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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과 ‘실’과 ‘바늘’이 함께 놀면 작품이 되죠

"제 손은 섬섬옥수와는 거리가 한참 먼 거친 손이어서 사람들 앞에서 자신 있게 내밀지 못해요. 그러나 이 거친 손이 제겐 더없이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이 손으로 수를 놓고, 작품을 만드는 것이니까요. 제 손에서 천과 실과 바늘이 함께 놀면 작품이 되니까 사실은 자랑스러워해야 예의이겠죠? 사각사각 천을 자르는 가위 소리가 제겐 그 어떤 노랫소리보다 즐겁고, 천 위에 온갖 형상을 새기고 빚어내는 작업을 하며 늘 행복한 기대를 하게 되죠.” 실노리공방 김향미(60) 대표는 자수작가이자 대구의 평생학습센터에서 명성이 자자한 생활 자수 강사다. 수성구평생학습센터, 수성문화원, 가톨릭대학평생교육원에서 자수를 가르치면서도 이화자수연구회 정회원, 자연닮기업사이클링연구소장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3일 작품전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김향미 작가를 어렵게 만났다. - 어떻게 자수를 하게 됐는지?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가르치는 일을 했다. 나름 보람되기도 했지만, 늘 “나를 위한 행복한 직업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29년 전인 1996년 퀼트를 접하며 바느질에 매력을 느꼈다. 조각조각 다른 색의 천을 잇는다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다. 그때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게 바느질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후 자수, 침선, 그림, 염색, 다도, 민화, 천아트 등 손으로 하는 공예라면 무엇이든 즐겼다. 밤새워 작업해도 지치지 않을 만큼 행복했다. 결국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작은 작업실을 얻었다. 취미가 일이 된 순간이자 꿈을 이루는 순간이기도 했다. 옆지기(남편)의 응원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고, 지금도 설레고 감사한 마음이다. -처음부터 한 것은 아니었지만 성과가 큰 듯하다. △퀼트로 시작해서 자수와 예절지도사 등 자격증을 취득했고, 대학교평생교육원과 평생학습센터 등에서 강의를 하게 됐다. 대구시 여성회관 창업보육센터에 자수공방 창업자로 3년간 입주해서 1인 창업에 도움을 받았다. 전통자수의 현대화와 실용화를 위해 생활 자수 개념으로 강의하는데 매우 호응이 좋았다. 이후 박람회, 플리마켓, 마을축제 등의 행사에 생활 자수 소품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대구시 수성구 캐릭터(뚜비)를 활용해 자수를 입히는 강의도 진행했다. 대구공예품대전, 대구관광기념품디자인공모전, 안동기념품공모전에 입상하기도 했다. 두 번의 개인전, 다수의 회원전과 자수, 한복, 염색, 민화 등 타 장르와의 콜라보 전시와 교류전도 가졌다. - 자수에 대한 무한 애정이 느껴진다. 나눔을 실천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수를 빼고 나의 삶을 이야기하기는 힘들 것 같다. 자수는 문화유산으로서 우리의 생활상을 담고 있다. 느리지만 한 땀 한 땀 수를 놓으며 마음의 안정과 몰입감을 얻을 수 있다. 단순한 기술을 넘어 예술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고, 교육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 배우고 소통하고자 했다. 자수 강사들의 모임인 이화자수연구회에서 활동하면서 자수의 전통성과 예술성을 추구하고 있다. -업사이클링연구소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버려지고 오래된 소재에 자수를 더해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단순한 재활용이 아니라, 이야기를 담아 더 높은 가치로 끌어올리는(up-cycle) 것이다. 요즘은 버려지는 한복으로 작은 인형 한복을 만들고 있는데, 1년 뒤쯤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다. 동성시장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청바지, 가방, 병뚜껑, 그릇을 리폼하거나 조각천에 자수를 놓아 그림으로 완성하기도 한다. 헌 청바지의 일부분이 눈베개가 되거나 액자 속 그림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매우 뜻깊다. 업사이클은 내 손끝에서 낡음이 새로움으로 바뀌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자수와는 또 다른 매력과 보람이 있다. -강의와 작업을 하는 바쁜 중에도 또 다른 취미도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손끝으로 하는 작업은 집중력이 필수여서 요즘은 일기처럼 매일 저녁 불경, 명언, 시구 등을 필사하는 습관을 들였다. 좋은 글귀를 옮기는 일은 명상과도 같아서 하루를 되돌아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아마도 오래도록 자수를 손에서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수놓는 삶을 놓지 않고 오랫동안 이어가고 싶을 뿐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14

포은중앙도서관 ‘이은경 작가 초청 강연’

포항시립도서관(관장 서양진)은 10월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오는 29일 오후 2시 포은중앙도서관 1층 어울마루에서 ‘인문학 in 포항’의 마지막 강연자로 이은경 작가를 초청해 강연회를 연다. ‘인문학 in 포항’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인 ‘문화가 있는 날’에 다양한 분야의 저명 강사를 초청해 인문학 강연을 진행하는 포항시립도서관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올해 3월부터 10월까지 이어져 왔다. 이은경 작가는 15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으며, 두 아들을 둔 엄마로서 20여 년간 쌓아온 교육 경험과 정보를 나누기 위해 글쓰기와 강연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그는 최근 7년 동안 ‘초등 공부’, ‘학교생활’, ‘부모 성장’ 등을 주제로 한 강연을 유튜브와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 공유하며 초등 학부모들 사이에서 신뢰받는 멘토로 자리매김했다. 현재는 초등 교육 분야 대표 콘텐츠인 유튜브 채널 ‘슬기로운 초등생활’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초등 자기주도 공부법’, ‘초등 매일 공부의 힘’,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등이 있다. 이번 강연에서는 ‘다정한 관찰자로서 부모의 역할과 태도’를 주제로, 비교와 경쟁이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 부모가 가져야 할 올바른 자세와 자녀를 바라보는 ‘다정한 관찰자’의 역할에 대해 소통할 예정이다. 참가를 희망하는 시민은 포항시립도서관 홈페이지(https://phlib.pohang.go.kr) 문화행사신청 코너에서 사전 접수하면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14

웹툰으로 즐기는 경주 시간 여행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원장 이종수·이하 진흥원)이 운영하는 경북웹툰캠퍼스(이하 캠퍼스)가 ‘2025 경북웹툰캠퍼스 지역 작가 전시 공모’ 세 번째 순서로 경주 황리단길에 있는 캠퍼스 전시홀에서 오는 11월 7일까지 ‘배찌’작가의 개인전 ‘Zeit(시간)-경주’를 선보인다. ‘배찌’작가는 경주를 중심으로 활동 중이며, ‘2023 경주시 청년감성상점 입점 상품 공모전’ 당선 및 2024 아트플랫폼 G-아트마켓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 등 다양한 수상 및 전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대표 캐릭터를 활용하여 오프라인 행사 및 SNS에서 일상과 상상을 넘나들며 회화, 일러스트, 웹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작품을 선보여왔다. 전시 제목인 ‘Zeit(시간)’은 독일어로 ‘시간’을 의미하며, 이번 전시를 통해 옛 문화를 추억하고 새롭게 기억하는 시간, 경주의 문화유산과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을 눈으로 감상하고 마음으로 음미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겼다. 이번 전시에서는 액자와 아트워크 30여 점, 기획 영상 1점, 경주 굿즈, 기타 작업물과 오브제 등 풍부한 볼거리가 마련된다. 특히 작가의 귀여운 캐릭터와 경주의 상징적 문화유산을 직접 색칠해 보는 ‘컬러링 체험존’을 운영해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예정이다. 배찌 작가의 개인전 ‘Zeit(시간)-경주’는 11월 7일까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캠퍼스 1층 전시홀에서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이종수 진흥원장은 “귀여운 캐릭터들과 함께 경주의 문화유산과 자연의 매력을 재발견하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14

“대구 취수원, 안동댐 이전 적극 추진을” 국감서도 논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30년 넘게 이어진 대구 취수원 이전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국민의힘 우재준(대구 북구갑) 의원은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울은 팔당댐, 광주는 주암댐에서 취수하는데 왜 대구만 낙동강 지표수를 쓰느냐”며 “이건 지역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우 의원은 “정부가 진정으로 맑은 물 공급을 원한다면 TK(대구·경북) 주민과 정치권과의 소통부터 강화해야 한다”며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 아니라 이미 순항 중인 안동댐 이전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이날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을 상대로 “대구는 여전히 낙동강 지표수를 취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과거 공업지대에서 발생한 페놀 유출 사고로 시민 불안이 큰 만큼, 취수원을 안동댐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추진돼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구시·안동시·환경부가 협약을 맺고 순조롭게 논의가 진행됐으며, 환경부의 올해 주요 업무계획에도 안동댐 이전이 명시돼 있었다”며 “그런데 최근 환경부가 입장을 바꿔 과거 논란이 컸던 ‘해평취수장 이전안’을 다시 꺼내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해평취수장 합의는 이미 대구·구미시장이 파기 선언한 사안”이라며 “합의 파기 선언을 했다는 것은 법적 효력을 떠나 ‘그 방안이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성환 장관은 “합의 파기 사실은 알고 있다”며 “안동댐 이전 논의가 본격화되자 상주·의성 지역 주민들이 낙동강 본류의 수량 감소 우려로 강하게 반대했고, 환경단체들도 본류 수질 개선 없이 개별 댐으로 옮기는 방식을 비판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재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 의원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환경단체가 과연 지역 주민을 대표하느냐”며 “주민 우려가 있다면 장관이 직접 찾아가 설득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경부 자료에서도 안동댐 이전에 문제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반대 여론을 줄일 수 있었다”면서 “대도시 중 대구·부산을 제외하면 지표수를 취수원으로 쓰는 곳은 없다. 광주·대전·서울 모두 상류 댐에서 취수한다. 물은 상류에 저장된 상태가 가장 깨끗하고 흐르면서 오염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서울도 한강에서 취수하다 팔당댐으로 옮긴 뒤 ‘아리수’ 브랜드를 내세워 깨끗한 물을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0-14

철강산업,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고 회복에도 타이밍이 있다

대한민국 산업의 쌀 생산지 ‘철(鐵)의 도시’ 포항이, 한국 철강산업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미국의 고율 관세,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추가 관세, 중국의 무차별 저가 철강 물량 공세까지 대외 악재는 중첩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건설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철강업계의 시름은 바닥을 모르고 깊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철강산업고도화방안을 마련중에 있고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까지 추진하면서, 업계는 경영 전략 전반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이것도 업계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난 후에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철강산업은 포항 지역경제와 일자리의 핵심 축이다. 최근 생산량이 10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포항제철소와 현대제철 일부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지역 상권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제조업의 디딤돌인 철강이 흔들리면 자동차·조선·건설 등 전방에 있는 연관 산업 모두 타격을 입게 된다. 지역적으로도 경주-울산까지 포함한 해오름동맹부터 넓게는 전국적으로 수십만 개의 일자리와 주요 산업 도시들의 경제까지 흔들리게 된다. 업계는 “이미 포항 경제가 한계에 다다랐다”며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NDC 상향까지 더해지면 아예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토로한다. 최근 배출권거래제 등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철강기업의 부담도 커졌다. 반면 일본 등 주요국은 단계적 전환과 대규모 지원을 병행하며 자국의 산업 기반을 붙잡고 있다. 독일 총리도 최근 EU의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방침을 공개적으로 저지하고 나섰다. 각국 모두 경기 침체 속에서 산업 붕괴를 막기 위한 ‘속도 조절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철강을 ‘관리 대상 산업’으로만 보는 시각이 강하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 접근하는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목표는 유지하되 이행 속도를 조절하고 산업 보호 장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에서도 철강 경쟁력과 녹색 전환을 동시에 지원하기 위한 법안이 논의 중이다. 지역 정치권과 산업계 역시 제도적 뒷받침을 요구하고 있다. 한 지역 재계 관계자는 “산업 기반을 잃고 달성한 탄소중립은 공허한 성과일 뿐”이라며 “현실에 기반한 실용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의 생존은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다. 대한민국 제조업 생태계와 국가 경제, 나아가 안보까지 직결된 문제다. 탄소중립과 산업 생존이라는 두 목표를 병행하려면, 속도 조절과 대규모 기술 투자·정책 지원도 동반되어야만 한다. 과거 포스코의 철강재로 ‘중화학공업’을 뒷받침해 고도성장을 일궜던 한국이 다시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려면, 환경 목표와 산업 기반을 동시에 지키는 ‘현실적 전환’의 유연성과 더불어 K스틸법 제정 등 국가차원의 철강에 대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산업이 버티는 것도 무기한이 아니며, 회복하는데도 타이밍이 있다. 바로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10-14

수명 격차

경제적 불평등을 가리키는 말의 뜻을 가진 빈부격차는 건전한 사회를 지향하는데 반드시 극복돼야 할 과제다.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구성원 다수가 가난하고 비참한 사회는 결코 번영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는 빈곤이 심화되면 사회 전체의 불행이 커진다는 의미다. 10여 년 전 한 조사에서 전국 200여 시군구에서 소득 하위 20% 집단의 기대수명이 소득 상위 20% 집단보다 짧다는 결과를 발표해 충격을 준 적이 있다. 소득이 높을수록 더 오래 건강하게 살고 소득이 낮을수록 더 빨리 죽는다는 불편한 진실 앞에 모두가 충격을 받은 것이다. 세계보건기구가 밝힌 세계인의 평균수명은 72.6세(2023년)다. 남성 69.1세 여성 73.8세며 선진국인 일본, 스위스, 호주 등은 80세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에 남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 등 개발도상국가의 평균수명은 60세 미만이다. 아프리카의 차드는 52.7세, 나이지리아는 54.6세다. 내가 선택할 수는 없지만 내가 태어난 나라에 따라 약 20년 가까이 더 오래 살고 더 빨리 죽는다는 뜻이다. 외국의 사례로 짚어 본 결과여서 실감이 덜 나겠지만 국내서도 이런 수명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의료격차가 수명 격차로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기대수명은 90.11세로 나타난 반면 경북 영덕군은 77.12세로 밝혀졌다고 한다. 의사 수의 절대 부족과 대형병원 등 의료 인프라의 수도권 집중이 원인이다. 사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수명의 격차가 벌어지는 현실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것일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10-14

대구시 신청사 설계 논란, 최선의 해법 찾아야

대구시 신청사 설계를 두고 대구시와 대구 달서구청이 갈등을 빚고 있다. 대구시 신청사가 들어설 예정지인 달서구청은 대구시가 공모로 결정한 신청사 설계안이 “대구의 자존심과 정신을 담아내지 못한 채 전형적인 공공건물에 그쳐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13일 대구시 동인청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신청사는 단순한 공공청사가 아니라 대구 정신을 상징하는 기념비적 건축물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28 민주운동의 자유정신, 국채보상운동의 애국정신, 근대화 개척정신 등 대구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시민정신을 담아내야 하나 현재 대구시가 선정한 공모작은 이에 못 미친다”는 주장을 했다. 달서구청은 이보다 앞서 지난 9월 대구시가 공모작을 발표하자 “기대보다 무거운 실망감”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신청사 설계 추진 과정에 공론화가 없었음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공공청사는 설계업무 과정이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고 설계안 선정도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달서구청이 제시하는 내용이 추상적이고 공공청사 건립의 특성과 행정 절차상 반영이 쉽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달서구청장이 신청사 설계안을 문제 삼고 있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내년 대구시장 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이 청장의 정치적 행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대구시민의 오랜 숙원인 신청사를 대구의 정신과 시민의 자부심으로 채우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신청사가 또 다른 관공서 건물로 세워진다면 대구시민이 가지는 실망감도 클 것이다. 공공건물이라는 특성 때문에 한계는 있겠으나 이를 극복하고 대구시민이 만족하는 청사를 완성한다면 대구시 행정은 많은 박수를 받을 것이다. 대구시는 설계 공모에 앞서 대구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담는 랜드마크가 되도록 짓겠다고 여러 번 약속한 바도 있다. 두 기관은 대립관계가 아닌 대화와 협력의 관계다. 더 좋은 신청사 건축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시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2025-10-14

치의학연구원 입지, 투명한 공모절차 거치길

국민의힘 이인선 대구시당위원장이 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 박주민 위원장을 만나 국립치의학연구원 입지 선정을 ‘단독 지정’이 아닌 ‘공모’ 방식으로 추진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치의학연구원은 치과산업 연구개발의 핵심 기관인 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공모방식)를 통해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는 점을 여권 핵심인 박 위원장에게 당부한 것이다. 만약 입지 선정 과정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정할 경우 공정성 논란이 일 우려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요청이다. 박세호 대구시치과의사회장은 “치의학연구원 입지는 고도의 과학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공모 없는 지정 방식은 누구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치의학연구원 유치전에는 대구 외에도 부산·광주·천안 등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현재 ‘치의학연구원 설립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을 용역기관에 맡겨둔 상태이며, 이달 중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연구원 후보지와 공모방식을 확정해 내년 초 사업공고를 낼 예정이다. 대구시는 지난 2023년 8월부터 대구시치과의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며 치의학연구원 유치추진단을 구성해 활동해 왔다. 대구는 과거부터 ‘덴탈시티’라는 명성을 유지할 정도로 비수도권 최고의 치과 산업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국내 매출 10대 치과 기업 중 메가젠임플란트와 덴티스가 대구에 있고, 전국 의료기기 수출의 18.4%를 대구가 차지하고 있다. 특히 치의학연구원이 경북대 치과대학과 병원,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수성알파시티, 한국뇌연구원과 연계할 경우 기초연구부터 임상, 산업화를 한꺼번에 아우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치의학연구원의 설립 목적이 ‘치의학 기술의 산업화’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구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도시다. 정부는 치의학연구원을 어디에 설립해야 국가 치의학기술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공모 절차를 통해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입지 선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2025-10-14

마치 ‘범죄도시’ 영화 같은 캄보디아 비극

캄보디아 범죄 단체에 의한 경북도민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충격적이다. 예천 출신 한 대학생이 범죄 조직에 납치·감금돼 고문을 당하다 살해된 사건에 이어, 13일에도 캄보디아에 간 상주 출신 30대 청년이 범죄 조직에 납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경북경찰청은 그저께 “지난 8월 19일 캄보디아로 출국한 상주출신 A(30대)씨와 연락이 끊겼다”는 가족 신고가 지난 8월 22일 접수됐다고 밝혔다. A씨는 출국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가 닷새 뒤인 24일 텔레그램 영상 통화로 가족에게 “2000만원을 보내주면 풀려날 수 있다”고 말한 뒤 다시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경찰은 캄보디아 범죄 조직이 그를 감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8일 캄보디아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출국한 예천 출신 대학생은 출국 2주 만에 범죄 조직에 납치돼 고문을 당한 끝에 숨졌다. 그와 함께 붙잡혔다 구조된 한국인 B씨는 “학생이 너무 맞아서 걷지도,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상태였다.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고 증언했다. 숨진 대학생은 현재까지 시신조차 송환되지 못하고 있으며, 경찰은 가해자들이 ‘대치동 마약 사건’과도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 이처럼 캄보디아에서 한인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 보이스피싱, 온라인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캄보디아 범죄도시’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이를 두고 마치 ‘범죄도시’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나 의원은 최근 SNS를 통해 “이재명 정권이 정치보복에 몰두하는 동안 해외에서는 우리 국민이 인신매매의 희생양이 되는 참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올들어 8월까지 330건으로 폭증했다. 이들은 대부분 ‘고수익 해외취업’에 속아 범죄조직에 납치된 것으로 예상된다. ‘캄보디아 범죄도시’ 사건이 심각하게 전개되자 대통령실은 13일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에는 외교부와 법무부, 경찰청, 국정원 등 관계 부처 관계자가 참여한다. 경찰도 캄보디아 대사관에 경찰 영사를 확대 배치하고, 국제 공조수사 인력도 보강할 계획이다. 특히 캄보디아 내 한국인 범죄 피해 사망자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코리안 데스크’ 설치 문제는 주권 문제가 얽혀있어 상대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리안 데스크는 해외 경찰에 파견 간 한국 경찰로 현지에서 주로 한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전담한다. 한인 살인사건 피해자가 가장 많은 필리핀에 2012년 처음 만들어져 현재 3명이 활동 중이다. 태국 경찰에도 한국 경찰관 2명이 파견돼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늦게라도 정부가 ‘캄보디아 범죄도시’ 사건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우리 국민이 국제 범죄조직의 주 타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국가적 수치다. 하루라도 빨리 우리 국민의 피해실태를 상세하게 파악해 더 이상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10-14

걱정이 삶에 주는 의미

‘걱정에 대한 전략을 모르는 사업가는 요절한다’ 노벨 의학상 수상자 알렉시 까렐(Alexis Carrel) 박사의 말이다. 현대인의 열 명 중 한 명꼴로 신경쇠약 증세를 갖는 경우가 많고, 그 중 대부분은 걱정과 심리적 갈등이 원인이라는 사실이다. 가정주부, 수의사, 건설 현장 벽돌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병원 내과 의사를 찾아오는 70퍼센트는 불안감이나 걱정만 없애도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신경성 소화불량, 위궤양, 심장질환, 불면증, 여러 가지 두통 같은 것들을 말하는 것이다. 걱정에 대해 조명한 또 다른 책은 칼 메닝거 박사가 쓴 ‘내 안의 적’이다. 근심, 좌절, 증오, 원한, 저항, 불안에 의해 우리의 몸과 마음이 어떻게 파괴되는지에 대해 뜻밖의 사실들을 보여준다. 걱정은 완고한 성격의 사람마저도 병들게 할 수 있다. 북군 그랜트 장군은 남북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그의 병을 발견했다. 그랜트 장군은 남부 수도 리치몬드 시를 아홉 달 동안 포위하고 있었다. 남군 리 장군의 부대는 기진맥진하고, 굶주리고, 녹초가 되었다. 리 장군의 부대원들은 리치몬드 시내의 면화와 담배 창고에 불을 붙이고 무기고를 태우고서 치솟는 불길이 어둠을 밝히는 동안 그 도시에서 탈출했다. 전쟁은 승리했지만, 그 과정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로 편두통과 정신적 혼란을 겪었던 그랜트 장군은 불면, 우울감 등으로 전시 외상 증후군에 시달렸다고 한다. ‘걱정은 우리 마음의 그림자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걱정을 하며 살아간다. 내일의 일, 사람 관계, 건강, 돈, 일의 성과까지 걱정은 늘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다. 하지만 이 감정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걱정은 미래의 위험을 대비하게 하는 인간 본연의 방어기제가 될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걱정은 ‘통제할 수 없는 부정적 생각의 반복’으로 정의된다. 문제는 그 양과 지속 시간이다. 걱정이 일정 시간을 넘어서면 불안, 스트레스, 불면, 위장장애 등으로 이어지고, 결국 생산성과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특히, 리더나 조직 책임자일수록 걱정이 많다. 책임감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걱정이 통제 불가능한 불안으로 바뀌는 순간, 리더십의 힘은 약해진다. 토마스 에디슨은 수천 번의 실패를 겪었지만, ‘실패가 걱정’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로 생각했다. 걱정을 배움의 신호로 바꾸는 태도가 그를 위대한 발명가로 만들었다. 우리의 걱정도 마찬가지다. 걱정을 없애려 하기보다, 그것을 ‘준비의 동력’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걱정은 미래를 대비하는 경고등이지만, 그 불빛에만 매달리면 시야를 잃는다. 걱정을 다스리는 것은 결국 ‘자신의 마음을 경영하는 힘’을 기르는 일이다. 걱정은 그림자처럼 따라 오지만 우리가 방향을 잃지않는 한 그 그림자는 우리를 삼키지 못한다. 삶이 아름다운 것은 꿈과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생활 속의 걱정은 피해 갈 수 없지만, 시간이 지체되어 삶의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로 만드는 지혜로 내 마음을 경영해 나가면 건강한 삶이 될 것이다.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2025-10-14

참새와 제비

참새와 제비는 같은 참새목으로 분류되지만 그 생태는 아주 다르다. 그러면서도 수천 년을 우리 민족과 함께 살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야생 조류이긴 하지만 우리의 생활반경 안에 들어와서 삶의 일부처럼 된 새들이었다. 농경사회가 아닌 지금은, 더구나 도시에서는 참새나 제비를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별로 관심거리도 아닐 터이다. 그들에 대해 애틋한 정을 가진 우리 세대가 가고 나면, 참새도 제비도 그냥 보통의 조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제비는 한국 사람에게 가장 친근한 여름 철새였다. 통계상으로는 어떤지 몰라도 내가 보기에는 옛날에 비해 10%도 안 되게 개체수가 줄어든 것 같다. 흔할 때는 무심히 보았는데, 지금은 어쩌다 제비가 보이면 옛 동무라도 만난 듯 반가운 마음에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예부터 제비는 길일인 삼짇날(음력 3월3일)에 와서 중양절(음력 9월9일)에 강남으로 간다고 해서 길조로 여겼다. 야생조류이면서도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처마 밑에 둥지를 짓고 함께 살아왔다. 매나 뱀으로부터 알과 새끼를 보호받는 대신 농작물에 해가 되는 벌레를 잡아먹어서 공생관계를 형성해온 셈이다. 새끼를 기르는 제비가 하루 종일 잡아 오는 벌레가 350마리 정도라고 하니, 한 쌍이 두 번 번식할 동안 필요한 벌레의 수는 상당한 정도인 것이다. 귀소본능이 강한 제비는 작년에 왔던 곳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우리가 보는 제비는 모두 한국 국적을 가진 셈이다. 찬바람이 불면 흔히들 강남으로 간다고 하는데, 겨울 동안의 서식지는 주로 동남아 지역이고 더러는 호주까지도 날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 거리를 이동하다 보면 악천후를 만나 죽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는데, 흐리고 바람 거친 가을 날 제비들이 많이 나는 것은 아마도 먼 여정을 대비한 비행연습인 것 같다. 참새는 마을 근처나 들판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텃새다. 귀엽게 생겼지만 농민들에게는 여간 귀찮은 존재가 아니었다. 수십 마리씩 떼로 몰려다니며 벼나 조, 수수 같은 농작물에 적지 않은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의 모택동은 참새 소탕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참새들을 모조리 잡아버리자 병충해가 창궐해서 오히려 농사를 망쳤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참새는 잡식성이라 곡식만 먹는 게 아니라 해충도 잡아먹는다는 걸 몰랐던 것이다. 참새들이 공짜로 곡식을 먹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참새라는 이름은 참 친근감을 준다. 어원은 분명하지 않다지만 그런 이름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이다.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보기 때문에, 새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참새가 아닐까. 참새 말고도 까치나 비둘기 같은 여러 종류의 텃새들이 있고 철새들도 많지만 우리 조상들은 가장 가까운 참새를 그 모든 새의 표준으로 인식했던 게 아닐까 싶다. 시국이 몹시도 불안하고 암담하다. 건국 이래 나라의 정체성이 이렇게 송두리째 흔들린 적이 없었다. 시국만큼이나 흐린 날씨에 비행 연습을 하는 제비들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들이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2025-10-14

‘암나무 1300그루 포항’ 가을마다 은행 열매와 악취 전쟁

14일 오전 가을비가 내린 포항시 남구 오천읍 문덕리 인도 가장자리는 짙은 냄새로 가득했다. 은행나무 열매가 터진 채로 인도와 차도에 뒤섞였고, 밟힌 자리 마다 미끈한 얼룩이 번들거렸다. 이곳을 지나던 시민은 “냄새 때문에 너무 힘들다. 제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운전자는 “타이어에 열매가 눌어붙어 냄새가 차 안까지 올라온다”며 “매년 가을 은행나무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고 호소했다. 가을 불청객 ‘은행나무 열매’ 시즌이 왔다. 도심 곳곳의 가로수 상당수가 은행나무다. 8400여 그루의 은행나무 중에 1300여 그루가 열매를 맺는 암나무이다. 포항에서는 다른 지자체 처럼 은행 열매 수거반을 운영하거나 열매가 땅에 닿지 않도록 망을 설치하는 조치가 없어 시민 불편이 되풀이된다. 반면 서울시는 가을철 은행 열매 악취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을 운영한다. 25개 자치구와 협력해 열매가 맺히기 전 조기 채취 작업을 벌이고 민원 접수 시 즉시 출동하는 ‘은행 열매 수거 기동반’도 상시 가동 중이다. 인천시도 ‘은행 열매 기동대응반’을 운영해 진동 수확기와 수거망을 활용한 조기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포항시도 매년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속도는 더디다. 배명규 포항시 푸른도시사업단 가로조경팀장은 “연간 예산이 8000여만 원에 불과해 모든 구간을 일시에 교체하기는 어렵다”면서 “도심 전역을 동시에 관리하기엔 인력과 예산이 모두 부족해 민원 다발 구간부터 단계적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은행 열매 수거망 설치에 대해서는 “매년 설치·철거 비용이 많이 들고 경관을 해친다는 민원도 있다”며 “차라리 교체 예산을 확보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 나정화 경북대 조경학 전공 교수는 “은행나무는 산업화 시기 도시의 대표적인 ‘생존형 수종’이었다”며 “공해와 매연에 강하고 병충해에도 강해 당시에는 최적의 선택이었지만, 지금의 도시는 시민의 쾌적성과 경관의 품격을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은행나무 열매의 악취와 도로 오염은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도시 이미지와 경관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포항 처럼 해풍이 강한 지역에는 이팝나무, 해송, 동백나무, 후박나무 등 내염성과 내풍성이 강한 상록수종이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0-14

느닷없는 강수 ‘가을비’… 주말까지 계속

북태평양 기단이 수축하면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서 비구름이 만들어지고 강수가 발생해 이례적인 ‘가을비’가 이어지고 있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등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여름에는 기록적인 폭염, 가을에는 장마가 새로운 계절 패턴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은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비가 0.1㎜ 이상 내린 날이 19일에 달했다. 가을철(9~11월) 평균 강수일수가 22.6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을이 절반가량 지난 시점에 이미 예년 한 시즌 수준의 비가 내린 셈이다. 전국 평균 강수량 역시 10월 11일까지 한 달간 230.4㎜로, 평년(123.7㎜)의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북태평양고기압이 물러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8월 하순 ‘처서’ 무렵에 약화돼야 할 북태평양고기압이 지금도 한반도로 수증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 수증기가 북쪽의 건조하고 찬 공기와 부딪히면서 마치 여름 장마전선처럼 오랜 기간 비를 뿌린다는 것이다. 추석 연휴 무렵부터 시작된 비는 이번 주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15일부터 16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10~40㎜다. 17일은 흐린 날씨가 이어지고, 18일에도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은 이번 비가 지난 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요일인 19일부터 23일까지 아침 기온은 섭씨 6~15도, 낮 기온은 17~20도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경진 대구기상청 기후서비스과장은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물러난 뒤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기온이 내려가게 된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0-14

[단독] 포항 영일만항 APEC 경제인 크루즈 정박료 부과···70% 깎아도 1억

포항 영일만항 컨테이너 부두 운영사인 포항영일만신항 주식회사(PICT)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가를 위해 오는 28일 입항하는 중국과 일본 크루즈에 대해 정박료 1억여 원을 대한상공회의소에 부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상의는 영일만항에 7만t급(850개 객실)과 2만6000t급(250개 객실) 크루즈를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5일간 정박시키고 숙소로 제공한다. 크루즈 2척은 컨테이너 부두 3번과 4번 선석에 정박해 ‘플로팅 호텔’ 형식의 해상 계류형 숙박시설로 활용된다. PICT 항만사업팀 관계자는 “단순히 크루즈가 접안하는 구간만 사용하는게 아니라 안전관리와 대기장소, 셔틀버스 운행 공간 등 부대시설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 사용범위는 훨씬 넓다”라며 “내부 검토를 거쳐 추정한 사용료는 3억 원에 달한다”라고 설명했다. PICT는 준비 3일, 본행사 5일, 철수 2일 등 최소 10일간 시설 점유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선석이 4개인 영일만항에서 이번 크루즈 입항은 3번·4번 선석 외에 2번 선석 일부까지 사용해야 한다”며 “선사나 화주와 협의해 일정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소 남는 선석을 이용하는 일반 크루즈 입항과 달리 이번에는 실제 컨테이너 작업 구간 일부를 점유하게 돼 운영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다만 PICT가 처음에는 회의실 임대료 등 여러 항목을 포함해 요구했지만, 이후 일부 항목을 제외해 최소한의 금액으로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상의는 여전히 재정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대한상의 정책지원실 관계자는 “객실을 전부 판매해도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정부와 포항시, 해양수산부 등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번 사안은 PICT와 대한상의의 단순한 계약 문제가 아니라 국가행사 수행을 위한 협력의 문제”라며 “항만 사용료 외에도 보안·교통 등 부대비용이 커 정부의 행정적 지원이 없다면 적자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권상욱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사용료 감면의 타당성을 단순한 선의나 관례가 아니라 명확한 기준과 데이터에 근거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정박 기간, 선박 규모, 시설 점유 범위 등 구체적 근거가 공개될수록 향후 유사한 논의의 신뢰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0-14

대구, 캄보디아 관련 실종·감금 의심 15건 접수

대구에서 작년부터 이달까지 약 2년 동안 캄보디아와 관련된 실종 또는 감금이 의심되는 사건이 모두 15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대상자의 소재와 신변 안전이 확인된 사건은 13건이며, 나머지 2건은 현재까지 수사가 진행 중이다. 14일 대구 달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최근 실종된 양모 씨(34)의 아버지는 지난 12일 “캄보디아로 출국한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양 씨는 지난 9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행 항공권 사진을 가족에게 보내며 “빌린 돈을 갚기 위해 2~3주 정도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출국 이틀 뒤인 11일 “중국인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며 “곧 다시 연락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이후 가족과의 연락이 완전히 끊긴 상태다. 양 씨의 아버지는 같은 날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도 아들의 실종 사실을 알렸지만, 대사관 측은 “당사자가 자신의 위치를 밝히고 신고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답변만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양 씨 외에도 대구에서 실종 신고된 또 다른 1명에 대해 외교부와 협조해 소재를 파악하는 한편, 금품 요구 등 범죄 연루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수개월간 연락이 두절됐던 또 다른 실종자는 최근 귀국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지난 8월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가, 전날 갑작스럽게 자진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0-14

소 잘 키우는 안동 사람들의 자부심을 찾다

안동은 우리 가족의 고향이다. 그래서 가족과 또 친구들과 자주 다니러 간다. 병산서원의 노을을 본 후나 채화정의 눈꼽째기창으로 내다뵈는 연꽃을 보고 나서 허기를 채우는 곳은 늘 갈비 골목이었다. 안동 우시장은 봉화 등 경북 북부 지역의 한우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예로부터 좋은 소가 많기로 유명했던 안동은 지금도 전국의 소 장수가 몰려드는 곳이다. 안동이 문화가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유림의 활약도 있었지만, 낙동강을 끼고 낮은 구릉과 평지가 골고루 발달해 사람이 살기에 알맞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의 2.5배에 달하는 면적에 태조 왕건이 ‘동쪽을 편안하게 한 곳’이라는 뜻으로 안동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근대에 들어서 안동에서 가장 컸던 우시장은 용상장이었다. 장날이면 음식점과 간이 마방이 성행할 정도로 번성했다. 이처럼 우시장이 크다 보니 이곳을 찾는 상인들을 위한 국밥집이 많이 형성되고 안동 경제를 이끌었다. 1980년대 주거시설이 늘고 우시장은 송천동 포진으로 이전했다. 지난 2004년 송천동에서 현재 자리인 서후면 죽전길로 옮겼다. 안동 한우가 유명해진 것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일찌감치 브랜드사업을 벌이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적으로 소를 키우는 농가에서 소를 도축해 유통하던 것을 1993년 ‘안동황우촌’이란 브랜드를 상표 등록해 공동 사육, 공동 판매하는 형태를 취한 것이다. 안동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음식 중 하나가 안동찜닭이다. 안동찜닭 골목만큼 인기를 끄는 곳이 바로 안동갈비 골목이다. (구)안동역 앞에 자리한 안동갈비 골목에는 20여 개의 갈비집이 즐비하다. 질 좋은 한우를 저렴하게 유통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 1970년대부터 형성됐다. 갈빗대는 따로 떼어서 갈비찜으로 제공하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골목의 모든 집의 갈비가 다 맛있지만, 우리가 찾아가는 집은 본가갈비다. 사장님이 유독 친절하다. 가게 앞에 주차하고 식사를 마치고 나면 시내를 돌아보는 시간에도 차를 그냥 두고 다녀오라고 웃으신다. 친절보다 더 이곳을 찾는 이유는 상차림에 나오는 밑반찬 때문이다. 삼색나물, 동치미, 풋고추무침 다 맛있다. 그중에 우엉샐러드는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어서 특별하다. 두세 번 리필 해 먹는다. 소스에 16가지 넘는 재료가 들어간다니 따라 해 볼 수가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된장찌개인지 국인지 구분 짓기 힘든 탕을 고기를 다 먹고 나면 갈비찜과 함께 뚝배기에 담겨 내온다. 시래기가 기본으로 들었고 이른 봄에는 냉이가 향을 더하기도 한다. 시원한 국물과 시래기를 건져 쌀밥에 비벼 먹으면 갈비 먹은 입이 말끔해진다. 20년 그 자리에서 깊은 맛을 우려낸 사장님 어머니의 솜씨라고 한다. 안동 사람들이 소를 잘 키운다고 한다. 게다가 안동댐이랑 임하댐이 있어서 일교차가 큰 편이라 고기 숙성이 잘돼 맛도 좋다고. 인심 좋은 본가갈비가 그 맛을 극대화시켰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14

경주 황금정원···'가을 나들이' 설레는 마음

경주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린 적이 있던가 싶다. 봄가을이야 늘상 복닥거리긴 했지만 이번 추석 연휴는 연중 가장 절정이라는 벚꽃 계절 그 이상이었다. APEC 특수에 긴 연휴까지 겹쳐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관광지는 물론 외지와 연결될만한 지역은 모두 차들로 가득 찼다. 경주사람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연휴엔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대도시에서 익숙한 복잡함이 익숙지가 않아서다. 그렇다고 지난 추석 연휴 10일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내내 집에만 있기는 아이에게 미안했다. 연휴 시작부터 사고 싶었던 책과 소품을 고집하며 외출을 졸랐다. 그 핑계로 내키지 않는 용기를 애써 내어 나들이를 감행했다. 오랜만에 버스를 타보고 싶다는 아이의 요청에 버스 정류장 근처에 주차를 하고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배낭형 가방에 우산 두 개와 물티슈 등을 챙기고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도 연휴 특수를 맞은 건지 손님들이 많다. 얼마지 않아 버스는 가다 멈추기를 한없이 되풀이 했다. 평소면 5분도 안 걸릴 거리를 20분 이상 걸려서야 겨우 도착했다. 길로 보이는 곳은 모두 차로 가득 차 있었다. 경주시민 인구를 다 합쳐도 저 차들 숫자만큼은 안 될 것 같았다. 터미널 근처에 이르자 교통 혼잡은 더 심해졌고 내려서 걷기로 했다. 그 덕분에 황금정원 나들이 방문이라는 일정이 하나 더 추가 되었다. 마침 목적지인 황리단길과 중간 지점이니 겸사겸사 들러보기로 했다. 행사장이 주차는커녕 걷기도 힘든 황리단길을 끼고 있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멀리 주차하고 걸어오는 모습이었다. 올해로 6번째를 맞이하는 황금정원나들이로 평소 비교적 한적했던 황남동 고분군 앞은 굳은 날씨에도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첨성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바람이 불때마다 금빛으로 찰랑거렸다. 황금정원 나들이라는 타이틀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조형물이었다. 주변은 말 그대로 꽃천지였다. 오는 동안 조금 불편했던 마음이 화사한 꽃들을 보자 이내 풀려버렸다. 유난히도 길어지는 더위가 아직은 조금 남아있지만 가을답게 국화들이 주를 이뤘다. 노란 국화는 언제봐도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이다. 여러 식물들로 모양을 만들어 꾸민 조형물 앞에서 사진부터 찍었다. 코끼리에서부터 거대한 나비까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혹시나 비가 세게 내릴까 포토존이라 보일만한 곳을 찾아 서둘러 사진을 찍었다. 관광객이 많다보니 찍을 수 있는 곳에 사람이 비면 얼른 가서 찍는 방식이었다. 찍다 보면 그새 또 누군가 대기 중이라 최대한 빨리 움직였다. 그런 복작거림 속에서도 누구 하나 인상 쓰는 사람이 없었다. 긴 휴식 시간과 아름다운 자연이란 훌륭한 조합 덕분일 것이다. 몇 장의 만족스런 사진을 얻고 반쯤은 사람 구경인 행사장을 느긋이 둘러보았다. 작은 수박이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이 귀엽다. 아이를 데리고 가다 보니 체험부스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대기자 명단을 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최소 2시간은 걸려야 가능했다. 명단을 본 뒤 빠른 포기를 결정한 아이 덕분에 황금정원 나들이는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14

당신 마음속의 포항은 어떤 모습인가요?

긴 추석 연휴가 끝났다. 올해는 연휴가 길었던 만큼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전통적인 명절 분위기를 벗어나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추석을 보내고자 하는 사람이 많았다. 밀린 드라마를 보거나 자기 계발을 위한 시험공부를 하고 평소에 두꺼워서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벽돌 책을 꺼내기도 했다. 또 하나, 기다렸다는 듯이 떠나는 여행도 빼놓을 수 없다. 해외는 물론이고 그간 외면하던 제주도를 방문한 사람도 꾸준히 늘어나 올 추석에는 34만 명 가까이 제주도를 찾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환동해 중심 도시인 ‘포항(浦項)’을 찾은 관광객은 얼마나 많았을까. 그들에게 포항의 이미지는 무엇이고 어떤 추억으로 남아있을까 궁금해졌다. 포항으로의 여행을 말하자면 지금은 자연스레 포항역을 떠올린다. 지난 1월에는 동해선 개통으로 강원도와 경북, 울산, 부산은 그간의 여행길보다 조금 더 쉬워졌다. 그 길 위에서 포항이 열렸고 오가는 발걸음도 편해지긴 마찬가지다. 포항시에 따르면 연휴 기간인 3일부터 9일까지 포항으로 여행 온 사람들이 16만 명이라고 전했다. 가족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과 야간 관광이 체류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 지난해보다 23% 더 증가했다. 체류형 관광은 올해 포항 시티투어에서도 1박 2일 코스로 추가되기도 했다. 포항은 철이라는 산업의 이미지에 자연과 문화가 섞여 있다. 그중에서 포항의 이미지는 당연히 바다다. 새해 첫날 호미곶 상생의 손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을 바라보는 모습은 누가 뭐래도 최고다. 챗 GPT에게 물어도 호미곶을 첫 번째 이미지로 알려준다. 그 바다 위에 철이 있다. 용광로의 불과 영일만이 뿜어내는 빛이 합쳐져 ‘불빛 축제’를 만들었다. 여름의 대표 축제다. 포항이 고향이 아닌 시민기자도 포항과 가까워진 계기는 바로 ‘불빛 축제’였다. 최근에는 원래 있던 바다와 자연을 가지고 문화예술이 덧입혀졌다. 포항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스페이스워크라는 새로운 건축물로 시민들도 즐겨 찾고 멀리서도 포항을 찾는 계기를 만들었다. 어둠이 내린 저녁 스페이스워크에서 맞이하는 포스코의 불빛은 포항이 걸어온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보는 것 같다. 스페이스워크라는 새로운 포항의 이미지가 하나 더 추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지난해 영일대 바다를 배경으로 열린 ‘ 2024 대한민국 독서대전’은 여러 작가들이 포항을 찾았고 그 열기는 올해도 이어졌다.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는 처음 만들어졌을 때보다 이야기가 시나브로 풍성해지고 있다. 포항이라는 도시가 익숙하게 된 계기는 드라마 촬영지의 배경지가 인기 관광 명소가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와 청하공진시장이 그곳이다. 청하공진시장은 이제 외국인이 찾아올 정도가 됐다. 천안에서 온 30대 직장인은 연휴에 구룡포를 방문하며 “드라마 하나로 골목을 살릴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고 말했다. 바다와 함께 길도 이어진다. 장기읍성의 성곽길,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걸으면 좋을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11월 말까지 완주하면 메달과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포항은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스페이스워크를 오르고 죽도시장의 대게 맛을 기억한다. 또 바다에서 해양 스포츠를 즐기고 누군가는 드라마 명소를 찾는다.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는 구룡포 과메기문화관에서 하는 체험에 푹 빠져있다. 당신의 포항은 어떤 모습인가요.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14

대구교육발전특구, 교육부 평가서 ‘A등급’ 쾌거

교육부가 실시한 ‘2024년 교육발전특구 성과평가’에서 대구가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이는 전국 56개 시범지역 중 우수한 운영 성과와 혁신 노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이번 평가는 교육발전특구 2년 차를 맞아 △지자체-교육청 협력 거버넌스 구축 △특별교부금 집행 관리 △지역교육 혁신 의지 △시범 지역 자체 성과관리 △우수사례 선정 등 5개 영역 13개 지표로 진행됐다. 특히, 초기 운영 단계에서 협력 체계와 기반 조성에 중점을 뒀다. 대구교육발전특구는 △대구시 및 9개 구·군과의 협의회 활성화 △특별교부금과 지방비 1:1 매칭을 통한 재원 확보 및 투명한 집행 △늘봄 프로그램, IB 프로그램 확산, 자율형 공립고 2.0 지정 등 지역 맞춤형 교육 정책 추진 △디지털 인재 양성 및 지역사회 협력 강화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지역 특성과 교육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지속 발굴하고, 지자체·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은희 교육감은 “대구교육청과 시·구·군, 지역사회가 협력해 이뤄낸 성과”라며 “앞으로도 혁신과 협력을 통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지역교육 발전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발전특구는 지역 교육 혁신을 위해 2022년 도입된 제도로, 대구는 2023년부터 시범지역으로 운영 중이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0-14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달성’⋯제3회 영유아 대축제 개막

대구 달성군이 주최한 ‘제3회 달성군 영유아 대축제’가 지난 13일 사문진 야외공연장에서 개막해 오는 19일까지 진행된다. ‘아이가 빛나는 달성’을 주제로 한 이번 축제는 체험, 공연, 놀이를 통해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과 놀이 문화 확산을 목표로 한다. 축제는 평일 어린이집·유치원 단체 관람과 주말 가족 단위 참여로 나뉘어 운영된다. 공연존, 에어바운스, 놀이동산, 체험부스, 영유아 숲체험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으며, 특히 소방체험과 인형극이 큰 인기를 끌었다. 행사 관계자는 “프로그램 다양화와 시설 점검을 통해 안전한 환경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14일 축제장을 찾은 어린이집 교사들은 “체험 부스와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아이들이 즐거워했다”며 “흐린 날씨에도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축제에는 대구시교육청, 달성소방서, 대구과학대, 달성육아종합지원센터 등이 협력해 숲속 체험, 안전캠프, 인형극 등 다채로운 행사를 제공한다. 주말 관람객 증가에 대비해 달성군은 지하철 1호선 설화명곡역 8번 출구와 행사장을 잇는 순환버스를 운행할 예정이다. 달성군 관계자는 “아이와 가족이 함께 일상의 피로를 잊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축제는 만 2세 이상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무료로 운영되며, 자세한 일정은 달성군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사진 /최상진기자 csj9662@kbmaeil.com

2025-10-14

대구시, 온라인 민원접수시스템 ‘두드리소’ 15일 재개

대구시가 오는 15일 오전 9시부터 자체 온라인 민원 시스템 ‘두드리소’의 민원 신청 기능을 재개한다. 이는 지난 9월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국민신문고’ 및 ‘안전신문고’ 장애 장기화에 따른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한 조치다. 시는 중앙 연계 시스템 67개 중 34개 시스템이 여전히 복구되지 않아 대시민 서비스 11종(국민신문고, 안전신문고 등)에 장애가 발생하자, ‘두드리소’를 통해 민원 접수 및 안전신고 기능을 임시 지원하기로 했다. 시민들은 ‘두드리소’ 내 ‘민원신청’ 코너에서 불법 주·정차, 안전 위험요인 등 기존 ‘안전신문고’ 신고 항목도 접수할 수 있으며, 사진 및 위치 정보를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민신문고와 안전신문고 복구가 지연됨에 따라 ‘두드리소’를 활용해 시스템 정상화 전까지 온라인 민원 접수를 원활히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10월 2일까지 전산시스템 이중화 및 데이터 백업 상태, 화재 안전설비 특별 점검을 완료했으며, 주요 시스템의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대구시 자체 운영 전산시스템 175개 중 78.9%는 이중화돼 있으며, 통합전산센터는 납축전지 사용과 서버실·배터리실 분리 운영으로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김정기 대구시 권한대행 행정부시장은 “국가적 장애 상황에서도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0-14

저소득 가정 중·고·대학생 장학금 지원대상자 모집

대구시가 저소득 가정의 중·고·대학생을 대상으로 2025년 장학금 지원대상자를 오는 15일부터 11월 14일까지 모집한다. 이번 장학금은 학업 의욕 고취와 경제적 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한다. 모집 대상은 공고일 기준 대구시에 주소를 둔 중·고등학생 30명, 대학생 56명 등 총 86명이다. 중·고등학생은 예술·체육·기능 분야 전국대회(광역시·도 규모 이상) 수상 경력이 있어야 하며, 대학생은 성적우수자 또는 사회배려계층·자원봉사 우수자로 구분해 선발한다. 중·고등학생 장학생은 대구시교육감의 추천을 받아야 하며, 대학생은 주소지 관할 행정복지센터에 직접 방문해 신청서와 구비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시는 오는 11월 중 선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장학생을 결정할 예정이다. 장학금 지급액은 중·고등학생 50만 원, 대학생 최대 200만 원 이내다. 선발된 학생에게는 12월 중 장학증서와 장학금이 전달된다. 앞서 시는 1993년부터 재미교포 이국진 씨의 기부금으로 저소득 우수 학생을 지원해 왔으며, 2024년까지 총 1만 1976명에게 103억 200만 원을 지급했다. 자세한 문의는 대구시 보건복지국(053-803-3973)으로 하면 된다. 김태운 대구시 보건복지국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향해 노력하는 학생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0-14

대구 남구, 오는 24일까지 ‘KBS전국노래자랑’ 예심 참가자 모집

국내 최장수 인기 프로그램인 KBS 전국 노래자랑 ‘대구 남구편’의 공개 녹화가 다음 달 4일 영대병원 네거리 남편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이번 전국노래자랑은 2018년 이후 7년 만으로 지역의 숙원 사업이었던 3차 순환도로 동편 개통을 축하하고, 남구민과 대구 시민이 함께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화합을 위해 마련됐다. 예심 참가 신청은 15일부터 24일까지 기성 가수가 아닌 남구 거주자 및 남구 소재 직장인, 학생 등이 참가할 수 있다. 선착순 300팀을 모집해 다음 달 2일 오후 1시 대덕문화전당 드림홀에서 예심을 거쳐 최종 15팀 내외가 본선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접수 방법은 남구 각 동 행정복지센터를 직접 방문해 신청하거나, 구 홈페이지 내 전국노래자랑 배너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접수할 수 있다. 기타 자세한 문의는 남구청 문화관광과(664-3262)로 하면 된다. 본선 녹화는 다음 달 4일 오후 영대병원 네거리 남편 특설무대에서 진행되며 사회자 남희석의 재치 있는 진행과 김성환, 이찬원, 문연주, 미스김, 트윈걸스 등이 초대 가수로 출연해 특별한 무대를 선보인다. 한편, KBS 전국노래자랑 대구 남구편은 2026년 2월 중에 KBS1TV를 통해 전국에 방영될 예정이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10-14

대구, ‘2025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국제포럼’ 개최⋯평화와 연대의 메시지 전파

대구시가 오는 17일 대구예술발전소에서 ‘2025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국제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은 ‘음악을 통해 기억하는 세계 자유와 평화’를 주제로 15개국 21개 도시에서 100여 명이 참석한다. 포럼은 유네스코 창의도시 간 지속 가능한 협력과 문화적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특히 올해는 ‘2025-2026 한·일·중 문화교류의 해’를 맞아 일본 교토와 중국 창사와 연계해 문화 소통의 폭을 넓힌다. 행사는 △국내외 전문가 발제 △유네스코 창의도시 사례 발표 및 패널 토의 △문화교류 프로그램 △특별행사 등으로 구성된다. 서현숙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본부장, 슬라자나 미오치치 크로아티아 바라주딘 경제국장, 안나 이솔라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음악분과 부의장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 음악이 사회와 평화에 기여하는 의미에 대해 발표한다. 세션에서는 말레이시아, 튀르키예, 프랑스, 에스토니아, 태국 등 세계 각국 창의도시 관계자들이 자국의 도시 문화 경험과 전략을 공유하며 국제 문화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포럼 중간에는 ‘디저트로 만나는 한·일·중’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세 나라의 전통 디저트를 나누며 상호 이해와 친선을 강화한다. 공식 포럼 종료 후에는 더현대 대구에서 특별 교류 행사가 열린다. 동아시아 전통의상 체험과 함께 호주 아델라이드, 캐나다 런던, 아일랜드 벨파스트 등 음악창의도시 대표단의 음악 공연이 펼쳐져 전통과 현대, 동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진 예술의 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재성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2025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 국제포럼은 예술을 통해 진정한 공감과 협력의 장을 만드는 뜻깊은 행사”라며 “대구가 세계 창의도시 교류를 선도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0-14

‘벼 깨씨무늬병’은 농업재해···재난지원금 지급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14일 농업재해대책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올해 이상고온 등으로 발생한 벼 깨씨무늬병을 농업재해로 인정하고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지난 7~8월 이상고온과 9월 잦은 강우로 이달 1일 기준 전국 약 3만6000ha에서 벼 깨씨무늬병이 발생했다. 이 중 경북지역 피해규모는 7300ha로 집계됐다. 벼 깨씨무늬병은 잎에 깨씨 모양의 암갈색 병반이 생기고 심할 경우 벼알에 암갈색 반점이 형성돼 벼 미질저하 등의 피해를 유발한다. 농식품부는 농촌진흥청과 함께 기상과 병해발생의 인과관계와 피해정도 등을 종합 검토해 농업재해대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벼 깨씨무늬병을 농업재해로 인정했다. 농식품부는 피해조사를 실시하고 농약대, 대파대, 생계지원 등 재난지원금을 신속히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농업정책자금 상환연기와 이자감면도 실시한다. 농가경영을 위해 추가 자금이 필요한 경우 금리 1.8%의 재해대책경영자금도 융자 지원할 계획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벼 병해로 인한 농업인의 어려움을 감안해 피해 벼를 전량 매입하고 복구비를 신속히 지원하는 등 농가 경영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혜진기자 jhj12@kbmaeil.com

2025-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