이다. 남아공 백인정권의 인종격리정책의 종식을 이끌어낸 주역이면서도 그동안 차별을 가하면서도 흑인을 짐승처럼 여겼던 백인을 용서하고 화합하는 정신을 보여준 그는 세계적으로 발언 내용이 가장 많이 인용되는 지구천 저명인사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명언집을 발간했다. 명언 317개 주제어가 목록으로 정리돼 있다. 특히`승리`라는 주제어는 `복수`와 `폭력`사이에 끼어있어 눈길을 끈 대목이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1990년 유럽의회 연설에서 “우리는 흑인과 백인이 모두 승리자가 되는 방식으로 전진 할 것”이라고 말해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반면 `폭력`에 대해서는 “거대한 분노와 폭력으로는 국가를 건설할 수 없다”고 배격했다. 또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이듬해인 1995년에는 “화해란 과거의 부당함을 함께 바로 잡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몽테뉴도 그의 `수상록`에서 “자연이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먼저 권고한 것은 화합”이라 했다. 지난날의 적과 화해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 아니라 현명한 처사이다. 그래서 말다툼의 기쁨이 화해를 낳는다. 맹자의 말씀에도 “적절한 시기도 지리적으로 좋은 것만 같지 못하고 지리적으로 좋은 것이 사람의 화합만 같지 못하다”고 했다. 화해는 사랑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1-27

족발을 먹어보면

요즘 육류를 좋아하는 호식가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육류보다는 채식을 많이 먹는 것이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조언하지만 삼겹살, 족발인구가 불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내산 보다는 수입고기가 매년 증가하고 값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치킨이나 피자 등도 수요자가 기하급수로 상승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한 가지 집고 갈 식도락 가운데 서양사람들과 달리 한국 사람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족발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족발이라고 하는 것은 우족(牛足) 보다는 돼지족발을 말한다. 우족은 곰탕에 주로 쓰는 탕의 재료가 되지만 돼지족발은 구하기도 쉽고 값도 싸다. 과거에는 재래시장에서 싸구려 음식으로 인정 받았지만 지금은 마트에 까지 진출해 구하기가 쉽고 편리해 졌다. 옛날 사람들은 동물의 정기가 발에 모인다고 여겼기 때문에 과거에는 족발이 최고급 요리로 대접을 받았다는 것이다. 족발의 종류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했으니 돼지는 물론 닭, 소, 심지어 곰, 사슴, 낙타의 발바닥까지 요리를 했다는 것이다. 특히 여자들이 족발을 많이 찾는다. 입덧이 심해 제대로 먹지 못하는 임산부가 식욕이 당긴다며 족발을 주문한다. 물론 술안주도 좋고 식사나 간식으로 출출할 때 먹어도 맛있다. 대부분 족발의 특이한 맛은 구수한 깊은 맛에 쫄깃쫄깃한 식감이 일품이고 물리지 않고 많이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맛도 맛이지만 할머니들은 산모가 아이를 낳고 모유가 부족할 때 족발을 구해 푹 고아 먹이면 거뜬히 해결된다고 했다. 특히 돼지족발은 체인점을 거쳐 유통이 잘되므로 보다 위생적이고 갖가지 부식으로 그 가지 수도 많다. 각종 야채와 양념까지 잘 포장이 돼 믿고 먹을 수가 있고 식중독 예방 차원의 새우젓까지 곁들여 선호하는 호식가의 숫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정으로 배달돼 여러 손을 거치지 않고 금방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자극을 더한다./손경호(수필가)

2011-12-26

눈물의 속심은

눈물은 슬픔이기도 하고 기쁨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랑에는 눈물이 끼고 기쁨도 낀다. 행복이 더할 나위 없이 클 때에는 미소와 눈물이 한꺼번에 등장한다. 톨스토이는 “눈물에는 선한 눈물과 악한 눈물이 있다고 했다. 선한 눈물이라는 것은 오랫동안 그의 마음속에서 잠들고 있었던 정신적 존재의 각성을 기뻐하는 눈물이고 악한 눈물이란 자기 자신과 자기 선행에 아첨하는 눈물인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이 아름다운 것처럼 눈물도 아름답다. 눈물이 진주요, 보석이라고 한 것도 다 그런 연유다. 미인이 흘리는 눈물은 그녀의 미소보다도 사랑스런 것이다. 과연 여자의 눈물과 남자의 눈물은 그 성분이 다를까. 여자의 눈물은 천성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덫이 숨겨져 있다는 말이 있다. 여자의 눈물은 여자의 심술음에 대한 향신료이다. 그리고 잔인한 사람은 눈물에 감동하지 않고 눈물을 즐긴다고 한다. 기쁨보다는 아무래도 슬픔의 흔적이며 눈물은 슬픔의 말없는 언어가 되기도 한다. 남자의 눈물은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었다고 생각하고 흘리지만 여자의 눈물은 상대를 충분히 괴롭히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흘린다. 눈물은 인간의 마음이요 속을 가리킨다. 눈물이 없다는 것은 그에게 마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느지도 모른다. 사회학자이며 심리학자인 로렌스는 “지상의 모든 언어 중에서 최고 발언자는 눈물이다. 눈물은 위대한 통역관”이라 한 것이다. 이 세상에는 눈물로 씻어지지 않는 슬픔은 없다. 땀으로써 낫지 않는 번민도 없다. 눈물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액체의 하나이다. 비가 와야 무지개가 생겨 나듯이 눈물을 흘려야 그 영혼에도 아름다운 무지개가 돋는다는 말도 있다. 일본의 한 심리학자의 견해는 “여자의 눈물은 승리의 눈물이며 남자의 눈물은 패배의 눈물”이라고 한다. “눈물이 진주라면/ 흐르지 않게 싸 두었다가/ 십 년 후 오신 님을/ 구슬성(城)에 앉히련만/ 흔적이 이내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눈물은 귀한 것이다./손경호(수필가)

2011-08-23

진실이 편하다

그저께 어느 노인이 경찰에 폭행당해서 크게 다쳤다는 뉴스가 있었다. 노인을 폭행했다는 사실이 분명하고, 폭행당한 노인이 있는데, 경찰은 당시 현장을 찍은 폐쇄회로 화면을 공개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경찰에 의하면 가벼운 실랑이 정도였다지만, 아마 공개하기가 불편한 모양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잠잠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마 재판도 진행될 것이고 보상도 있어야 할 것이다. 결국 화면은 공개될 것이고 폭행 당사자 이상으로 은폐 당사자는 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용산 재개발 철거 과정에서 사람이 죽고 다친 일은 참사(慘事)라고 불린다. 그만큼 일이 참혹했고 피해가 컸다. 그 사태에 대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은 당연히 진실을 바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검찰은 진실이 담긴 기록을 감추고 있다. 어떤 주장에 따르면 무려 3천 쪽 분량의 기록이라고 한다. 감추기에도 버거울 양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진실은 드러날 것이다. 경찰의 가혹한 진압이 있었든지, 철거민의 불법 폭력이 있었든지, 책임은 그들만이 아니라 문서를 감춘 당사자까지 확대될 것이다. 대부분 진실을 감추는 사람은, 본래부터 감추려고 감추지는 않는다. 지금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 일을 처리하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능률적인 방도를 알기 때문에 진실을 잠시 말하지 않을 뿐이다. 선의의 은폐라는 것이다. 그러나 항상 문제는 복잡해진다. 결국은 은폐를 책임지는 사태에 이르산 한다. 앞서 말한대로, 국가의 위기라도 전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는 것이 극복에 도움이 된다. 질병이 유행해도 진실을 말하면 예방과 치료가 쉬워진다. 지금 일시적으로 비난이 두려워 진실을 감춘다고 그게 영원히 감추어지는 것이 아니다. 진실이 가장 편하다. /可泉

2009-09-17

대학이 남는다

2010학년도 대구·경북지역 대학신입생 정원은 8만 명 남짓이다. 그런데 이 지역의 수학능력시험 응시자의 수는 6만2천여 명이다. 단순하게 이 지역 수험생이 전원 이 지역에 진학한다고 해도 거의 1만8천 명이 모자란다. 교육의 과잉공급이 눈으로 보인다. 몇몇 대학을 제외한 대학의 교수들이 자기 대학의 강의실을 비우고 고등학교의 진학지도실을 수시로 드나든다는 소문이 있다. 심지어 고등학교에서 교수들을 냉대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신입생이 미달되면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대학 운영자의 협박을 받아 속이 상한 교수도 있다고 한다. 민망하고 민망한 소식이다. 대학은 고비용구조이다. 학교 건물은 번듯번듯하고 교정은 광활하다. 교수의 강의 담당 시간은 적고 월급은 많다. 게다가 중고등학교처럼 교육부가 교육비를 맡아주는 것도 아니다. 모든 비용은 학생을 빙자한 학부모의 돈이다. 만약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훨씬 더 고비용저효율구조로 전환될 것이다. 과연 이 모든 대학교육이 필수적인 것일까. 교육을 통해 사람이 성장한다는 것, 특히 대학교육을 통해 명명덕(明明德)하고 신민(親民)하고 지어지선(止於至善)하리라는 것을 신뢰한다. 그러나 요즘의 교육과목을 보면, 정말 대학에서 비싼 교육비를 내고 배워야 할 내용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대학이 많다. 그냥 많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남아돈다. 대학이 많은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산업의 요구에 비해 지나치게 고급화된 인력은 결국 사회의 부담이 된다. 대학에서 2년 또는 4년 이상 비싼 등록금 내고 공부해서는 전공과 아무 관련없는 직업에 종사하기도 한다. 심지어 이제는 그렇게라도 대학에 갈 학생이 모자란다. 우리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일까. /可泉

2009-09-16

두려운 것은 진실이다

신종 플루가 대대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사망자 보고가 자주 나오더니, 어제는 하루에 두 명이나 희생되었다. 기온은 점점 내려가고 학교는 개학 중이다. 그러니 감기의 계절은 왔고 사람을 모두 방 안에 격리할 방법은 없다. 유행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유행을 이겨내야 한다. 이겨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사실을 아는 것이다. 지금 몇이나 이 감기에 걸렸는지, 각 학교에는 얼마나 퍼져 있는지, 사회와 군대에는 감염자가 어떤 조치를 받고 있는지, 정확한 사실을 알려야 한다. 금년 2학기를 시작할 때는 수없이 휴교 또는 개학 연기 소식이 들리더니, 갑자기 잠잠한 것이 걱정이다. 혹시 유행이 끝났는가. 아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조용한가. 지금 감염자 수를 밝히면 휴교가 불가피하다고 해서 혹시 숫자를 숨기는 것은 아닌가. 어느 대학이든지, 처음으로 휴교하는 대학은 바로 중요한 뉴스로 등장할 것이다. 지금 신입생을 모집 중인데 휴교를 발표하면 신입생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진 것인가. 고등학교는, 입시가 코앞인데 휴교하면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고 두려워하는 것은 아닌가. 건강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없다. 더욱이 청소년의 건강은 두고두고 중요하다. 학교가 쓸데없는 걱정을 앞세워 학생의 건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고위험군의 노약자가 아니면 개인적으로도 극복이 가능하다고 한다. 더 퍼지기 전에 확산을 차단하고 치료해야 한다. 신종 플루는 분명히 유행 중이다. 부인하지 말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자. 진실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 지난 외환위기 때도, 허둥대는 정부가 스스로 해결하려고 애쓰다가 일을 키웠었다. 진실을 알리고서야 극복의 길이 보였다. 이번도 그렇다. 진실만 알면 우리는 그보다 더한 일이라도 해낼 수 있다. /可泉

2009-09-15

겸재

우리 진경산수화의 완성자로서 겸재(謙齋) 정선(鄭敾·1676-1759)의 명성은 당대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드높다. 모든 중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 그의 그림이 실려 있으며, 국사와 미술사 교육과정에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는 58세 되던 영조 9년 1733년에 우리 포항 청하현의 현감으로 부임했다. 겸재는 청하에 재직 중 내연산을 매우 사랑하여 자주 탐방하고 중요한 작품을 남겼다. 그는 자신이 답사한 바위에 이름을 새겨 지금까지도 남아 있고, 특히 그의 득의작인 내연삼용추도(內延三龍湫圖)에는 우리가 오늘날 바람을 쐬며 바라보는 내연산 폭포와 힘찬 바위들이 그대로 그려져 있다. 또 자신이 현감으로 재직하면서 그린 청하성읍도(靑河城邑圖)는 오늘날 허물어진 돌무더기로 남아 있는 청하읍성의 옛 모습을 역력히 보여 주고 있다. 가깝고 먼 마을과 들판과 소나무 숲까지, 이 그림에는 지금도 볼 수 있는 청하 덕성리가 고스란히 보인다. 가을 바람이 깊어가는 오늘, 어쩐 행운인지 겸재기념관에서 발간한 겸재 작품 도록을 얻게 되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의 깊은 의취와 호방하고 즐거운 붓놀림이 마음에 가득 담겨 온다. 그러면서, 이런 대선배가 우리 고장에 와서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았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생각한다. 새삼 청하읍성의 낡은 돌더미가 정겨워지고 내연산의 폭포들이 반가워지는 마음이다. 그러면서, 우리 역시 겸재처럼 우리의 산하를 사랑하고 감사했던가 생각한다. 겸재는 오랜 전통처럼 내려오던 관념적 산수화의 기풍을 넘어서서, 우리 산수와 삶의 아름다움을 가슴으로 받아들였다. 우리 눈앞에 있는 바로 이 산하를, 그는 민족 최고의 미술품으로 승화시켰다. 우리는 오늘 우리 산하를 사랑하는가. 혹은, 정말 겸재가 여기 왔던 것을 알기나 하는가. 겸재는 청하현감으로 부임한 지 2년이 된 1735년 모친상을 당해 사임하고 포항을 떠났다. /可泉

2009-09-14

유행성 호들갑

우리는 따뜻한 몸이 찬 공기를 접하면 감기가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름도 찬 기운을 접했다는 감기(感氣), 그로 인하여 생긴 병이라는 감환(感患), 추위를 무릅쓰다 생긴 병이라는 감모(感冒), 찬 기운에 접촉했다고 하여 촉한(觸寒), 찬 계절에 찬 기운 때문에 생긴병이라고 한질(寒疾) 등으로 불렸다. 우리말로는 고뿔이라고도 했다. 감기는 그 자체가 치명적인 병으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감기에 걸려 결국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감기 때문이 아니라 감기로 약해진 몸에 덧쳐진 합병증으로 상하곤 했다. 그래서 감기에 걸리면 감기를 낫게 하는 데 힘을 쓰는 것보다 몸을 보완하는 데 더 애를 쓰곤 했다. 근래에 와서, 사람이 감기의 원인균을 발견하고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기술을 찾아내어 감기 자체를 고치는 재주를 가지게 되었다. 감기도 예방할 수 있게 되었고, 쉽게 고치게도 되었다. 그러자, 감기가 독해졌다. 사람이 추적하면 변종을 만들고, 다시 추적하면 다시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이름도 다양하여 홍콩형 일본형 등의 이름을 가진 독감이 생겨났다. 이번에는 이름 자체가 `신종`인 독감도 나타났다. 결국 다시 감기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감기는 건강한 몸으로 이기는 병이다. 지금까지 이 병에 걸리거나 이 병으로 상한 사람들 대부분이 어린이와 노약자 또는 질병에 걸린 이른바 고위험군이었다.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어린이와 노약자를 보호해야 한다. 고위험군의 사람들에게는 누구보다 먼저 예방약과 치료약을 배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의 차분한 대응이다. 독감이 퍼지니 걱정이야 되겠지만, 호들갑을 떨거나 먼저 약을 받겠다고 꼼수를 쓰거나 약을 사재는 행태가 나타나서는 안 된다. 감기보다 더 저급한 유행이 호들갑이다. 오늘부터 날씨가 서늘해진다고 한다. 감기 바이러스의 활성화가 걱정되는 계절이다. /可泉

2009-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