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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의 꿈 - 남가일몽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5-04 21:12 게재일 2012-05-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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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에 남가일몽(南柯一夢)이란 말이 있다. 그 뜻은 꿈과 같이 한 때의 헛된 부귀 영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글자 풀이로서는 남쪽 가지에서의 한바탕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덧없음을 비유한다. 때로는 꿈속에서 호사스런 생활을 하거나 권력을 잡고 휘두른 이야기를 말하기도 한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많은 꿈을 가지고 산다. 그리고 밤이나 낮에도 잠들면 꿈을 꾼다.

그러나 그 꿈들이 꼭 이뤄질 그런 꿈이 아니라 허황한 것들이 많아서 좋은 꿈이라도 잠이 깨면 허전한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어른들은 “꿈은 언제나 꿈으로 끝내라”고 종용한다. 그러나 청운의 꿈같이 원대한 희망을 가지고 힘쓰고 노력하면 반드시 이뤄지는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발명가나 과학의 꿈을 가지고 연구하고 실험해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그 방면에 기어이 1인자가 된 입지적인 꿈을 달성하는 사람도 많다. 남가일몽은 당나라 덕종 때의 일이다. 광릉에 사는 순우분의 집 남쪽으로는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하루는 순우분이 느티나무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보랏빛 옷을 입은 두 사람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저희는 피안국 임금의 명을 받고 당신을 모시러 왔다”고 했다. 꿈에 나타난 자를 따라가니 대피안국이라 쓴 현판은 황금빛에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육중한 성문이 열리자 임금은 그를 반가이 맞이했으며 며칠 후에는 딸을 줘 사위로 삼았다. 순우분은 순식간에 명예와 권세를 누리는 신분이 됐다. 그의 명성이 전국에 퍼지게 됐고 옛 고향 친구들도 높은 지위를 갖고 만나게 됐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꿈속에서만 존재할 뿐 잠을 깨고 나니 모두가 달아나고 없어지는 꿈속의 일일 뿐이었다. 단맛도 달아나고 남는 것은 그저 허탈한 마음, 오직 그것이 전부였다. 인간은 그런 꿈속에서 살아간다. 헛된 것인지 알면서 속는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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