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L THE NEXT’ : (20) 설비기술부 중앙수리섹션 정기원 대리
현장에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 실감
포스코기술대학에 진학 자격증 취득도
배움은 내 일을 더 잘하고픈 욕심 때문
△본인 소개와 현재 맡고 있는 업무를 간단히 소개해달라. 아울러 본인에게 ‘일’ 이란 어떤 의미인지, 평소 어떤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는지 말해달라.
포항제철소 설비기술부 중앙수리섹션에서 유압기기 수리 및 정비를 담당하고 있는 정기원 대리이다. 포항제철공고 시절 처음 맺은 포항과의 인연이 자연스레 포스코 입사로 이어졌고, 20대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오직 제철소 현장 한길만을 걸어왔다.
나에게 ‘일’은 삶의 가장 큰 동기이자 일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이른 새벽 공장 문을 열고 들어설 때면, 오늘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차분히 하루를 시작한다. 내가 담당하는 유압기기는 제철소의 거대 설비를 움직이는 ‘혈관이자 근육’과 같다. 유체의 흐름을 통해 에너지를 전달함으로써 쇳물을 녹이고 철판을 누르는 모든 기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핵심 장치이다. 미세한 누유 하나가 공장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매일 설비의 미세한 진동과 소리까지 온 신경을 집중해 살피고 있다.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숨어 있는 고장 원인을 찾아내 해결했을 때, 그리고 설비가 다시 완벽하게 돌아갈 때 느끼는 성취감이 내가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제철소의 ‘당연한 일상’이 흘러가도록 뒤에서 묵묵히 받쳐주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고, 또 가장 큰 보람이라 느낀다.
△포스코기술대학 학업 과정과 업무를 병행하며 업무 관련 기능장 자격증 3개를 취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려는 원동력과 본인만의 비결을 말해달라.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늘 실감하게 된다. 배움을 멈추지 않는 것은 내 일을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다. 단순히 ‘경험이 많다’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현장의 경험을 이론으로 단단하게 뒷받침하고 싶었다. 그래서 포스코기술대학에 진학해 금속공학을 깊이 있게 공부했고, 제강·제선·주조 기능장 자격증 3개를 차례로 취득했다. 제철소의 전 공정을 제대로 이해해야 내가 담당하는 유압 설비의 문제도 더 넓은 시야에서 정확히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쌓은 이론은 현장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단순히 오랜 ‘감’에만 의존해 고장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도면과 공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최적의 솔루션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고장 원인을 명확히 짚어내니 수리 시간은 단축되고 설비 가동률은 올라갔다. 자연스레 정비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실질적인 결실로 이어졌다.
물론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스스로 세운 목표를 하나씩 달성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돌이켜보면 즐거웠다. 어제보다 조금 더 성장한 실력으로, 동료들에게 언제든 믿고 맡길 수 있는 든든한 엔지니어로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고 싶다.
‘철판을 누르는 유압 장치’핵심 개선 선정
작업 안정성과 정비 리드타임 대폭 단축
스마트한 일터 만드는데 앞장서고 싶어
△현장 핵심 설비의 정비 방식을 개선해서 안전한 작업 환경을 구현했다고 알고 있다. 이번 개선 활동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실제 현장에서 달라진 점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우리 파트의 최우선 과제는 ‘안전 확보와 정비 효율성 극대화’이다. 이를 위해 파트장님과 함께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예방하고, 동시에 정비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개선점을 찾고자 했다. 그중 높이 1.5m, 무게 30톤에 달하는 ‘철판을 누르는 유압 장치’를 핵심 개선 대상으로 선정했다. 설비의 규모가 크다 보니 정비 시 작업 높이가 높고 무거운 부품을 다뤄야 해서,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동시에 정비 프로세스를 효율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선 고소 작업의 위험을 예방하고 작업 동선을 최적화하기 위해 작업장 바닥을 아래로 파내어 설비 자체를 낮추는 작업을 진행했다. 작업 높이가 1.5m에서 0.3m로 낮아지면서 사다리 없이 평지에서 편리하게 정비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었다. 이에 더해, 무거운 부품을 다룰 때의 신체적 부담을 줄이고 작업 편의성을 높이고자 ‘전용 회전 장치’를 직접 제작했는데, 작업자가 기계 조작만으로 부품을 원하는 각도로 정밀하게 회전시킬 수 있게 되면서 작업의 안정성은 물론 정비 리드타임까지 대폭 단축할 수 있었다.
이번 개선은 단순히 기존 방식을 바꾼 것을 넘어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정비 효율성까지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도 현장의 비효율과 위험 요소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개선하여 스마트한 일터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싶다.
안전과 효율 개선 방안을 찾아내기 위해
‘낯설게 보기’와 ‘소통’ 두 가지 원칙 고수
관점의 변화가 비효율·위험 발견 출발점
△앞서 소개해준 사례처럼 평소에 현장의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찾아내는 자신만의 특별한 접근 방식이 있는지?
평소 현장의 안전과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낯설게 보기’와 ‘소통’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지키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익숙한 작업일수록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늘 하던 방식이라도 ‘이것이 정말 최선일까? 더 안전하고 편리한 방법은 없을까?’라는 의문을 던지는 편이다. 마치 오늘 처음 이 현장에 출근한 사람처럼 현장을 낯설게 바라보고자 노력하는데, 이러한 관점의 변화가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미세한 비효율이나 잠재적 위험 요소를 발견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를 발견하는 것만큼이나 해결책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보통 그 해답을 현장 동료들과의 ‘소통’을 통해 찾고 있다. 발견한 문제점을 파트원들과 공유하며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안전하고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한다. 동료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연결할 때, 비로소 안전과 효율을 동시에 잡는 가장 현실적이고 최선인 방안이 나온다고 믿는다.
△회사의 젊은 세대를 대표하여 ‘영보드’ 활동을 참여했다고 들었다. 활동 과정에서 어떤 점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지난해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는 소통 창구인 ‘포스코 영보드’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1년간 영보드 활동을 하며 일상적인 대화부터 식사 자리, 동호회 활동 등을 통해 동료들과 끊임없이 소통했다. 여기서 수렴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사내 소통 채널을 통해 적극 전달하며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에 힘썼다.
특히 90여 명의 동료가 함께 근무하는 현장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작업진행실과 휴게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등 동료들의 일상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부분들을 차례로 개선해 나갔다. 본연의 업무와 병행하는 과정에서 쉽지는 않았지만, 개선된 환경을 본 동료들이 전하는 감사 인사는 가장 큰 보람이었다.
직원 소통 창구 ‘포스코 영보드’ 위원 활동
현장목소리 적극 전달 해결책 마련 힘써
동료들이 전하는 감사 인사 가장 큰 보람
△이야기를 듣다 보니 동료들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깊이 묻어나는 것 같다. 평소 회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결국 회사 생활의 시작과 끝은 사람, 즉 ‘동료’라고 생각한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일터인 만큼, 동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회사 생활의 행복과 성과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
아무리 좋은 설비와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도, 결국 그것을 움직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람이다.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관계가 불편하면 사소한 업무도 무겁게 느껴지지만, 반대로 끈끈한 신뢰가 바탕이 되면 아무리 어렵고 힘든 현장의 어려움도 기꺼이 즐겁게 해결해 나갈 수 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처럼, 동료들과 발을 맞추어 함께 걸어갈 때 비로소 지치지 않고 더 큰 성과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엔지니어로서 업무 역량을 꾸준히 키워 나가는 비결이 궁금하다. 자신만의 특별한 ‘루틴’이 있나.
최근에는 ‘디지털 도구 활용’과 ‘현장 실무 경험’을 결합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사내에서 제공 중인 생성형 AI ‘P-GPT’를 적극 활용하고 있고, 파악한 기술 정보는 카탈로그 및 표준서와 일일이 대조하며 철저히 검증한다. 스스로 기술적 근거를 찾아내며 업무 완성도를 높이는 나만의 새로운 루틴인 것이다.
실제로 유압 설비 투자 공사에 참여해 파트장님과 함께 공사 전반을 수행할 때 이 루틴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도면과 제어 메커니즘을 미리 분석하고 현장에 임한 덕분에, 복잡한 유압 시스템과 제어 기술을 빠르게 이해하고 실무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디지털 기술과 현장 경험을 유연하게 결합해 업무 효율을 높일 스마트한 루틴들을 끊임없이 발굴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장에서 치열하게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묵묵히 지탱해 준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나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가족을 떠올리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일과 자기계발에 몰두하느라 퇴근이 늦어지거나 공부와 실습으로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았음에도, 묵묵히 응원하고 내 곁을 지켜주는 아내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밖에서 마음 편히 일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아내가 나의 빈자리를 온전히 채우며 가정을 지켜준 덕분이다.
당연하게 여겨왔던 헌신이 사실은 얼마나 큰 배려이고 사랑이었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실감한다. 일에 몰두하느라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소홀해질 때도 있었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언제나 우리 가족이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주신 부모님과, 늘 내 편이 되어주는 아내에게 이 자리를 빌려 꼭 전하고 싶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다 담을 수 없겠지만, 나의 성장이 곧 우리 가족의 행복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는 더 좋은 동료이자 아들, 그리고 든든한 가장이 되고 싶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