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 12일 전력정책심의회를 열고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년)을 확정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향후 15년간의 전력수급 전망과 수요관리 발전, 송·변전 설비계획을 담은 중·장기 계획이다.
이 계획에 의하면 원자력 발전은 2021년 27.4%에서 2030년 32.4%, 2036년 34.6%로 증가하며, 신재생에너지는 2021년 7.5%에서 2030년 21.6%, 2036년 30.6%로 늘어난다. 2021년과 비교하면 15년간 원전 발전은 7.2%가 늘어나고, 신재생에너지는 23.1%가 증가한다. 2021년 발전 비율 1, 2위였던 석탄과 LNG는 64%에서 23.7%로 떨어진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비율이다. 환경단체와 야당에서는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 목표치(30.2%)에서 크게 후퇴했다고 비판을 한다.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문 정권에서 제시한 30.2%에서 21.6%로 낮추는 것은 실수라는 것.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이는 것은 세계적 추세에도 맞지 않고, 과학적 근거도 없다는 주장이다.
‘현실적인 목표치’라는 진단도 나오긴 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신재생에너지 계획조차도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과감한 수준”이라고 했다. 산자부는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해 실현가능하고 균형잡힌 전원 믹스를 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본계획 발표에서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분류해서 2021년 35%였던 청정에너지(원자력+신재생에너지)를 2030년 54%로 높이고 2036년에는 65.2%까지 높인다고 했다. 그런데 원자력은 청정에너지인가. 지금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다. 현세대의 자원 고갈과 CO2 배출로 인해 다음 세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배려다. 그런데 원자력은 반감기가 10만년에 달하며, 특히 우라늄 찌꺼기는 10만 년이 지나도 반밖에 줄지 않을 정도로 ‘무한대의 오염물질’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원자력은 청정에너지가 아니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탄소중립의 해답은 북유럽처럼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립정책이라 생각한다. 독일은 2014년,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법을 정비한 뒤 재생에너지 생산에 박차를 가해 2021년 42%에서 2022년 47%까지 비중을 높였다. 2035년까지는 전체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법안도 발표했다.
우리는 이런 독일에서 교훈을 얻을 줄 알아야 한다. 독일은 1995년까지 재생에너지가 1%에 불과했지만, 국민적인 합의와 노력으로 탈원전을 추진하고 100% 재생에너지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독일은 국토가 북위 51° 위에 위치해 우리나라(38°이남)보다 일조량(태양광)이 38%나 부족한 국가다.
우리나라는 독일을 모델로 해서 재생에너지 기반 탄소중립 정책으로 돌아서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회원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제조업 강국으로써 무역이 경제 주축인 우리나라가 도약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40%, 2040년 60%, 2050년 80%까지 늘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국민적 합의를 모아가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법도 정비하지 않는 실정이다. 지자체마다 중구난방이다. 그리고 주민들은 태양광발전시설을 혐오시설 취급하며 맹목적으로 반대만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이며, 제조업 중심의 경제대국이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이 계속 지속되기 위해서는 RE100, 즉 재생에너지 100% 달성은 필수적이다. 다행인 것은 산자부가 지난 1월 4일 신재생에너지 정책심의회를 열어서 ‘태양광 시설의 주거지역 이격거리를 최소 100m 이상으로 한다’는 지침을 마련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산자부는 이와함께 도로에는 이격거리를 설정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그동안 대부분 지자체들은 태양광 시설을 할 경우 주거지역에서 500m, 도로에서 500m 이격거리를 두도록 조례에서 규정했다. 구미시를 예로들면, 이 조례를 적용하면 태양광 설비가 가능한 부지가 구미시 전체 면적의 0.09%뿐이라고 한다.
정부가 명심해야 할 것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생산한 곳에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양광 시설을 대도시 주변, 공단 주변의 농지에 설치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최근 발표했듯이, 태양광·풍력 발전소가 많은 전라도에서 전력을 생산해 많은 송전 손실을 떠안고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우를 두 번 다시 범해서는 안된다.
최근 전기 생산단가가 올라서 한국전력의 KW당 전기 구매 가격이 300원 이상이나 돼 태양광 수익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시설을 대도시 공단주변 농지에 설치한다면 송·배전 비용도 줄고 농민들의 소득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태양광 시설은 비닐하우스보다 더 친환경적이다. 텃밭에 비닐하우스를 허용하듯이,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규제 철폐로 신재생에너지 자립의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