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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10년 동안 변화없는 대구경북 혁신도시⋯②왜 대구·경북 혁신도시는 실패했나⋯교통·교육 인프라 부재가 결정적

대구·경북 혁신도시는 1차 공공기관 이전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조성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권 침체와 인구 증가 둔화 등으로 공공기관 이전 효과가 지역경제 확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혁신도시가 성공하려면 공공기관 이전을 기반으로 기업이 유입돼 대학·연구와의 산업 연계가 이뤄져 인구 증가,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가 구축돼야 하지만 대구와 김천 모두 이 구조가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 김천혁신도시는 2007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김천시 농소·남면(율곡동) 일원 381만 2000㎡(115만 평)에 사업비 8676억 원을 들여 조성됐다. 한국전력기술, 한국도로공사 등 국가 핵심 공공기관 12개가 이전하며 외형적 규모는 갖췄으나 이들 기관과 연계해 민간기업을 끌어오는 산업 기반이 부족해 실질적인 성장 동력이 만들어지지 못했다. 현재 김천혁신도시에는 2만 2600여 명이 거주하고 있으나 이는 공공기관 직원 중심의 ‘단일 수요’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인구 달성률은 86%에 그치며 가족 동반 전입률도 약 27%로 매우 낮아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 인구 증가와 생활권 확대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천혁신도시는 KTX 김천구미역이라는 전국적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생활권 내부 이동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역세권 중심의 일방향 교통 구조 때문에 시내와 혁신도시를 연결하는 버스·광역교통망이 부족해 실제 거주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신모씨(35)는 “KTX 접근성만 좋고 내부 교통망은 취약해 자기 차가 없으면 생활이 불편하다”며 “김천혁신도시가 동력을 잃은 가장 큰 이유는 정주 기반이 약한 탓”이라고 말했다. 김모씨(71)는 “10년 전에 율곡동으로 이사왔는데 집값이 오르지 않아 건물주인데도 기초수급자 신청이 가능할 정도”라며 “수도권 집값 오르는 것 보고 깜짝 놀랐다. 젊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희망을 찾지 못해 수도권으로 거주지를 두고 출퇴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혁신도시가 정체된 핵심 원인으로는 고등학교 부재가 꼽힌다. 이는 학령기 자녀를 둔 공공기관 직원들의 장기 정착을 가로막는 가장 직접적 요인이다. 실제로 공공기관 직원들 사이에서는 ‘평일에는 대구에서 근무하고 주말에는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두 집 생활’이 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족이 대구로 내려오더라도 자녀 교육 때문에 정작 정주지는 수성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주민 기대를 모았던 정동고등학교 신서혁신도시 이전 계획도 사실상 무산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동고 이전 사업은 기존 부지(6만 1791㎡·동구 용계동 산32 일원)에서 혁신도시 내 부지(1만 4280㎡·동구 숙천동 389번지 일원)로 옮기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021년 11월 승인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지 매각이 지연되면서 재정 확보에 실패했다. 재단은 공매를 통해 토지 30필지와 학교 건물(감정가 563억 6000여만 원)을 여러 차례 매각하려 했지만 11번 모두 유찰됐다. 최저입찰가는 2023년 6월 451억여 원에서 429억여 원까지 떨어졌지만 응찰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재단은 이전 예정일을 당초 2024년 3월 1일에서 2025년 3월 1일로 늦췄으나 매각이 다시 무산됐다. 결국 학교 법인 호산교육재단은 작년 12월 대구시교육청에 정동고 위치변경 계획 승인 취소를 신청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조모씨(40)는 “고등학교가 없어 첫째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 이후 바로 이사해야 할지, 중학교까지는 다니게 하고 그때 옮길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며 “둘째까지 생각하면 이 지역에서 오래 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정동고등학교가 사립이라 시나 교육청이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혁신도시 주민들이 교육 문제로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행정이 좀 더 헤아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구·경북 두 혁신도시가 모두 ‘도시 외형만 만들고 사람이 정착할 기반을 마련하지 않은 구조적 실패’를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고 진단한다. 조용진 경북도의원(김천3)은 “대구·경북 두 혁신도시는 뼈대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며 “이번 2차 이전이 ‘완성형 혁신도시’로 전환할 마지막 실질적 기회”라고 강조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2-09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올해의 과학도서 발표회' 개최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가 대표 과학 대중화 프로그램인 ‘올해의 과학도서’ 시리즈 본격 개막에 앞서 ‘2025 APCTP 올해의 과학도서 발표회’를 오는 12일 포항 본원에서 연다. ‘올해의 과학도서’는 APCTP가 과학문화 확산을 위해 매년 10권의 우수 과학 교양서를 선정·발표하는 프로그램으로 2013년 시작 이후 대중과 과학을 연결하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선정 과정에는 물리학·천문학·생명과학·출판 등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학술적 깊이와 대중성을 종합 평가한다. 발표회 당일에는 선정 도서를 기반으로 한 공개 강연이 마련된다. 올해의 과학도서 중 2권을 중심으로 이은희 작가와 정민섭 박사가 강연을 진행하며 강연 뒤에는 청중과의 질의응답 시간도 이어진다. 도서 목록과 세부 일정은 APCTP 웹진 ‘크로스로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발표회는 지역 사회와의 협력도 확대한다. APCTP는 포항시 가족센터와 함께 다문화가정 구성원 등 다양한 도민을 초청해 과학문화 접근성을 넓힐 계획이다. 강연은 사전 신청 또는 현장 등록을 통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신청은 선착순으로 마감된다. 사사키 미사오 APCTP 소장은 “과학이 일상 속에서 포항시민과 경북도민을 만나는 통로를 넓히는 프로그램”이라며 “기초과학 연구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과학문화가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2-09

포항해경, 영일만항 전용부두 이전 예산 확정⋯2026년 준비 본격화

포항해양경찰서는 영일만항 전용부두 이전을 위한 핵심 기반 시설 구축 예산이 2026년도 정부예산에 반영됨에 따라 이전 준비 작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포항해경은 지난 5월 ‘영일만항 전용부두 이전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해양경찰청 내부 검토와 기획재정부 협의를 거쳐 필요한 예산 반영을 추진해왔다. 정부안은 9월 확정돼 국회 심의를 통과했고, 2026년 신규사업으로 총 111억 원이 확보됐다. 이를 통해 전용부두 이전에 필요한 핵심 시설 구축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확보된 예산에는 함정승조원시설 신축(108억4000만 원)을 비롯해 전기안전용역 및 인력 채용(5000만 원), 부두 준공 대비 울타리·폐쇄회로(CC)TV·차단기 등 방호·감시시설 구축(1억8000만 원), 전기차 충전시설 2곳 설치(3000만 원), 쓰레기 집하장 및 주차라인 정비(1500만 원), 옥외저장소·캐노피 설치(2500만 원) 등이 포함됐다. 포항해경은 이를 전용부두 이전 후 기본 운영 공간 확보와 안전·보안 체계 강화를 위한 필수 사업으로 보고 있다. 포항해경은 2026년 예정된 전용부두 이전 일정에 맞춰 시설 구축 계획을 단계적으로 조율하고 있으며, 함정 운영 효율성 높이기와 안전관리 체계 보강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근안 포항해양경찰서장은 “영일만항 전용부두 이전은 포항해양경찰의 함정 운용 체계와 해양치안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사업”이라며 “확보된 예산을 토대로 기반시설을 차질 없이 구축해 더욱 안전하고 신속한 해양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2-09

극심한 빈곤 속에서 꽃핀 울릉도 음식문화

쌀·보리 귀했던 궁핍한 옛 시절엔 나물·해초 넣은 ‘옥수수죽’이 주식 옥수수로 만든 떡·범벅조차 귀해 △ 옥수수에 감자 넣어 죽으로 끓여 먹어 “문턱에 다다르니 주렁주렁 엮어서 달아놓은 미역취가 눈에 띈다. 부지갱이나물을 말려 항아리에 담아 놓은 것도 여기저기 있다. 부잣집에서 볏섬을 쌓아 놓듯 어느 집이나 두 가지 나물 준비가 돼 있다. 장씨가 점심으로 죽 그릇을 가지고 나와 기자의 눈앞에 내민다. 나물 건더기만 빽빽한 푸른 죽이다. 이 죽을 숟가락으로 뜨면 한 술에 곡식 알맹이라곤 강냉이 두세 조각이 얹어진다. 감자 조각 삐져 넣은 것은 세 술 만에 한 조각 담길까 말까….“ 1934년 12월 12일 자 동아일보 기사다. 옛날 울릉도의 궁핍이 눈앞에 선해지게 만드는 기사다. 쌀이나 보리 같은 곡식이 부족하던 울릉도에서는 옥수수나 감자가 주식이었다. 그러나 감자나 옥수수도 넉넉지 않아 죽으로 끓여 먹었지만, 그마저도 감자나 옥수수보다 푸성귀가 더 많이 들어갔으니 그 시절 울릉도 주민들이 겪었을 가난을 생각하면 가슴 한켠이 저려온다. 옥수수를 맷돌에 쌀알 절반 크기로 갈아 감자와 함께 넣고 물을 부어 끓여낸 것이 옥수수죽이다. 옥수수는 주로 감자와 함께 죽을 끓여 먹었는데 그래야 포만감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옥수수나 감자도 부족해 부지갱이나 대황 같은 나물, 해초 등을 넣고 죽을 끓여 먹기가 다반사였다.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칡을 캐다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칡뿌리는 방망이로 한껏 두들겨서 물에 풀면 앙금이 가라앉고 녹말이 만들어진다. 그 녹말로 떡을 하면 까만색이 나고 쫄깃쫄깃하다. 다른 재료를 섞지 않고 오로지 칡 녹말만으로 떡을 하면 감자떡보다 더 맛있다. 칡 녹말로는 밀가루를 섞어서 수제비를 끓여 먹기도 했다. 하지만 칡 녹말을 만드는 일은 품이 아주 많이 든다. 칡을 캐다가 껍질을 씻고 찢고, 빻아서 물에 며칠을 우려야 한다. 7~8번을 우려야 하얀 녹말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라도 해야 입에 풀칠할 수 있었다. 여유가 있는 집은 옥수수떡도 만들어 먹었다. 옥수수는 맷돌로 갈아서 만들었는데 쌀이 귀한 울릉도에서 그나마 상대적으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었던 떡이었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마른 옥수수를 물에 불린 뒤 갈아서 가루로 만든다. 팥은 삶아서 건진다. 찹쌀은 물에 불려 가루로 만든다. 옥수숫가루, 찹쌀가루, 삶은 팥을 버무리고 소금 간을 한 뒤 찜 솥에 쪄낸다. 다른 말로는 강냉이떡이라고도 한다. 옥수수는 식혜로 만들어 먹기도 했다. 울릉도 옥수수 식혜 조리법은 어렵지 않다. 옥수수 알은 잘게 갈아서 4-5시간 정도 불린 후 찜통에 찐다. 엿기름은 따뜻한 물에 주물러서 불린 후 채에 곱게 걸러 가라앉힌다. 찐 옥수수는 뜨거울 때 펴서 엿기름물을 붓고 따뜻한 곳에 놓아둔다. 4~5시간 후 옥수수 알갱이가 몇 알 떠오르면 찬물을 더 붓고 중불로 한번 끊인 후 식혀서 먹는다. 단맛을 더하려면 설탕을 약간 첨가하기도 한다. 이제는 섬 상징 같은 ‘호박엿’ 대신 ‘옥수수엿’ 고아 팔던 산막도 여럿 △ 울릉도의 귀한 음식 취급했던 범벅 울릉도에서는 범벅도 귀한 음식이었다. 범벅은 쌀이나, 밀, 메밀 등의 곡식 가루에 감자, 옥수수, 팥, 고구마, 호박, 콩 등을 섞어서 풀처럼 되직하게 쑤거나 푹 삶아서 만든 음식이다. 울릉도는 옥수수나 감자로 범벅을 만들어 먹었다. 울릉도 옥수수 범벅은 마른 옥수수를 절구에 넣고 물을 뿌려 껍질이 벗겨서 만든다. 껍질이 벗겨진 옥수수를 솥에 넣고 물을 넉넉히 부어 옥수수가 툭툭 터질 때까지 삶는다. 여기에 팥을 넣고 계속 끓이면 옥수수에서 나온 전분에서 끈끈한 점성이 생겨나 옥수수와 팥이 고루 잘 섞인다.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맞춘다. 울릉도의 상징 같은 호박엿이 있었지만, 주민들은 옥수수엿도 만들어 먹었다. 인류가 엿을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은 무려 2천여 년 가까이 된다. 후한 말 유희(劉煕)가 지은 ‘석명(釋名)’에는 ‘묽은 엿은 이(飴), 된 엿은 당(餳), 당보다 딱딱하면서 탁한 엿은 포(餔)라 한다.‘는 기록이 있다. 6세기에 저술된 현존하는 중국의 가장 오래된 농서 ‘제민요술(齊民要術)’에는 ‘싹이 푸른 엿기름은 검은 엿을 만들 때 사용하고, 희게 싹을 틔운 엿기름은 흰 엿을 만드는데 사용한다.’는 기록도 있다. 엿에 대한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고려시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나온다. ‘행당맥락(杏餳麥酪)’이라고 해 ‘당(餳)‘은 단단한 엿이고 ‘락(酪)‘은 감주의 일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때부터 엿기름을 만들어 엿이나 감주를 만들어 먹었던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엿 만들기가 민간에서 보편화됐다. 엿은 쌀, 조, 수수, 옥수수, 고구마 등의 곡물에 엿기름을 넣어 삭혀서 만든 음식이다. 곡물에 들어있는 전분이 엿기름의 효소 성분에 의하여 삭으면서 당분으로 변하는데, 전분의 당화(糖化)를 이용해서 만드는 것이다. 밥을 지어 한 김을 식히고, 그 위에 엿기름을 섞은 다음 8~10시간 정도 따뜻한 아랫목에 덮어두면 엿물이 된다. 엿물은 베자루에 퍼 담아 찌꺼기는 거르고 물만 받는다. 이 정제된 엿물을 가마솥에서 고면 엿이 된다. 물엿이다. 물엿을 밀이나 콩을 볶아 만든 가루를 깔고 펼쳐놓은 엿판에 부으면 굳어져 엿이 된다. 옛날에는 울릉도의 산막에서 옥수수엿을 만들어 파는 집도 여러 곳 있었다. 쉽지 않지만 지금도 레시피대로만 따라 하면 옥수수엿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먼저 말린 보리를 3~4일 정도 물을 뿌려주면 하얀 뿌리와 촉이 나온다. 이것을 3일 정도 말리면 엿기름이 된다. 이 엿기름에 물을 넣어가며 맷돌에 간다. 빻아둔 옥수수 가루와 엿기름 가루를 함께 넣고 한 시간 정도 끓인다. 솥이 팔팔 끓으면 두 시간 남짓 식힌 다음 엿기름을 더 넣는다. 4시간 정도 그대로 두었다가 다시 불을 때서 팔팔 끓인다. 이것을 자루에 담아 엿 틀에 짜서 물을 받아낸다. 이 엿물을 솥에 붓고 4분의 1가량 남을 때까지 졸이면 물엿이 완성된다. 이 물엿을 엿판에 담으면 옥수수엿이 완성된다. 쌀 3말, 옥수수 2말, 엿기름 1말이면 30kg 정도의 엿이 나온다. 엿물에 누룩 넣어 발효시킨 탁주 용수 박아 만든 엿 청주까지 즐겨 △ 옥수수로 술 만들어 먹기도 옥수수로는 술도 만들어 먹었다. 엿과 술은 불가분의 관계다. 엿 만들기가 술 제조의 전 단계에 해당된다. 엿물에 누룩을 넣어 발효시키면 술이 된다. 옥수수 엿 탁주를 만든 뒤 용수 박아 떠내면 엿청주가 된다. 전통적인 울릉도 엿탁주는 밑술에 덧술을 넣고 두 번 빚은 술이다. 밑술은 멥쌀 1말 기준, 껍질 벗긴 생감자 4kg 정도를 섞어 감자고두밥을 쪄서 차게 식힌 뒤 잘게 부순 누룩 4kg을 섞는다. 여기에 감자고두밥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는다. 따뜻한 방안 아랫목에 술독을 놓고 베 보자기로 술독을 살짝 덮어 2~3일 지나면 밑술이 완성된다. 덧술은 옥수수 가루 5말에 물 5말, 엿기름 2되를 섞어 가마솥에서 끓인 뒤 차게 식힌다. 여기에 다시 엿기름 4되, 양조용수 3말을 섞어 넣고 불을 지펴 엿물이 살짝 데워진 상태로 보온을 해 주면서 7~9시간 정도 삭힌다. 엿밥이 충분히 삭으면 기포가 올라올 때까지 한 번 더 팔팔 끓인 뒤 삼베 자루에 담고 눌러 짠다. 찌꺼기는 버리고 엿물은 다시 솥에서 졸여서 차게 식힌다. 식힌 엿물에 발효가 된 밑술을 붓고 고루 섞이도록 저어준다. 술항아리에 담아 따뜻한 방안에 이불로 싸서 덮어둔다. 술을 안친 지 하루 반나절이 지나면 술이 익는다. 이것이 엿탁주다. 여기에 용수를 박아 떠내면 엿청주가 된다. 계절에 따라 술을 빚는 시간이 다르다. 짧게는 4~5일 길게는 10여일이면 완성된다. 남쪽이 아니지만 울릉도에는 동백나무가 많다. 해양성 기후 덕분이다. 그래서 동백 송편도 만들어 먹었다. 추석에 먹는 음식인 동백 송편은 육지에서 만드는 송편과 비슷하지만, 송편에 참기름 대신 동백기름을 바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울릉도에서는 1970년대까지도 동백 열매에서 기름을 짜 등잔불을 밝히는 데 사용하였다. 동백기름은 부스럼을 치료하거나 머릿기름으로도 사용했다. 이 또한 재현해 내면 좋을 울릉도의 소중한 문화다. /강제윤(시인,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2025-12-09

‘대구·경북 광역행정 통합’ 국가 균형발전의 시험대 되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지방시대위원회 보고회에서 “지금이 찬스”라며 광역행정 통합 논의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 통합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9일 SNS를 통해 국가 균형발전 전략과 맞물린 광역행정 통합 제안을 내놓으며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닌 실질적 발전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정치적 이해에 갇히지 말고 신속히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대전·충남, 대구·경북 등 통합 논의가 진행 중인 지역을 언급했다. 이어 “관청 소재지를 반드시 한 곳에만 둬야 한다는 것은 도그마”라며 유연한 접근을 주문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해석된다. 이철우 지사는 이에 화답하듯 광역행정 통합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행정통합은 대구·경북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일”이라며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다극적 균형발전 모델을 만드는 국가적 과제”라고 역설했다. 이어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은 의미가 없으며, 중앙정부 권한 이양과 재정 보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2026년 7월을 목표로 입법 절차를 추진하며, 대구·경북을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법적 지위’를 갖춘 대구·경북특별시로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대구경북 신공항, 동서·남북 고속도로, 고속철도 등 핵심 SOC 사업 지원과 대기업 이전 같은 실질적 균형발전 전략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지사는 지역사회의 우려도 전달했다. 그는 “경북도민들은 정부가 2026년 예산안에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점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며 “경북 북부지역에서는 ‘대구에 흡수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는 대구·경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다른 지역 통합 논의에서도 반드시 부딪칠 공통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대구·경북이 통합된다면 인구 500만, 총생산 200조 원 규모의 광역경제권이 탄생한다. 이는 북유럽 국가와 맞먹는 수준으로 바다·강·산·대도시·산업도시·역사문화도시가 어우러진 복합권역이 될 전망”이라며 “특히 포항권·구미권·대구권·안동권이 동서남북 축을 이루며 국제공항과 항만의 ‘투포트(two-port)’ 관문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지사는 “지역사회는 이를 통해 신성장 광역경제권으로 도약하고 국가균형발전의 모범 사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며 “경주 APEC을 역대 최대 규모로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 처럼 대구·경북이 국가 균형발전의 선도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2-09

박남식 신임 포항제철소장 취임··· “안전·혁신·상생 기반 제철소 재도약”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포스코는 9일 박남식 신임 제26대 포항제철소장이 공식 취임했다고 밝혔다. 이날 포스코 본사 대회의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신임 박남식 포항제철소장은 “포항제철소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한 시기에 중차대한 책임을 맡게 돼 영광이지만, 그만큼 무거운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하며 취임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지속가능한 포항제철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운영 방향으로 ‘안전·소통·혁신·상생’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꼽았다. 이를 위해 △실행 중심의 실질적 안전관리 체제 내재화 △일하는 방식과 소통방식의 대전환 △중대재해 제로화 및 설비 강건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제철소 구현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박 소장은 가장 먼저 안전 체계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안전은 선택이 아닌 제철소 운영의 기본 원칙”이라며 “실행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를 현장에 뿌리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작업 단계별 역할과 책임(R&R)을 명확히 하고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며 “모든 직원이 안전이 일상화된 제철소를 체감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착시키겠다”고 덧붙였다. 박 소장은 조직문화 혁신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급변하는 외부환경 속에서 민첩하게 대응하려면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조직 간 경계를 허물고 직원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지성 기반 업무방식을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시·보고 중심’ 조직이 아닌 ‘자율·창의 기반’ 조직으로 전환하겠다”며 “모두가 원팀으로 움직이는 ‘원팀 포스코맨’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기술 혁신과 생산구조 개선도 주요 경영 목표로 제시됐다. 박 소장은 “예측 가능한 조업체계를 만들고 기술혁신을 통해 슬래브(Slab) 제조원가를 낮추고 생산 효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비효율 개선, 디지털 전환 가속화, 친환경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등을 통해 어떠한 시황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지속가능한 제철소 구축 의지를 언급했다. 박 소장은 지역사회와의 관계도 분명히 했다. 그는 “포항제철소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역사회의 신뢰와 응원이 있었다”며 “기업 성장이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과 함께 발전하는 공동체 모델을 구축하겠다”며 “기업과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방향으로 정책과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소장은 취임사를 마무리하며 “포항제철소는 불모지에서 세계 최고 제철소를 만든 역사가 있다”며 “모든 구성원이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면 어떤 변화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여정이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도전에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포항제철소를 일으켜 세운 선배들의 도전 정신을 본받아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가자”라는 독려의 한 마디로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한편, 박남식 신임 포항제철소장은 지난 1992년 포스코에 입사해 포항제철소 공정품질서비스실, 수주공정물류실, 글로벌마케팅조정실 그룹장 등을 거쳤으며 광양제철소 생산기술부 부장, 판매생산조정실 실장, 포항제철소 공정품질담당 부소장을 역임한 바 있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5-12-09

“절대평가가 왜 불수능이 되나”⋯‘2026 수능’ 영어 논란에 교육부 사실상 사과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영역이 ‘절대평가 도입 이후 가장 어려운 영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교육부가 결국 책임을 인정하고 출제 전 과정에 대한 전면 조사에 나섰다. 절대평가임에도 역대급 난도로 수험생과 학부모가 일제히 반발하자 교육부가 사실상 사과에 가까운 입장을 밝힌 것이다. 교육부는 최근 “수능 영어 난도가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현장의 우려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평가원의 조치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행되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안을 계기로 수능 출제·검토 전 과정을 즉시 면밀히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단순 해명을 넘어 ‘출제 책임 구조’ 전체를 조사하겠다고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절대평가는 난도 변동을 최소화해 학습 부담을 줄이고 사교육 의존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2026 수능 영어는 △고난도 추론 문항 비중 확대 △문항 구조 변화 △지문 해석 난도 증가 등으로 수험생 체감 난도가 급등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상대평가 때보다 어려웠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특히 올해 영어는 중위권 학생들의 체감 충격이 크다는 점에서 파장이 컸다. 영어 절대평가 도입 이후 줄어들었던 변별력이 다시 돌아오면서, 1등급·2등급 비율이 예년 대비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교 교사들은 “절대평가 도입 취지인 ‘예측 가능성’이 완전히 깨졌다”고 지적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영어 불수능 논란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한다. △추론·해석 중심 문항 급증 △문항 구성 변화 △검토 과정의 부실 의혹 등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사전 난도 검토 단계에서 홍등이 켜졌는데도 충분한 조정이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출제 단계’ 뿐 아니라 ‘검토 단계’에서도 개선해야 할 문제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많다. 교육부가 전체 과정을 조사하겠다는 결정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현장의 반응은 매우 날카롭다. 수험생들은 “절대평가 영어가 정시를 흔드는 변수로 변했다”고 비판했고, 학부모들 역시 “절대평가 도입 이유가 사라졌다”, “사교육비만 늘어났다”며 교육부에 책임을 묻고 있다. 정시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영어 변별력이 갑자기 커지면서 전체 입시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혼란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교육부는 출제위원 구성부터 검토 체계, 난도 예측 시스템 등 수능 제작 과정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에 곧바로 착수한다. 평가원도 난이도 관리 지침을 보완하고 전문가 검토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2-09

“살해 후 지문으로 6000만 원 대출”⋯김천 오피스텔 살인범 양정렬, 무기징역 확정

일면식도 없는 남성을 살해한 뒤 피해자의 지문을 이용해 수천만원 대출까지 받은 ‘김천 오피스텔 살인 사건’의 범인 양정렬이 결국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대법원이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그의 사회 복귀 가능성은 사실상 차단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최근 강도살인, 사체유기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양정렬(32)에 대해 무기징역과 전자장치 부착 20년을 명령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양정렬은 지난해 11월 경북 김천의 한 오피스텔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동갑내기 피해자 A씨(당시 31세)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뒤, 그의 휴대전화를 사용해 6000만 원을 대출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범행 수법이 극히 잔혹하다”며 사형을 구형했지만, 1심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판결에서 “생면부지의 피해자를 노려 살해하고 금품을 갈취한 인면수심의 범죄”라며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2심 역시 “경제적 궁핍을 이유로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계획적 강도살인을 저질렀다”며 같은 형을 유지했다. 양정렬은 상고를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로써 양정렬은 사형 다음으로 가장 무거운 형벌을 최종 확정받았다. /김재욱·나채복기자

2025-12-09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 2026 상반기 신규 단원 모집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2026년 상반기 신규단원을 모집한다. 이번 모집 접수 기간은 내년 1월 5일부터 1월 9일 오후 5시까지이며, 응시 대상은 ‘2026년 1월 기준’으로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의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대구시 거주 학생이다. 다만 2026년도 3월 새 학기에 초등학교 3학년 진학 예정자는 응시할 수 없다. 응시원서는 대구문화예술회관 누리집 채용공고 게시판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제출서류는 응시원서 및 학교장 추천서이다. 실기전형은 오는 1월 10일 오후 2시부터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 연습실에서 실시하며, 전형곡으로 초등학생은 지정곡 △내 방 창문에 기대어(김영민 곡) △내 마음의 수채화(서옥선 곡) △꼭 안아 줄래요(윤학준 곡)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중·고등학생은 한국, 독일, 이태리 가곡 중 한 곡을 선택 가능하며, 실용음악 응시자는 자유곡을 준비하면 된다. 초·중·고등학생 공통 과제로 애국가 1절 암보 연주 및 청음과 시창이 있다. 시창은 계명창으로 부르면 된다. 최종합격자 발표는 오는 1월 13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 공고 예정이다. 공고문과 응시원서 및 전형곡 등 자세한 사항은 대구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 채용공고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관련 문의는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 사무실(053-430-7397)로 문의하면 된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2-09

대구시, 공공외교 우수기관 선정

대구시가 외교부 주관의 ‘2025년도 공공외교 우수사례 공모’에서 에스토니아 사아레마 오페라페스티벌 해외 진출 공연 성과로 ‘우수기관’에 선정됐다. 외교부는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재외공관을 대상으로 국내외 기관 협업을 통한 공공외교 성과와 글로벌 이슈 관련 공공외교 추진 사례를 공모·평가했으며, 총 10개의 우수사례를 선정했다. 대구시는 ‘오페라의 선율로 여는 글로벌 문화외교의 새로운 장’을 주제로, 지난 7월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에스토니아 사아레마 오페라페스티벌 해외 진출 공연을 우수사례로 제출해 외교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사아레마 오페라페스티벌(7월 22일~26일)’은 대구시의 이례적인 대규모 공연단 파견(142명)과 함께 에스토니아 문화부, 국립극장(에스티콘서트, Eesti Kontsert), 주에스토니아 대한민국 대사관 등 기관과 단체 간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축제 성과를 극대화했다. 대구시 공연단은 윤이상의 ‘심청’ 등 5개의 작품을 제작·공연해, 수준 높은 작품성으로 전석 매진과 현지 언론의 극찬을 이끌어 내며 K-오페라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축제 기간 동안 에스토니아 총리, 문화부 장관, 14개국 대사 및 외교관 등 고위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에스토니아와의 외교적 유대 강화와 문화 교류 활성화를 이끌었다. 이후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9월 26일~11월 8일)’ 기간 중 개최된 ‘영 아티스트 캐스팅 오디션(10월 24일~25일)’과 ‘글로벌 오페라 포럼·마켓(10월 27일)’에는 에스토니아의 케르투 오로(Kertu Orro) 에스티콘서트 CEO가 참석해 지속적인 오페라 협력사업을 논의했다. 11월에는 탈린 음악사절단이 대구 주요 공연장과 예술기관을 방문했다. 또 대구시와 대구오페라하우스는 2026년 세계 최대 규모의 극장인 중국국가대극원(NCPA)과 초대형 오페라 ‘리골레토’ 공동제작·배급을 추진한다. 이재성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국내 유일의 오페라 제작극장 대구오페라하우스를 중심으로, K-오페라를 통한 다양한 국가들과의 문화 외교 활동을 강화해 대구를 넘어 대한민국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2-09

대구시, 동절기 식중독 예방 총력⋯취약시설 709곳 점검

대구시가 겨울철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발생 증가에 대비해 10일부터 이듬해 2월 27일까지 80일간 위생 취약시설을 대상으로 유관기관 합동점검에 나선다. 이번 점검은 급식에 제공되는 식재료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위생 취약시설의 예방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병원·산업체 등 급식시설 709개소를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대구시와 구·군,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 등 민·관 합동점검반은 △소비기한 경과제품 사용 보관 △부패·변질 및 무표시 원료 사용 △비위생적 식품 취급 △조리종사자 건강진단 이행 여부 △지하수 사용업소의 수질 관리 등 위생 관리 전반이다. 이번 점검에서는 노로바이러스 등 겨울철 식중독 예방을 위한 위생수칙 홍보 활동도 함께 진행된다. 노로바이러스는 소량의 바이러스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으며, 전염력도 매우 강해 집단생활이 이뤄지는 시설에서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구시는 점검 중 보존식 미보관, 소비기한 경과제품 보관 등 위반 사항이 적발될 경우, 관련 법규에 따라 행정처분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권율 대구시 위생정책과장은 “겨울철은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발생 위험이 높은 시기인 만큼 취약시설 안전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 집단식중독 발생을 예방하고,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급식 환경 조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된 동절기 점검에서 730개소를 점검한 결과, 4건의 위반 사항이 발견됐다. 주요 위반 사항은 △보존식 미보관 △소비기한 경과 제품 보관 △시설 기준 미준수 △소재지 변경 미신고 등이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2-09

대구시, 블록체인 융복합타운 조성사업 성과공유회 개최

대구시가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과 함께 9일 수성알파시티 내 블록체인 기술혁신지원센터에서 ‘2025년 블록체인 융복합타운 조성사업 성과공유회’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주요 기관과 지역 블록체인 기업들이 참석했다. 이번 성과공유회는 ’블록체인 융복합타운 조성사업’을 통해 개발된 블록체인 기술이 시민 생활에 미치는 변화를 공유하고, 지역 블록체인 기업들의 성장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이번 성과공유회에서는 행정, 의료, 교육, 반려동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접목한 시민 체감형 서비스가 소개됐다. 행정 분야에서는 루트랩과 디엑스웍스가 ‘내 손안의 디지털 행정서비스’를 통해 정부24 전자문서지갑과 다대구앱을 연계한 원스톱 민원 처리를 구현했다. 드림아이디어소프트와 이튜는 기부금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민참여형 디지털 나눔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드림빌더는 위·변조가 불가능한 ‘학교 문서발급 신뢰 체계’를 구축하고, 더블엠소셜컴퍼니는 ‘시험·평가 신뢰 서비스’를 소개해 교육 현장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였다. 생활 및 산업 혁신 서비스도 눈길을 끌었다. 토마스톤은 ‘AI 구강관리 리워드 서비스’를 선보였고, 푸딩은 ‘블록체인 기반 상생 포인트 서비스’로 골목상권 활성화를 도모했다. 또 투비스는 ‘환자 중심 재활치료 이력 분산 저장 서비스’를, 디엑스웍스는 자원 순환을 돕는 ‘디지털제품여권 서비스’를 각각 공개했다. 반려동물 및 콘텐츠 분야에서는 비욘디가 ‘AI 기반 반려동물 분산신원인증(DID·Decentralized Identity) 서비스’를, 니어네트웍스는 ‘반려견 마이크로칩 관리 서비스’를 선보였다. 와이디자인랩은 ‘DID 기반 작품 인증 및 유통 플랫폼’을, 멜라카는 ‘그래피툰 저작권 서비스’를 소개했다. 참여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상용화 △국내외 시장 진출 △외부 투자 연계 등으로 33명의 신규고용과 17억 원의 투자유치, 14건의 특허 출원 등을 달성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성과는 대구시의 디지털 혁신 선도와 함께 지역 ABB(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류동현 대구시 ABB산업과장은 “대구시는 블록체인 기반 시민체감형 다대구앱 서비스, 블록체인 기술혁신지원센터 개소, 블록체인 융복합 타운 조성 사업 등 연속성 있는 사업 추진을 통해 블록체인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확대와 기업 성장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2-09

대구소방, 27년 만에 119종합상황실 새 청사로 이전⋯재난 대응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대구소방안전본부가 27년 만에 119종합상황실을 새 청사로 이전하면서 재난 대응 지휘체계를 한층 강화했다. 이번 이전은 119신고전화가 단 한 순간도 끊기지 않는 ‘무중단 이전’ 방식으로 이뤄져 재난 대응의 연속성을 지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9일 대구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를 기해 119종합상황실을 기존 북부소방서(북구 칠성동)에서 대구소방안전본부 청사(달서구 죽전동)로 전면 이전했다. 앞서 소방안전본부는 2023년 12월 행정 부서를 먼저 죽전동 청사로 이전했으며, 약 2년 만에 상황실까지 같은 공간으로 통합함으로써 재난대응 컨트롤타워 기능을 완성했다. 기존 칠성동 상황실은 공간 협소와 노후화된 시스템으로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었으나, 새 청사 구축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소했다. 새 119종합상황실은 지상 3층, 연면적 928㎡ 규모로 마련됐으며, 분리 운영되던 종합상황실과 지휘작전실을 하나로 통합해 일원화된 지휘체계를 구축했다. 고화질 대형 상황판과 확대된 신고 접수대를 통해 신고 폭주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신고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다. 엄준욱 대구소방안전본부장은 “독립 청사 이전으로 소방정보 시스템이 고도화되고 직원들의 근무 환경도 개선됐다”며 “대구시민들에게 더욱 높은 수준의 119서비스로 응답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2-09

대구시의회 예결특위, 신공항·신청사 건립 예산 집중 질타

9일 열린 대구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신공항 건설, 신청사 이전 등 대구시가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들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것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이다. 황순자(달서구) 의원은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 신공항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것은 매우 심각하다”며 “지난 10월 대통령이 직접 ‘재정 지원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음에도 기획재정부 운영계획에는 관련 항목이 없다. 약속이 말뿐이었다는 것이냐”고 추궁했다. 이에 김정기 대구시 권한대행은 “공공자금관리기금 융자 2795억 원과 금융비용 87억 원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기재부의 세부 검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다만 기재부가 ‘재정지원 방안을 반드시 마련하라’는 부대의견을 명시한 것은 큰 의미다. 조만간 기재부·국방부·대구시가 협의해 재정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답했다. 신청사 건립 문제에 대해 황 의원은 “신청사는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지난달 설계 공모까지 마쳤지만, 향후 4년간 4000억 원 규모의 재원 확보가 관건이다. 공유재산 매각이 계속 미뤄지는데 향후 재원 마련이 불투명하다”며 “대통령이 최근 ‘공공자산 헐값 매각 금지’를 지시한 상황에서 무리한 매각은 더욱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권한대행은 “현재 예치금 650억 원이 있어 내년까지는 절차 진행이 가능하다”며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지방청사 정비 지원사업 등 저리 차입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이 사실상 좌초된 데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황 의원은 “한때 ‘인구 500만 메가시티’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지금은 장기 미제로 끝났다”며 “대구시가 전시성의 보여주기식의 행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그는 또 “대구시는 대형 프로젝트 사업을 하기 위해서 전담 부서 계획을 잡고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인력을 배치하고도 수차례 조직을 개편하면서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 하고 있다”면서 “집행부는 늘 ‘준비하겠다, 검토하겠다’는 말만 반복한다. 대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 실질적 성과를 보여주는 행정 역량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2-09

호박전

어떤 기억은 시도 때도 없이 삶의 틈으로 스며들어 내가 오래전 잊었다고 믿었던 자리에 조용히 자리를 펴고 앉는다. 나에게 호박전은 그런 기억의 문을 여는 열쇠와도 같다. 사소하고 투박한 음식에 불과하지만 그 음식이 지닌 따뜻함만큼은 내 생애를 따라 부유하며 계절의 냄새처럼 되살아난다. 결혼하기 전, 아버지는 해마다 초가을이 기울어질 때쯤이면 누런 늙은 호박을 하나씩 들고 들어오셨다. 마당에서 호박을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다독이는 듯했다. 아버지가 호박을 가를 때마다 단단한 껍질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어쩐지 집 안의 고요를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장독대의 숨결처럼 어디 선가부터 천천히 일어나는 생명의 소리 같았다. 아버지는 늘 같은 방식으로 호박의 속살을 퍼냈다. 숟가락을 깊이 밀어 넣은 뒤 흩어지지 않도록 살짝 비틀고 그러고는 한 줌씩 그릇에 고이 담았다. 그 단순한 동작에 담긴 인내와 다정함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아버지가 부엌으로 들어가면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웠다. 후라이팬 위에서 호박전이 반질한 표면을 드러낼 때 집은 한순간에 축제 같은 온기를 머금었다. 아버지는 완성된 호박전을 내 앞에 놓으며 항상 같은 말을 덧붙였다. “뜨거우니 조심해서 먹어라.” 그 말은 사실 ‘너를 위해 만들었다’는 아버지의 또 다른 말이라는 것을 나는 어른이 되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결혼 후 집을 떠난 뒤, 호박전은 내 삶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 누구도 내게 해주지 않았고, 스스로 찾아서 해 먹을 마음도 없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아니면 그 시절의 냄새를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나는 오랫동안 아버지의 호박전을 잊으려 했다. 마치 그 맛을 잊어버리면 그 시절도 사라질 거라 착각하듯. 얼마 전, 직장을 그만둔 친구가 내게 호박전을 해 주었다. 어설픈 모양이었지만 젓가락을 들려는 순간 밀려드는 감정에 숨이 멎을 듯했다. 기름 냄새와 부드러운 감촉, 달큼한 향이 한꺼번에 스며들었다. 호박전을 한 입 베어 넣는 순간 아버지가 호박을 긁던 모습, 그릇을 기울여 반죽의 농도를 맞추던 손끝, ‘뜨거우니 조심해’라고 말하며 나를 바라보던 얼굴이 겹겹이 떠올랐다. 그 기억의 정경이 너무도 선명하여 마치 바로 어제 있었던 일처럼 가슴이 찌르르 저려왔다. 음식이라는 것은 참으로 묘하다. 말보다 앞서 마음을 건드리고 논리보다 먼저 어떤 진실을 들춰낸다. 한 접시의 음식에는 누군가의 손길과 시간, 그가 품고 있던 생각들, 꾹 눌러 담은 마음의 결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리움도, 체념도, 오래된 사랑도, 때로는 잃어버린 것들의 그림자까지도 그 속에 담겨 있다. 사람의 삶이란 결국 수많은 맛과 향을 통과하며 이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음식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 먹고, 서로의 마음을 삼키고, 서로의 과거를 나누며 살아간다. 아버지의 호박전도 그런 것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한 끼의 음식이 아니라 아버지가 나에게 건넨 가장 온순한 형태의 사랑이었다.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 어설프게 감추어 둔 애정, 부드럽게 감싸려 했던 마음이 모두 그 한 장의 노란 전 속에 스며 있었다. 내가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고 그 시간을 건너오는 동안 아버지는 너무 많이 늙어 있었다. 이제는 아버지의 호박전을 맛볼 수 없다. 그러나 그 음식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아버지의 손길과 숨결, 눈빛을 함께 떠올린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 장면들은 여전히 따뜻하게 익어가며 때로는 내 삶의 한 귀퉁이를 밝혀준다. 인생의 어느 날, 내가 누군가를 위해 호박전을 부치게 된다면 아버지가 내게 건넸던 그 마음의 결을 조금은 닮아 있기를 바란다. 음식은 결국 이야기다. 음식을 만든 사람의 역사와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가장 오래되고 순한 언어다. 호박전의 노란 빛이 내게 그러했듯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삶에서 건너온 이야기를 먹고 자라며 다시 누군가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조용히 건네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누런 호박을 가르던 아버지의 손등 위에 떨어지던 햇빛처럼, 그 모든 이야기는 지금도 내 기억 속에서 사르르 익어가고 있다. /김경아 작가

2025-12-09

제7회 대구경북 이업종융합대전 ‘성료’

제7회 대구경북 이업종융합대전이 9일 엑스코 서관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대전은 (사)중소기업융합 대구경북연합회가 대구시와 경북도의 후원을 받아 주최하는 지역 최대 규모의 이업종 비즈니스 전시회이다. 전시회에서는 △운반기계장비 전문제조업체 수성F.L △전동모빌리티 전문제조업체 시브코리아 △유압 피팅 및 배관 부자재 전문 제조기업 ㈜세광하이테크 △친환경 화장품 제조업체 ㈜더아인코스메틱 등이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들을 선보여 참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 한국소프트웨어기술인협회 노규성 원장이 ‘AI 비즈니스와 AX 전환의 필요성’을 주제로 중소기업 리더십 역량 강화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번 대전에서는 총 49개 우수융합회 수상기업 중 대구 경제발전에 기여한 4개 기업이 대구광역시장상을 수상했다. 수상기업은 △자동화 기술로 지역 섬유산업 발전에 기여한 ㈜동영어패럴 △분체도장 전처리 원스톱 공정을 갖춘 ㈜성진산업 △한일 비즈니스 활성화를 지원하는 ㈜인터내셔널이음 △초정밀 이송 장치 개발로 국내 장비 발전에 기여한 ㈜디피아이엔이다. 이날 연합회장 이·취임식도 함께 진행됐다. 제23대 연합회장으로 플라스틱 선·봉·관 및 호스 제조 전문기업인 우양신소재의 윤주영 회장이 선임됐으며,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2년간이다. 김경미 (사)중소기업융합 대구경북연합회 제22대 회장은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중소기업인들이 함께 성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성주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대구경북 이업종융합대전이 다양한 산업 간 상호 협력의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며 “지역 중소기업들이 서로의 기술과 혁신 성과를 공유해 더욱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2-09

“4세·7세 고시 금지법 통과, 환영”⋯유치원교사노조 “실효성 확보가 핵심”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이하 유치원교사노조)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4세·7세 고시 금지법(학원법 개정안)’을 환영하며 국회 본회의의 조속한 의결을 촉구했다. 최근 일부 영어학원이 만 4세·7세 유아를 대상으로 레벨테스트를 실시하며 과도한 시험 경쟁을 조장해온 만큼, 이를 금지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노조는 “유아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시험 경쟁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학부모 부담을 심각하게 악화시켜 왔다”며 “이번 개정은 조기 사교육 과열에 제동을 거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심사 과정에서 일부 조항이 후퇴한 점에 대해 우려도 제기했다. ‘입학 후 수준배치를 위한 시험 금지’ 조항이 제외되고 구술평가가 사실상 허용된 부분은 여전히 편법 레벨테스트의 여지를 남긴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진단평가·인터뷰 형식으로 얼마든지 시험이 재현될 수 있다”며 “법률의 취지가 무력화되지 않도록 하위 규정과 지도·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치원교사노조는 사교육 과열의 근본 해결책은 공교육 강화라고 강조하며 △학급당 유아 수 감축 △지원인력 확충 △교사의 놀이·학습 지도 여건 개선 △유아 사교육 실태 조사 및 공시체계 구축 등을 정부와 교육청에 요구했다. 또 유치원 명칭의 무분별한 사용, 발달에 맞지 않는 조기학습 프로그램 등도 함께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유아기는 평생 발달의 기초가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이며, 국가가 책임 있게 공교육을 강화할 때 사교육 의존이 줄어든다”며 “정부와 국회가 지속적으로 유아 사교육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2-09

대구·경북 아파트 분양전망 뚝 떨어져⋯미분양 증가 우려에 지역 분양시장 ‘경고등’

12월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가 66.3으로 하락하며(전월 대비 △5.8p) 2023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대구·경북 지역의 전망도 동반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의 12월 분양전망지수는 각각 75.0→61.5(△13.5p), 83.3→69.2(△14.1p)로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대구·경북의 분양전망이 급격히 악화된 이유로는 지역 미분양 증가와 경기 회복 지연, 금리 부담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구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대규모 공급 여파로 미분양 재고가 늘어난 가운데 규제 완화 기대감에도 매수세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경북 역시 포항·구미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수요가 빠르게 되살아나지 못하며 분양 전망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비수도권에서는 울산(+14.3p)과 대전(+1.5p), 세종(+1.3p)은 전망이 소폭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은 자동차·조선업 등 지역 주력산업의 업황 개선으로 실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상승세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대구·경북을 포함한 전국이 전월 대비 1.6p 오른 101.6을 기록했다. 고환율 장기화로 인한 수입 자재비 상승, 금리 부담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가 영향을 미치며 분양가격 상승 압력이 유지되고 있다. 분양물량 전망(84.4, +4.7p), 미분양물량 전망(101.6, +3.1p) 역시 모두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분양 전망지수 상승은 지역 간 양극화가 뚜렷해진 결과이다. 서울·경기 일부 지역은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으나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권은 미분양이 늘고 있어 분양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대구·경북은 공급 부담이 여전히 크고 수요 회복 속도도 더딘 만큼 단기 시장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내년 이후 입주물량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공급 기반을 안정시키고 분양시장 정상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2-09

경북도 북극항로 시대 대비 ‘북극항로추진협의회’ 출범

경북도가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9일 ‘경북 북극항로추진협의회’(이하 협의회)를 공식 출범하고, 영일만항을 북극항로 특화항만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협의회는 경북도와 포항지방해양수산청, 한국해양진흥공사, 고려대, 포스텍, 한국해양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극지연구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영일만항 물류기업 등 정부·학계·연구기관·산업계를 아우르는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북극항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제로 발표가 진행된 뒤 경북도의 추진 전략 보고가 이어졌다. 이후 해운, 항만물류, 에너지, 관광, 법률, 인재 양성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영일만항의 북극항로 추진 방향과 정책 과제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펼쳤다. 경북도는 영일만항을 북극항로 거점항만으로 육성하기 위해 물류·에너지·철강 벌크화물 중심의 관문 항만 육성, AI 기반 극지연구 산업생태계 조성, 북극경제이사회(AEC) 등 북극권 국가와 국제교류 확대, 북극해운정보센터와 특수선박 유지보수시설 등 국가기관 유치 등의 전략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영일만항이 컨테이너 운송뿐 아니라 철강·에너지 등 벌크화물 운송에 특화된 항만이라는 점에서 북극항로 시대에 다른 항만과 차별성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포스코 철강산업을 비롯해 이차전지, 해상풍력, 수소, 소형모듈원자로(SMR) 산업을 배후에 둔 영일만항은 북극항로 복합항만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오늘 회의는 항만, 물류, 에너지,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심도 있는 논의로 북극항로 시대 경북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북극항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경북의 미래 생존 전략과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일만항 북극항로 특화항만 조성을 통해 경북을 넘어 국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기회로 삼겠다”며 “경북 북극항로추진협의회가 북극항로 시대를 맞이하는 경북의 정책 총괄 플랫폼 역할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경북도는 지난 9월 환동해지역본부장 직속으로 ‘북극항로추진팀’을 신설해 새 정부의 북극항로 정책에 대응하고 있으며, 영일만항을 북방 물류 거점 항만으로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발굴에 나서고 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2-09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 제작 애니메이션 ‘강치아일랜드‘ , 경북 대표 K-콘텐츠로 기대 ··· KBS 이어 재능TV도 방영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이하 진흥원·원장 이종수)이 멸종된 독도 강치를 소재로 제작한 독도 생태 모험 애니메이션 ‘강치 아일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아동문학가 고(故) 권정생 선생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3D 애니메이션 ‘엄마 까투리’에 이어 경북을 대표하는 K-콘텐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독도 강치는 한반도 주변에서 서식하던 바다사자로, 일제 강점기 남획으로 인해 1950~1970년대에 멸종됐다. 진흥원은 9일 경북도와 진흥원이 제작 지원하고 ㈜픽셀플레넷이 공동 제작한 TV 애니메이션 ‘강치 아일랜드’가 KBS에 이어 10일 재능TV에서 방영된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은 울릉도의 천연기념물인 바다사자(강치)를 소재로 해, 독도와 바다를 지키는 다섯 마리 강치들의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독도를 지키던 강치들이 마법학교에서 수호 마법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바다 생태계 캐릭터들과 함께 자연의 가치를 전달한다. 지난 11월 5일 KBS 2TV 첫 방영 이후 독도의 중요성을 어린이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며 주인공인 강치를 비롯해 독도새우와 괭이갈매기, 섬기린초 등 실제 독도 생태계에 서식하는 다양한 동식물이 캐릭터로 등장해 재미와 교육을 함께 안겨준다. 진흥원은 재능TV 방영 이후 OTT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유통을 확대해 더 많은 어린이 시청자들에게 독도의 아름다움과 해양 생태계의 소중함을 알릴 계획이다. 또한, 경북도청에는 ‘강치 아일랜드’ 캐릭터 조형물을 설치해 방문객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종수 진흥원장은 “KBS 방영으로 인지도를 확보한 데 이어, 재능TV를 통해 독도 콘텐츠의 파급력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사랑받는 캐릭터로 성장하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09

‘2030 포항 도시관리계획(재정비)안’ 지역사회 거센 반발···형평성·미래전략 부재 논란 확산

포항시가 공개한 2030 도시관리계획(재정비)결정(변경)(안) 주민 열람자료가 지역사회 전반에서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공람 자료에 포함된 용도지역 조서에 나타난 도시지역 내 용도지역 및 지구단위계획 구역의 조정 내용(50만4853㎡)에 대해 시민 사회와 전문가들은 포항의 산업·경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졸속으로 작성됐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한다. 특히 과거 2011·2020·2025 도시관리계획 재정비에서 꾸준히 제기된 문제점이 이번에도 동일하게 반복됐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포항은 철강산업 중심의 기존 도시구조에서 벗어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차전지·수소·바이오·AI 및 디지털 융복합·철강 고도화 등 미래 산업으로 재편되는 산업 생태계 변화가 이미 본격화됐음에도 이번 도시관리계획안에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도시 공간 전략에 녹여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역 인구구조 변화와 청년층 유입 전략, 정주환경 개선, 교통망 확충 등 도시의 ‘핵심 미래 의제’가 빠졌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지금 이 시점에 이런 계획안을 위해 15억 4000만원의 막대한 세금을 집행한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격앙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시민 여론이 더욱 악화한 이유는 포항시가 별도로 7억 원을 들여 발주한 ‘포항 신산업 개발전략 마스터플랜 수립용역’의 주요 내용 마저 이번 계획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 용역은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적 공간 구상, 신산업 배후 용지 확보, 미래 교통체계 구축, 산업-주거-도심 기능 재배치를 포함한 종합 도시 전략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번 도시관리계획안에는 해당 내용이 거의 반영되지 않아 ‘계획 따로, 실행 따로’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계획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도시의 미래 수요 예측 실패’를 꼽는다. 산업구조가 변화하면 기업 입지 수요가 증가하고, 이는 다시 신규 인구 유입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는데 현재 계획안에는 이러한 변화 시나리오와 대응 전략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도시계획은 단순히 용도지역을 나누는 작업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그리는 청사진이어야 한다”며 “항간에서는 ‘이번에 도시계획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계획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벌써부터 민원도 터져 나오고 있다. 지역에서 가장 큰 민원이 집중된 장성동 유류부지 일원의 경우 이번 계획안에서 또다시 제외되면서 지주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장성동 유류부지 일원은 50년 넘게 국가 기간산업 시설인 유류저장시설이 존치하면서 주변 토지 소유자들이 개발 제한과 재산 가치 하락 등 직·간접 피해를 받아온 대표 지역이다. 이곳은 포항 북부권 도시계획의 비효율성과 불합리성이 집중되는 상징적 지역으로 꼽히지만, 이번 재정비안에서도 개발 가능 지역에서 제외되면서 수십 년 방치된 민원을 포항시가 또다시 외면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장성동 일대 주민들도 “포항 북구의 발전을 가로막아온 핵심 장애물을 해결하지 않고 다시 10년을 넘기겠다는 것이냐”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또 다른 쟁점은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새롭게 지정된 5개 지구 가운데 장성동 692-4번지 포항농협 소유 토지(3만6453㎡)가 포함된 것이다. 해당 부지는 이미 8264㎡규모의 건축 및 개발행위가 이뤄져 농협 카페와 자재판매시설이 운영되고 있어 사실상 추가 개발 여지가 적은 지역으로 평가된다. 그런데도 이번 재정비안에서 이 토지만 따로 떼어 지구단위계획 구역에 포함됐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수십 년 개발 제한 속에 피해를 본 토지는 또 제외시키고, 이미 개발이 이뤄진 특정 소유 토지만 지구단위계획에 포함시킨 것은 누가 봐도 특혜”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도시관리계획안을 살펴본 주민 A씨는 “도시의 미래 발전과 합리적 토지 이용을 위해 15억 원 넘는 예산을 들여 만든 계획이라 기대가 컸는데, 막상 결과를 받아보니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향후 최종안에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많이 담겼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공인중개사 B씨도 “이번 2030 도시관리계획 재정비안이 포항시의 미래 산업·도시 전략 부재와 핵심 지역현안 미반영, 그리고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향후 공청회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충돌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항시가 이번 공람 기간을 통해 제기된 시민 의견을 투명하게 수렴하고, 근본적인 계획 보완에 나서지 않을 경우 도시의 미래를 또다시 10년 뒤로 미루는 결과를 만들 것”이라며 “최근 2회 용역비 22억 원 이 아깝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려면 그에 맞는 작품을 포항시가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12-09

경북농업기술원, 경주서 5개국과 국제연구 성과 공유

경북농업기술원이 기후변화 시대 농업 문제 해결을 위해 세계 연구기관과 손을 맞잡았다. 농업기술원은 9일 경주 라한셀렉트호텔에서 ‘2025 경북농업 국제학술심포지엄’을 열고 유럽·동남아 등 5개국 농업 연구진과 국제공동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이번 행사는 APEC 정상회의 성공개최를 기념해 경주에서 마련됐으며, 국제행사 후속 교류 확대와 글로벌 농업 연구 네트워크 강화를 목표로 추진됐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튀르키예 중앙원예연구소, 베트남 과수채소연구소, 루마니아 포도연구소, 스위스 유기농업연구소, 몽골 국립생명과학대학 연구진 등이 참석했다. 각국은 △유기농 핵과류 재배기술 △채소 신품종 공동육성 △곰보버섯 유전자원 수집평가 △건조감 시장성 및 현지 건조기술 △포도 유전자원 수집평가 △몽골 딸기 재배 시스템 구축 등 수행 연구를 발표했다. 올해 대표 성과로는 튀르키예 곰보버섯 2계통 품종보호출원, 루마니아 포도자원 국내도입 추진, 세계푸드이스탄불 전시 참가를 통한 한국 건조감 기술 홍보 등이 소개됐다. 또 경북도는 내년부터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과 과채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신규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영숙 경북농업기술원장은 “APEC 개최로 높아진 국제적 관심을 계기로 농업연구 협력을 지속 확대하겠다”며 “기후 위기 대응과 기술 혁신을 통해 경북농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5-12-09

다큐 앵글에 담긴 포항·경주 해파랑길

포항MBC가 오는 13일 오전 10시 동해안의 아름다운 길을 입체적으로 기록한 초고화질(UHD) 다큐멘터리 ‘한국의 둘레길’ 8부 ‘해파랑길의 시간’(담당 이수현 PD)을 방송한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한국전파진흥협회의 지역·중소 방송 콘텐츠 경쟁력 강화사업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에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770km에 이르는 국내 최장 도보 여행길로, 동해안의 문화와 자연을 잇는 상징적인 길이다. 이번 편에서는 경주 구간(11, 12코스)과 포항 구간(16, 17코스)의 풍경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담아내어, 시청자들에게 현장의 생동감을 전달할 예정이다. △경주 구간: 천년의 시간이 빚은 자연 미학 경주 구간은 고대 신라의 유산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다. 문무대왕릉의 장엄한 일출로 시작해 파도와 암석이 만들어낸 ‘전촌용굴’까지 이어지는 해안길은 역사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카메라 앵글은 육지와 바다를 넘나들며 생생한 풍광을 포착했다. 특히 감포 해녀들의 성게 채집 현장과 에메랄드빛 바다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전하며,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한 스킨스쿠버의 ‘수중 플로깅’ 활동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한편,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남아있는 감포 ‘깍지길’은 적산가옥과 100년 된 목욕탕을 리모델링한 카페 등이 어우러진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감은사지 삼층석탑의 야경 아래 프랑스, 벨기에 등 여러 나라에서 온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탑돌이’ 장면은 신라 시대 정취를 되살린다. 이 구간에서는 골굴사 선무도 수행자들, 시각장애인과 활동지원사, 감포 해녀들 등 다채로운 인물들이 각자의 삶의 궤적을 길 위에 새겨 넣는다. 이들은 단순한 탐방객이 아닌, 역사와 자연, 문화를 매개로 서로의 이야기를 교감하며 ‘함께 걷는 길’의 의미를 되새긴다. 특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모습은 포용적 사회를 향한 작은 실천으로, 길 자체가 주는 치유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포항 구간:산업도시에서 SF적 상상력의 무대로 포항 해파랑길은 철강 산업의 도시 이미지를 넘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보여주는 코스다. 울창한 송도 솔밭과 도심 속 ‘철길숲’은 산업시설과 녹지가 조화를 이룬 도시 재생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특히 밤이 되면 영일대 해수욕장의 화려한 조명과 ‘우주 문어’를 연상시키는 체험형 조형물 ‘스페이스워크’가 철강공단 불빛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야경을 선사한다. 세계적 문학상 인 부커상 후보에 올라 주목받은 SF 소설가 정보라는 이곳에서 “SF적 영감이 샘솟는 도시”라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지역MBC 8개 사가 공동 제작한 ‘한국의 둘레길’ 프로젝트는 부산 갈맷길부터 시작해 여수 금오도 비렁길, 안동 외씨버선길, 제주 올레길, 대구 팔공산 둘레길, 목포 서해랑길, 대전 내포문화숲길, 포항·경주 해파랑길 등 전국 1340km의 수려한 둘레길을 차례로 조명한다. 이번 편 내레이션은 ‘쓰저씨’(쓰레기 줍는 아저씨)로 잘 알려진 배우 김석훈이 맡아 따뜻하고 친근한 목소리로 길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동해안의 푸른 길 위에서 펼쳐지는 사람과 자연의 교감을 통해 시청자들은 안방에서도 여행의 설렘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