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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물을 마셨다가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5-07 21:07 게재일 2012-05-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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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부정부패의 선봉에 서는 사람들이 자주 방송된다. 그중에는 정치인, 법조인, 경찰관, 기업인, 금융인들이 대부분이다. 어느 정치인의 고백은 `악마의 덫`에 걸려 패가망신한 것을 토로했다. 바르지 못한 행동인 줄 알면서 얽히고 설킨 인맥에 벗어나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평생에 쌓은 공든 탑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고사(故事)에 의하면 하루는 공자가 승모(勝母)라는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그 마을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해가 저물어 사방이 어두웠다. 공자는 그 곳에 머물지 않고 다음 마을로 계속 걸어갔다. 그 이유는 승모라는 마을 이름이 `어머니를 이긴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식된 자로서 그러한 이름을 가진 마을에서 유숙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또 얼마후 도천(盜泉)이라는 샘물을 지났을 때도 몹시 갈증이 났지만 그 샘물에 눈길 한번 돌리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 이유는 `도천`이란 `도둑의 샘물`이란 뜻을 가졌으므로 그 샘물을 마시는 것조차 도덕군자로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또 문학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육기라는 시인은 다음과 같은 구절의 시를 남겼다. 날이 저물어 더이상 갈 시간이 없었지만 승모라는 마을 이름이 마음에 걸려 그 곳을 피했고 갈증이 나도 도천의 물은 마시기를 꺼렸고 더워도 악목(惡木)의 그늘에서 쉬지 않는다. 더위를 피하기에는 그늘만치 좋은 곳이 더 이상 없지만 나무의 이름이 악목이라 험한 이름으로 인해 그늘을 찾지 않았다는 것이다. 육기라는 선비도 역시 고결한 학문의 길을 걷고 있었으므로 도천이나 악목과 같은 나쁜 이름을 가진 곳을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목이 말라도 도둑의 샘물은 마시지 않았고 제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놓였을지라도 의롭지 못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 담긴 것이다. 아무리 갈증이 나도 냄새나는 구정물을 마시면 배탈이 나고 병원에 가야 한다. 돈의 냄새도 잘 맡아야 한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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