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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안동의 법치(法治)가 시급하다

안동경찰서는 유·도선사업법 위반 혐의로 (사)하회마을보전회장 A씨(60)와 B씨(54)를 불구속 입건했다. B씨는 2009년 8월부터 만송대와 부용대 사이를 오가는 목선을 운항하면서 승객을 정원보다 3배가 가량 더 태웠고, 유·도선 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운항했으며, A씨는 B씨를 편법으로 채용한 뒤 매년 700만원씩 운항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배를 운항하면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를 입히지 않고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여객선의 안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강화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기관운영감사를 실시했는데, 하도급 공사대금을 중복 지출하는 등 부당한 업무처리를 한 안동시 담당 공무원들에게 총 2억8천여만원을 변상토록 했다. 해당 공무원은 담당 부서장, 계약구매계장, 실무담당자 등 3명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0년 10월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 신축공사`와 관련해 안동시는 A건설과 계약을 체결했고, 시행과정에서 인테리어 부분 공사 대금은 하도급자인 B건설에 직접 지불하기로 합의했지만 안동시는 관련법과 합의를 무시하고 원청사인 A건설에 해당 금액을 모두 주었다.문제는 A건설사가 그해에 부도가 난데서 비롯됐다. A사로부터 하도급 대금을 받지 못한 B사는 안동시를 상대로 소승을 제기했고, 패소한 안동시는 미지급금을 다시 B사에 지급한 것이다. 애당초 법에 따라 하청업체에 바로 지급했더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인데, 법규를 가볍게 본 실수가 큰 문제를 낳았다. 안동시는 백방으로 구제의 길을 모색하는데, 만약 성공하지 못하면 2억8천만원을 3명의 공무원이 물어내야 한다. 법규를 무시한 결과이다.퇴계와 서애라는 두 거유(巨儒)의 정신이 이어지는 안동은 법보다 도의(道義)가 앞서는 고을이다. 예로부터 향약(鄕約)은 국법인 경국대전보다 더 가까이 있었다. 안동지역은 지금까지 그 전통이 남아 있어서 법률보다 도덕률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친한 사이에 송사하지 말라”는 말을 존중하며, 어지간한 법 위반 같은 것은 그냥 참고 넘어가는 기풍이 있다. “귀신은 경문에 막히고 사람은 안면에 막힌다”고, 아는 사람들 끼리는 법의 개입을 배척하는 경향도 있다.허가도 받지 않고 불법으로 나룻배에 엔진을 달아 독점 운항을 해도 행정관청이나 사법기관이 방관하고, 심지어 일부 주민들이 흉기나 오물을 들고 관할 관청에 난입하고, 옷을 벗은 채 휘발유를 들고 쳐들어와 “간섭하지 말라”며 난동을 부린 일도 여러번 있었지만 공무원들은 쥐죽은 듯이 엎드려 있었다고 한다. 공권력이 맥을 쓰지 못하면 불법과 비리가 득세하기 마련이다. `안동의 개조`는 공직사회의 혁신에서 시작돼야 하겠다.

2014-05-19

세월호 선장·선원 기소는 단죄의 시작일뿐

세월호 참사 한달이 된 15일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이준석 선장등 선원 15명을 구속기소했다. 특히 이 선장과 1·2항해사, 기관장 등 4명에게는 살인, 살인미수 등 혐의가 적용됐다. 다소 생소한 용어이기는 하지만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 혐의다. 위험에 처한 승객을 구하는 조처를 실행해야 할 상황에서 승객을 내팽개치고 도주함으로써 승객을 숨지게 한 것을 살인이라고 본 것이다. 부작위범과 관련한 규정을 담은 형법 18조는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신의 행위로 위험발생의 원인을 일으킨 사람이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않을 때 발생한 결과에 대한 처벌을 받도록 했다.이들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한 것이 법정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지금 국민의 감정으로는 그보다 더한 혐의를 적용한다고 해도 분이 삭혀지지 않을 판이다. 갑판으로 빠져나와야 할 승객에게 선실에 가만있으라고 한 채 자신들만 빠져나가는 천인공노할 짓을 한 이들에게 법의 관용을 베풀 여지는 없어 보인다. 이런 무책임한 선장과 승무원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엄벌은 불가피하다.선장과 선원에 대한 기소는 세월호 같은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단죄의 시작일 뿐이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이 된 안전수칙 무시 등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에서부터 부실의 빌미를 제공하는 유착관계 등 해운업계의 구조적인 비리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파헤쳐 끝을 봐야 한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날 세월호 침몰사고의 원인이 급격한 변침(방향선회)이라고 밝혔다. 증·개축으로 복원력이 그렇지 않아도 약한 세월호가 운항과정에서 평형수를 훨씬 적게 싣고 화물을 더 많이 실어 복원력이 현저히 약화된 상태에서 무리한 변침으로 대참사를 빚게 됐다는 것이다. 수사본부는 세월호 관리부실의 책임을 물어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 등 직원 5명도 앞서 구속했다.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비리 의혹도 수사중이다. 여기에다 사고 초기 선실에 진입하지 않는 등 총체적인 부실 대응으로 질타받는 해양경찰 등 구조당국의 잘못도 엄정하게 수사해야 할 대상이다.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수사가 자칫 여론에 떠밀려 마녀사냥식의 무리한 수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너무도 많은 생명을 어이없이 잃은 이 마당에 우리 사회의 안전을 해치는 문제를 어느 것 하나 그냥 두고 넘어가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그런 만큼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만큼 철두철미한 수사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고통스럽더라도 이번에는 잘못을 확실하게 도려냄으로써 우리의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세상에서 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14-05-16

`쓰레기 발전소` 성공 가능성

부산시 생곡동 산업단지에 국내 최초의 쓰레기 발전소가 가동중이다. 생활쓰레기가 전기로 변하는 공장이다. 지난해 11월에 포스코건설이 짓고, 포스코에너지가 운영하는 `폐기물고형연료화사업(RDF)이 성공한 그 현장이다. 부산의 16개 구(區) 중에서 8개 구에서 매일 수거한 생활쓰레기 770t 가량이 연료가 돼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2천456억원을 투자했고, 하루 1억1천만원을 벌어들여 가동 5개월 만에 흑자를 봤다고 한다. 이 시설의 발전능력은 1일 900t 규모인데, 다른 지역까지 찾아다니며 쓰레기를 모아야 할 형편이다. 쓰레기를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처리장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혐오시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가연성 쓰레기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한다면 이것은 그야말로 1석2조다. 쓰레기 처리문제도 해결하고, 전기도 얻게 되는 것이다. 시설비가 많이 든다는 문제점은 있지만 부산 RDF사업의 경우 5개월만에 흑자로 전환됐다 하니, 이것은 의심할 나위 없이 `남는 장사`다.쓰레기가 원통형 기계 안에 들어가면 잘게 찢어지고, 광학선별기로 플라스틱을 가려내고, 풍력선별기로 무거운 쓰레기를 선별하고, 비철금속선별기와 자력선별기로 금속을 걸러내는 과정을 거치면 비로소 `연료`가 된다. 이를 900도 열풍이 부는 터널에 뿌려 태우면 그 열기로 보일러 물이 끓고, 증기가 발생해 터빈을 돌리면 전기가 만들어진다. 전기는 시간당 2만5000KW나 생산돼 한국전력에 팔린다. 타고 남은 재는 땅에 묻히고,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은 활성탄과 중탄산나토륨 등으로 별도 처리하는데, 유해물질 배출은 환경규정치의 10분의 1 수준이라 한다.포항 RDF사업은 2006년 포스코가 처음 포항시에 제안했고,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포스코에너지가 운영을 맡기로 했는데, 9년이 지난 지금까지 타협을 보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에너지와 산업자원부 사이에 SMP(전력판매 단가) 기준을 놓고 밀고당기는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권오준 회장이 취임하면서 “본연의 철강사업에 집중하고 비핵심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RDF사업의 운명을 점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쓰레기를 확보하는 문제나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모험을 떠안아야 한다는 회의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그러나 `부산의 성공경험`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 `수익성 문제`는 더 이상 염려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 아닌가.무엇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처리해야 할`쓰레기를 전기로 환원할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이 사업은 메리트가 엄청나다. 포스코와 산업자원부가 대승적 차원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하고, 포항시가 중간에서 조정역할을 슬기롭게 수행해주었으면 한다.

2014-05-16

울릉·독도 관광의 걸림돌

포항~울릉도 간 썬플라워호 요금은 우등실 7만7천원, 일반실 6만5천4백원인데, 제주항공의 서울~제주간 요금은 금·토·일 7만6천원이고, 다른 요일에는 6만5천6백원이다. 포항~울릉간 거리는 서울~제주간 거리의 절반도 되지 않는데, 요금은 비슷하다. 게다가 저가항공은 특별할인 타임 세일로 5월2일부터 18일까지 김포~제주간이 3만5천6백원이고, 부산~제주간은 3만1천원이다. 더욱이 올해 1월부터 4월 사이에 울릉 여객선 요금이 58%나 올랐다. 관광업계 종사자들도 “제주도 항공료는 10~16만원인데, 울릉 여객선 요금은 독도를 포함하면 20만원이나 돼 경쟁력이 떨어지고 관광객 모집도 어렵다”고 하소연한다.이번 세월호 참사로 알려진 일이지만 여객선은 항공기에 비해 책임의식이 많이 뒤떨어졌다. 외국 여객선은 출발전 승객들을 갑판에 모아놓고 1시간씩 교육을 한다. 구명조끼 입는 법, 위기상황에서의 행동요령, 구명정의 위치와 조종법 등을 가르치고, 이 교육을 거부하는 승객에게는 “하선!”을 명령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여객선의 경우 그런 교육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규정대로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항공기보다 요금은 더 받으니, 이용객이 줄어들지 않을 수 없다.새누리당 경북도당 홈페이지에 경북의 지도가 나와 있는데, 이 지도에 포항시 북구만 있고, 남구와 울릉군은 표기돼 있지 않았다. 울릉도·독도는 경북도 부속 도서인데도 빠져 있다. 일본이 이 홈페이지 지도를 놓고 “봐라! 지도에 울릉 독도가 빠져 있지 않으냐”고 들이대면서 `독도는 일본 영토`라 주장하면 무어라고 대답할 것인가. 포항남구·울릉 지역구 박명재 국회의원도 지도를 수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경북도당은 수개월째 그대로 방치해두었다고 한다. `울릉도 독도 없는 지도`를 만들어 놓은 이같은 무신경이 관광산업에도 은연중 영향을 미칠 것이다.울릉산악회는 그동안 매년 가을과 겨울 2~3차례 울릉도 미륵산 등반을 정기적으로 했고, 육지의 산악인들도 겨울 설경을 즐기고, 여름의 특이식물들을 관찰하기 위해 울릉도를 즐겨 찾는다. 그러나 2005년 1월 겨울산행을 끝으로 미륵산 등산로가 막혀버렸다. 보현산영농법인과 옥청영농법인이 미륵산 대부분을 사들인 후 사유지라며 일반인의 통행을 금지시킨 후 등산로도 폐쇄한 것이다. 특히 미륵산 일부는 법인의 소유가 아닌데도 주민들이 명이를 채취하러 올라가면 자신의 땅을 밟고 갈 수 없다며 동행을 막는다. 그런데도 군청 공무원과 경찰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이같은 일들이 울릉도의 이미지를 추락시켜 관광객들의 발길을 멀어지게 만든다. 이런 비정상적인 일들이 하루 빨리 정상으로 돌아와야 하겠다.

2014-05-15

괴담·낭설·선동을 조심하자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선동하는 세력들이 있다. 남북한이 이념적으로 대립하는 한반도에서 이것은 부담스러운 족쇄다. 말로는 “동족끼리 불필요한 대립을 중지해야 한다”고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항상 상대를 공격한 `빈틈`을 노린다. 세계는 냉전을 종식시켰지만, 한반도에서의 냉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북한 국방위원회는 “남조선 천지가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아비규환의 생지옥으로 화하였다”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남조선 정부가 고의적으로 특대형 불상사를 빚어냈다”며 “애어린 자식들을 물고기 밥으로 내던진 유신 후예의 매몰찬 냉기에 민심이 격분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동족끼리`를 외치면서도 민족적 불행을 앞에 두고는 `물고기밥`이란 표현으로 유가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고, 한국정부와 대통령을 비난하기에 바빴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여성단체로 알려진 `미시USA`는 뉴욕타임스에 전면광고를 게재해 고국을 향해 칼을 던졌다. “진실을 밝혀라”“왜 한국인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분노하는가”란 제목과 부제를 단 광고는 정부의 무능과 과실을 비판하고, “주류 언론들이 사실이 아닌 뉴스로 정부를 대변하고 있다”며, 정부는 언론통제, 검열, 여론조작, 언론자유 억압을 즉각 중지하라고 했다.이 광고에 대해 재유럽한인회와 재미주한인회는 “이는 극히 일부 반한인사들의 행동이라 신경 쓸 것 없지만, 그런 광고를 낼 돈이 있으면 유가족 돕기 성금으로 내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 했으며, “700만 재외 동포가 한 마음으로 조국을 성원해 실의에 빠진 국민들을 힘 내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미시USA`라는 이 단체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내고, 이를 뒤에서 조종하는 세력이 누구인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 반국가 반정부 단체에는 반드시 불순세력이 끼어 있기 마련이다.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는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세월호 참변의 전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지우면서 “국민들이여! 더 이상 애도만 하지 말라! 분노하라! 거리로 뛰어나와라!”며 대통령의 하야와 국민봉기를 선동했다. 전에도 MB를 `쥐새끼`에 비유했었고, 천안함 폭침을 두고 0.00001%도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따라 북한에 가서 융숭한 대접을 받은 후 `북한 대변인`이 된 것인지, 좌파정권이 아니면 어떤 정권도 인정 안 하겠다는 것인지.세월호 사망 학생들에 대해“이 나라는 이미 국가가 아니다. 박근혜정부의 무능에 의한 타살이다”라고 한 전교조. “이런 대통령 필요 없다”는 선전물을 뿌린 민노총. 그러나 국민은 그런 선동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동안의 학습효과로 많이 현명해진 국민이다. 그러나 항상 조심하고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2014-05-15

집단우울증을 풀 소식들

국민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신지 한 달이 돼간다. 지갑을 닫아 `경제의 혈액`이 돌지 않는다. 간신히 살아나려던 경기가 다시 얼어붙었다. 머리 좋고 똑똑한 사람들이 포진해 있는 공직사회가 비난과 원망의 표적이 되고 개혁의 대상이 됐다. 엘리트가 아니라 나라를 암초로 몰고간 `악덕 조타수`란 소리까지 듣는다. 지도층이 망쳐놓은 나라를 바로 세운 사람은 백성들이었다. `맹골수도의 참변`을 극복하고, 우리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주역도 국민들이다. 국민들의 얼굴을 펴게 할 소식들을 찾아 경제의 혈액을 돌려보자.포스코 기술연구원과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이 공동연구로 새로운 슬러지 청소로봇을 개발했다. 종전의 슬러지 청소로봇보다 내구성과 주행 성능과 슬러지 흡입 성과가 크게 향상됐으며, 슬러지 배출 농도를 자동 제어할 수 있어 작업시간을 절반으로 줄였고, 수중 초음파 센서 등 다양한 센싱 방법을 활용함으로써 밀폐형 지하수조에서도 청소작업이 가능하다. 제철소의 수조 청소 뿐 아니라 정수장과 산업용 쿨링타워 수조 등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포스코는 수시로 `절약 아이디어`를 모아 온라인 게시판에 올려 `절약의 체질화`에 기여한다. 막연하게 절전을 권장하기보다 어떻게 절전하면 얼마의 낭비를 줄인다는 구체적 수치를 제시함으로써 `실감`하게 한다. 일반 사무공간에서의 조명은 구획별로 스위치를 세분하고, 격등제를 하고, 자연채광을 최대한 활용한다. 커튼을 치고 전등을 켜는 사무실, 쓰지 않는 OA기기를 켜놓는 직원들에 일대 경종이 된다.대구가톨릭대학 패션디자인과(지도교수 길태윤) 4학년 학생들은 `폐현수막을 이용한 리사이클 패브릭소재`를 개발했다. 폐 현수막을 도트 패턴으로 디자인하고 방수처리해 재활용할 수 있게 하고, 옷, 모자, 가방, 신발 등 패션상품을 만들었다. 대가대 산학협력단은 최근 학생들이 개발한 이 기술을 대구지역 한 디자인업체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 업체는 상품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학교 측에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산학협력의 한 모범사례이다.지난 2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실시된 미국 변호사 시험에서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졸업생 26명이 합격했다. 이 성과는 미국 유수의 로스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지난 2002년 개설된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은 미국 7개 주에 걸쳐 합격자를 배출했으며 이번 합격자를 포함, 모두 255명의 미국 변호사를 배출했다. 또 인도, 뉴질랜드, 호주에서도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 이 대학원의 교수진은 미국 변호사 출신으로 구성돼 100%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며, 정부 부처, 대검찰청, 대법원, 국내외 로펌, 기업체 등에서의 인턴십도 병행한다.국격을 높일 소식들이 더 많이 더 자주 들려왔으면 한다.

2014-05-14

`산림과학고`를 살려야 한다

지난 2012년 3월16일 봉화군 서벽리에서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기공식이 열렸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뻗어내린 산맥이 금강산을 거쳐 설악산과 태백산맥으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척추`이다. 태백산에는 신라 최고의 `천제단`이 보존되고 있으며, 단종이 청령포에서 사약을 받은 뒤 `태백산의 산신령`이 됐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이런 곳에 국립수목원이 조성된다는 것은 역사적·지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며, 협곡철도를 운행해 산림체험관광의 명소로 만들 국책사업이었다. 수목원 조성사업과 보조를 맞춰 교육시설도 새로 갖추어졌다. 기존의 춘양상업고교를 개편해서 `산림과학고`를 발족시킨 것이다. 이 고교는 국내 유일의 산림전문가 양성을 위한 특성화고교이다. 산림자원 관리와 임산물 가공·유통을 공부하는 `산림환경자원과`와 `임산물 유통 정보과`로 나눠 2개 학급이 운영되고 있으며, 1, 2학년 각 50명씩, 3학년 48명 등 총 148명이 현재 공부하고 있다. 전원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취업할 전문인력들이다. 이 산림과학고는 그동안 착실한 운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교육부가 선정한 전국 100대 학교문화 선도 학교로 선정됐고, 경북도교육청의 특성화고 기관 평가에서 최우수 학교가 됐다.그러나 지금 수목원 조성사업이 삐걱거리면서 산림학교 졸업생들의 진로가 차질을 빚게 됐다. 당초 산림청이 주도한 이 사업은 5천여ha의 부지에 3천200여원의 예산을 들여 2014년에 준공하고, 2015년에 개원할 예정이었다. 대규모 사업에는 으레 불측의 이변이 발생할 수 있지만, 시공사가 부도나는 사태를 만나면 참으로 곤혹스럽다. 공정 57%를 남겨둔 시점에서 벽산건설이 컨소시엄에 실패하면서 적자를 이기지 못해 파산하자 산림청은 남해건설에 50%, 부광건설과 삼영건설에 각 25%씩 지분변경 신고를 하고, 공사를 재개했다.산림청은 이런 사태로 인해 1개월 정도 공기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공사는 재개되지 않고 있다. 벽산의 부도처리 이후 하도급 관련 비용 정산이 제대로 되지 못한 탓이다. 장비와 인건비 등에서 시공사와 하청업체 사이의 협의가 원만하지 못해 공사가 발목 잡혀 있는 것이다. 서수태 산림고 교장은 “향토기업인 성창산업 등과도 접촉중에 있고, 산림고 졸업생 취업을 위해 산림관련 기관들과 협의중”이라고 했다. 정부와 강석호 국회의원 등이 백방으로 뛰어서 공사를 진행시켜야 한다.기후변화지표식물원, 산림종자보존증식시설, 고산식물연구동 등을 갖춘 아시아 최고 수목원, 호랑이숲도 만들어 호랑이 종복원도 시도하려는 이 수목원이 더 이상 난관 없이 완공되어서 산림고 졸업생들이 차질 없이 취업할 수 있도록 많이들 힘을 모아주었으면 한다.

2014-05-14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

세월호 참사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나 일어날 사고였다. 최소한의 상식마저 내버린 승무원들이 그 주역이었고, 이런 참사를 유언비어로 비틀거나 정치선동에 이용하는 세력들 또한 상식을 한참 벗어났다. 한국선급을 압수수색한다는 정보를 해경에 알린 사람은 검찰 수사관이었고, 해경은 이를 한국선급에 알려주었다. 수사기관과 피의자가 짜고 증거인멸을 도모한 것이다. 세상에 이런 몰상식은 없다. 중국 고대의 사상가 갈홍(葛洪)은 “소인배와 함께 깨끗한 정치를 의논하는 일은 마치 여우와 더불어 가죽옷 짓는 일을 논의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여우 가죽으로 가죽옷 짓는 일을 어찌 여우와 의논하겠는가? 검찰-해경-한국선급-세월호의 커넥션이 바로 이와같지 않은가.경찰은 세월호 관련 유언비어와 막말 226건 적발, 39명 검거, 2명을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범행동기는 호기심 장난이나 주목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고 했다. 세월호 항로 변경은 한·미 훈련 때문이고, 미군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글을 올린 사람은 보험회사 직원 신모(50)씨였다. 그는 과거에도 상습적으로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그러나 그 장난의 파장은 심각했다. 아고라에서만 조회수 1만여 회, SNS를 타고 수만명에게 확산됐다. 실종자 가족들도 이 글을 보고 정부 관계자에 항의했다.전교조는 세월호 희생 학생들을 4·19 혁명과 6·10 민주항쟁의 시발점이 된 김주열·박종철 열사에 비유하며 “학생들의 죽음은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 의한 타살”이란 내용의 추모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런 대통령 필요 없다”는 글을 유포시킨 정치단체, 천안함 폭침 가능성은 0.00001%도 없다고 한 지식인, 찬안함 사건은 소설이라고 한 대중 소설가, 돈 받고 추모집회에 참석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시킨 정치인 등등 상식을 벗어난 일들이 난무한다.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하면 유언비어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사고 초기 해경과 안행부가 발표한 탑승자와 구조자 숫자는 6차례나 수정됐고, 심지어 “탑승 학생 전원 구조”란 졸속발표로 가족들의 가슴을 두 번 미어지게 했다. 심지어 수사기관과 피의자 사이에 `정보교류`까지 빈번하니 어찌 당국을 믿겠는가. 부산지검 특별수사팀은 압수수색 정보를 한국선급에 미리 알려준 형의로 부산지검 최모 수사관과 부사해경 이모 경사를 검거했다. 최 수사관과 이 경사는 전부터 수사상황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은 사이라 한다.현재 유병언 일가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그들의 재산증식수법 또한 상식을 벗어났다. 광신·맹신이 끼어들었음을 의심하게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거듭나야 하겠다.

2014-05-13

안동 목선 비리 발본색원을

안동경찰서는 하회마을 목선 운항 관련 비리 수사에 본격 돌입했다. (사)하회마을보존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법인회계 관련 서류를 확보하고, 선박운영권을 독점한 A씨(54)의 자택도 수색했으며, 하회마을보존회 회장 B씨(62)를 소환, `법인이 돈을 받고 목선 운영권을 넘겨준 정황`과 `구명동의 미착용 및 정원 초과` 등에 대한 시인을 받아냈다고 한다. 또 이런 비리를 알고도 묵인 방치한 공무원들이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관련자들도 소환할 예정이다. 선박운영자가 회계장부를 부실기재해 탈세한 흔적은 없는지도 조사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경북도는 최근 민간선박전문가와 합동으로 도내 운항 중인 유선(遊船) 도선(渡船)에 대한 특별점검을 했는데, 하회마을의 목선이 각종 규정을 무시한 채 운영돼왔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구명동의를 착용하지 않은 채 정원의 2~3배나 되는 승객을 태웠고, 안전요원도 배치하지 않았다.또 (사)하회마을보존회는 수익사업과 관련해서 납부한 세금은 단 한 차례로 없는 것으로 나타나 탈세의혹도 제기된다. 보존회는 연 700만원씩 받는 조건으로 A씨에게 선박운영권을 위임했고, 운영자의 수입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회계장부 부실기재와 탈세 여부를 확실히 밝혀내야 할 것이다.안동시는 지난 2009년 8월 1천800만원을 들여 나룻배를 건조, 삿대로 밀거나 노를 저어 만송대와 부용대 사이를 오가는 유람선으로 관광객을 태웠다. 그러다가 2013년 3월 슬그머니 60마력 짜리 동력선으로 교체됐다. 민간이 새로운 동력목선을 제작한 것인데, 그렇다 보니 승선 인원이 20명에서 12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평일에는 25명 이상, 주말에는 최대 32명씩 태우는 정황을 본지 취재진이 확인했다. 안전요원은 타고 있지 않았다.`안전 투자`는 무시되고, 돈벌이에만 매몰된 선박운항이라는 점에서 하회목선은 세월호와 판박이다. 긴급구조선은 현장에서 찾아볼 수 없고, 선박 내에 부착해야 할 승선 인원 표식도 없고, 낡은 구명동의는 선박난간에 묶여 있거나 일부는 철사로 고정돼 있었다고 한다. 특히 아동을 위한 구명동의는 전혀 비치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전수칙이나 구명동의 착용법을 설명해주는 승무원도 없고, 자리가 없어 서서 가야할 지경이 되도록 많은 인원을 태웠다.만송대와 부용대 사이의 물길은 옛 선비들의 풍류가 녹아 있는 명승이다. 삿대를 짚으며 노를 저으며 절경 사이를 유람하는 정취를 맛보기 위해 목선을 건조했던 당초의 의도가 동력선 등장으로 `오직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으며, 위험성이 상존하고, 탈세의혹까지 불거지는 `비리의 목선`이 되고 말았다. 이번 경찰 수사가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2014-05-13

돈으로 조종하는 교육정책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백년대계와는 거리가 멀다. 서남수 장관은 교육관료 출신이다. 과장 국장 차관보 차관을 지내는 동안 주로 입시정책을 다뤘다. 수 없이 정책을 바꾸었고, 돈을 지렛대로 학교를 통제 조종하는 기법에 통달했다. 백년을 내다보며 `큰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잔머리 굴리며 `골목길`규제에 재미를 본다는 인상이 짙다. 교육부는 대입·특성화사업 등 각종 정책에 대학의 `정원감축`을 연계시켰다. 논술을 어렵게 내는 대학은 정원을 10%까지 줄이겠다고 했다. 통제 수단으로 논술를 이용하는 발상이 궁색해 보인다. 대학의 자율을 극도로 제한하기 때문이다.저출산 시대에 대학 입학생은 자연히 줄게 돼 있다.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경쟁력 없는 대학은 자연도태된다. 일부 대학들이 온갖 술수 비리를 다 동원해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특히 박근혜정부는 기술교육에 눈을 돌리고 있다. 독일과 교육교류를 통해 마이스터를 대거 길러내고, `대졸과 차별 없는 고졸` `실력으로 승부`하는 풍토를 만들려 한다. 그렇다면 `꼼수 수준`의 수단으로 대학정원을 조정할 필요는 없다. 자유경쟁이라는 시장원리에 맡겨두면 될 것이다.`선행학습 금지법`도 이상한 규제다.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는 규제 대상이 아니고 일반고만 집중 통제한다. 초등학생은 방과후에 학교에서 영어회화공부도 못하니 사설학원으로 갈 것이 뻔하다. 사교육을 줄이겠다고 선행학습을 금지시킨 것이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는 악성규제로 돌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정책에 관한 한 `무정책이 상(上)책`이란 말이 나왔고, 교육부가 없어져야 교육이 산다는 소리도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교육부는 특성화사업 평가 때 정원을 줄이는 대학에 가산점을 주겠다면서 `돈으로 대학을 조종`하는 통제기법을 꺼내들었다. 지원금이라는 `고삐`만큼 요긴한 통제수단이 없다. 지원에서 늘 홀대받아온 지방대학들, 특히 대규모 사립대학들에게는 `즉효`다. 돈이라는 당근만 내걸면 `절에 온 새댁`같이 말 잘 듣는 지방대학들이다. `대학특성화 사업`은 지방대학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지금 돼가는 꼴을 보면 오히려 지방대학 죽이기로 변질돼가는 것같다. 입학 정원을 많이 줄이는 대학에 특성화사업 지원금을 더 주겠다는 `정책`을 내놓자, 지방대학들은 평균 8.4%를, 수도권 대학들은 3.8%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안을 제출했다.그런데 교육부의 `잔머리`가 또 나타났다. 실제 배정된 특성화사업 예산이 `껌값`에 불과하니, “교육부가 지방대학들을 가지고 노는가”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돈으로 조종되는 교육정책은 백년대계와 거리가 멀다. 교육정책은 `잔머리 굴리기 수준`에서 속히 벗어나야 한다.

2014-05-12

국회와 `관피아`의 인연

국회를 성토하는 소리가 높다. “행정부를 견제하라고 있는 국회인데, 국정감사때 특검을 그렇게 소리 높여 부르짓던 야당은 왜 `관피아특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못했느냐. 사사건건 맞서다가도 서로 이익되는 일에는 기막히게 잘 합의하는 여야 의원들이 낙하산과 관피아를 도와주었다.” 세월호 참사 후 국회에 쏟아지는 비난의 소리들이다. 유가족들이 고위관리나 국회의원들을 기피하고, 조화(弔花)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는 이유이다.한국선주협회가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비용을 지원해온 사실이 검찰의 세월호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선주협회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국회연구단체 `바다와 경제 국회포럼` 소속 의원들의 해외출장 비용 일부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대부분 항만을 끼고 있는 지역구 의원들이거나 해운산업과 관련 있는 의원들인데, 생태적으로 이들 사이에는 `좋은 관계`가 맺어진다. 지난 3월 이 의원들이 `해운보증기금` 설립 등을 골자로 한 `해양산업 경쟁력 확보 정책지원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배경에 의심의 눈길이 간다.관리들이 퇴직후에 갈 산하기관이 많은 부서일수록 인기가 높다. 그래서 협회니 기금이니 하는 산하 기구를 되도록 많이 만들려 하고, 설립을 뒷받침할 법을 만들때는 국회의원의 도움을 받아 `의원입법`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행정입법으로 하려면 기획재정부가 예산문제를 꼼꼼히 따지기 때문에 국회 법사위까지 가는 과정이 험난하니, 그런 절차 없는 의원입법에 많이 의존하는 것이다.국회의원도 언제 낙선할지 모르니, 미리 `보험`을 들어두어 해로울 것 없다. 그래서 업계-관리-의원들 사이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하이파이브`를 하는 일이 적지 않다.2011년 4월에는 `한국수상레저안전협회`설립을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가뿐하게 통과했고, 해경 출신들이 대거 이 협회에 재취업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한국해양구조협회` 설립 근거가 되는 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해경 퇴직자들이 고위층에 재취업했다. 올해 4월에는 `크루즈산업협회`설립 근거법이 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세월호 사건 때문에 제동이 걸렸다. 국회 법사위가 “크루즈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단체가 될 수 있다”며 비로소 `할 말`을 한 것인데, 해양수산부 장관은 좋다가 말았다. 최근 발의된 `아프리카 미래전략재단법`도 유탄을 맞았다. “퇴직 외교관들의 자리 마련”이 될 수 있다며 법사위가 막고 있는 것이다.문제가 터지자 국회는 “관피아를 원천봉쇄하자”며 여러가지 대안을 내놓고 있다. 다른 조치는 필요 없다. 그동안 만들었던 `산하기관 설립법`을 전부 없애버리면 된다. 국회는 법을 만들고 없애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낙하산과 관피아를 도와준 과오에 대한 속죄의 길이다.

2014-05-12

`중양서원` 보존돼야 한다

포항지역에는 조선 초기 세조의 왕위 찬탈을 비판하며, 벼슬을 버리고 낙향한 곧은 선비들의 흔적이 많다. 태백산맥의 끝자락이라 산이 많기 때문이다. 내연산 계곡 맨 윗쪽의 폭포이름이 `시명(時明)폭포`다. 사육신들의 친인척들이 거기 숨어 살면서 “밝은 때가 오리라”고 기대하며, 마을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한다. 형산강옆 옥녀봉 동쪽, 경주시와 포항시 경계지역의 산동네 이름이 `우복(愚伏)`이다. 세종 시절 김상여 삼도병마절제사는 세조의 왕위 찬탈을 비난하며 단종을 옹위하다가 화를 당했다. 그 손자 김예중은 당시 장악원 주부였는데, 세조의 행악을 보고는 벼슬을 던진 후 연일현으로 낙향,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바보처럼 엎드려 산다`란 뜻으로 스스로 `우복`이라 불렀다. 지금 그 이름이 동명이 되었고, 김현룡 같은 후손들은 국난 때 창의의병장이 됐다.세조의 계유정란때 화를 당한 황보 인 영의정의 손자 `단`은 충비 `단랑`에 의해 목숨을 건졌고, 대보면 구만리 집신골에 숨어들어 황보씨의 대를 이었다. 그 후손은 성동리로 이주했고, 그곳에 `광남서원`이 섰다. 그 인근 중산리에는 `중양서원`이 있다. 세종시절 자헌대부이조판서를 지내던 서섭(徐涉) 선생은 집현전 학사들과 뜻을 같이한 절의선비였고, “이 아이(단종)을 잘 보살펴달라”는 고명을 세종으로부터 받았다. 세조를 비판하다가 벼슬을 버리고 중산리로 숨어들어 사육신의 순절을 기리며 후학을 양성했다. 1784년 정조(正祖)는 `중양서원`을 지어 그의 충절을 기렸다. 정조는 계유정란 피해자들과 사육신을 신원 복권시킨 왕이다.지금 `중앙서원`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구룡포읍, 동해면, 장기면 일원 187만 평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 개발되니 마을 전체가 사라지고, 서원도 예외없이 철거될 운명이다. 지정문화재라면 공금으로 이전이라도 되지만 중양서원은 비지정문화재여서 아무 혜택도 없다. 사업 주체인 포항시도, LH도 모두 나 몰라라 한다. 서원을 관리하고 있는 달성서씨 문중과 지역 유림들은 결사저항을 하지만 법을 뛰어넘기 어려워 답답하다. 땅값과 건물값만 보상받고 말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경주대학교 문화재학과 양희제 교수는“중양서원은 삼현문의 형식을 갖추고 있는 등 조선 후기의 대표적 건축양식이고, 보존상태가 양호해 유형문화재로 등록될 가치가 충분하다. 비지정문화재라 해서 마구 철거해선 안된다”고 했다. `건축양식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스며 있는 `정신가치`는 더 위대하다. 불의에 저항했던 꼿꼿한 선비정신의 정수가 바로 중양서원이고, 광남서원이다. 이런 건축물은 영구히 그 자리에 남겨 `곧은 정신`의 표상으로 삼아야 한다. `산업단지 속의 서원`은 `물질문명과 정신문화의 공존`이다.

2014-05-09

선진국형 안전의식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별하는 기준은 `안전의식`이다. 한국은 재난 뒤처리에만 연간 30조원을 퍼붓는다. 안전의식이 철저하다면 안 들여도 될 돈이다. 그것은 바로 한국이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인적 재난은 그 나라 수준을 말해준다. 한류문화가 세계를 흔들어도, 경제대국임을 과시해도, 안전의식이 후진국이면, 한국은 여전히 미개발국이다. 세월호 침몰 일주일만인 지난달 23~24일 양일간 돌핀호는 6개 기관 단체로 구성된 합동점검단의 긴급안전점검을 받았다. 그 때 경미한 2가지만 지적받았을 뿐 엔진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3월18일에 있었던 한국선급의 점검에서도`이상 없음`이었다. 그런데 돌핀호는 지난 2일 승객 390명을 태우고 울릉도를 출발, 독도로 가던 중 엔진 하나가 고장을 일으켜 회항했다. 한국선급의 `1종 중간검사`는 엔진 부품을 떼내어 살펴보는 항목이 포함된 검사였는데도,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세월호 사고 2일 뒤인 지난달 18일, 강원도 묵호항에서 울릉도로 가는 썬플라워호에 탄 한 승객은 “승무원이 구명조끼 착용법 시범도, 구명보트 위치 안내도 하지 않았고, 배 뒤쪽 비상구 문도 잠겨 있었다. 이 여객선은 출발 당시 4개 엔진 중 하나에 이물질이 끼어 있었지만 승객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운항했다가 뒤늦게 운항정지된 사실을 알았다”며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을 성토했다.서울 지하철 추돌사고와 대구 앞산 케이블카 급발진 사고가 세월호 참사 직후에 발생했다.`안전선진국`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발견한 `안전의식 실종의 현장`에 대한 충고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화학약품이 가득한 대학 실험실에서 태연히 점심을 먹는 학생들, 오토바이 한 대에 3명이 타고 다니고, 정류장에 버스가 정차하기 전에 승객들이 일어서고, 승객들이 미처 앉기 전에 버스가 출발하고, 운전기사가 난폭운전을 해도 승객 아무도 항의하지 않고 불안한 표정도 짓지 않고 태연한 한국인들, 일본에선 택시를 타면 앞뒤 좌석 모두 안전벨트를 매야 하는데 한국 택시기사는 아무도 충고하지 않고, 심야에는 으레 총알택시로 돌변한다.영국에선 버스 운전사가 3시간 운전하면 30분을 의무적으로 쉬어야 하고 하루 9시간 이상 운전할 수 없고, 6일간 일하면 하루는 쉬어야 한다. 챠량에 부착된 `타코미터`에 모든 정보가 기록되는데,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최고 1개월간 운행정지를 당한다. 미국 뉴욕시 소방당국의 화재 점검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11개 지역사무소 감독관 350명이 매년 소화기·스프링클러·폭발물·화재경보기 등을 점검한다.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의 대피훈련은 어느 나라보다 철저하다. 우리도 이제 안전의식 선진국으로 국격(國格)을 높여가야 하고 `국제적 망신`을 면해야 하겠다.

2014-05-09

`끼리끼리문화`부터 깨자

근래 “관피아를 어떻게 깰 것인가” 하는 숙제가 화두다. 행정관료가 퇴직하면 산하 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려가고, 거기서 로비스트가 되어서 행정권력을 무력화시킨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완벽해도 `끼리끼리 봐주기 문화` 속에서는 전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통령도 `국가개조 차원`에서 부패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게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했다. 지금 도마위에 오른 것이 `행정고시`이다. 단번에 사무관이 되는 이 신분 급상승제도는 문제가 있다. 사법고시와 함께 행정고시는 해방후 인력이 절대 부족할 시절에 급조된 제도이다. 나라꼴은 갖춰야 하고, 길러놓은 인재는 없고, 중간간부는 급히 필요할 시절에 만들어진 `고급공무원 채용 방법`이 고등고시였다. 그러나 지금은 인재가 넘쳐난다. 당연히 그런 급조된 채용방식은 필요 없어졌다. 행정고시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사법고시는 2009년 로스쿨을 도입하면서 2017년부터 폐지될 예정이다. 외무고시도 지난해 국립외교원을 통한 선발로 바뀌었지만, 행정고시는 `5급 공채`란 이름으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필요가 있을 때마다 그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인재를 별도로 뽑아 쓴다. 그러니 `행시 몇기` 따위를 따지는 끼리끼리문화가 형성될 수 없다. 이른바 `기수`를 따져서 패거리를 만들고, 서로 봐주는 문화가 없다. 중국에는 관시(關系)가 법 위에 군림한다. 친분을 잘 맺어두면 법 같은 것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고시 기수`끼리 유대만 잘 맺어두면 법·제도가 무시된다.싱가포르는 모든 공무원을 개방형으로 뽑아 고위공무원 승진 예정자는 민간기업 간부로 일정 기간 일하도록 한다. 일본도 고등고시제도가 있지만, 하급 공무원으로 임용해 실무를 밑바닥부터 배우게 한다. 공무원조직이 가장 비효율적이고, 민간기업은 가장 효율적이므로, 기업에서 마케팅, 인사, 생산 직군을 따로 뽑듯이 공무원도 그렇게 직군별로 세분화해서 선발하고, 민간기업에서 경험을 쌓아 효율성을 체득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행시에 합격만 하면 무조건 고급공무원에 임명된다. 행정고시 시험과목도 행정실무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단 임명되면 그때부터 책에 있는 모든 내용을 잊어버려라”란 말도 있다.현대행정은 전문성이 필요하고, 특히 지금 논의되고 있는 `국가안전처`같은 위험요소가 많은 직책에는 더욱 그러하다.따라서 이런 직책에는 순환보직제를 제한하고, 위험도에 따라 보수에 차별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임을 엄히 묻는` 엄벌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핀란드 처럼 부정부패 때문에 사고가 났다면 `세상에 얼굴 드러내고 살 수 없는` 정도의 처벌이 따라야 한다.

2014-05-08

`상향식 공천` 말장난이었나

6·4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선거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세월호 추모분위기 속에서 전국이 집단우울증에 빠져 있는 와중에 선거에 관심 기울일 겨를이 없다. 수없이 걸려오는 선거 전화와 문자메시지 때문에 짜증만 더하고, 선거관련 여론조사 전화라면 끊기 바쁘다. “국회는 그렇게 요란스럽게 국정감사를 하더니, 왜 세월호 비리 같은 문제점을 짚어내지 못했냐”라며 국회의원에 대한 원망과 불신이 정치혐오증과 선거무관심을 부채질한다. 당초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며 이른바`상향식 공천제`를 채택한다는 새누리당의 방침은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공천권을 유권자에게 돌려줄 생각이라면, 공천 폐지가 맞지 왜 상향식이니 하는 복잡한 방식을 가져오느냐. 공천권이라는 그 영양가 높은 권력을 놓치기 싫어서 편법을 쓰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 그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현직 프리미엄`이 이번 지방선거만큼 두드러진 때가 없었다. 지역 국회의원과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현직 기초지자체장이 대부분 공천경선을 통과했기 때문이다.새누리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의 공천관리위원회의 기초단체장 공천내정 현황에 따르면, 전체 29개 지역구 가운데 23개에서 현직이 공천내정돼 79.31%를 차지했다. 신인 정치인이 공천내정된 곳은 6개 지역 뿐이다. 포항시 등 현직 시장이 불출마한 곳을 빼면 실제 신인 예비후보가 공천된 곳은 영주시 한 곳 뿐이다. 결국 현직 공천비율이 95.83%나 되는 것이다.이처럼 현직프리미엄이 강하게 작용한 예는 역대에 없었던 현상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현직 공천 비율이 55.17%였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상향식 공천이 오히려 정치 신인의 진출을 막는 결과를 낳은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경북도당 공천위원회의 공천관리도 뒤죽박죽이다. 공천이 번복되기도 하고, 예비경선 탈락자가 항의를 해서 경선에 참여하기도 하고, 공천내정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후보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아무 설명도 없이 경선을 중단해 후보자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부적격자 탈락 기준`을 원칙 없이 적용하는가 하면, 경선 불복 후보들이 항의방문하는 소동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모두가 `상향식 공천`이라는 이상한 편법 탓에 벌어진 일들이다.지금은 `국가 개조` 차원의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세월호 참사는 곪아터진 병증의 한 단면이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응급환자의 수술이 지금 시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정치도 새롭게 변화돼야 한다. 그 변화를 유권자들이 6월4일에 이뤄내야 한다. 그것은 역사가 한국인에게 내린 엄중한 책무이다.

2014-05-08

`국가안전처` 구성을 위한 지혜

2001년 9·11테러에 의해 2천900명이 사망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현장에 달려와 말했다.“Be Americans·미국인 답게 행동하자!” 세계 최강의 국민 답게 생각하고 행동하자는 뜻이다. 타이타닉호의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이 선원들에게 한 말 “Be British!”(영국인 답게 행동하자)를 본딴 한 마디였다. 그 말에 모든 미국인들이 승복했다. 반대당 정치인들도 “대통령이 책임져라! 사과하라!”며 정쟁(政爭)의 재료로 삼는 소인배 근성을 내보이지 않았다.그 후 1년6개월 간의 산고(産苦) 끝에 `국토안보부`라는 새 부처가 탄생했다. 보안전문가들이 동원되고, 의회가 열성을 보이고, 국민적 여론을 광범하게 수렴했다. 연방과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에 흩어져 있던 테러·재난·안전 조직들을 통합하고, 지휘체계를 일원화하여 국방부 다음으로 강력한 기구로 만들었는데, 직원이 18만 명에 이른다. 의회도 `9·11위원회`를 구성했다. 국가적 불행 앞에서 정쟁도 중단하고 함께 지혜를 모았다. 수많은 청문회를 열었고, 장문의 보고서를 만들어 원인과 대책을 명시했다.·당초 미국에는 FEMA(연방재난관리청)이 있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중 미국 중남부가 토네이도를 맞았다. 대통령은 즉시 FEMA를 가동했다. 40여명이 숨지고, 가옥 수만 채가 파괴됐으며,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한 이재민이 방송에 나와서 “FEMA가 나섰으니 이제 됐다”고 말했다. 이 기구를 미국인들이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우왕좌왕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응하는 기민함에 미국인들이 신뢰를 보내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기구의 바보같은 태도와는 너무 다르다.박근혜 대통령은 `국가를 개조한다는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 했다. 우선은 안전행정부가 컨트롤타워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조직을 재정비 강화해야 한다. 이번 세월호 참사때 안전행정부는 뒷전에 밀려 있었고, 책임을 맡은 해경은 `밥그릇싸움`에 빠져 해군과 민간의 인력과 장비를 낭비했다. 여북했으면 유가족들이 “차라리 민간이 낫다”고 했을까. 정부기관을 믿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FEMA가 나섰으니 이제 됐다”고 할 정도의 기구를 우리도 만들어야 한다.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국가안전처 직원의 자부심`이다. 미국의 소방관은 `결혼대상 1순위`다. 우리나라의 재난부서는 `기피 1순위`다. 이래서는 국가안전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특단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선망의 일자리`로 만들면 유능한 인재들이 스스로 모여든다.국회도 `끼워팔기 발목걸기`로 국민불신을 살 것이 아니고, 초당적으로 안전관련법을 만들어야 한다.

2014-05-07

가족·가정의 소중한 가치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입양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스승의 날이 들어 있다. 그래서 5월을 `가정의 달`이라 부른다. 장미향기가 누리에 가득하고, 녹음방초가 꽃보다 아름다운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운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들은 집단우울증에 빠져 있다. 300여명의 생명을 잃었다. “이것은 살인이다!”라고 할 인재(人災)였다. 특히 17세, 고등학교 2학년들이 꿈 한번 펴보지 못하고 생을 마쳤다. 경북 칠곡과 울산시에서 온 국민이 분노할 사건이 터졌었다. 계모가 어린 의붓딸의 가슴을 때려 갈비뼈 16대가 부러졌고, 그 갈비뼈가 허파를 찔러 숨졌다. 계모가 어린 의붓딸을 오래 폭행하고 배를 발길로 차 내장이 파열됐고, 배 아프다는 아이를 방치해 숨졌다. 선량한 계모도 많지만, 사이코패스 계모에 의해 사건이 저질러졌고, 이를 방관한 친부에 대한 원망의 소리도 높았다. 또 두 사건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태도에 대해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란 비난의 소리가 높은 즈음에 세월호가 침몰했다. 온 국민이 집단트라우마에 걸렸다.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가족이 무엇인가, 가정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없어질때 그 빈 자리가 얼마나 넓은지를 다시 느끼게 되고, 없어진 가족이 얼마나 고귀한 가치를 가지는 존재인지를 절감하게 된다. 가족을 잃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도 간접경험을 통해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앓게 된다. 어린 아이에서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국화 한 송이 들고 분향소를 찾아 눈물 뿌리며 애도하지 않는 국민이 없고, 넋을 잃고 TV앞에 앉아 가슴앓이를 하는 국민이 대부분이다. 이것이야 말로 국상(國喪)이고, 온 국민이 상주가 된듯하다.“거기서 어서 나와 같이 저녁 먹자.” 한 어머니가 여객선 속에 갇혀 있는 딸에게 쓴 `기원의 말`이 국민의 가슴을 쓰라리게 흔들었다. 가족이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 단순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가지는지를 알려주는 한 마디였다.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빠진 식탁에 앉는 가정들이 앞으로 겪어야 할 아픔의 시간들은 영원만큼 길 것이다.2001년 9·11테러 후 미국에서는 `가정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독신녀가 결혼을 하고, 떨어져 살던 식구들이 모여드는 가정이 늘었고, 무자식 상팔자라던 사람이 입양을 하거나 자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 후 부모와 자식이 같은 부지내에서 이웃해서 사는 일이 많아졌다. “살아 있는 동안 내 식구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자”는 생각이었다. 큰 불행은 `가정이 삶의 근원`임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2014-05-07

이제 어른다운 선거를 하자

세월호 참사는 `어른이 어른 답지 못한 모습`을 보인 현장이었다. 그것은 참사 못지 않은 `한국적 비극`이었다. 승객의 생명을 최후까지 책임져야 할 승무원들은 남보다 먼저 도망가고, 학생들은 선실에 잡아두었다. 그래서 어른들은 수 없이 “미안하다”고 울부짖었다. “어른들의 훈계를 들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그것이 문제다. 어른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배워야 하는 이 현실이 기막힌다. 어른이 없는 사회는 이미 `침몰하고 있는 사회`가 아니겠는가. 진도 참사는 여러 명의 의인(義人)을 탄생시켰다. 구명조끼를 다른 친구에게 양보하고 자신의 생명을 버린 학생들, 탈출할 기회를 포기하고 다른 친구들을 구하려고 객실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지 못한 학생, “승무원은 맨 마지막이야. 나중에 나갈게”라며 학생들의 탈출을 돕다가 목숨을 잃은 여승무원, 20여 명의 인명을 구조하고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50대 승객, 제자들을 배 속에 남겨두고 나온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목매 자살한 교감선생님, 목숨 걸고 어두운 급류 속으로 들어가 시신을 수습한 잠수사들. 모두 의인들이다.지금은 국상(國喪)중이다. 대통령이 “북에만 존엄이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에게도 존엄이 있다. 바로 국민들이다”라고 했다. 고위 인사가 존엄이 아니라 국민 각자가 존엄이라는 뜻이다. 그 `존엄` 300여명이 희생되었으니, 국상도 이런 국상이 없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개의치 않고 분향소 앞에 장사진을 치는 행렬을 보면, 과연 이것이 국상이구나 싶다. 온 국민이 한결같이 가슴 아파하고 애도하며, 분향소를 찾아 눈물로 조화(弔花)를 바친다. 이 고위한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패 비리 없애고, 깨끗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결의를 국민 가슴 마다 새긴다.이번 지방선거는 이같은 애도의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숙연한 마음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말이다. 혼탁선거가 없는, 선거사상 가장 맑은 선거를 보여주고 그 전통을 이어가는 것도 300명 목숨값을 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경주시장에 나선 최양식 예비후보와 박병훈 예비후보는 `동궁원 무료입장`을 놓고 공방을 벌인다. 박 후보 측은 최 후보가 현직 프리미엄을 이용해 관권선거를 한다고 몰아붙이고, 최 후보 측은 “무료 입장 시킨 사실이 전혀 없으며, 저속한 날치기 음해작전”이라며 맞공격을 한다.안동시에서도 경로당 건립 주민공청회를 불법 관권선거에 이용한다는 고발이 있어서 경북도 선관위가 조사에 들어갔다. 또 경주경찰서는 전화여론조사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착신전환을 한 4명을 입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어른답지 못한 작태들이다. 이제 더 이상 선거혐오증·정치혐오증을 만들지 말자.

2014-05-02

빠른 혁신을 원하는 민심

지난달 30일에 치러진 새누리당 지방선거 경선투표에서 민심의 향배가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 애도 속의 공천경선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친박(親朴)계가 의외로 고전을 했다. 불법 비리가 만연한 국정 전반과 과감하지 못한 개혁행보에 대한 불만일 것이다. 세월호 참변은 `총체적 부정부패의 결과`인데, 박근혜정부가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왜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느냐 하는 원망이 표심에 나타난 것이다. 정권이 바뀔때 마다 곧바로 등장하는 조치가 `부정부패 척결과 사회기강 확립`인데, 현 정부는 너무 우회적이고 온건했던 것이 사실이다.새누리당 대구시장 경선에서 비박(非朴)으로 분류되는 권영진(52) 예비후보가 선출된 것에 대해 `이변`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친박으로 알려진 서상기(3선·68) 후보와 조원진(재선·55) 후보를 여유 있게 제치고 국민참여선거인단 31.2%의 지지를 얻었고, 여론조사에서도 2개 조사기관 중 1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비박계는 기대 이하였고, 부산시장 경선에서 서병수 후보가 친박으로 겨우 체면을 유지했을 정도였다. 이것은 박근혜정부의 우회적인 개혁정책을 답답하게 여기는 민심을 나타낸 것이라 볼 수 있다.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대구에서 서 후보는 3위, 조 후보는 4위를 했고, 동구청장을 지낸 이재만 후보가 2위를 했다. 이는 국회의원에 대한 염증의 표현이기도 하다. 하는 일은 없는데, 무노동무임금도 적용되지 않는 초법적 존재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권영진 후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때 정무부시장을 지냈고,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대구가 `정치적 고향`이 아닌 것이다. 19대 총선때 같은 지역구에서 민주당 우원식 의원에 패했고, 이번 대구시장 출사표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런데 기라성 같은 친박계 중진들을 제쳤으니 `이변`이라 할만하다.그러나 지난 대선 당시 권 후보는 박근혜 캠프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다. TV토론이나 대담에 단골로 나와서 해박한 지식과 명석한 분석력과 또렷한 표현력을 유감 없이 보여주었고, 그로 인해 “똑똑한 사람이다”란 인식을 널리 심어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과거 한나라당 시절 `미래연대` 멤버였다. 젊은 의원들이 혁신의 주도세력이 되자며 초선 의원들이 모임을 결성했던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부겸 후보도 당시 같은 멤버였는데, 이번에 정당을 달리해서 본선에서 겨루게 된다.국민은 지금 과감한 혁신과 변화를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 타성에 젖은 기존 정치인들을 가지고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다. 세월호의 참변을 당하면서 그같은 요구는 더 강렬해졌다. 정부는 민심의 향배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2014-05-02

잘못된 법·제도부터 고쳐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사과와 함께 총리 산하에`국가안전처`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국가개조`차원에서 안전한 국가를 만들어놓겠다고 했다. 정부 부처 신설에는 까다로운 문제가 수없이 가로놓여 있고, 특히 `책임만 많은`부서는 더 어렵다.`안전`관련 부서의 평균 근무 연수가 고작 1년밖에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안전처`조직과 권한에 대해서는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 삼아 시간은 두고 신중히 추진할 일이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주요 재난때 군 병력과 민간 인력을 관리하고, 배치하는 권한을 갖는다. 9·11테러때 FEMA는 민간보트와 무선가들을 구조활동에 동원시켜 큰 성과를 거두었다.`조직`을 만들려면 그 조직을 움직일 `전문인력`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그동안 안전관련 전문인력을 길러놓지 않았다.국가안전처 구성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잘못된 법과 제도를 고치는 일은 단시일에 가능하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잘못된 법과 제도가 원인이었으니, 그것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관료마피아`가 문제의 핵심인데, 그`관피아`의 힘은 수십년간 견고히 짜여진 먹이사슬에서 나오고, 근원적으로는 `규제`에서 나온다. 역대 정권 마다 공직사회 개혁을 천명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피아의 힘은 규제가 많을 수록 강해진다. 규제가 많으면 산하 공기업과 관련 민간기업은 `로비`가 필요해지고, 퇴직 관리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가 로비스트 역할을 하게 되고, 결국 정부부서는 검은거래에 의해 관리 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지난해 여름 전력대란의 원인도 `원전마피아`에 있었다. 한수원 퇴직자들이 납품업체에 재취업하면서 시험성적 조작이나 가짜부품 납품 비리가 관행처럼 횡행했던 것이다. 세월호 침몰도 `해양 마피아`탓이었다. 해운조합, 한국선급 같은 해수부 산하 기관 14곳 중 11곳을 해피아가 장악하고 있었고, 이들에게 안전운항 지도 감독권을 맡겼으니,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꼴이었다. 특히 해운조합은 해운사들이 회비를 내어 운영하는 이익단체인데, 여기에 `안전검사`까지 맡기고, 해수부 퇴직 관리가 조합장을 맡아 로비를 펼치니 정부기관은`물 젖은 종이배`로 추락한 것이다.그리고 해수부는`전속고발권`이란 것을 가지고 있다. 해운업체의 일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해수부 고발 없이는 사법부가 처벌하지 못하게 하는 권한이다. 해양분야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고려해 1984년부터 시행된 것인데, 그 때문에 관료와 업계의 유착이 더 견고해지고, 외부 감사를 느슨하게 만들었다. 해수부 자체 징계만으로 끝내고, 사법처리까지 가지 않는 이런 불합리한 제도부터 서둘러 뜯어고칠 일이다.

2014-05-01

뒷맛 마뜩지 못한 포항시장 경선

포항시장 경선은 경북도내에서도 가장 첨예한 관심사였다. 경북 최대 도시인 이 곳의 상황이 다른 곳의 범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장 새누리당 후보들의 각축전은 상당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여성우선 공천지역으로 정해졌다가 남성 후보자들의 반발로 취소되기도 했고, 1차공천 컷아웃을 두고 착신전화 조작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 또 한 차례 파문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곡절을 겪으면서도 포항시장 후보 경선은 차질 없이 진행됐고, 마침내 이강덕 후보가 공천경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뒷맛은 마뜩하지 않은 앙금처럼 남아 있다.금품수수는 `선거의 단골메뉴`다. 받은 금품의 수십배를 물리는 선거법이 있지만 은밀하고도 교묘하게 건네지는 매표행위는 고질병이다. 대구지검에 따르면 선거법 위반으로 입건되거나 내사를 받는 사람 중에서 60%가 금품수수 혐의라 한다. 방생행사 찬조금 명목으로 사찰 신도회 회장에게 돈을 주고, 당비를 대신 내주는 식의 금품살포도 있다. 과거 자유당 부정선거 당시 매표행위는 공공연했고, 특히 선거 전날 밤의 금품살포는 가장 효과적인 매표수단으로 알려졌다. 그래서`돈 없는 후보자`는`돈 많은 후보자`가 선거 전날 돈 뿌리는 것을 막기 위해 운동원 전원을 풀어 철야감시를 시킨 사례도 있었다.50%대 50%로 공천자를 뽑는 포항과 구미지역의 경우 금권선거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당원명부가 후보자들에게 전달되고, 당원들을 만날 수도 있다. 여론조사에서 박빙일 경우 당원 투표가 관건이므로 후보자들은 사생결단으로 덤빌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당원명부 공개는 잘못이라는 소리도 나오지만 비밀로 할 경우`당원명단 탐색전`이 또한 치열할 것이고, 결국 명단은 공개되는 것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인지도를 보였던 공원식 후보가 당원투표 하루 전날 전격 후보사퇴를 했다. 자원봉사자 박모(52)씨가 모 당원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고, 공 후보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캠프에서는 “덫에 치었다”“함정에 빠졌다”“공작에 걸렸다”란 말이 나오는데, 진실과 내막은 아직 오리무중이지만,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다.김정재 후보측은 여론조사 결과와 경선 일정을 모두 변경할 것을 요구하면서 “후보가 2명이 된 상황에서 3명의 조사결과를 반영하면 포항시민의 의사가 왜곡될 우려가 크며, 투표경선을 강행할 경우 신뢰도와 정당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으니 연기하자”고 하지만 새누리당 경북도당은 예정대로 당원투표를 진행시켰다.선거혼탁도 문제지만 공천이 바로 당선이란 공식도 문제다. 공천이 확정된 이강덕 후보와 무소속 이창균 후보가 6월4일 최후의 대결을 벌일 것인데, 시민들은`현명하고 모범적인 선택`을 해주기 바란다.

2014-05-01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자

우리 민족은 위대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국가적 불행이나 난관을 `나의 일`처럼 생각하고 힘을 보태는 전통이다. IMF때 세계를 놀라게 했던 그 `금 모으기`가 한 사례이다. 덕분에 우리는 세계경제사상 가장 빠르게, 남들이 예상을 못했던 속도로 그 위기를 빠져나왔다. 한국의 알짜기업을 먹어 치우겠다고 돈봇따리 끼고 기다리던 기업사냥꾼들이 헛물 켜고 돌아서는 그 통쾌한 역전드리마를 우리는 연출했던 것이다. 우리 민족은 위대하다. 위기극복 능력이 누구보다 탁월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 모두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애도하는 모습도 우리의 `하나 된 정신`을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모든 국민이 자기 자신의 가족을 잃은 것같은 마음으로 슬픔을 함께 하는 모습은 `끝 없이 이어지는 조문행렬`에서도 보여진다.그러나 언제까지 슬픔에 빠져 있을 수는 없다. 마음을 추스리고, 나라를 추스려 일으켜 세워야 한다.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 마다 나라 경제가 수렁에 빠진다. 그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다. 2001년 9·11테러가 일어난 미국의 GDP기준 성장률은 -0.4%로 10년래 최대폭으로 하락했고, 2011년 대지진이 발생한 일본의 4~6월 성장률은 -0.3%로 추락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경제도 집단 우울증에 빠졌다. 관광, 외식, 광고 등 소비 둔화로 매출이 30%에서 50%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가 좀 더 계속되면 파산하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고, 수많은 인력들이 실업할 것이다. 무서운 일이다.정부도 쇼크를 심하게 받으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정부책임론`이 비등하는 상황에서 국가경제를 이끌어갈 콘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 정부가 올해의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회복의 모멘텀을 `내수활성화`로 보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1분기 민간소비와 설비 투자 증가율은 형편없이 곤두박질쳤다. 항공업계와 여행업계, 숙박업계는 예약취소가 잇따르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음식점에도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연초에 강하게 밀어붙이던 `경제개혁 3개년 계획`도 추진력을 잃고, `규제개혁`행보도 한동안 숨을 죽일 것이다.지금은 우리 국민의 위대성이 다시 한번 발휘돼야 할 때이다. 슬픔에 빠져 우리 경제를 침몰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희생자들의 고귀한 생명에 대해 `목숨값`을 하는 일일 것이다. 국민은 우선 `내수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정부는 하반기에 쓸 재정을 상반기에 좀 더 투자할 필요가 있다. 대형 재난 후에는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투자가 일어나 `V자`곡선을 그으며 회복한 사례가 많다. 우리도 이제 추락하는 나라경제를 추스리는 일에 성심을 모아야 하겠다.

2014-04-30

`포항호` 조타수 뽑는 축제일

당초 19일로 예정되었던 포항시장 경선 날짜가 세월호 참사로 인해 30일로 연기됐는데, 오늘이 바로 공천이 결정되는 날이다. 포항은 새누리당 텃밭이어서 경선에 뽑힌 후보는 무난히 당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당원 투표 50%와 여론조사 50%가 반영되는 공천절차에서 여론조사는 28일과 29일에 마쳤고, 오늘 당원투표와 합산해서 공천자가 결정된다.여론조사는 3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당원 투표는 책임당원과 일반당원 4천100명이 참여한다. 당원들은 당심(黨心)에 영향을 받게 되므로 당심이 어느 후보에 쏠리느냐 하는 것이 이번 체육관 투표에서 주 관심사인데,“아래로부터의 공천, 공천권을 유권자에게 돌려준다”는 정신을 감안했을 때 당심보다 소신에 의한 합리적 선택이 요구된다.`포항호`를 가장 잘 이끌어갈 조타수(操舵手)가 누구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그러나 깨끗한 선거가 치러진 사례는 별로 없다. 사생결단으로 덤비는 선거전인만큼`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 방법`을 다 동원한다. 그러니 불법 탈법 무법이 끼어들고, 흑색선전이 동원된다.자신의 장점을 내세우기보다 상대의 약점을 들추고, 없는 일까지 만들어내어서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이번 포항시장 선거운동과정에서도 근거없는 낭설이 나돌아 고발소동까지 빚었다. 그런 와중에 공원식 예비후보 자원봉사자의 대의원을 상대로 한 금품살포 의혹으로 공 예비후보가 전격 사퇴했다.금품선거 의혹은 이미 예견된 부분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공 예비후보가 사퇴한 데 대해 지역 유권자들은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한다. 한 명이 중도 낙오했지만 선거인단은 당초 자신들의 소신대로 선택을 해야 하는 막중한 위치에 있다. 남은 두 후보가 발표한 정견과 경륜을 자세히 살펴서 포항을 가장 잘 이끌어갈 선장을 뽑아야 한다.김정재 후보는 중앙에서 활동한 경력을 내세웠다. 중앙정부와 함께 하며 정부 예산을 끌어오는 역량을 발휘할 것이고,`제2의 도약, 포항중흥`이란 케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시민과 권력을 나눌 인사행정을 펼치겠다고 했다. 청렴성, 도덕성, 훌륭한 인성을 갖춘 인재를 구하겠다는 것이다.이강덕 후보는 해양경찰청장을 지냈다는 이유로 마타도어 피해자가 됐고, 끝내 선관위 고발사태까지 빚었다. 그는 30여년 공직생활의 경륜을 포항시정에 쏟아 마지막 봉사를 하겠다고 했다. 또 지금 포항은 변화가 필요하며, 영일만 기적을 다시 한번 성공시켜보겠다는 의지를 나타내 보였다.비록 불미스런 일로 공 예비후보가 중도 낙마했지만 각 후보자들의 각오와 정견을 잘 참고해서 가장 공정하고 합리적인 경선이 되길 바라고, 선거일은 축제일이라는`선거의 이상`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4-04-30

`엄벌주의`로 돌아가야 한다

중국에는 “위에서 정책을 세우면 아래에서는 대책을 세운다”란 말이 있다.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정책당국이 아무리 정책을 세워봐야 민간에서는 이를 피해 갈 대책을 반드시 세운다는 뜻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가짜우유 사건이었다. 색깔만 하얗고, 단백질이 들어 있지 않는 `맹물우유`를 파는 업자를 규제하기 위해 “일정량의 단백질을 함유토록 하는 법”을 반포했으나 업자들은 값이 싼 `독성 단백질`이 다량 함유된 우유를 만들었고, 유아들이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중국은 그래서 오래전부터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주룽지 전 총리는 취임 당시 “관(棺) 100개를 만들어라. 그 중에 내 것도 하나 만들어라”고 했다. 부정부패 분자들 100명 가량을 사형시키겠다는 의지였고, 내가 부패와의 전쟁을 제대로 못하면 나도 사형당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실제 중국은 `이동식 사형대`를 차에 싣고 다니며 사형 집행을 했다. 지금의 시진핑정권도 부패와의 전쟁을 계속하는 중이다. 부정부패란 잡초 같아서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우리나라의 부정부패도 고질병이다. 주유(注油)와 관련된 불법 비리도 그 중 하나다. 지난해 안동호·임하호 도선 관련 주유부정이 적발돼 많은 공무원이 징계 당했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는데, 그런 사건을 목격하면서도 유가보조금 관련 부정에 얽힌 차량들과 주유소들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정부가 화물차를 지원하기 위해 유가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포항 철강공단에는 화물 수송이 많기 때문에 주유 관련 비리 불법이 빈번하다. 화물차가 일정량 이상을 주유하면 법에 따라 환급금을 받을 수 있게 된 법을 악용하는 것이다. 기름을 넣지 않고도 가득 채운 것처럼 자료를 끊어주고, 승용차에 휘발유를 주유하고도 화물차에 경유를 준 것처럼 자료를 발급해준다. 이런 주유소들은 한 두 해 영업하다가 세무서의 감시를 받는다 싶으면 위장폐업을 한 후 다른 사람 명의로 재개업하는 일도 다반사라 한다.또 일부 주유소는 기름값을 올려받은 후 마일리지 처럼 적립해 둔 차액을 현금으로 운전자에게 돌려주는 수법으로 `고정고객`을 만드니 이는 불법 비리의 마당에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잔치판을 벌이는 짓이다. 사태가 이러하니, 곧이곧대로 법을 잘 지키는 업소는 손님이 떨어져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은 만고의 철칙인 모양이다.사회질서를 바로 지키고 기강을 바로 세우려면 법이 엄격해져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은 엄벌주의 덕분이다. 무서운 법을 만들고 철저히 실천되는 나라만이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특히 나랏돈을 지원받는 보조금 관련 범죄는 `국고 도둑죄`란 이름으로 더 삼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2014-04-29

수학여행은 계속돼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어릴때부터 “하지 말라”는 명령어를 많이 들었다. 다칠 염려가 있는 놀이 같은 것은 무조건 `금지'였다. 그래서 한국인들은`안전의식'을 철저히 교육받았지만 모험의식은 없다. `톰소여의 모험' `12소년 표류기' `해저 2만리' 같은 모험소설이 한국에서 나올 수 없는 이유다. 유대인 어머니는 아이들이 위험한 장난을 하고 놀때 약을 준비해놓고 기다린다. 그러나 한국 어머니들은 “하지 말라”고 명령한다. 책상앞에 앉아 책 읽은 것이 최고의 미덕이요, 출세의 지름길이다. 모험심이나 개척정신이 길러질 수 없다. 우리나라 행정부도 그 `한국적 관행' 탓인지, 문제가 생기면 `금지카드'부터 꺼내든다. 교육부는 올해 2월 부산외국어대 경주 리조트 체육관 참사때 내놓은 대책이 `학생회가 주도한 신입생 환영회 금지'였다. 세월호 참사로 수백명의 학생들이 숨지고 실종되자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의 1학기 수학여행을 전면 금지시켰다. 수백 명씩 한꺼번에 떠나는 대규모 수학여행을 폐지하고, 학생들의 적성과 흥미를 반영하는 소규모의 자기주도적 현장 체험학습으로 전환하자는 것이었다.수학여행에 대해 지금 찬반양론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태안의 사설캠프에서 고교생 5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 이후에도 논쟁이 벌어졌고, 교육부는 예방메뉴얼을 강화했지만 지금 그 사설캠프는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다. 경주의 체육관 지붕 붕괴사고도 세월이 가면 사람들의 뇌리에서 멀어져갈 것이다. 그러나 수백 명의 학생들이 수학여행 길에 참사를 당한 이번 세월호사고는 오래 잊혀지지 않을 것이고 수학여행 논쟁도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할 것이다.수학여행을 폐지하자는 논리는 “수학여행은 여가문화가 보편화되지 못한 과거의 유산으로 교육적 효과가 적다. 안전교육 미흡, 프로그램 진행자의 전문성 부족, 열악한 숙박시설과 부실한 식사 등 말썽이 끊이지 않는다” 등으로 요약된다. 한편 폐지하면 안 된다는 논리는 “수학여행은 수업의 연장선상에서 자연과 문화를 접하며 경험을 쌓는 교육적 목적이 있다. 문제가 있다고 무조건 폐지하는 것은 여행업계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치 않는 일방적 정책이다” 등으로 요약된다. 쌍방 의견이 다 일리 있다.`규제 개혁에 의한 서비스산업의 진흥과 일자리 창출'이 지금 화두가 돼 있고, 그 중심에는 관광과 수학여행이 있다. 특히 경주의 역사문화와 포항의 산업은 수학여행에서 최상의 소재이다. 역사기행과 산업관광의 중심인 이 지역에서 `수학여행 폐지'는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어리석음이나 다를 바 없다. `폐지·금지'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정부는 먼저 부정부패·비리를 척결할 대책부터 세우고, 예방매뉴얼을 제대로 만들어 실천해야 한다.

2014-04-28

군·경 잠수사에 위로와 감사를

우리는 천안함 폭침 당시 순직한 해군 UDT 한주호 준위를 기억한다. 바다속에는 해류가 있고 높은 수압이 있다. 해류는 육지에서의 태풍에 비견된다. 수압은 신체에 치명상을 준다. 대낮에도 물속은 10cm 앞을 보지 못할 정도로 어둡다. 줄을 잡고 손으로 더듬어 수색을 해야 하고 30분 동안 받은 수압을 다 푸는데는 하루가 걸린다. 그`24시간 휴식' 원칙을 지키지 않고 무리하면 잠수병에 걸린다. 수십 미터 바닷속은 그래서 `죽음과 맞서는 곳'이다.이번 세월호 구조·수색 작업에는 해경과 해군 특수부대 소속 잠수부 500여명과 민간 잠수사(머구리)가 투입됐다. 맹골수도는 이순신 장군이 대첩을 거둔 `울돌목'인근이어서 물살이 거세다. 줄 하나를 잡고 거센 물살과 수압을 버티어가며`암중모색'으로 시신을 찾아내는 작업을 수행하는 잠수사들이다. 머리를 선체에 부딪혀 8바늘이나 꿰맨 대원도 있다.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생각하면 `24시간 휴식' 원칙을 지킬 여유가 없다. 무리를 감수하다가 이미 수십명이 잠수병으로 입원했다.줄 하나에 2명이 한 조가 돼 물속에 들어가고 30분 작업하고 휴식하는 모습을 보고 실종자 가족들은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30분 원칙을 지키지 않은 대원들이 많아 이미 수십명이 잠수병에 걸렸다. 어지럼증을 느끼고 신체의 일부가 마비되는 증세인데 `감압 체임버'시설이 갖춰져 있는 해군병원에 입원해야 한다. UDT요원 한 명은 허파에 심각한 이상이 생겨 진해에 있는 해군 해양의료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30분 원칙을 지키라고 아무리 당부를 해도 이를 어기는 대원들이 많고, 산소 부족으로 올라왔다가 산소통을 다시 메고 들어가는 대원들도 많다. 다들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이 된 것이다.산소통을 메고 들어가면 30분 작업이지만 배에서 호스를 통해 잠수요원에게 공기를 불어넣어주는 방식으로 하면 1시간 작업을 할 수 있다. `잡고 들어갈 생명줄'과 `공기 주입 줄'이 서로 얽히면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애초에는 병행하지 못했다가 해류가 빨라져가는 다급한 상황에는 이 방법도 채택했다. 민간 머구리가 투입된 것이다. 물살이 비교적 약해지는 소조기는 금방 지나가니 이 때 무리를 해서라도 수색작업을 서두르는 것이다.잠수부들은 남 모르는 정신적 고통도 겪는다. 꿈에 시신이 나타나 잠을 깨고, 낮에도 시신이 눈앞에 실제 처럼 어른거린다고 한다. 그래서 강이나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은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익사한 귀신을 여러번 봤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최악의 조건에서 일하는 잠수사들은 이같은 정신질환까지 앓는다. 이들에게 특별수당을 주어 표창해야 하겠다.

2014-04-28

해경도 잘 한 것 없다

선박이 급속도로 침몰할 때는 첫 30분이 `골든타임'이다. 1분 1초가 금쪽같은 시간이다. 그런데 해양경찰은 신고한 학생에게 엉뚱한 질문을 하며 5분 가량을 허비했다. 늑장대응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목포해경의 A과장은 “우리가 잘못한 게 뭐가 있냐. 해경이 80명을 구했으면 대단한 것 아니냐”고 항변하고, 욕설을 섞어가며 부하들에게 화풀이를 했다고 한다. 이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언행이어서 해양경찰청은 즉시 A과장을 직위해제했다. 목포해경은 해수부와 함께 지난해 7월12일 여객선 12척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했는데, 점검반 인원은 4명이고, 점검시간은 160분이었다. 통상 배 1척 점검에 1~2시간 걸리는데, 12척 점검을 160분만에 해치웠으며, 32개 점검항목에 `특이점 없음'이라 했다. `세월호'는 20년이 넘었고, 구조변경으로 무게중심이 위로 많이 가 있어서 매우 위험하다. 폐기처분이라도 내려야할 여객선인데 `전 항목 통과'로 판정해 놓고 “뭘 잘못 했느냐”고 항변한 것이다.해경의 잘못은 이것뿐 아니다. 단원고 최모(17)군이 첫 사고 신고를 한 시간은 당일 오전 8시52분32초였다. 119는 목포해경과 전화를 연결해 3자통화를 했는데, 해경은 학생에게 “위도 경도를 말해 달라”고 했다. 학생이 그런 것을 알 리 없다. 해경은 배 이름은 무엇이며, 어디서 떠난 배인가 묻고, 여객선이냐 어선이냐는 질문을 이어가는데, 5분 가량의 시간을 보냈다. 허위신고를 가려내고 사고 해역에 정확히 출동하기 위해 매뉴얼대로 신고를 받았다고 했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한가롭게 대응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해경은 또 민간 잠수사들과 마찰을 빚었다. 일명 머구리배 잠수사들인 이들은 과거 군이나 해경 근무시 잠수병 출신이고, 예편 후에도 민간 어선에서 잠수사로 활동하는 백전노장들이다. 우주인 같은 장비를 착용한 이들은 한 번 물속에 들어가면 2시간 가량 작업하므로 30분에 불과한 군경의 잠수사들과는 작업효율이 한참 윗길이다. 그래서 마음이 급한 실종자 가족들도 민간잠수사들에게 더 신뢰를 보냈던 것이다. 그러니 해경으로서도 이들이 못 마땅했을 것이고, 그래서 고의로 소외시켰던 것이다.해경 고위 간부는 “자질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왜 데려왔느냐” “(민간 잠수사가 타고 온) 배를 빼라”고 했고, 실제 종일 수색에 참여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온 일도 있었다며 70여명이 화가 나 철수하기도 했다. 이들은 침몰선까지 잡고 내려갈 줄을 처음 설치한 베테랑들이다. 민간인에 대해 평소 `甲질'이나 하며, `대접받는 관행'에 익숙한 해경이 급박한 상황에서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한 것이 아닌가.공직자의 `서반트 정신'을 철저히 교육시켜야 할 일이다.

2014-04-25

박지영씨는 의사자가 돼야

4년 전 금양호는 천안함 수색작업을 돕다가 돌아가는 길에 캄보디아 상선과 충돌, 김재우 선장 등 선원 9명이 숨졌고, 이들은 의사자(義死者)로 인정받았다. 올해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당시 구조활동을 벌이다가 2차붕괴때 희생된 부산외대 양성호(25)씨도 의사자가 됐다. 세월호 일반직 승무원 박지영(22·여)씨는 구명조끼를 학생들에게 양보하며 승객들을 구조하다가 끝내 자신의 생명은 지키지 못했다. 그녀의 장례식장에는 `대한민국 국민'이란 이름으로 된 조화(弔花)가 놓였다. 제자들을 대피시키다가 숨진 남윤철(35) 교사와 함께 네티즌들은 두 사람에 대한 의사자 선정 요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박지영씨는 기울어지고 있는 여객선 3~4층을 힘겹게 오가며 구명조끼를 나눠줬고, “언니는요?" 묻는 학생들에게 “선원은 맨 마지막이야. 너희들을 구하고 나는 나중에 나갈게”라고 했지만 그녀는 사체가 되어 학생들 앞에 나타났다.3년전 동일본 대지지 쓰나미때 동사무소 직원이던 엔도 미키(당시 24)씨는 마이크를 잡고 “대쓰나미가 옵니다. 고지대로 피신하십시오. 해안 근처에는 절대 가지 마십시오” 외치면서 7천명을 구하고, 자신은 쓰나미에 휘말렸다. `천사의 목소리'로 기억되는 그는 각급 학교 도덕교과서에 실렸고, 그녀가 근무했던 동사무소 자리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미국 뉴욕타임스는 승객들을 죽음 속에 버려두고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을 `악마'로 표현하고, 박지영씨에 대해 “당신이 진정한 선장입니다”라고 찬미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심정 또한 다르지 않다. 선박 운항을 책임진 선박직 승무원 대신 근무경력 겨우 1년 반인 박씨가 생명 다할 때까지 배를 지키며 구조활동을 하다가 `거룩한 희생'을 한 것이다.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에는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씨를 의사자로, 국립묘지에 모십시다”라는 청원의 글이 올랐고, 21일 현재 2만5천명이 지지 서명을 남겼다.의사자로 선정된 고인의 유족에게 국가는 각종 혜택을 준다. 의사자 증서, 법률에 정한 보상금, 교육보호·취업보호, 의료급여 등에서 예우가 주어진다. 또 의사자의 시신은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다. 그러나 의사자가 될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롭다. 법 제1조는 `자신의 직무 외의 행위'라 규정하고 있다. 박지영씨의 경우 일반직이므로 구조활동을 `직무 외'라 할 수 있다. 또 `목격자의 진술'이 필수적인데, 박씨의 경우 많은 학생들의 진술이 있고, 세계 각국 언론들이 이를 대서특필하고 있다.검찰청에는 `해치상'이 있고, 대법원에는 `정의의 여신상'이 있다. 한국 각 해운사 앞에 `박지영상'을 세워 선원의 표상으로 삼고 해상 안전의 여신상으로 예우했으면 한다.

2014-04-25

이제는 `해피아' 차례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제하는 자리에서 “자리 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은 우리 정부에서 반드시 퇴출 시킬 것”이라고 했다. `퇴출'이라는 극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법과 규정을 어기고 매뉴얼을 무시해 사고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 침몰 과정에서 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사람들, 책임을 방기했거나 불법을 묵인한 사람들을 포함한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면서 개각 가능성까지 내비추었다. 그리고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의 행위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용납될 수 없는 살인과도 같은 행태”라면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언급했다.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에서 안전행정부·해양수산부·해양경찰서·군·해운사 등이 초동대응·생존자 구출·실종자 수색 등에서 보여준 태도가 너무나 무성의하고 무책임했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고, “3000개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다고 하는데, 아무리 상세하고 좋은 매뉴얼이라도 담당자들이 내용을 모르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작동하지 않는 매뉴얼'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선박 안전을 점검하는 일을 해운조합이 해왔다는 것도 구조적으로 잘못됐고, 해양수산부 관료 출신들이 38년째 해운조합 이사장을 하고 있는 것 또한 서로 봐주기식의 비정상적인 관행이라고 지적했다.지난해 `원전마피아' 척결에 온 나라가 들썩거렸는데, 올해에는 해양수산부가 수술대에 올랐다. 해수부와 마피아를 조합한 `해피아'란 단어까지 생겼다.해수부의 일을 위임받은 산하기관이 너무나 많다. 선박의 안전점검을 수행하는 일을 위임받은 `한국선급', 선박 도면 승인 같은 안전 검사 업무를 맡은 `선박안전기술공단', 해운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승선자 명단 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 `해운조합', 그 외에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 `한국어촌어항협회', `수협' 등 헤아리기도 어려운 많은 산하기관이 있다. 그런데 이 기관들은 해수부 관리들이 퇴직 후 갈 자리들이다. 위인설관(爲人設官)인 것이다.이들 기관의 고위직들 대부분은 해수부 출신들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거나 정부의 제재를 방어'하는 로비활동이다. 고유업무는 뒷전이다. 지난 2월 세월호의 통신시설, 조타시설, 화물 고정장치, 구난시설과 구명정 등 200여 가지 항목을 검사한 한국선급은 전 항목에 `적합' 판정을 내렸다. 2시간 이상 걸리는 점검과정을 단 15분만에 끝내기도 한다. 불법 비리가 판을 치니 승객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 `원전마피아'와 다름 없다. 대청소·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원통한 젊은 생명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해양관련 기관들의 혁명적 개혁이 단행돼야 한다.

2014-04-24

선거기의 상(賞)봇물, 수상하다

선거때가 가까워지면 `수상한 일'들이 자주 눈에 띈다. 각종 기공식들이 선거기에 봇물을 이루는 것은 고전적 수법이다. “여기 저기 기공식이 벌어지면 선거때가 다가왔음을 알 수 있다” “건널목 저쪽에서 나를 알아보고 인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선거기가 온 것이다”등등 `선거기 증후군'이 나타나는 것이다. `기공식 수법'은 이미 유권자들이 눈치를 채기 때문에 한물갔고, 수 년전부터 등장하는 수법이 `시상 혹은 공로상·표창장 수여' 방식이다. 평소 별 면식도 없던 입후보자로부터 “공로상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통고가 온다면, 그것은 선거운동원이나 지지자를 확보하는 수법이다. 찬물 한 사발이라도 상(賞)이라면 좋아하는 것이 한국인이라, 명분 없는 공로상·표창장 남발도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근래에는 민간기관들이 자치단체장을 대상으로 실적·업적을 평가하고,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 평가결과 공개를 미끼로 고가의 자료집 구매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선거로 뽑힌 지도층 인사를 평가하는 것은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유권자의 이해도를 높여주는 순기능도 있지만, 그것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그 `의도'가 순수해야 한다. 가령, 평가 결과를 선거에 임박해서 발표한다든가, 매우 민감한 시기에 상을 남발한다든가 하는 것은 저의가 있어 보인다. 평가를 하는 민간기구들도 `정부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은' 단체가 아닌 한 `일정한 운영자금'이 필요할 것이고, 그 자금을 어떻게 변통하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민감한 시기의 평가결과 발표는 그 순수성을 의심받기 쉬운 것이다.최근 `법률소비자연맹'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장의 공약들을 평가, 그 결과를 발표하면서 56명을 `공약 이행 우수 기초지자체장'으로 선정했는데, 경북지역에서는 영덕군수, 의성군수, 봉화군수, 포항시장, 김천시장, 영천시장, 예천군수 등 7명이 포함됐다. 그리고 3선이 2명, 재선이 5명, 초선이 4명인데, 다선일수록 쌓여진 실적도 있고, 계속사업도 있으니 초선보다 유리할 것인 데, 이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될만 하다. `출발지점이 각각 다른 달리기 경주'의 형평성에 대한 의문이다.`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 월간지가 공동주관하는 `2014 대한민국 도시 세계화 수준 평가'결과가 보도됐는데, 17개 광역단체 중 경기도가 종합최우수 단체로, 종합우수·노력부문에 경주시와 상주시 등이 포함됐고, 세계화리더십우수시장상에 최양식 경주시장과 권영세 안동시장이 포함됐다.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이 발표한 제19회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에 예천군이 포함됐다. 근거 없는 상은 없겠지만, 선거가 임박한 민감한 시기에 발표됐다는 점에서 `판단의 자료'가 되기에는 결함이 있는 것같다.

2014-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