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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벗다

등록일 2023-02-01 20:15 게재일 2023-02-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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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지난 1월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권고로 바뀌었다.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를 덮친 이후, 마지막 남은 일상의 제약이 해제된 것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스크 착용이 권고로 바뀌어도 착용하겠다는 사람이 많지만, 이제 코로나19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들어가고 있다.

2020년 1월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겨주었을까? 우선 ‘비대면’으로 요약되는 변화는 기술혁신의 시간을 앞당겼다. 대학은 비대면 강의라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했으며, 교수들은 ‘줌(ZOOM)’이라는 테크놀로지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학술대회도 학(學)+술(酒)이 만나는 시간이 아니라 각자의 공간에서 줌을 통해 만나는 시간이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단축으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심화되는 가운데, 자산 가격이 급등한 상황도 빼놓을 수 없다. 코스피는 2020년 3월 저점을 형성한 뒤 급등하여 2021년 초 3천300포인트를 넘었다. 이를 목격한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동학개미’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저금리 상황과 맞물리며 이른바 ‘영끌족’이 등장하고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 이러한 국면에서 유튜브의 경제 관련 채널은 큰 인기를 얻었으며 재테크는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다.

이제, 다시 일상을 되찾았지만 역사는 거꾸로 흘러가지 않는다. 2022년 우리는 자산 가격의 급락을 경험했지만, 급등하는 물가는 현금 가치가 얼마나 빠르게 떨어질 것인지를 알려주었다. 극단적인 저출산 국면에서 연금 고갈 소식이 연일 들려오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곧 물가 상승률을 상쇄하고 노후 대비도 할 수 있는 자산 증식에 대한 관심이 꺼지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한편 우리는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환경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이동이 멈추자 대기가 깨끗해지는 경험은 그간 인류의 진화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새삼 확인시켜주었다. 어느 순간 매년 경험하는 이상 기후는 인류의 미래가 지금과는 다르게 진행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것만인가? 단절된 삶은 누군가에게는 이득을 주었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큰 고통을 주었다.

코로나 국면을 벗어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할까? 나의 자산을 관리하고 노후를 준비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일상의 구조를 질문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진화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구조를 이해하고 다른 방식으로 직조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일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을 인식할 수 있는 힘이다.

기후위기와 사회적 약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아니 늘 우리 주위에 존재하지만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가시화되지 않는 것이다. 코로나 국면에서 학습한 문제 중에서 무엇을 기억해야 할지 고민해보길 바란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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