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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할 때 지키기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1-17 00:26 게재일 2013-01-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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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째 왼쪽 어깨가 아프다. 흔히 말하는 오십견이 온 건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한데 점점 통증이 심해진다. 팔을 뒤로 젖히거나 위로 올리기가 힘들고, 밤에는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욱신거린다. 병원 가는 걸 싫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도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야 겨우 병원을 찾는다.

석회석건염이란다. 어깨 힘줄 사이에 돌이 생기는 것인데 노화현상 중 하나란다. 뼈 사진을 보니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석회석이 쌓여있다. 어깨를 움직일 때마다 그 돌이 다른 조직을 긁어 대서 그렇게 아팠던 것이다. 빨리 왔으면 치료 기간을 줄일 수 있었을 거라고 담당의가 말한다.

치료과정의 번거로움과 시간적, 물적인 부담에 앞서 부끄러웠다. 병원 가기가 귀찮거나 두려운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의 하나가 자가진단이라는 무리수를 두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별 거 아닐 거야`와 `큰병이면 어쩌지?`사이를 왔다갔다하다 끝내 별 것 아닐 것이라는 자기합리화를 꾀하고 만다. 그 시간에 병원 뛰어갈 것이지, 자가진단을 하고 처방전까지 스스로 써댄다. 그러는 사이 몸과 마음은 황폐해진다.

합리적인 것 같으면서도 모순투성이인 게 사람이란 동물이다. 제 삼자의 일일 때는 대개 객관적이고 옳은 답을 아주 쉽게 내놓는다. 하지만 그것이`내가 처한 상황`으로 바뀔 때에는 모범적이고 지당하신 그 답안들은 쓸모가 없게 되어버린다. 답안과는 상관없이 끝까지 미루고, 내 식으로 판단하다 일을 그르치고 만다.

좋은 일은 예고 없이 와도 안 좋은 일은 예고 없는 게 드물다. 어느 날 갑자기 애인이 헤어지자고 하는 일은 없으며, 충분히 준비했는데 시험을 망치는 일은 없다. 인간에겐 직감이란 게 있어, 변심한 상대의 행동을 눈치 챌 수 있고, 덜한 공부로 생기는 심리적 불안을 감지할 수 있다. 그것을 애써 무시하거나 자기 식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일이 커진다. 모든 일은 예고할 때 빨리 대처하는 게 낫다. 미루어 판단하다 보면 너무 늦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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