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에서의 도덕 교육도 그런 현실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다. 김상봉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의 도덕 교육은 참된 자유인을 위한 게 아니라, 노예를 위한 그것이다. 체제 유지에 원활한 시민을 기르는 게 우리 도덕 교육의 가장 큰 목적이 되어버렸다고 김 교수는 우려한다. 자유와 개인적 가치, 세계관과의 갈등 등은 국가와 집단, 위계질서 앞에서는 언제나 나쁜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때의 예의와 도덕은 약자가 강자에게 취하는 마땅한 종속의 액션이 되고 만다.
창의력이 배제된 각종 국제 대회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고 있으니 불온하지만 우리 도덕 교육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권력자와 집단의 부당성은 힘없는 자와 개별자의 정당성 위에 군림한다. `몹쓸 놈, 예의도 모르는 자`는 약자에 해당되는 것이지 강자를 가리키는 말은 아니다. 여기서 더 무서운 것은 약자이고, 피해자이던 그 길들여진 시민들이 집단이 될 때는 똑같이 권력자가 된다는 것이다.
군 복무에 충실해야 할 유명 가수가 국민 미녀 배우와 사귄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질투심에 불타는 군중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노예 교육에 길들어져왔는가는 깡그리 잊은 채, 그의 잦은 휴가에 대해 핏대를 올리게 된다. 연예 병사의 휴가 시스템이 어제 오늘 도마에 오른 것도 아니건만 집단이란 이름 하나만으로도 그 정당성과 도덕성을 부여받는다. 그리곤 그 시스템과 개별자를 향해 분노한다. 하지만 그 집단이란 명분이 헛다리를 짚는데 더 재능을 발휘할 때가 많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까. 이것조차 착한 노예를 키우는 우리 도덕 교육의 병폐라면 너무 자조적일까.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