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제2중동시대 열리는가

등록일 2015-03-13 02:01 게재일 2015-03-13 19면
스크랩버튼
40년 전 우리는 처음 중동 건설시장에 참여했다. 우리는 빈곤에서 헤어나려 몸부림쳤고, 중동은 오일달러가 넘쳐났다. 우리가 가진 것이라고는 뚝심과 성실성 밖에 없었다. 밤에도 불을 밝히고, 일을 했다. 그래서 그 쪽 사람들로부터 “한국인들은 밤에 잠도 안 자고 일하는 이상한 사람들”이란 말도 들었고, `한국`이라는 국호는 몰라도 `빨리 빨리`란 한국어는 알아들었다. 그때 우리는`신용`이라는 귀중한 자산을 얻었다. 약속된 공기(工期)를 한번도 어긴 적이 없었다. 그 와중에 `김정일의 KAL기 폭탄테러`라는 아픔도 겪었지만, 그때 벌어들인 오일 달러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고, 파독광부와 간호사들이 보낸 외화는 조국근대화의 밑천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중동 4개국 순방 비지니스 외교는 제2 중동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었다. 대기업 중소기업, 통틀어 100여명의 기업인들이 동행한 대규모 경제사절들이 이번에 올린 성과는 9억 달러 (1조원)이상이었다. 그 중에서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스마트 원자로`수출은 특별하다. 값싼 인력 밖에 팔 것이 없었던 40년 전을 생각하면 실로 금석지감이 느껴지는 일이다. 스마트 원자로는 미국보다 5년 앞선 기술이며, 세계 원전시장의 블루오션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이 기술은 1기당 인구 10만명 규모의 도시에 전기 9만KW와 하루 4만t의 식수를 공급할 수 있다. 따라서 1기당 건설비용이 3조원이 넘는 대형 원전을 짓기에는 경제력이 미약한 국가나 국토가 넓어 송전망을 구축하는 비용이 너무 드는 나라에 적합한 모델이다. 또 스마트 원자로는 전체 생산 에너지의 10%를 식수 생산에 쓸 수 있게 설계됐다.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기를 제거한 후 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이 부족한 사막지대에 매우 적합한 기술이다.

또 하나의 성과는 식품시장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이슬람국가들은 `할랄(허락된 식품)`만 허용되고, 그 시장은 1천조원 규모다. 박 대통령은 UAE와의 정상회담에서 `할랄 식품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빼빼로·콘칩·국희땅콩샌드 등을 팔 길을 열었고, 향후 한국내에 할랄푸드 테마파크 조성 등을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다. “한국식품은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중국을 비롯해서 중동에도 퍼져 있으니, 아랍에미리트가 한국에 손을 내민 것이다. 그리고 두 정상은 `문화원 설립 MOU`도 체결해 한류의 중동지역 진출의 길을 열었다.

이번 비지니스 외교는 우리 청소년들이 중동으로 진출한 길을 넓힌 성과도 거두었다. 지금도 많은 한국 청년들이 나가 있지만, 앞으로 우리기업의 활발한 진출과 함께 더 많은 해외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제2중동시대의 개막은 우리의 GDP 4만불 시대를 예고하는 일이다.

특별기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