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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대해서

행복은 무엇일까? 행복과 거리가 먼 일상을 보내는 와중 자꾸만 이 질문을 떠올렸다.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번호의 버스를 타고 같은 자리에 앉아 비슷한 사람들과 같은 일을 하며 비슷비슷한 생각에 갇혀 숨 막힌 이 기분. 대체 언제 행복으로 충만한 하루를 보냈었지? 라는 생각에 겁이 나면서도, 나는 왜 이렇게 꾸준히도 행복해지고 싶은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했다. 행복은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다. 단순한 즐거움은 쾌락에 더 가깝다. 맛있는 음식, 좋은 음악, 웃음, 휴식 같은 것은 쾌락에서 얻을 수 있다. 지속성이 짧고 반복하지 않으면 금세 허무하게 사라진다. 행복은 쾌락보다 더 넓고 지속적인 상태다. 삶 전체에 대한 만족감과 충만감을 반영하기에 개인의 삶에서 만족감이나 의미 있는 성장에 연결된다. 힘든 때를 극복하고 성취감을 느끼거나,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연결될 때,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그렇기에 행복은 어렵다. 나는 행복하지 않은 상태에 종종 놓이지만 때때로 그 상태를 불행하다고 착각한다. 쇼파에 심드렁하게 누워 행복은 무엇이기에 현재 내게 없느냐는 불만을 토로하면서 스스로를 자꾸만 불행의 편에 놓는다. 그러면서 요즘 하는 고민에 더욱 깊게 빠져 든다. 때때로 타인은 나의 아주 일부분만 보고 쉽게 속단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 기준을 통해 타인을 해석하려 하지만 여기에 자기중심적 사고가 강할수록 ‘내가 옳다’라는 생각을 기본값으로 두게 된다. 결국 자신의 기대나 가치관에서 벗어난 타인을 쉽게 ‘틀린 사람’으로 단정 짓고 미워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잘못된 불안과 통제욕에서 발현될 수도 있고 또는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타인의 다름을 위협적으로 받아 들여 타인을 깎아내리거나 재단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기도 한다. 나와 타인의 다른 지점을 자각하고 이를 넘어서 이해하려는 노력은 성숙의 과정이지만, 이 과정은 꽤나 고단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선으로 통제하고 재단하려는 쉽고 간단한 루트를 선택하려 한다. 옳지 못한 방식으로 관여하는 일들에 때때로 견디기 힘든 날들이 있다. 그것은 내가 아직 사회에서 어리기 때문인걸까? 그들의 능력치와 다르게 나는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미숙함을 내비칠수록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고, 부족한 부분을 애써 가르치려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올바른 피드백보다 판단이 앞서는 관계는 무척 아쉽지만 관계 자체를 개선하는 일은 한계가 있으므로 심리적인 거리 유지와 회복 루틴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더욱이 행복에 대해 생각했다. 5박 6일동안 일본의 작은 소도시 속에서 마주한 적막 속에서 행복은 완벽하게 기쁘거나 즐거운 상태가 아닌, 나에게 중요한 가치가 맞닿아 있을 때에 오는 충만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새롭게 도전한 음식이 입맛에 맞을 때의 기쁨, 숨이 막힐 정도의 더위 속에서도 내게 우선 그늘을 내어주려는 사람과 마음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아름답고 거대한 자연 속에서 아주 작은 인간이 되어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 등등. 내 기준의 행복을 정의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행복을 쌓는 것이 행복으로 향하는 방향임을 느끼게 됐다. 그러므로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내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발견하고 계속해서 행복을 쫓으려는 과정 속에서 형태가 갖추어진다. 단순한 쾌락만을 추구해 살아남는 삶의 방식이 아닌 살아가려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yness)’에선 인상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아들이 농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아버지가 처음엔 ‘넌 못할 거야’라고 무심하게 말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곧 스스로 깨닫고 아들에게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뭔가를 못한다고 생각하면, 남들도 못한다고 말하지. 절대 그런 말에 휘둘리지 마. 네가 원하는 게 있으면, 반드시 해내야 해.” 이 대사는 행복과 가능성은 타인이 규정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믿고 붙잡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내가 원하고, 내가 믿는 것’을 붙들 때 삶은 비로소 나아갈 힘을 얻는다. 붙잡고 싶은 삶의 의미를 믿고 가는 용기에 달려 있는 것. 나는 그것이 내가 가진 젊음과 행복의 가능성이라 생각한다. /윤여진(시인)

2025-08-31

포항시, 새 정부 국정과제 연계 발전 로드맵 짠다

포항시가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시정에 접목하기 위한 실행 전략 수립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시는 8월 29일 장상길 부시장 주재로 ‘새 정부 국정과제 대응 전략사업 발굴 보고회’를 열고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대응해 철강과 이차전지 등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 바이오·AI 등 신산업 육성, 해양관광 활성화 등 정부 국정과제에 대응하는 전략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역점을 두고 추진한 글로벌 AI컴퓨팅센터 구축, 경북 동해안권 ‘국립보훈요양원’ 건립 유치, 탄소중립 기술개발 통합센터(DACU 실증) 구축,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 스마트 연어양식 클러스터 확장, 2028년 제3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유치, 거점형 필수응급의료체계 구축, 아열대 스마트농업 육성지구 조성, 미래 수자원 해수 담수화(산업용수) 개발 등의 사업에 국비 등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시는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관계 부처별 세부 실천 계획을 파악하고 적극적 협의를 통해 사업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또, 예산 확보를 위한 중앙부처 및 정치권과의 전략적 공조 체계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 밖에도 국정과제와 연관된 기존사업은 논리 보강 등을 재점검하고, 국정과제 추진 방향에 부합하는 신규 사업을 발굴해 정책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나아가 9월 중 2026년 주요업무계획 보고회를 개최해 이번 보고회에서 발굴한 전략사업을 구체화하면서 신규 시책을 내놓을 예정이며, 2026년 예산 중 국비 확보가 가능한 부분부터 적극적으로 중앙부처에 건의할 예정이다. 장상길 부시장은 “이번 국정과제는 시의 산업구조와 환경적 여건에 관련이 높은 AI와 탄소중립 비중이 큰 것 같다”라며 “AI·탄소중립 관련 거대프로젝트를 구상해 국책사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31

기계면 인비리 고인돌 상석 5기, 새 둥지 마련

포항시는 북구 기계면 인비리 49번지 일대 고인돌 상석 5기를 기계새마을운동발상지운동장으로 8월 7일 옮겼다고 밝혔다. 체계적 보존·관리와 토지 소유주의 지속적인 이동 요청에 따른 민원 해소를 위한 조치라고 포항시는 설명했다. 이번에 옮겨진 고인돌 상석 5기는 과거 경지 정리 과정에서 이미 이동된 것으로 추정돼 원래의 위치를 확인할 수 없다. 올해 초 토지 소유주의 건축행위에 따른 매장 유산 발굴(표본)조사가 시행됐지만, 유구나 유물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포항시는 오랜 기간 경작과 정리 과정에서 위치가 여러 차례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점을 토대로 포항시는 매장 유산 조사가 이미 이뤄진 점, 해당 고인돌이 시 소유·관리 부지로 이전된다는 점을 조건으로 내세워 국가유산청 유적발굴과와 협의를 거쳐 이전을 결정했다. 이동 현장에는 매장 유산 전문가가 입회해 참관 조사를 진행했다. 포항시는 고인돌 문화 해설을 위한 안내판을 설치하고, 인비리 암각화의 높은 학술적 가치를 고려해 경상북도 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포항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고인돌 상석 5기 이전으로 향후 반복될 수 있는 경지 정리 및 개발행위로부터 고인돌을 보호하고, 기계새마을운동발상지운동장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이 기계 고인돌의 역사적 의미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학습의 장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포항시 북구 기계면은 포항시 전체 고인돌의 41%가 분포한 지역으로, 현재 27개소의 고인돌 유적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청동기시대 석검 모양이 새겨진 인비리 암각화가 위치해 학술적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평가된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8-31

포항시 , 3조3153억 규모 2회 추경안 편성

포항시는 1회 추경(3조270억 원) 대비 9.5%(2883억 원) 증가한 3조3153억 원 규모의 2025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포항시의회에 제출했다고 31일 밝혔다. 추경안은 제323회 포항시의회 임시회 심의를 거쳐 9월 19일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일반회계는 제1회 추경 대비 2500억 원(9.4%) 증가한 2조9209억 원이고, 특별회계는 3944억 원으로 383억 원(10.8%)이 늘었다. 세입 재원은 지방교부세 207억 원, 조정교부금 211억 원, 국·도비 보조금 1296억 원 등이다. 이번 추경안은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에 발맞춰 지역 경기부양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지역 산업 육성과 안전 기반 확충 등 중장기적 투자에도 균형을 두는 데 중점을 뒀다. 먼저 내수 진작을 위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1455억 원, 상공인 특례 보증 14억 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80억 원, 소상공인 행복 점포 육성 2억2000만 원 등을 편성했다. 지역 주력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지방시대 벤처펀드 조성 4억5000만 원, 포항테크노파크 제6벤처동 건립 16억 원, 외국인투자기업 지원 18억 원 등을 포함했고,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건립 50억 원, No-Code 제조기술 혁신생태계 구축 15억 원, AI 융합인재 양성·연구지원 3억 원 등 제조·디지털 산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 국가공모에 선정된 ‘복합 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 및 활성화 방안 용역에 23억5000만 원을 투입해 해양레저·관광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번 추경은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행복한 오늘과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예산”이라며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고 위기 극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예산안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31

“차기 대구시장 자리를 조롱거리로 삼지말라”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선출된 직후 김광진 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전 국회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년 대구시장에 이진숙(방송통신위원장)과 전한길(보수 유튜버) 중 누가 공천을 받게 될지...”라는 글을 올렸다. 대구시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나온 이 메시지는 적잖은 반향을 낳았다. 하지만 대구시민 입장에서는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왜 보수의 심장 대구 대표를 뽑는 선거에 민주당 인사가 나서서 왈가왈부하느냐는 것이었다. 김 전 부시장이 두 사람을 거론한 것은 대구가 그만큼 ‘골통 보수’라는 것을 각인시키고 희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관련기사 댓글에 ‘대구시는 전한길도 과하다’, ‘전한길, 대구를 먹어라! 대구는 완전포로가 된 시’라는 등의 조롱과 함께 대구를 폄하하는 문구가 잇따랐고, 대구시민들은 공분했다. 그래도 이 논란은 여기까지만이었다면 ‘한 정치인의 지나가는 헛소리’로 치부돼 그냥 끝날 사안이었다. 그러나 전한길씨가 그 메시지에 응답하면서 묘한 상황이 돼 버렸다. 전씨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제 경북대 선배다. 이 위원장이 대구시장으로 나온다면 무조건 양보한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전 씨가 이번 대표 선거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한 점에서 이 발언은 곧바로 지역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그런 판에 이번에는 대통령실에서 이 위원장을 직권 면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 위원장은 만약 파면이라도 된다면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대구의 정서상 오히려 체급이 더 올라갈 수도 있다. 희한하게도 최근 대구 정치판이 이 위원장 중심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이진숙 위원장은 지난 지방선거 때 대구시장 예비후보로 출마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홍준표라는 거물이 있어 벽을 넘지 못했지만 이번은 다르다. 이 위원장 또한 이를 모를 리 없을 터다. 더욱이 여당은 이 위원장에게 대구시장으로 가는 꽃길을 깔아주고 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최근 상임위 회의에서 “이 위원장이 대구시장을 꿈꾸며 새로운 대통령과 일부러 각을 세운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했는가 하면,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지난 30일 이 위원장을 향해 “대구시장 출마 의사가 있다면 그만두고 나가는 게 맞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직권면직 또는 파면을 당하기만 하면 금상첨화다. 실제 그렇게만 된다면 이 위원장은 곧바로 대구시장 판에 뛰어들 것이다. 마치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당시 현 여권으로부터 엄청난 공세를 받은 후 대권 판에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간 것 처럼. 그 경우 이 위원장 입장에선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간에 대구 정치의 한복판에 설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이 위원장 옆에서는 꺼지던 불도 확 살아나게 한다는 전한길씨가 있다. 대구시장을 향해가는 이 위원장에게는 여러 갈래 길이 있다. 그중에서도 현 위치를 어떻게든 유지하고 버티면서, 또 민주당 등 여권으로부터는 만신창이가 되도록 공격을 받는 모습이야말로 최선의 방법이다. 현 정부 출범 후 TK국회의원들의 존재감은 더욱 미약해졌고, 일부는 수사 반열에 올라 움직이기도 어렵다. 이 위원장은 이 상황의 빈틈을 잘 비집고 들어가 집권 여당과 각을 세워 싸우고 있다. 지역의 정서적 흐름을 적확하게 읽고 있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앞으로도 이 위원장은 대구시장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마지막 단계는 정부와 집권 여당으로부터 끌려나오는 그림과 장면을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쓸쓸히 돌아서는 그 한장의 사진이 대구시장 선거에서 얼마나 필요한 것임을 모를리 없기 때문이다. 대구시민들은 이 위원장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런 대구 정치판이 다소 불안하고 답답함을 지울 수 없다. 대구는 지금 신공항건설을 비롯 해결해야할 현안들이 태산 같다. 지역을 잘 아는 인사가 시정을 맡았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시민들은 그동안 시정이 정치 한복판으로 들어가 버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많이 봐왔다. 이제 국민의힘 공천을 바라는 예비후보들이 나설 때도 됐다.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떳떳하게 대구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당당하게 출사표를 던져야 한다. 자천타천 설이 떠도는 국회부의장인 주호영(6선)의원과 원내대표를 지낸 윤재옥(4선)·추경호(3선)의원, 그리고 연임 제한에 걸린 3선 기초단체장인 배광식 북구청장과 이태훈 달서구청장, 대구시교육감과 영남대·대구가톨릭대 총장을 지낸 우동기 전 지방시대위원장 등은 확실하게 의사표시를 해주는 것이 시민들에 대한 도의다. 이리저리 재고 살피기만 한다면 다른 인사들의 진입을 가로막는 일임을 각성할 필요도 있다. 지금의 눈치 보기 정치를 지속한다면 이진숙 위원장의 가능성만 더 높여 줄 것이라는 사실도 알았으면 한다. 국힘 대구시장 선거흐름을 들여다보는 민주당의 의지도 예사롭지 않다. 내년에 첫 대구시장을 배출하겠다는 각오 또한 남다르게 읽힌다. 대구발전을 앞세운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차출설은 민주당이 대구에 거는 기대를 엿보게 해준다.

2025-08-31

이게 뭐예요?

가방의 앞지퍼를 연다. 손가락을 넣어 이리저리 더듬더니 만화 그림이 그려진 작은 사탕을 꺼낸다. 슬그머니 들고 와 이거 뭐예요 하고 묻는다. 이미 자신의 것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확인하는 것이다. 껍질을 벗기려다 잘 안되는지 들고 와 내 손에 건넨다. 그리고 입을 크게 벌린다. 까서 입에 넣으라는 신호다. 매일 가방을 뒤져 좋아하는 사탕을 꺼내며 조금씩 능청스러워지는 표정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아무래도 내가 사랑에 빠진 것 같다. 사랑이 원래 이렇게 쉬웠던 걸까? 시도 때도 없이 보고 싶고 밤에 침대에 누으면 낮에 함께 한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까르르 웃는 모습도, 내 손에 들어오던 작은 손도 생각나 혼자 비죽비죽 웃는 일이 늘어났다. 잠이 오지 않으면 엄마들이 올린 육아 블러그를 들락거린다. 늦바람은 대책도 없다는데 바람이 들어도 크게 든 것 같다. 일찍 손주를 본 친구가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는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그게 현실이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손주를 본 친구와의 대화는 거의 육아에 대한 것이다. 육아휴직을 쓰고 있던 며느리의 복직을 앞두고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화두로 떠올랐다. 일단 돌 지나면서 일찌감치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다. 너무 어려 걱정스러워 처음엔 1시간, 2시간 이렇게 시간을 늘려갔다. 다행히 아이는 생각보다 잘 적응하여 재미있게 다니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어린이집에서 4시에서 4시반 사이 하원을 해야 하는데, 아들내외는 6시 반이나 되어야 집에 도착하니 두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비어버리는 것이다. 아들이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낸다. 그 시간 동안만 아이를 봐줄 수 없냐고? 규칙적인 일을 하고 있지 않는데 어느 부모가 거절을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온종일 봐주는 것도 아닌 두 시간 남짓의 시간인데. 아이를 돌보기로 했지만 걸리는 문제는 계속 생겨났다. 두 집이 멀어 가고 오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 염려되었다. 이사를 하기로 했다. 집근처 강변을 수시로 산책했던 나에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행히 아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집을 구할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아이와 내가 많이 만나지 않아서 익숙지 않다는 것이었다. 가끔씩만 보아 낯가림이 있는데다가 아직 두 돌이 되지 않은 아이는 말을 잘 하지 못하니 의사소통이 원활하지도 않았다. 아이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가지고 간 것이 만화가 그려진 사탕이었는데, 이것이 의외의 효과를 얻고 있는 것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동네가 필요하다.’ 라는 말이 있다. 한 아이를 건강하고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가족뿐 아니라 이웃, 지역사회 등 온 마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자주 인용되는 속담이다. 지금은 다 핵가족이고 맞벌이가 많다 보니 아이 양육은 오로지 부모의 손으로 해결을 해야 한다. 그것이 만만치 않은 문제임을 이번 일로 더 느끼게 되었다. 경제적인 문제나 주거의 문제, 기타의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거나 아이 낳기를 미루는 젊은 세대가 이해가 가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과거보다는 나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해결해야할 것이 많이 남아 있다. 요즘 아이를 돌보면서 뒤늦게 찾아온 사랑에 폭 빠진 굉장히 행복한 할머니가 되었다. 이 한 달 남짓한 동안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말이 늘고 표정도 다양해졌다. 어느 날 사탕 껍질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알려주었다. 곧잘 빈 껍질을 들고 아주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군인 같은 절도 있는 걸음으로 쓰레기통으로 간다. 페달을 꾹 눌러 뚜껑을 열고 껍질을 버린 뒤 발을 뗀다. 그리고 돌아서서 짓는 그 표정이란. 엄청난 일을 해 냈다는 자부심이 얼굴 가득 들어있다. 물론 늘 예쁜 짓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았을 때 떼를 쓰기도 한다. 이 더운 여름에 바닥에 주저앉아 울기도 한다. 그런 모습마저도 예쁘기만 하니 중증 짝사랑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오늘도 가방에 사탕을 챙겨넣고 어떻게 재미있게 데리고 놀까를 생각한다. 같이 미끄럼틀을 타볼까? 생각만으로도 흐뭇하다. /전영숙 시조시인

2025-08-31

스마트팜 혁신밸리, 청년과 함께 여는 미래 농업의 길

상주시는 예로부터 ‘삼백(三白)의 고장’으로 불리며, 쌀·누에·곶감을 비롯한 다양한 농산물 생산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농업과 농촌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기후변화는 농작물 생산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 농산물 시장 개방과 농자재 가격 상승은 농업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제 농업은 더 이상 과거의 방식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고, 미래 세대를 준비하는 혁신 없이는 농업의 내일을 담보할 수 없다. 이러한 배경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스마트농업’이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농업에 접목하여 농작물의 생육 환경을 원격·자동으로 제어하는 첨단 농업 시스템이다. 상주시는 농식품부가 지정한 전국 4곳의 스마트팜 혁신밸리 중 하나로 선정돼 대한민국 농업혁신의 최전선에 서 있다. 2021년 12월 준공된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부지 42.7ha, 첨단온실 17ha 규모로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단순한 농업시설이 아닌, 교육·실습·창업·연구가 융합된 종합 농업혁신 플랫폼이다. 핵심 시설인 청년창업보육센터는 매년 전국에서 선발된 18~39세 청년 52명을 대상으로 20개월간 체계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 입문교육(2개월)에서 기초를 다지고, 교육실습(6개월)을 거쳐, 경영실습(12개월)을 통해 실제 영농과 경영을 체득한다. 교육 작목은 오이, 토마토, 딸기, 메론 등 수익성과 시장성이 높은 품목이다. 특히, 수료생 가운데 우수팀은 팀별 0.5ha 규모의 임대형 스마트팜에 3년간 입주할 기회를 얻는다. 초기 창업자금과 운영 경험을 함께 지원받음으로써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농업에 정착할 수 있도록 든든한 발판을 제공한다. 지금까지 6기 과정을 통해 212명의 청년이 배출됐고, 상당수가 스마트팜 창업가로 활약하며 농촌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청년 교육에 그치지 않고, 미래 농업 기술의 실험장으로도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실증단지에서는 유리온실, 비닐온실, 노지 등 다양한 환경에서 자율주행 로봇, 자동화 관수 시스템, 환경 제어 장치 등 최첨단 장비가 시험·검증된다. 이를 통해 기업은 기술의 효과를 확인하고, 농업인은 현장 적용 가능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빅데이터센터에서는 온도, 습도, CO₂ 농도, 일사량, 병해충 발생 등 농업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고 있다. 축적된 데이터는 인공지능 기반의 농업 경영 솔루션 개발에 활용되어, 생육 최적화, 병해충 예측, 에너지 효율 개선으로 이어진다. 이는 상주가 단순한 농산물 생산지를 넘어, ‘데이터 농업’의 중심지로 발전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징표다. 청년농업인이 안정적으로 농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생활·문화 인프라 확충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청년농촌보금자리 28호에 65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영유아와 초등학생 17명도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청년 개인의 정착을 넘어 가족 단위 유입으로 이어져, 농촌 마을의 활력을 되살리는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 아울러 청년과 지역 주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도 조성 중이다. 북카페, 도서관, 체력증진시설 등을 갖춘 이 공간은 2025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농촌에서도 도시 못지않은 생활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기존 농업인을 위한 임대형 스마트팜도 운영되고 있다. 1단지에는 19명이 이미 입주했으며, 2025년 8월 준공 예정인 2단지에는 새로운 입주자가 합류할 예정이다. 세대와 세대, 청년과 기존 농업인이 협력하며 함께 성장하는 모델이 될 것이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총 6기 과정을 통해 212명의 청년농업인이 배출되었으며, 교육생 모집 경쟁률은 최근에도 4.1 대 1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만 약 4000여 명이 혁신밸리를 방문했으며, 그중 600여 명은 네덜란드, 호주, 필리핀, 베트남 등 해외 관계자들이다. 상주시장으로서,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단순한 농업시설을 넘어 청년의 꿈을 키우고,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거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각오다. 앞으로도 상주시는 청년농업인들에게 최신 시설과 최적의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생활·문화 기반을 확충하며, 글로벌 농업 교류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할 방침이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통해 청년이 돌아오고, 농촌이 살아나며, 대한민국 농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것이다.

2025-08-31

유족급여(2)

<문> 산재 사고로 사망 시 유족급여가 유족보상연금 또는 유족보상일시금으로 지급된다고 했는데 지급방법이 궁금합니다. <답> 유족급여는 연금지급이 원칙이며 연금수급자가 없는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일시금을 지급합니다. 일시금은 평균임금의 1300일분 상당액이고, 연금은 평균임금의 52~67% 상당액을 매월 지급합니다. 다만, 연금 수급권자가 원하는 경우 일시금의 50%를 지급받고 연금은 50%를 감액해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문>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가 연금을 지급받다가 자격이 상실되는 경우가 있나요? <답> △ 수급자격자 사망 △ 배우자인 수급자격자가 재혼(사실혼 포함) △ 사망한 근로자와의 친족 관계가 끝난 경우 △ 자녀·손자녀인 수급자격자가 25세 도달 △ 형제자매가 19세가 된 때 △ 법령에 따른 신체장애가 있었던 자가 그 상태가 해소된 때 △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연금 수급자격자가 국적을 상실하고 외국에서 거주하기 위해 출국하는 경우 △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연금 수급자격자가 외국에서 거주하기 위해 출국할 때에도 수급자격을 잃게 됩니다. <문> 산재 사고로 사망시 유족급여 외에 지급받을 수 있는 금액이 더 있나요? <답> 사망한 근로자의 장제를 실제 실행한 유족에게 장의비를 지급합니다. 장의비는 최고고시금액과 최저고시금액의 범위 내에서 평균임금의 120일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합니다. ※ 보다 자세한 내용은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 재활보상부 (054-288-5152)로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

2025-08-31

“예술은 화려함보다 마음의 울림 있어야”

싱가포르의 세계적 예술가 추아 수퐁 박사가 지난달 30일 포항바다국제연극제집행위원회가 수여하는 첫 국제연극예술교류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아시아 각국에서 연극 교류 활성화에 기여해왔으며, 이번 ‘제25회 포항바다국제연극제’에서 오페라극 ‘몬스터의 숲속의 모험’의 원작으로 참여했다. 싱가포르 극단 골든 마이크로폰 플레이하우스와 함께 방한한 그는 포항의 국제 연극 교류 기반 마련에 힘을 보탰다. -연출가·학자·교육자로서 박사님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온 예술 철학은 무엇인가. △예술은 인간을 잇는 다리이자 삶의 의미를 되묻는 도구다. 연출가로선 관객과의 진정성 있는 교감을, 학자로선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교육자로선 미래 세대에 예술적 영감을 전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특히 아시아 예술의 공동체 중심 가치가 세계적 보편성을 가질 수 있다고 믿으며, 이를 알리는 것이 내 소명이라 믿어왔다. 진정한 예술은 화려한 형식보다 마음에 울림을 주고 삶을 성찰하게 만드는 힘이 되어야 한다. -2001년을 계기로 포항과 인연을 맺으셨다. 지난 25년 간 보신 포항과 ‘포항바다국제연극제’의 변화는 어떤 모습인가? △2001년 첫 방문 당시, 바다와 예술이 어우러진 독특한 무대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후 백진기 집행위원장의 예술적 진정성과 행정 역량을 토대로 포항과 지역 연극계를 위한 꾸준한 노력과 헌신, 비전을 통해 국내 중심에서 해외 단체까지 참여하는 국제적 문화 교류의 장으로 성장했다. 초기에는 지역적 특색을 강조했지만 점차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해 세계적 축제로 도약했다. 한국 연극인들의 열정과 포항 시민들의 환대는 이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작은 지역 행사에서 글로벌 예술 플랫폼으로 변모한 모습은 큰 의미를 지닌다. -아시아 공연예술의 강점과 세계적 가능성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아시아 공연예술의 핵심은 전통과 현대의 융합이다. 일본의 노·가부키, 중국의 경극, 한국의 판소리·탈춤 등 오랜 역사의 전통 예술이 젊은 세대에 의해 현대적으로 재탄생하며 독창성을 더하고 있다. 이는 세계가 추구하는 문화적 다양성과 새로운 미학적 언어에 부응하는 힘이다. 아시아 예술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창의적 실험을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앞으로 아시아 연극 교류에서 포항바다국제연극제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포항바다국제연극제는 단순히 작품을 소개하는 무대를 넘어, 아시아 예술가들의 교류 허브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문화적 가교 역할을 하며, 예술의 국경 없는 특성을 활용해 국제적 예술 네트워크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연극인들이 이곳에서 협업하고 실험적 창작을 펼치는 플랫폼이 되길 기대한다. -예술가로서의 계획과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후학 양성에 집중하며 전통예술 연구와 새로운 공연 창작을 이어갈 계획이다. 예술가에게는 명성보다 관객과 호흡하며 변화를 이끄는 진정성이 중요하다. 젊은 예술가들에겐 뿌리를 기반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세계와 소통하라 조언한다. 예술은 험난한 길이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적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다. 나는 아시아 예술의 잠재력을 세계에 알리며 이 여정을 지속할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31

‘의전’

국방차관님께 받들어 총!” “충성!” 대전 국군 의무학교 연병장에서 군의관 임관식이 열렸다. 제병지휘관의 호령에 따라 사열하는 장면인데, 경례를 받는 이는 그날 행사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다. 이 장면을 보는 나는 군대를 제대하고 50년이 다 돼가는 예비역 병장으로 오늘은 아들 임관식에 초대받아 앉아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장 흔한 의전은 악수다. 악수는 단순한 스킨십이 아니라, 내 손에는 무기가 없습니다! 하는 신사협정이다. 군대 의전은 말 그대로 ‘칼각’이다. 받들어 총! 할 때 그 총은 수직으로 세워 방아쇠가 상대를 향하게 한다. 이건 총의 처분권을 수례자(受禮者)에게 맡기겠다는 충성심의 징표다. 우리 사회에서 의전 서열이 가장 칼 같은 집단은 단연 군대, 그 다음은 정치판이다. 국가 행사나 면 단위 잔치까지, 자리 배치는 존재감의 공식 등급표다. 대통령 다음은 국회의장, 그 다음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그리고 국무총리···. 이 순서가 잘못되면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실제로 한 헌법재판소장이 참석하러 갔는데 자리가 국무총리 아래로 밀린 걸 보고는 말도 안 하고 돌아간 일화도 있다. 지방의 한 행사에 주둔군 사단장과 연대장이 동시에 초대된 적이 있다. 사회자가 순서를 헷갈려 연대장을 먼저 축사하게 했다. 사단장 얼굴이 굳더니, 끝나고 수행하던 부관 코에서 코피가 났다 한다. 군기 빠지면 코피부터 터진다는 전설이 또 하나 추가됐다 각종 행사 때마다 내빈을 소개하고 격려사와 축사를 부탁한다. 주최 측에서는 참석한 내빈을 예우하는 뜻으로 거의 빠짐없이 연단으로 불러내어 한 말씀하도록 한다. 축사가 너무 길어지면 가끔 짜증스러울 때가 있다. 어떤 사람은 했던 말을 하고 또 하고 또 할 때는 지루함을 느낀다. 내빈을 한 명씩 불러 축사를 시키는데, 무슨 한 말씀 부탁드린다더니 열 말씀, 스무 말씀 하신다. 어떤 분은 “오늘 날씨도 화창하고요” 하길래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은 잿빛이었다. 그저 준비된 멘트는 날씨조차 이긴다. “어···. 저 뭐냐, 요새 경기도 어렵고, 우시장 국밥도 별로고···. 어쩌고저쩌고···.”말의 앞뒤가 안 맞는 데다 중언부언, 말꼬리만 잡고 놉니다. 그런데도 끊지 않는다. “끝으로 한 말씀 드리면···.” 그러더니 마지막으로 정말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청중은 다만 침묵으로 울고 웃을 뿐이다. 그런 가운데 진정한 내빈도 있다. “앞서 좋은 말씀 많이 하셔서 저는 인사로 대신하겠습니다.” 하고 넙죽 절하고 내려가는 분. 이런 분은 진짜 멋진 분이다···. 말이 짧을수록 박수는 길어진다. 사람과 자리는 궁합이 있어야 한다. 인품에 맞지 않는 자리에 앉히면 마치 병아리에 투구 씌운 꼴이다. 문재인 정부 때는 야당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적격자를 28명이나 고위공직에 임명했다. 자리란 사람을 빛내기도 하지만, 사람에 따라 자리가 초라해지기도 한다. 의전이란 겉모습도 중요하지만, 결국 속마음이 따라줘야 진짜 격식이 된다. 우리가 진짜 배워야 할 의전은, 말을 짧게, 마음은 깊게, 그리고 사람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것 아닐까? /방종현 시민기자

2025-08-31

시니어 무지개악극단 ‘홍도야 우지마라’

무대 위에 익숙한 선율이 흐르자 객석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 과거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난 16일,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초청을 받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야외무대에 오른 무지개악극단(단장 방종현)이 공연으로 선보인 작품은 고전 악극 ‘홍도야 우지마라’였다. 한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사랑받아온 작품은 이날의 무대에서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지개 악극단은 2024년 창단된 비교적 젊은 단체다. 그러나 단원들의 나이는 ‘젊음’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다. 모두 계명문화대학교 공연음악학부 성인반 연기·뮤지컬 과정을 졸업한 시니어들이 모여 만든 예술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은퇴 후 혹은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아 다시 무대에 선 이들은 ‘노년의 도전’이라는 말 대신 ‘두 번째 봄’을 택했다. 창단 공연으로 선보인 예술극장 ‘온’에서의 ‘홍도야 우지마라’는 예상치 못한 큰 호응을 얻으며 주목받았다. 이를 계기로 단원들은 배우로서의 잠재력과 열정을 재확인했고, 연극에 대한 애정을 가진 이들을 새롭게 영입하며 규모를 확장했다. 지난 5월 봉산문화회관 공연에서는 3회 연속 매진을 기록하며 공연 집단으로서의 역량을 입증했다. 관객들의 뜨거운 성원은 배우들에게 자신감으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관객에게 한층 깊은 감동으로 돌아왔다. 이번 무대의 가장 큰 특징은 원작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적 감각을 덧입혔다는 점이다. 단순한 과거 재현이 아닌, 퓨전과 현대적 요소를 더해 고전의 묵직함 속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단원들은 나이를 뛰어넘는 노련한 무대 매너로 관객과 긴밀히 소통했으며, 관객들은 웃음과 눈물을 오가며 작품의 정서적 파장에 깊이 공감했다. 특히 주인공 홍도를 연기한 배우의 섬세한 감정 표현은 이날 공연의 백미였다. 고난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여인의 기개와 사랑을 향한 간절한 염원은 시대를 초월해 관객들의 마음을 깊이 울렸다. 이날 무대에는 홍도 역에 방롱미, 혜정 역에 여명주, 시어머니 역에 노선조, 홍도의 남편 및 저승사자 역에 전종환, 홍도 오빠 철수 역에 이단숙, 회장 및 순사 역에 오세걸, 해설에는 방종현 등이 참여해 열연을 펼쳤다. 공연이 열린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또한 특별한 공간이다. 이곳은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교훈 삼아 2008년 문을 열었다. 현재까지 200만 명이 넘는 시민과 관광객이 다녀간 국내 대표 재난안전체험관으로, 지진·화재·지하철 사고 등 다양한 위기 상황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안전교육장이자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한 이곳에서의 공연은,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 ‘기억과 안전, 그리고 치유’라는 다층적 의미를 가졌다. 이날 무지개악극단의 공연은 안전교육의 공간에 ‘문화’라는 따뜻한 옷을 입혀주었다. 방종현 단장은 “무대는 청춘의 전유물이 아니라 삶을 살아온 모든 이들의 꿈이 머무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시민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하는 무대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성구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관장은 “시민 모두가 안전의 주체가 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재미와 교육을 결합한 체험 콘텐츠를 확대하겠다”며 “이날과 같은 문화공연이 안전의식 확산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윤숙 시민기자자

2025-08-31

내방가사문학회 옥산서원, 양동마을서 문학기행

내방가사문학회(회장 권숙희)는 지난달 24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옥산서원과 양동마을을 방문하는 문학기행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내방가사의 뿌리를 탐방하고 전통문학의 가치를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로 마련됐다. 권숙희 회장은 “한글의 맥을 이어온 내방가사 여인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기를 바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그 정신을 계승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회원 모두가 내방가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도 전했다. 양동마을은 안동, 현풍, 영천 등 인근 명가와 혼반으로 얽힌 전통 마을이다. 이씨 가문과 손씨 가문을 중심으로 수많은 내방가사가 창작된 곳이다. ‘만수가’ ‘독락당’ ‘학지가’ ‘회재 선생 사모애가’ ‘사모곡’ 등 여러 작품이 이곳에서 탄생했으며, 회원들은 현장을 둘러보며 문학적 자취를 체험했다. 특히 옥산서원에서는 회재 이언적 선생의 14대 후손인 이원균 전 교수가 해설을 맡아 서원의 역사와 학문적 의의를 상세히 전했다. 38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회원들은 2시간 30분 동안 강의를 경청하며 전통의 정신을 배우는 열정을 보였다. 역사를 배우고 전통을 이해하는 것은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중요함을 시사한다. 옥산서원은 추사 김정희, 한석봉, 퇴계 이황, 아계 이산해 등 당대 명필과 학자의 흔적이 남아 있어 회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어 자계천과 계정을 찾은 회원들은 자연과 어우러진 선현의 학문적 경지를 떠올리며 전통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겼다. 계정과 어우러진 자계천의 풍광에 도취된 회원들은 잠시 발을 담그며 한낮의 뜨거운 열기를 식히는 호사를 누렸다. 양동마을 무첨당에서는 회원들이 돌아가며 ‘만수가’를, 계정에서 ‘독락당’ 가사를 낭독하여 기행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언적 선생의 종가 후손인 이윤지 선생 남매분이 일행을 위해 점심과 매실차를 후하게 대접해 일행의 갈증을 달래며 훈훈한 시간을 나누었다. 권숙희 회장은 “이번 기행을 통해 그 의미를 깊이 새길 수 있었다며 앞으로 작품 발표회와 전통 놀이 등을 통해 교류의 장을 넓히길 바란다” 고 했다. 이번 문학기행은 옛 선현들의 학문과 정신을 현장에서 배우고, 내방가사의 가치를 오늘에 되살리는 뜻깊은 자리로 평가됐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08-31

대경선 타고 구미가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대경선 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경산에서 대구로 가는 길이 10여 분이면 됩니다”. 대구로 업무상 자주 방문하는 김 모씨(57)는 대경선 개통으로 인해 경산과 대구를 오가는 이동 시간이 단축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경선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이용자도 크게 증가했으며, 구미에서 대구까지의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철도 이용객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개통 6개월 만에 누적 이용객 수가 253만 명을 돌파하며 대구·경북 지역의 핵심 교통망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경선은 대구와 경북의 앞 글자를 결합한 이름으로, 비수도권 지역 최초의 광역철도다. 지난해 12월 14일 개통을 시작한 이래 지역민들의 일상 속 필수 교통수단으로 빠르게 정착했다. 총 연장 61.85km 구간을 운행하는 대경선은 경산역, 동대구역, 대구역, 서대구역, 왜관역, 북삼역(건설 중), 사곡역, 구미역 등 총 8개 역을 경유하며, 평일 기준 하루 100회 운행된다. 시민기자는 최근 대구역에서 구미까지 직접 타보았다. 대구지상철(3호선) 타는 것과 같다. 어르신은 통합무임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체크하면 무료 탑승이다. 대구역에서 5분쯤 지나니 서대구 역이다. 서대구역을 출발하자 농촌의 비닐하우스와 넓은 들판이 보였다. 승객들 모두 창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표정이다. 왜관을 지날 때 벌통이 나란히 놓여 있는 걸 보면서 양봉의 고장 칠곡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구미역에 도착했다. 모두 빠른 걸음으로 시내버스와 택시 승강장으로 향했다. 대경선은 한국철도공사에서 운영관리를 맡는다. 전기 전동열차 2개로 편성돼 1편성 당 80석 정도다. 전동열차는 전 구간을 1시간 이내에 달린다. 최고 속도는 시속 100㎞다. 대경선을 타려면 교통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경로 카드는 대경선과 구미 시내버스도 무임승차다. 일반인은 대경선의 탑승 이동 거리에 따라 요금이 추가된다. 가장 먼 거리 구간인 경북 구미~경산까지가 최대 2800원(기본 요금 1천500원+추가 요금 1300원)이다. 시내버스 이용 후 대경선으로 환승 탑승해 구미~경산까지 이동할 경우 750원(기본 요금 50%)에 추가 요금 1천300원을 합산한 2050원을 내야 한다. 구미시에서는 대경선 개통 후 대중교통을 통한 금오산 방문객 수가 크게 늘어났다. 따라서 구미역과 금오산을 잇는 시내버스 운행 횟수도 늘렸다. 또 구미에서 대구로 유입되는 인구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금오산을 오가는 기존 4개 노선(27, 27-1, 27-2, 27-3)은 하루 21회 운행했으나 대경선이 개통되며 27-3번 노선에 10회를 추가해 총 31회로 증회했다. 27-3번은 ‘구미역~금오초교~경북외고~금오산’을 운행하는 노선이다. 대구 상인동에 거주하는 70대 어르신 4명이 금오산 케이블카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다녀오는 길에 대경선을 이용했다고 한다. 이들은 “대경선이 개통됐다는 소식을 듣고 초등학교 동기들과 함께 타보러 왔다”며 “구미가 고향인데 예전에는 KTX를 타고 이동했지만, 이제는 훨씬 편리해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구권 광역철도는 향후 2단계 사업으로 구미에서 김천까지 노선을 연장할 계획이다. 현재 구미~대구 구간이 운영 중인 가운데, 김천까지 연장함으로써 대구와 경북 내륙 지역의 교통망을 더욱 확대하고 지역 간 연계성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영선 시민기자

2025-08-31

나라도 빚이 무서운 줄을 알아야

“재정이 회복과 성장을 견인하고 선도 경제로 대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총지출을 대폭 확대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표한 2026년 예산은 올해보다 54조7000억원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대폭 확대했다. 8.1%가 늘어난 수치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전체 예산의 37%에 달하는 269조1000억 원을 배정한 보건·복지·고용 예산이다. 더 큰 문제는 2025~2029년 동안, 이 기간 복지 예산은 연평균 6.0%씩 늘어나며 전체 총지출 증가율(5.5%)을 넘는 점이다. 여기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채 이자를 감안한 지출은 향후 매년 6.3%씩 늘어난다. 복지 관련 예산은 한 번 늘리면 쉽게 줄이기 어렵고, 수혜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형평의 문제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이미 진입했고, 생산인구도 소비를 진작할 국민도 줄어든다. 통계청은 2072년 총인구가 약 3622만 명으로 줄어들고, 100년 후에는 현재의 15% 수준인 753만 명까지 감소한다고 전망한다. 암울한 대한민국의 미래다. 국내 세수가 더 이상 늘어날 구석이 없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AI와 첨단기술에 예산을 집중해 경제체질을 바꾸어 정책 목표인 ‘잠재성장률 3%’를 달성하여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장밋빛 계획이다. 경제의 주체는 기업과 국민과 정부다. 기업에서 물건을 생산하고 국민이 이를 소비하고 이러한 일이 잘 이루어지도록 정부는 도와야 한다. 그런데도 서로 충돌이 일어나는 노란봉투법과 상법을 개정하여 기업을 옥죄면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한다. 노란봉투법은 노조 활동에 따른 손해배상을 하지 말라고 하고, 개정된 상법은 주주 이익 확대 규정을 두어 회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로 만들었다. 경제가 활성화되려면 정부는 회사에 대한 간섭을 되도록 줄여야 한다. 지난 정부가 3년간 이룩한 건전재정은 사라졌고, 트럼프의 등장으로 나라 경제는 더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활성화와 공약 이행이라는 명목하에 별 효과도 없는 선심성 정책으로 재정 건전성을 해칠 필요가 있을까. 재정 건전성이 나빠지면 우리나라 국채에 대한 이자는 오르고 국가의 신용등급은 떨어지고 외자 유치는 힘들어지고 우리의 삶은 피폐해진다. 빚은 개인만 두려운 것이 아니다. 빚을 진 국가도 파산한다. 파산한 국가는 채무국에 모든 걸 내어주어야 한다. 일제 치하 대구에서 국채보상운동이 왜 일어났으며 일제는 왜 이를 막았는지를 돌이켜보아야 한다.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나라는 독립 국가가 아니다. 다른 나라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어야 한다. 조국 근대화를 이룬 우리의 부모 세대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저축을 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빚이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누군들 빚을 마다할 것인가. 빚을 짐으로써 감당하지도 못할 뒷일이 무서운 것이다. 나라도 빚이 무서운 줄을 알아야 한다. 나라 경제는 그냥 해보는 놀이가 아니다. 온 국민의 모든 삶이 달린 문제다. /김규인 수필가

2025-08-31

사법권은 어디에 속해야 하나?

굵직굵직한 사건이 재판에 회부될 때마다 온 국민의 관심도 재판부에 쏠린다. 대통령 파면에서부터 사연 많은 형사 사건까지 어떤 판결이든 국민 여론이 나뉜다. 인공지능의 발달이 무섭기는 하지만 그 와중에도 SNS에서는 법관만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만큼 법관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법관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세상이 쉬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로봇이 수술하는 세상이 왔어도 여전히 의사가 필요한 것처럼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는 판결을 인공지능에 전적으로 위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도라도 보완해야 한다. 헌법에서는 입법권에 대해 ‘제40조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 제41조 ①국회는 국민의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라 하고, 행정권에 대해서는 ‘제66조 ④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제67조 ①대통령은 국민의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로 되어 있다. 그런데 사법권은 다르다. ‘제101조 ①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로 되어 있어 ‘법관으로 구성된’ 일곱 글자가 도드라져 있다. 국회와 정부는 선출직으로 구성되는 데 비해, 법관은 선출직이 아니므로 굳이 ‘법관으로 구성된’을 덧붙인 것이다. 여기서 법관의 전문성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소수의 법관에게 판결의 전권을 주는 것이 합당한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미국의 경우, ‘사법권은 법원에 속한다’고 되어 있어 시민이 의무적으로 평결에 참여한다. 1957년에 나온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지금도 자주 언급되는 고전 영화다. 가난한 소년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혐의로 피소되었는데 유죄 판결이 확실하다. 그러나 12명의 배심원이 열띤 토론 끝에 ‘죄 없음’이라고 판결한다. 미국 배심재판에서는 판사가 배심원의 유무죄 평결을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배심원들’이라는 국민참여재판 영화가 있다. 이 영화 역시 가난한 가정의 아들이 엄마를 죽였다는 혐의로 피소되어 유죄가 확정적이었지만 배심원들의 토론으로 만장일치로 ‘죄 없음’을 선언하고 재판장이 이를 받아들인다. 다만, 영화에서는 재판장이 배심원 의견을 따랐지만, 우리나라는 판사가 배심원의 평결을 따를 의무가 없다. 두 영화에서 눈에 띄는 점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배심원들이 자기 판결이 가져올 결과의 엄중함을 의식하고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것이다. 법관만이 평결의 권리를 가질 때 그들만의 리그가 될 가능성이 많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있고, 권력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소수의 법조 권력에 의해 판결이 좌우되지 않도록 배심원 제도를 두는 것이다. 배심원 방식과는 다르지만, 독일, 일본 등도 시민이 재판에 큰 비중으로 참여한다. 이제 우리 헌법에서도 법원에서 ‘법관으로 구성된’이라는 일곱 글자를 삭제하여 사법권에서도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란다. /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

2025-08-31

대구권 광역환승제, 대구경북 하나로 묶었다

대구시가 지난해 대구권 광역철도(대경선) 개통과 함께 시행한 대중교통 광역환승제가 대중교통 촉진과 시도민의 생활권 연결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단위에서는 전국 처음으로 개통된 광역철도 대경선은 개통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생활 편의성 측면에서 만족감을 표시하는 시도민을 주변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다. 시간 단축 효과는 물론 하루 100회 운영에 따른 수시성이 좋은데다 교통비가 절감되는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이용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평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가 교통카드 데이터를 활용해 광역환승제 시행 전과 시행 후를 특정해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올해가 총 통행 발행량만 7.8%가 증가했다. 이를 건수로 따지면 174만8000건에서 188만5000건으로 10.3%나 증가했다. 또 광역환승제 시행 후 올 상반기 중 대구 전체 통행량을 살펴보니 대구권 유입.유출 통행량이 모두 증가했고, 그 수가 하루 평균 1만8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경북권에서 인구유출을 걱정했지만 구미시의 경우 오히려 구미를 찾는 방문객이 더 늘어나 금오산 관광지까지 운행하는 버스를 증차했다. 지방 최초 광역철도인 대경선은 대구시와 9개 시군 352만 시도민이 함께 혜택을 보는 광역환승제를 시행하면서 시도민의 만족도를 높인 정책이다. 시내버스와 지하철, 광역철도까지 환승하게 됨으로써 생활인구 및 유동인구 증가 효과도 기대 이상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광역환승제 확대가 단순히 요금할인 효과를 넘어 대구경북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말하고 “정부가 추진할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대구경북 통합론이 대구시장 부재로 더 이상 논의의 진척은 없으나 대구와 경북이 상생하는 방안 마련에는 지속적인 공동의 연구가 있어야 한다. 광역환승제를 이용한 광역철도 대경선의 운영 효과를 바탕으로 대구와 경북을 연결하는 광역교통망의 확대 등 광역환승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광역교통망 확보만큼 지역을 연결하는 좋은 수단은 없는 것이다.

2025-08-31

포항시의 천원주택

전국에서 쏟아지는 저출생 극복전략 가운데 1000원주택이란 아이디어는 매우 강력하고 매력이 있는 정책으로 돋보인다. 1000원주택이란 결혼을 앞둔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임대주택을 하루 1000원 임대료, 즉 한달로 치면 3만원의 월세만 내고 거주하도록 하는 저렴한 비용의 주거복지 정책이다, 대도시에서 실제로 소요되는 주거비용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정책이라는 점에서 젊은이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인천시가 처음으로 1000원주택 공급을 계획하고 입주자를 모집했다. 올 상반기 중 입주자 선정을 끝내고 하반기부터는 입주를 한다. 공모과정부터 청년층, 신혼부부들의 응모 문의가 폭주했다고 한다. 인천시는 청년층의 호응이 좋으면 지속 가능한 주거복지 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하루 1000원의 가격으로 비록 소형 아파트지만 내집처럼 살 수 있다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의 생활기반 정착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기초 지방자치단체로서 처음으로 포항시가 1000원주택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청년층의 주거난 해소와 지방소멸 대응, 취업과 연계한 주거복지지원 정책으로 추진되는 포항시의 1000원주택은 인천시와 조건은 비슷하다. 일차적으로 청년층, 신혼부부 등이 대상이다. 인천과 달리 포항은 인구소멸의 위험성이 큰 지역이다. 파격조건으로 젊은이들을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 1000원주택이 주거의 안정을 제공하고 일자리와 연계돼 지역에 남게되는 전국에서 가장 매력있는 정책으로 인식시켜 가야 한다. 청년층을 붙잡는 포항시의 특색있는 핀셋정책이 되길 바란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8-31

두려워하지 말라!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사람은 딱 한 번 살다 간다. 이것은 모든 생명 가진 것들의 필연적인 공통 운명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숱한 시행착오와 오류를 되풀이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여러 차례 경험했거나, 안정적이고 익숙한 상황이라면 비슷한 실패와 좌절과 만나지 않을 터다. 하지만 우리 가운데 누구도 그런 특혜나 행운을 거머쥔 사람은 일찍이 없었다. 아주 젊었던 시절 나는 학생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했던 모양이다. 이번 여름에 오랜만에 만나게 된 졸업생들이 학창 시절 나한테 들었던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이 인생살이에 도움이 되었다고 전한다. 이런저런 실망과 실패와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을 때 그 말이 적잖은 위로가 되어 다가왔다는 것이다. 그들의 전언에 귀 기울이다가 당시 정황이 떠올라 잠시 뭉클했다. 인생도 학문도 깊지 못한 백면서생(白面書生)으로 어느 날 문득 교수가 되고 보니 눈앞이 캄캄해진다. 세상과 인간, 우주와 자연, 문학과 예술에 얕은 지식과 재주만 가지고 있던 터여서 감당이 불감당이던 시절. 그리하여 내게 닥친 시련과 고난을 어찌할 바 몰랐던 시절의 치기(稚氣)가 떠오른 게다. 천방지축 좌충우돌(左衝右突)하면서 전연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았던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어리석은 자화상에 새삼 낯이 뜨거워진 것이다. 내가 그 시절 ‘두려워하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말한 것은 실상 나한테 던진 말이었을 공산(公算)이 크다. 물어볼 사람도 조언을 청할 사람도 하나 없는 천애고아(天涯孤兒) 같은 처지에서 실상 자기를 위로한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항용 내뱉는 모든 말의 첫 번째 수신자는 우리 자신이다. 나의 입에서 발화(發話)되는 말을 가장 먼저 내가 듣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진지하게 혹은 서둘러서 상대방에게 던지는 말은 거의 예외 없이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 터를 잡고 있거나, 잠재의식 근저(根底)에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평소에 그나 그 여자가 무슨 말을 자주 하는지 경청해 보면 그나 그 여자의 관심사를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조자룡 헌 칼 쓰듯’ 했다면, 분명 당시에 나는 두려워하고 있던 사정이나 사람, 혹은 헤쳐 나가기 어려운 지경에 있었을 것이다. 그런 연유로 나는 자기를 위로하고자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복잡다단하고 막연하며 어쩔 줄 모른 채 20대와 30대를 살아가야 했던 청춘들이 그 말에서 위로를 찾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가장 혼란스럽고 위태로운 지경의 젊은 시절을 통과하는 방편의 하나로 그들은 ‘두려워하지 말라’라는 경구를 골랐던 모양이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 역시 마음이 푸근해지고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어언 50줄에 접어들어 귀밑머리가 조금씩 하얘지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가슴 한편이 따스해지는 것이다. 그들과 울고 웃으며 함께 건너온 세월이 새삼스럽게 가슴을 적신다. 이젠 동료나 친구처럼 여겨지는 그들과 함께할 앞날이 소중하게 다가오는 화사한 아침나절이다.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2025-08-31

포항 철강산업 지원, ‘골든타임’ 놓치면 안된다

정부가 지난 28일 벼랑 끝에 몰린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포항을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했다. 철강업계 경영악화와 지역경제를 조금이나마 돕겠다는 취지다. 철강산업의 거점인 포항에는 현재 779개 철강기업에 2만1000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철강산업은 최근 미국의 50% 고관세와 중국산 저가 철강의 시장 잠식,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등으로 ‘3중고’를 겪고 있다. 포스코 등 주요 철강사들은 중국·일본산 철강제품 반덤핑 조사를 정부에 요청하거나 공급망 현지화 등으로 자구책 마련에 총력을 쏟고 있다. 선제대응지역 지정으로 포항에 있는 철강업계는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방투자촉진 보조금, 중소기업 정책금융 지원을 받게 됐다. 국민의힘 김정재(포항북) 정책위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지정으로 지역 맞춤형 산업 다각화 지원, 고용안정 및 청년 일자리 확대, 신성장산업 육성 및 기업 투자 유치,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강화 지원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항은 포항제철소 용광로가 멈춰 섰던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 홍수 피해 이후 2년간 각종 지원 대책이 시행됐지만, 계속된 글로벌 경기침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시 정부는 금융지원과 함께 산업단지 개조·복구사업을 시행하고 약 1700억원 수준의 지원금도 집행했지만, 태풍 피해가 워낙 컸던 탓에 현장 복구 외에 철강업계 경영지원에는 손쓸 틈이 없었다. 힌남노 사태 이후 또다시 포항을 선제대응지역으로 선정한 것은 다행이지만, 지역경제계에서는 지원방안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강산업의 근본적 위기 극복과 지속 가능한 자립을 위해서는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철강 경쟁국인 미국과 EU, 일본은 현재 자국 철강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도 하루빨리 철강기업의 가장 큰 부담요인인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와 함께 ‘K스틸법’ 조기제정 등 실질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정부 지원대책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2025-08-31

바다와 예술의 만남···세계적 아티스트 쥬세뻬 비탈레 포항 온다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출신의 동화 작가이자 화가, 삽화가, 조각가로, 예술교육 분야에서 혁신적인 접근법으로 주목받는 ‘아뜰리에리스타(Atelierista)’ 쥬세뻬 비탈레가 포항에 온다. 쥬세뻬 비탈레는 오는 14일 포항의 대표 관광 명소인 영일대 해수욕장에 위치한 대형 베이커리 카페 ‘오브레멘’에서 자신의 그림책 ‘오! 브레멘’ 출간을 기념한 사인회를 갖는다. 카페 오브레멘은 넓은 부지에 모든 층의 창가 좌석에서 탁 트인 바다 전망을 자랑한다. 이번 ‘오! 브레멘’ 그림책 출간 기념 사인회는 방문객들에게 마치 해안 도시의 낭만을 음미하듯 특별한 시간을 선사하며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지역 사회와 예술적 교감을 나누는 문화적 축제의 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쥬세뻬 비탈레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와 포항의 바다와 어우러진 도시의 정체성이 조우함으로써 관광객과 주민 모두에게 새로운 영감을 전할 전망이다. 이번 사인회는 오브레멘 카페와 쥬세뻬 비탈레의 특별한 인연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이들의 만남은 2022년 세계 명작동화 ‘브레멘 음악대’를 모티브로 한 카페 오브레멘의 오픈을 기획하던 중 시작됐다. 당시 브랜딩 과정에서 그의 따뜻하면서도 시적인 화풍이 카페의 세계관과 잘 어울린다는 판단하에 ‘브레멘 음악대’ 삽화 작업을 그에게 의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그의 그림은 오브레멘 공간 곳곳에 활기를 더했으며, 이번에 그 삽화들을 모아 한 권의 그림책으로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세계적 아티스트 쥬세뻬 비탈레, 전 세계 독자에게 예술적 영감 전파 쥬세뻬 비탈레는 빛과 그림자, 색채, 동물, 그리고 창작 캐릭터 ‘물의 아이’를 주제로 인간과 자연, 관계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이며 전 세계 어린이와 성인 독자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전파해왔다. 특히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예술 활동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으며, 한국에서도 서울 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 울산 태화문화공간 등에 이어 최근 창원 비욘드 전시와 파주 밀크북 북카페 ‘색(Color)’ 전시를 통해 국내 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오! 브레멘’ 출간 기념 사인회 & 특별 이벤트 오는 14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30분까지 오브레멘 카페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쥬세뻬 비탈레가 직접 참석해 현장에서 즉석 드로잉 퍼포먼스와 사인회를 진행한다. 사전 예약자에 한해 한정판 렌티큘러 카드 굿즈(선착순 100명)도 증정할 예정이다. 특히 평소 노키즈존으로 운영되는 오브레멘 카페가 이날 하루만은 예스키즈존으로 전환돼 어린이 동반 가족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로 기대를 모은다. 참여는 무료이지만 원활한 진행을 위해 네이버 예약 시스템을 통한 사전 신청을 권장하며, 예약자에게는 사인회 우선 참여 권한이 부여된다. 현장 접수도 가능하나 조기 마감될 수 있으므로 빠른 예약이 필수적이다. △오브레멘 카페, 바다와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 영일대 해수욕장과 맞닿은 400평 규모의 4층 건물로 자리한 오브레멘 1층에 설치된 회전목마 포토존은 BTS, 트와이스, 세븐틴 등 최정상 K팝 그룹이 2020년 골든디스크 시상식 무대 배경으로 활용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SNS에서 인증샷 명소로 자리 잡으며 국내외 관광객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카페는 1819년 그림 형제가 출간한 동화 ‘브레멘 음악대’에서 영감을 받아 협력과 상생, 희망을 주제로 공간을 설계했다. 카페 곳곳에는 동물들의 소리와 발자국을 형상화한 그래픽 아트가 어우러져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쪽 벽면에는 희귀한 고전 도서와 여행자를 위한 책들이 비치돼 있어 책을 읽으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으며, 다양하고 즐거운 추억을 담은 엽서들도 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오브레멘 카페의 메뉴는 지역 특산 재료와 독특한 네이밍을 활용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오브레멘은 예술, 이야기, 여행의 즐거움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으로, 앞으로도 포항의 대표적인 문화 명소로 사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 브레멘’ 출간 기념 사인회 & 특별 이벤트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 문의는 전화 0507-1373-4669/ 이메일ohbremend@naver.com /인스타그램 @ohbrem으로 하면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31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 2년 포항, 특수화재 대응 제자리

지난 6월 16일 오전 8시 32분쯤 포항시 남구 대송면 철강 공단에 있는 동국제강 포항공장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난 불은 30시간 만에야 겨우 초진할 수 있었다. 18일 오후 5시 40분쯤에야 완전 진압이 가능했고, 소방서가 추산한 당시 피해 금액은 127억 원에 달한다. 8392개의 배터리 모듈이 연쇄적으로 타면서 유독가스가 발생한 데다 감전과 폭발 위험 때문에 건물 내부 진입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고, 외부에서 물을 주입한 스프링클러로 물을 분사해야 했다. 다행히 화재 초기 건물 내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작동하면서 화재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배상신 포항시의회 의원은 “현재 소방서가 갖춘 장비로는 이차전지 화재에 대응할 수 없고, 열폭주가 시작되면 소방관이 진입조차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무인 소방 로봇, 열화상 드론, 특수 장비 등 과하다 싶을 정도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3년 ‘이차전지 양극재 특화단지’로 선정된 영일만 산업단지와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도 이차전지 업체들로 채워지고 있지만, 화재 대응 인프라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인근 주민들은 “이차전지 화재 뉴스만 봐도 가슴이 철렁한다. 특히, 폐배터리를 다루는 리사이클링 업체에서 불이 번질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배상신 의원은 “동국제강 ESS 화재 때처럼 불길이 잦아들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소재·양극재·리사이클링 업체는 늘었지만, 정작 소방 인프라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특수 화재 대응 전담 소방 조직 신설이 절실한데, ‘협의’ 단계에만 머물러 있다. 김성현 포항시 산업단지조성팀장은 “5개년 계획에 반영이 필요하고, 부지 매입비와 인력 충원 등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는 게 소방서의 설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방서에서 원하는 부지 위치가 확인되면 부지를 조성해 제공할 계획인데, 이미 내부적으로 의사 타진은 했다”라면서도 “지난 4월 소방서에 부지를 최대한 맞춰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포항시 배터리첨단산업과 관계자는 “배터리 팩이 내부에 있어서 육안이나 사전 검사에는 한계가 있어서 수시 점검과 안전 관리 강화를 업체에 요청하고 있다”라면서 “블루밸리 산단보다는 영일만 산단에 이차전지 업체가 더 많이 집적됐지만, 관련 법규에 따라 건물 간 이격 거리가 확보돼 있어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인근 공장으로 불이 옮겨붙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31

법 바뀌어도 꿈쩍 않는 ‘캠핑카 알박기’

포항시 남구 상도동 형산강 둔치주차장과 북구 용흥동 연화재 공영주차장 곳곳은 캠핑카가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지난달 10일부터 주차장법 개정 시행으로 무료 공영주차장에 1개월 이상 방치된 차량을 지자체가 직접 견인·보관·폐차할 수 있도록 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장기 주차로 인한 주민 불편과 공영주차장 이용 불합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지만, 포항시가 계도에만 집중하면서 장기 주차 캠핑카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바뀐 주차장법을 들여다보면, 승용차뿐 아니라 캠핑카도 적용할 수 있다. 일반 차량은 1개월 이상, 파손·분해로 운행이 불가능한 차량은 15일 이상 방치되면 이동 명령을 할 수 있다. 불응하면 견인 대상이 되고, 끝내 찾지 않으면 매각이나 폐차 절차로 이어진다. 법적 근거가 있지만, 현장에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캠핑카는 장기간 주차가 잦아 단순 견인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이런 탓에 전국 곳곳에서 ‘캠핑카 알박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포항시는 지속적인 계도와 주차 금지 안내만 하고 있다. 캠핑카 등 장기 주차 차량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이 주차장법에 담기지 않아서다. 주민 불편 해소를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견인 업체나 보관 장소를 확보하는 것도 힘들다. 포항시 교통지원과 관계자는 “계도와 견인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다 강제력이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정이 이렇다니 충북 청주시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조례를 개정해 48시간 이상 장기 주차 차량에 요금을 부과했다. 하루 최대 8000원, 한 달 최대 24만 원이다. 이 조치로 실제 캠핑카 60여 대가 이동했고, 주차 공간을 회수하는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단속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광주는 법 시행 이후 강제 조치 실적이 전무하다. 견인업체 부족과 보관 장소 한계, 비용 부담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일각에서는 “법만 있고 집행은 없는 상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문근종 계명대 건축학과 교수는 “공공시설을 개인 차고처럼 방치하거나 장기간 차지할 때는 과태료를 부과하든, 최소한 이용료를 물리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 개정으로 견인 권한이 보장된 것은 의미 있지만, 지자체는 보관 장소 부족과 비용 문제, 주민 반발 등으로 적극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단속과 견인에 그치지 않고 과태료 부과나 장기 주차제 운용 같은 강제력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31

경북도 고려인 정착 위한 첫 공개 대토론회 개최

경북도가 고려인 동포의 안정적인 정착과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첫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경북도는 지난 30일 경주시 화랑마을 기파랑관에서 ‘지역과 함께하는 고려인 정착, 상생과 공존의 해법’을 주제로, ‘고려인 정착 방안 대토론회’를 열고, 경북도 내 고려인 동포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모색했다. 행사가 열린 경주시는 현재 도내 전체 고려인 인구의 약 91%에 해당하는 약 5800여 명의 고려인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사실상 고려인 정착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2024년 통계에 따르면, 경북도 내 외국인 주민 수는 총 11만8274명이며, 이 가운데 고려인 동포는 6401명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주 5838명, 경산 175명, 영천 148명, 기타 지역 240명 등으로 나타났다. 이날 토론회 주제 발표는 정지윤 명지대학교 교수와 김춘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가 각각 ‘고려인 동포 삶의 질적 향상과 지원을 위한 과제’, ‘고려인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통해 고려인 동포의 역사적 배경과 현재의 정착 문제를 짚고 지역사회 연계 전략을 제시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정지윤 교수가 좌장을 맡아 권광택 경북도의회 행정보건복지위원장, 최영미 한양대학교 글로벌다문화연구원 교수 등 행정·의회·학계·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해 고려인 동포의 현장 실태를 공유하고 법률적·제도적 개선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토론자들은 언어교육 지원, 자녀교육 문제 해결, 주거·고용 안정, 지역주민과의 소통 확대 등 구체적 과제를 제안하며, 경북도가 선도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장에 참석한 고려인 동포들이 직접 생활 속 어려움을 소개하며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경북도는 그동안 외국인 주민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2023년 외국인공동체과 신설, 광역 지자체 최초 ‘이민정책기본계획’ 수립, 광역형 비자제도 도입 주도, K-드림외국인지원센터(구미), 해외인재유치센터(우즈베키스탄), 외국인상담센터(14개소) 운영, 어린이집 보육료 및 의료비 지원,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환경 개선, 한국어 교육 및 문화·체육 교류 행사 등 유입부터 정주까지 전 주기에 걸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상수 경북도 지방시대정책국장은 “고려인 동포는 단순한 외국인이 아니라 우리와 뿌리를 같이하는 소중한 동포”라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주거·교육·일자리 등 정착 기반을 더 강화해, 고려인 동포가 도민과 함께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지역사회와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북도는 앞으로도 고려인 동포를 포함한 외국인 주민과의 상생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8-31

경북도 서울서 ‘경주 SMR 국가산단’ 투자설명회 개최

경북도와 경주시가 공동 주최한 ‘경주 소형모듈원자로(SMR) 국가산업단지 투자설명회’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번 설명회는 경북이 미래 원자력 산업의 글로벌 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국내외 기업 및 연구기관의 투자 유치를 본격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또한, 경북도·경주시·한국아태경제협회 간 투자·통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도 함께 열려, 2025 APEC 정상회의와 연계한 글로벌 투자유치 활동도 이어갔다. 특히, 한화오션, 포스코E&C, GS건설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을 비롯해 한국원자력산업협회 회원사, SMR 얼라이언스 참여 기업 등 100여 개 기업 및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경북도와 경주시는 투자환경 소개(IR), SMR 산업 동향 및 기술 전망 특강, 전문가 패널 토론, 네트워킹을 진행했다. 특히 전문가 패널 토론에서는 정범진 경희대 교수, 손태영 한국수력원자력 SMR사업기획부장, 권혁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장 등 국내 원자력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해 산업 생태계 조성과 상용화 전략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펼쳤다. 경주 SMR 국가산업단지는 총사업비 3936억 원을 투입해 경주시 문무대왕면 일원에 약 113만㎡(34만 평) 규모로 2032년까지 조성될 예정이다. 시행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맡으며, 혁신형 i-SMR 제조를 중심으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집적화하고, 글로벌 수출형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단지는 단순한 제조단지를 넘어, SMR 기술의 연구개발(R&D), 시험·인증, 인력양성, 국제 협력까지 포괄하는 종합 에너지 클러스터로 조성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북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국가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남억 경북도 공항투자본부장은 “원자력과 SMR 산업은 국가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미래 성장 동력”이라며 “경북도는 정부, 기업 및 관련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안정적인 투자환경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송호준 경주시 부시장은 “SMR 국가산단은 경북·경주가 미래 원자력 산업의 글로벌 거점으로 도약하는 핵심 프로젝트”라며 “이번 설명회를 통해 기업과 연구기관의 투자 관심을 이끌어내고, 차세대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북도와 경주시는 오는 9월 29일 데모데이를 시작으로 11월 27일 서울, 28~29일 경주에서 3일간 20여 개국 200여 명의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시·군별 산업입지 설명과 경북 미래전략산업별 대표 기업들의 투자설명을 이어간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8-31

‘워터 퐝 페스티벌’ 곽세현군 영상 205만 돌파

지난 8~9일 경북매일신문이 올해 처음 선보인 ‘2025 SUMMER 워터 퐝 FESTIVAL’에서 화려한 랩 실력을 뽐낸 포항 장흥중학교 1학년 곽세현군(13)의 무대 영상 조회수가 23일 만에 205만 회를 돌파하며 온라인과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같은 추세라면 10월말쯤에는 조회수 500만회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포항 14살 클라스, 염따 파트 맡았는데 잘함’이라는 제목의 동영상과 글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동영상에는 지난달 9일 포항 영일대 해상 누각에서 열린 ‘워터 퐝 FESTIVAL’에서 곽군이 쇼미더머니 출신 래퍼 래원의 힙합 공연 무대에 올라 그동안 갈고 닦은 랩 실력을 뽐내는 모습이 담겼다. 8월 31일 오후 2시 기준 ‘워터 퐝 FESTIVAL’ 의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 된 59초짜리 숏폼 동영상의 조회수는 무려 205만1000회를 기록했다. 좋아요 역시 6만7000개가 달렸다. 곽군의 인스타 그램에 게재된 동영상 역시 12만5000회의 조회수와 좋아요 3864개나 달리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도 ‘나도 래원이랑 공연해 봤음 좋겠다’, ‘성공한 남자’, ‘무대 장악력이 대단하다’는 등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곽세현군은 “인기 스타가 된 기분”이라면서 “팔로워 수도 계속 늘고 있고, 영상을 본 사람들로부터 잘한다고 칭찬을 들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