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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MZ세대에서 베이비붐 세대로

김규인수필가 “필요 없는 것을 왜 사?”제주에 사는 딸아이가 장 보러 가서 하는 말이다. 딸아이의 살림살이는 간단하다. 가구고 생필품이고 필요한 것만 산다. 그래서인지 필요한 것만 갖춘 아이의 단출한 살림살이와 수십 년 묵어 창고마다 가득한 나의 것은 비교가 된다. 밀레니얼(M) 세대인 딸아이는 컴퓨터에 익숙하다. 놀이기구를 즐겨 타고 혼자 해외여행을 떠나고 활동적으로 취미생활하고 책을 읽고 글도 쓴다.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고 남에게 피해 주는 일을 싫어하고, 공정하지 못한 일에는 생각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SNS를 즐겨하고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산다.세컨슈머는 ‘제2의(second)’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다. 현재의 편리함보다는 지속 가능한 삶에 초점을 맞추는 소비자를 뜻한다. 소유보다는 공유에 관심이 많고 중고 거래로 저렴하게 물건을 산다. 중고 물건을 거래하는 당근이나 중고나라의 성장을 이끄는 것도 MZ세대가 중심이 된 세컨슈머다. 투자에도 관심이 많아 중고 거래를 통해 재테크를 한다. 불필요한 물건은 버리지 않고 내다 판다. 포장한 빈 박스도 팔 것을 염두에 두고 모아 둔다. 싸게 물건을 구매하여 중고 거래 플랫폼에 올려 되파는 리셀이 성행한다. 그들의 영향으로 중고 거래 시장을 이용하는 연령층도 어린 학생들에서 60대 이상으로 그 폭이 넓어진다.코로나19로 일회용품의 사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일회용품 배달을 위해 택배가 활성화된다. 늘어난 쓰레기는 연료로 쓰는 것은 태우고 나머지는 쓰레기 매립지를 메운다. 재활용 비중은 너무나 낮다. 쓰레기가 냇가를 덮고 강을 덮더니 태평양 한가운데에 플라스틱 섬을 이룬다. 사람의 손만 닿으면 자연은 어김없이 파괴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쓰레기 산이 국토를 잠식하고 있다. 매년 쏟아지는 쓰레기를 받아내느라 악취를 풍기면서도 사람들의 요구에 자연은 말없이 따른다. 이제는 자연 보전을 위한 사람들의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활동도 늘어난다.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이 그러하고 스킨 스쿠버들의 수중 정화와 집 주위를 청소하는 착한 비질이 그러하고 자신의 쓰레기는 되가져오는 작은 손길이 늘어난다. 게다가 세계적인 비영리 환경보전기관(WWF) 활동은 활발하다.누군가는 이러한 노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끌어주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의견을 모으고 건강한 환경보호 정책을 실행하고 언론은 부족한 부분을 계속 긁으며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은 환경보호에 동참하며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 자가용을 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물을 아껴 쓰고 요리할 때는 뚜껑을 닫고 육식보다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한다.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는 반납하고 중고나 재활용품의 사용을 폭넓게 늘려야 한다. MZ세대에서 시작한 작은 실천이 X세대를 거쳐 베이비붐 세대로 지속 가능한 활동으로 이어가야 한다.

2022-05-18

교육과 폭력이 한 자리에 있다니!

장규열 한동대 교수 학교에는 늘 폭력이 넘실거렸다. 선후배 질서를 잡겠다는 선배들의 주먹은 공포 그 자체였다. 불량기로 가득한 폭력집단들이 학교 안에 도사리고 있었다.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학교폭력이 넘실대는 가운데 학교는 언제나 위기의 연속이었다. 동급생이 폭력배가 되고 교실 안팎이 격투장이 되는 학교에서 온당한 교육은 불가능하였다. 폭력도 일상이려니 받아들이는 학교는 배움보다 공포로 가득하였다.그런 세상이 달라졌는가 했더니, 학교폭력은 아직도 위세를 부리며 우리 곁에 똬리를 튼다. 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디지털 세상에서 만나는 사이버폭력은 지능적인 강도가 오히려 높아 피해학생들의 고통이 극심하다. 정신적으로 가해지는 언어폭력과 집단광기가 춤을 추는 조직폭력마저 교육현장을 어지럽힌다.학교폭력은 당하는 피해자에게 평생을 두고 고통과 여파의 그늘을 남긴다. 가해자는 가맣게 잊어버린 기억을 피해자는 생생하게 간직하며 힘들게 지낸다. 충격과 억압의 경험은 남들을 향한 보복행태를 빚어 사회적 악영향으로 번지기도 한다. 장난으로 시작하여 거대폭력으로 이어졌던 도미노현상이 학교폭력에서 비롯되었다는 기사도 보지 않았던가. 피해자들의 건강한 일상을 회복하고 가해행태는 뿌리부터 막아내는 사회적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학교다운 학교가 세워지기 위하여 학교폭력부터 제거해야 한다. 연예계와 체육계에 번지는 ‘학폭미투’는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학교폭력의 뼈저린 뒷모습을 보여준다. 수도권 문화계와 지역의 관련단체들이 ‘학교폭력방지를 위한 캠페인’에 나서기도 한다.피해자들과 가족들을 위로하고 회복을 돕는 이들이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를 만들었다. 지역에서 보다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을 펼치기 위해 ‘포항경북센터’가 문을 연다고 한다. ‘우리아이행복프로젝트 지역센터’로 포항에 터를 잡아 학교폭력의 어두움을 거두어 내고 평화로운 학교를 가꾸어가도록 마음을 모은다. 지역의 대학생들로 구성한 ‘멘토들’이 피해학생들을 손수 만나서 함께 어려움을 걷어낸다. 가족들이 함께 겪는 답답함과 억울함은 유경험자 위로상담가들이 적극 위로하고 극복하도록 이끈다. 힐링가족캠프와 치유서비스를 제공하며 학교폭력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하고 빠르게 회복하도록 격려한다. 피해부모 커뮤니티도 조성하여 스스로 일어나는 노력을 지원한다. 교육부의 지원을 토대로 벌어지는 모든 서비스는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지역 간 협력시스템마저 구축했다.아이들이 행복해야 한다. 학교가 평화로와야 한다. 교육에 폭력이 깃드는 순간, 모든 수고는 물거품이 된다. 배움이 가득할 학교에 억울한 짓눌림이 사라져야 한다. 이미 벌어진 폭력은 지체없이 제거되어야 한다. 입은 피해로부터 조속히 회복하도록 도와야 하고 함께 신음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해야 한다. 지역에 센터가 설정되어 한결 기대를 높인다. 학교폭력이 사라지고 행복한 학교를 일으켜야 한다.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다. 폭력이 사라져야 학교가 산다.

2022-05-18

키오스크와 ‘디지털 디바이드’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코로나 여파로 인해 비대면서비스가 당연시되면서 각종 매장, 상업시설에서 키오스크의 등장과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디지털 디바이드’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디지털 디바이드’는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처음 사용하게 된 용어로, PC와 휴대폰의 본격적으로 보급되던 시대에 나타난 계층간 정보격차 현상을 가리킨다. 주로 고령층의 노인들이 디지털 기기 조작 미숙으로 정보격차를 느끼며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에 직면하게 된다.특히 웬만한 식당이나 매장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이런 정보격차 현상을 피부에 와닿게 한다. 말로 하는 주문이 익숙한 50대 장년층 이상에게 키오스크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자칫 우물쭈물하다가는 타인에게 민폐를 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일부 고연령층은 주문을 하지 못한 채 다시 줄의 맨 뒤로 가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경우도 있다. SNS에서도 키오스크 사용에 애를 먹었다는 내용의 글들이 부쩍 늘었다. 어떤 이는 “어머니가 ‘내가 이제 햄버거도 혼자 못살 정도로 나이가 들었나?’라고 속상해하며 눈물을 보였다”고 토로했다.실제로 국내 민간분야 키오스크 운영수는 2019년 8천587대에서 지난 해 2만6천574대로 3배 넘게 증가했다. 그만큼 언택트 바람을 탄 키오스크 도입은 대세가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접근성이 좋은 주민센터 등에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정기적인 교육을 늘리는 등 지자체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가 고령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실시해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건 당연하다. 문명발달에 따른 소외현상은 현대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정보격차 역시 마찬가지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5-18

한동훈 인사청문회의 효능(?)

음식점 벽면에 ‘○○의 효능’이라는 설명문이 붙어 있는 걸 자주 본다.보양식으로 알려진 흑염소나 삼계탕, 장어를 파는 집들은 두말할 것도 없고, 순대국밥집에는 ‘순대의 효능’, 삼겹살집에는 ‘돼지고기의 효능’, 족발집에는 ‘족발의 효능’이 붙어 있다. 대개 기력을 보충하고, 위장을 따뜻하게 하며, 피부미용에 좋다는 상투적인 얘기들이다.음식점뿐만 아니다. 사우나나 찜질방에 가면 ‘황토방의 효능’, ‘해수 목욕의 효능’, 심지어 ‘세신의 효능’도 있다. 산림욕장 입구에는 ‘산림욕의 효능’, ‘맨발 걷기의 효능’이 있고, 헬스클럽에는 ‘피트니스의 효능’이, 지하철 계단에는 ‘계단 오르기의 효능’이 있다.이쯤 되면 그야말로 ‘효능의 민족’이 아닌가 싶다. 몸에 좋다더라, 어디에 효과가 있다더라 하면 사람들은 관심을 보인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 무수히 많은 ‘효능’들이 태어나고 있다.하도 효능, 효능 하니까 궁금해서 검색해봤다. 과연 이런 것들도 효능이 있을까?햄버거의 효능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칼슘이 고루 들어 있어 골고루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고, 피자의 효능은 “암 발생 억제 효과가 뛰어나고, 피부미용과 다이어트에 좋으며, 영양학적으로 완벽하다”는 것이다. 떡볶이는 “위장 건강을 개선하고 소화를 촉진”하고, 비엔나 소시지는 “당질의 대사를 도와 에너지를 만들어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고, 판토텐산 성분이 동맥경화와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준”다. 콜라는 “위장의 산성도를 낮추어 위장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라면에는 “신경통, 관절염, 편두통, 난청, 야뇨증, 변비, 만성피로를 예방하고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며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몸에 좋은 음식들을 왜 정크 푸드라 불러온 걸까? 저 휘황찬란한 효능들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햄버거, 피자, 떡볶이, 소시지, 콜라, 라면에게 사과해야 한다.이쯤 되니 호기심이 더 깊어진다. 소주의 효능은 다음과 같다.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대변을 굳게 하며, 기생충을 없애주고, 뭉친 것을 흩어주며, 가래를 삭히고, 습한 것을 말리고, 한기를 없애준다” 그럴듯하다. 담배의 효능도 있다. “구강 점막을 경화시키며 궤양 점막을 유발하는 입안 세균을 사멸시켜 구내염을 예방한다”고 누군가 적어놨다. 심지어 코인노래방의 효능도 있다. “피부가 탱탱해진다, 여자는 S라인이 되고 남자는 정력이 좋아진다, 칼로리 소모로 살이 빠진다, 우울증이 해소되고 얼굴이 동안이 된다, 득음이 가능하다, 연예기획사에 캐스팅될 수 있다, 남녀가 함께 들어갈 시 ‘썸’을 탈 확률이 높아진다” 등이다. 효능에 미친 ‘효능 공화국’을 유쾌하게 풍자한 것이다.세상 모든 것은 저마다의 존재목적과 가치를 갖는다는 범우주론적 믿음이 수많은 ‘○○의 효능’들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나는 얼마 전 ‘인사청문회의 효능’을 제대로 체험했다. 정치 혐오론자, 정치 회의론자인 내가 정치인들 덕분에 웃은 것이다. 웃음에는 “코티솔 수준을 낮추고 면역계를 촉진하여 스트레스에 의한 면역억제 작용을 상쇄하고, 카테콜아민이나 엔도르핀처럼 사람들을 활기차고 건강하게 하는 물질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최강욱, 이수진 의원이 보여준 ‘개그 콘서트’가 많은 이들을 웃겼으니, 감사하다. 국민들을 활기차고 건강하게 만들어준 게 아닌가. 이들은 각각 ‘이모 교수’를 엄마의 자매인 이모로 오해하고, ‘한국3M’이 한동훈 후보자의 딸이라 억지 부리고, 술에 취한 듯 고성을 버럭버럭 질러댔다. 오해, 억지, 고성에는 어떤 효능이 있는지 궁금하다.웃음에 효능이 있다지만 쓴웃음에는 아무런 효능도 없을 것이다. 인사청문회를 보다가 결국 쓴웃음을 짓게 됐다. 쓴 약이 몸에 좋다던데, 쓴웃음도 쓸 데가 있지 않을까? 대통령 뽑은 게 엊그제인데 며칠 뒤면 또 선거다. 선거에는 어떤 효능이 있기에 저토록 공천에 매달리고 당선되려 사력을 다하는 걸까? 나에게 있어 선거의 유일한 효능은 공휴일이라는 점이다. 아침 일찍 그나마 덜 웃기는 사람한테 투표하고 낚시나 다녀와야겠다. 낚시에는 스트레스 해소, 체력증진, 제철생선 섭취 등의 효능이 있다.

2022-05-17

아주 약간의 용기만 있다면

집 주변 조금만 돌아다녀도 노숙자를 흔히 만난다.몇몇 분들은 낯이 익기도 하다. 그들은 거대한 쓰레기봉투나 낡은 캐리어를 끌고 다니며 안에 잡다한 물건을 넣어 다닌다. 끌고 다니기 버거울 정도로 물건이 충분해 보이는 데도 혹시 쓸 만한 것이 있는지 쓰레기통을 하염없이 뒤적인다. 그렇게 쓰레기통을 헤집다가 일과를 끝낸 듯 또다시 벤치에 앉아 멍하니 세상과 멀어진다. 두 눈이 텅 빈 채 묵묵히 앉아 있는데도 이상하게,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인다.나 포함해서 사람들은 그들을 배경의 일부처럼 여기고 지나친다.눈에 자꾸 밟히고 마음에 걸리는 것도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선뜻 도와주기엔 무섭다. 내 도움이 오히려 우스워지면 어쩌지? 하는 생각과 사실 내가 죄책감처럼 여기는 이 감정이 감히 누군갈 딱히 여기려는 가식이나 거짓일까 두렵기 때문이다.하지만 한 번 마음이 쓰이니 계속 외면만 할 수 없었다. 점점 거리에 앉아 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지갑에 있는 현금을 끌어 모아 주기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았고, 또한 이 낯설고도 불편한 감정을 너무 쉽게 해결해버리는 것 같아 싫었다. 게다가 거리에 놓인 이들을 대하는 이 알 수 없는 이질감을 위선이나 가벼운 동정이라 간단히 치부하고 싶지 않았다.혹시 도움의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까 싶어 인터넷에서 몇 번 검색하고 여러 단체 사이트에 접속해보니 눈길이 머무는 곳이 한 곳 있었다. 그곳은 일주일에 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방문하는 이들에게 어떠한 조건 없이 음식을 대접하는 곳이었다. 2003년 4월부터 문을 열어 지금까지도 운영되고 있는데, 간판은 아주 작아 지나치기 쉽고 위치 또한 찾기 어려운 곳인데도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는다.게다가 신기하게 식사를 하기 위한 줄을 서지도 않는다. 기다리면 언젠가 자신 차례가 되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곳은 방문하는 이들을 환대하며 식구라 부르는데 누군가 입을 열어 말을 꺼내면 그 이야기를 듣고 필요 물품을 제공한다. 옷, 신발, 핫팩, 찜질방권을 주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의지가 있다면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기도 한다.어떠한 조건이나 대가 없이 그들에게 내어주면서 정부 지원이나 예산을 위한 프로그램 공모, 후원회 조직은 일절 받지 않는다.특히나 생색내는 기부자나 부적절하다고 여겨지는 돈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거절한다. 그러면서 늘 부족한 것이 없다고 말하다. 그래서일까. 매년 개인 후원자나 기부금이 끊이질 않는다. 자원봉사하러 오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그곳의 기록이 담긴 블로그 글을 읽으며 나는 노숙자들의 딱한 상황을 불쌍히 여기고 싶은 게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듣고 싶었다는 걸 확신했다.텅 빈 눈으로 시간을 견디던 그들은 사실 그 누구보다 삶을 살아내고 싶은 바람이 있었으며, 배경을 이루는 npc가 아닌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니 안심되었다.거리에 앉은 이들의 생애는 가늠할 수 없이 아득하고 복잡한 이야기였고, 현대사회 어느 한 곳에선 선의를 행하고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번 기부가 의미 있게 다가 왔다.세상은 내가 보는 것만큼 결코 단순하고 온전하지 않음을 알았으니 더욱 과감히 시선을 넓히고 행동해야 겠단 생각을 했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순간 주위를 둘러보니 나는 또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있었다.너무 잡다한 물건, 너무 많은 욕심, 너무 많은 회피와 주저함, 나를 괴로움으로 내모는 물건은 전부 버리고 포장도 뜯지 않는 이불이나 컵라면 박스는 택배 박스에 담아 문 밖에 내놓았다.필요한 곳에서 딱 필요한 만큼의 나눔을 담으며.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향하니 그제야 편했다.기부는 내가 가진 것의 전부를 주는 희생도 아니고 여유가 있을 때에 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주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된다. 목적이나 대가 없이 나누며 줄 수 있는 것에 기쁨을 찾아야겠단 생각을 오래 했다.

2022-05-17

예측가능과 희망의 사회를

이명균창원대 명예교수 이탈리아의 대문호 단테(Dante Alighieri)는 그의 대표작 ‘신곡’(La Divina Commedia)의 ‘지옥편’에서 지옥의 입구 문에는 “여기 들어오는 자들은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라는 문구가 있다고 묘사한다. 이는 단테가 내리는 ‘지옥’의 정의는 인간에게 ‘희망이 없는 곳’을 뜻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한국행정연구원 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년 5명 중 1명이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 한다’고 생각하며 사회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식을 가지게 됨으로써 좌절감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년들 20%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지 못함과 동시에 사회를 불신한다는 뜻이다. 한편 사업이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요사이는 무엇을 해도 되는 일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사회든 가정이든 미래의 예측이 가능하고 그에 따른 노력으로 희망이 보일 경우엔 현재가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견딜 수 있다. 우리가 어떤 고난에서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굳게 각오한다면 오히려 용기와 힘이 생기게 마련이며 그것을 이겨내고 뜻이 이루어지면 성취감과 함께 기쁨을 느낀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 앞이 보이지 않고 변화나 개선의 희망이 없다면 용기도 의욕도 생기지 않은 채 늘 불안하고 괴로워 지옥 같은 삶이 될 것이다.새 정부는 국민들로 하여금 지금은 비록 고생스러워도, 앞날에 대해 예측이 가능한 사회가 되게 해주기 바란다. 코로나 상황까지 겹쳐 그동안 많은 국민들이 힘들었다 해서 당장 전시효과를 내기 위해 퍼주기 식 같은 선심정책을 펴지 말고 국민들 각자가 자기 나름의 계획에 따라 열심히 노력하면 나아진다는 희망을 가지게 하는 국정을 이끌어주길 바란다.옛날을 돌이켜보면 정부가 하는 일들에 떳떳치 못하거나 국정운영에 자신이 없을 땐 얄팍한 이벤트성 정책들을 내걸어 과오나 약점을 가리면서 국민들의 환심을 사려 한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정권의 허점을 덮거나 특정 집단만을 의식하며 전시효과 정책을 이용하는 약한 정부가 돼선 안 된다. 정부는 국가 장래를 생각하며 국민들을 옳은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이끌어가되 일부 유권자들에게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선거기간 중에 내건 공약들 가운데 타당성이나 합리성이 떨어지는 사항들이 있다면 약속을 지키겠다는 생각보다는, 다소의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국민들에게 솔직히 고백하고 설득하는 용기로 국정을 효율적으로 바로 이끌어야 한다. 당시엔 상대 경쟁자를 의식하여 꺼낸 무리한 공약들이 있었다면 약속에 대한 책임을 꼭 지키겠다는 오기를 부려서도 안 되며 또한 지켜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져서도 안 될 것이다. 정책의 실용성과 필요성에 대해 설득하고 이해시켜서 국민들이 믿고 따르게 하는 것도 정부역량의 중요한 몫이다. 새 정부가 다 할 수 있고 다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상식과 공정의 원칙이 사회전반에 정착되고 일반화되게 하여 성실한 국민들이 희망을 가지고 노력할 의욕이 생기게 해주길 바란다.

2022-05-17

포도나무 소천하다

조현태수필가 오늘은 재미난 이웃 친구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 친구가 정년퇴직을 하여 이태 전부터 놀고 있다. 아직 농사철은 이르고 하여 시간 보내기가 어중간한 모양이다. 수시로 집에 찾아오는데 마땅히 대접할 음식이 없으니 쉬운 대로 봉지커피를 마시고는 했다. 그런데 오늘은 봉지커피 백 개 들이 한 통을 사들고 왔다. 자꾸 얻어 마시기가 미안했나보다. 내 입장에서는 자주 찾아오는 친구가 반가울 뿐인데 왜 미안해하는지 모르겠다. 이미 가져온 커피니 두루 나눠 마시겠지만 사람 귀한 농촌에 자주 보는 것만도 고마우니 이러지 말자고 했다.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커피 물을 끓였다.하던 일이란 어제 뜯어온 산나물을 손질하는 일이었다. 퇴직 친구(이하 퇴직)가 산나물은 어디서 났느냐고 묻기에 택시 친구(이하 택시)랑 죽장 가서 뜯어왔노라고 했다. 택시의 비번 날이라 소풍 겸 산속을 두루 다녔다고 설명했다. 옛날부터 퇴직과 택시가 유난히 친하게 지내는 사이었다. 그런데 퇴직에게는 언급도 하지 않고 나를 불러 같이 다녀왔으니 심통이 났나 보았다. 입술을 약간 실룩거리더니 택시에게 전화를 했다. 다짜고짜 퉁명스러운 말투로 나무라기 시작했다.“현태 집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돈만 벌고 다니면 되겠나? 에라 이 인정도 의리도 없는 놈아” 괴상한 소리에 황당해진 택시가 반문했다. 어제 종일 같이 있어도 아무런 낌새조차 없었는데 무슨 희한한 소리냐고 하자 퇴직이 다시 다그쳤다.“내가 지금 기계에 와 있는데 현태 집에 문상 가야 하니 나 좀 태워다 주라” 그 시각이 점심때쯤 됐다. 안강에서 기계로 가려면 우리 집 주변을 지나게 되므로 택시가 우리 집에 먼저 왔다. 어제까지 멀쩡했는데 무슨 변고냐 싶어 상황파악 차 온 모양이었다. 그러나 퇴직은 나와 방에 앉아 한가롭게 커피나 마시고 있으니 그제야 속은 줄 알고 웃으며 삿대질을 했다. 의리고 인정이고 간에 커피 마시며 노닥거리는 문상도 있느냐고 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퇴직이 기다렸다는듯 표정을 굳히며 일갈했다. ‘포도나무가 소천 했으니 문상해야지’실상은 문상에 관한 화두가 따로 있었다. 우리 집 마당 가장자리로 나무를 심었었다. 감나무, 대추나무, 엄나무, 포도나무 등등. 그런데 포도나무 두 그루 중에 한 그루가 죽었다. 작년에도 포도를 많이 따 먹었는데 올 봄에 싹을 내지 못하고 말라버렸다.그러니까 퇴직이 택시를 불러서 점심이라도 같이 먹고 싶은데 마땅한 구실이 없나 생각하다가 문상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포도나무 문상으로 치면 내가 상주 격이다. 그러니 두 친구와의 점심값은 상주인 내가 지불해야지 했다. 거기다가 퇴직은 스스로 점심을 사고 싶어서 일부러 일을 꾸몄다. 또한 택시는 아직 돈벌이를 하고 있으니 점심을 사야 한다고 서로 우겼다서로 보고 싶고, 함께 먹고 마시며 즐거이 지내고 싶은 애틋한 인간관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이런 관계였으면 좋겠다.

2022-05-17

노잼 선거

우정구 논설위원 노잼은 no+재미의 뜻으로 재미없다는 말의 신조어다. 반대말로 예스잼이나 꿀잼, 유잼이 있다.다음 달 1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무투표로 당선되는 후보가 전국적으로 496명이나 된다. 전체 등록후보 7천616명의 6.5% 수준이다. 최근 20년 이래 가장 많은 무투표 당선자가 나와 비판 여론이 거세다. 특히 대구와 경북, 광주와 호남지역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집중 몰려 눈총을 받고 있다.두 지역 다 특정 정당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곳이다. 광역의원의 경우 전체 의원 수 가운데 대구는 69%, 경북은 31%가 무투표 당선자다. 광주는 55%, 전남은 47%가 무혈입성한다고 하니 선출 없는 선출직의 대거 탄생이란 말이 맞다.우리나라 공직선거법 275조에 따르면 무투표 당선이 되면 후보 신분은 유지하나 선거기간 동안 선거운동을 못한다. 선거가 끝나면 바로 당선이 확정되는 것이다.투표를 해야 하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모양새이니 선거 재미가 없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를 노잼 선거라 부른다.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투표 당선자가 선거운동을 못하니 후보자의 공약이나 자질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특정정당에서 자기 사람을 심거나 줄을 세우고 계파정치 행세를 할 소지가 커 선거가 왜곡될 수 있다.지역의 일꾼을 뽑아야 할 지방선거 본래의 의미가 훼손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방자치 발전의 독이 될 가능성도 있다. 특정정당에 대한 편향성이 낳은 부작용이기도 하지만 우리 정치의 후진적 단면이라 할 수 있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등 지방선거 전반에 대한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5-17

사회통합의 敵은 ‘반지성주의’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가 국내적으로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의 심화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공동체의 결속력이 흔들리고 와해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반지성주의”라고 언급했다. 일부 언론에서 ‘반지성주의라는 낯선 단어가 불쑥 등장했다’고 빈정댔지만, 이 취임사를 들은 많은 국민은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나는 반지성주의라는 단어만큼 지금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성주의가 ‘논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사회적 현안해결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면, 우리 사회에 지성주의가 산산조각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이번 대선과정에서 대도시는 물론, 산골마을까지 전염병처럼 번진 반지성주의는 주로 대선후보 캠프 안팎에서 비롯됐다. 권력을 노리는 지식인들이 여야 후보 캠프에 대거 참여해서 우리사회의 공론장을 이성이 지배하는 소통의 장이 아니라 감정이 판치는 증오의 장으로 변질시켰다. 그들은 합리적인 논리 전개로 민심을 얻는 것이 아니라, 짧고 기억하기 쉬운 선동성이 강한 말로 대중을 휘어잡았다. 이로인해 생겨난게 팬덤정치다.일부정치인의 팬덤정치는 SNS (트위터, 카카오톡, 페이스북)를 극도로 오염시켰다. 무조건적 충성심을 가진 팬덤은 온라인 좌표 찍기, 게시판 댓글 도배, 특정인을 겨냥한 문자 폭탄을 도구로 사용하면서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휩쓸었다. 이 때문에 SNS는 상대 당과 특정 인물들에 대한 광기 어린 독설과 막말, 근거 없는 데이터 등이 난무했다.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14일 그의 열광적인 지지자 모임(개딸)에 대해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치행태라고 생각한다. 참 많은 개딸, 양아들. 개이모, 개삼촌, 심지어 개할머니까지 함께 해 주셔서 큰 힘이 난다”고 말했다. 팬덤정치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도적으로 일축한 발언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정권 초기부터 민주당 안팎에서 문빠로 불리는 팬덤의 문자폭탄이 당 안팎의 건전한 비판 기능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를 ‘양념’이라며 묵인했다. 그는 지난 15일 경남 양산 사저 주변에서 보수성향 단체들이 집회를 하자 “반지성이 시골마을 평온을 깨고 있다”며, 듣기에 따라서는 윤 대통령이 언급한 반지성주의를 비웃는 듯한 말을 했다.나는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상대진영을 공격하기 위해 반지성주의를 언급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반지성주의가 진실을 왜곡하고,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해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현안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극단적 진영 대결, 팬덤정치, 편가르기 등으로 구체화되는 반지성주의를 민주주의의 위기 요인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가장 결핍된 언어가 지성”이라며 되받아 쳤지만, 반지성주의가 우리사회의 국민통합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22-05-17

‘평등한 안전’을 위한 적극적인 화재예방!

권홍영 경주소방서 동부119안전센터 센터장 현대인이 생활하다보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자연·사회재난이 발생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을 것이다. 태풍, 지진, 공사장, 대형병원 화재 사고 등과 같은 자연·사회재난과 씽크홀 사고, 공사장 크레인 전도사고, 승강기 안전사고와 같은 생활 속 안전사고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현대인을 위험에 빠지게 하고 이는 안전권 침해로 직결된다. 자연현상과 관련된 천재지변인 경우도 있는 반면에 용량 결함으로 인한 비상용 발전기 비가동, 스크링클러 미설치, 관계자 소방훈련 소홀등의 이유로 거동이 불편한 중증 환자와 치료환자가 속수무책으로 위험에 노출된 세종병원 화재사건과 같이 인간의 부주의에 의한 경우도 있다.여러 재난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주택 화재를 들여다 보면, 최근 5년간 경북도내에서 단독주택과 기타주택에 발생한 화재건수가 3천512건으로 이중 전기,기계적 요인과 부주의에 의한 화재가 2천680건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사망 58명, 부상 218명의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 공동주택은 법정 소방시설이 구비되어 있어 화재 발생시 인지가 빠르며, 소방시설 등을 이용하여 조기에 대처가 가능하나 단독주택 외 주거형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 등 기타주택은 무허가 상태인 경우가 많고 소화기 등 소방시설을 갖추지 않아 화재 발생 시 쉽게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출입문 외 비상구가 없어 화재 초기 피난에 한계가 발생되며 열악한 난방·취사 등 생활 환경적 취약요인이 상존하여 화재 발생시 인명피해가 증가하고 있다.열악한 주거시설 취약계층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들을 살펴보면 첫 번째로 재난이 발생하기 전 관계자의 재난안전의식 고취이다. 주택 내 사용하는 전기시설 특히 냉·난방용품들의 안전사용이 중요하다. 에어컨 등 냉방장치나 가전제품은 안전 인증(KC 마크)을 받은 제품을 정격용량 내에서 안전하게 사용하고 전기매트, 열풍기 등 난방용품 사용 시 밟거나 꺾임 방지에 주의하며 이불이나 소파와 같은 가연성 물질은 가까이 두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아직까지 연탄 보일러 세대도 있어 사용한 연탄재를 아무곳이나 방치하지 말고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고 주변에 가연물을 없애는 등 주의가 필요하며 유류값 고공행진에 따른 화목보일러 사용 증가로 화재발생이 빈번하므로 화재 예방을 위한 소화기 비치 및 불연재로 구획된 별도의 실에 설치하고 땔감 등의 가연물은 보일러 본체로부터 최소 2m 이상 이격해서 안전한 장소에 보관해야 할 것이며, 관계자는 소화기를 활용하여 초기 화재 대응능력을 키워가야 할 것이다.두번째로 주택용 소방시설의 지속적인 보급이 필요할 것이다. 고령인 집주인이 가스레인지 위에 음식물 냄비를 올려둔 채 잠이 든 사이 불이 났는데 소방서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보급한 단독경보형 감지기의 경보음을 들은 이웃 주민의 신고로 소방대가 초기 진화를 마친 사례와 고시텔에 열에 반응하는 스프링클러보다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먼저 울리고, 이를 인지한 다른 호실 거주자와 고시텔 관계인이 곧바로 전기 차단 및 소화기로 신속하게 초동 조치를 하고 이웃 거주자가 곧바로 119로 신고해 화재가 커지는 것을 방지한 사례들이 있었다.이처럼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화재 초기 인명 및 재산피해 경감에 중요한 물품으로 주거시설 및 화재취약계층이 기거하는 주택에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가스누설 경보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의 지속적인 보급으로 화재에 취약한 소규모 주거시설에 화재위험성을 낮추는 데 더욱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마지막으로 주거시설 및 화재취약계층에 주거하는 관계인에 대해 지속적인 소방홍보가 필요할 것이다. 재난안전은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선결요건 중에 하나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험에 직면하기 전까지는 이에 대해 무관심하고 태만한 경향이 있다. 법령에 포함되지 않은 주거형 컨테이너, 독거노인 주택, 1인 거주 다문화 주택, 저소득층 밀집 주택, 불특정 노숙인 비닐하우스 등 주거취약 계층의 안전관리를 더욱 더 강화하여 취약계층의 안전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그 일환으로 화재 취약 주거시설의 맞춤형 소방안전컨설팅과 주거민 대상 화재 예방 안전교육 및 화목난로·전기제품 등을 안전하게 사용토록 지도하고 화재 취약요인들을 제거 해 나간다면 주거시설 취약계층의 안전관리는 이루어 질 것이다.또한 관계인의 화재 대응능력 향상과 자율안전관리 의식의 소방환경이 더해지면 더욱 더 안전한 주거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22-05-17

올림퍼스의 노예들 <Ⅰ>

노마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육아도서를 집어 들었다. 엄지손가락으로 책 모서리를 훑었다.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종이의 부드러운 감촉이 손가락 끝으로 전해졌다.-몸은, 음, 좋지 않지. 무거워. 우리 엄마는 어떻게 두 번이나 애를 낳을 생각을 했을까? 한 번도 이렇게 힘든데. 쌍둥이가 아니라서 천만다행이지 뭐야. 쌍둥이 가진 임산부들 정말 존경해야 해. 아기는 잘 자라고 있대. 그런데 뭔지 말을 안 해주네. 딸이든 아들이든 상관없지만. 그래도 궁금한 건 궁금한 건데. 먹고 싶은 거? 정말 많지. 많은데, 그 많은 것들 다 먹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입덧도 없다는 말이지. 나, 다 대답한 것 맞지?-그 늙은이가 잘해주는 거지? 네가 말하는 것을 보니 잘해주나 보네.-돈의 힘이지. 이것 봐라. 나 반지 받았다. 이거 다이아다. 요 며칠 우울해서 눈물샘을 살짝 비워줬지. 그걸 보더니 그 사람이 사줬다.안나는 노마 쪽으로 왼손을 내밀어 흔들었다. 새끼손가락에 끼워진 반지가 카페 조명을 받아 반짝거렸다. 상상했던 것보다 안나는 훨씬 더 밝아 보였다. 괜한 걱정을 했나?-그 사람? 그 사람이라. 돈이 좋기는 좋네. 다이아만 사는 게 아니라 네 맘도 샀네. 그건 그렇고 이게 뭐야? 이렇게 밝아도 되는 거야? 엊저녁에는 사람을 그렇게 걱정시키더니. 지금 이 모습? 조울증이야? 아이를 가지면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더니. 그런 거야? 전화 받은 누구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는데 전화 한 누구는 마음 편하게 푹 잔 얼굴이네. 울상을 보는 것보다는 낫지만. 이러면 오빠가 허탈하잖아.안나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왼손을 접어 거둬들이며 말했다.-동생이 오빠 붙잡고 좀 울었기로서니 그걸 조울증이라 그러냐? 그러면 내가 누구 붙잡고 울까? 엄마? 아빠? 가당키나 해?노마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고개를 끄덕이다 툭 하고 내뱉었다.-하긴.안나가 만식의 마이걸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안나의 아비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집안을 서성이다 밖으로 나갔다. 안나의 어미는 이불을 깔고 돌아누웠다. 안나가 엄마, 하고 불렀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아이고, 아이고. 들릴 듯 말 듯 신음 소리만 방 안을 채웠다.저녁 무렵 밖으로 나갔던 안나의 아비가 돌아왔다.-저녁 안 먹을 거야? 모처럼 애들도 다 있는데.-당신은 지금 밥 생각이 나요?안나의 어미가 누운 채 고개를 돌려 아비를 보았다.-이미 벌어진 일인 것을. 우리가 이런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일단 밥이라도 먹으면서 이야기합시다. 듣기도 하고.아비는 어미의 어깨를 잡아 일으켜 앉혔다. 어미는 주방으로 가 저녁을 준비했다. 안나가 어미를 도우려 주방에 들어갔다. 말없는 어미 옆에서 멋쩍게 서 있다 싱크대 옆 수저통에서 수저를 꺼내 짝을 맞췄다. 밥통에서 밥을 퍼 그릇에 담던 어미가 갑자기 밥주걱으로 안나의 손 등을 내리쳤다.-손 대지마. 이년아. 저리 가. 오늘 저녁이 이 집에서 먹는 마지막 밥인 줄 알아.안나는 오른손 등이 부어 수저를 쥘 수 없었다. 왼손으로 숟가락을 들어 밥을 먹었다. 손은 왜 그래? 아비가 물었지만 안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노마는 밥그릇과 싸움이라도 하듯 씩씩거리며 밥을 퍼먹었고 어미는 밥이 목구멍을 넘어가지 않는다며 물을 부어 말아 먹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갈 무렵 아비가 물었다.-최만식이라고 했나?-네.-우리가 아는 올더앤베러 회장 최만식이 맞냐?-네, 맞아요.-부자지?-네?마주보기 싫어 고개를 숙이거나 핸드폰을 뒤적이던 노마와 어미, 그리고 안나까지 아비를 보았다.-나이가 좀 많기는 하지만 나쁜 일을 해서 돈을 번 사람은 아니라 들었다.-그게 좀 많은 나이에요?어미가 끼어들었지만 아비는 말을 이었다.-우리 같은 노인들을 위해 물건을 만든다 하더라. 아마 좀 전까지 당신이 깔고 누워있던 찜질패드도 그 회사에서 만든 것이지 싶은데. 늙은 것이 죄는 아니지. 아무렴, 절대. 부인과는 사별했고 지금은 혼자고. 아들이 하나 있기는 한데 회사나 집안에서 힘을 쓰지는 못한다네. 최 회장이 좀처럼 일을 내려주지 않는다 하더라고. 게다가 최 회장이 그렇게 건강하단다. 건강 하나는 타고 났다는데, 사람들 말로는.-당신이 그런 것을 어떻게 알아요?어미가 물었다.-사람들에게 물어봤지. 예전에 같이 동업하던 박 사장, 채 사장, 김 실장한테. 그 사람들은 아직 현직에 있으니까 아는 게 있을 것 같아서. 들어보니 최 회장이 나하고 동업을 할 뻔한 적 있었더라고. 당신 기억나? 그, 왜, 있잖아, 백두산에 지열발전소 지어서 중국, 북한에 전기를 팔아보려고 했던 사업 말이야. 거기에 최 회장이 투자하는 것을 검토했었데. 최 회장이 결론 내리기 전 사업이 뭉개졌고. 그랬지. 거, 참. 괜찮은 아이템이었는데./ 김강 소설가

2022-05-16

사적인 복수에서 공적인 정의에 이르는 과정

영화 초반 배트맨의 첫 대사는 “나는 복수다”로 시작한다. 부모님이 피살된 뒤 막대한 부를 물려받은 브루스 웨인은 고담시의 악을 응징하는 동력으로 ‘복수’를 선택한다. 피살된 부모님을 눈앞에서 목격했던 소년은 훗날 본노에 가득찬 자경단이 되어 고담시의 밤거리를 누비며 어둠 속에서 나타나 악을 응징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사회정의구현보다는 ‘사적인 복수’의 영역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갈등한다. 일면 단순할 것 같았던 그의 행동들이 파고들수록 복잡하게 꼬인다. 고담시를 둘러싼 하나의 사건이 진실에 다가갈수록 해답은 멀어지고 모호한 지점으로 이어진다.배트맨이라는 이름의 자경단으로 활동한지 2년차. 영화 ‘더 배트맨’은 그간 다루지 않았던 배트맨의 초창기 활동을 다룬다. 첨단 무기를 장착하고 세련되고 날렵한 액션을 구사하던 배트맨이 아니라 투박하고 무겁다. 여기에 더해 분노와 두려움의 경계지점에서 주저하는 모습의 완성되지 않은 고독한 영웅을 만난다.브루스 웨인의 자경단 활동(배트맨)은 결과적으로는 정의를 구현하고 있지만 그 과정은 폭력적인 복수에 가깝다.반대로 배트맨 시리즈에 등장했던 악당들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배트맨과 대척점에 서있지만 출발점이 비슷하거나 목적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 다른 히어로물보다 ‘배트맨’ 시리즈는 캐릭터에 집중하는 영화다. 캐릭터의 능력보다는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등장하는 악당의 이미지가 두드러지는 영화다. 소외되거나 사회적 약자에 가까웠던 인물이 어떻게 선과 악의 경계지점을 넘나드는가를 보여준다.영화에 등장하는 악당 리들러의 추종자를 붙잡아 가면을 벗기며 “너는 누구냐?”고 물었을 때 그들은 “나는 복수다”라고 대답한다.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선과 악, 영웅과 악당, 정의와 복수가 아슬아슬한 경계지점에서 같은 선상에 놓여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다.그간 ‘배트맨’시리즈는 배트맨의 이름과 함께 떠오르는 악당들이 더 선명했었다. 그러나 이번 ‘더 배트맨’에서는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사건보다는 캐릭터에 집중하고 흔들리고 갈등하는 갈림길에서 어느 곳으로 향하는가에 방점이 놓여있다. 정체성과 내면의 문제, 완성형보다는 진행형의 시작점에 ‘더 배트맨’이 자리한다. 배트맨을 돕고 있는 고든 경위가 아직 청장이 되지 않았을 때이며, ‘배트맨’시리즈의 유명한 악당인 ‘펭귄’이 오스왈드로 불리던 시절이며, 셀리나가 캣우먼으로 불리기 이전의 시기. 각자의 시그니처 복장이 완성되기 이전의 영화다.그간 ‘배트맨’시리즈가 브루스 웨인의 유년기에서 본격적인 활약의 시기를 그렸다면 ‘더 배트맨’은 그 보다 훨씬 전인 아버지 토마스 웨인의 행적까지 들어간다. 현재의 고담시가 있기 이전, 현재의 악당이 등장하기 이전 이들의 출발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가를 추적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배트맨인 브루스 웨인을 향하고 있으며, 그것을 토대로 자신의 정체성에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자신의 행동을 규정지을지 모색한다. 전능함보다는 인간적인 고통과 갈등, 밝음 보다는 어둠의 영역에서 어설프고 나약한 인간으로서 밤거리의 그림자로 남은 한 사내의 성장기다. 동시에 깊은 인상을 남겼던 악당의 탄생기이기도 하다.3시간 가까운 영화는 이처럼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의 밑밥을 잔뜩 깔아 놓으며, 무겁고 어두우며 깊은 배트맨의 내면을 훑는다. “나는 복수다”라는 대사처럼 지극히 사적인 복수에서 출발해 어떻게 공적인 정의를 실현할 존재로 나아가느냐의 맥락을 이야기한다.그래서 영화는 제목에 ‘더(The)’가 붙었으며, 정의란 무엇이며, 영웅은 어떠해야 하는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액션은 통쾌하지 않고, 속도가 필요한 순간 멈칫한다. 기존에 ‘배트맨’시리즈가 보여주었던 액션의 전개와 다르다. 이는 이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와도 연관되는데 배트맨의 대사 중에서 “공포는 도구일 뿐이다”처럼 속도와 타격감의 액션보다는 악을 응징하기 직전 어둠 속에서 도사리고 있으며 서서히 등장하는 그 순간의 공포를 도구로 액션의 기재가 작동한다.누군가에겐 실망스러운 배트맨이 될 것이며, 누군가에겐 모처럼 고유한 분위기의 ‘배트맨’의 탄생에 다음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주)Engine42 대표

2022-05-16

루나 포비아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코인의 폭락으로 가상화폐 생태계가 위기에 처했다. 16일 기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루나 코인의 가격은 개당 1원이 채 안된다. 이른바 ‘루나 포비아’다.테라USD와 루나 코인 생태계는‘차익거래’로 가격을 유지한다. 테라 알고리즘은 테라 1개를 루나 1달러어치로 교환하도록 설계돼 있다. 테라 1개 가격이 0.9달러로 떨어지면, 알고리즘은 테라 1개를 1달러어치 루나로 바꿔준다. 테라 10개(0.9*10=9달러)를 루나 코인 10달러 어치로 바꿔준다. 시장에 있던 테라 개수가 줄고,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테라 가격이 다시 오르게 된다.반대로 이번엔 테라 1개 가격이 1.1달러가 됐다고 가정해보자. 사람들은 1달러어치 루나를 테라 1개로 바꾼다. 루나 10달러어치로 테라 10개(1.1*10=11달러)를 사게 되니 1달러를 벌 수 있다. 이번엔 시장에 있던 테라 개수가 늘고,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테라 가격이 떨어진다. 한 때 테라는 전 세계 시총 3위, 루나는 10위를 기록했다.그런데, 지난주 문제가 생겼다. 테라 1개 가격이 무려 0.6달러 안팎으로 폭락했다. 원래대로라면 테라를 루나로 바꿔주면서 테라 수량을 줄여야 하지만 테라 가격이 너무 떨어지다 보니 너도나도 내던졌고, 시장엔 루나 코인이 넘치게 됐다.테라 가격이 올라야 루나 코인 개수를 줄일 수 있는데, 테라의 신뢰가 깨졌으니 루나 코인 개수는 계속 늘어났다.결국,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 생태계는 시장의 신뢰를 잃었고, 회복은 불가능해 보인다.‘루나 포비아’로 빚어진 가상화폐의 신뢰성 위기가 어디까지 번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5-16

북핵 고도화와 한미정상회담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윤석열 정부의 출범 직후에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는 양국의 공동관심사인 북한 핵과 미사일, 한미동맹과 대북공조, 경제안보와 지역적·국제적 현안 등 이른바 ‘포괄적 전략동맹’의 강화방안이다.한미동맹의 총론과는 달리 각론으로 들어가면 양국의 이해관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에 대해 ‘미국은 전략핵과 ICBM’에 신경을 쓰지만, ‘한국은 전술핵과 단거리미사일’ 위협을 더욱 우려한다. 또한 중국과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쿼드(Quad) 참여를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이 최대 교역국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 같은 이해관계 차이를 조율하고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이번 정상회담의 과제다.우리의 입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어야 할 의제는 북한의 전술핵 위협이다. 김정은은 이미 “핵기술을 고도화하여 소형·경량화, 전술무기화 할 것”을 여러 차례 지시했다. 나아가 지난 4월 25일 인민군 창설 90주년 열병식에서는 “핵 무력은 전쟁방지 수단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근본이익이 침탈되는 등 비군사적 상황에서도 선제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공언했다. 핵이 방어용이라는 기존 논리를 뒤집고 선제공격용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이제 우리의 관심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비현실적인 대북정책’이 아니라 ‘북핵을 억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안보전략’이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5년 동안 벌인 ‘평화 쇼’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시켰을 뿐이다. 그 결과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균열되고 약화된 한미동맹을 다시 복원함으로써 북핵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력을 강화하는 것이다.특히 이번 회담은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신뢰도’를 제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전술핵은 전략핵과는 달리 실전에서 사용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전쟁의 양상을 일거에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이다. 단거리미사일이나 방사포에 탑재된 전술핵은 포착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전술핵을 통한 전자기파(EMP)공격’은 우리의 최첨단 전자무기들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따라서 미국의 ‘핵우산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들이 향후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재가동과 함께 논의될 수 있도록 그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절대무기인 핵’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이제 우리는 북한의 핵이 공갈협박수단 또는 협상용에 불과하다는 안이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김정은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술핵의 사용가능성을 열어 둠으로써 NATO의 직접적 참전을 막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커다란 시사점을 얻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핵을 가진 러시아에 유린당하고 있는 이 참담한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2022-05-16

선진기업에 이르는 길

정상철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선진기업에는 꿈과 비전이 있다. 꿈이 없는 개인, 미래가 없는 기업은 나침판 없이 항해하는 것과 같다. 글로벌 선진기업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15만 직원이 회사에서 제시하는 성장 비전을 가지고 끊임없이 선택하고 도전한다.70년대 1, 2차 석유파동으로 전 세계의 경제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모든 기업들이 적자와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 유일하게 흑자를 이어왔던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기업문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일본 나고야의 아이치현에 위치한 도요타시의 옛 지명은 고로모시이다. 1937년 도요타자동차가 설립되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주민들의 의지로 옛 이름 대신 도요타시로 바꾸게 된다.기업에 혁신을 도입하면 초기에는 일과 혁신을 병행하게 되는데 ‘일하는 사고, 일하는 방법’이 습관화 되고 내재화 되어 기업의 문화에 이르게 되면 성공으로 말할 수 있고 일에 혁신을 녹여 낭비 없는 일 문화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혁신은 조금만 텐션을 늦추면 자전거를 달리는 것처럼 흔들거리고 멈추게 된다. 오래된 익숙함을 바꾸는 것이 혁신으로 저항이 따르기에 종합시스템화로 돌아가는 것이다. 도요타인들은 출근할 때 일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개선하러 간다고 한다. 도요타자동차의 개선문화의 물밑에는 인사시스템이 돌아간다.1989년 간부인사 혁신 때 도장 찍는 관리자에서 생각하는 관리자로, 고가 항목에 부하직원의 성장비전수립을 20% 평가하는 특징이 있다. 1999년 ‘기능직 프로인재개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서 성장경로의 다양화와 현장 직원들에게도 희망과 꿈을 갖고 자신의 미래에 도전하게 된다. 즉, 14개 부문의 ‘프로인재상’을 그려놓고 최고 전문가로 인증 받는 제도로 누구든 노력하면 성장의 미래가 보이는 것이다.기업의 혁신이 제대로 움직이려면 혁신 프레임(Frame)과 운영시스템, 계층별 역할이 명확해야 하며, 그 성공 조건은 여섯 가지가 필요하다.첫째, 기업의 미래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과 목표설정이다. 둘째, 탑(Top)의 지속적인 스폰서십과 혁신리더십이다. 셋째, 일의 속성과 생산프로세스의 특징을 파악하고 적합한 혁신기법을 도입하는 것이다. 실패하는 기업은 유행 따라 혁신을 도입한 경우가 많다. 넷째, 기업문화를 분석하고 혁신지향형 조직개편과 토양을 개간하는 일이다. 다섯째, 운영시스템화 하는 일이다. 여섯째, 인재육성이다.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일하는 사고, 일하는 방법, 문제해결 능력 수준을 높여 일하는 문화를 변화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100년을 지속하고 미래가 있는 선진기업은 그냥 이루어진 것은 없다. 혁신을 도입하여 자사의 일의 속성에 맞게 진화 발전시켜 기업문화로 만드는 것이며, 도요타자동차처럼 전 세계에서 통하는 혁신웨이가 완성되는 것이다. 기업은 혁신을 통하여 조직운영체계와 일하는 사고, 일하는 방법이 내재화, 문화가 된다면 선진기업으로 가는 길인 것이다.

2022-05-16

바람에 취하고 소리에 젖어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5월의 신록 속으로 흠뻑 젖어든다. 연둣빛 잎새와 초록빛 잎사귀의 어우러짐 속에 초목은 나날이 싱그럽고 두터워지고 있다. 녹엽의 나부낌과 연록의 여울 속에 여름날이 어느새 손짓하고 있고, 산천은 온통 푸르고 싱그러운 몸짓으로 청록의 서사시를 쓰는 듯하다. 어디를 둘러봐도 무엇 하나 거리낌 없이 계절의 여왕을 찬미하는 듯하니, 코로나19의 지겨움에서 다소 안도하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자연을 찾아 신록의 물결 속에 빠져드는 모양새다.필자 역시 지난 주말, 무심코 초록에 빨려들 듯 풀과 나무들이 반기는 호젓한 오솔길을 걸었다. 봄에는 붉은 꽃에 어리고 가을에는 단풍으로 물빛조차 붉게 물드는 홍류동(紅流洞) 계곡 일대에 조성된 가야산소리길을 지인들과 함께 걸어본 것이다. 실로 오랜만의 반가운 나들이가 아닐 수 없었다. 하긴 코로나의 시달림에 만남 자체가 꺼려지고 위축과 결핍의 시기를 거의 빠져나갈 즈음의 부담 없는 걸음이었으니 오죽이나 가뿐했으랴. 모처럼의 만남과 더불어 어울림만으로도 충분히 푸근한 시간들이었다.홍류동계곡은 가야산국립공원에서 해인사입구까지 이르는 4km 계곡으로 신라말의 거유(巨儒) 고운 최치원 선생의 발자취가 서린 곳이다. 이곳에는 옛길을 다듬고 복원해 계곡을 따라 걸으면서 자연과 역사, 경관을 탐방하고 체험할 수 있는 가야산소리길이 계곡을 넘나들며 완만하게 조성돼 있다. 소리길 주변에는 최치원 선생이 제자들과 시회(詩會)를 가졌다는 주요 문화자원인 농산정(籠山亭)을 비롯 칠성대, 낙화담 등의 명소가 있고,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자연적 요소를 갖춘 생태학습장이 다양하게 조성돼 있으며, 탐방로 곳곳에는 고운 선생의 시판(詩版)과 담담한 여운을 주는 짧은 현대시 구절이 길바닥의 각석으로 깔려져 이색적으로 읽힌다. 소리길 초입부터 조금씩 들려오는 물소리, 바람소리가 한결 청신(淸新)함을 더해준다. 계곡이 깊어지니 송림 사이로 솔바람이 불어오고 기암괴석에 부딪히는 물소리가 번잡함에 찌든 마음을 금방이라도 씻겨줄 것만 같다. 그에 더하여 요란한 듯 경쾌한 산새들의 재잘거림과 폭포수의 물보라 소리 같은 잎새들의 손 흔드는 소리가 울창한 숲의 음률처럼 변주되니, 과연 자연과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걸어야 하는 가야산소리길로서 전혀 손색이 없어 보인다. 세속의 시끌벅적함을 물소리가 막아줄 정도로 고운 선생이 둔세시(遁世詩)에서 남긴 ‘한번 청산에 들어가면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라(一入靑山更不還)’는 시구절이 계곡을 벗어나서도 한참 되뇌어진다.시원한 초록의 바람에 취하고 청아한 소리에 젖어들다 보니 심신의 곤고함이 자신도 모르게 말끔해진 것 같다. 삶에 지치고 온갖 소음과 불협화음이 난무할수록 산이나 계곡을 찾아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계류를 마주하면 어떨까?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觀水洗心) 솔바람 소리 들으며 마음을 정결히 하듯이(聽松心自潔), 자연에 들면 눈이 더욱 맑아지고 귀가 한결 밝아지게 되리라. 푸른달 푸른 바람과 계곡의 울림이 빠듯해진 일상을 새롭게 일깨워주는 듯하다.

2022-05-16

김대중의 길, 이회창의 길

김진국 고문 보름 뒤 지방선거다. 그런데 무슨 선거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대통령 후보였던 이재명 후보, 안철수 후보도 나섰다.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같이한다. 이 상임고문은 “권력은 집중되면 부패한다는 명확한 진실이 있다”라며 윤석열 견제론을 재등판 명분으로 삼았다.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오늘로 겨우 일주일째. 그런데 민주당 공격이 윤 대통령에게 집중했다. 취임사도 비판 대상이다. 새 정부의 출범부터 부정했다. 이 상임고문이 총괄선대위원장으로 그 선봉에 섰다. 선거 불복(不服)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선거 불복은 많았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1963년 대선에서 역대 가장 적은 15만 6026표 차이로 떨어진 뒤 “나는 정신적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도 71년 선거에 대해 “나는 선거에서 이기고, 투·개표에서 졌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87년 선거도 “명백한 부정선거였다”면서, “단일화했어도 (선거 부정을 막을 수 없어)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다”라고 ‘김대중 자서전’에 적었다. 단일화 책임론을 그렇게 뒤집었다. 그러나 선거에 불복해 이익을 본 예는 없다. 국민의 눈이 차갑다.이재명 후보 출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대통령 선거에서 졌으면 반성하고, 자숙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살아온 근거지이고, 성남 시장과 경기도 지사를 거치며 정치적 뿌리를 박은 분당갑에 나설 수도 있었다. 그런데 민주당에 유리한 인천 ‘계양을’을 선택한 것도 비판 대상이다. DJ가 13대 총선에서 전국구 11번, 15대 총선에서 14번을 자청한 것과 비교된다. ‘대장동 비리’ 등 수사를 막을 불체포 특권 갑옷을 입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그의 비서실장이었던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반드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켜내겠다”라고 외친 게 이런 의심을 굳혀준다.선거가 끝나도 대결 구도를 풀지 않고, 바로 다음 선거를 준비한다면 국민 통합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집권한들 국민의힘 지지자가 승복할까. 지방선거가 코앞이라 일시적이고, 불가피한 현상이라 믿고 싶다.대선을 재수하는 길이 여러 가지다. DJ는 대통령 선거 뒤 곧바로 정계 은퇴하고, 영국으로 떠났다. 선거가 국민의 심판이라면,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DJ와 이 상임고문은 다르다. DJ가 세 번째 떨어진 뒤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져 단일화 실패 책임까지 모두 떠안을 처지였다. 또 권위주의 시대의 끝자락이라 정치보복을 피하려면 불체포 특권만으론 불안했다. 해외 피신 경험도 있었다. DJ도 71년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진 뒤에는 당권 장악을 시도했다. 대선 한 달 뒤에 있었던 총선 때 진산 파동이 터졌다. 이를 이용해 총재 대행을 맡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87년 대선에서 졌을 때도 평민당 총재로 여소야대 정국의 중심이 됐다. 97년 말 대선에서 패배한 이회창 후보도 이듬해 당권을 장악했다.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전임 정부 실패가 정권교체에 큰 변수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당내 경쟁 후보 진영을 온전히 끌어안지 못해 고전했다. 확실한 당 장악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을 것이다. 정당과 국회 경험이 없는 점도 큰 약점이다. 불복만 아니라면 자리와 사람은 일치하는 것이 좋다. 권한과 책임이 일치해야 정상이다. 박완주 의원 문제 대응이 흔들리는 것도 자리와 사람이 일치하지 않은 탓이다.97년 대선에서 실패한 이회창 총재는 원내 과반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을 이끌며 총리 임명안을 비롯해, 새로 출범한 김대중 정부에 반대만 했다. 새 정부에 기대하는 민심과 멀어졌다. 뒤이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다음 대선도 실패했다. 따라갈 만한 길이 아니다.어차피 지방선거는 곧 끝난다. 윤 대통령은 이 상임고문의 경쟁자가 아니다. 법대로 법안을 통과시키고, 법대로 장관을 임명했다. 이 ‘법대로’가 대화와 타협을 막고, 정치를 실종시킨다. 책임 있는 사람이 나서야 결단하고, 협치할 수 있다. 그런 성숙한 여야 관계로 국민의 신뢰를 쌓아가기를 기대한다. /본사 고문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2-05-15

거시적 관점 통해 백년대계 이루려고 노력해야

강희룡 서예가 왕정시기 한 왕조의 공식적인 역사기록인 ‘제왕본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왕이 포악하면 전쟁을 일으켜 백성을 도탄으로 몰아넣고 유약하면 침공을 당해 결국 나라가 멸망하는 비운을 맞는다. 성군의 시기에는 나라가 발달하고 백성들은 풍요 속에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 최고지도자의 자질은 한 나라의 흥망성쇠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지난해 동아일보와 서울대 연구팀이 설문을 통해 대통령의 바람직한 리더십을 분석했다.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라는 관점에서 얼마나 개방적이어야 하는지 물음에 일반 대중(38%)보다는 전문가(62%) 의견을 더 존중해야 한다고 봤다. 또 정책을 둘러싸고 다양한 견해가 나올 때에는 여론의 과반가량의 동의를 구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 57%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정책 수립 시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합의를 위해 노력하되 지나치게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전문지식에 기초해 정책적 소신을 유지하라는 주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책수립 과정에서부터 각종 이익단체에 휘둘리거나 정치적 이해득실을 앞세울 경우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신임 대통령 취임사는 선거 때 표출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시기마다 우리 국민이 기대한 리더십의 특성을 잘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운영 가치로 화합, 신뢰, 소통을 꼽은 설문 결과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풀이되며 한국 정치사에 적폐로 불리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스타일에 따른 사회적 피로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조선 후기 실학자 안정복(1712~1791)은 경세치용을 중시하고 실제적인 학문을 중시했기에 그의 저서 순암집(順菴集) 제1권 유감(有感)이란 시에 권력 다툼을 흙으로 만든 가짜 떡을 가지고 다투는 아이들의 난장판으로 보고 다음과 같이 읊었다.“흙덩이 떡 만들어 소꿉장난 하는 아이들/앞다투어 머리채를 잡아 뜯네/벼슬판 난장 다툼도 이와 같으니/명줄 닳고 몸 망쳐도 알지 못하네.”18세기에 살다간 한 실학자가 읊은 시가 21세기 현재의 한국 정치의 모습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당시 안정복이 볼 때 벼슬판의 권력 다툼이 그저 흙으로 만든 가짜 떡을 가지고 다투는 아이들의 난장판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어찌 나쁜 것이겠는가. 그것은 사회 체제가 만들어 낸 불가피한 권한이며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계약의 산물이다. 권력의 모순은, 이익을 추구하는 본능을 가진 인간이 이익을 조정하고 환원하는 대표자가 되었다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유사 이래로 권력의 속성이 추악하다고 인식된 데에는 바로 권력의 대표자가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고 본래 자기 것이 아닌 국민의 것을 자기 것으로 끌어들이기 위하여 대표자의 지위에서 국민에 대한 투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권력의 목적은 다수 대중의 이익과 안전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고 이를 위해 불가피하게 위임된 것이다. 공동체의 대표자로 선정되어 이 신성한 권력을 행사할 때에는 그야말로 머리 속에는 오로지 국민의 안녕만 남아 있어야 한다. 국가 변화의 실패 원인은 고질적인 불공정과 불합리성이 도사리고 있는 심층구조가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권력을 강조하는 리더십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지배력과 높은 열정은 국가 통치에서 반드시 필요한 리더십이다. 조직의 문제를 자신의 책임보다는 통제의 범위 밖에 있다고 인식하는 생각은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국제정세 속의 정치는 그동안 축적해온 정치적 실력과 거시적인 관점을 통해 백년대계를 이루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에게 윤리적이고 국민 앞에는 정직하며 약속을 지키는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또한 권력의 본질을 투철히 이해하고 미래 리더십 역량을 발휘하여 권력 행사에 전념한다면 흙떡을 다투다 패가망신하는 일이 없을 터이다.

2022-05-15

비 오는 숲을 걸었어

봄비가 내린다.이런 날이면 할아버지는 들에 나가 논둑을 한다. 겨우내 얼었다 녹아 금이 가거나 쥐구멍으로 허물어진 둑을 진흙으로 매끄럽게 새로 바르는 것을 논둑 한다고 했다. 삽으로 빗물에 젖은 흙을 떠서 둑에 발라 탁탁 치며 논에 물을 가두는 것이다. 할머니는 얼마 전 씨를 뿌려서 오종종 붙어 자란 모종을 속아 사이를 성글게 아주심기를 하셨다. 촉촉해진 밭에서 무럭 자라길 소원하시며 자신의 몸이 젖는 걸 감수하셨다.어린 나는 따뜻한 방바닥에 엎드려 빌려온 만화 한 질을 다 읽었다. 창가에 속살거리는 빗소리에 맞춰 책장을 넘기면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되게 가물었다가 소나기 쏟아질 때 마당에 날리던 흙냄새가 아직 어린 나이에도 반가웠다. 연추 끝 물받이에서 모인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음악 소리 같았다.어른이 된 나는 이런 날 숲에 간다. 매월 둘째 주말에 언니들과 모임을 한다. 아침부터 회색빛으로 낮게 내려온 구름이 만나기로 한 12시가 되자 보슬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멀리 소풍을 가려고 한 계획을 비가 오니 취소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언니, 비 오는 수목원에 가 본 적 있나. 얼마나 좋은 줄 모르죠?” 내 말에 빗길 운전도 익숙하다는 순혜언니 차에 올라 구불구불한 길을 더듬어 경북 수목원으로 향했다.산길을 오르기 시작하자 중턱 즈음부터 길도 안개에 묻혀버렸다. 산을 산답게 만드는 나무들도 가지마다 물안개를 머금었는지 차분히 어깨가 내려왔다. 날이 좋은 날에는 산 아래 동네가 개미처럼 보였겠지만 안개 커튼이 드리운 탓에 사방이 온통 뿌옜다.푸르른 5월 수목원은 사람들로 가득 찬다. 하지만 오늘은 비요일이라 아무도 찾지 않아 그 넓은 곳이 다 우리 차지다. 산책로를 따라 언니들 웃음소리만 가득하다. 뜨거운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서 들고 갔다. 처음 나타난 벤치에 앉아 따뜻함을 나눠 마셨다. 기분 좋을 만큼 서늘한 산 기운을 커피에 섞어 마시니 언니들의 입에서 한목소리로 ‘좋다’ 하고 탄성이 터졌다. 숲이 곧 분위기 좋은 카페로 변했다.다시 조금 걷자 부슬거리는 비를 뚫고 달콤한 향이 코끝에 닿았다. 흠흠, 이게 무슨 향일까 두리번거리니 삼엽으름덩굴이 아기 손톱만 한 꽃을 피워 터널을 이루었다. 그 아래 서니 향이 더 진하다. 으름의 꽃 향이 이렇게 좋다는 것을 이전엔 알지 못했다. 안개에 갇혀 향이 달아나지 못하고 더 오래 머무르는 듯했다. 비에 꽃잎이 떨어진 바닥이 붉다. 햇살에 금방 말라 사라질 것도 봄비에 더 오래 별처럼 발밑을 밝힌다.전망대를 향해 올랐다. 저기 분홍 꽃잔디 사이에 무언가 움직인다고 언니들이 발길을 멈췄다. 산토끼였다. 갈색 털이 비에 젖어 춥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한발 다가가니 풀쩍 달아난다. 살금살금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어느새 숲 저쪽으로 얼른 몸을 감춰버렸다. 비 오는 날엔 사람들이 찾지 않을 것이라 짐작한 토끼의 산책을 우리가 훼방 놓았구나 싶어 미안했다.전망대에 앉았다. 우리 사이로 물안개가 지나는 게 보였다. 손에 잡힐 것 같다. 하지만 바람에 올라탄 안개에 붙잡혀버려 오히려 우리 볼이 촉촉해지고 말았다. 한참 산을 오르는 물안개에 갇혀 모두 말없이 비멍을 때렸다.내려오는 길, 빗물 머금은 불두화에 넋을 잃고, 비에 젖어 보랏빛이 더 진한 팥꽃나무에 한눈팔고, 천천히 걷다 보니 잎새 뒤에 숨어 핀 은방울꽃도 덤으로 발견했다. 팥배나무, 등대꽃나무 같은 처음 듣는 나무의 이름표도 확인하며 걸었다. 그러다 숲속 갤러리에 들러 연구원들이 수목원에 자생하는 꽃을 말려서 만든 액자 구경도 하고, 도서관에서는 서랍 속에 진열된 씨앗 구경도 하고 숲에 어울리는 책도 펼쳐서 읽었다.맑은 날이었으면 한 시간이면 돌아보았을 거리였다. 문 닫을 시간이라는 방송을 듣고 네 시간이 흐른 걸 알았다. 한나절 비 덕분에 숲에서 한 그루의 나무처럼 손끝까지 봄을 퍼 올렸다. /김순희 (수필가)

2022-05-15

미스터리의 북한 코로나19

우정구 논설위원 2020년 2월 이후 한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던 북한에서 지난달 25일 있은 조선인민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을 계기로 대규모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귀추를 모으고 있다.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13일 하룻동안 17만여명의 발열자가 발생했고 2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4월 말부터 지금까지 52만여명의 발열환자 발생했으며 현재 28만여명이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김정은 위원장이 “건국이래 대동란”이라 말한 것으로 미뤄보아 상황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우리의 방역전문가들도 북한의 열악한 방역시스템을 감안할 때 코로나 상황이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북한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위험병으로 떠오르고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을 선언함에도 코로나19 청정지역임을 자부했다. 북한의 발빠른 국경 봉쇄와 사회주의 의료체제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수긍이 가는 면도 없지는 않았다.그러나 이번 코로나19의 발생은 북한에게는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북한은 2018년부터 시작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2020년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4.5%를 기록했다. 1997년 고난의 행군 이후 23년만에 최저치다.특히 코로나19 이후 북한은 보건 방역을 강화하면서 경제와 방역의 이중고를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북한 주민이 코로나19 공포와 굶주림 사이에서 시달린다는 보고를 낸 적이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위협적 안보상황과 별개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밝혔다.장막속에 가려진 북한의 코로나 대응에 국제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5-15

성년의 날을 맞으며!

김규종 경북대 교수 오늘 5월 16일은 성년의 날이다. 성년의 날은 만 19세 성인이 되는 청년들을 격려하고, 책임감을 일깨워주려는 의도로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성인이 됨은 가슴 벅차고 유쾌한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책무를 의식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이제는 자신의 언어와 행위 하나하나 신중하게 판단하고 실천해야 하는 시기다. 밥만 축내고 나이만 먹는다고 성인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다.요즘 한국인들의 인식에 깊게 자리한 것 하나가 젊어지고 싶은 일이다. “젊어지셨네요”라거나 “젊어 보이세요!” 하고 말하면 누구나 반색한다. 나는 그런 말에 별로 반응하지 않는 사람이다. 왜냐면 사람은 나이에 맞는 얼굴과 몸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동안(童顔)의 나이 지긋한 사람 사진이 나오면 외면한다. 나한테 중요한 것은 젊거나 어려 보이는 일이 아니라, 제 나이에 맞게 사는 일이기 때문이다.그런데도 한 살이라도 젊게 보이려는 노력은 가히 눈물겹다. 젊은이들처럼 차려입고, 신발 신고, 말투까지 흉내 내는 사람을 보면 뭔가 어색하고 낯설다. 더욱이 6∼70대가 그렇게 하는 모양을 볼라치면 왜 그러세요,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온다. 뭐, 각자들 제멋에 겨워 사는 것이 인생이니, 내가 끼어들 처지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빠른 속도로 실종되어 가는 권위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현대 한국의 가정에는 아버지가 없다.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아버지는 있지만, 전통 시대의 강력한 아버지는 오래전에 실종되고 없다. 이런 형편이기에 아버지의 권위도 사라진 지 오래다. 아버지와 가부장권 그리고 아버지의 권위가 부재한 까닭에 나이 먹은 사람들의 설 자리도 당연히 없다. 그 결과 존경받는 원로와 권위 있는 원로도 없다. 따라서 한국 사회의 마지막 보루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너도나도 어려지고 젊어지고 싶은 판국에 ‘꼰대질’이라 비난받을 각오로 나서는 사람도 보기 어렵다. 몸 사리고 평안하게 노후를 보내겠다는 자들만 득시글댄다. 세상이 혼탁하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자들이 설레발치지만, 누구 하나 담대하게 나서지 않는다.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척하는 세상이다. 이런 상황변화는 똑똑한 전화기(스마트폰)가 나온 후 급속도로 퍼져나가서 일반적인 현상이자 추세로 자리 잡았다.이런 형편에 맞는 성인의 날에 속이 편하거나, 젊은이들을 푸근하게 축복해줄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호부호형(呼父呼兄) 하지 못한 길동이가 집을 나간 것처럼 권위를 상실해버린 노인들의 흉중에 젊은이들을 위한 박수와 환호가 가당한 노릇인가?! 그래서 마음 한구석이 짠한 게다. 이 거칠고 완악하며 완강하고 무지막지한 세태의 격랑(激浪)을 저들이 어찌 헤쳐나갈 것인가,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서기 때문이다.하되, 젊은이들이여! 너무 겁먹거나 주눅 들지 말 일이다. 세상과 정면 대결하여 돌파할 일이다. 당당하고 자신 있게 세계와 부딪치면서 그대들의 길을 멋지게 찾아가기 바라노라!

2022-05-15

세월호 조사 종결을 앞두고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올해 세월호 참사 8주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SNS에 “아직도 이유를 밝혀내지 못한 일들이 남아 있다”며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은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 과제라고 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었는데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일이 있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2014년 4월 16일 오전 세월호가 침몰하던 그 시간이 또렷이 기억난다. 타이타닉처럼 대서양 한복판에서 침몰한 것도 아니라 당연히 모두 구조될 것이라고 믿었는데 어처구니없게 304명이나 희생되다니 슬픔을 넘어 분노가 일었다.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슬픔은 차마 볼 수 없어 뉴스도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이번 뉴스를 보면서 지난 5년간 진상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 더듬어보았다. 참사 후 1년이 지나 설립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성과도 없이 활동 기한이 지나 강제 종료되었다. 그래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바로 세월호가 인양되어 선체조사위원회의 진실 규명에 기대를 걸었는데, 18개월 후 나온 보고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조타 미숙이나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때문일 것이라는 내인설과 외력에 의한 급선회 때문일 것이라는 열린안, 두 가지 의견만 내놓은 채 선조위 활동이 종결되었기 때문이다.그 후 진상 규명을 넘겨받은 사회적참사특별위원회에서 조사를 계속 하고 있으나 2년이 넘도록 어떤 성과가 있는지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그 사이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에서 기소한 해경지휘부가 무죄 선고를 받게 되어 무기징역을 받은 선장 외에는 높은 자리에 있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참사가 되어버렸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2021년에 나온 박상은의 ‘왜 세월호 참사 조사는 종결되지 못하는가?’는 이런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유일한 논문이다. 게다가 2018년 이후 세월호 연구가 끊어졌다가 나온 귀한 연구이기도 하다. 이 논문에서 저자는 내인설이 위원회 내부 다수의 주장이었는데도 외력설을 주장하는 열린안을 같이 보고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면서 조사가 제대로 종결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이 논문에 의하면, 내인설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많은 사람에게 외력설이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가설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위원회 내부에 해양적폐세력과 진상규명세력이라는 프레임이 작동하면서 소통이 단절되어 결론 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선조위의 조사가 제대로 종결되지 못한 것은 밝혀지지 못한 진실이 있어서가 아니라 합의되지 못한 해석이 있기 때문인 셈이다.이제 한 달 후 6월 10일에 사참위도 종결된다고 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사참위에 전화를 걸어 2년 6개월이 넘도록 왜 아무 소식이 없는지 물어보니, 현재 5월 말 발표를 앞두고 위원들이 보고서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한다.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8년이 걸린 만큼 이번에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청사진을 확실하게 보여주기 바란다.

2022-05-15

그 후, 한 달

강길수 수필가 합창 소리 가득하다. 경내로 내려꽂히는 따가운 5월 초순 한낮 햇살도 가세하여 함께 노래하고 박수갈채를 보낸다.4월 초순 어느 아침, 이곳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소리가 뒤범벅된 아수라장이었다. 오랜 세월 자란 굵은 팔뚝들이, 아닌 밤중 홍두께로 툭툭 잘려 나가 너부러지며 아우성치는 현장이었다. 팔뚝 잘리는 큰 나무의 통곡도, 막무가내로 자르는 날카로운 기계음도 못 듣는 로봇 일꾼으로 변한 사람들…. 그 폭력의 잔상이 가슴에 남았다.한 달이 지났다. 기계톱에 맥없이 잘려 떨어지는 팔뚝의 유탄에 맞아 일부 가지가 유명을 달리했던 장미는, 잃은 동기들을 기리려는 듯 더 커다란 붉은 꽃들을 피워냈다. 핑크빛 수줍은 볼로 웃으며 봄 마중하던 진달래도 악몽 같던 날 한쪽 꽃과 가지를 잃었는데, 그새 상처를 보듬고 초록 옷으로 갈아입었다. 단풍나무 등 작은 정원수들도 가지치기 아픔을 겪어내고 생기발랄한 잎들로 단장했다.저절로 눈이 위로 향한다. 한 달 전, 온 팔뚝이 절반쯤 뚝 잘린 채 하늘에 의지하여 서 있던 활엽수들…. 하지만 지금은, 남은 팔뚝들에 생명의 합창 소리가 가득하다. 굵은 가지들을 에워싼 새싹들이 시루에서 촘촘히 솟아오르는 콩나물 같다. 빼곡한 새싹들이 자라며 환호한다. 춤춘다. 긴 박수 보내며 큰 노래 부른다.나무는 미래를 내다보며 사는 걸까. 제법 묵은 가지에 언제 저 많은 새싹을 틔울 눈을 마련하였을까. 산골에 나서 많은 나무를 벗하며 자랐다. 어린 시절, 꺾어 놀이도구로도 삼으며 함께한 나무들은 그렇게 많은 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버지가 하시는 과수원의 사과나무나 자두나무도 그랬다. 하면, 나무들은 비상시를 대비한 예비 눈을 몸속에 간직하고 있다는 말인가.내가 저 나무들의 처지였다면, 새싹을 내보낼 눈이 없어서 지금 속수무책으로 몸이 말라가고 있을 것이다. 한 달 만에 어찌 저리 많은 새 눈을 만들어 싹을 피울 수 있으랴. 새싹들은 대부분 한 뼘은 자랐고, 어떤 것은 두 뼘 이상 커 잔가지가 되었다. 새 가지 중에 어떤 것은 큰 가지, 또 어떤 것은 잔가지가 될 것이다. 팔뚝 잃은 고통과 상처를 계속 치유하며 더 많은 가지를 가진 나무, 더 커다란 나무로 자라나리라.누가 나무를 함부로 대할 수 있단 말인가. 누가 나무의 주인행세를 할 수 있겠는가. 또 누가, 나무를 하찮다 떠들 수 있을 것인가. 졸지에 팔뚝들을 잃은 많은 나무 중 한 그루도 죽은 나무는 없다. 원망의 소리도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나무는 스스로 치유하고, 스스로 싹틔우고, 스스로 살고 있다. 만일 사람을 저 나무들처럼 취급한다면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할 터다.묵묵히, 그저 묵묵히 모든 것을 순종하며 사는 생명체가 나무다. 비가 오거나 오지 않아도, 햇볕이 엷거나 따가워도, 미풍이나 태풍이 불어도, 큰 더위나 살을 에는 추위가 닥쳐도 나무는 제 자리에서 굳건히 견뎌낸다. 나아가, 사람이 제 몸을 송두리째 베어 목재나 다른 쓰임에 써도 묵묵히 자신을 바친다. 나무는 삶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존재다.나도, 나무처럼 살아내고 싶다.

2022-05-15

남녀평등과 정보화 사회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정보화 사회라는 단어가 한참 인기를 끌던 90년대 모 여자대학 정보처리학과 초청으로 ‘정보화 사회: 도전과 대응’이라는 패널 토의에 참가한 적이 있다.당시 필자가 소속된 포항공대는 남학생이 많던 대학이어서 전부 여학생인 화사한 캠퍼스는 들뜬 이미지를 던져 주고 있었다. 그 대학 정보처리 학과 학생들의 의욕적이고 촐망촐망한 눈빛을 보면서 정보화 시대 한국 여성들의 역할에 크게 가슴 부푼 기억이 있다당시 필자를 중심으로 EIS(중역정보시스템)의 연구회를 조직하여 회사 중역들의 의사결정을 보조하고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연구를 하였고, 이러한 정보시스템을 통해 남성위주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여성의 역할이 크게 고조될 수 있다고 역설하던 생각이 난다.의사결정을 위한 전략정보의 신속한 입수, 상황분석의 용이, 신속화, 선택의 폭 증가로 인하여 권위적 의사결정 방식을 개선할 수 있기에 의사 결정자로서의 여성의 역할 증대에 사실상 EIS는 크게 공헌하였다.세월이 흘러 오늘 남녀평등은 어느 정도 구현 되었을까? 정보화 사회가 그런 역할에 많은 공헌을 했을까?몇 년 전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기 위해 국회의원 직을 사퇴한 모 의원은 필자와 함께 1971년 서울공대에 입학한 3명의 여학생 중 한 명이었다. 공대에 여학생이 입학하는 것이 큰 화제가 되고 신문에 기사화 되던 시절이다. 공대 캠퍼스에 여학생이 걸어가면 남학생들이 한참을 쳐다보곤 하였다.30여 년 전 필자가 포스텍에 부임했을 때 여학생의 비율이 10% 가까운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 전체로도 공대 여학생의 비율은 계속 꾸준히 증가하여 2000년 10%를 넘어서고 최근 통계에 의하면 여자 공대생이 20%를 넘었다고 한다.지금은 여성이 공대를 다닌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여성의 사회진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현상과 취업률이 좋은 공대의 상황이 여성을 공대로 끌어들이고 있다.사실 여학생 비율의 폭발적 증가는 법학 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법시험 합격자나 법학전문대 여성 비율도 거의 50%에 육박할 정도이고 판검사에도 여성이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1970∼80년대까지는 법대에 다니는 여학생을 신기하게 쳐다보던 시절이었다.이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활약은 눈부시다. 이제 캠퍼스에 넘치는 공대 여학생은 선진화의 상징이고 여성의 사회진출의 상징이다.또한 제도적으로도 여성 할당제라든가 여성고용에 대한 혜택도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여성들의 사회진출에 대한 남성들의 불만도 고조된다.교수 채용 사이트로 유명한 모 정보 사이트에는 최근 ‘여성 교수 채용’이 논란이 됐다. 지난달 한 국립대가 낸 교수 채용 공고에서 몇 개의 학과가 여성 지원자만 채용하겠다고 하여 논란을 불렀다. 국립대의 여성 교수 비율을 2030년까지 25%로 확대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었는데 남성 박사학위 소지자들의 반발을 불렀다.남성들은 20대 여성 취업률이 남성보다 높기 때문에 더이상 고용 현장에서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그러나 아직 여성고용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많다.2021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5~29세 고용률은 여성이 70.9%로 남성의 66.4%보다 높다. 남성들은 군대를 다녀와 여성보다 취업 전선에 늦게 뛰어들기 때문이다.그런데, 20대 후반 이후 여성 고용률은 뚝 떨어져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고용률이 높다. 남성 고용률은 30~34세 85.7%, 35~39세 90.1%로 계속 증가하는 반면, 여성 고용률은 65.7%, 57.5%로 떨어진다. 결혼해 육아 등으로 일을 그만두는 ‘경력 단절’이 일어나기 때문이다.고용의 질도 남성보다 좋지 않다. 전 연령대에서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이 남성보다 높다. 월평균 임금도 여성이 남성보다 적다.결국 20대 여성 고용률은 남성보다 높지만 여성들은 남성보다 계약직 서비스업 등 월급이 적고 불안정한 질 낮은 일자리에 더 많이 진출하고, 결국 여성의 전생애주기 고용 실태는 우리 사회에 구조적 성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요즘은 EIS를 뛰어 넘어 인공지능 (AI)시대로 돌입하였다. 과거 EIS 정보시스템이 의사결정을 도와주던 시대에서 인공지능이 직접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남녀 차별은 더 좁혀 질수 있고 여성의 역할은 더 증대될 수 있다.남성들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아직 여성의 취업의 질이나 대우에 있어서 아직 평등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평등화가 필요하지 않거나 남녀 역할론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주장하면 그건 또 다른 문제이다.아직도 남녀평등은 쉽게 해결 되지 않는 이 사회가 안고 있는 오랜 숙제이다. 그것은 또한 정보화 사회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이다.

2022-05-15

선진국형 엘리트 체육 육성 방향

박성률 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최근 우리나라는 1991년 분리됐던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25년 만에 통합됐다. 그간 엘리트와 생활체육으로 나눠서 운영하는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즐기는 스포츠를 통해 저변을 확대하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엘리트선수를 발굴 육성하는 선진국형 스포츠로 발전을 꾀한다는 것이다. 수년이 지났지만, 그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우리나라 체육단체 통합의 모델이 스포츠선진국 독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스포츠클럽이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거점이 된다. 스포츠클럽에서 우수한 선수들은 거주지 인근에서 전문체육시설과 기관들의 단계별 선수선발과 육성, 수준별 훈련프로그램, 부상 예방 및 관리 등 스포츠과학 지원을 받으며 지역대표, 국가대표로 선발 육성된다. 독일에서 이러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기관이 올림픽훈련거점센터(OSP)이다.독일은 1984년 LA올림픽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이후 지역의 우수선수를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육성하여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현재 19개 지역에서 올림픽훈련거점센터를 선정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하계, 동계, 장애인 등 각종 올림픽 참가종목을 대상으로 관할 지역 내 올림픽 메달획득이 유력한 팀이나 중앙경기연맹이 육성하는 국가대표 및 상비군선수 그리고 이들을 지도하는 체육지도자들도 집중적으로 관리 지원한다. 이밖에도 잠재력이 뛰어난 지역의 청소년대표선수도 지원 대상에 포함되며, 주로 스포츠의학, 운동역학, 트레이닝방법론, 그리고 사회, 심리, 영양 등과 관련한 양질의 스포츠과학을 지원하는 것이 주된 과제이다.지원범위는 기본과 특별관리로 나눌 수 있다. 기본관리의 경우 훈련장소, 단체 간 협약 여부와 상관없이 경기력 향상을 위한 스포츠과학 분야의 상담 등 지원이 상시 가능하다. 한편 특별관리는 중앙경기연맹과 협약 후 기본관리와 연계하여 이루어지며, 해당선수가 지역의 훈련거점센터에서 훈련하거나 중앙경기연맹 주관의 훈련과 시합 때도 지원된다. 특별관리 대상은 독일올림픽체육회(DOSB), 중앙경기연맹 그리고 올림픽훈련거점센터 간의 협약에 의해 결정되고, 지원기간은 올림픽 주기 4년간이다.특히나 독일은 “건강은 엘리트선수가 경기력 향상을 위한 필수적 전제조건”이라고 인식하고 올림픽훈련거점센터에서는 예방과 재생 및 재활의 목적으로 스포츠의학이 지원되는데, 건강과 경기력 진단, 치료 및 상담 등이 주요 영역이다. 우선적으로 질병과 부상이 있는 선수들이 가능한 빨리 훈련을 재개할 수 있도록 신속하고 전문적인 지원을 제공하며, 선수의 부상 및 재활은 치료부터 훈련 재개까지 협력 병원이나 전문기관이 담당한다.구체적으로 올림픽훈련거점센터 소속 선수가 부상으로 인해 입원할 경우 병원치료와 더불어 지정병원과 협력하여 센터에서 전문적인 외래 재활훈련이 지원된다. 최상의 지원이 가능하도록 선수 개별적으로 실시되고, 필수적인 재활훈련계획은 해당지도자, 의사와 물리치료사가 한 팀을 이루어 함께 수립한다.한 예로 현재 독일에서 최대 인원을 관리 지원하고 있는 바이에른 올림픽훈련거점센터의 경우 연중 선수들을 위한 스포츠의학 지원은 협약을 체결한 4개 병원의 전문의들이 담당하고, 매년 독일올림픽체육회가 주관하여 의무적으로 실시되는 선수들의 건강검진은 뮌헨공과대학교(TU M00FCnchen)의 할레 교수팀이 주도하고 있다.이상에서 제시한 것처럼 독일의 엘리트선수 육성체계는 지역분산형으로 거주지 인근의 여러 훈련거점센터, 대학, 병원 등 전문체육시설과 기관을 기반으로 하여 스포츠과학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선수들의 건강을 우선시하고 예방과 재활의 목적으로 체육지도자. 의사, 물리치료사 등이 협력하여 지원되는 스포츠의학과 매일 스포츠현장에서 훈련성과와 훈련방법 그리고 운동부하 및 회복능력을 고려한 개별적인 훈련과학의 지원 등은 스포츠선진국 독일의 특징이자 강점으로 여겨진다.우리나라도 기존의 국가대표선수들에게만 제공되던 스포츠과학 지원이 스포츠선진국 독일처럼 16개 광역시도에 등록된 모든 엘리트선수들에게 제공되는 기회가 열렸다. 2015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에서는 지역별 스포츠과학센터 선정 및 운영을 통해 지역 우수선수들의 과학적 훈련기반 정착 및 경기력 향상을 위해 체계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체육단체 통합 이후 재능이 숨어있는 꿈나무선수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는 분명 많아졌다. 현재 선수 수급 등의 문제로 위기에 처한 엘리트스포츠가 이들을 어떻게 스포츠선진국과 같이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육성 지원할 것인가를 고심할 시점이다.독일의 스포츠관련 기관과 단체들 간의 유기적이고 체계적인 협력관계, 인간중심주의에 입각하여 건강과 예방 및 재활의 목적으로 정기적으로 지원되는 스포츠의학, 이론과 실제가 접목된 현장중심의 훈련과학 지원 등은 현재 우리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2022-05-15

노익장 만세

건강 100세 시대를 맞아 요즘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하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젊은이 못지않게 힘이 넘치는 노인의 증가로 각종 대회에서 그들의 노익장이 자주 회자된다.작년 도쿄올림픽에서는 호주의 승마대표인 메리 해나다 선수가 66세의 고령에도 출전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무려 6번이나 올림픽에 출전한 노익장이다. 58세의 룩셈부르크의 니 시아렌(58)은 도쿄올림픽에서 41살 연하의 우리나라 탁구 신동 신유빈 선수와 겨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올해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는 50살의 독일 선수 페히슈타인은 3천m 스피드스케이팅에 참가해 주목을 끌었다.충청도의 마라토너 김모 할아버지는 2019년 83세의 나이로 마라톤풀코스를 400회 완주하는 공식기록을 세웠다. 그는 2009년도에는 한해 동안만 마라톤풀코스를 105회나 완주해 세계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노익장이란 노인이지만 청년 못지않게 힘이 넘치는 모습을 뜻하는 말이다. 중국 후한서 마원전에서 이 말이 유래했다. 후한서에 등장하는 마원은 대장군으로 기백이 넘치는 장사다. 그는 평소 “대장부가 뜻을 품었으면 궁할수록 더욱 굳세고 늙을수록 더욱 기백이 넘쳐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여기에 나온 노당익장(老當益壯)의 표현에서 노익장이 유래한 것이다.올해 실시된 검정고시에서 60세 이상 고령자가 대거 합격했다. 대구는 80세, 경북은 77세 노인이 최고령 합격자다. 대구만 60세 이상 고령 합격자 140명이 나왔다. 고령의 나이에도 상급학교 진학을 꿈꾸는 그들의 열정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5-12

공동체의 위기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함으로써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정권이 바뀐 것이다. 그러나 도통 정권이 바뀌었다는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게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더불어민주당이 178석의 과반의석을 갖고 있는 국회가 여소야대 형국이고,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방정부의 상당수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이러니 정국운영이나 지방정부 돌아가는 분위기가 윤석열 정부에 발맞춰 팽팽 돌아가는 분위기가 날 리 없다.더구나 MBC나 KBS 등 공중파 방송 역시 아직 세상 바뀐 걸(?) 모르는지 새 정부에 비우호적인 태도가 역력하다.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마저 진영논리에 매몰된 채 편가른 채 감정다툼에 나선다.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것일까.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 공동체의 위기와 원인을 짚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적으로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의 심화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공동체의 결속력이 흔들리고 와해되고 있으나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그가 지목한 가장 큰 원인은 ‘반지성주의’였다. 그는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돼야 하며,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라고 했다.그런데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동체의 위기를 초래한 것은 이같은 집단갈등을 초래하는 반지성주의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공감가는 해석이자 진단이다.공동체 위기를 실감하는 것은 보수진영만의 인식이 아니다. 대구·경북 출신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2일 이임식 연설에서 “빈부의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탐욕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고,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고, 수도권만 잘 살고, 경쟁만이 공정으로 인정받는 사회는 결코 행복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면서 “바로 이것이 우리 공동체의 위기”라고 지적했다.그 역시“나와 생각이, 성별이, 세대가, 출신 지역이 다르다고 서로 편을 가르고, 적으로 돌리는 이런 공동체에는 국민 모두가 주인인 민주주의, 더불어 살아가는 공화주의가 설 자리가 없다”고 우려했다.그는 “대화와 타협, 공존과 상생은 민주공화국의 기본 가치이자 지금 대한민국 공동체에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보수니 진보니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에게 닥친 공동체 위기를 과연 어떻게 타개해나가야 할까.새 정부를 연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공동체 위기를 초래한 반지성주의를 깨부수고, 새로운 역사를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2022-05-12

어린이를 위하여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사람의 일생 중 가장 행복한 시절은 언제일까? 환경과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개는 부모의 사랑과 보호를 받고 의식주를 직접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어린 시절을 꼽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들 중에서 최하위권이라 한다.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과 출세 지향적 사회분위기가 주요 원인인 것 같다. 우리나라도 먹고 살기 급급했던 절대빈곤의 시절을 벗어난 만큼 어린이들의 행복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어린이들은 행복하게 하는 첫 번째 조건은 맘껏 뛰놀게 하는 겻이 아닐까 싶다. 다른 동물들도 어린 새끼들은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잠시도 가만있지를 않는다. 몸과 마음의 성장과 학습에 즐겁게 노는 것보다 좋은 게 없다고 한다. 놀 때는 혼자서 노는 게 아니라, 형제나 동무들과 어울려 놀아야 더 즐겁고 학습효과도 크게 마련이다. 하지만 요즘은 등하교 시간이 아니면 골목에서 아이들을 보기가 어렵고, 잘 꾸며진 놀이터에도 어울려 노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혼자서 인터넷게임을 하거나 만화영화를 보는 것으로 놀이를 대신하는 모양이다.가급적이면 자연과 친해지는 것으로 어린이들의 행복감을 높여주면 좋을 것이다. 맑고 안정된 정서를 길러주는 데 자연보다 좋은 게 없을 터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철따라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자주 대하는 것만으로도 무궁무진한 신비와 감동을 체험하는 일이 된다.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김치나 된장, 채소나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듯이, 자연과 친해지는 것도 처음부터 자주 접해서 길이 들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틈나는 대로 풀이름 나무이름, 새와 곤충의 이름도 익히고 모양과 생태에 대한 지식도 쌓아가야 친근감이 생기게 된다.배움의 기쁨도 행복감을 높이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하나다. 성인의 반열에 오른 공자님도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했으니 범인들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부모의 닦달에 쫓겨서 학원을 순례하는 공부 말고, 예능이든 운동이든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라야 행복감을 가질 것이다. 학교 성적과 상관이 없는 과목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결코 쓸데없는 일이 아니란 걸 어른들이 알아서 지나친 참견을 하지 않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가장 좋은 행복한 진·선·미에서 나온다고 한다. 거짓되고 악하고 추한 것에서 쾌락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그것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얘기다. 비뚤어진 욕망의 충족이나 말초적인 쾌감 따위에 집착하는 것은 심성을 피폐하게 해서 결국 행복과는 멀어질 뿐이다. 그리고 정서와 감성의 깊이가 행복감의 깊이가 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한 송이 풀꽃을 보고도 감탄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별 감흥이 없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행복감이란 사물과 현상에 대한 정서적 반응인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존감을 갖게 하는 일이다. 경쟁의 우위에서 오는 자만심이 아니라, 무한한 우주 속에서 오직 하나뿐인 존재라는 생각을 가질 때, 자존감과 행복감은 물론 남에 대한 이해와 배려도 생기는 것이다.

2022-05-12

다시, 대한민국

윤영대수필가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광장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다. 4만여 명의 국민이 참석한 가운데 21발의 예포가 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의 재건’을 천명하며 취임선서를 하는 국회의사당 전면에는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는 취임 슬로건이 선명하게 걸려있었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서 어떻게 벗어났었는지 ‘다시’라는 말의 의미를 되씹어보았다.그날 오후 경축연회에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국민승리의 날’이라며 외친 자신감을 가지고, 취임사에서 약속한 내용을 향후 자신의 정치철학으로 다지면서 실행했으면 한다. 이번 취임사에서는 ‘자유’라는 말을 35회나 언급했다고 하니 그의 생각에는 이 나라가 자유와 인권이 많이 결여되었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리고 슬로건과 함께 그려진 태극 문양을 닮은 엠블럼은 바로 전통 매듭인 ‘동심결(同心結)’을 형상화한 것으로 다짐과 약속의 상징이며 통합을 뜻한다고 하니 국민통합을 이루는 밝은 정치를 기대해 본다.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국정 비전으로 하여 국익과 실용, 공정과 상식을 국정 운영의 원칙으로 하는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그 과제를 정치, 경제, 사회, 미래, 안보외교, 지방시대 등 6개의 국정 목표로 나누었는데,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나라,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그리고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등이다. 이 방대하고 세밀한 정책을 5년 만에 다 이룰 수 있을까? 그러나 전임자의 실정을 보아 온 우리는 희망을 갖고 응원하고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전임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해서 많은 기대를 걸었었는데 자신의 약속이었던 평등과 공정, 정의를 못다 이룬 정치로 결과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원래의 뜻한바 그 나라는 어떤 나라였을까 궁금하다. 코로나19로 엉망이 되어버린 사회가 바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아니냐는 우스개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희망의 시대를 열겠습니다”라고 하며 ‘통합과 전진-국민의 삶 속으로’를 외쳤지만 갈라진 주위로 인해 탄핵을 당하지 않았던가.이제 74년간 국정 운영의 중심지였던 청와대의 역사는 마감되고 용산 시대의 막이 올랐다.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라는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신임대통령의 철학을 믿고 그 꿈을 이루도록 빌자.‘어린이가 꿈꾸고 상상하는 미래가 곧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생각을 보여주려고 취임식장에는 어린이들의 그림으로 장식하기도 하였으니 부디 취임사에서 말한 꿈을 이루어 가는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2022-05-12

경상북도 “울릉공항”과 “경북에어”의 同伴구축 검토 할 때

전 영 윤 사)한국항공스포츠협회 단장 대한민국에 15개의 공항중에 13개 공항이 적자를 못 벗어나고 있다. 정부에서는 2000년 초부터 지방공항을 살려서 지역경제 활성을 도모하고자 외국처럼 21인승 항공기를 운항 할수 있는 ‘소형항공운송사업법’을 만들었지만 예상보다 조기에 폐업을하 하였고 이에 항공기 규모를 50인승 이하로 개정된 ‘소형항공운송사업법’으로 지방공항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 성장 엔진으로 키우려 했다. 필자도 2010년에 포항시 “포항공항활성화추진위원”으로 위촉 되었던 적이 있을 정도로 “포항에어”유치를 통한 공항활성화에 상당한 노력과 지금도 울릉공항과 연계한 노력을 기우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동안 국내에는 10여개의 민간 항공사들이 ‘소형항공운송사업’에 뛰어들었으나 항공사업 특성상 자금력과 메이저 항공사와의 경쟁 등에 밀려 매우 빠른 기간에 폐업하기 일쑤였다. 현재는 78인승 항공기로 50인을 태워 운항하는 1개사만 적자에 허덕이며 힘들게 운영을 하고 있다. 2025년부터 울릉공항, 흑산공항, 백령공항이 50인승급 전용공항으로의 개항을 하게 될 것이며, 특히 울릉공항은 공사에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고 2025년에 개항을 하게 될터인데 현행 항공법상에 울릉공항에 취항할 항공기와 항공사가 현재 없다는 것이다 모두에 설명했듯이 대한민국에서 민간이 주도하고 지자체가 일부 지원하던 민간 주도방식의 ‘50인승 소형항공사업’은 10여년이 넘는 실증을 통하여 성공하여 정착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에 벌써 도달 하였다 “포항에어”도 얼마 못가 날개가 꺽인 것을 경북인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6천억원짜리 울릉공항의 개항시 재무구조가 건전하고 경제성을 확보한 양호한 운항능력을 가진 50인승 소형항공운항사가 취항을 할 수 있을까? 준비가 되어 있을까? 자금력이 든든한 대기업에서 레드오션속에 뛰어들 일은 거의 없을 것이고 기존의 메이저 항공사들 역시 소형항공기 운영에 참여를 안 할 것이라는 중론이다 이유는 수익성이 매우 나쁘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EAS(Essential Air Service)과 일본(이도진흥법)등 외국에서는 격 오지 주민들의 교통복지를 위하여 정부차원에서 특별법으로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해 오고 있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민,관이 공동으로 설립 운영하는 방식의 공공주도형 항공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할 때이다 . 기존에 공항소유 지자체가 입항하는 항공사에 얼마간씩 지원하는 제도가 있었지만 그 정도는 조족지혈로 큰 도움이 안되었던 것이다 “이제는 경북도와 포항시 울릉군의, 경북 상의 , 기업 , 도민 공모주 등을 통하여 ”경북에어“를 설립하는 것을 검토 할 때이다 기존 3개의 공항과 2개의 공항이 추가로 개항할 경상북도는 공항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역 균형 발전과 경제 활성화의 신성장 엔진으로 “경북에어”를 검토 해볼 필요가 있다 만일 예천공항 울진공항에도 b-737급이 아닌 50인승 소형항공기가 울릉도를 비롯한 섬공항 우선으로 하루 여러 차례 풀방개 처럼 드나든다고 하면 얼마나 신나는 일이 될 것인가? 6월의 새로운 지자체장들이 중지를 모아볼 사안이며 이는 발상의 전환으로 죽어가는 몸통을 꼬리가 흔들어 깨우게 되는 혁신적인 정책이 될 것이다 5-6개의 내륙 공항에서 울릉공항을 이어줄 “경북에어“는 국가 50인승 소형항공사 시장을 선점하여 이후 개항 할 흑산공항과 백령공항의 승객들도 날라주게 될 것이기에 지금까지처럼 지자체가 “적자로 허덕이는 민간 항공사를 지켜만 볼 것이 아니라 제도 정비를 통하여 투자와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50인승 ‘소형항공사’를 공동으로 운영한다면 울릉공항 포항공항과 “경북에어”에 수많은 청년들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다.

2022-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