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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세대, 성숙의 세대

등록일 2023-01-31 20:04 게재일 2023-02-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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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산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장
이상산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장

사람은 태어나서 청년의 시기까지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기도 한다. 마음과 생각이 몸의 성장을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몸이 성장을 멈추는 시점이 지나서야, 비로소 성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삶의 선택을 통해 멋진 사람이 되기도 하고 더러는 본능에 충실한 생명체가 되기도 한다.

대한민국은 한국내전 직후 세계의 최빈국이었다. 1970년대부터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우리는 산업화의 길을 걸었다. 열심히 일했다. 하루의 삶을 깡소주 한 잔 털어 넣어야만 마칠 수 있었던 팍팍한 시간이었다. 보상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일할 직장이 있었고 그 회사는 성장했다. 그래서 가족과 회사를 위한 희생이 개인과 사회에 보상되었다. 1977년 1인당 국민소득 1천달러 돌파. 지금 70대 이상의 선배들이 겪었던 삶이다.

1988년 올림픽도 개최하고, 세계지도에서 Korea가 어디 있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어질 무렵. 1994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1만달러를 넘겼다. 열심히 선진국 제품과 기술을 배워 따라잡으며 무섭게 성장했다. 이 무렵 우리 산업계의 주제어는 ‘수입대체’였다. 이 과정을 지나며 우리나라에 세계 1위 제품과 기술이 싹트기 시작했다. 지금 50~60대가 사회의 주력으로 활동했던 시기의 모습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와 4강 달성. 무슨 일을 해도 전세계에서 한 손에 꼽히는 일이 어색하지 않은 그런 나라가 되었다. 어떤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10위라고 하면, 아직 무언가 더 해볼 일이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그만큼 우리는 성장했다. 부를 생산해왔고 축적해왔다. 우리는 성장에 대해서는 집단적으로 일가견이 있다. 할 말이 많은 나라다. 이 경험을 세계에 수출하기도 한다. 전세계 개발도상국들의 롤모델이다.

2023년 올해의 경제전망이 발표되었다. 기획재정부에서 내놓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1.6%. 1980년 오일쇼크, 1998년 외환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저수준이라고 한다. 이러한 예측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경제의 전망도 밝지 않다. 미·중간의 경쟁과 대립으로 공급망 디커플링이 일어나고 있다. 위기의 신호가 충분하다. 2017년 훌쩍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긴 우리. 세계적으로도 이제는 중진국 아닌 선진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성장을 지향하여 발전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지난 50년 압축성장을 하면서 사회 곳곳에서 약자들이 고립되고 외면되어 왔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사회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변했어야 한다. 사회 변화의 과정에서 겪는 갈등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철학이 탄생했어야 한다. 이런 몸부림과 홍역을 지나며 제도가 정비되며 안정적인 삶의 형태가 나타나고,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가치도 형성되었어야 한다.

청년들에게 미안하다. 성장은 많이 보여주었는데, 성숙이 무엇인지 생각 없이 달려만 왔기에 미안하다. 그들에게 남겨줄 경험과 식견이 충분하지 못해 더욱 그렇다. 2023년, 대한민국은 성숙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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