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최후에 스스로 세상에 남기고자 한 것이 `한 권의 책`이라는 것은 뜻밖의 결말이다. 전기 `스티브 잡스`는 2004년부터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에게 잡스 본인이 직접 요구해서 만든 것이다. 사생활이 베일에 가려진 인물로 유명한 그가 스스로 책을 써 달라고 했을때 작가인 아이작슨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그가 가야할 길이 아직 더 많이 남았다고 그의 부탁을 매번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한부 생명을 예상했던 잡스는 결국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켜 40여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전기의 초석을 마련하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전기는 한 사람의 일대기를 이룬 책이다. 전기를 남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지만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한 권의 전기를 집필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인생관은 주제가 되고 인생경험은 스토리가 되어 천차만별한 전기의 세상이 펼쳐진다. 인생은 고달프고 험난하지만 한평생 그것을 헤쳐나온 인생전사의 회고담은 그것 자체로 이미 한 권의 책이 돼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한 권의 책은,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들의 풍요로운 경험은 인류에게 지혜를 전달하는 이야기 보따리로 전환된다. 신화, 전설, 설화, 전기를 비롯해 숱한 이야기 속에도 그런 요소가 듬뿍 담겨 있다. 모든 사람은 전기의 주인공이다. 그 주인공의 살아온 모습에서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는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