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세상의 40여개 나라, 150 도시를 다니며 그 나라와 역사와 문화를 체험한 적이 있다. 러시아, 북한, 쿠바 등 사회주의 국가도 다녀왔으며 남미, 아프리카, 북유럽 4개국도 구경했다. 공통점은 세상 어딜 가도 거지와 노숙자는 있다는 것이다. 세계 제1이라는 미국에도 가면 정거장 대합실이나 공원, 그리고 지하철에 가면 알코올 중독성 유랑자들을 많이 발견하게 되며 행인을 상대로 구걸하며 사는 족속이 눈에 많이 띈다. 얼마 전 복지강국이라 불리우는 일본에서 생긴 일이다. 일본 수도권 아파트에서 60대 부부와 30대 아들이 오랜 굶주림 끝에 숨진 채 발견돼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가족이 숨진 것은 2개월이나 지난 것으로 추정된다. 1인당 국민 소득이 4만 달러를 오르내리는 일본에서 정부로부터 생활보호를 받지 못하고 고립사하는 사례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아사히 신문 등에 의하면 발견 당시 세 사람은 앙상하게 야윈 상태라 한다. 집 안에는 먹을 거리가 전혀 없었고 방 한편에는 물이 담긴 페트병이 놓여 있어 물로 끼니를 대신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집 안에서 발견된 돈은 1엔(약 10원)짜리 동전 몇 개가 전부였으며 전기와 가스는 이미 끊긴 상태였다. 경찰 당국은 이니 가족이 굶주려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에 있다고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생활 궁핍으로 가족이 굶어 죽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생활보호자에게 비교적 넉넉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일본에서 이처럼 아사자가 생기자 빈곤층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게 사실이다. 오랜 경제침체 여파로 생계 곤란자의 계층과 성격이 다양해 지면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생활 곤궁자들도 늘고 있다는 것. 일본 내 복지 전문가들은 “지금까지는 고령자나 장애인이 사회 약자로 여겨 왔지만 현재의 일본은 오랜 불황으로 젊은 사람조차 취직을 못해 생활 궁핍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