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다한 혼자만의 데이지꽃 이야기를 만들어본다. 저 먼 언덕에 파수꾼이 있었지. 호밀밭 가장자리엔 데이지 만발하겠지. 어린아이는 언제나 언덕을 향해 비행기를 날리곤 했어. 해풍 부는 언덕을 향해 머릿결을 쓸어 올리거나, 덧니가 드러나도록 순진무구한 미소를 날리곤 했지. 파수꾼은 행복했지. 어느 날 지천으로 피어난 데이지를 뜯어 파수꾼은 어린아이에게 건넸지. 꺾인 데이지꽃다발을 보고 어린아이는 파랗게 질려 울음을 터뜨렸지. 어린아이가 종이비행기를 날린 대상은 파수꾼이 아니었어. 낭떠러지 가장자리에 아득히 일렁이는 데이지 잔물결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비행기라도 날려 응원하고픈 맘뿐이었거든. 하지만 파수꾼은 어린아이의 작은 몸짓, 환한 미소가 자신을 향했던 거라고 착각했던 거지.
언제나 환상과 실체의 경계에서 우리 삶은 진행된다. 그 둘은 눈곱만큼의 교집합도 이루지 않을 때에만 서로의 존재 가치가 인정된다. 환상이 내 생각대로 남아줄 때까지만 활력이 되고 믿음을 준다. 데이지는 저 먼 언덕 끝에서 바람에 살랑일 때 아름답고, 어린아이의 천진한 미소는 파수꾼 자신을 향한 것일 때에만 행복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환상은 언젠가는 실체라는 자명한 괴물 앞에 무너지게 돼 있다.
착각에 빠져 있으면 미욱한 일상이 따르고, 실체에 놀라면 피폐해진 영혼이 날을 세운다. 환상과 실체 그 경계를 넘나드느라 까진 무릎의 생채기가 오늘 따라 도드라져 보인다. 그래도 절망하지 않으련다. 데이지꽃이 전하는 말은 `희망과 평화`이려니.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