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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빈자를 알까?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7-03 21:22 게재일 2012-07-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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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에 “부자가 천국가기는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도 “가마 탈 때는 언제나 가마 메는 사람의 고충을 생각하라”고 했다. 남의 사정을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대문호이자 부자였던 톨스토이는 평소에 사회봉사를 많이 한 덕분에 러시아 혁명 때도 해를 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에도 그런 부자가 있었다. 수백 년 동안 주위에 좋은 일을 많이 베풀었던 경주의 최부잣집은 동학혁명 당시 농민들이 피해를 주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해진 속옷으로 1년을 버티는 가난한 사람들의 힘겨움을 벤츠 주인은 알고 있을까. 차가운 냉돌에서 한 겨울을 보내는 에너지 빈곤층이 있다는 것, 그리고 연탄 한 장 값인 500원 정도면 이웃을 따뜻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진정한 `사회통합`의 물꼬는 빈자에서 출발해 부자가 되고 난 뒤 과거 자신의 자화상인 빈자들을 위해 거의 모든 것을 내놓는 그런 부자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산골의 지게꾼 시절을 지낸 후 기업을 일궈 회장 자리에 오른 어느 부자는 아직도 학생 교복값에 불과한 20만원 짜리 양복만 입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기회가 되는 대로 사회 곳곳에 자신의 온정을 듬뿍 베풀었다는 것이다. 어느 빌딩의 세입자들이 임차료를 꼬박꼬박 내지 말자고 결의했다. 그러면 집세를 못 올릴거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그러나 집세를 늦게 내는 건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 한 학원 원장은 빚을 내서 임차료를 밀리지 않고 냈다. 빌딩 주인은 다른 세입자들을 모두 내보내고 아주 좋은 조건에 빌딩을 모두 학원으로 사용하게 허락했다. 물론 학원장은 큰 돈을 벌었다고 한다. 갑부가 된 학원장은 노년에 한가지 단단한 결심을 했다. “이왕 죽을 것 좋은 일하자”고 국립묘지에 가서 성심껏 봉사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그는 신기하게도 고생하는 병도 나았다고 한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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