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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온다

등록일 2023-02-05 17:59 게재일 2023-02-0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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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만 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이원만 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봄은 꽃을 많이 보라고 봄이다. ‘솟아오른다’는 뜻을 가진 ‘spring‘이라는 단어처럼 사방에서 생명의 기운이 솟아오르는 것을 많이 보라고 봄이다.

계곡의 얼음이 녹으면서 졸졸 소리를 내며 다시 흐르고 뭔가 지구의 보일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나면서 식물들이 싹을 틔우고 동물들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천지의 생기 가득함을 보라고 봄이다. 그것을 보면서 사람도 그 기운으로 한 해를 시작하자고 봄이다.

올 해의 봄은 우크라이나에 가장 먼저 찾아가면 좋겠다. 미사일 대신 종전이라는 소식을 물고 새들이 다시 찾아갔으면 좋겠다. 기후혼란도 감당하기 힘든데 집이 파괴되고 전기와 물이 끊겼다.

최대의 밀 곡창지대인 들판은 봄을 맞을 준비가 돼 있는데 씨를 뿌리지 못하고 있다. 봄이 가장 먼저 찾아가야 할 곳이다. 새들이 다시 찾아와 둥지를 짓는 것을 보고 파괴된 집을 다시 짓고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웃음을 되찾고 녹아서 다시 흐르는 강처럼 수도가 전기가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다시 봄처럼 찾아왔으면 좋겠다.

에너지 가격이 치솟아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견디는 이웃들이 많다. 난방비를 제대로 보조해서 겨울의 끝자락을 견뎌내고 봄을 맞았으면 좋겠다. 한시가 급한 탄소제로라는 인류의 목표는 전쟁 앞에서 점점 사라지는 구호가 되었다.

재생에너지의 강국이라는 독일이 석탄을 사용한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기후혼란’에 대응하는 ‘지구의 봄’은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전쟁이 끝나고 그 전쟁으로 이익을 본 철면피들이 드러나 지구의 봄을 빼앗아간 그들의 탐욕에 재갈을 물렸으면 좋겠다.

롱 코로나 팬데믹의 긴 터널을 벗어나 마스크를 벗는 일상이 허락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지 않고 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인생의 역사’에서 읽은 어느 일본시인이 쓴 시 구절이 생각난다. 입을 가리고, 코를 가리고, 세상에서 나를 가리지 않을 만큼만, 간단한 자살을 하자.

아이들은 코로나 펜데믹의 기간 동안 ‘간단한 자살’을 경험했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거리에 차가 없는 풍경을 보았고, 학교를 가지 못했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랑의 온기가 식어버리는 것을 몸소 체험하였다. 마스크를 벗은 친구의 얼굴을 보고는 누군지 헷갈려하고 마스크를 끼면 바로 알아보는 이상한 감각의 소유자들이 되었다.

어렵사리 영상으로 공부도 하고 책도 보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친구들과 휴대폰으로 거리두기 대화를 하고 있으면 ‘휴대폰 좀 그만하고 공부하라’고 한다. ‘기, 승, 전, 공부’의 공식은 코로나에도 강력한 면역력을 가졌다는 것을 아이들은 알았다.

코로나시기에 세탁하는 방법과 양말과 팬티를 제대로 개는 것을 배우고, 요리도 배우고, 산책을 하면서 동네의 골목골목도 알고, 어떤 나무들이 새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를 배웠다는 몇몇 친구들의 이야기는 공상소설 같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무방비로 롱 코로나의 우울증에 노출되었다.

가족 이외의 타자를 만날 길이 막혀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지 불안해한다. 모든 것에서 ‘거리두기’를 했으니 당연하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조심操心’이라는 단어가 ‘손으로 새를 잡은 마음’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거리두기를 하지 않고 ‘마음 두기’를 했으면 한다. 조심조심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봄이 되기를 바란다.

봄이 왔는데도 봄을 느낄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이대로 가난하게 살다가 죽는 일이 삶이라면 뭐 별거 있나 나 혼자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살다가 싫증이 나면 죽는 거지”

젊은이들에게는 졸업을 해도 인생의 봄은 오지 않는다. 코로나이전부터 그랬다. 세상이 봄이 아니라면 봄을 만들어야 한다. ‘절망은 왜 대량생산되어서 공급이 줄지 않는 것일까?’ 주저앉지 말고 분노를 조절하지 말고 조준해야 한다. 봄은 그렇게 만들어서라도 맞이해야 한다.

춥다. 새벽에 일어나 보일러의 온도를 높이려다가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더 춥다. 솟아오르는 것이 새싹이고 꽃이고 활기찬 새들을 바라보는 봄이었으면 좋겠는데 온통 얇은 지갑을 노리며 스프링처럼 솟아오르는 물가소식만 가득하니 세상의 봄은 오기나 할까?

그래도 산길을 걸으면 여지없이 봄이 오고 있다. 여린 연두 빛의 잎을 내미는 가지들, 벌써 꽃을 내민 매화들이 있다. 왠지 모르게 날아가는 새들의 날개짓이 활기차 보인다. 새들이 활발하게 날아다닌다는 것은 다른 동물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가 혹독한 겨울에 주눅 들어 있는 사이에도 자연은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봄기운을 찾아 세상의 봄날을 준비하는 기운으로 쓰자. 봄이다. 꽃피는 것을 보라고 우리 옛 분들이 이름 붙여준 봄이다.

봄은 온다. 태양은 지구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의 삶도 그렇게 뭔가 따뜻한 것이 가까워지는 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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