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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품·업적이 관건이었다

이번 서울 교육감 선거는 `인품(人品)이 지도자의 최고 덕목`임을 알려주었다. 고승덕 후보는 고시 3관왕이었고,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였지만 가정 하나 제대로 경영하지 못한 탓에 친딸로부터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말을 듣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고, 선두를 다투던 문용린 후보는 “남의 불행은 나의 행운”이라는 듯 “패륜 운운”하는 네거티브로 역풍을 만났다. 당선에서 멀었던 조희연 후보의 경우, 아들들이 아버지를 존경한다는 내용의 글과 유튜브 동영상으로 “가정을 제대로 다스린 인품을 갖춘 사람”이란 평가를 받아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인품과 함께 남다른 업적을 남긴 윤순영 대구중구청장 당선인의 행적도 화제였다. 그녀는 전국 최초로 3선 여성 단체장이 됐다. 별다른 선거운동을 하지 않고, 네거티브도 하지 않고, 선거운동원을 대거 동원하지 않고, 그저 뚜벅뚜벅 골목길을 걸으며 나홀로 선거운동을 했다. 그녀는 골목투어 활성화로 중구를 대구의 관광중심으로 만들었고, 민선 제5기 전국 지자체 공약이행 평가 우수단체장상을 받았다. 그리고 인쇄골목, 자동차 부속골목을 특화하고, 순종황제 어가길 조성사업 등 도심재생 사업을 꾸준히 펼쳐나가겠다는 당선소감을 밝혔다.`골목길을 관광상품으로 만든 솜씨`는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국채보상운동을 결의한 광문사 터, 여성국채보상운동의 산실인 진골목, 6·25동란때 피란 예술인의 거리 등 곳곳에 묻혀 있던 `역사와 이야기`를 끌어내어 `근대로(路)의 여행`이란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을 불러모았으며, 문화부의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됐다. 방천시장을 문화예술발전소로 재생시키고, 김광석 거리를 부활시킨 일 등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강한 추진력의 결과였다. 아무나 생각할 수 없는 사업들을 성공시킨 관건은 사심(私心) 없는 공인(公人)의식과 애정의 결과였다.윤 당선인은 구청장이 되기 전 문화운동을 했다. `분도예술기획`을 운영하며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 보존운동본부` 공동대표를 맡았고, 2002년 대선때 이회창 후보의 정책특보로 정계에 입문한 후 2006년 중구청장에 당선했다. 그녀는 매일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걸어서 출퇴근했다. 골목길에서 만나는 주민들과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말을 메모했다. 직원들에게도 자전거를 사주며 출퇴근길에 주민들과 많이 만나라고 당부했다. 이런 인품과 업적이 주민들의 마음을 얻었다.대구 경북에는 무투표 당선인이 23명 있다. 탁월한 업적과 인품을 가진 분들이라 감히 다른 사람들이 대결할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다.손자병법에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의 승리라 했다. 진흙탕 혼탁선거에 빠진 후보자를 솎아내는 능력을 우리 유권자들은 이미 갖추고 있다.

2014-06-09

`현충일 노래`라도 아는지

59회 현충일을 맞는다. 오전 9시55분에 5분간 사이렌이 울리고 묵념을 하는 날 정도로만 알고 있는 국민이 많을 것이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추모하는 날이라는 것 정도는 알 것이다. 그러나 그뿐 `하루 노는 날`이니, 놀러 갈 계획이나 세운다. 어느 나라든 순국선열은 있고, 전쟁 치르지 않은 나라가 없으니 전몰 장병 추념 행사는 다 한다. 미국은 남북전쟁 후 전몰 장병들을 추모하는 기념식을 매년 5월 마지막 월요일에 워싱턴 D C 알링턴묘지에서 거행한다. 우리나라는 매년 6월6일 서울 동작동 현충원에서 추모행사를 한다.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6월 6일을 현충일로 지정했다. 6·25 휴전협정을 체결한지 3년후인 1956년 4월에 국가공휴일에 관한 정부규정이 정해진 것이다. 6·25기념일은 전몰 남한 장병들만을 위한 추모일이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전사자들, 동학혁명 희생자들, 일제 강점과 독립운동 순국열사들을 추모하고 영령을 위로하는 `총체적 국가 제삿날`을 따로 정한 것이 `현충일`이다.현충일은 24절기 중 망종(芒種)과 관련이 있다. 망종은 보리를 수확하고, 벼 모내기를 하는 절기이다. 그 때 우리 조상들은 보리수확을 감사하고, 벼 풍년을 기원하는 천제(天祭)를 올렸다. 바로 국가적 감사·기원제의 날인 것이다. 그리고 6월에는 남북전쟁이 있었던 해이니, 순국선열과 전몰 장병을 기리기 적당한 달이다. 공교롭게도 1956년 6월6일이 망종날이었다. 여러모로 보아 이 날을 현충일로 정해서 `국가제삿날`로 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정부 문서에는 현충일 제정에 대해 “국권 회복을 위해 헌신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전몰 호국 용사의 숭고한 애국 애족정신을 기리고 명복을 빌기 위함”이라 했다.모든 기념일에는 `기념일 노래`가 있고, 예전에는 초등학교에서 그 노래들을 반드시 가르쳤으며, 전교생이 운동장에서 제창했다. 그래서 고령자들은 대부분 각종 기념일노래를 기억한다. `현충일 노래`는 `지조론`이라는 명저를 쓰고, 명시`승무`를 지은 조지훈 선생이 노랫말을 짓고, 작곡가 임원식 선생이 곡을 붙였다. 가사와 곡이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노래 부르면서 눈물짓지 않는 학생이 없었다.“겨레와 나라 위해 목숨을 바치니/그 정성 영원히 조국을 지키네/조국의 산하여, 용사를 잠재우소서/충혼은 영원히 겨레 가슴에/ 님들은 불멸하는 민족혼의 상징/날이 갈수록 아 그 충성 새로워라”이 현충일 노래를 요즘은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공자(孔子)는 음악이 정신을 다스린다고 생각하고, 제자 교육에 사용했다. 현충일 노래는 나라 사랑의 정신을 가꾸어주는 요체가 된다. 국가관 교육과 인성교육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2014-06-06

내내 초심을 놓지 말기를

개표가 끝났다. 엄청난 악재를 겪고도 박근혜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변함 없으니 정부의`국가개조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 이 엄중한 시기에 안정적 항해를 택했다. 현명한 판단이다. 대구 경북지역에서도 예상했던 결과가 나타났다. 지역 민심에 동요는 없었다. 따라서 우리 지역은 “걸어왔던 그 걸음 대로”계속 걸어가면 된다.측간 들어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때 마음 다르다는 속담도 있지만 후보자 때의 마음 다르고, 당선자 때 마음이 달라서는 안된다. `국가개조`를 실천해나가는 현 시점에서 그런 구태는 용납이 안 된다. 후보시절에 시민들에게 내놓았던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당선되기 위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면, 솔직히 고백하고 용서를 비는 모습이라도 보여주어야 한다. 약속을 이행하지도 않고, 해명조차 하지 않는 것은 시민을 무시하는 오만이다.김관용 도지사 당선인은 후보때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리고 3선 지사가 아닌 초선의 지사로서 더욱 귀를 열겠습니다”라 했고, 국비 10조원 시대를 열어 경북 발전의 터전을 이룩했다는 업적을 거론하면서 “중앙과 지방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지방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이제 3선 지사가 됐으니, 항상 초심을 놓지 말고, 경륜을 한껏 발휘해 주기 기대한다.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인은 후보때 “낮은 곳에서 시민을 섬기는 을(乙)의 시장이 될 것입니다. 취업 잘 되는 도시, 안전하고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중소기업 300개와 중견기업 50개를 육성할 것이며, 여성이 행복하고 가정이 화목한 도시를 만들고, 그래서 대구를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겠습니다”라고 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대구 시장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이강덕 포항시장 당선인은 “시민 여러분의 행복을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제2의 영일만 기적을 통해 포항으로 사람과 돈이 몰려오게 만들겠습니다. 포항을 창조경제의 선도 모델로 만들기 위해 강소기업을 육성하고, 창조경제 선도지역 진흥재단을 설립하겠습니다. 영일만항을 조속히 완공하고 해양물류와 해양관광산업, 해양RD사업을 유치해 활성화시키는데 주력하겠습니다”라고 한 그 약속을 꼭 지키기 바란다. 최양식 경주시장 당선인은 전문행정인의 경륜을 십분 발휘, 왕경복원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주었으면 한다.재선에 성공한 이영우 경북교육감과 우동기 대구교육감 당선인들도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나가면 될 것이다. 모든 당선인들의 공약이 그대로 실천된다면 이 땅은 지상천국이 되겠지만, 시·도민들은 다만 `사심 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만족할 것이다.

2014-06-06

전통문화는 민족정신의 모체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서면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자신의 뿌리`를 돌아볼 여유를 갖게 된 것이다. 근래 들어 박물관에 대한 인식이 고양됐고, 문화유적을 찾아 역사를 공부하는 인구가 늘어났다. 일본에는 마을마다 공원이 있고, 공원속에는 마을박물관이 있는데,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박물관 찾기를 즐겨한다. 아이들의 마음에 `민족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함이다. “우리 민족문화 속에 이렇게 위대한 부분도 있었구나”하고 깨닫게 하는 일은 최상의 국민 인성교육이다.포항문화원(원장 권창호)은 학생들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전통문화 강의와 답사를 꾸준히 하고 있다. `경북 선비문화아카데미 탐방`과 `청소년 역사기행 문화유적 탐방`이 그것이다. 선비문화아케데미는 13회의 강의와 3회의 현장 답사를 하는데, 성균관, 종묘, 창덕 고궁 등 유교문화의 현장이 대상이다. 또 청소년역사기행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우리나라 역사를 관통하는 유적 유물들의 현장을 답사하는데, 문화유산해설사들이 배치돼 있어서 재미 있는 역사공부를 할 수 있다.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라는 제도를 통해 `세계가 영구히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을 지정해 예산을 지원해가면서 보존 유지에 힘쓰고 있고, 우리나라도 상당수의 유물 유적이 등재돼 있는데, 그 중에서 민속마을로 등재된 곳이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다. 이 두 마을은 영구히 전통민속마을로 유지될 것이다. 그런데 하회마을에서 문제가 생겼다. 바로 `엔진을 단 목선`과 불법 선착장 시설이다. 만송정 솔밭에서 부용대 절경까지의 뱃길은 옛 선비정신이 깃든 명승인데, 이것이 그만 장삿속에 희생양이 된 것이다. 생각 짧은 장사치들의 잇속챙기기와 행정기관의 방심이 민속마을의 원형을 버려놓았다.최근 안동시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전통방식 그대로의 나룻배를 운항하기로 결정했다.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선착장은 철거됐다. 나룻배를 교통수단이 아닌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진작에 왜 그 생각을 못했는지. 하회마을은 `절대 문화재 보존지역`이어서 현상 변경은 엄격히 제한돼 있다는 것을 안동의 공직자들이 왜 알지 못했는지. 불가피하게 현상변경을 해야 할 경우에도 문화재청의 자문을 받거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왜 몰랐는지. 만시지탄이 없지 않다.1950년대의 사진 한 장이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안동 하회마을, 포항 내연산 계곡, 청송 주왕산, 예천 회룡포와 삼강나루, 문경 새재, 강원도 설악산과 금강산 등이 당시 대표적 유람지였는데, 안동 하회 낙동강에서 노젓는 목선 뱃사공의 모습은 복원·보존해야 할 전통문화이다. 몰라서 저지른 실수가 다시 없도록, 문화재청이 전문지식을 활용해서 잘 지도 자문해주었으면 한다.

2014-06-05

새 지도자들에 대한 당부

새 지도자들이 뽑혔다. 특히 김범일 전 대구시장과 박승호 전 포항시장은 후진들에게 기회를 주는 아름다운 퇴장을 했다. 둘은 실로 눈부신 업적을 남겼다.“공무원들이 고달파야 시민이 행복하다”면서 직원들을 많이 고생시킨 시장들이었다. 덕분에 공직사회가 확연히 바뀌었다. 그러나 두 시장은 “공직자는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잘 가려야 한다”는 귀거래(歸去來)정신을 발휘했다. 새로 뽑힌 지도자들도 이 정신을 본받기 바란다.정의화 신임 국회의장은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의회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원칙은 모든 의결사항이 재적 과반수라는 것인데, 국회의원 60%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한 국회선진화법은 문제”라며 “이 법을 어떻게 개정할 수 있을 지 법률 검토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이름은 `국회선진화법`이지만, 사실상은 식물국회법, 국회개점휴업법, 국회의원 무노동 유보수법, 국회 발목잡기 족쇄법, 국가발전 저해법 등등 좋지 않은 별명만 잔뜩 붙은 악법이었다. 정 신임 국회의장은 국회선진화법 통과를 주도한 황우여 새누리당 전 대표와 국회의장 경선에 맞붙었을 때도 “국회의장이 되면 국회선진화법을 개정 보완할 것”을 강조했었는데, 향후 그의 정치력을 지켜볼 것이다.예나 지금이나 신임 지도자들은 선임들의 사업을 깎아내리거나 묻어버리는 경우를 많이 본다. 국회선진화법 같은 악법은 당연히 폐지시켜야 하겠지만 좋은 정책은 계속 이어가는 것이 좋다. 박승호 전 포항시장은 포항운하 일대에서 열린 해변마라톤에 참가해 재임시절 추진했던 감사운동에 대한 소회를 토로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선 창의적인 교육과 인성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감사운동은 학생들의 인성 함양에 최고의 교육이다. 하지만 일선에서 물러난 뒤 포항시 감사운동이 주춤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서운해 했다.성서에도 “범사에 감사하라”고 했다. 도심의 등산로에는 감사에 관한 명언들이 적힌 팻말들이 붙어 있어서 시민들의 마음에 무언의 양식이 되고 있으며, 다른 자치단체들도 이 운동을 `본받을만한 대표적 시민운동`으로 존중한다. “생명을 받아 사람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감사할 일은 도처에 있다. `감사`란 말이 입에 익어 습관이 되면 남도 즐겁게 하고 자신의 마음도 편해진다. `감사`는 `공기`처럼 값 없이 유익하다. 이런 감사운동이 시장 바뀌었다고 해서 시들해진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김범일 전 대구시장은 8년간 엄청난 변화를 이뤄냈다. 그 변화의 물결이 여기서 중단돼서는 안된다. 규제개혁과 관피아 척결이라는 혁명적 과업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신임 대구시장은 전임 시장의 업적을 허실 없이 이어가는`행정의 지속성`을 보여주기 바란다.

2014-06-05

도처에 `관료마피아` 흔적

세월호를 계기로 안전점검이 강화된 것은 좋지만, 그것이 지나쳐서 국민생활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문제다. 최근 전기안전점검, 승강기안전점검, 가스안전점검, 소방기구안전점검 등 많은 관계기관들이 집중적으로 공공건물이나 다중이용건물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칠곡 북삼 소재 모 아파트에 전기안전공사가 정기점검을 하면서 고액의 점검비를 요구하고, 사소한 고장이라도 부품 교체를 지시하고, 불합격 판정 후 재점검비를 추가로 받고 있으며, 점검이라는 이유로 전 아파트를 동시에 정전시켜 주민불편을 가중시켰다고 한다. 고액의 안전점검비를 받아가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 것은 관료마피아적 행태이다.2004년 안동시는 하회마을 낙동강에 목선을 운행하면서, 전통보존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게 엔진을 단 목선을 허가했으며, 하회마을 민간법인이 법규에 맞지 않은 엉터리 서류를 제출했지만, 안동시는 “법규를 잘 몰라” 민간법인이 원하는대로 이를 허가했다고 한다. 옛 선비들의 풍류를 재현하기 위해 노와 삿대로 운항해야 하는 목선에 엔진을 달았고,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허가도 없이 접안시설을 설치했고, 해운항만청장이 발행하는 해기사 면허나 소형선박면허가 없는데도 유·도선사업을 허가한 것이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알 정도로 관피아의 불법이 도를 넘었다.대구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지용)는 `의성건강복지타운 조성사업`과 관련해 김복규(73) 의성군수 등 10명을 입건했다. 이 중 모 건설사 대표 A씨(44) 등 3명을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김 군수 등 7명은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김 군수 등 공무원 4명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가 및 자치단체 보조금 160억원이 투입된 의성건강복지센터 조성사업을 하면서 요건을 갖추지 못한 A씨를 보조사업자로 선정해 보조금 140억원을 부당 지급한 혐의다. 또 A씨는 보조금 사업자로 선정된 뒤 55억원의 보조금을 가로채거나 횡령했고, 의성군 담당 계장은 보조사업자로 선정해준 대가로 3천500만원을 받은 혐의다. 보조금을 둘러싼 `관피아의 비리`는 파도 파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대구시 감사관실은 체육시설관리사무소에 대한 2014년도 정기감사에서 임대료 부당 감액과 성과급 및 적립금 부당 사용 등 예산을 부적정하게 집행했다고 지적했다. 체육관리사무소 내 모 체육시설에서는 `수익시설 임대차계약서`상 임대료 감액이 불가한데도 매점과 용품점의 연간 임대료 818만원을 부당하게 감액해서 2010년 변경 임대계약을 체결했다.행정관료들이 저지른 불법 비리가 도처에 보인다. 이러니 관료마피아란 소리를 듣는 것이다. 수십년 누적돼온 `한국호의 질병`이다. 박근혜정부가 대수술의 메스를 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2014-06-04

유권자의 권리, 포기 말자

지방선거의 날이 밝았다. 선관위가 사전투표제를 시행하면서 기권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선거무관심층이 많다. 세월호 참사와 관료마피아 논란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여서 기권이 유난히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의 위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유권자는 투표하는 날 하루 `주인`이고, 그 날이 지나면 `노예`가 된다”는 말도 있다. 선거날이란 `권력을 위임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헌법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한 결과이다. 그 권력을 함부로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투표권 쟁취는 피눈물 어린 과정을 거쳐왔다. 귀족이나 지식인에게는 2~3표를 행사할 권한을 준 시절도 있었고, 여성과 노예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았던 세월도 있었다.또 북한에서는 아직 그렇게 하고 있지만, `공개투표제`를 했던 독재국가들도 있었다. `보통·평등·비밀 선거`라는 `선거의 3요소`가 헌법에 올라갈 때까지의 역사는 실로 피어린 투쟁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신분에 관계 없이 누구나 1표를 행사할 수 있고, 성별에 관계 없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지고,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비밀선거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그 `선거의 역사`는 수많은 희생을 댓가로 치른 역사였다. 그 덕분에 우리 국민은 단 며칠이라도 `주인`으로 설 수 있게 되었다.이 소중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그러나 이 권리를 하찮은 것으로 여기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다. `부잣집 아이들 쌀밥 귀한 줄 모른다`고, 귀한 선거권을 귀한 줄 모르는 유권자들이 많으니 걱정이다. “선택할 사람이 없고, 기권도 선거행위다”라는 변명도 있지만 그것은 구차스러운 논리일 뿐이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선택하고 싶은 정당이 없으면 무소속이라도 찍으면 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무소속 바람`이 불기도 했다. 여당 텃밭인 대구 경북지역에서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들이 대거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는데, 가령, 이들이 당선된다면 `여권 성향의 무소속`이 될 것이다.정당을 보고 투표하든, 인물과 정책을 보고 투표하든, 혈연 지연 학연 등 연분관계에서 투표하든, 선택하는 행위는 `유권자의 위엄과 위세`를 높여주는 일이다. 후보자들이 유권자를 두려워하게 하는 방법이 바로 기권하지 않는 것이다. 투표권을 획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여성들과 하층민들이 목숨을 걸었는지를 생각하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권리가 선거권이다.봄가뭄이 계속되다가 모처럼 해갈이 되었다. 하늘도 오늘 투표일을 축복하는 것같다. 즐거운 마음으로 투표장에 가자. 그래서 `민주주의의 꽃`을 유감 없이 활짝 피워보자. 그것은 민주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2014-06-04

`김영란법` 물건너 가나

`김영란법`은 탄생부터 순탄치 못했다. MB정권시대에는 국무회의 상정도 못했다. 행정부든 국회든 제 발등 찍는 법이 달가울 리 없다. 입으로는 찬성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고개를 저을 법이기 때문이다.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은 “2011년 6월 제안됐을때 법무부가 반대했고, 안전행정부도 반대했다. 참 철 없는 여자구나. 세상 물정 모르는구나. 그런 말도 들렸다”고 했다. 그럭저럭 대선정국에 들어서면서 아예 잊혀졌다가 박근혜정부에 오면서 논의가 시작됐고,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후 본격 재론됐다.여야 국회의원들의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직무 관련성이 있든 없든, 대가성이 있든 없든 금품을 수수했다면 처벌하는 법이 필요하다 했다가, 그것은 너무 가혹하고 인권 침해 소지도 있다며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조항을 살렸다가, 다시 없애고, 법의 적용 범위를 늘렸다가, 늘려놓으니 부작용이 심하다 했다가 그 부작용을 줄일 방안을 강구한다며 다시 설왕설래하고,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다시 부스럼 치료할 연고제를 만들고, 이렇게 갑론을박하다가 세월만 보냈다. 여야는 달갑지 않은 법을 가지고 `탁구놀이`만 계속한 것이다.당초 국회는 전반기 국회에서 이 법을 처리하자고 했는데, 법 가지고 난도질만 하다가 5월 전반기를 넘겼으니, 후반기 새 정무위원들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그럭저럭 `세월호의 기억`도 흐릿해지고, 이 법의 다급성과 절박성에 대한 의식도 흐려지면 논의 자체가 물밑으로 가라앉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법이 통과되면 국회의원들의 권한이 많이 줄어든다. 지역구 민원 해결이나 업계 이익을 반영한 청탁을 할 수 없게 되니 국회가 적극적으로 통과시킬 이유가 없다. 이익되는 일에는 여야가 신통하게 잘 합의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에는 갈등과 마찰, 발목잡기를 계속하며 세월만 보낸다.이 법을 두고 뒷이야기도 무성하다. 여야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말들이다 “야당은 김영란법이 정치적 탄압의 수단으로 이용될 것을 두려워해 법안을 통과시킬 의도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여당의 한 의원이 한 말이다. 한 야당 의원은 “김영란법에 저항하는 세력엔 국회의원과 국회직 전문위원도 포함된다. 허구한 날 민원인들에게 접대를 받으니….”라고 했다. 결국 이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여야 막론하고 `잃을 것`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대통령이 그렇게 간곡히 `부탁`을 했는데도 국회가 눈도 끔뻑하지 않았던 것이다.규제만 완화돼도 김영란법 통과와 비슷한 효과를 얻을 것이다. 청탁을 하는 것은 규제를 비켜가면서 특혜를 얻기 위함이다. 김영란법이라 쓰고 규제 개혁이라 읽는다 함이 이런 뜻이다. 공직자들이 싫어하는 법과 제도를 국민들이 `표의 힘`으로 성사시켜야 한다.

2014-06-03

`인물과 정책`으로 선택을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0여일의 선거운동 과정은 많은 상흔을 남겼다. 총칼 없는 전쟁 속에서 후보자들의 마음은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고, 지지자들뿐 아니라 일반 유권자들의 마음에도 상처를 남겼다. 당선과 낙선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니 사생결단으로 덤비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온갖 `더러운 무기`들이 동원되었다. 그러나 그 전쟁도 오늘 자정으로 끝난다. 유권자들은 대부분 투표할 후보를 결정해놓고 있겠지만, 아직 작정을 못한 유권자도 적지 않을 것이고, 일부는 투표 참여 여부도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선거 막바지에 유권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증거 없는 네거티브`이다. 누가 더 `더러운 무기`를 많이 동원하는가를 판별해 보아야 한다. 인물과 정책에서 밀리는 후보일 수록 음해와 공격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공격은 최상의 방어라 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후보자들까지 공격용 무기를 사용한다. 그래서 선거는 점점 혼탁해지고, 민주주의의 꽃이 아니라 쓰레기란 소리도 나온다.사법당국의 통계를 보면 올해의 지방선거의 혼탁도를 알 수 있다. 대구지역은 2010년 지난번에 비해 선거사범이 10% 가량 늘었고, 경북지역은 탈·불법 선거사범이 20% 이상 늘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감이 겹쳤고, 새누리당의 `부산 가덕도 신공항 유치 결의문` 발표가 대구 경북지역의 표심을 뒤흔들었다. 여당 주요 당직자들과 부산지역 의원 16명이 28일 부산 가덕도에서 신공항 유치 다짐 결의문을 냈다. 서병수 후보가 오거돈 후보를 반드시 이겨야 하겠다는 의지인데, 대구 경북의 표심에 대한 고려는 없었던 것이다.대구시장을 놓고 격돌을 벌이는 중인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에 대해 “2012년 대선때 문재인 후보의 가덕도 신공항 발언에 대해 김부겸 후보가 동조했다”고 했고, 김부겸 후보는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반격했다. 통진당 대구시당 측은 “강대식 동구청장 후보자는 `유언비어로 국가를 전복시키려는 세력, 지금의 정부를 독재라고 말하는 무리가 있다, 6·4선거로 심판하자`고 했는데, 구태의연한 색깔론을 그만두라”고 했다. 경주시장 선거에는 불륜설, 사퇴·사과 요구, 공직자의 협박, 법적 대응 등으로 역대 최악의 선거판을 만들고 있다. 영덕은 금전살포설로 맞고소 고발이 이어져 혼탁이 극에 달한다.이런 꼴이 보기 싫어서 아예 선거에 무관심한 유권자들이 있는데, 그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당면한 최대의 과업이 규제 개혁과 부패방지법이다. 어느 후보가 이 문제를 가장 열심히 거론했는지 살펴서 그를 선택하는`인물과 정책`에 대한 투표를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된 도리를 다 하는 일이다.

2014-06-03

막판 네거티브를 경계하자

선거에는 `막판 뒤집기`라는 전략이 있다. 지지율에서 앞서 가던 후보자가 방심하는 틈을 타 음해·유언비어를 퍼트려 상대후보가 미처 해명할 틈도 없이 판세가 기우는 경우가 있다. 과거 대선때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문제를 폭로한 `김대업 네거티브`가 대표적이다. 음해였음이 드러났지만 이미 선거는 끝난 후였다. 지난 번 서울시장 선거때도 `1억원 짜리 피부관리`가 나와 나경원 후보가 피해를 봤지만, `근거 없음`이 밝혀졌다. 이같은 막판 뒤집기 네거티브는 대표적 `선거 병폐`다. 6·4지방선거가 코앞이다. 막판 네거티브가 난무한다. 서울시장 후보들은 `농약급식`문제로 시끄럽다.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있으니 음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야당은 `발악`이란 표현까지 쓴다. 경기도 지사 선거에는 남경필 후보의 제주도 땅이 쟁점이다. 야당은 `부동산 투기`로 몰아가고, 남 후보자는 `제주도에 체납 절차` 진행중이라 해명한다. 강원도 지사 선거에서는 여야 두 후보자 간에 논문 표절 시비가 불붙었다. 서로 `표절이다`, `표절 정도가 아니라 복사 수준이다`라며 싸운다. 2010년 지방선거 당선자 중 56명이 당선무효형을 받았고, 재·보궐 선거에 373억원의 세금이 추가로 들어갔다. 더 요긴한 일에 쓸 예산이 낭비된 것이다. 그러므로 네거티브에 대해서는 선거 후에라도 문책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권력은 부자(父子)간에도 나눌 수 없다지만, 선거는 옛 친구 동지도 적으로 만든다. 대구시장에 나선 권영진·김부겸 두 후보는 과거 한솥밥을 먹던 동지였다. 젊은 정치인들이 정치풍토를 새롭게 만들어보자고 모인 단체에서 뜻을 같이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야로 갈려 적이 됐다. 포항시장에 나선 이강덕 후보와 이창균 후보는 동향의 선후배 사이다. 이명박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에 나란히 참여했고, 선술집에서 술잔을 나누며 형님 아우하던 관계였다.그런데 두 사람이 지금 맞고소를 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이창균 후보는 이강덕 후보의 경찰 간부 재직중 재산 증식을 문제 삼으며 후보 사퇴를 요구했고, 이강덕 후보는 이창균 후보를 허위사실 공포 혐의로 경찰과 선관위에 고발했다. 이창균 후보도 맞고소로 대응할 것이라 했다. 포항시장 자리가 무엇이관데, 송사(訟事)를 벌여 적대관계라는 악연을 맺으려 하는가.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민주주의의 쓰레기통이라 해야 맞을 듯하다.후보자들 끼리는 이렇게 피투성이 되게 싸우더라도 유권자들은 중심을 바로 잡아야 한다. 막판 뒤집기 네거티브에 휘둘리지 말고 “누가 점잖게 선거운동을 했나”를 살피고, 실력과 경륜을 잘 알아보고 “될만한 인물이 됐다”는 평가를 받게 투표해서 재·보궐선거라는 후유증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2014-06-02

`안전한국` 만들 계기 삼아야

고양종합터미널 화재는 28분만에, 장성 요양병원의 화재는 6분만에 신속히 진화됐다. 그런데 두 사고에서 29명의 사망자가 났다. 독가스 때문이다. 일산화탄소나 청산가스는 흡입후 단 3~4분 안에 질식사 한다. 인테리어 공사 현장의 플라스틱, 스티로폼, 비닐, 나일론, 양모, 우레탄 등은 타면서 일산화탄소, 염화수소 등을 내뿜는데, 거의 모든 가연성 제품이 유독가스를 낸다. 독가스를 마시면 정신이 흐릿해지고 방향감각을 잃는다. 최대한 몸을 낮추고 물 젖은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탈출하는 훈련을 잘 하지 않고, 전반적으로 화재 대비 훈련을 소홀히 하는 것도 희생자를 늘리는 이유다. 연기를 밖으로 빼내는 제연시설이 태부족인 것도 한 원인이다. 현행법에는 `지하층과 창이 없는 지상층`만 제연시설 설치구역으로 한정해두었다. 노인요양병원 등도 제연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이번 장성 요양병원의 화재는 큰 교훈을 주었다. 현행 소방관련 법률은 병원을 일반 건물과 같이 취급한다. 일부 기준은 병원이 더 약하다. 간호인력이 철야 근무를 하니 화재를 항시 잘 감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장성 요양병원의 경우 한 사람의 간호조무사가 화재를 발견하고 혼자 진화하려다가 독가스를 마시고 사망하는 바람에 6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에 거동 불편 노인 환자 수십명이 희생됐다. 그러므로 병원의 소방시설·설비 기준을 더 강화하고, 연 1회 이상 소방서와 대피훈련을 의무화하는 법규의 정비가 필요하다.일본의 경우 2006년 나카사키현 한 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입소자 9명중 7명이 사망한 사고가 나자 일본 소방청은 노약자 보호시설에 대한 피난시설 정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시설이 `피난용 미끄럼틀`이다. 우리나라도 2009년 7월 어린이집에 이 시설을 도입했지만 입구를 쇠창살 등으로 막아두는 사례가 많고,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해 화재 발생시 오히려 유독가스를 발생시켜 화를 키우는 경우도 많다. `금속 합성수지`로 만들도록 한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노인용 복지시설에는 미끄름틀을 설치하라는 규정조차 없다.그리고 스프링쿨러 시설도 우리나라는 미비한 곳이 많고, 고장난 곳도 적지 않다. 수시 점검을 하지 않은 탓이다. 미국의 요양병원은 연기만 나도 자동으로 물이 품어져 나오는 스프링쿨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고, 83개 항에 이르는 화재 방지 체크리스트를 점검토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화재관련 법규도 미흡하지만 점검조차 건성건성으로 하는 폐단이 있으니 사고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해서 안전한국을 만들어갈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14-06-02

`울릉 산채`의 세계화 행보

울릉도에는 특수작물이 많다. 육지와의 거리가 멀어 교잡이 어렵기 때문에 섬 지역의 독특한 품성을 그대로 간직한다. 최근 울릉도 특산 산채 4종이 슬로푸드 국제본부로부터 `슬로푸드 프레지디아·맛 지킴이` 인증을 받았다. 섬말나리, 참고비, 삼나물, 두메부추 등 4종이 국제무대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울릉도 명이나물이 빠진 것은 서운하다. `산마늘`이라는 별명을 가진 명이나물은 강원도 등에도 자생하지만, 강한 해풍 속에서 자란 울릉명이는 향미가 특별해서 다른 산마늘과 차별화된다.산마늘은 `삼국유사`의 곰과 호랑이 설화에 나오는 바로 그 마늘이다. “21일간 마늘과 쑥을 먹으며 동굴속에서 수행하면 사람이 된다”는 그 신비로운 산채가 바로 명이나물인 것이다. 현재 우리가 `마늘`이라 부르는 것은 중국 한나라 시대에 한의사들이 약용으로 개발한 품종이다.아시아에서는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에서 1개 품종씩 선정됐는데, 우리나라는 울릉 산채, 연산 오계, 제주 푸른콩장 등 3개나 뽑혀 한국식품자원의 가치를 세계에 과시했다. 슬로푸드 생명다양성재단 심사단은 2일간 울릉도에서 실사를 했고, 이들 산채들의 역사성과 특이성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전 세계 150여개국 10만여 명의 회원을 가진 슬로푸드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식품들이 홍보되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해외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계, 해외농업 교류, 컨설팅 등 `국제무대에서 거래되는` 울릉산채가 되는 것이다. 품종다양성과 `종자 주권`이 강조되는 시대이고, 종자가 국제적으로 거대 시장을 형성하는 상황에서 4종 울릉산채의 국제무대 등장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때맞춰 29일에는 홍콩무역발전국 한국대표부와 포항상의가 지역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지역에서 70여개 업체가 참여했는데, 그 중 30%가 식품관련 업체였다. 한국 식품은 국제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대통령은 전부터 “먹는 것을 가지고 장난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경고를 했고, 최근에도 그 발언을 되풀이할 만큼 우리나라는 식품의 안전성에 관심이 높다. 그래서 그 안전성 기준이 국제사회에 소문이 날 정도로 까다롭다. 이것이 우리 식품의 국제화에 성공한 원인이 됐다.`홍콩무역발전국`은 홍콩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기관이고, 홍콩을 아시아 비즈니스 활동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구심체이다. 한국의 식품과 화장품, 전자제품 등은 국제시장에서 인기가 높은데, 이것은 뛰어난 기술력과 한류열풍 덕분이다. 홍콩무역발전국을 잘 활용하면 우리 제품이`호랑이에 날개`를 달 수도 있을 것이다. 경북은 농업지역이라 식품 관련 업체들이 크게 약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2014-05-30

재앙은 불법에서 나온다

사고가 너무 자주 일어난다. 갑오년 청말띠 해가 왜 이런지, 점이라도 보고 싶은 심정이다. 세월호 참사도 모자라 대형 화재가 연이어 일어난다. 26일에는 경기도 고양종합터미널에서 7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독가스를 마시는 화재가 있더니 연이어 전남 장성시 요양병원에서 21명의 노인이 숨지고, 6명이 중상을 입는 화재가 발생했다. 또 서울 지하철에서는 한 방화범이 전동차에 불을 질러 국민을 놀라게 했다. 한밤중의 요양병원 화재는 한 치매 노인의 방화이고, 지하철 화재는 억울하다며 화풀이로 불을 지른 경우이다. 그러나 고양 종합터미널 화재는 불법과 안전불감증이 원인이었다.대형 건물에는 불길을 차단하는 `방화셔터`가 필수이고, 이 시설의 위치를 바꿀때는 소방당국과 지자체에 신고하고 안전지침을 받아야 한다. 불꽃이 튀는 용접작업을 할 때는 가스관을 잠그고, 불연성 방화포를 깔아야 한다는 것은 기본상식이다. 그런데 공사장 주변의 방화셔터나 스플링클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또 화재시 자동으로 연기를 빼내는 환기장치 또한 제구실을 하지 않아 유해가스가 건물 전체로 퍼져나갔다. 이런데도 2개월 전 안전점검에서 `정상`판정을 받았다. 세월호의 경우와 판박이로 `불·탈법·비리 종합세트`였다.요양병원은 고령의 노인들이 입원해 있고, 치매 노인도 많다. 화재가 일어나면 혼자 거동할 수 없는 노인들이 대부분인데, 한밤중에 일어난 화재에는 실로 속수무책이다. 노인병원일 수록 화재 방지장치가 완벽해야 할 것인데, 일반 다른 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허술한 것이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한 일제 조사가 필요하고, 법규가 미비하다면 이를 보완하는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모든 시설물들을 일제히 조사해서 불법 탈법 비리 가 없는지 밝혀내 바로 잡아야 한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에는 미래가 없다는 명언도 있지만, 세월호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국민에게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포항 북구 양덕 신도시에 조성된 주차장 부지에 주차시설과는 관련이 없는 건축자재 판매점이 운영되고 있다는 보도이다. 그러나 이를 단속해야 할 포항시는 미온적으로 대처해 봐주기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특정 목적을 위한 건축물이 식당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물의를 빚는데, 이 경우는 주차장을 건축자재 판매점으로 변용한 경우이다.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느껴 민원을 제기했고, 시는 원상복구명령을 내렸지만 건물주는 얼마 지난후 잊혀질만 하자 다시 영업을 재개했고, 이후 3년여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법의 현장에는 으레 `유력인사`가 연루돼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진실도 명백히 밝혀야 한다. `힘 있는 자와 불법의 연결고리`가 재앙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2014-05-30

`인성교육진흥법` 늦었지만…

인성교육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었다. 교육의 큰 줄거리를 잡는 것이 인재선발제도인데 신라는 `독서삼품과`라는 과거제도를 도입했고 그것은 고려와 조선조를 거치면서 전통을 이어갔다. 그 시험 과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경서(經書)였다. 시(詩)를 짓는 능력과 성현들의 말씀을 응용하는 능력, 현실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내는 식견 등이 과거시험의 대종이었다. 조선 중종때 조광조가 `현량과`를 실시한 것은 인성교육의 절정이었다. 기존의 시험이 지나치게 격식에 얽매였다며 “현명한 인재를 널리 구하자”해서 출중한 덕망과 인품을 가진 자를 뽑아 쓴 것이 현량과였다.`능력과 인품을 함께 갖춘 인재 양성`을 표방했던 우리나라가 어쩌다가 서양에 뒤따라 가는 교육후진국이 됐는지 한탄스럽다. 미국은 1994년 인성교육을 명문화한 `학교개선법`을 연방법으로 제정했다. 배려·존중·책임·신뢰·시민의식 등을 학생들의 정신 속에 주입시켜 체질화시키고 교원 연수과정에도 인성교육을 포함시켰다. 연방법 뿐 아니라 각 주정부는 인성교육을 의무화하는 법률을 따로 제정했다. 예산을 지원하도록 법에 규정한 것이다. 인성교육이 의무화되고 재정지원이 법제화되자 비로소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쏟아져나왔다.독일의 어떤 주정부는 인성교육을 학교교육의 가장 큰 목표로 규정했고 예절 생활습관 등을 기르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 1~2학년 때에는 셈본의 기초 교육을 제외한 다른 교과목의 학습량을 대폭 줄여준다. 대신 남의 의견을 듣는 토론과 신문활용교육(NIE) 등을 통한 사회적 자질을 기르는데 집중한다. 또 사회 역사 등 일반과목을 가르칠 때도 존중·배려·정직·정의·규칙 등을 자연스럽게 체득하도록 수업을 진행한다. “아무도 2등을 기억하지 않는다”면서 각자 질주해서 1등 하면 그것이 인생의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개인주의적 교육내용과는 차이가 많다.인성교육 선진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어쩌다가 서양을 뒤따라가는 신세가 됐는지 한탄스럽다. 우리는 지금 서양의 인성교육을 따라 배우는 중이다. 국회의원 100여명이 공동으로 `인성교육진흥법 제정안`을 지난 26일 발의했다. 그것도 세월호 참사를 겪은 후에 이뤄진 일이다. 승객 수백명을 버려둔 채 선장 선원들만 배를 탈출한 행태를 보고 비로소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대형사고가 나야 정신을 차리는 우리의 정신구조는 확실히 비정상이다. 그 병증을 치료하는 처방전이 인성교육이다.우리의 인성교육은 그동안 `소리`만 요란했다. 예산의 뒷받침도 없고 법률적 강제도 없었기 때문이다. 법은 이제 당근과 채찍이라는 장치를 마련했다. 실효성 있는 대안(對案)들이 다양하게 나와서 세월호 같은 국제망신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내야 한다.

2014-05-29

무소속 돌풍이 민심인가

지금은 정당정치가 헌법에 규정돼 국가예산으로 정당 운영을 지원하는 등 보호를 받고 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정당은 패거리를 만들고 갈등만 유발하는 `악덕 붕당`으로 비난의 대상이었다. 정치적 이념을 같이하는 정치인들 끼리 힘을 모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당정치가 헌법이 보장하는 위치에 오르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우리나라는 사색당쟁(四色黨爭)이 있었다. 동인 서인라는 두 붕당이 점점 분화되어 많은 계파를 만들었고 붕당 사이의 정쟁은 잔인했다. 많은 인재들이 목숨을 잃고 귀양살이로 비탄의 세월을 보냈다. 임금은 이 붕당을 이용했는데 이쪽 저쪽을 번갈아 편들어줌으로써 충성심을 유발시켰다. 붕당을 없애겠다며 탕평책을 썼으나 당쟁이 없어지니 이번에는 일당독재 세도정치가 생겨 국정은 무법천지가 됐고 마침내 나라가 망했다.“일당독재로 인한 부패보다는 다투면서 견제하고 균형을 잡는 편이 나았다”라는 인식이 일반화되면서 각 나라들은 정당을 적대시하지 않고 묵인하는 과정을 거쳐 헌법에 정당을 올려 보호하기까지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런데 어느 나라든 지역감정이란 것은 있지만 우리나라는 좀 심한 편이다. 여당지역과 야당지역이 확연히 갈라져서 좀처럼 변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여당도 싫고 야당도 싫다는 민심이 일어날때는 무소속을 선택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정당혐오증·정치혐오증`의 발로였다.2010년 제5회 지방선거때는 대구 경북에서 102명의 무소속 당선자를 냈다. 대구 서구청장과 달성군수, 영주, 문경, 경산, 칠곡, 영양, 울진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했고 광역의원도 대구 1명 경북 6명이 무소속이었다. 그 `무소속 돌풍`이 올해도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가 무소속 오거돈 후보에 밀리는 상황이고 광주시장 선거에서는 새정련 윤장현 후보가 무소속 강운태 후보에 많이 뒤쳐진다. 최대 관심지역의 여론조사 결과이다.대구 경북에서도 무소속 바람이 심상치 않다. 상주 청송은 새누리당이 무공천함으로써 무소속 당선이 예고됐고 대구 서구청장과 경주시장, 안동시장, 문경시장, 그리고 기초의원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소속이 약진을 보인다. 심지어 새누리당의 일부 당직자와 당원들이 자신의 당 후보자를 돕지 않고 무소속 후보 지원에 나서는 바람에 도당이 발끈해서 제재에 나서는 이변도 보인다. 또 영덕에서는 새누리당 공천자 1명과 무소속 4명이 경쟁한다.야당은 정치이념이 싫고, 여당은 제 구실을 못해 싫고, 그래서 무소속을 선택하겠다는 민심이 이번 선거에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정당들이 크게 각성해야 할 민심이다. 정치인이 민심을 떠나 어디 발을 붙이겠는가.

2014-05-29

늦지 않게 새 씨앗을 뿌리자

세계적인 석학인 포스텍 김용민 총장과 한동대 장순흥 총장이 `포항이 살아갈 길`을 제시했다. 두 석학은 포항의 문제점으로 `철강일변도의 산업구조`를 들었다. 80년대 초 미국 피츠버그는 철강경기 악화로 1년새 일자리 3만개가 없어지자 시민들도 그 도시를 떠났다. 산업다각화에 실패한 탓이다. 따라서 창의적 인재를 발굴해 그들이 지역에 남을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삼성그룹도 과거 “인재 한 명이 수십만 명을 먹여살리는 시대에 걸맞는 인재 양성”을 제창한 바 있다. 포항은 철강 외에 에너지, 소재, IT 등이 있으나 그리 활발하지 못하니, 대학, 상공회의소, 지자체 등이 논의해서 벤처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포스텍과 한동대가 우수한 인재를 키워놔도 지역에서 이들을 포용해 창업할 여건을 마련하지 못하면, 애써 키운 인재들이 떠나버리니, 이것은 엄청난 손실이다. 포항 시민들이 외지에서 온 학생들을 집에 초청해서 따뜻한 밥 한끼라도 대접하는 풍토를 만들면 이들은 이 지역에 애정을 느끼며 되도록 지역에 남아 산업 다각화에 기여할 것이고, 이들이 지역에서 창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일도 필수적인 준비작업이다.농부가 때를 놓치면 헛농사를 짓는 것처럼 포항도 때 맞춰 산업 다각화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포항에는 아직 포스코가 있어서 얼마 간은 버티겠지만, 철강산업은 경기변동이 심하니 대체산업 육성이 시급하다. 때를 놓치지 말고 새 씨앗을 뿌려야 하는데, 지금 세계의 추세는 에너지이므로 지금 포스텍과 한동대가 손 잡고 혁신 기술을 개발한다면 포스코에 바로 접목시킬 수 있고, 울산의 중공업과 자동차에도 기술이전을 할 수 있다.또 두 석학은 포항시가 IT에 과감한 투자를 할 것을 제안했다. 대학 근처에 창업지원 빌딩을 지어 무상으로 임대하는 등 테크노파크 산업인큐베이트를 확산하면 그것이 바로 새 씨를 뿌리는 일이다. 네이버도 과거 카이스트 학생 2명이 차린 초라한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회사 가치가 포스코 이상의 대기업이 됐다. 21세기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시대이다. 애플의 회사 가치는 삼성을 능가한다. 젊은 인재들이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창업한 회사가 5년이나 10년 후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한 예는 많다. 그같은 새 씨앗을 잘 가꾸어 놓으면 포항에서 삼성전자 몇 개 되는 회사가 나올 수 있다.포스텍과 한동대에서 길러진 인재 중 3분의1만 포항에 남아도 포항의 미래는 창창해진다. 이 인재들이 `작은 씨앗`을 뿌려서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겠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창업 역군이 포항에서 나오게 해야 한다. 이는 `보리 밥풀로 잉어 낚는` 횡재이기 때문이다.

2014-05-28

선거백태·꼴불견 전시장

이번 지방선거는 그리 요란스럽지 않고, 차분하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어 관심을 끌려는 노력은 좋지만 흑색선전, 모함, 유언비어 날조 유포 등 구태 또한 여전하다. 이런 일은 `열세에 몰린 쪽`이 주로 주도하는 것이어서 유권자들이 판별을 잘 해야 한다. 아니면 말고식, 억하심정으로 벌이는 선거운동이 발 붙이지 못하게 하는 힘도 유권자의 현명함에서 나온다.영천에서는 지게를 지고 선거운동에 나선 후보자가 있다. “영천 발전을 짊어지겠다. 지역 민심을 담을 지게를 지고, 주민들을 만나겠다”며 로고송이나 유세연설 방송 등을 하지 않는다. 선거사무소 개소식 같은 것은 하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고 농로길을 누비는 후보자도 있다. 또 6·4지방선거 날짜를 따서 6보 1배, 4보 1배를 하는 후보자도 있다. 무더운 날씨에 비지땀을 흘리는 모습에서 시민들은 진정성을 느낀다. 한 여성 후보는 한복을 차려 입고 큰절을 하고, 한 여성후보의 남편은 건강이 좋지 않으면서도 아내의 선거운동을 도와 부부애를 과시한다.도의원 선거에 4번 낙선하고 5번째 도전하는 한 후보는 온 가족이 선거운동에 나서 돈독한 가족애를 보여주었다. 또 한 후보자는 벽보 현수막 공보 등에 일체 얼굴과 경력 등을 소개하지 않고, “오직 희망의 등불이 되겠습니다”란 문구만 강조하고, 어떤 후보자는 `둘리나 짱구` 만화영화 주인공 캐릭터 인형을 내세워 이색적이다. 이런 모습은 선거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가는 일에 도움이 되지만, 다른 한편 추잡한 구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행태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영덕지역은 `흑색선전의 도가니`가 된 듯하고, 역대 선거를 통틀어 가장 심각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경주에서는 한 후보자의 추문을 폭로한다는 주장이 나와 공방전이 치열하고, 상주시에서는 한 후보가 국회의원에게 현금 20억원을 건넸다는 악성 루머가 나와 사법당국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열세에 몰린 측이 막판 뒤집기를 노리는 마타도어를 당국과 유권자들이 정확히 가려내야 한다. 그래서 흑색선전으로는 결코 당선될 수 없는 선거풍토를 만들어가야 한다.선거벽보를 훼손시키는 행위가 아직 고쳐지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먹칠을 하는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문구를 적어 넣는데, 지지하는 후보에는 좋은 문구를, 아닌 후보에는 비방의 글을 써놓는다. 벽보훼손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엄한 처벌법이 있는데, 당국은 이런 범법자를 철저히 가려내 응징해야 한다. 또 한편 선거홍보차량이 차선 하나를 독차지하고 있어서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일도 빈번한데, 시민불편을 초래하는 행위는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눈살 찌푸려지는 모습들이 사라지게 하려면 시민의식이 우선 성숙돼야 한다.

2014-05-28

해경 해체, 정답 아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된다. 부서 이름까지 바꾼 안전행정부는 행정자치 기능만 남겼고, MB정권때 없어졌던 해양수산부는 부활하자 마자 반쪽짜리가 됐으며 이번에 구조를 맡았던 해양경찰청은 해체될 운명을 맞았다. 실로 `국가개조` 수준의 극약처방이다. 그러나 극약처방만 능사인가 하는 회의론도 없지 않다. 미국은 9·11테러 후 1년여의 논의를 거친 후 국토안전부를 신설했다. 그러나 우리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지 만으로 국가안전처가 신설되고, 해경이 해체되고, 안행부와 해수부가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당연히 “이렇게 뚝딱 처리해도 되는가”하는 여론이 일어난다. 그것은 합리적 논의의 결과가 아니라 `징벌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벌 받을 이유야 충분하지만 정부부처의 존폐를 그렇게 `뚝딱`결정하는 것은 나중에 문제를 남길 소지가 있다. 앞으로 국회는 보다 신중한 자세로 정부조직법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해경은 6·25 정전협정이 맺어지던 1953년 12월 내무부 치안국 소속 `해양경찰대`로 출범했다. 당시에는 해양경비, 어로 보호 기능을 주로 맡았지만, 지금은 그 기능이 확대돼 해상범죄 수사, 해상교통 안전, 수상레저 관련 인허가, 해양오염 단속 등으로 업무영역이 확대됐다. 2001년 한·중 어업협정 발효와 서해 중국어선 불법 홍게잡이 단속, 독도를 둘러싼 일본의 영유권 주장과 도발, EEZ(배타적 경제수역) 설정 등으로 업무범위가 넓어졌고, 2005년에는 차관급 기관으로 격상됐다.한국 현대사와 함께 성장해온 해양경찰청은 그 성장해온 역사 만큼이나 많은 업적도 남겼고, 축적된 정보량과 노하우도 상당하다. 서해에 출몰하는 중국 홍게잡이 어선들과는 목숨을 건 전쟁을 벌였고, 다친 대원들도 적지 않았다. 또 독도를 지키는 일에서도 해경은 많은 족적을 남겼다. 독도 인근에 출현한 일본 순시선과 싸운 실적도 지난 한 해 100회를 육박한다. 대게 불법 조업과 불법 위판, 불법 고래 잡이 등을 단속해온 해경의 이미지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특히 악천후 속에서 밧줄 하나에 매달려 선박의 기름새는 구멍을 막은 해경 대원의 활약은 많은 감동을 주었다.앞으로 해난 구조 구난 업무는 국가안전처로 이관되겠지만, 해상치안과 불법조업 수사와 해양 오염 단속 등의 업무는 계속 해경이 맡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많다. 육지경찰인 경찰청에 해양경찰 업무를 맡길때 그것은 1953년의 `해양경찰대`기능 밖에 발휘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 이것은 그동안 해경이 축적한 정보와 노하우를 일시에 침몰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3면이 바다인 한국에서 독립된 해양경찰청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앞으로 국회가 합리적 논의를 펼쳐야 할 부분이다.

2014-05-27

대구지검의 법해석 옳았다

경북도와 울릉군은 2011년 8월 독도에 국기게양대를 설치하면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았다. 독도는 1982년 11월16일 천연기념물 제336호로 지정돼 일체의 현상변경은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했으니 태극기 게양대 하나도 허가사항이다. 경북도와 울릉군은 태극기 게양대와 함께 `독도를 관할하는 행정기관`의 표시로 도기와 군기 게양대와 호랑이조형물을 설치했다. 문화재청은 이것이 불법이라며 도지사와 전·현 울릉군수를 고발했다. 이에 추가 시설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수호 표지석을 설치했다. 최근 대구지검은 김관용 지사는 무혐의, 최수일 현 울릉군수는 불기소, 정윤열 전 울릉군수에는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이는 국민의 법감정에도 부합한다. 이미 무허가 시설물이 철거됐음에도 굳이 소송으로 몰아간 문화재청에 대한 눈총이 오히려 따갑다. 울릉도가 바닷새들의 경유지이고, 섬식물 서식지이기는 하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인가.1952년 1월18일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평화선 선언`을 했다. “독도와 그 영해 인접 해양의 주권에 대한 대통령 선언”이었다. 그때부터 독도를 둘러싼 양국간의 분쟁이 심화됐고, 1980년부터 독도의 운명이 바뀌었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일본에 `안보협력자금`이란 명목으로 60억 달러를 요구했고, 이듬해 4월 40억 달러의 차관을 얻어왔다. 그러나 그 차관의 대가가 혹독했다.정광태의 `독도는 우리땅`이 방송금지곡에 포함됐다. 그리고 독도의용수비대 홍순칠 대장이 정보기관에 연행돼 보름간의 심문끝에 “독도에 대한 이야기는 다시 입에 올리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풀려났다. 그러나 그는 그후 얼마 살지 못하고 홧병으로 세상을 떴다. 독도의 수난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1982년 독도가 천연기념물 제336호로 지정된 것이다. 이는 일본정부의 음성적 압력에 의한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천연기념물이라는 명목으로 한국인의 독도 입도가 전면 금지된 것이다.독도를 한국인의 뇌리에서 멀어지게 하고, 독도는 한국과 아무 관련 없는 무인도로 인식되게 한 후 국제사법재판소에 독도 영유권 문제를 가져갈 경우 일본에 유리할 것은 물론이다. 일본정부의 그 교활한 술수에 우리나라 신군부정권이 맥없이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2005년 참여정부는 독도 입도를 허용했고, 이에 대항해 일본 시마네현은 3월 16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해 양국간의 갈등 마찰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독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서 실효적 지배를 방해하는 정책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구지검의 처분은 국민정서에 매우 부합한다. 천연보호구역 족쇄를 무력화시키자는 것이 국민정서이기 때문이다.

2014-05-27

다시 `규제 개혁`에 집중하자

대통령 주재하에 7시간에 걸친 막장토론까지 벌였던 규제 개혁 논의가 세월호 참사로 한동안 관심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대통령이 `암덩어리`라고 표현할 정도로 국가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라면 이를 혁파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도 `규제와 관피아`의 연결고리에서 생긴 일이라 할 수 있다. 관료의 힘은 규제에서 나온다. 공무원은 퇴직후 갈 곳을 더 많이 만들어두려 할 것이고, 규제가 많을 수록 `갈 곳`은 더 많아지기 마련이다. 규제가 적다면 로비를 할 이유도 없고, 전직 고위 관료를 굳이 영입할 이유도 없으며, 궁극적으로 협회니 연합회니 하는 산하 단체를 만들 필요도 없을 것이다.애도분위기가 한 달 여 지나자 다소 진정되고 있다. 전국 각처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는 발길도 뜸해진다. 나라 전체가 침몰하지 않으려면 지금쯤 힘을 내어 다시 일어서야 한다. 소비경제를 중심으로 경기 활성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리고 불필요한 규제, 나쁜 규제를 혁파해서 기업이 활동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가야 한다.경북도는 지난 22일 상주시에서 `농업분야 규제개혁 현장간담회`를 가졌다. 농업관련 기업, 농업법인, 농업인단체, 귀농인, 현장 규제 담당 공무원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이영석 규제개혁추진단장은 규제 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김주령 농업정책과장은 농업분야 규제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했으며, 도와 시 군의 규제개혁 발굴 사례도 발표됐다. 김승수 기획조정실장은 분야별 현장간담회를 상설화하겠다 면서 “아직도 농업현장에는 숨어 있는 나쁜 규제들이 많다. 큰 것보다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오래되고 못된 규제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셀프 규제개혁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것인가”하는 회의론도 있지만, 일단 행정기관 자체가 의지를 보였다는 것도 의미 있다. 언론과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주시해볼 일이다.포항시는 지난 22일을 `기업 애로 및 규제 상담의 날`로 정했고, 관계자들이 모여 기업 현장의 각종 고충을 듣고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법무사, 관세사, 공인노무사, 건축사, 경영지도자, 기술거래사 등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포항시 기업애로 상담관`들이 참여했으며, 기업 지원 기관의 상담원들도 참여해 애로 사항을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상담에는 중소기업 10여개 업체가 나왔는데, 주 상담 내용은 `운전자금 융자` `근로계약서 작성 및 취업규칙` `산업단지 부지 용도변경` 등이었다. 포항시는 지난 2010년부터 각계 전문가가 25명을 위촉해 무료상담활동을 상시 펼치고 있다.관료가 만든 규제에 대해 기업이 항의하다가 괘씸죄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행정권력을 쥔 자가 갑(甲)이 되는 관행이 사라져야 규제개혁도 힘을 받을 것이다.

2014-05-26

관광산업 다시 불을 지피자

세월호 참사로 관광산업과 서비스산업이 수난을 맞았다. 교육부가 수학여행을 전면 중지시키면서 역사문화 관광지의 침체는 심각하다. 지역 40여건의 축제 및 주요 행사가 취소 또는 연기되었고, 관광숙박업소와 관광버스업체도 생존의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대구경북연구원 송재일·손은정 박사는 `대경 CEO 브리핑 제393호`를 통해 현황을 밝히고 대책을 제시했다.수학여행 전면 중지결정 후 예약을 취소한 학교 수는 약 387개교이고, 대부분 서울 경기도 소재 학교들이며 학생 수는 6만8천700여명에 이른다고 했다.이에 연구팀은 정부와 지자체, 산·관·민 차원의 관광산업 정상화를 위한 10대 추진과제를 제안했다. 정부차원의 지원대책으로 2학기 수학여행 재개와 안전관리체제 구축 등을 제안했고, 지역차원에서는 총리실 산하 `수학여행위원회`를 설치하고, `수학여행 진흥특구`지정 등을 건의했으며, `추억의 수학여행지 찾기`캠페인 등을 제안했다.한편 포항에는 꾸준히 인기를 얻어가는 관광명소가 있다. 구룡포에 있는 `근대문화역사거리`인데, 100여년 전 일제 강점기때 일본인들이 들어와 어업, 선박업, 통조림 가공공장 등을 벌였던 일본인 집단거주지였다. 포항시가 2010년께 일본식 가옥들이 원형을 보존한 채 남아 있는 것에 착안해 `일본인 거리`를 조성했다. 당시 반대여론도 있었으나 치욕의 역사도 역사이고, 역사를 교훈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해서 일본인거리 조성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이 일대에는 일주문, 구룡포공원 입구 돌계단, 충혼각과 용왕당 등이 그대로 보존돼 있고, 특히 `구룡포 근대역사관`은 지난해 17만여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다녀갔는데, 당시의 생활상 뿐만 아니라, 포항의 항일투쟁 모습도 재현돼 있다. 포항시는 또 오는 7월 초까지 구룡포의 상징인 용조형물을 제작 설치할 예정이다. 구룡포는 용 아흡 마리가 승천했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포경산업이 활발하던 시기에는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의 부촌이었고, 지금도 수산업의 중심지 구실을 한다.울릉도의 해중전망대가 지난해 6월 준공됐는데, 아직 개관을 못하고 있다. 200여억원을 들인 한국 최초의 해중전망대인데, 내부는 30명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수중 12m까지 내려가 바다속의 생태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관리 주체의 혼선때문에 아직 운영조례안조차 제정하지 못하고 있다. 공사는 해양수산과가 하고, 관리는 문화관광과가 맡기로 돼 있는데, 보완공사 중 신설된 시설관리사업소로 관리업무가 이관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관광산업 활성화가 시급한 이 시기에 `소모적 혼선`때문에 개관이 늦어진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신속하게 가닥을 잡아야 하겠다.

2014-05-26

성숙된 선거문화가 정착되려면

지난 22일 0시부터 6월 3일 0시까지 선거운동이 본격 펼쳐진다. 예비후보에서 `예비`가 빠지고, `사전선거운동`이란 말도 없어진다. 후보자와 배우자,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 등은 어깨띠를 두를 수 있고, 표찰이나 소품을 몸에 지니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그동안 명함을 주고 이름 알리기만 했지만 이제 적극적으로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게 된다. 후보자와 선거사무원은 자동차에 확성장치를 부착하고, 공개장소에서 연설을 할 수 있고, 대담을 할 수 있으며 일반 유권자들도 공공장소에서 특정 후보 지지발언을 하거나 전화, 인터넷, 이메일, SNS, 문자메시지 등으로 지지의사를 밝힐 수 있다. 선거법이 워낙 엄격하고, 또 까다롭기도 해서, 어떤 행동이 법에 걸리는지 잘 분간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70대들은 과거 자유당 시절의 선거운동을 돌이켜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때는 고무신 막걸리가 공공연히 오갔고, `선거경기`란 것도 있었다. 돈이 일시에 대거 풀리니 소비경제가 피어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돈과 관권 개입이 당락을 결정하는 부패선거여서 지금은 `아련한 선거의 추억`으로 역사의 뒷페이지로 넘어갔다.그러나 우리나라의 선거문화가 선진적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은 없다. `희미한 옛 부정선거의 그림자`가 지금도 유령처럼 선거판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소 고발 사법처리 등 불미스러운 일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붙어 있지만, 그것은 잘 운영될 때에나 가능한 일이지, 잘못되면 `총 칼 없이 피흘리는 전쟁판`이 되는 것이다.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돌에 후보자의 이름을 적어 항아리에 넣었던 그 `역사상 첫 선거`에 비하면 지금의 선거는 실로 총성 없는 전쟁이다. 승천하느냐 땅 속 지렁이가 되느냐 하는 갈림길이 선거에 달려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그래서 선거에서는 흔히 `야비한 모습`도 보인다. 패색이 짙은 후보자 측이나 선거에 진 후보자들은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심정으로 일탈을 하거나 분풀이를 하는 예가 적지 않다. 포항시 남구 대송면 대각2리 마을이장 선거에서도 “마을이장으로 안태근님을 추천합니다. 왜? 고소, 고발, 허위증언 등을 할 줄 모르니깐”이라 쓴 현수막이 3군데 내걸렸다. 여기서 안씨(50)는 정신지체 1급 장애인이다. 선거 후 당선자와 낙선자 사이에 고소 고발 등 법정공방이 벌어졌던 것을 두고 아무 상관 없는 장애인의 실명까지 들어 분풀이를 한 것이다.장애인의 인권도 엄연한 인권이다. 야비한 선거싸움 때문에 장애인의 명예가 침해되고 그 가족들은 참담한 마음의 고통을 겪는다. 성숙된 선거문화가 정착되려면 이런 선거사범부터 일벌백계해야 한다.

2014-05-23

자연속에서 마음을 다독이자

지금 온 국민은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었다. 세월호의 실소유자인 유씨 일가들이 잡히지 않고 도망다니고 있어서 국민의 마음에 불이 일어난다. 횡령 배임, 불법대출, 사기, 외화 불법 반출, 업무상 과실치사 등 온갖 혐의를 쓰고 교활하게 도피행각을 벌이고 있다. 사교(邪敎)의 요건을 다 갖춘 이 일가가 다 잡히고 위법 부당하게 벌어들인 재산을 모두 환수하기까지 얼마의 세월이 더 걸릴지 모르니 국민이 겪는 마음의 고통은 깊어만 간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자연을 되도록 자주 접하는 것이다. 올 여름은 되도록 자연과 함께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경북지역에는 21개의 자연휴양림이 있다. 국·공립·사립의 크고 작은 휴양림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고 산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숲에서 며칠 살아보면 한결 마음이 풍요로워짐을 느낀다. 요즘은 아토피 피부병이 유행인데, 자연휴양림은 그 피부병 치유에도 좋고, 숲속에 학교를 짓는 친환경 학교까지 등장하고 있다. 산속의 숲과 계곡은 심신의 건강을 위해 더 없이 좋은 의사이다. 세월호 참사 후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우는 지금인데, 자연휴양림은 가족 단위로 휴식을 취하기 적당하다.`문경 새재 달빛사랑 여행`이 10년째를 맞는다. `길·사랑`이라는 테마 프로그램에 문경새재의 달빛풍광을 접목시켜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경주 신라문화원이 매년 실시하는 `역사유적과 달빛기행`이 국내 달빛관광의 원조 격인데, 문경새재 달빛여행은 성공적으로 지속되는 행사 중 하나이다. 곳곳에 설치된 체험장소에서 선비복 입어보기, 사랑의 요요 만들기, 대금소리에 명상하기, 전통차 체험 등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고, `도자기 소원의 거리`도 있다. 보름날을 전후한 달 밝은 밤에 매월 한번씩 개최되는 이 달빛사랑여행은 5월 중순을 시작으로 10월까지 총 6회 진행된다.영덕군이 마련하고 있는 `Green-농식품 투어`도 참가해볼 만 하다. 지난 19일에는 대구지역 주민 80명이 투어에 참여해 고사리 꺾기, 고사리 가공공장 견학, 고사리 요리 시식, 블루로드 탐방 및 괴시리 전통마을 탐방 등으로 진행됐다. 오는 29일까지 총 6회 일정에 520명을 모집하는데, 이미 예약이 만료됐다. 8년 연속 로하스인증을 받은 영덕고사리는 군의 특수시책사업으로 2009년부터 보급, 현재 282농가 82ha의 면적에서 생산돼 연간 30억 원의 농가 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중국산에 밀려 고사지경이었던 국산고사리 산업이 영덕군의 노력에 의해 화려한 부활을 한다.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라면 어디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지친 마음을 쉴 기회를 만드는 것은 매우 현명한 행보이다.

2014-05-23

비방으로 얻을 것은 없다

2004년 평안북도 용천역에서 대폭발사고가 났었다. 열차에 실린 화학약품이 터진 것이다. 근처에 있던 용천소학교 학생들과 주민 160여명이 폭사했다. 그때 북한보다 먼저 구호에 나선 쪽은 한국이었다. 화상 입은 학생들을 치료할 약을 공급하고, 복구할 자재와 포크레인을 실어보냈으며, 교실 칠판과 책걸상을 수송했다. 우리는 결코 북한정권을 비난하지 않았고, `김정일정권의 책임` 운운하는 소리는 단 한 마디로 하지 않았다.그러나 이번의 세월호 참사에 대해 북한 노동신문은 “남조선 사회가 세월호와 더불어 뒤집혀지고 있다”고 악담을 퍼붓고 “청와대를 송두리째 불살라버릴 것”이라고 저주했다. 국방위원회는 희생자들을 두고, `물고기밥`이란 용어를 사용, 유가족들의 가슴을 더 찢어지게 했으며, “어디가 낙원이고, 지옥인지 명백해졌다”는 말로 `북한 지옥론`을 상기시켰다. 북한의 비인도적 험담에 대한 비판이 일자 적십자회 명의로 “어린 학생을 비롯한 사망·실종에 심심한 위로의 뜻을 표한다”는 간단한 위로전문을 보내왔다.그러나 남남 갈등을 부추기는 선전 선동은 멈추지 않았다. 정부의 부실대응에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하자 이에 편성해 극렬한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고 비방·중상을 이어갔으며 “6·4지방선거때 반드시 정부여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반정부 반국가단체들과 입을 맞추어 한국 흠집내기에 광분한다.최근에는 조평통까지 나서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다. 세월호가 침몰할 시간대에 제때 구조활동을 벌이지 못한 것에 대해서 “남조선 정부가 직접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나 마찬가지”이라고 적힌 `진상고발장`이라는 문건을 발표했다. 문건은 “정권에 의해 예고된 살인” “고의적인 집단 대학살”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부패한 남한사회가 빚어낸 필연적 참사” “박근혜는 모든 악의 근원”이라 했다.그런데 그 악담이 고스란히 자기 자신에게 부매랑이 돼 돌아갔다. 지난 13일 평양시의 중심부이고 고급 간부들이 주로 사는 평천구역 살림집(아파트)가 무너졌다. 좋지 않은 사고에 대해 공개도 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는 북한이 관례를 깨고 이례적으로 사고 5일 만에 언론에 보도했고, 고위 책임자가 주민들을 모아놓고 허리를 굽혀 사과까지 했다. 북한에는 외국 언론사 특파원들이 와 있는데 이들도 보도통제를 당하고 있다. 23층 아파트이고 92가구가 살고 있다는 정도만 알려줄 뿐, 붕괴현장의 모습이나 피해 규모 등은 전혀 보도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위로전문`을 보냈다. 상처에 소금 뿌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남북이 상호 비방해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이만 더 벌릴뿐이다. 통일이 목적이라면 우선 비방의 소리부터 `보도통제`를 해야 한다.

2014-05-22

문화재 원형 복원 서둘러야

문화유적은 원형이 망실되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잃는다. 세월이 지나면 문화재는 훼손되기 마련인데,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복원·보수해야 한다.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등재 제도가 생긴 이유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인위적·불법적으로 문화유적을 훼손하는 사례도 있고, 이상이 발생한 문화재를 제때 보수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걱정이다. 특히 안동과 경주는 문화유적이 즐비한 곳이어서 공무원의 문화적 소양이 절실히 필요하고, 문화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야 할 것인데 별로 그러하지 못해 유감이다. 안동 하회마을은 1984년 국가중요민속자료 제122호로 지정됐고, 2010년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두 곳 다 조선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해야 할 민속마을이다. 따라서 원형을 변경해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생겼을때는 반드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해야 한다. 경주 양동마을의 경우, 마을 입구에 교회가 있었는데, `조선시대의 마을에 교회`란 있을 수 없다 해서 교회를 이전했다.안동 하회마을은 목선이 말썽이다. 2011년 민간법인이 목선 운영 사업권을 따낸 후 선박계류장을 만들고, 접안시설을 조잡하게 축조했으며, 쇠줄로 지탱하는 시설물을 설치했다. 이런 현상변경행위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안동시 공무원조차 “그런것까지 허가나 신고 대상인 줄 몰랐다”고 했다. 문화재 지역 공무원의 소양과 의식수준이 한심하다. 문화재청 민속마을 담당자는 “하회마을은 현상 변경이 불가능한 절대보전지역이다. 현지조사 후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원형복구 명령이나 고발조치할 것”이라 했다. 하회마을은 돈벌이 대상이 아니고 보존 대상이다.국보 제31호 첨성대는 신비로운 건축물이다. 1천수백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지진의 피해도 입지 않았고, 역대 첨성대 중에서 원형이 보존된 유일한 문화재다. 그런데 지금 `세월의 무게`와`현대적 도로` 탓에 매년 조금씩 기울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감사원이 감사에 나서 훼손 정도를 정확히 측정했는데, 상단부는 북쪽으로 200mm 기울어졌고, 윗쪽의 돌 하나가 삐어져 나온 것이 육안으로 확연히 보였다. 과거 첨성대 북쪽에 바싹 붙여 큰 도로가 있었고, 차량들이 다니면서 지반이 침하돼 일어난 현상임을 일찍 알았다.그러나 경주시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시는 지난해 3월 보수사업을 시행키로 하고, 문화재청에 5억원의 국고보조금 지원을 요청했고, 문화재청은 4월 하부 기초의 지내력(地耐力) 등에 대한 정밀구조안전진단부터 하도록 경주시에 회신했다. 그러나 경주시는 문화재청의 지시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양 기관 간의 업무협조가 이렇게 삐걱거리니 감사원이 중간에서 잘 잘못을 따져 엄히 문책해야 할 일이다.

2014-05-22

지역 친화적 경영과 안전투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9일 발표한 `신경영전략`은 내실 성장을 위주로 하고,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사업이나 비핵심 사업은 정리하겠다는 것으로 “철강 본업 집중과 메가 성장기반 구축·사업 구조조정·재무구조 건전화”로 압축된다. 이를 통해 지난해 5조7천억원인 현금 창출능력을 2016년까지 8조5천억원으로 키워 신용등급을 A등급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한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우선 46개 계열사를 7개 사업군 30여개 사로 재조정하고, 이 과정에서 일부 경쟁력이 떨어지는 계열사는 매각 또는 통폐합될 것이라 한다. 권 회장은 신경영전략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내실 있는 성장을 위해 전략 패러다임을 바꾸고,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제고에 집중하겠다”면서 주주와 투자자, 고객과 협력파트너, 임직원, 지역사회와 국민 등 포스코를 늘 아껴주는 이해관계자들의 사랑과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수익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하지만, 그 외에도 중요한 가치들이 있다.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그것은 지역친화적 사업으로 수익성과 반대개념일 수 있다. 그러나 `착한 기업 이미지`는 우회적으로 기업의 수익성 향상으로 환원된다.지역민들이 포스코에 기대하는 것도 `가시적 수익`과 함께 `우회적 수익`도 고려하면서 지역친화적 경영에 더 관심을 기울여달라는 것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환경투자에 많은 기여를 했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제철소”라는 명성도 얻었고, 그로 인해 산업관광의 명소가 되었다. `비용`에 속하는 환경투자가 이미지 개선효과를 거두고, 그로 인해 포스코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 점은 `우회수익성`이란 말로 표현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이미지와 수익성은 기업을 굴려가는 두 바퀴라 할 수 있다.지금 우리나라의 최대 화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촉발된 `국가개조`작업이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 3개 부처가 구조조정됐다. 안행부, 해수부, 해경 등이 완전 해체되거나 간신히 명맥만 유지할 지경이 됐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돈벌이만 생각하는 악덕기업`탓이다. 안전에 대한 투자는 외면하고, 수익만 생각한 결과이다.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악덕기업이 `범죄기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청해진해운이라는 기업은 이제 문을 닫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익만 생각하고 안전투자를 외면한 인과응보이다.포스코의 안전투자에 대한 구상이 나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친화적 경영에 대한 구체적 복안도 발표되었으면 좋겠다. 가연성 쓰레기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공장 건설은 지역친화적 경영의 한 사례가 될 것인데, 그 사업이 무산되면 지역민들은 매우 서운할 것이다. 부산에서 성공한 RDF사업이 포항에서도 실현됐으면 한다.

2014-05-21

`안전한국 원년` 되기를

대형재난을 겪으면 국가의 방향이 바뀐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아랍권에 만연한 반미주의의 심각성에 대응할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고, 유화적 공공외교를 강화했다. 일본은 1995년 고베대지진 이후 `자원봉사자의 일본`으로 변신했다. 일본 국민 130만명이 구조활동에 나섰고, 1천200여개의 구호모임이 꾸려졌다. 일본정부는 `비영리단체지원법`을 제정해 이들을 지원한다. 우리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수십년 누적된 부패 비리를 척결하고, 2014년을 `안전한국 원년`이 되게 해야 한다.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반드시 이뤄내고 공직사회 개혁과 부패 척결을 실현시키겠다는 3가지 어젠다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많은 법이 개정돼야 하는데, 이는 국회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트집잡기·발목걸기가 계속된다면 `안전한국의 꿈`도 무산될 것이다. 국회도 `국민을 바라보고 가는 정치`를 해야 한다. 일부 반국가·반정부적 국민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바를 바로 알아야 한다.대통령이 국회에 넘길 정부입법안 중 첫째는`정부조직법 개정안`이다. 해양경찰을 완전 해체하고, 안정행정부는 행정자치업무만 맡고, 해양수산부는 해양산업 육성과 진흥업무만 담당하는 것이 골자다. 총리실 산하 기관으로 발족할 `국가안전처`에 구조 구난 경비 VTS 등 모든 안전업무를 넘기는 정부조직법이다. 또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할 것이다. 공무원의 산하 기관 재취업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안이다. 취업제한 대상기관 수를 3배 이상으로 늘리고, 고위 공무원의 취업제한 연도를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고위공직자의 퇴직 후 10년간 취업이력을 공시하는 제도도 도입할 것이다.이미 국회에 제출된 `부정청탁금지법`, 일명`김영란법`도 조속히 통과돼 `대가성`에 상관 없이 뇌물죄를 처벌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동안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란 말도 있었으나 지금 극약처방 없이 비정상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없음을 대다수 국민들은 알 것이다. 또 `구상권 행사 특별법`도 국회에 제출될 것이다. 피해자들에게 정부가 우선 보상하고,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법안이다. 탐욕적 악덕기업의 재산을 몰수해 피해자 보상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규모 인명살상을 야기한 범죄자에 대해서는 수백년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형법개정안`도 국회에 넘길 것이다.이 법안들은 모두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법들이다. 안전한국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이 담긴 이 법안들을 놓고 공연한 트집이나 발목잡기를 해서는 결코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다.

2014-05-21

얼마나 더 당해야 정신차릴까

지난 16일 성주군 성주읍 1차산업단지 내 밀폐형 에어동 지정폐기물 매립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15일 오후 4시 충남 당진시 삼보산업에서 배출된 알루미늄 분말 100t이 반입돼 매립됐는데, 에어동 안팎의 온도 차이로 이슬맺힘 현상이 나타났고, 여기서 생긴 물방물이 알루미늄 분말위에 떨어져 화학반응을 일으켰다 한다. 16일 오전 9시께 심한 악취와 연기를 감지한 주민이 군청에 알렸고, 성주군은 현장에서 자체 힘으로 진화하려 했으나 감당이 안 되자 5시간이나 지난 후 소방서에 신고했다. 관계 기관들의 자세도 안이했다. 대구지방환경청 담당과장은 “유해가스 배출 위험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대피시켜야 한다”는 건의에 대해 “그럴 필요 없다”고 일축했다. 성주소방서도 알루미늄과 물이 접촉하면 폭발 위험이 있다며 화재진압에 적극 나서지도 못했다. 소방서장이 “폭발 위험이 있으니 배출구를 모두 열고 가스를 배출하라”고 지시했지만 회사측은 이를 무시했고, 경찰관이 명령을 내리자 비로소 가스배출구를 열었다고 한다. 성주소방서는 16일 오후 5시16분 “추가적인 화학반응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작성했으나 17일 오전 5시40분께 다시 불길이 일어 포크레인 1대가 전소하고, 유독가스가 분출됐다.관계기관과 업체가 이렇게 갈팡질팡하자, 매립장 인근 예산·삼산·성산리 주민들은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월호에서 보았듯이 관계기관의 대처능력을 믿을 수 없고, 그로 인한 피해는 주민들이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앙119특수구조대가 투입돼 유독가스의 농도를 측정한 결과 메탄가스는 기준치의 3배가 넘었고, 일산화탄소(140ppm) 등 다른 유해가스도 기준치를 훨씬 넘었다고 한다.성주군은 정부로부터 환경대상을 받은 바 있다. 환경관리를 잘 했다 해서 대상까지 받은 자치단체가 이러니, 다른 지자체는 말할 나위도 없다. 분노한 주민들은 “클린 성주군에 지정폐기물 매립장을 유치한 김항곤 군수 후보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항의 집회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지방선거가 코앞인데, 현직 군수로서는 최악의 악재를 만난 것이다.`물+알루미늄=화재·유독가스`라는 사고에 대처할 매뉴얼을 미리 세워놓지 않는 것이 불찰이다.한편 칭찬받을 대응을 한 자지단체도 있다. 울릉도의 대표적 절경으로 꼽히는 서면 태하동 황토구미 지질공원 석산에서 낙석사고가 발생했는데, 군의 신속적절한 대응으로 피해가 전혀 없었다. 이곳은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고, 매일 수백명의 노점상과 주민과 관광객이 운집하는 곳이라 낙석사고가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울릉도의 이미지 개선에 큰 기여를 한 이런 행정기관은 표창을 해서 남들이 본받게 해야 한다.

2014-05-20

올해는 대형사고 많은 해인가

점성술의 이론에 의하면, 별들이 특별한 배열을 보이는 해에는 특별한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고 했다. 그런 해는 주기적으로 나타나는데, 2014년은 어느 해보다 대형사고가 많은 `별의 배열`을 가지는 연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요즘 국내외적으로 끔찍한 사고들이 연이어 터진다. 조짐이 좋지 않은 해에는 각별히 조심하고, 교육 훈련도 철저히 하고, 취약점을 빠짐 없이 점검, 예방책을 완벽히 세워야 한다. 올 초부터 경주 마리나리조트 체육관 붕괴로 100여명의 대학 신입생 사상자를 내더니, 4월 중순에 세월호가 어처구니 없이 침몰, 300여명의 목숨을 잃었다. 온 국민이 집단 우울증을 앓는 와중에 서울 지하철이 추돌해 230여명이 부상했다. 모두 어처구니 없는 상식 이하의 사고였다.올해에는 세계 여기저기서 대형 사고가 연이어 일어난다. 그러니 `별의 배열과 대형사고의 관계`를 말하는 점성술에 생각이 미치는 것이다. 5월 중순에는 터키 이스탄불 소마탄광이 폭발해 302명의 사망 실종자를 냈다. 정부와 당국자들은 “안전관리에 소홀한 적이 없는데, 이상한 사고가 났다”며 사과를 하지 않고, 생존자 구조에도 속도를 내지 않자 유가족들과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쌍동이 형제와 부자간이 함께 당한 경우도 있어서 사람들은 더 안타까워한다. 여기서도 당국이 희생자 수를 축소시키려 하고, 구체적인 사고원인도 밝히지 않아 정부 규탄 시위가 벌어진다. 기업 상점 학교 등은 검은 리본을 내거는 등 국가 전역이 추모분위기를 연출한다.라오스에서는 항공기가 추락해 승객 49명 전원이 사망했다. 라오스 부총리 등 고위 공직자 17명, 한국인 3명, 프랑스인 7명, 호주인 5명이 숨졌다. 발칸반도에서는 120년만의 대홍수가 와서 수십명이 사망실종했고, 북한에서는 92가구가 사는 23층 아파트가 무너져 수백명의 사상자를 냈다.평양에서도 중심지인 평천구역의 이 아파트는 북한의 핵심 권력층이 사는 살림집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북한 당국은 이례적으로 이 사고를 보도하고, 사과했다. 시골지역에서 일어난 사고였다면 공개도 하지 않고 당국자가 사과도 하지 않는 것이 북한의 관행이었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사고 발생 5일만에 관영통신을 통해 이를 보도한 것이다. 북한은 대가족제도의 국가여서 한 가구당 7~8명씩 살고 있는데, 92가구가 산다고 가정하면 희생자는 수백명이 될 것인데, 북한은 피해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세계 여기저기서 대형사고가 빈발한다. 올해는 특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 일본은 유난히 지진이 많고 태풍의 길목이기도 해서 어느 나라보다 재난관리를 잘 하는데, 그 방법을 참고 삼아도 좋을 것이다.

2014-05-20

국회는 남 나무랄 염치 있나

행정부를 질타하는 국회의원들의 목소리가 맵다. 행정관료가 중죄인이 된 것같다. 공무원을`나라의 동량`이라 하는데, 그 기둥들이 `썩은 서까래` 취급을 당한다. 지금 모두가 죄인 아닌가. 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놓은 책임에서 누가 자유로운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언론 모두가 죄인된 마음으로 참회하면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함께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국회는 안정행정부 장관을 심하게 몰아붙였다. “청와대 보고까지 한 시간 걸리고, 사건 두 시간이 지나서도 안전하다고 보고하고, 이걸 정부라고 할 수 있느냐” “안전행정부는 행동하지 않는 부가 됐다. 국민안전 포기부로 이름을 바꾸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어디 갔나” “안행부 장관은 침몰 당일 오전에 사고를 보고받고도 경찰학교 행사에 갔다. 장관은 속죄하고 머리 깎고 산 속에 들어가 수도하라” “장관은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사태를 수습할 능력이 없다. 장관은 오늘 당장 사표 내시오” “장관은 무슨 낯으로 여기 나오는가. 오늘 회의를 끝으로 옷을 벗어라” “총체적 재난 관리의 부실 책임을 지고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이런 독한 소리를 들으면 “뭣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란 속담이 연상된다. 국회는 헌법이 정한 법정시한을 지난 10년간이나 위반해왔다. 위헌을 하고도 자책하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헌법은 회계연도 개시일(1월1일) 30일 이전에 예산안을 확정짓도록 정해놓았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11년째 위반했다. 그 뿐이 아니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다수결의 원칙을 위배하는 `국회선진화법`이라는 정신나간 법때문에 국회는 족쇄가 채워졌고, 법안처리를 `흥정거리`로 삼았기 때문이다.`김영란법`이라도 국회를 통과했다면 세월호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해양수산부에 관련된 공공기관은 14곳, 유관기관은 16곳, 민간 해운사는 2000곳이 넘는데, 퇴직 해수부 관료들이 가는 곳이다. 행정기관과 산하 기관 사이에는 으레 `접대`가 오가지만, 처벌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가성`이라는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은`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처벌하는 법`이다. 뇌물이 오갔다면 그냥 처벌한다. 그런데 이 법이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줄곧 잡혀 있다가 세월호 참사 이후에 법안심사소위에 넘겨졌다.국회는 그동안 관피아를 도와주는 법을 많이 만들었다. 이른바 `청부입법`이었다. 김영란법이 통과되면, 국회의원도 지역구 민원이나 업계의 이익을 반영하는 청탁을 할 수 없게 된다. 자기 발에 족쇄를 채우기 싫었을 것이다. 목사님들이 자기 종아리를 때리는 행사를 했다. 자기를 가장 따갑게 때려야 할 사람이 국회의원들인데, 남 질책하는 일에 늘 앞장서니….

2014-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