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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권은 지역주민에게 돌아가야

등록일 2023-01-29 19:44 게재일 2023-01-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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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고문
김진국 고문

국민의힘이 조금은 정리됐다. 대진표도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았다. 3월 전당대회를 마치면 집권당다운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전당대회를 하게된 건 이준석 전 대표가 대표직을 상실해서다. 그 이후 끊임없이 점수를 까먹는 일만 해왔다. 윤석열 정부 초반을 그렇게 다 보냈다.

이 전 대표가 물러난 뒤 여러 여론조사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선두를 달렸다. 당원 여론은 일반 시민과 달랐다. 친윤계 후보들을 지지했다. 유 전 의원은 한참 뒤로 처졌다. 대표 선출 방식에서 당원 투표만 남기고, 일반 여론조사는 없애버렸다. 야당 지지자의 역선택 가능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유 전 의원을 배제한 것이다. 여기에 두 가지 조치를 더 했다. 하나는 결선투표제 도입이다. 친윤 후보가 여러 명 나와도 표를 모을 수 있게 했다. 그러고도 친윤 후보를 단일화했다. 앞서가던 권성동 의원이 사퇴했다. ‘김-장 연대’를 내세우며 장제원 의원이 김기현 의원을 지원했다. 이 정도면 김기현 의원의 당선을 굳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선두를 달리기 시작했다. 관망하던 나 전 의원이 출마채비를 차렸다. 그러자 청와대가 나서 제동을 걸었다. 비서실장까지 나서서 윤석열 대통령의 불쾌감을 전달했다. ‘윤심’을 분명히 드러냈다. 결국 나 전 의원이 주저앉았다.관상용 나무처럼 가지치기를 계속했다. 이렇게 되짚어보면 윤 대통령의 분명한 의지가 보인다. 총선 승리다. 전당대회뿐 아니라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제안도 같은 맥락이다. 중대선거구제는 복잡하다. 그 안에서도 많은 변형이 가능하다. 한 선거구에서 당선될 의원을 몇 명으로 할지에 따라 정치 지형이 달라진다. 농촌 지역과 대도시 지역을 어떻게 다르게 구획할지도 판세를 바꿀 수 있다.

일부 소선거구를 남겨놓을 수도 있다. 같은 크기의 선거구라도 구획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린다. 게리멘더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차피 선거법은 고쳐야 한다. 21대 총선은 위성정당이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남겼다. 그것을 반복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선거법 협상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법을 지키려면 적어도 3월 초에는 선거법 개정을 마쳐야 한다.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하게 돼 있다. 다음 총선이 내년 4월 10일이다. 한 달 만에 선거구 획정을 끝낸다 해도 3월 10일까지는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21대 총선 때는 선거 두 달 전에 선거법을 고치고, 선거구는 선거 한 달 전 겨우 확정했다. 이번에도 법정 시한을 지키기는 어렵다. 집권당 내부 갈등만이 아니다.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수사로 어수선하다. 더구나 선거법은 의원마다 이해관계가 다 다르다.

선거제도에 대해 윤 대통령의 구체적인 구상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도 중대선거구제를 던진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내년 총선은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의지다. 모든 대통령이 집권당 승리를 바라겠지만, 윤 대통령은 절박하다. 압도적인 여소야대(與小野大)로 황금 같은 시간을 낭비했다. 내년 총선에서 뒤집지 못하면 바로 레임덕 신세다.

또 한 가지는 물갈이다. 이준석 사태의 트라우마가 크다. 검사 시절 정치권 수사를 하면서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도 쌓였다. 총선을 기해 판을 바꾸려는 생각이다. 뺄셈의 정치를 밀고 가는 것도 마음이 이미 거기에 가 있기 때문이다. 선거제도 변화는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흔들게 된다. 이때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이 대표다. 그러니 포기할 수 없다.

그러나 정치는 검찰조직과는 다르다. 상대는 적이 아니다. 처벌 대상도 아니다. 승패보다 협상과 협치가 먼저다. 정치는 원래 의원이 중심이다. 선택은 지역 주민이 한다. 우리도 그랬다. 그러나 5·16 이후 공화당을 조직하면서 중앙당 사무처가 중심이 됐다. 군조직처럼 일사불란하게 됐다. 지역 주민 투표보다 공천이 중요하게 됐다. 야당도 닮아갔다. 민주화는 했지만, 정치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그래도 중앙당이 일방적으로 휘두르는 공천권은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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