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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음식을 즐기는 민족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7-24 21:35 게재일 2012-07-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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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국토의 삼면(三面)이 바다로 둘러싸여 해산물이 풍부하다. 그래서 날씨가 추운 겨울에서부터 여름에 다다를 때까지 탕(湯)종류의 음식을 즐겨 먹는다. 바닷고기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대구탕, 아귀탕, 그리고 복어탕이다. 이 중에 값으로 따지면 복어탕이 비싸고 귀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복어탕은 복어의 종류에 따라 값과 맛이 다르다는 것이다. 참복, 밀복, 까치복 등 그 종류도 다양하지만 복어요리는 전문적인 자격증을 갖추지 않고서는 요리를 할 수 없다. 복어에는 치명적인 독이 있어 자칫하면 생명에 위험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균은 고온에 끓이면 소멸되지만 복어독은 아무리 높은 온도로 끓여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복어 미식가는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즐긴다. 한마디로 복어탕은 먹고 죽어도 좋을 음식으로, 묘미가 있다고 해야할 것 같다.

복어알에 들어있는 독은 적게 먹으면 입술 주위나 혀가 마비되고, 구토를 일으키지만 일정량을 넘으면 치명적이다. 그런 위험을 알면서도 왜 그렇게 복어탕을 선호할까? 아마도 그것은 복어요리의 맛에 매혹되기 때문이다. 많은 복어 애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는 복어는 생선이지만 맛이 쫄깃하고 담백해 탕의 국물맛이 기막히다는 것이다. 비린내가 나지 않고 시원한 맛이 천하일품이라는 것.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 사람들이 즐겨 먹는 해산물에도 복어가 반드시 낀다. 게와 성게, 그리고 복어다. 나라를 위태롭게 할 정도로 미인이란 뜻의 고사성어로 `경국지색`이란 말이 있는 데, 복어는 이 말과 연관이 있다. 기가 막히게 맛있지만 자칫 잘못 먹으면 죽을 수도 있는 음식이니 나라를 망칠 수도 있는 미인에 비유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어요리가 더더욱 일품요리로 대접받는 것일 지도 모른다. 복어는 먹고 싶고, 목숨은 아깝다는 말도 그래서 나오는 것일게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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