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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나라 소인배 근성

등록일 2015-03-12 02:01 게재일 2015-03-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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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어릴때부터 집단 안에서 단결하고 따돌림 당하지 않도록 행동하라는 교육을 받고 자란다. 섬나라는 사방이 바다여서 밀려나면 바로 죽음이다. 일본의 민속경기 스모는 `밀어내기`가 기본인데, 밀려나면 바로 패배란 교훈을 준다. 일본인의 입에 익은 낱말이 `스미마생`이라는 사과의 말이다. 조금이라도 남에게 폐를 끼쳤다고 생각하면 바로 사과해서 묵은 감정을 남기지 않는다. 그런데 그 사과가 `집단 안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섬나라 소인배 근성이고, 소집단주의의 근원이다.

소집단주의는 자신의 치부를 철저히 감춘다. 보수 언론 요미우리 신문이 종전 70주년을 맞아 여론조사를 했는데,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에 대해 아는 일본인이 5%에 불과했다. 자신이 진주만을 선전포고 없이 기습공격한 것과 패전한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동아공영권이라는 목표 밑에서 동남아 여러 국가를 침공하고 강제 지배하며 갖은 악행을 저지르고 수탈한 역사에 대해 그들은 가르치지 않는다. 수치를 덮으려고만 하는 것이 섬나라 소인배 근성이다.

남아공 만델라 대통령은 `흑인의 나라에서 흑인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불법`인 인종차별주의 체제에서 무참한 피해를 당했지만, 대통령이 된 후 `고백과 용서 회의`를 꾸준히 개최했다. 백인 군경이 과거의 죄를 자백하고 사죄하면 바로 용서하고 껴안아주는 모임을 전국적으로 개최했던 것이다. 일본은 만델라가 성인(聖人)정치가로 추앙받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면서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독일이 나찌의 악행을 반복 사죄하고 용서를 비는 것을 익히 알면서도 그것을 배우지 못한다. 온 세계가 한 목소리로 충고하고 있지만, 아베정권에게는 마이동풍이다. 소인배 근성이 뼛속 깊이 박혀 있는 것이다.

최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일본을 국빈방문했다. 총리는 되도록 `독일과 일본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려 했지만, 언론들이 가만 두지 않았다. 집요하게 일본의 `태평양전쟁 발발과 악행`에 대해 질문해 총리가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는 “과거를 정리하는 것이 화해의 전제가 된다”면서 독일이 주변 피해국들의 협조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고백과 사죄의 덕`이라 했다.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드러내 놓고 사죄하는 것이 감추거나 축소하는 것보다 이익이라는 뜻이었다.

특히 총리는 한·일관계에 언급했다. “정치·경제체제도 같고, 동양3국은 가치관도 같고, 언어도 근본을 같이하고 있으니 유대를 강화할 여지는 많다”면서 통일독일의 초대 대통령 바이츠제커의 말을 소개했다. “그 누구든 과거에 대해 눈 감는 사람은 현재를 볼 수도 없다”는 말이었다. 독일과 프랑스는 `역사적 원수`지만 오늘날 우정으로 맺어지고 있음을 일본이 배워야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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