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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에 허덕였던 시절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5-11 21:21 게재일 2012-05-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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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 누구나가 학창시절에 학교 저축을 한 경험을 다 가지고 있다.

매달 우체국 직원이 와서 일정액을 저축을 하고 3년에서 6년 기다렸다 졸업할 시에 한꺼번에 인출받는 제도였다. 여기에도 빈부의 차가 생겨 적게 낸 학생과 많이 낸 학생의 차이가 엄청났으며 졸업시에는 목돈이 돼 상급학교 진학하는데 보탬이 되곤 했다. 그렇다고 해서 가정이 넉넉한 편도 아니었다. 먹고 살기도 힘든 세월에 모두가 근검·절약해 이를 몸소 실천하시던 부모님을 보며 자랐다. 보릿고개라는 시절도 경험했고 금년 농사의 일부는 작년에 진 빚으로 얼마 갚고 나면 역시 빚은 계속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잘 살겠다는 일념으로 그분들이 흘린 땀과 노력으로 어렵게 쌓아 올린 우리 경제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선진국 문턱에 도달했다. 한 병원의 병원장께서 토로한 말씀 가운데 이웃에서는 사업에 실패해 가산을 탕진한 사람에게 빚잔치 하는 모습도 봤다고 한다. 너무나 처절한 상황이라 어린 마음에도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국민의 교육수준도 높고 국민의식도 상당한 괘도에 올라섰는데도 빚은 여전히 삶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학자금 대출이니 카드 빚이 젊은이들의 목을 조으고 있다. 길을 닦고 항만시설을 확충하는 국책사업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사치성 사업인 탓에 주민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지방자치단체에 속한 건물들은 너무 호화롭게 건축되고 일년에 겨우 몇 차례 사용하는 경기장이 필요한지 묻고 싶을 때도 있다. 그것을 운용하는 경비가 모두 소모적인 것으로 여긴다. 걸어다니면 건강에도 좋고 녹색성장에 보탬이 된다면서 자전거타기를 권장하지만 기관장들이 이용하는 차량은 꼭 고급대형차여야 하는지 모두가 궁금하기만 하다. 솔선 수범하는 지도자가 있어 가난을 이겨냈던 시절의 그리움을 다시 되찾고 싶을 때가 있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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