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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원헬스시티’

남광현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만342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확진자수가 6천65명으로 가장 낮았던 한 달 전 6월 19일의 약 6.7배나 된다. 코로나19 BA.5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화되는 상황에서 전파력이 가장 센 새 변이 BA.2.75(일명 켄타우로스)마저 상륙해 전파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코로나19 확진자 급감으로 잠시나마 누렸던 일상회복의 기쁨이 큰 만큼 다시 거리두기 등 방역체계 강화에 대한 우려가 더없이 높아지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원숭이 두창 바이러스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이러한 코로나19, 원숭이 두창과 같은 인수공통 감염병은 물론이고 인간과 동물의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슈퍼바이러스 발생, 가습기 살균제 등 각종 화학물질 사고, 남세균 녹조와 같은 유해 조류의 대발생 등 사람과 동물, 환경과 보건이 합쳐지는 ‘원헬스(One Health)’ 이슈가 급부상하고 있다.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등에 따르면 ‘원헬스’란 ‘사람과 동물, 환경 등 생태계의 건강이 모두 연계돼 있다는 인식 아래 모두에게 최적의 건강을 제공하기 위한 다차원적 협력 전략’을 의미한다. 이렇듯 ‘원헬스’는 의사, 수의사, 환경보건전문가들을 하나로 협력하게 만들며, 공중보건, 축산방식, 환경독성 등 다양한 연구분야에서 협력적 연구가 진행된다.‘원헬스’에서 더 나아가 ‘원헬스시티’는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인간, 동물 및 환경의 건강과 4차 산업의 고도화를 이루는 도시를 추구한다. 또한 도시전체에 IoT, AI, 클라우드 기술을 채용한 환경, 수의 및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한 환경(에너지, 대기질, 수질, 폐기물 등), 동물(반려동물, 축산 등), 사람(빌딩, 물류, 교통 등)의 관리를 도모한다. 앞으로 이러한 ‘원헬스시티’가 대구경북에 접목된다면 지역 주요 환경보건 이슈인 낙동강 유해물질 유출사고, 산업단지 악취문제, 심각해진 폭염재난 그리고 코로나19 감염병 등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더욱이 지난 5월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 25번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이 ‘원헬스시티’의 개념과 잘 연계되어 전망이 밝다. 이 과제에서는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의료·건강정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건강정보 고속도로’ 시스템의 구축이 제안됐다. 그리고 이 시스템에 맞춤형으로 제공하기 위한 의료 마이데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의 법·제도적 장치 마련이 제안됐다. 아울러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 및 개방, 바이오 디지털 활용 인공지능 개발 등 데이터 기반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정밀의료를 촉진하는 디지털헬스 정책의 강화도 제안됐다.국가물산업클러스터가 운영되고 있는 대구는 첨단 물관리 기술에 에너지 및 ABB(AI·빅데이터·블록체인)기술이 접목된 물분야 글로벌 선도 ‘원헬스 워터시티’로, 메타버스 수도를 지향하는 경북은 바이오와 탄소중립 기술을 기반한 초혁신 ‘원헬스 메타라이프시티’ 생태계로의 조성을 기대한다.

2022-07-18

지지율이 무너지는 다섯 가지 이유

김진국 고문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불안하다. 한국갤럽이 15일 발표한 지지율은 32%다. ‘잘못한다’는 53%다. 심지어 다시 투표하면 이재명을 찍겠다는 사람이 50.3%이고, 윤석열 후보는 35.3%라는 여론조사 결과(미디어토마토)도 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취임 2분기에 20%대로 급락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생각난다. 광우병 파동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취임 1년도 안 돼 20%대로 떨어졌다. 취임 초 지지율 급락은 국정 동력을 크게 떨어뜨렸다. 5년 단임 대통령이 이때를 놓치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다행히 이 전 대통령은 곧 지지율을 회복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비주류 대통령으로 고생했다. 두 대통령 시절 집권당이 불안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북 송금 수사로 민주당 주류였던 호남 세력과 갈등을 빚었다. 당을 쪼갰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박근혜 대표와 긴장 관계였다. 여야 대립은 늘 있는 일이다. 문제는 당내 갈등이다.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경험이 없다. 그래서 국민이 불안하다. 지난 선거는 비호감 선거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가 싫어 윤 대통령을 선택한 유권자가 대부분이다. 뽑아놓고는 걱정이다. 국정 운영 능력에 반신반의한다. 믿음을 주는 게 관건이다.그런데 첫째, 집권당 꼴이 말이 아니다. 대표가 자격정지다. ‘윤핵관’끼리도 관계가 묘하고, 어수선하다. 장관과 청와대 인사에 대해 말이 많다. 일부는 탈락했다. 누가 추천했느냐를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여론조사에서도 인사 불만이 가장 크다. 그런데도 불안해하는 국민을 향해 “이전 정부와 비교해보라”라고 윽박지른다. 반성이 없으니 더 나아질 희망도 없다.둘째, 정부가 과거로 달린다.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지겨웠던 ‘적폐 청산’의 후속편이다. 문재인 정부 때 윤 대통령이 그 일을 했다. 정의가 뒤집힌 일들이 너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에만 매달리기에는 미래가 너무 엄중하다. 빨리 끝내야 한다. 전문가에게 맡겼으면 대통령만이라도 민생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셋째, 정권을 교체한 건 ‘빠 정치’가 싫어서다. ‘다름’을 용납하지 않고, 공격하는 정치다. 정권이 바뀌어도 같은 일을 반복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집 앞에서 욕설로 소음 테러하고 있다. 더구나 “대통령 집무실 시위도 허용되는 판”이라고 부추기는 건 대통령이 할 말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을 선과 악으로 갈랐다. 상대편에 친일파, 토착 왜구란 딱지를 붙였다. 국제 정세도 현실이 아니라 식민지 지식인의 눈으로 가공의 세계를 그렸다. 이런 흑백논리가 반복되면 곤란하다. 토착 왜구의 대척점에 빨갱이, 간첩이 있다. 정책도 문 정부는 종전선언, 평화협정, 탈원전 등을 절대 선으로 놓고 비타협적으로 밀어붙였다. 반작용으로 반대 방향으로만 돌격하는 것 역시 위험하다.넷째, 대통령은 많이 들어야 한다. 대통령 말이 너무 길다고 한다. 회의하면 대통령 혼자 말하고, 끝나는 일도 있다고 한다. 혼자 다 아는 지도자는 위험하다. 들어야 많은 사람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다섯째, 가족과 측근 프레임을 빨리 벗어야 한다. 전임 대통령들도 모두 가족 리스크가 있었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후보 시절부터 많은 구설을 겪었다. 공격적인 음해가 지금도 계속된다. 인사 때마다 김 여사 이름이 입길에 오르내린다. 절제되고 투명한 활동이 필요하다. 공식조직의 지원을 받는 게 도움이 된다.‘윤핵관’ 프레임도 빨리 벗어야 한다. 몇 사람이 대통령과의 사적 인연을 즐기는 동안 대부분 사람은 멀어진다. 공조직의 힘이 빠진다. 점을 쳐서 맞힐 확률은 반반이다. 하지만 결과는 0% 아니면 100%다. 우연히 맞힌 그 절반 때문에 미신에 빠진다. 윤 대통령의 기적적인 승리를 예측한 사람도 많다. 자랑할 일도 아니다. 국정에는 입을 못 대게 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의혹만으로도 민심이 흔들린다. ‘○○법사’, ‘○○사랑’ 같은 비선과 팬클럽을 차단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섭섭해도 단호해야 흔들리는 민심을 수습할 수 있다. /본사 고문

2022-07-17

제로 코로나의 後果

우정구 논설위원 중국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책으로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선택한 유일한 나라다. 제로 코로나는 코로나19 감염증 환자가 0 상태일 때까지 주민과 지역을 국가에서 엄격 통제하는 방식이다. 만약 한 명의 확진자라도 발생하면 그 지역은 전면 봉쇄가 되고 주민들은 바깥으로 나갈 수 없다. 경제활동도 물론 중단된다.도시가 봉쇄된 상하이에서는 생필품이 부족해진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 안에서 각자의 물건을 내놓고 서로 필요한 물건을 물물교환하는 일까지 벌어진 바 있다. 대학교 기숙사에 있던 학생들은 집에 못가 발을 동동 굴렸다고도 한다.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코로나사태 초기에는 확진자 수를 줄이는 등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확진자가 급격히 늘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 커져 갔다. 일각에선 3연임을 앞둔 시진핑의 정치적 이유로 정책이 철수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지난 2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두 달간 봉쇄됐던 상하이는 ·13.7%를 기록했다. 중국경제의 대추락을 의미하는 결과여서 충격적이다.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중국경제는 하반기 전망도 밝지 못하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18%의 성장률을 보였던 중국경제의 추락 원인을 두고 여러 갈래 해석이 있으나 제로 코로나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어 시선을 끈다.우리 속담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잡으려고 국민의 경제활동까지 막았던 중국의 방역정책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셈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7-17

제헌절에 즈음하여

김규종 경북대 교수 제헌절은 1948년 7월 17일 헌법이 공표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2022년 7월 17일은 74번째 맞이하는 제헌절이었다. 그동안 우리 헌법은 9차례 개정되었는데, 그 가운데 2, 5, 6, 7, 8차의 개정은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것이었다. 달리 말하면 대통령 1인을 위한 헌법개정이 다섯 번이나 이루어졌다는 얘기다. 더욱이 마지막 헌법개정은 지난 1987년의 일이었으니, 35년 동안 헌법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영화 ‘1987’에도 나오지만, 1987년 헌법개정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피와 눈물과 희생이 있었는지, 우리는 안다. 대통령 직선제 쟁취를 위해 거리에서 광장에서 지하철에서 최루탄과 맞서 싸운 눈물겨운 투쟁의 기억은 아직도 새롭다.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희대의 사기극을 종식하고자 6월 10일, 18일, 26일의 ‘평화 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의 높은 정치의식은 기억할 만하다.오늘의 대한민국은 1987년 개정된 헌법에 기초하고 있다. 21세기 20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20세기 80년대 헌법에 의지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 헌법(憲法)은 낡아빠진 ‘헌’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헌법은 요지부동(搖之不動)이니 하는 말이다. 동서고금에 유용한 격언이 ‘만상의 본질은 변화’에 있다는 말이다. 변하지 않는 유일자(唯一者)는 사멸한 것이기 때문이다.전투경찰과 백골단의 최루탄과 각목과 쇠파이프에 맞서 꽃병과 투석으로 맞서야 했던 시대에 개정된 헌법이 인공지능 로봇이 활보하는 우리 시대에 얼마나 부응할지는 자명하다.35년 동안 진행된 변화양상을 보노라면 눈앞이 아찔할 정도다. 이동통신과 전자우편, 인터넷과 가상공간, 똑똑한 전화기(스마트폰)의 세계적인 보급이 현저하다. 4차 산업혁명이 눈부시게 현현하는 시대 아닌가?!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이질적인 시공간을 창출한 시점에 우리의 법과 정의 개념은 구시대에 머물러 있다. 단순한 권력구조 개편만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시대를 인도할 시대정신을 담아낼 담대하고 원대한 청사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앙권력과 이념의 시대에서 지방분권과 실사구시의 시대로, 나와 가족에서 우리와 공동체로, 지역과 세대 갈등에서 국민통합과 화합의 시대로 나아가야 할 때다.한국 사회는 누적된 갈등이 폭발하기 직전이다. 각자도생을 꾀하는 개인과 조직 때문에 사회 전반의 활기와 진취적인 기상이 위축되고 있다. 소소한 이익과 분노로 인한 갈등 요소가 곳곳에서 분출하고, 작은 이해관계의 충돌에도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 나아가 동아시아와 세계정세 또한 우리의 치밀한 미래기획과 슬기로운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사정이 이럴진대 이번 제헌절을 맞이하여 국가 운영의 근본적인 틀을 혁신할 수 있는 웅대하고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21세기가 요구하는 새로운 시대의 내용은 새로운 형식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분발을 촉구한다.

2022-07-17

3일간의 행복

강길수 수필가 ‘우와! 이게 웬 복이야! 나라꽃을 이곳에서 만나다니….’하고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순간, 숙소가 멀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사흘간 오가며 나라꽃 무궁화의 웃음을 보며 오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행복의 물결이 밀려들었다. 초등학교 때 배웠던 ‘우리나라 꽃’ 노래가 절로 흥얼거린다.칠월 중순의 둘째 날 아침이다. 숙소가 교육장과 멀어 조금 언짢았던 기분이 되살아나며 모텔 문을 나섰다. 첫 길이라 얼마간 이곳저곳 돌면서 교육장 가는 길을 찾았다. 간선도로에 연결된 주택지 도로다. 노변으로 상가가 형성되어 있다. 얼굴, 목, 등에서 땀이 났다.그런데 초입을 들어서자, 보도에서 활짝 웃는 얼굴들이 도열하고 서서 오는 이를 반기고 있는 게 아닌가. 언짢았던 기분도, 흐르는 땀의 불편도 휙 사라졌다. 바로 무궁화의 인사 덕분이다.“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삼천리강산에 우리나라 꽃. 피었네, 피었네, 우리나라 꽃. 삼천리강산에 우리나라 꽃.….”누구나 즉석에서 따라 부르며 배울 수 있는 이 쉽고 아름다운 동요가, 가슴 깊은 곳에 숨어 살아있음을 알아채던 기쁜 순간이다. 집에 돌아와 웹사이트에서 가사와 멜로디를 찾아본다. 기억은 틀리지 않았다. 눈망울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로 동요를 듣는 기분은 ‘나와 너, 우리가 바로 하나’라라는 공동체 의식을 키웠던 그 옛날 기억도 되살렸다.무궁화는 우리 민족과 예로부터 관련이 깊다. 신라의 최치원이 당에 보낸 문서에서 우리나라를 ‘근화향(槿花鄕)’ 즉, ‘무궁화 나라’라고 불렀다. 또, 옛 중국 동진(東晉)의 문인 곽박(郭璞·276~324)이 쓴 지리서(地理書) ‘산해경(山海經)’에서 ‘군자 나라에는 무궁화가 많은데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더라(君子之國有薰華草朝生暮死)’라고 하였다.무궁화가 어떻게 나라꽃이 되었는지 공적 선정 자료는 못 찾았다. 다만, 16세기부터 ‘무궁화’란 말이 쓰인 것을 보면, 백성의 삶 속에 먼저 나라꽃으로 자리 잡았다 싶다. 구한말 신문화가 밀려오면서 남궁억, 윤치호 등이 국화의 필요성을 알고 무궁화를 국화로 하자고 한 바 있다. 그때 애국가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이 들어가, 무궁화는 나라꽃으로 자리매김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구절은 1896년 11월 21일 독립문 정초식 때, 배재학당 학생들의 애국가에서 처음 불렀다 한다.대통령 표장(標章)이나 국가 기관 마크 등 많은 데 무궁화무늬를 쓴다. 그러나 정작 무궁화를 심고 가꾸는 일에 우리 사회는 소홀히 해온 게 사실이다. 한데, 이곳엔 누가 무궁화를 심었을까. 주민이든, 지자체든 심은 분들에게 마음의 박수를 보낸다. 인천광역시 남동구 문화서로 23번 길과 89번 길을, 아침저녁 무궁화 웃음 속에 걸었던 3일간의 행복은 내게 나라꽃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고맙고 또, 고맙다.무궁화를 온 나라가 애써 가꾸고 마음에 새겨, 3일간의 행복이 평생 가면 좋겠다.

2022-07-17

프랑켄슈타인과 인문학

유영희작가 지난 7월 12일, 제임스 웹이 찍어 보낸 우주 사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제임스 웹은 작년 12월에 미국의 나사에서 쏘아 올린 우주 망원경 이름인데, 허블 망원경보다 100배 더 성능이 좋다고 한다. 이제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든다.우주의 신비만큼 인간의 뇌 역시 아직은 신비의 영역이다. 2년 전 뇌 MRI를 찍었는데 소혈관에 고신호가 발견되었다. 나이 들며 나타나는 정상적인 변화라고는 하지만, 7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파킨슨 병을 오래 앓으셨고, 어머니의 오빠 두 분과 언니 동생 등 7남매 모두 뇌 질환으로 돌아가셨기에 뇌 질환에 대한 공포가 유별난 편이라 뇌에 관심이 많다.이런 사연이 없더라도 뇌 질환에 대한 두려움은 120세를 바라보는 현대인에게 모두 있을 것이다. 이런 두려움을 해소해줄 뇌 연구 속도는 기대를 넘어선다. 신경과학이라는 용어가 1969년 처음 만들어졌으니 본격적인 뇌 연구 역사는 50년 조금 넘었는데 2019년 미국에서 뇌 오가노이드 제작에 성공했으니 말이다. 네덜란드에서 성체줄기세포로 장관 오가노이드를 만든 후 10년 만의 성과이다. 작년 8월 한국에서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여 기존보다 2배 이상 크게 배양했고, 그 한 달 후 독일 연구팀이 뇌 오가노이드에서 눈을 유도하여 발생시켰다는 연구도 발표되었다.오가노이드는 장기유사체라고 하는데, 세포 분열 이전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특정 기관의 세포로 유인해서 그 기관의 기능과 작용을 재현하는 것이다. 장기유사체 개발로 많은 불치병이 치료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뇌 장기유사체는 배양지지체에서 배양되기 때문에 아직은 성장에 한계가 있지만, 이렇게 배양된 뇌를 쥐의 뇌에 이식하면 쥐의 뇌와 결합하여 뇌의 성장이 빨라진다고 한다.그러나 혀, 신장, 폐 등의 장기유사체와는 달리 뇌 장기유사체 개발에는 마냥 환호하기 어렵다. 뇌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뇌의 신비가 밝혀지기를 바라면서도 현대 신경과학자들이 프랑켄슈타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문학이 뇌 연구의 한계를 정하기도 어렵다.생명윤리를 연구하는 법학자 최경석은 쾌락과 고통을 느끼거나 학습 능력이 있다면 주체성이 있는 인간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면서 그런 능력을 가지기 전까지만 연구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연구라면 뇌를 연구할 의미가 없어진다는 딜레마가 생긴다. 뇌 과학 연구가 세상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분자생물학자 선웅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어렵다.며칠 전 인공지능 시대에 인문학의 역할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이제 인문학은 과학의 발전을 따라가야 한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프랑켄슈타인의 잘못은 괴물을 만들었다는 행위가 아니라 그 괴물에게 이름을 붙여주지 않은 것이라던 어느 인문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인문학이 뇌 과학자가 만든 뇌 장기유사체에 이름을 붙여주는 임무 이외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인문학의 새로운 숙제가 무겁게 다가온다.

2022-07-17

새롭게 시작하는 4년, 혁신으로 도약 준비

조재구 대구 남구청장 길었던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전환되고, 많은 이들이 이제야 너도나도 움츠렸던 몸을 겨우 일으켜 기지개를 켜고 심호흡을 했다. 지난 2년 동안의 코로나 상황으로 누구보다도 큰 어려움을 겪은 남구는, 이제 그 위기를 훌훌 털어내고 희망찬 도시로의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하지만 현재 남구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돼 심각한 인구소멸 위기에서 탈출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오래전부터 서서히 시작된 도심의 노후화로 인한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가속화로 인해 더 이상 젊은 사람이 선호하지 않는 도시가 되었다는 방증이었다.이러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으로 지난 4년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남구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인구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바로 노후화된 주거환경이었다. 오래된 주택이 대부분이었던 남구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재개발·재건축뿐 이었다.미군부대의 장기 주둔으로 개발이 제한된 탓에 생활기반시설이 낙후되고, 10가구 중 8가구 이상은 1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이었다. 아파트 비율도 낮았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남구에서 20년 동안 공급된 아파트는 6천740가구가 전부였다. 그런 남구가 ‘저평가 우량주’로 재평가 받고 있다. 재개발, 재건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다 걸림돌이었던 미군부지 반환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남구에는 현재 재개발, 재건축사업이 추진되는 곳만 30여 곳이며, 소규모 주택정비사업과 도시환경정비사업까지 합치면 60곳이 넘는다.이러한 간절한 노력의 결과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젊은 인구 유입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동네의 분위기도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남구의 자랑인 앞산과 맑은 물이 흐르는 신천을 따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남구를 향했다. 이제 앞으로 다가오는 4년은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가. 지난 4년간의 밑그림을 바탕으로 남구가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는, 새로운 4년을 시작하고자 한다.그러기 위해서, 첫째로, 남구가 그리는 도시는 ‘신바람 나는 희망경제 도시’이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반려동물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지역상권을 활성화시키고, 지역 내 대학과 협약을 통해 청년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이어서 신청사 시대와 함께 펼쳐질 ‘프리미엄 행정도시’도 중요한 과제이다. 미군 캠프조지 후적지를 개발해 제2국민체육센터 건립과 남구청사 및 남구소방서의 신축으로 이루어지는 행정복합타운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남구의 오랜 숙원인 미군 부대 3차 순환선 완전 개통 추진으로 주변 환경 개선 및 새로운 경제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일상이 풍요로워지는 ‘함께하는 복지도시’도 꼭 필요한 가치이다.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일사천리 생활복지기동단을 운영하고, 어르신들을 위한 스마트경로당구축, 아동복지 강화와 건전한 청소년 육성을 목표로 아동복지센터 및 청소년 동아리 활동 및 문화체험을 지원할 것이다.그리고 남구의 교육환경을 한 차원 높일 ‘미래형 교육도시’로서의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반환되는 미군 헬기장 부지에 대구도서관 건립과 평화공원을 조성해 시민들이 소통하는 복합 문화공간 및 어린이 영어 영화관 건립을 계획 중이다. 또한, 인터넷 수능방송과 강남 유명 강사 강의를 지원해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차별 없는 교육여건을 조성할 생각이다.마지막으로 ‘디지털문화 관광도시’조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디지털 영상을 통해 다양한 문화체험이 가능한 문화 디지털 전시관과 몰입형 미디어 아트인 빛 벙커 문화공간을 조성해 남녀노소 누구나 예술을 즐기는 도시를 만들고자 한다.앞서 완공된 앞산 해넘이전망대를 시작으로 앞산하늘다리, 3대가 함께하는 명품 도시형 캠핑장, 고산골 로하스 건강테마파크와 여기에 앞산의 모든 관광지를 한데 이을 수 있는 앞산 관광 모노레일까지, 남구의 자랑인 앞산을 바탕으로 탄탄한 문화관광 인프라를 구축해 남구만의 매력적인 관광테마파크 조성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문화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이러한 사업을 바탕으로 우리 남구가 새롭게 시작하는 4년, 남구민과 힘을 모아 끊임없는 혁신으로 더욱 크게 도약하기를 기대해 본다.또한, 초심을 잃지 않고 주민 공동체와 많이 소통하면서 명품 남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2022-07-17

아들아 사랑한다

시간이 새긴 흔적은 고스란히 사진으로 남아있다. 몇 해 전 일이다.노인대학을 개강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 서예, 민요, 공예, 노래 등을 배운다. 학생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민요반에는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직한 할아버지가 있다. 민요 가락이 좋고 장구 치는 것이 재미있다며 싱글벙글한다.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할머니와 짝을 맞추어 율동할 때는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부끄럼을 탄다.어떤 할머니는 중풍을 앓은 후유증으로 걸음걸이가 시원찮다. 그 할머니 곁에는 항상 지팡이가 있다. 십 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지팡이에 의지해 삼십 분이 넘게 걸어온다.나는 한글반 수업을 맡고 있다. 한글반 학생은 모두 열한 명의 할머니들이다. 책상 위에 박하사탕을 준비해 놓고 첫 수업을 했다. 기역니은부터 시작했다. 먼저 칠판에 써놓고 따라 읽게 하니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낭랑했다. 다음엔 ‘가나다라’였다. 기역이 혼자 외로워 ‘ㅏ’를 만나 ‘가’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가’로 시작하는 말을 찾아보자고 했더니 가지, 가방, 가랑비, 가오리…. 끝도 없이 이어졌다. 서너 평 남짓한 교실에 모여 앉은 할머니 학생들의 모습이 진지했다.한글반 학생들의 평균 나이는 칠십이 넘는다. 배움의 시기를 놓친 분들이다. 젊어서는 먹고살기 바빠 글을 배우는 건 꿈도 꾸지 못했다고 한다. 누군가 그렇게 말하자, 그때는 그랬어,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글씨를 서너 줄 쓰고는 손이 떨린다며 연필을 내려놓는 할머니도 있었다. 칠십 평생 연필 잡은 건 처음이라며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할머니 학생들도 숙제한다. 아주 열심히 한다. 내 준 것보다 더 많이 해온다. 손주들이 읽는 동화책에서 짧은 문장을 베껴 오기도 한다. 어찌나 정성 들여 써오는지 여덟 칸 공책에 담긴 글씨가 반듯하다. 동네 노인정에 가서도 숙제부터 한다고 자랑이다. 나는 일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준다. 목요일마다 할머니 학생들은 칭찬받기에 바쁘다. 어느 날 한 할머니가 생활한복을 곱게 입고 호박반지를 끼고 왔다. 보기 좋다고 내가 한마디 했더니 옆에 있던 할머니가, 아들이 해준 생일 선물이라고 거들었다. 서울의 유명한 백화점에서 샀다는 말도 덧붙였다. 공부는 뒷전이고 옷이며 반지 이야기로 한참 시끄러웠다.다음 수업 시간이었다. 그날따라 할머니들의 목걸이와 반지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은반지와 금반지를 나란히 낀 분, 아예 목걸이와 반지를 짝 맞춰 한 분, 그동안 장롱 깊이 모셔두었던 패물을 다 꺼내 치장하고 온 듯했다. 반지 낀 손을 자랑이라도 하듯 손놀림이 부산했다. 학기가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한 할머니가 공책을 펴들고 내게 다가왔다. 대뜸 ‘아들아 사랑한다.’라고 써보라 했다. 남들보다 열심히 숙제해오던 분이었다.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 이름까지 적어 오곤 했다. 그분이 내게 ‘아들아 사랑한다.’를 적어달라는 것이었다. 글을 배우면 제일 먼저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단다. 나는 코끝이 찡했다. ‘아들아 사랑한다.’라고 쓰고 내친김에 ‘어미야 너도 많이 사랑한다.’라는 말도 적어 주었다. 이순혜 수필가 살아오면서 할머니는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을까? 영감님에겐들 그런 말을 했으랴. 처음으로 써보는 그 글에는 수천, 수만의 이야기가 담겼을 것이다. 한눈에 들어오는 짧은 문장이지만 말로 다 할 수 없는 어머니의 사랑을 가늠할 수 있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그 한마디야말로 칠십 평생 다져진 참사랑이 아닐까.목요일이 기다려진다. 그날은 아침부터 설렌다. 노인대학 학생은 내게 한글을 배우지만 나는 그분들에게서 인생을 배운다. 중국 북송시대 시인인 소동파의 시구(詩句)인 인생도처유청산(人生到處有靑山)을 만난다. 이곳이 바로 청산일 것이다. 다음 수업 시간에는 낱말 찾기를 해 볼 생각이다. 종이를 잘라 낱말 카드를 만든다. 카드 한 장에는 이렇게 쓴다. 아들아 사랑한다!

2022-07-17

코로나 大動亂, 북한개방 기회될까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국정의 핵심가치 중 하나로 ‘도약적 성장’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사적 대전환기인 20세기를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맞았다. 1910년 결국 일제의 식민지라는 나락에 떨어져 36년간 일본의 식민지 통치를 거쳐 1945년 해방을 맞았다.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선포한 지 채 3년도 못돼 6·25 전쟁 참화로 3년간 삼천리 강산은 피로 물들었다. 이후 대한민국은 1960년대부터 근대화, 산업화, 공업화와 미국 중심의 세계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 편입되어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이루었다.1980년대 후반 때마침 불어온 동서 냉전의 해빙무드를 적극 활용하여 ‘북방 외교’라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편승해 중국, 소련 등 닫혀있던 공산권 시장을 개척하면서 오늘날까지 또 다른 30년 발전을 지속할 수 있었다.현재 우리나라는 연 2% 성장, 더 나아가서 리세션을 고민해야 할 상황을 맞았다. 30년간 성장을 멈춘 일본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것인가라는 중대 기로에 선 것이다.이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과연 과거 1960년대식의 놀랄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지난 2002년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서는 ‘한국 중장기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2005년이 되면 남북 관계는 완전 정상화되어 전반적인 경제교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CSIS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은 섬유, 봉제, 건설 산업 등 낙후되고 폐기된 산업의 수명이 20년 연장되고, 북한은 한국의 도움으로 봉제업에서 스마트폰 조립까지, 도로, 철도 항만 등 SOC와 주택 개량 등 대대적인 건설 붐이 일어날 것이다.따라서, 한국은 2005년부터 2025년까지 연 13% 정도의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고 북한은 이 기간 동안 17~19%의 성장을 하여 남북 평균하면 15% 성장이라는 세계사적으로 전무후무한 발전을 이루어낼 것이다. 2025년 북한 주민의 소득은 한국 국민소득의 75~80%에 달해 남북 간 격차도 거의 해소되고 그때 가면 남북 통합 논의는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이 보고서에서는 북한에 대한 투자 재원은 한국이 70%, 일본이 20%, 미국이 10%를 담당해서 한국 주도로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했다. CSIS의 이러한 예측은 2002년 12월 북한의 핵동결 발표와 함께 UN이 대대적인 북한제재에 나섬으로써 물거품이 됐다.2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고, 이에 대응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는 더 심해졌다. 과연 남북은 이러한 상황속에서 경제교류 활성화를 통해 도약적 성장을 이룰 여지가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윤석열 정부에서는 남북관계 정상화라는 지렛대를 통해 한반도를 도약시킬 무슨 해법이 있을까. 만약 없다면 어떠한 방법을 통해 남북교류의 물꼬를 틀까. 남북 교류 정상화는 남북이 다 함께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성장·발전을 이룰 수 있는 정말 대단한 기회인데 이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 내고 이루어 갈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CSIS 보고서가 나온 후 20년 동안 남북 관계는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가기도 했고, 남북의 국가 지도자가 함께 휴전선을 넘는 화해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의 계속적인 핵실험과 도발로 인해 북한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는 더 강화되었고 남북 관계는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까지 와 있다.그간 김정은 집권 10년간 북한은 국제적인 제재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에게 농지를 분배했고, CSIS의 보고서에 따르면 436개의 장마당이 운영되고 있다고 하니 베트남 개혁·개방의 초기 단계에 진입해 있는 것 같다.현재 상황은 1990년대 북방 정책처럼 없던 시장을 새로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6G 등 신기술 개발을 통해 우리가 세계를 선도해서 세계시장을 우리가 장악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 같다.20년 전 CSIS가 전망했던 것처럼, 남북한 간 교류 정상화를 통해 한반도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야말로 어렵지만 우리가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필자는 윤석열 정부가 북한을 개방사회로 이끌어 낼 수 있느냐, 없느냐 여부에 우리나라의 ‘도약적 성장’ 성패(成敗)가 달려 있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담한 변화’의 키를 쥐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현재 북한은 오미크론 코로나의 대유행으로 대동란(大動亂)의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은 자체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정부의 지혜와 역량에 따라서는 북한개방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부가 북한에 전통문을 보내 코로나 방역지원 논의를 위한 실무접촉을 제안한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지난 2002년 CSIS의 예측이 뒤늦게나마 실현되어, 더욱 더 폐쇄적이고 고립화되어 가는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낼 수 있도록 윤석열 정부와 우리 국민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2022-07-17

공공체육시설의 효율적 관리운영 방안

박성률 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공공체육시설은 국민 모두의 건전한 체육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건설, 운영·관리되는 공공재이다. 공공체육시설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체육시설 균형배치 중장기계획’에 따라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1인당 체육시설 면적은 3.89㎡로 2022년 적정소요면적 대비 66.3%로 여전히 공공체육시설의 양적 증가가 필요하여 향후에도 공공체육시설의 확충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체육활동 참여율 증가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체육시설 조성 노력도 늘어날 전망이다.그러나 그동안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체육시설의 설치를 통한 소유에는 경쟁적이었으나 시설의 활용도나 효율성, 즉 이용률이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더군다나 각종 시설물 설치에 대한 중복·과잉 투자와 과도한 유지비로 인해 지방재정 악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공공체육시설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운영되는 만큼 공익적 체육시설이므로 운영의 주요 전략은 공공성 증대라는 관리운영 목표에 초점을 두고 공공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이다. 공공체육시설의 본래 목적과 기능에 충실하면서 이용자 증진 등 관리운영 효율화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맞춤형 개선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우선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체육시설이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공공체육시설이 국민의 건강 증진과 여가선용에 이바지하는 데 기본 목표를 두고 민간체육시설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활용 가능한 시설임에도 대중의 이용이 저조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적자운영으로 국고 및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어서 이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체육시설이 시민이 모이는 장소로 작동하는 관리운용방식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이용자 욕구에 부합하도록 인구 구조 및 이용자 수요의 변화와 특징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특히 고령자의 증가, 1~2인 가구의 확대, MZ세대의 스포츠 활동 선호 등에 새로운 전략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또한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체육시설을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으로 활용해야 한다.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종목에 따라 스포츠 시설과 산업이 특화된 도시뿐만 아니라 기능 복합 및 재구조화 등의 고도화 전략을 통해 경제성장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례가 적고 노후된 대형 종합운동장도 각 시도마다 존재한다. 공공체육시설을 활용한 혁신적인 도시개발과 정책은 ‘지역명소화(landmark)’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도시 및 지역 마케팅·브랜딩 전략으로 연계해야 한다.이에 더해 기존 개별 체육시설의 활용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최근 시설유형별 활용률을 비교한 결과 생활체육관이 18.3%로 가장 높고 전문체육시설인 구기체육관 10.2%, 육상경기장은 2.4%로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 전문체육시설 기능을 유지하면서 일부 공간에 생활체육시설을 조성하거나 새로운 종목 설치를 통해 생활체육 인구를 유인함으로써 시설 활용률을 높여야 한다.아울러 지역 내 각종 자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시설의 건립은 부지 확보를 전제로 하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부족한 공공체육시설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이용이 저조하거나 미이용 상태의 유휴 공간 및 시설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공기관의 빈사무실이나 학교 등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시설과 공간에 스포츠 기능이 더해져야 한다. 가용지가 부족한 시도의 경우 관련법 간 유연한 연계를 통해 하천의 고수부지 및 하천주변 등을 공공체육시설로 활용해야 한다.특히, 공공체육시설 관리자는 관리운영비용 과다 등에 의한 재원부족, 시설·장비의 노후화, 인력부족, 전문성 등 관리운영 주체 역량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가운데 인건비 및 관리운영비용과 인력부족 문제는 실질적으로 공공체육시설 운영수지에 있어서 지속적인 적자운영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고 관리운영비를 축소시킬 수 있는 선진형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지방자치단체 공공체육시설의 만성적인 적자운영이 코로나19 장기화를 거치면서 비상이 걸렸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실태 파악과 함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녹록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도 중앙 및 지방정부의 노력으로 공공체육시설이 충분히 공급된다 할지라도 시민들이 적극 이용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비판은 면할 수 없다.결과적으로 공공체육시설은 시설의 설치 그 자체만으로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공공체육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스포츠 및 신체 활동 수요 충족에 기여하도록 운영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조직운영체제와 새로운 경영전략이 마련되었을 때 비로소 본래 목적과 기능에 충족한다 할 수 있다.

2022-07-17

인구위기의 한국

지난 11일은 세계인구의 날이다. 전 세계인구가 50억명을 넘어선 것을 기념하기 위해 1989년 유엔개발계획이 제정한 날이다. 이 날은 지구촌 인구문제에 대한 인류의 관심과 대응책 모색을 생각하는 날이다.국가 3대 구성 요소 가운데 하나인 국민은 곧 그 나라의 인구를 말한다. 인구 수의 크고 작음은 국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구가 너무 적으면 다른 나라와 비교해 경쟁력에서 밀리고 국제사회에서 발언권도 약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또 인구가 줄어들면 일할 사람이 줄고 기업이 만든 물건을 사줄 사람도 적어진다. 그래서 인구가 줄면 그 나라 경제는 종국적으로 망한다고 보는 것이 보통이다. 세계 인구는 1804년 10억명을 돌파한 이후 1999년 60억명에 이르렀다. 그동안 세계 인구는 연평균 1.2%씩 증가했다.그러나 1950년 이후 세계인구 증가는 1%대 아래로 떨어지면서 지난해는 0.82%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래도 지난해 78억명이던 세계인구는 오는 11월이면 80억명을 넘을 것이라 한다. 유엔이 발표한 ‘세계인구전망 2022’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1위권인 중국의 인구가 내년에는 인도에 자리를 내줄 것으로 전망됐다. 당초 유엔기구는 2027년쯤 인도 인구가 중국의 인구를 추월할 것으로 보았으나 그 시기가 4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우리나라는 2020년 새로 태어난 아기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데드크로스에 들어섰다. 출산율도 0.83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 세계에서 인구붕괴가 가장 빠른 나라로 손꼽힌다.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일이 인구문제다. 인구절벽에 다다른 우리의 인구위기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할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7-14

쇼맨십이 필요한 이유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윤석열 정부 들어 문재인 정부와 확연한 차이가 나는 대목이 바로 국정홍보분야가 아닌가 싶다.문 정부 초기에도 우리 경제 상황은 좋지 않았다. 특히 실업 문제가 심각했다. 문 대통령은 열심히 경제를 살리겠다며 재계인사들과 각종 회의를 열었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일자리 수석을 신설하고, 일부 유치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일자리상황판’을 청와대 사무실에 설치, 매일 챙기겠다고 공언했다. 문 정부 임기말엔 일자리 상황판이 어디로 갔는 지 말없이 사라지는 민망함이 있었지만 그 당시엔 “정부가 일자리창출에 노력하고 있구나”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는 일단 성공한 듯 보였다.이에 비해 취임 2달 남짓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고,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많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혹자는 좌파성향의 방송 언론환경이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남탓만 해선 안 된다. 필자 생각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여당이 국민들이 가장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경제·인사문제에 대해 확실히 해결하겠다는 액션이 없기 때문이다.또 하나는 대통령이 민생을 위해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데도 국민들에게는 이런 사실들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란 말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데, 아직도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등 경제부처 공무원출신 장관들에게 경제를 맡겨 놓은 줄 아는 국민들이 많다.윤석열 대통령은 14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해 민생을 살폈다고 한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다. 이건 무얼 의미하는가. 바로 대통령실 홍보전략의 부재다. 대통령이 뛰고 달리는 모습을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데는 언론의 속성을 고려한 홍보전략이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예를 들어보자. 대통령이 직접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민생을 보살피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려면 복장이나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 야전 점퍼차림에 전시체제에 걸맞는 배경음악, 특정 부서 장관에 대한 질책에 이어 뜨거운 토론 분위기…. 국무회의나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하더라도 언론의 스폿라이트를 받을 만한 헐리우드 액션 연출이 필요하다.나라살림이란 게 단편적 조치로 크게 좋아지거나, 나빠지지 않겠지만 정부가 민생을 위해 뛰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필요하다면 쇼맨십이라도 보여야 한다. 얄팍하게 남을 현혹해 그때그때의 효과만을 노리는 수완으로서 쇼맨십이 아니라 특이한 언행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그들을 즐겁게 하는 쇼맨십이라면 못할 일이 없다. 혼자 열심히 일하면 알아주겠지 하는 태도로는 안된다.대통령의 손짓 하나하나에 스팟 조명을 비추고, 현 정부에서 잘 하고 있는 현상들을 적극 알리고, 덕담하고, 칭찬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쇼가 필요하면 쇼라도 해야 한다. 그게 국정홍보요, 민심돌보기다.

2022-07-14

사람이 먼저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저의 대선 슬로건을 ‘사람이 먼저다’로 정했습니다. 이념보다, 성공보다, 권력보다, 개발보다, 성장보다, 집안보다, 학력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 만들어 보자는 거죠. 가슴이 뛰지 않습니까? 슬로건이 우리를 이끌고, 시대를 이끌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2012년 7월 15일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의 트위터에 올라있던 글이다. 정철이라는 카피라이터가 대선캠프 슬로건으로 만든 문구라는 ‘사람이 먼저다’는 인권변호사란 타이틀과 함께 문재인 정권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한 ‘사람’이란 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보통명사가 아니었다. 자기들 편이 아니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그 ‘사람’에서 배제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을 강제 북송한 사건이 다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당시 정부의 발표는 그들이 동료 어부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했으며 귀순의사에 진정성이 없어 강제 송환했다는 것인데, 법적인 측면에서나 인도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들이 탈북을 결행한 진상을 파악하려면 적어도 몇 주에서 수개월은 수사를 해야 할 일인데, 고작 2, 3일 신문을 하고 황급히 북송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정치적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북쪽에서 송환 요구를 하기도 전에 강제 북송을 통보한 것은, 몇 주 후에 열릴 한·아시아 특별정상회의에 북한의 김정은을 초청하기 위해 환심을 사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서면으로까지 귀순의사를 밝혔음에도 눈을 가리고 결박을 한 채 판문점으로 끌고 가서 북한군에 넘겨준 것은 국내법은 물론 국제법상으로도 위법의 소지가 다분한 반인륜적인 처사라는 것이 사계의 중론이다. 문재인 정권이 자행한 그런 조치의 과정 어디에도 법치나 인권에 대한 고려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더구나 그것을 한 번의 과오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해양수산부 직원이 표류 중 북한 경비정에 발견되어 사살 소각되기까지 방치하다 뒤늦게 월북몰이로 조작하는 한편, 당시 정황에 대한 기록을 삭제하는 등의 증거인멸까지 저질렀다는 사실도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사람이 먼저다’라는 가면 뒤에 사악한 반인도적인 얼굴이 숨어있는 줄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자기들 이전 정권에 대해서는 적폐청산이란 명목으로 온갖 무리한 죄명으로 먼지 털이씩 수사를 해놓고 막상 저들의 적폐가 드러나자 수사팀을 해체하는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수사를 방해하고 급기야는 법을 바꿔서 ‘검수완박’까지 자행한 사실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람들이다. 사람이 먼저라는 말 속에는 저들 편이 아닌 사람은 아예 없는 것이다.정권이 바뀌어서 이제 그 진상이 하나씩 밝혀지자 지난 정권 당사자들은 당연히 극구 부인하고 정치보복이니 검찰공화국이니 뒤집어씌우기에 혈안이지만, 인과응보요 사필귀정이란 말을 믿어보고 싶다. 사악하고 이율배반적인 무리들의 두 얼굴을 백일하에 밝히는 것만으로도 현 정권이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한 절반의 역할은 하는 것이다.

2022-07-14

더위를 이겨나가자

윤영대 수필가 잠잠해지는 듯한 코로나19의 열기가 다시 일일 확진자 4만 명 대로 확산되면서 6차 대유행을 경고하고 있다. 새로운 변형인 BA.5는 면역 회피 특성이 있어서 방역 당국도 4차 접종을 확대해 50대와 18세 이상의 기저 질환자도 포함 시켰다. 지난 5월 초, 4만 명을 기록한 후 점차 줄어들다가 2개월 만에 다시 늘어난 것이다. 매주 2배로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뚜렷해지며 입국자 격리면제와 국제선 항공편 증설이 주된 영향이라고 밝히고 유행 상황이 커지면 선별적 단계적 방역·의료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전염병 유행의 긴급한 상황에서는 국민 각자의 건강 지킴이가 필요하다.15일은 유둣날(流頭節)이다. 24절기는 아니고 삼복과 함께 세시풍습 중의 하나로 신라 때 유래 됐다.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 즉, 동쪽으로 흐르는 맑은 물에 머리 씻고 청결하게 몸을 가꾸는 물맞이 풍습인데, 액을 떨쳐 버리고 땀띠나 더위를 막고 무병장수를 빌어온 ‘물마리’ 즐거움도 이제는 잊혀져가는 듯하다. 봄철 내내 농사지으며 쌓인 피로를 풀 듯 목욕을 하고 햇밀, 햇보리로 떡을 만들고 애호박 잘게 썰어 버무려 부친 밀전병 등을 나누어 먹으며 유두잔치를 벌였고, 참외와 수박, 국수와 떡, 수단(水團) 등을 사당에 올려 ‘유듀천신’하며 한 해의 풍년을 비는 농신제를 지내기도 했다.요즘처럼 무덥고 습한 날씨에 갯가나 계곡을 찾아 폭포 물에 열기를 씻으며 코로나 확산 우려의 마음도 씻어보자. 형산강은 포항을 씻으며 동해로 흘러드는 큰 강이다. 그 강변에 깨끗한 물놀이터라도 있으면 이 유듀절에 더 좋은 놀이터가 될 터인데….이제 삼복이 시작된다. 1년 중 가장 무더운 계절의 시작인 초복은 하지 이후 세 번째 경일(庚日)이고 열흘씩 지나며 중복 말복이 되지만 올해 말복은 입추 전이 경일이라 한 칸 건너뛰는 월복(越伏)이다. 삼복은 중국 진·한 시대부터 유래 되었다는 사기(史記) 내용을 동국세시기는 전하고 있다. 그런데 복날을 영어로 ‘dog days’ 즉 ‘개의 날’이라는 것을 알고 신기했다. 우리가 복날 때 더위를 이기려고 개고기를 먹은 풍습을 어떻게 알고 있었나? 알아보니 마침 태양과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天狼星)가 같은 하늘에 떠오르는 이맘때쯤 옛 이집트 나일강은 홍수로 범람이 잦았고, 그래서 ‘시리우스의 분노’라고 하며 개를 상기한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삼복의 복(伏) 자에도 개가 사람 옆에 있는 모습이다.삼복날은 개고기를 파 넣고 끓인 보신탕과 닭을 인삼과 함께 삶은 삼계탕 등 보양식을 먹었는데, 88올림픽 이후 보신탕이 혐오식품이 되었고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의 ‘야만인’ 발언으로 논쟁이 일었고 개 식용금지가 동물보호법이나 개도살금지법 등으로 공론화되면서 줄어들고 있다.삼복, 음기가 양기에 눌려 엎드린 계절에 또 우리의 몸과 마음을 끓게 만드는 코로나 열병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으니 각자 나름대로 보양식 먹으며 건강하게 이 계절을 이겨나가야겠다.‘유둣날 비가 오면 사흘 온다’는 속담처럼 이제 장마철이 본격적으로 접어든다.

2022-07-14

책(冊)탑을 보며

거실에 책장 세 개가 모두 빈틈없다. 책꽂이 위도 앞쪽도 숨을 못 쉴 만큼 책으로 들어찼다. 딸아이 사진조차 구석으로 쏠렸다. 제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이 밀리고 구겨진다.일요일 아침 눈 뜨자마자 거실의 모든 물건을 꺼내고 책들도 바닥에 쏟아냈다. 이젠 버릴 것은 버리고 남길 것은 챙길밖에 도리가 없다. 어제도 그저께도 누군가로부터 책이 왔다. 지인이거나 낯선 사람이 쓴 수필집이 봉투째 책상에도 쌓였다. 수필잡지, 개인 수필집, 동인지, 목차를 보면 알 만한 사람들의 이름이 책의 곳곳에 박혔다. 때론 펼친 책자에 나의 이름 석 자도 종이 위에 무늬 진다.바닥에 쌓인 책들이 탑처럼 높아졌다. 묵직한 서사가 초석이 된다. 그 위에 처마의 날렵함처럼 잘 써진 글들이 감탄을 자아내며 층을 이룬다. 수필의 근간을 만들어 갈 수필들이 한 층, 한 층 높이를 만든다. 그리고 어떤 책은 풍탁이 되어 바람이 지나갈 때면 청아한 소리로 세상에 한 줄기 고운 바람이 된다. 탑 꼭대기에 이르러 당대에 이름 석 자를 논할 문장가가 쓴 글이 떡하니 차지한다.그러고 보니 각각의 수필은 모두 그 사람의 사상, 문학에 대한 열정, 그리고 평생의 철학이 글자를 통해 우러났다. 때론 흥미롭게 가끔 눈물을 머금게 하고 파안대소를 낳게 한다. 어디 그뿐이랴. 황제에서 철학자, 교수와 소설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써놓았다. 에세이는 바로 삶을 우려낸 곰국 같은 글이다.나의 이야기에서부터 부모, 형제, 친구와 스승의 이야기다. 이웃과 고객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사람들과 연결되어 주인공도 다양하다. 작고 사소한 이야기부터 큰 사상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삶의 희로애락이 그 속에서 춤을 춘다. 들판에 핀 꽃 한 송이나 길가의 은행나무나 나무 백일홍과 다르지 않을 우리의 인생이 긴 강물처럼 풀어져 흐른다.흐트러지지 않도록 빨간 노끈으로 묶어보니 결코 작은 양이 아니다. 책장 두 개 분량의 책이 나를 빤히 본다. ‘어쩔거냐고? 너 또한 세상 어느 구석진 자리 시끄러운 자리에 냄비받침처럼 쓰일 이름자 하나 갖고 있지 않느냐’고 묻는 것 같다. 오죽하면 냄비받침이란 책 제목을 내놓았을까. 세상을 꿰뚫어 본 혜안이 아닌가. 그 책은 차마 노끈으로 묶을 자신이 생기지 않는 동류의 아픔이 느껴졌다. 배문경수필가 혼자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는 사이 책탑은 쌓여가고 내려놓지도 펼치지도 못하는 작금의 사태에 커피 한잔을 마시며 창밖을 본다. 한 사람의 전 생애가 담긴 자서전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의 기막히고 답답한 사연이 녹아있다. 나의 동감 없이 서운해할 누군가의 진심 어린 마음을 나누어 가져야 하지 않을까. 비슷하지만 조금씩은 다른 훈계도 있다. 삶의 지혜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곁에 많다. 따뜻한 커피 향기 같은 내용이 한 스푼의 설탕만 넣으면 하루가 행복할 그런 수필이 나를 기다릴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책탑을 다시 바라본다.내가 저 무거운 탑을 아파트에서 땅으로 내려놓으면 경비아저씨는 부녀회와 얘기해서 종이 무게로 몇 푼에 팔 것이다. 마음의 무게는 정녕 사라지고 활자의 무게마저 무시된 채 종이의 무게만큼 금이 그어진다. 나의 책조차 누군가에 의해 쓰레기통에서 다른 쓰레기들과 함께 버려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온 생애가 녹아있다고 발문에 써놓았던 책은 김칫국물에 버무려져 빗물에 녹아 내려지고 구겨진 채, 아이쿠.책탑은 높아져 가는데 현관은 멀기만 하다. 지인의 북카페에 연락해서 무료 나눔을 하고 싶다고 했다. 차 한 잔 마시며 풍경 한 번 책 한 줄 읽으면 좋을 것 같았다. 차 트렁크에 실으며 그간 넘치도록 받은 관심에 감사하며 힘들게 책을 옮겼다. 카페 창가로 햇살이 한 줌 들어오더니 음악에 섞여 커피 향이 짙다. 커피와 어울리는 수필 한 편을 꺼내 읽어본다. 자리 때문일까. 글이 노랑나비처럼 팔랑거리며 정원에 심어진 진분홍색 송엽국과 우단동자와 수레국화 사이를 오간다.무너진 책탑의 일부분이 꽃들 사이에서 배시시 웃고 있다.

2022-07-13

여름과 생존수영

“수도꼭지를 튼다. 그때 아주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투명한 것이 주르르 떨어졌다. 나는 그걸 곰곰이 노려본다. 손으로 건드린다. 부드럽게 흘러내린다. 물이…. 젤리 같으면 좋겠다. 앗, 몰랑몰랑 쫀득쫀득. 물이 모래알처럼 차르르 쏟아진다. 죽처럼 뚝뚝 떨어진다. 못처럼 쨍그랑 떨어진다. 깜짝 놀라 수도꼭지를 잠근다. 두 손으로 붙잡고 두근두근 돌린다”어린이 과학동화 ‘물은 예쁘다’의 한 구절이다. 아이들이 물을 경험하며 느낀 점을 표현한 글로, 물의 다채로운 성질들이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으로 펼쳐진다. 초등생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자 물의 또 다른 모습이 표출됐다. 아들에게는 물이 파란색이었나보다.어렸을 때부터 아이는 유난히 물놀이를 좋아했다. 양수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물속에서 편안함과 포근함을 느낀다는 육아서적의 조언대로, 욕조 한가득 물을 받아 물놀이를 하곤 했다. 소리를 지르며 물장구 치고, 또 까르르 웃던 아이는 어느덧 생존수영을 배울 나이가 됐다. 학교에서 잎새뜨기를 배운 첫 날, 아이는 처음으로 물놀이의 공포와 재미를 동시에 느낀 듯 보였다. 온 몸에 힘을 빼고 둥둥 떠서 에너지를 최소화하며, 구조를 기다리는 잎새뜨기(생존수영의 일종). “엄마, 여름바다는 갑자기 사람을 휩쓸어간데. 그럴 때 허우적거리지 말고 이렇게 누워서 떠 있으면 된대” 이안류(빠른 속도로 해안에서 바다로 흐르는 좁은 해류) 상황에서 생존수영을 배웠는지 아이는 약간의 공포를 상상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다행히도 아직 생존수영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을 만나지는 않았다.본격적인 여름이다. 땀을 흘리고, 물놀이가 일상인 계절이다. 계곡과 바다는 물놀이 온 이들로 가득하다. 서핑과 카약, 요트, 윈드서핑 등 레저 활동을 즐기는 이들로 해수욕장은 이미 만원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구명조끼 착용법 등 수상안전에 관한 설명이 이어진다. 각종 리플렛과 안전구호들이 해수욕장 곳곳에서 눈에 띈다. 최근 5년간 어선 해상추락 사망자의 97%, 비어선 해상추락 사망자의 100%가 구명조끼 미착용이라고 한다. 어떤 형태의 물놀이든, 낚시든 ‘안전’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매년 100명 안팎의 소중한 생명이 해양사고로 세상을 등진다. 특히 요즘은 해양레저 활동의 증가로 그 위험도가 더 높아졌다.해양수산부가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올 여름 해양사고 예방 및 방지를 위해 ‘대형사고 예방을 위한 취약선박 안전관리 강화’와 ‘인명피해 유발 안전사고 및 빈발 선박사고 중점관리’, ‘여름철 위험요인(태풍)대비 대응태세 확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중 특히 눈여겨볼 것이 3번째 여름철 위험요인 대비 대응태세로, 찾아가는 해양안전체험시설 운영이다.해양수산부는 전국 각지에 위치한 물놀이 시설 6곳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해양안전체험시설’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구명조끼착용법과 구명뗏목 작동 및 탑승, 생존수영 등 배울 수 있다. 또 가상현실 체험장과 해양안전 전시관도 함께 설치돼있어 여객선 화재 사고 발생 시 비상탈출 등을 가상현실로 체험해볼 수 있다. 비상 상황 시 구명설비와 구명뗏목 내 설치된 생존용품의 위치와 용도도 알아볼 수 있다. 정현미작가 여름 휴가철 대비 여객선 특별안전점검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얼어붙었던 여행수요가 폭발하면서 여객선을 이용, 섬을 관광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2017년 1천690만 명을 육박했던 여객선 이용객은 코로나로 급감하다 최근에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안전에 만전을 더해야 하는 이유다. 이에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은 연안여객선 특별안전점검에 나서고 있다. 기관과 항해설비 등을 살펴보고 태풍발생 상황 등에 대비한다.사실 여객선은 우리에게 이중적인 함의로 다가온다. 섬을 잇는 낭만의 대명사이자 사고위험이 넘실대는 수단이다. 구명뗏목의 위치와 사용법을 면밀히 살피는 데에는 아픈 과거의 교훈도 숨어있다. 잎새뜨기를 배우면서 아이가 바다의 위험성을 체감했듯이, 각종 안전설비와 비상시 대피요령 등을 접하면서 우리 역시 조용한 공포와 마주하게 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행길에 오른다. 여객선 갑판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맞으며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난다. 바다가 주는, 물이 주는 무정형의 느낌은 미지의 설렘을 불러일으킨다. 망망대해의 압도적인 힘에 감탄하고, 동시에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 불안하다. 바다가 내어주는 품에서 마음껏 놀기만 하면 좋으련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아이는 8살 때 바다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을 갖기 시작했다. 뭐든 한없이 좋은 건 없는 모양이다. 곧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다. 한없이 즐기는 대신 ‘안전’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에게 뼛속까지 희극인 여름 휴가철이 되었으면 한다.

2022-07-13

교육은 어디로 가는가

장규열 한동대 교수 세상이 어지럽다. 공약을 지키지 않는 정치와 끝없이 힘만 드는 경제. 약속을 저버리는 정치를 어떻게 믿으며 나아지지 않는 경제에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어른도 믿을 수 없는 게 정치라면 다음세대에게 우리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어려운 게 경제라면,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무엇을 배워야 하나. 약속을 지키는 성실함과 차곡차곡 모으는 꾸준함이 민생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일까. 공약을 파기한 정치인들이 진정어린 사과나 진솔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경제현상이라고 해도 오르는 물가와 어지러운 집값은 보통사람들의 일상을 어지럽힌다.다음세대를 기르는 우리의 교육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세상모습 그대로 거짓말과 혼돈을 주입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바르고 성실하며 착하고 아름답게’ 자라도록 가르쳐야 하는 학교는 날마다 마음이 무너진다. 교실에서 이야기한 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을 매일 만나는 선생님들은 오늘도 힘들다. 학교에서 배운대로 일하지 않는 어른들을 아이들은 눈치채지 않았을까. 교육은 학교만 하는 게 아니다. 집과 동네에서 만나고 스치며 세상을 배운다. 미디어와 언론은 아이들에게도 하염없이 열려있다. 숨길 수도 없고 감춰지지도 않는다. 세상의 부끄러움과 세상의 어두운 구석은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노출되어 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과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이 전혀 딴판이라면, 그런 교육을 우리는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왜 학교에 가는 것일까.교육적 견지에서 사회적 각성이 일어야 한다. 사회적 가치가 바로 서지 않고는 정상적 교육이 불가능하다. 선동과 기만이 그득한 세상에서 성실과 정직을 가르칠 방법이 없다. 혼돈과 격동만 가득한 일상에서 안정과 평화를 이야기할 수가 없다. 꿈과 비전이 야심과 욕심으로 변질되는 세상은 정상이 아니다. 용기와 상상력이 술수와 기만으로 해석되는 가르침은 교육이 아니다. 사람을 기르는 게 교육이지만, 고르지 못한 텃밭에 온전한 교육이 설 자리는 없다. 세상을 바꾸는 게 교육이지만 교육을 잘못 이해하는 세상도 문제가 아닐까. 사람을 도구화하는 교육은 부적절하다. 교육은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야 한다.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을 키워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도록 이끌어야 한다.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 세상이 어지러워도 흔들리지 않을 용기를 가르쳐야 한다. 눈속임이 가득한 세상에 진정어린 정직함을 길러내야 한다. 서로서로 흉내나 내는 세파에 든든한 상상력을 전해주어야 한다. 다음세대의 시선이 넓은 세상을 향하도록 길러야 한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데, 우리는 좁은 우물에 갇히지는 않았을까. 세상을 등진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는 교육이 되어야 하고, 무너진 세상을 바로잡는 교육으로 일어서야 한다. 어두운 세상에 빛을 던지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비뚤어진 정치와 어지러운 세상에는 교육이 희망을 던져야 한다. 교육이 살아야 세상이 선다.

2022-07-13

인류최대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인류 최대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이 작동 이후 처음으로 관측한 우주 사진이 11일(현지시간) 공개돼 화제다. NASA가 가장 먼저 내놓은 사진은 ‘남쪽 고리 성운’이다. 약 2천 광년 떨어진 돛자리에서 죽어가는 별 주변으로 가스구름이 팽창하는 곳이다. 다음으로 공개된 우주의 신비는 춤추는 은하였다. 약 2억9천만 광년 밖 페가수스자리에 있는 ‘스테판의 오중주’(Stephan’s Quintet)를 찍은 사진이다.이 소은하군은 1877년 최초로 발견됐고, 은하 5개 중 네 개가 서로 중력으로 묶여 근접했다 멀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NASA는 별들의 요람으로 잘 알려진 용골자리 성운이 품은 ‘우주 절벽’과 아기별들의 숨 막히는 사진도 여러 장 내놓았다. 무정형의 용골자리 성운은 지구에서 약 7천600 광년 떨어져 있으며, 밤하늘에서 가장 크고 밝은 성운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성운은 태양보다 몇 배나 더 큰 대형 별의 산실로 알려져 있다. NASA는 또 웹 망원경을 통해 지구에서 1천15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 WASP-96 b의 분광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증기 형태의 물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과학계에선 웹망원경이 빅뱅 이후 초기 우주에서 별과 은하의 생성과 소멸 과정을 보여주는 모습은 물론 외계 행성에서 물의 존재를 확인하는 이미지를 포착함에 따라 우주의 탄생 및 진화와 외계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규명하는 데 큰 진전을 기대하고 있다.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우주 망원경인 웹 망원경은 작년 12월 우주로 발사됐고, 올해 2월 지구에서 약 160만㎞ 떨어진 ‘제2 라그랑주 점’(L2) 궤도에 안착했다. 우주의 신비를 밝혀줄 우주망원경에 거는 기대가 한껏 부풀어오른 요즘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7-13

윈도우 스트라이크

김규인 수필가 우리나라에서 새 800만 마리가 한 에 충돌사한다. 세계에선 6억 마리의 새가 한 해에 충돌로 죽는다. 소음을 막기 위한 거대한 유리 장벽과 크고 작은 건물의 유리창에 부딪혀 죽음을 맞는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든 각종 구조물은 마음껏 하늘을 날아야 할 새에게는 넘지 못할 장벽이다.하늘 높이 나는 비행기, 전기를 나르는 고압선과 전깃줄, 고층에서 저층에 이르는 각종 건축물의 유리창까지 어느 하나 새에게 우호적인 환경은 없다. 수천 ㎞를 날아 쉬어야 할 새는 천적과 인간의 구조물에 몸을 지키는 데도 힘이 든다. 하늘은 새의 영역이다. 먹이를 찾아 먼 길을 날아와서 새끼를 부화시켜 키우고 다시 길을 떠난다. 어미 새를 따라 늘 같은 하늘길을 따라간다. 새 중에는 어미가 앉았던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날아다니는 곤충을 잡아먹으며 그렇게 하늘을 터전으로 살아간다. 땅 위에 삶의 흔적을 남기는 사람들. 밭을 일구어 먹을 것을 얻고 불을 지펴 끼니를 때운다. 두 발로 길을 내어 집과 일터를 오간다. 야생 동물을 쫓을 때도 두 발은 땅을 딛는다. 땅에서 태어나 땅을 딛고 살다가 땅에 묻히는 것이 인간의 영역이다.하늘을 쳐다만 보던 인간이 높이 연을 날리고 별을 따려고 화살을 쏜다. 하늘로 높이 집을 올리다가 발이 땅에서 떨어진다. 인간의 욕망은 건축물의 규모를 키우고 하늘로 길을 낸다. 사람의 건축물이 높이를 더하는 날, 새와 인간의 영역이 충돌한다.새들의 영역을 침범한 것은 인간이다. 땅을 밟고 살아야 하는데 하늘을 날고 구조물을 만들며 조금씩 침범한 것이 이제는 새가 날 수 있는 공간마저 빼앗는다. 이제 인간들은 자신들의 공간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 싸움을 걸지 말고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인간의 이기적 산물인 유리창을 구별하지 못하는 저 선량한 생명체에게 무어라 사과의 말은 해야 하지 않을까. 지구의 모든 자연환경을 자기 것인 양 사용하는 이 무법자에게 신은 아무런 말이 없다. 인간의 염치만을 기대하며 기다리는지도 모른다.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이 부끄럽지도 않은지. 같은 지구를 살아가는 삶의 동반자에 대한 죽음에 한마디 말도 없는 존재가 무슨 영장이라는 엄청난 타이틀을 스스로 쓴다는 말인가. 신이 그러하듯 새들도 사람의 염치를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만하고 우리들의 공간을 같이 나누어 쓰자.인간들의 염치는 지금 새들의 죽음보다 더 처참하다. 염치를 지하 감옥에 유폐시켜 놓고는 광란의 질주를 벌인다. 얼마나 많이 죽이는지, 그것이 문명 선진국이라고 억지 주장을 펼친다. 탐욕스러운 자본주의는 오늘도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며 인간의 주머니만을 탐할 뿐 빈소조차 없는 새들의 죽음에는 애써 외면한다.감옥에 갇힌 우리들의 염치를 풀어주고 새에게도 날 수 있는 자유를 주자. 유리창을 새들이 볼 수 있게 하자. 소통하지 않는 인간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간으로 인해 너무도 많은 지구의 생명체가 힘들어한다. 지구도 이제는 인간 편이 아니다. 모두가 너무 지쳐간다.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2022-07-13

정해진 미래와 나비 효과

노승욱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며칠 전인 7월 11일은 ‘세계 인구의 날’이었다. 1987년 7월 11일에 유엔개발계획(UNDP)은 세계 인구가 50억 명을 넘자 이날을 지정해서 기념했다. 원래는 인구 증가로 인한 환경 파괴, 자원 고갈, 식량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제정했지만, 현재 선진국들은 오히려 저출산 현상을 염려하고 있다. 늘어도 고민, 줄어도 걱정인 것이 인구 문제의 딜레마이다.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작년과 재작년의 출산율은 세계 198개국 중에서 연거푸 꼴찌였다. 올해 한국인의 중위 연령은 45세로 더 높아졌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인구는 2067년에 3천900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지난달에는 필자가 살고 있는 포항시의 인구가 50만명 아래로 감소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50만 붕괴의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 포항시는 그간 총력을 다했지만 대세를 막지는 못했다. 행정 권한과 정부 지원금 등의 축소를 막기 위해서는 2년간의 유예 기간 동안 50만 인구를 회복해야 한다. 하지만 비수도권 지역이 처한 현실의 여건은 그리 녹록지 않다.인구 문제를 이야기할 때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조영태 교수가 말했던 ‘정해진 미래’라는 담론이 자주 사용된다. 이 말을 언뜻 들으면 비관적 결정론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조 교수는 자신의 저서 ‘정해진 미래’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정해진 것은 사회적 미래일 뿐, 개인의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인구는 정해진 시간표대로 진행하지만, 미래를 선택하는 개인들의 삶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최근 인구 감소로 고민에 빠진 포항시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2020년에 결혼하면서 포항 시민으로 정착한 정보라 작가의 소설집 ‘저주토끼’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로 선정된 것이다. 포항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 작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랑에 빠져서 포항에 왔는데 어느덧 포항과 사랑에 빠져 버렸네요”정보라 작가의 부커상 수상은 아쉽게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현재 정 작가는 포항에서 소재를 취한 작품을 집필해 나가고 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포항을 떠난 사람도 있지만, 정 작가처럼 포항에 이주해서 지역의 이야기를 새롭게 써 나가는 인물도 있다. 난 자리를 서운해하지 말고 든 자리를 귀하게 여기다 보면 지방의 인구 문제에 대한 해법을 의외의 장면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저출산과 고령화는 우리 사회의 정해진 미래에 속한다. 인구와 자원의 수도권 과밀화 현상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난제이다. 그런데 우리는 “포항만큼 SF에 어울리는 도시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정보라 작가의 창작 활동이 불러일으킬 나비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때로는 도시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이 지역에 대한 개인의 꿈과 열정으로부터 비롯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2-07-13

그 섬에 가고 싶다

섬, 이라고 소리 내 발음하면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면서 체온이 조금 내려간다. 한 여름 무더위와 열대야로 고생할 때 써먹기 좋은 방법이다. 섬은 나른한 꿈의 세계, 모든 생각이 평화로운 비무장지대다. 그럼에도 섬에서 나는 죄 지은 것도 없이 죄인이 된다. 수평선을 훔친 내 눈이 푸른 수의를 입고 푸르디푸른 감옥에 갇힐 때, 벗어날 수도 없고 벗어나기도 싫은 자발적 징역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섬에 가면 그냥 눌러앉고 싶어진다.나는 섬을 사랑한다. 내 몸에는 섬의 기억이 새겨져 있다. 전남 완도의 작은 마을 초평리가 엄마의 고향이다. 그러니까 섬은 일종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살면서 수많은 섬을 여행했다. 제주도, 가파도, 마라도, 지귀도, 우도, 추자도, 울릉도, 덕적도, 비진도, 사랑도, 가거도, 완도, 청산도, 보길도, 외도, 홍도, 만재도, 위도, 개야도, 녹도, 초도, 강화도, 교동도, 거금도, 식도, 금오도… 이국의 섬들도 아름다웠다. 크레타, 산토리니, 카프리, 바이칼 알혼… 그러고 보니 모두 사람이 사는 섬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섬, 무인도에는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도 아니고, 가서는 안 되는 곳이기도 하다. 섬이라는 운명이 혹 무인도 표류로 이어지진 않을까, 가끔 걱정하며 상상하곤 한다.“무인도에 간다면~”으로 시작하는 질문은 만국공통 게임일 것이다. 무인도에 간다면 꼭 가져갈 세 가지로 낚싯대, 라디오, 가족사진을 꼽는 나는 ‘현실 반 낭만 반’적인 사람 같다. 집이야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이용해 대충 만들고, 식수는 코코넛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명색이 전문 낚시인인데, 낚싯대 하나만 있으면 식량을 확보하는 건 자신 있다. 라디오는 세상 소식을 알기 위해 필요한 물건이지만, 음악을 듣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음악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가족사진은 그리움을 달래주고,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도 환기시켜줄 것이다.인터넷에 ‘무인도 가는 법’을 검색하면 인천 팔미도나 사승봉도, 실미도 관광 상품이 안내된다. 무인도도 관광지화된 것이다. 아니면 망망대해에서 표류해 기적적으로 섬에 닿는 것이 무인도에 갈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다. 둘 다 싫다. 관광 상품은 동물원에 갇힌 아프리카 코끼리를 보는 듯한 슬픔을 일으킬 것 같고, 표류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다. 어차피 갈 수 없다. 왜냐하면 무인도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들어오는 순간 유인도가 되는 무인도는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비실재의 세계다.나에게 있어 사랑이란 무인도를 무인도로 남겨두는 일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내 사랑은 혼자 하는 놀이, 혼자 앓는 열병이었다. 짝사랑의 대상에게 차마 마음을 말하지 못했다. 말하는 순간 사랑이라는 환상이 깨질까봐, 혼자 설레고 혼자 황홀한 세상이 물거품처럼 사라질까봐 그저 상상의 영역으로, 어딘가에 있다는 아름다운 섬으로 남겨두는 쪽을 택했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때로는 용기를 내 보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을 고백하면 그녀들은 멀리 떠나고, 나는 슬픔이라는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난파선, 아니 내 자신이 아무도 찾지 않는 무인도가 되었다. 사랑을 고백하지 않으면 그녀가 결코 닿을 수 없는 무인도로 영영 남고, 사랑을 고백하면 내가 무인도가 되어버리는 이상한 바다에서 청춘을 보냈다. 어느 시절에는 뜨겁게 연애하기도 했지만, 사랑이란 늘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우리를 추락시킨다. 멀리서는 평화롭고 아름답게만 보이던 섬에 막상 들어가 보면 뱀, 전갈, 독거미, 불개미가 득시글하고 뜨거운 뙤약볕에 온몸이 타들어가는 것처럼, 나에게 사랑이라는 섬은 잔혹했다.지난달에는 연평도에 농어 낚시 다녀오고, 통영 연화도에 전갱이 잡으러 갔다 오고, 며칠 전에는 제주도에 가서 한치 잔뜩 낚아 왔다. 다음주에는 고흥 나로도에 민어 잡으러 간다.이 섬에서 저 섬으로 신나게 낚시 다니다 보니 벌써 7월, 30대의 마지막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 다섯 달만 지나면 마흔이다. 정신 차리고 연애를 모색해야 할 때다. 노총각으로, 무인도로 영영 남고 싶지 않다. 내 생이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이어선 곤란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정착할 수 있는 “그 섬에 가고 싶”다.

2022-07-12

이상하고도 특별한

이상하다는 건 뭘까. 사전에선 정상적인 상태와 다르다, 또는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지식과는 달리 별나거나 색다르다는 의미를 뜻한다. 유의어로는 독특하다 괴상하다, 특이하다라는 단어들이 뒤따른다.ENA 채널 드라마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선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팩트럼을 동시에 가진 변호사 ‘우영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영우는 한번 본 것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다. 5살부터 법조문과 판례문을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달달 외우는 명석한 두뇌를 지님과 동시에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 수석 졸업, 변호사 시험은 1500점 이상의 점수를 받으며 천재의 면모를 보여준다.27살이 된 영우는 대한민국 최초의 자폐인 변호사란 타이틀을 따내며 법무법인 한바다에 인턴으로 입사한다. 하지만 대형 로펌에서 살아남기란 그리 녹록치 못하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이름은 거꾸로 읽어도, 똑바로 읽어도 우영우라 소개하며, 갑작스레 고래 이야기에 푹 빠져서 대화의 흐름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길을 가다 영우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한 발자국 옆으로 비켜서서 걸을지도 모른다. 영우는 모든 감각을 과민하게 느끼기 때문에 출근길에도 극도로 예민해져선 몸에 힘을 잔뜩 준채로 어색하게 걷는다. 회사에 도착해선 회전문을 통과하지 못해 문 앞에서 서성인다. 어렵사리 회사 건물에 들어가도 자폐 스펙트럼 증상 중 하나인 반향어(상대방의 말을 따라하는 행위)를 사용하여 주위 사람을 난처하게 한다.영우를 가장 위기로 몰아넣는 건 사람들의 시선이다. 일하는 변호사가 아닌, 자폐를 가진 사람으로 많은 이들이 지나치게 영우를 배려하거나, 반대로 무시 하거나, 정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변론을 하지 말아달라는 편견과 멸시를 묵묵히 받아들여야 한다.하지만 영우는 본인의 한계를 인지하고 있는 동시에 자신만의 특별한 능력 또한 잘 알고 있다. 누군가는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라 단정 지으며 사건을 그간의 규칙에 맞춰 해결하려하지만, 영우는 그렇지 않다. 정형화된 틀이나 선입견이 영우에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건을 다르게 해석하고 결정적인 핵심 키를 찾아 불리한 위기를 유리한 기회로 가볍게 뒤집는다.장애에 대한 시선은 영우에게만 주목되지 않는다. 1화에선 노년 여성이 등장하고 2화에선 성소수자, 3화에선 영우와 같은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지만, 지능이 높지 않은 김정훈이 등장한다. 영우는 세상의 바깥에 밀려난 이들을 같은 시선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려 집요하게 애쓴다. 그 과정에서 세상의 많은 이들이 장애를 다루는 태도나 인식이 너무나 미흡함을 극명히 보여준다.‘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지난 6월 29일 수요일에 시작했으며, 스카이TV가 운영하는 ENA 채널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에 따르면 1회엔 0.9%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2회에선 1.8%, 3회에선 4.0%, 그리고 4회만에 5.2%라는 이례적인 상승세를 보여주었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드라마가 뜨겁게 주목받으면서 많은 이들이 영우에게서 위안을 느낀다고 한다. 거듭되는 차별과 실패로 위기를 마주해도 영우는 엉뚱하고 유쾌하게 정의된 규칙과 틀을 마구 깨부순다. 그 과정이 과장되었다거나 억지스럽지 않다. 섬세하고 씩씩하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그간 영우를 편견으로 바라보았던 주변 인물들과 시청자까지 자신의 편으로 이해시킨다.나와 다름을 인지하고 이해하려는 데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간 내가 갖고 있던 지식과 선입견을 모조리 벗어나서 대상을 있는 그대로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며 장애는 무조건 보호하고 연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들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무작정 선의를 내보이는 건 오히려 무심히 상처를 줄 수 있단 걸 깨달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최선은 장애를 가진 이들을 이상한, 남다른, 독특한, 이라는 프레임 안에 가두지 않고 동등한 위치에서 바라보는 것이다.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며,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깊이 공감할 때에 세상은 아주 조금씩 변화하여 단단해진다. 이러한 드라마를 마주하면 크게 안심이 된다.

2022-07-12

국민의힘 중진, 지금 세몰이할 때인가

심충택 논설위원 요즘 국민의힘 원내모습을 보면 이준석 대표를 쫓아내고 즐기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 대표 지지자 입장에서는 집권여당에 등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다는 당 중진들이 이 대표가 그동안 얻어놓은 민심이 돌아서는데 대해 아무 감각이 없는 것 같다.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지난 주 이 대표가 당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 조치를 당한 바로 이튿날 대대적인 지지자 모임을 가졌다. 윤 대통령의 왼쪽팔이라는 그가 야유회를 하면서 전하려는 메시지는 도대체 무엇일까. 장 의원은 윤 대통령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하면서 ‘반(反)이준석’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여원산악회’가 2년 7개월 만에 다시 출발했다. 1천100여 회원이 버스 23대에 나눠 타고 경남 함양 농월정으로 향했다”는 글을 올리며, 세력과시를 했다. 남녀 회원들과 포옹하며 어깨동무하는 사진도 올렸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당·정 모두 시름에 빠져 있는 상황을 뻔히 알면서 야유회 장면을 중계라도 하듯 스스로 홍보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안철수 의원도 이 대표 중징계 직후 기다렸다는 듯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여당에 입당한 후 어제(12일) 처음으로 토론모임을 주최하기도 했다. 이 토론회는 차기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본격적인 세 결집에 나서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이 대표 중징계 직후의 장제원·안철수 의원 행보는 배현진 최고위원 등 일부 ‘친윤계’ 의원들의 신중한 모습과 대조된다. 배 의원은 “당내 문제로 인해 정부 운영의 동력을 드리지 못하고 오히려 많은 걱정을 끼쳤다는 것에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 송구하다”며 자세를 낮췄다. 공감이 가는 태도다.지금 윤 대통령은 여당의 내분과 경제침체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며 위기에 빠진 상태다. 그제(11일)는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천5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7.0%,‘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7.0%로 나왔다. 특히 대구·경북(9.6%p)과 20대(12.9%p)의 지지율 하락 폭이 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이러한 위급한 상황속에서도, 명색이 대통령 측근이라는 당 중진들이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지는 일에 바빠 국민여론을 무시하는 행위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지금 집권여당 구성원 모두는 2년후로 다가온 총선승리를 위해 당의 혁신과 외연확장에 집중할 때다. 국민의힘 지지자들 중 상당수는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의 1등공신인 이준석 대표가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은 것에 대해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 적어도 새 정부와 국민의힘 미래를 걱정하는 당 중진이라면 민심을 정확하게 읽고 진중하게 처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2022-07-12

대구시 시차출퇴근제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하면서 내놓은 각종 개혁조치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치가 높다,대구시 산하 공공기관의 통폐합이나 대구시 조직의 슬림화, 전문직 인사의 중용 등은 과거 민선 때와는 다른 혁신책이란 점에서 특별히 주목을 끌고 있다. 대구시민들도 이런 개혁조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쇠퇴일로에 있는 대구경제가 획기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홍 시장의 개혁조치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대구시 공무원의 시차출퇴근제다. 홍 시장은 대구시 공무원이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를 준수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도록 권장했다.유연근무제의 일환인 시차출퇴근제 시행으로 대구시 직원들은 앞으로 오전 7시에서 오전 10시 사이 출근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특히 어린 자녀를 둔 직원의 육아문제가 시차출퇴근제 도입으로 많은 도움이 될 거란 소식이다. 홍 시장 본인도 오전 10시 출근, 오후 7시 퇴근으로 시차출퇴근제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또 대구시 공무원의 불필요한 야근과 휴일근무도 없애겠다는 방침을 밝혀 무작정 일만하는 공직사회의 분위기 쇄신에 변화가 일 전망이다.공직사회에 유연근무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경직된 조직문화 등 여러가지 이유로 그동안 실제 활용률은 매우 낮았다. 대구시의 시차출퇴근제 활용률은 3% 수준이다. 홍 시장은 제도 도입을 계기로 이를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하니 공직사회로 봐선 가히 파격적 조치라 할 수 있다.대구시의 이번 조치에 타 지자체의 관심도 높다고 한다. 시차출퇴근제도 워라벨 문화의 한 영역이라 보면 큰 변화의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7-12

정리정돈이 중요하다

조현태 수필가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는 중에 ‘부자가 되는 방법’이 화제가 되었다. 한 선배가 조금은 엉뚱하다 싶은 방법을 제시했다. ‘부자가 되려면 정리정돈을 잘 해야 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니까 돈을 많이 모으려면 돈이 차곡차곡 쌓여있어야 한단다. 즉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는 돈은 정리가 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그것이 현금이든 주식이든 또는 사업이든 직장 업무이든.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닌 듯했다.현금이나 주식은 적재적소에 명료하게 사용되어야 하고, 개인사업은 빈틈없는 설계와 함께 야무지게 관리할 수 있도록 정돈할 필요가 있다. 직장 업무도 마찬가지다. 한 직원이 맡은 일이 까다롭고 복잡할수록 순서와 절차가 반드시 필요할 터이다. 그래야 업무를 처리해 나가는데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될 것이요, 업무처리가 완벽할수록 능력이 인정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한 걸음 더 나아가서 보면 명예나 권력이나 예술에 이르기까지 정리정돈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명예’가 포함되는 문구를 보면 명예를 높이다, - 더럽히다, - 되찾다, - 실추시키다, - 얻다, - 지키다, - 훼손하다, - 걸다, - 빛내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동사형으로 표현되는 주체가 ‘명예’라고 보면 어떤 행동 여하에 따라 모두 달라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정돈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주어의 가치가 결정된다 하겠다.권력이 무엇인가.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을 ‘권력’이라 한다. 특히 국가나 정부가 국민에 대하여 지닌 강제력이기도 하다. 이 또한 정돈되지 아니한 국민에게는 그 가치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민중이 권력을 인정하고 수용하려면 정리정돈이 얼마나 잘 되었는지에 따라 권력을 인정한다.마찬가지로 스포츠니 문화니 예술 등도 예외는 아닐 성 싶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 및 그 작품이 예술이다. 작품에 대하여 훌륭하다며 감동하고 칭찬한들 정돈되지 아니한 수용 앞에는 별 가치가 없다. 감동과 칭찬이 뒤죽박죽이라면 온전한 예술이라 할 수 없지 않은가.돈도 명예도 권력도 백사장에 묻힌 동전만큼 찾기가 어렵지만 그것을 지키고 유지하기도 얻기만큼 힘들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키지 못하고 깡그리 잃어버리는 순간을 맞는 것은 왜인가. 당사자 스스로 정돈된 상태라고 착각하는 순간, 주변도 함께 정리된 줄로 한 번 더 착각하기 때문이다. 주변과 자신 사이에 정리정돈이 되지 못한 탓이다.예컨대 이인삼각 경주를 생각해보자.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되어야 올바른 달리기를 할 수 있다. 제각기 판단하여 옳다고 여기는 대로 행동하면 반드시 함께 넘어진다. 그러므로 구경꾼도 경주자와 일치하게 구령을 외쳐주고 다함께 뛰는 마음으로 응원한다. 그래야 목표점까지 완주할 수 있다. 발목을 묶은 두 선수는 물론이요 응원하고 진행하는 모든 사람들의 맡은 바를 잘 수행하는 그것도 정리정돈이라 할 수 있다.개인이든 국가든 지구촌이든 올바르고 아름답게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리정돈을 잘 하자고 권하고 싶다.

2022-07-12

이상한가요?

이재현 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버스를 기다리다가 /‘병신인가 베’하며 쳐다보는 눈길이 / 부담스러운 날은 / 길 위에 돌부리가 / 무진히도 많이 솟아났다 // 보이는 것은 / 어느 하나 다를 게 없다 / 세상이란 다 이런 건가 보다 / 눈멀고 귀먹어 살면 그만인 것을”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최명숙 시인의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들은 절로 떠난다’(미리내, 2001)에 수록된 시 ‘희망’의 첫 2연이다. 뭔가 ‘나’와는 다른 모습, 어쩔 수 없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움직임에 던져지는 타인의 시선에 시인은 눈을 떨궈 길 위에 솟아오른 돌부리를 본다. 일상적으로 오가는 길에 돌부리가 비 온 뒤 죽순처럼 갑자기 많이 솟아오를 일이 어디 있을까마는 자신을 쳐다보는 눈길이 ‘유난히’ 더 부담스럽게 느껴진 날이어서 그랬을 것이다.우리가 무심결에 힐끗 바라보는 눈길이, 비하한다는 생각 없이 함부로 던지는 말이 장애를 가진 이에게는 걸려 넘어지는 돌부리도 되고, 가슴 깊이 꽂히는 화살이 될 수도 있다. 안 보고 안 들으면 그만이겠지만, 보이고 들리는 것을 어떻게 할까. 눈멀고 귀먹어 살자고 장애 가진 이 스스로를 체념하게 만든다면 그것 또한 말 없는 폭언이요, 행동 없는 폭행이 아닐까?UN은 1981년에 세계 장애인의 해를 선포하고, 1992년 12월 3일부터 공식적으로 세계 장애인의 날을 시행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81년 4월 20일에 제1회 장애인의 날 행사를 열고, 10년 뒤인 1991년 4월 20일에 장애인의 날을 법정 기념일로 지정하였다. 장애인의 날이 생긴 지 40년, 법정 기념일로 지정된 지 30년이 지났다. 사람으로 치면 기초가 세워지고 홀로 설 수 있게 된다는 이립(而立)이 지나고, 흔들리지 않고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不惑)도 지난 것이다. 그러나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도, 장애자를 돌보고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도 아직 제대로 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최근 장애인이 연기자로 등장하고, 장애인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tvN 채널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방영한 ‘우리들의 블루스’에는 한지민 씨가 연기한 영옥의 쌍둥이 언니 영희의 역할을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캐리커처 작가이자 배우인 정은혜 씨가 맡아 연기했다.ENA 채널과 넷플릭스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가 주인공이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태국, 대만, 일본, 베트남,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7월 9일 기준으로 넷플릭스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장애인이 주인공인 ‘아이 엠 샘’, ‘포레스트 검프’, ‘레인맨’, ‘나의 왼발’ 등의 외국 영화와 ‘말아톤’과 같은 한국 영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장애인이 주인공이면서 더욱이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TV 드라마는 이 작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별개로 하고 이러한 드라마 또는 영화를 통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장애인들에게 돌부리나 화살이 아닌 쪽으로 한 걸음씩 더 나아가게 되기를 바란다.

2022-07-12

지구온난화와 빙하 블러드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기후변화로 인한 이변이 지구 전역에 벌어지고 있다. 눈부시게 하얘야 할 알프스의 만년설이 마치 피를 흘린 것처럼 붉은색으로 변하는 ‘빙하블러드’ 현상이 대표적이다.최근 이탈리아의 알프스 돌로미티 최고봉에서 빙하가 무너져내려 등반객 수십 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는 참사가 일어난 것도 이 현상과 관련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새하얀 만년설이 1년 내내 쌓여있던 알프스 산꼭대기 눈밭 수 킬로미터가 붉게 변해 마치 피가 흩뿌려진 것 같다고 한다. 프랑스 연구진은 빙하 블러드 현상의 원인으로 미세조류의 증식을 꼽았다. 연구진은 알프스 지역에서 눈과 흙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바다나 호수처럼 눈 속에서도 산구아나 등 특정 미세조류의 존재를 확인했다. 미세조류가 크게 번성한 이유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와 대기오염물질 유입 등으로 분석됐다. 알프스에서 발견된 미세조류는 붉은색인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를 갖고 있는데, 강한 햇빛, 특히 자외선으로부터 미세조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즉, 빙하 블러드는 스스로를 지키려는 미세조류의 생존 본능인 셈이다. 미세조류는 근본적으로 녹색이지만, 붉은 색소를 방패삼아 뒤에 숨어 있다. 문제는 빙하 블러드 현상이 기후변화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하얀 눈밭은 햇빛을 많이 반사하는데, 붉어진 눈밭은 햇빛을 덜 반사하기에 빙하가 더 빨리 녹게 되기 때문이다. 빙하 블러드는 이산화탄소 증가라는 기후변화의 결과물인 동시에 기후변화를 더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지구촌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전 세계인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7-11

나 하나 꽃 피어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우리는 거대하고 조직화된 정치문화에 압도되어 흔히 ‘나’의 능력과 존재가치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무력증(無力症)에 걸려 신민화(臣民化)된 시민은 주권자의 힘과 그 역할을 평가절하 한다. 권력의 오만과 독선을 내가 막을 수는 없으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적 팬덤(fandom)들의 광신적 행태를 내가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한다.과연 그럴까? 시인 조동화는 “나 하나 꽃피어/풀밭이 달라지겠냐고/말하지 말아라/네가 꽃피고/나도 꽃 피면/결국 풀밭이 온통/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시인은 ‘나 하나의 힘’이 매우 중요하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 비록 나의 희망이 작고 보잘 것 없을지라도 그것이 너의 희망과 만나서 마침내 우리 모두의 희망이 될 때 풀밭은 꽃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이처럼 ‘나 하나’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나 하나’가 선구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대한 철학자·정치가·과학자들은 모두가 선견지명(先見之明)을 가지고 외롭고 힘든 길은 걸어온 선구자들이다. 소크라테스는 정의와 진리를 지키기 위해 독배(毒杯)를 마셨고, 링컨은 남북전쟁을 치르면서까지 국론분열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냈으며, 코페르니쿠스는 잘못된 우주관과 세계관을 완전히 변혁시켰다. 오늘의 이성사회(理性社會)는 이 같은 선각자들의 희생과 노력의 대가로 피어난 꽃이다.‘제주올레’ 이사장 서명숙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영감을 얻어 고향 제주에서 ‘치유의 길’을 열기 시작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올레길이 완성되자 도보여행자들은 열광했다.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제주올레를 벤치마킹하여 둘레길·해파랑길·누리길·갈맷길·바래길·생태문화길 등 600여개의 걷기여행길을 조성했고, 제주올레는 일본과 몽골에 수출까지 하였다. 한 사람의 새로운 발상과 노력이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에게도 얼마나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반면에 많은 사람들의 익명성 뒤에 숨어서 ‘나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하는 ‘도덕적 해이’는 개인의 능력을 떨어뜨리는 이른바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를 초래한다. 공동체에 무임승차하려는 이기주의자들은 자신의 의무와 책임은 소홀히 하고 자유와 권리만 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 팬데믹(pandemic)상황에서 ‘나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하는 이기적 행동이 집단감염의 확산을 초래했음을 분명히 경험했다.이처럼 ‘나 하나’의 존재는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달라진다. 세상의 모든 변화는 ‘작은 하나’에서부터 비롯된다. 그 ‘작은 하나’는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이라고 갈파한 석가처럼 위대한 선구자가 될 수 있다. 풀밭을 꽃밭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것도 한 사람의 선구적 노력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하나가 ‘바로 나’라면 더욱 기쁘지 않겠는가?

2022-07-11

옛 자취를 돌보는 아름다운 손길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모처럼만에 내연산 계곡을 찾았다. 녹음이 깃들고 흐르는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리는 골짜기가 싱그럽기만 하다. 이른 아침부터 보경사를 찾거나 계곡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많은 걸 보니 확연히 일상의 리듬이 되살아난 듯하다. 코로나19에 억눌린 답답함을 바람 결에 날려 보내고 얼룩진 마음을 청아한 계류(溪流)에 씻어내려는 듯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사뭇 밝게만 보인다.경북 3경의 하나로 꼽히는 내연산에는 약 14km에 이르는 기암절벽의 골짜기를 따라 다양한 형태의 12개 폭포가 줄지어 있는 아름다운 갑천계곡이 있다. 연산폭포나 상생폭포 등은 협곡 사이로 물줄기가 나는 듯 떨어지는 비경으로 겸재 정선이 그린 ‘내연삼용추도’의 배경이 되기도 했었고, 천년 고찰인 보경사에는 원진국사비 등의 보물이 있는 등 자연경관과 역사, 문화재의 보고이기도 하다. 또한 계곡 곳곳에는 사연이 깃든 옛 자취들이 또 다른 보물처럼 남아있어서 흥미로움을 더해준다. 보경사 앞을 지나 상가 쪽으로 흐르는 중산보(中山洑)가 400여년 전에 설치되고 보수한 공덕을 기린 송덕비가 길섶에서 반기고, 내연산을 지키는 남녀 산신을 모신 ‘내연산 산왕대신지위’ ‘고모당신지위’ 비석이 제단과 함께 조성돼 있는가 하면, 깎아지른 바위굴의 협암수로(挾巖修路) 유공비 등이 한적한 옛길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있다.관심을 갖고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거나 모르고 지낼 수밖에 없는 옛 자취에 유독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고 가꿔 나가는 손길들이 아름답기만 하다. 사라져가고 잊혀져가는 문화재나 유적, 유산을 소중하게 보호하고 돌보는 것은 제대로 된 역사인식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애써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선조들의 얼과 삶을 반추하고 역사와 문화재에 대한 지식과 사유의 폭을 넓히며 답사와 학습, 돌봄과 보전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문화재를 사랑하는 ‘포스코 문화재돌봄봉사단(약칭 포문돌)’이 그들이다.포문돌은 포항시 지정 및 비지정 문화재 등의 문화재를 보존하여 포항시의 역사와 전통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계승하기 위해 2020년 5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문화재 가치, 문화의식 함양 교육, 주변 환경정화 활동 등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이 방치, 열화, 훼손되지 않도록 유지, 보존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만해도 장기면 마현리 장사랑훈도이눌공 사적비의 이정표와 안내해설판 설치, 석곡선생 묘소 이정표 보수, 칠포리 암각화군 주변 수목정리와 해설판 설치 등의 두드러진 활동을 전개했었다.옛것을 소중히 여겨 성의껏 돌보는 것은 단순히 문화재라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옛 자취를 보듬는 손길에는 옛것을 본받고 배워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근본을 잃지 않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마음이 배여 있을 것이다. 우리의 문화유산을 제대로 알고 알리며 보존의 가치를 높여 나가는 의미 있는 행보에 박수를 보내며,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하기를 짐짓 기대해본다.

2022-07-11

기업과 삶의 절대 악(惡), 낭비(Waste)

장광일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명은 최초의 심장박동으로 시작되며 마지막 박동으로 끝난다”라고 하였다. 사람의 심장은 태어나자마자 쉼없이 뛰고, 심장이 멈추면 죽게 되는 현상을 말한 것이다.필자는 20여 년 전 심장의 소중함을 알았고, 인생의 소중함을 배웠다.그리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낭비 없는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인생을 살 수 있을까?’라고 말이다.답은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의 말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부족한 자원은 시간이다 시간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하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라고 말하였다.시간 관리가 답이라고 본다. “세상에서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나이밖에 없다”는 말이 있듯이 성공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나에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여 낭비되는 시간이 없어야 하겠다.어떤 회사 화장실에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휴지 한 장이면 충분, 두 장이면 많다. 세 장이면 낭비다. 네 장이면 범죄(犯罪)다.’ 즉 낭비와 반대가 되는 단어인 절약을 강조하였는데 낭비 = 범죄라는 수식어로 조물주가 선물해 준 모든 것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라는 멋진 말이다.인생살이에는 많은 낭비 요소가 있다. 어떻게 낭비 요소를 파악하고, 제거할 수 있는지가 성공한 삶, 행복한 삶을 가져다 주리라 믿는다.많은 기업에서 낭비제거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TPS 창시자 오노 다이이치는 “낭비는 비즈니스적인 손실 그 이상으로 사회에 대한 범죄이다”라고 하였다. 이처럼 기업에서는 낭비를 절대 악(惡)이라고 인식하고 그 낭비를 찾아 없애야 한다. 낭비를 없애면 부가가치 있는 일이 늘어나 일등 기업을 만들 수 있다.기업에 있어서 낭비는 고객의 입장에서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 모든 활동이다. 즉, 낭비란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할 때 이에 대해 가치를 더하지 않는 추가로 소비되는 시간, 노동, 자재 등을 의미하며, 원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된다.수십 년간 ‘낭비 없는 포항제철소’라는 슬로건으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이끌어 온 포스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조직별 업무의 특성과 필요에 따라 포스코의 8대 낭비유형을 정의하고 선택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철강업의 8대 낭비는 대기, 설비, 자원, 에너지, 공정, 품질, 재고, 운반에서 발생되는 낭비이다. 이런 낭비제거 활동을 통해 제조원가는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영업 이익은 증가되어 성과를 이루었다.낭비를 뿌리채 없애려면 직원들이 개선 혼(魂)으로 무장해야 하는데 개선 혼이란, 알려면 철저히 알아야 하고 알았으면 즉시 실행하고 한번 개선된 것은 절대 원위치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낭비를 보는 눈을 키우고 내 일 속에서 낭비를 찾아 없앰으로써 가치 있는 일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꼭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함으로써 일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인간존중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2022-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