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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행정통합 대구시장 궐위로 지연?···李 대통령 “이럴 때가 오히려 찬스”

“이럴 때가 오히려 찬스 아닌가.”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지방시대위원회 보고회에서 대구·경북(TK) 행정 통합 논의가 대구시장 궐위 상태라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한 말이다. 지방시대위원회는 이날 ‘5극 3특 중심 균형성장 전략’ 의 큰 틀을 소개한 뒤 구체적인 과제로 ‘광역 연합 및 행정구역 통합’ 추진 상황을 설명했다.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보고회에서 “지역 단위로 5극 3특을 설명하지만, 시도 간 협업이 필요하다”며 “대구시는 TK통합은 시일이 걸리고 어려우니 사업을 함께 할 수 있는 연합 특별지자체를 만들고 싶어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대구시장이 궐위 상태라 당장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럴 때가 오히려 찬스 아닌가”라며 “행정 통합이나 연합 문제는 마지막에 정치적 이해 관계 때문에 발목 잡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연합은 정치적 갈등이 덜 하지만 통합으로 가면 디테일에서 갈등이 생긴다”고 했다. 행정구역 통합을 시도할 때 관청 소재지 등을 두고 당사자 간 갈등이 빚어져 일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했던 점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행정안전부에서 좀 풀어줘야 한다. 규정상 본청 소재지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정해야 한다”고 답변했고, 이 대통령은 “(본청을) 복수로 둬도 되지 않나. 그것도 연구를 한 번 해보세요”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도 (관청 건물이) 하나가 아니라 10~20미터 떨어진 곳에 복수로 있지 않나. 기껏해야 1시간 이내의 거리인데 (통합 전 행정단위) 2곳에 같이 관청을 두면 안 되나”라며 “제가 했으면 아예 도청(통합관청)을 딱 경계에다가 걸쳐서 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난이 아니고, 실용적 측면에서 그런 걸로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통합관청의) 주소가 꼭 하나의 필지여야만 하는 건 아니잖나”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분권·균형발전·자치 강화는 대한민국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국가적 생존 전략”이라며 지방시대위원회의 ‘5극 3특 국토공간 대전환 전략’ 추진에 힘을 보탰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성장의 동력을 새롭게 확보해야 할 시점”이라며 “그동안 수도권 중심의 일극 체제를 통해서 성장 전략을 추진해 왔고, 상당한 성과를 냈던 것은 역사적 사실이지만 최근 수도권 집중이 지나치게 강화되면서 오히려 성장의 잠재력을 훼손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2-08

최은석 나오고, 주호영 ‘내년 초 결심’⋯野 대구시장 경쟁 본격화

내년 6월 치러지는 대구시장 선거를 앞두고 대구 지역구 국회의원 12명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6명이 잠재적 출마자로 거론되면서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중도 사퇴로 현직 시장 프리미엄이 사라진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6선 중진이자 국회부의장인 국민의힘 주호영(수성갑) 의원은 8일 대구에서 열린 아시아포럼(대구경북 중견언론인 모임) 초청 간담회에서 “사실 출마에 대해 고민도 했고 준비도 상당히 해왔다”며 출마의지를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대구·경북의 주요 현안이 대부분 특별법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광역단체장은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한 협상·입법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현역 중진 의원으로서의 강점을 피력했다. CJ제일제당 대표 출신인 초선의 최은석(대구 동구·군위갑) 의원은 이미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대구 GRDP가 전국 최하위 수준인데, 경제 전문가가 시장을 맡지 않으면 회생이 어렵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고위 경제관료 출신인 추경호(달성군) 의원과의 비교 질문에는 “추 의원은 거시경제, 나는 실물경제 전문가”라며 “대구가 지금 필요한 건 실물 경제 회복”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3선의 추경호 의원도 유력 후보군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최근 구속 위기를 넘기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을 다소 털어낸 그는 “출마여부는 내년 1월중 발표하겠다”고 했다. 4선의 윤재옥(달서을) 의원도 출마를 고민 중이다. 그는 원내대표와 대선 총괄선대본부장을 역임하며 전국 단위 조직 장악력을 검증받았고, 당내 신망도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시 4선의 김상훈(서구) 의원도 지역 민심 청취 활동을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안정적 조직 기반을 갖추고 있어, 본격적인 레이스에 뛰어들 경우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유영하(달서갑) 의원은 2022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식 지지를 등에 업고 도전한 바 있다. 이번에도 ‘친박’ 표심을 결집해 재도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전직 의원 중에서는 홍석준 전 의원이 지역 행사 참석을 늘리고 현수막을 내거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이재명 정부와의 갈등 과정에서 전국적 인지도를 높인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출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으로는 3선의 이태훈 달서구청장이 대구시 신청사 이전 문제 등 현안에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반면 3선 배광식 북구청장은 최근 환경공무직 채용 비리 의혹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되며 출마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도 유력 인사가 거론된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여전히 대구에서 높은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수성갑에서 당선돼 전국적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홍의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도 20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민주당에 복당한 이력이 있어 잠재적 후보로 언급된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2-08

두들김의 향연 ‘난타’ 짜릿한 선물

한국 대표 넌버벌 뮤지컬 ‘난타’가 오는 19일부터 25일까지 대구 수성아트피아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올해로 28주년을 맞이한 장수 공연이자, 스테디셀러인 ‘난타’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쾌하고 짜릿한 선물 같은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1997년 초연된 ‘난타’는 한국 전통 가락인 사물놀이 리듬을 활용해 주방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소동을 코믹하게 풀어낸 한국 최초의 비언어극(Non-verbal Performance)이다. 대사 없이 리듬과 표정, 몸짓만으로 웃음과 감동을 전달하며, 언어 장벽을 넘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칼과 도마, 냄비와 프라이팬 등 주방 도구들이 리듬 악기로 변신해 쉼 없는 비트와 정교한 타악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특히 관객 참여형 ‘만두 쌓기 게임’, 전통혼례, ‘삼고무’ 같은 하이라이트 장면들이 관객의 웃음과 박수를 자아낸다. ‘난타’는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1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공연 역사상 최다 관객을 기록한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서울 전용관과 전국 순회공연, 해외 투어를 통해 공연예술의 산업적 지속성과 예술적 완성도를 입증했다. 1999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최고 평점을 받고, 2003년에는 브로드웨이에서 한국 공연 최초로 시즌 오프닝작으로 선정되며 글로벌 명성을 쌓았다. 공연팀은 시대 변화에 맞춰 음악과 장면을 세련되게 다듬어 ‘새롭고 즐거운 공연’을 만들며, 전통 리듬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언어 장벽을 넘어 해외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난타’는 비언어 퍼포먼스의 원조로서 한국 공연예술계에 큰 영향을 미쳤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 1순위 공연으로 자리 잡아 글로벌 문화 교류의 대표 사례가 됐다. 이번 수성아트피아 공연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특별히 구성된 ‘연말 버전’이다. 신나는 타악의 리듬 속에 가족, 연인, 친구 모두가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연말 최고의 가족 공연으로 기대를 모은다. 화려한 타악 퍼포먼스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더해져 무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축제처럼 펼쳐진다. 특히 24일과 25일 양일간의 공연에서는 관객과 함께하는 특별한 이벤트도 준비돼 있어,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는 ‘올해의 가장 신나는 크리스마스’를 선물할 예정이다. 공연 시간은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와 6시, 일요일 오후 3시, 그리고 25일에는 오후 3시에 진행된다. 공연 문의는 수성아트피아(053-668-1800)로 하면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08

잊혀진 세계, 그러나 늘 존재해온 ‘우주’

경주 라우갤러리가 올해 마지막 초대전으로 오는 14일까지 서양화가 김성해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김 작가로서는 경주 지역 첫 초대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는 오랜 시간 천착해온 우주적 시공간과 자연의 숭고미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에서는 오로라, 설산, 우주 공간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김성해 작가는 “하늘 한번 바라보기 힘들 만큼 쫓기는 현대인에게 잊혀진 세계, 그러나 늘 존재해온 우주적 공간을 표현했다”고 말한다. 대표작 ‘Aurora: Whispers in the Dark’(2025)는 눈 덮인 설산과 유동적인 하늘의 대비를 통해 고난과 위안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설산은 삶의 난관을 은유하지만, 그 위에 펼쳐진 오로라는 희망의 상징으로 작용한다. 또 다른 작품 ‘Between Light and Void’(2025)는 추상표현주의적 기법으로 우주적 풍경을 재해석했다. 어둠 속에서 화려하게 흩어지는 색점은 ‘빈 공간과 빛의 관계’를 궁구하며 고대 원자론자들이 주장한 ‘허공의 중요성’을 시각화한다. ‘Chaos’(2023), ‘Cosmos Within’(2025), ‘Creation & Extinction’(2025) 등 대립적 개념을 융합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Chaos’는 혼돈 속 잠재된 질서의 씨앗을, ‘Cosmos Within’은 내부화된 우주의 조화를 표현한다. 특히 ‘The Galaxy’(2024)는 지상과 우주의 경계를 해체하며, ‘Whispers Beyond the Cosmos’(2025)에서는 식물적 형상 속에서 우주를 읽어내는 현대적 신비주의를 엿볼 수 있다. 전시의 백미는 낭만적 취향과 철학적 성찰의 결합이다. 대부분 작품에서 하늘 부분이 지상을 압도하며, 다채로운 색채로 물든 천상과 창백한 흑백의 지상은 “현실 너머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상징한다. 작가는 “낮이 임무를 성취하는 단계적 시간이라면, 밤은 꿈과 무의식이 도약하는 공간”이라며 ‘Into the Space’(2024)에서 소용돌이치는 우주의 에너지를 표현했다고 전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전시 기간 중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도 예정돼 있다. 김성해 작가는 “관객들이 작품을 통해 잠시나마 일상의 번잡함을 잊고 우주적 스케일의 사유를 경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성해 작가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미술디자인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서울미협 초대작가, 대한민국 회화대전 추천 작가로, 창작예술협회, G-Art, 홍익미술협회 등 다수의 협회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40여 회 이상의 단체전과 개인전을 통해 꾸준한 창작 세계를 선보이며, 서울국제대상전(2025), 대한민국 회화대전(2023·2024), 현대미술작은그림축전 등에서 수상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08

세계적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20일 경주문화예술의전당 공연

일본의 세계적인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콘서트 ‘2025 유키 구라모토 콘서트 Peacefully' 가 오는 20일 오후 5시 경주예술의전당 화랑홀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유키 구라모토가 올해 발표한 앨범 ‘PEACEFULLY’와 동일한 이름으로 일상 속 작지만 소중한 것들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따뜻한 연말 공연으로 꾸며진다. 유키 구라모토는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맑고 담백한 음악 세계로 국내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무대에서는 피아노의 고요한 선율을 통해 바쁜 현대인들에게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시간을 선사할 계획이다. 1부는 유키 구라모토의 솔로 피아노 연주로 시작되며, 2부는 그가 애정하는 피아노 퀸텟(5중주)과 현악 사중주단의 협연으로 꾸며진다. 2부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윤, 첼리스트 배성우, 플루티스트 한지은, 그리고 클라리넷 연주자 강신일이 함께 참여한다. 유키 구라모토는 1999년부터 매년 한국을 방문하며 다양한 공연과 음반 활동을 펼치며 한국 클래식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한 360여 곡 중 ‘Lake Louise’, ‘Romance’, ‘Meditation’, ‘Dawn’ 등 다수의 히트곡이 드라마 OST와 광고 음악을 통해 대중에게 친숙하다. 유키 구라모토 콘서트 티켓은 티켓링크와 놀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문의전화(1688-8616)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08

윤곽 드러나는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군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군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대구 수성구갑이 지역구인 주호영 국회 부의장은 8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그는 이날 대구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대구경북 중견언론인 모임) 토론회에 초청돼 “어느 정도 대구시장에 필요한 준비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대구 시민 뜻을 확인하고, 지역 국회의원들과도 협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내년 초까지는 결심을 하겠다“고 했다. 주 부의장은 지방선거 때마다 대구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다. 유력한 후보군인 추경호(달성) 의원도 지난 3일 법원에 의해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대구시장 출마 여부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추 의원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현재 출마여부를 고민중이며 내년 1월 중 공식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특검과 정부의 수사가 잘못됐다는 점이 부각되면 시장 공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지난 5일에는 대기업 출신의 초선인 최은석(대구 동구·군위군 갑) 의원도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공식화 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문제가 공론화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재옥(대구 달서구을) 의원과 유영하(대구 달서구갑) 의원,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유력 후보군으로 꼽힌다. 민주당에서는 현재 출사표를 던진 홍의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과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후보 물망에 올라 있다. 여야의 극심한 정쟁으로 내년 TK지역 지방선거 역시 중앙정치 프레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자칫 내년 선거가 중앙정치 연장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측면에서 지역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거전이 TK지역의 비전 실현과 현안 해결 해법을 찾는 정책 대결로 흐를 수 있도록 언론은 관련 정보나 의제를 충분히 보도할 필요가 있다. 선거 때마다 지방의제가 부족하다 보니 유권자들이 중앙정치 프레임 속에서 투표를 하게 되는 것이다.

2025-12-08

대구안경산업 고도화 더 이상 늦추지 말아야

얼마 전 대구서 열린 대통령 주재 타운홀 미팅에서 제기된 대구안경산업 육성에 대한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대구시의 후속 조치가 시작됐다. 대구시는 지난주 김정기 시장 권한대행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에서 ‘K-아이웨어 글로벌 거점도시 도약 간담회’를 가졌다. 대구시는 이 자리서 내년도 국가 예산에 반영된 안경산업 고도화 육성비를 활용해 대구를 글로벌 안경산업 허브로 육성할 계획임을 밝혔다. 대구는 일찍부터 안경산업이 발달해 현재 안경 제조업의 80% 이상이 모여 있는 안경특화 도시다. 정부는 이런 특성을 감안 2006년 대구를 안경산업특구로 지정해 신소재와 디자인 연구개발, 첨단공장 조성 등을 추진했다. 대구의 안경산업 글로벌화를 유도했지만 시장 변화 등으로 실효적인 성과는 내지 못했다. 세계 경제침체와 해외 유명브랜드의 시장 잠식 등으로 영세한 지역안경산업은 오히려 수출이 줄고, 수입이 늘어났다. 2018년 1억2300만 달러에 달하던 안경태 수출이 5년 만에 30%가 감소하고, 수입은 되레 20% 이상 늘어났다. 수출효자 상품으로 떠올랐던 선글라스도 최근 3년간 내리막길이다. 한국과 중국업체 간 기술격차가 줄고 수도권 안경브랜드가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기면서 지역 안경산업의 기반이 흔들렸다. 특히 지역의 영세기업이 제조공정이나 디자인 혁신을 이루지 못한 것은 성장 발목을 잡은 주 원인이다. 김 권한대행은 “국내 안경산업은 고급 디자인과 기술력이 더해지면 충분히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며 첨단기술 융합과 브랜드 경쟁력 확보에 국비를 지원, 대구를 글로벌 안경산업의 거점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안경은 단순히 시력 교정 도구로 사용되는 시대는 지났다.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해 대중의 인기가 좋다. 대구는 수십 년간 영세기업들이 모여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안경산업을 발전시켜온 도시다. 디자인 혁신과 기술 고도화, 적극적인 마케팅이 더해진다면 얼마든지 성장이 가능하다. 대구시는 다시 한번 안경산업의 고도화에 역량을 모아주길 바란다.

2025-12-08

[기획]10년 동안 변화없는 대구경북 혁신도시⋯①대구·경북 혁신도시의 현주소⋯공실 늘고 주말에는 ‘텅 빈 도시’

<편집자주> 대구·경북 혁신도시는 1차 공공기관 이전의 핵심 성과로 주목받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약속은 절반만 이뤄진 채 멈춰 있다. 주말이면 상권이 텅 비고 공실률은 늘었으며, 지역경제와의 연결도 약해 ‘생활권 중심 신도시’라는 평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수도권 집중을 ‘국가 생존전략’을 흔드는 문제로 규정하며 2차 공공기관 이전 추진을 예고했다. 이는 대구·경북 혁신도시가 처음부터 다시 설계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자, 지역 정치·행정의 역량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지는 5회에 걸친 연속시리즈를 통해 혁신도시의 현주소와 실패 요인, 타 지역 사례, 재도약 전략을 심층적으로 짚고자 한다. ◇대구·경북 혁신도시의 현주소⋯공실 늘고 주말에는 ‘텅 빈 도시’ 대구·경북 혁신도시가 조성된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역민들이 기대했던 “혁신도시가 지역 성장의 새로운 엔진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지난 6일 찾은 대구 동구 신서동 새론중학교 앞 상가는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유동 인구가 거의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폐업한 점포의 유리창에는 임대 현수막과 철 지난 광고지가 겹겹이 붙어 있었고, 비어 있는 점포 출입문 앞에는 각종 고지서와 광고 전단이 쌓여 먼지와 함께 방치돼 있었다. 같은 날 방문한 신서동 혁신도시 중심부의 ‘우체국 신설부지’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잡초가 얼기설기 자라 있고, 방치된 쓰레기가 모래바람에 뒤섞여 부지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이곳은 2011년 당시 지식경제부가 우체국 신설을 전제로 1158㎡ 규모(약 350평)의 부지를 약 9억 원에 매입했지만, 우정사업본부가 수도권 위주로 우체국 신설 정책을 가져가면서 사업은 처음 계획 단계에서 멈춘 채 15년째 방치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대구혁신도시의 집합상가 공실률은 35.3%로 전국 혁신도시 중 세 번째로 높다. 김천혁신도시(42.1%)와 나주혁신도시(42.1%)에 이어 높은 수치로, 전국 혁신도시들의 상권 침체가 공통적으로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집합상가 공실률에서도 경북은 26.5%, 전남 24%, 울산 20.6%로 높게 나타났다. 대구혁신도시는 지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동구 신서동 등 9개 동 일원 421만6000㎡(128만 평)에 조성비 6858억 원, 용지비 7643억 원 등 총 1조 4501억 원을 투입해 조성됐다. 현재 의료생산업체 67곳, 첨복단지 연구기업 85곳 등 총 152개 기업이 입주했으며, 지난 6월 기준 주민은 8232세대·1만 6818명이다. 공공기관은 10곳이 이전해 있다. 하지만 혁신도시의 상권과 생활 기반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47)는 “손님이 꾸준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식당에서 카페로 업종을 바꿨다”며 “새로운 기관이 들어온다는 말만 많고, 실제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상인들도 “평일에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점심을 먹으러 잠깐 들렀다가 바로 빠져나가고, 저녁과 주말에는 손님이 아예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혁신도시 거주민들의 불만도 깊다. 주민 이모씨(45)는 “평일에는 공공기관 직원들로 붐비지만 주말이 되면 대부분 수도권으로 올라가 버려 도시가 텅 비는 게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며 “아이를 키우거나 오래 살기에는 교통도 불편하고 학교도 부족하다 보니 인구가 늘 구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초기 설계의 한계’라고 진단했다. 기업·대학·연구기관과의 산업 연계가 약하고, 교통·교육 등 정주 인프라가 취약해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고 머물지도 않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 이재숙(동구4) 대구시의원은 “혁신도시가 활성화되려면 정주 환경을 개선하고, 기업·대학과 연계되는 산업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며 “공공기관 이전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 동력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글·사진/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2-08

국민의힘, 수권 정당이 되려면

정당의 목적은 집권에 있고, 집권하려면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민주주의에서는 어떤 정당도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을 쥐고 있는 주권자의 뜻을 거역할 수 없다. 국민의힘(이하 ‘국힘’)이 주권자의 신뢰를 얻어 재기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반성과 혁신 여하에 달려 있다. 계엄과 탄핵으로 집권 3년 만에 또 다시 야당이 된 국힘에 대한 민심은 어떤가? 최근 여론조사(한국갤럽, 11월 28일)에 따르면 국힘의 지지율은 24%(민주당은 42%)이며, 대선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지지율이 20%대(민주당은 40%대)에 갇혀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장동 항소포기 외압 의혹, 여당의 독선과 입법 폭주 등 여권의 계속된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힘에 대한 지지율은 오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당 지지율을 좌우하는 중도층의 민심을 얻지 못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이처럼 저조한 지지율의 원인은 무엇인가? 정권을 잃고서도 반성과 쇄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개혁을 외면하는 구주류가 당을 장악하고 “윤석열을 버리고 당을 혁신하라”는 주권자의 명령을 거부하고 있다. 당대표 장동혁이 수감 중인 윤석열을 면회한 것은 민심과 싸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당대표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황교안을 두둔하고, ‘윤 어게인’을 외치는 극우세력과 야합하는 한 민심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김용태·안철수·윤희숙 등 세 차례 혁신위원회의 개혁안들도 모두 당 지도부가 뭉개버렸다. 자신의 잘못은 고치려하지 않으면서 상대의 잘못만 비판하는 장외투쟁으로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혁신에 소극적인 국힘은 ‘열린 보수’가 아니라 ‘닫힌 보수’이며, 닫힌 보수는 ‘확장성’이 없다. 극우화되어가는 국힘, 민심을 외면하고 당심을 앞세우는 국힘이 바로 닫힌 보수다. 내년 지방선거 경선규칙을 개정하여 당원투표 50%를 70%로 확대하고, 여론조사 50%를 30%로 축소하겠다는 것은 ‘민심을 거부하는 역주행’이다. 민심과 괴리된 당심 후보가 어떻게 본선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선거 승패를 결정하는 ‘중도층의 지지율이 국힘(15%)은 민주당(45%)의 1/3에 불과하다.(한국갤럽, 11월 28일 현재)’는 사실을 생각할 때 정말 어이없는 발상이다. 민심을 얻기 위해 여론의 반영비율을 확대해도 모자랄 판에 축소하겠다니 제정신이 아니다. 국힘이 수권 정당이 되려면 영남에 갇힌 ‘낙동강 정당’에서 벗어나 ‘수도권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당을 지배하고 있는 영남의원들이 기득권 유지에 안주하거나 ‘영남의 지역민심’을 ‘국민의 전체민심’이라고 우기면 재기불능이다. 보수의 생명력은 민심을 받드는 변화와 혁신에 있으며, 그것은 열린 보수이어야 가능하다. 유연한 변화를 중시하는 열린 보수는 민심에 민감하지만, 경직된 투쟁에 집착하는 닫힌 보수는 민심에 둔감하다. 민심을 받들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자신부터 먼저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것이 재기의 첩경임을 왜 모르는가?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2025-12-08

12월 3일에 대한 철학적 우울감

2024년 12월 3일 밤. 한 인간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던진 한마디. 이것으로 인하여 평온하던 세상은 알 수 없는 침묵과 우울감으로 뒤덮였다. 의학적 우울에피소드와는 전혀 다른 우울감이다. 이해할 수 없음에서 오는 심리상태. 억장이 무너지고, 미치고 팔짝 뛰는 침묵의 시간이 온 것이다. 의학 전문 용어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냥 ‘철학적 우울감’이라 해보자. 치료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지만. 기분이 너무 나쁘다. 나의 경우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지독하게 집착한 것도 아니었다. 민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소양이랄까. 뭐 이 정도의 범위 내에서 나름 올바른 견해를 갖기 위하여 적당히 관심을 두었다.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정치가 술판의 안주처럼 언제든 꺼내 씹을 수 있는 가벼운 화제였고, 금지되지 않은 신나는 주제였던 시절이 있었다. 정겨운 사람들과 화기애애한 술자리에서 ‘정치라는 안주’를 씹으면서 웃고 떠들었다. 가타부타 갑론을박하다가, ‘그래 너 말도 맞아’ 하면서 상대를 치켜세워 주기도 하고, ‘뭔 개소리야’ 하면서 상대를 몰아붙이기도 하였다. 정치판을 떠도는 사람들을 술판의 안주 삼아 맛나게 씹어대고 삼켰다. 술자리가 더 흥성거릴지언정 분위기가 망가지는 일은 없었다. 이런 개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1968년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미국, 일본까지 퍼진 ‘68혁명’은, 전통, 권위, 군사주의, 자본주의, 성도덕, 학벌과 교육의 위계에 대한 저항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전 세계를 들끓게 하였다. 냉전과 핵전쟁의 공포, 소비사회와 중산층의 확대, 교육의 팽창과 지식인의 각성, 베트남 전쟁이라는 화두 중심으로, 푸코, 들뢰즈, 데리다와 같은 포스트모던 철학이 본격적으로 전면에 등장하여, 국가권력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학벌·성적·규율 중심의 교육, 가부장제 및 성에 대한 금기를 비판하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68혁명과 같은 정신적 변곡점을 거칠 수 없는 못한 불우한 지리적, 환경적 상황에 있었다. 남북 대치 상황과 군부독재 속에서도 우리는 나름 민주주의를 지키고, 키워왔다. 순국선열과 민주열사들의 피로 지켜온 21세기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는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믿었다. 2024년 12월 3일까지는. 믿음은 깨어졌고, 사람들은 침묵 속에서 침잠하여 들어갔다. 문제의 인간을 신속하게 권력의 정점에서 제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침묵과 혼돈이 계속되고 있다. 왜 그럴까? 계속된 혼돈의 이유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반드시 그 이유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민주주의는, ‘권력을 절대로 믿지 않는다는 철학적 불신’의 제도화이다. 권력이 시민을 두려워할 때 민주주의는 시작된다. 우리가 느끼는 이 ‘철학적 우울함’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감각의 증거이다. 철학적 우울은 패배가 아니라, 잊지 않겠다는 공적 기억의 방식이다. 민주주의는 이러한 시민의 우울감에서 세워진다. 우울을 느끼는 시민이 사라지는 순간, 독재는 완성된다. 철학적 우울은 인류가 ‘자유를 감각하는 방식’이자, 상처받은 자유를 치유하는 ‘정치적 명약’이다. 우울감을 즐기자. 이러한 감각은, 당신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더욱 마음껏 즐겨라. 아직도 그날을 옹호하는 그들보다는 덜 괴롭고, 훨씬 덜 우울할 테니. /공봉학 변호사

2025-12-08

초겨울 단상(斷想)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겨울의 문턱을 넘어섰다. 봄의 신록과 여름의 녹음, 가을 단풍에 이어 이제 곧 설경이 펼쳐질 것이다. 수시로 얼굴색을 바꾸는 중국의 변검(變臉) 배우처럼, 자연은 계절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생태계는 얼핏 보면 일사불란한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면 천차만별 제각각인 걸 알 수 있다. 겨울을 맞는 모습도 그렇다. 일찌감치 잎을 다 떨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서 있는 나무들이 있는가 하면, 무슨 미련인지 늦도록 푸른 잎을 달고 있다가 한파에 얼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풀들은 더 다양한 모습이다. 가을이 되기도 전에 씨앗을 맺고 말라버린 줄기로 생을 마감하는 풀도 있고, 된서리를 맞고도 쉽사리 포기하지 않는 풀들도 있다. 더구나 벌초를 한 자리에 새로 돋아난 풀들은 그런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다가 겨울을 맞기도 한다. 내가 산책하는 들길에서는 쑥과 개망초가 특히 눈길을 끈다. 정상적인 과정을 거친 것들은 벌써 씨앗을 맺고 메마른 줄기로 홀가분하게 서 있다. 그러나 예초기로 배어낸 길가에 새로 돋아난 쑥과 개망초는 봄보다 더 왕성한 기세로 자라서 계절을 무색케 한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도, 용을 쓰느라 붉어진 얼굴처럼 잎을 적갈색으로 바꾸고 최대한 버틴다. 하지만 혹한이 닥치면 결국에는 얼어 죽고 말 것이다. 무모하고 불합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일이지만 사람이 나서서 뭐라고 할 일은 아닐 것이다. 일견 복잡하고 혼란해 보이는 자연생태계도 분명 일관하는 원리와 법칙이 없지 않을 터이다. 어찌 지구생태계 뿐이겠는가, 시시각각 변화무쌍하고 무궁무진한 우주만상에 불변의 원리와 질서가 어찌 없겠는가. 기독교와 이슬람은 세계를 신의 창조와 섭리로 보았고, 불교는 인과의 그물인 연기(緣起)가 세상 모든 존재를 엮고 있다고 보았다. 도가(道家)는 억지로 꾸미지 않고, 스스로 그러함에 맡기는 자연(自然)의 길을 따르라고 하고, 성리학은 우주를 움직이는 근본 원리인 이(理)와 그것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기(氣)를 통해 인간과 세상의 구조를 설명하려 했다. 그렇듯 인류가 수천 년 동안 각종 종교나 사상, 과학을 통해서 끊임없이 탐구하고 주장해왔지만, 그 모두를 통합하는 하나의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생로병사(生老病死)로 요약되는 우리의 인생사 역시 지구생태계의 일부라는 생물학적 조건을 벗어날 순 없다.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려는 복잡계이론(Complex System Theory)이 말하듯, 수많은 변수와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이 얽히고설켜 우리의 삶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아무리 복잡다단해 보여도, 그 모든 것을 일관하는 본질과 원리, 그리고 섭리는 분명 존재할 것이다. 구태여 우리가 그것을 다 알거나 이해할 필요는 없을지라도. 삭막한 초겨울의 풍경 속에서, 나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겨울을 맞고 있는지 생각한다. 처지와 환경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혹한에 대비하는 초목들처럼 나 또한 나에게 가장 적당한 자세와 지향이 있을 터이다. 찬바람으로 와 닿는 초겨울의 전언을 온몸으로 듣는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2025-12-08

버려지기엔 아까운 자원 ‘못난이 농산물’

안동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김모씨(65) 는 매년 자연재해를 입었거나, 모양이 울퉁불퉁하거나, 색이 고르지 않다는 이유로 수확량의 20% 가량을 ‘B급 농산물’로 분류해 헐값에 팔거나 폐기처분한다. 8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농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중 평균 10~30%가 외형적 결함때문에 시장에 나오지 못한다. 이는 농가 소득 감소로 직결될 뿐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환경 문제를 심화시킨다. 세계적으로도 상황은 심각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매년 약 13억t의 농산물이 외형적 이유로 버려진다고 추산한다. 이는 전체 식품 생산량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해 잼, 주스, 스낵 등 가공식품을 만드는 청년 창업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스타트업은 ‘못난이 농산물 꾸러미’ 구독 서비스를 운영해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공급한다. 가격은 일반 농산물 보다 20~60% 저렴해 가성비 소비를 원하는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맛과 영양도 A급과 다르지 않다. 사과·복숭아·참외·포도·마늘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경북에서도 외형이 불균형하거나 흠집이 있는 농산물은 여전히 ‘B급’으로 분류돼 제값을 받지 못하거나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성주군은 못난이 참외를 활용해 참외즙, 아이스크림, 화장품 등으로 가공 산업을 확장하고 있다. 의성군은 ‘B급’ 마늘을 활용한 흑마늘 가공품, 청도 반시와 경산 포도 역시 잼, 와인, 식초 등으로 가공해 지역 브랜드화에 성공했다. 성주군의 한 참외 농가는 “못난이 참외는 예전엔 버려야 했지만, 지금은 가공업체와 연계해 판매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경산에서 포도 농사를 짓는 청년 창업가는 “못난이 포도로 만든 와인이 오히려 개성 있는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소비자 인식이 바뀌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북도의회에서도 제도적 지원에 나섰다. 정영길 의원은 제359회 제2차 정례회에서 ‘경북 재해피해농산물 등 판매촉진 지원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는 품질확인 인증제를 도입해 영양성분 분석, 안전성 검사, 품질확인 표시제를 운영해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광역직거래센터와 연계한 판로 확대, 판매 컨설팅, 가공품 개발, 전용 포장재 제작 지원, 사회적 취약계층 대상 지원 사업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번 조례안은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수산물 품질관리법’ 등 관련 법률에 근거해 ‘재해피해농산물 등’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한 전국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B급 농산물은 단순히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식량 자원과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며 “지역 농가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친환경 가치 소비가 확산돼야 한다”고 전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2-08

포항시 도시재생 프로젝트···복합문화·예술공간 동빈문화창고 1969 개관

포항시의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탄생한 복합문화·예술공간 ‘동빈문화창고 1969’가 8일 개관식을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과거 어업 냉동창고로 사용되던 유휴 공간이 혁신적인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며, 산업유산의 문화적 재해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동빈문화창고 1969는 포항 구도심에 있는 50년 역사의 수협 냉동창고를 리모델링해 조성됐다. 총면적 1500㎡ 규모로 전시실, 공연장, 창작 스튜디오, 커뮤니티 라운지 등을 갖췄다.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연계해 추진된 이 사업은 국비를 지원받으며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개관식은 ‘Culture-ship 2025–문화의 바다로 떠나는 항해’를 주제로 열렸다. 과거 포항 수산업의 중심지였던 수협냉동창고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시민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상징적 순간이었다. 행사에는 수협 임직원과 문화예술계 인사, 지역 크리에이터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산업유산 보존과 문화적 재해석이 결합된 공간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했다. 개관식에서는 제막식을 시작으로 동빈내항 아카이브 전시,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 트리오의 공연, 포항시민합창단과 꿈의무용단의 축하 무대가 펼쳐졌다. 또한 지역 창작자를 소개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팝업과 시민 참여 네트워킹 프로그램 ‘문화 多수다: Culture Wave Talk’도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지역문화 발전과 향후 공간 운영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공간의 개방성과 협업을 강조했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동빈문화창고1969는 산업유산이 문화유산으로 전환된 대표 사례”라며 “앞으로 해양문화 및 융복합 창제작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킬러콘텐츠 확보와 아카이브 구축, 전시·창작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동빈문화창고1969는 전시·공연·행사 등이 가능한 대관 공간 2개소(다목적홀 1·2)를 운영하며 지역 문화예술 활동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현재는 스틸아트 작품을 기반으로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무장애 전시 ‘모두의 스틸아트, 손으로 읽는 포항’이 13일까지 진행 중이며, 연말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08

법관대표회의,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 “위헌소지”

8일 경기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김예영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각급 법관 대표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8일 민주당이 추진중인 내란전담특별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 법안에 대해 위헌성 논란이 있고 재판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이 모인 회의체로 사법행정과 법관 독립에 관해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한다. 상정 안건은 참석 과반수가 동의해야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다. 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6시간동안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정기회의를 연 뒤 이같은 입장을 밝히고, “사법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국민의 기대와 판사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관대표회의는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 “비상계엄과 관련된 재판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국민의 지대한 관심과 우려에 대하여 엄중히 인식한다”면서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비상계엄 전담재판부 설치 관련 법안과 법 왜곡죄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형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위헌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므로 이에 대한 신중한 논의를 촉구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내란전담재판부와 법 왜곡죄 신설에 대한 논의는 애초 이날 안건에 포함돼있지 않았지만 회의 중 10명 이상 법관이 안건을 올리는 데 동의해 긴급 상정됐다. 표결에 참여한 법관대표 79명 중 50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법관의 인사 및 평가 제도 변경에 관해선 “재판의 독립과 법관 신분 보장, 나아가 국민의 사법 신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 논의나 사회 여론에 따라 성급하게 추진돼서는 안 된다”고 전제하면서 “충분한 연구와 폭넓은 논의를 거쳐 법관들의 의견뿐 아니라 국민들의 기대와 우려도 균형있게 수렴해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2-08

포항환경운동연합, ‘난개발’ 글로벌 기업혁신파크 전면 백지화 촉구

포항시와 한동대 등 7개 기관·기업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이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 일원에 추진 중인 ‘글로벌 기업혁신파크’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항환경운동연합은 8일 성명을 내어 “혁신을 가장한 아파트 건설 난개발 사업이고, 기후와 생태, 안전, 시민 재산권 측면에서 내용과 방향 모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사업부지 72만여㎡ 중 사업지구 64만8939㎡ 중 주거·복합용지 비중을 37%로 가장 크게 잡은 점을 지적했다. 수천 가구의 미분양 아파트가 누적된 포항에 기업혁신을 내세워 5876가구의 공동주택을 추가 공급한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난개발이고, 이 때문에 심각한 시민 자산가치 훼손과 지역 전체의 구조적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 또, 환경 파괴에 대한 구체적 실태와 저감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탓에 천마산, 천마곡습지일대 대규모 숲 훼손에 따른 기후 위기 안전망이 무너지는 것으로 판단했고, 양덕동의 유일한 도시 숲의 생태 축을기어파괴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특히,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는 형식적 절차에 그쳤고, 사업 타당성과 환경영향, 재원 조달, 토지 보상, 산업 유치 계획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정보가 제시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시민의 알 권리와 참여권이 철저히 배제된 사업은 정당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포항환경운동연합은 “이차전지 소재 공장이 밀집한 영일만4일반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유해 물질 노출 문제까지 고려하면 천마산과 천마지를 훼손하는 개발은 흥해읍과 양덕동 일대를 기후위기·환경위기·경제위기라는 총체적 위기로 내모는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포항시는 누구의 이익을 위해 숲 파괴에 이토록 적극적인가”라며 “혁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난개발을 멈추고, 글로벌 기업혁신파크를 전면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12-08

초록우산 포항후원회, 지역 아동 100명에 크리스마스 선물·체험 행사 마련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북지역본부와 초록우산 포항후원회가 연말을 맞아 지역 아동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했다. 두 기관은 지난 5일 ‘포항후원회 산타원정대’를 열고 포항 지역아동센터 아동 100명에게 크리스마스 체험 행사와 선물 꾸러미를 전달했다. ‘산타원정대’는 2007년부터 이어져 온 초록우산의 대표 연말 나눔 캠페인으로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따뜻한 연말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매년 진행되고 있다. 올해 행사는 후원회가 준비한 1000만 원 후원금 전달식을 시작으로 마술쇼·변검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이후 산타가 준비한 선물 꾸러미가 아동들에게 전달됐는데 블루투스 이어폰, 목도리, 멀티비타민, 무드등, 담요, 과자 세트 등이 포함돼 연말 분위기를 더했다. 포항후원회 성상민 회장은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나눔의 의미를 다시 느꼈다”며 “앞으로도 든든한 산타가 되어 아이들의 성장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정숙 경북지역본부장은 “후원자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를 선물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지역 아동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2-08

[기획] ‘포항인구를 지탱하는 힘, 외국인’

◇ 새벽 6시, 부추밭의 습기 속에서 하루를 견디는 사람 새벽 6시, 포항시 북구 기계면의 한 부추 농장. 공기는 차갑지만, 비닐하우스 안은 이미 묵직한 습기가 차오른다. 이 시간, 베트남 출신 노동자 티 항 탄항씨(33)가 조용히 몸을 일으킨다. 씻고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금세 땀이 맺힌다. 오전 7시, 사장님의 트럭이 골목에 들어서면 그는 다섯 명의 동료와 함께 짐칸에 오른다. 모두 고향을 떠나온 같은 베트남 사람들이다. 하루 종일 말을 섞을 수 있는 이들도 결국 서로뿐이다. 부추밭의 일은 단순해 보이지만 몸은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부추를 베고, 골라내고, 상자에 담고, 버릴 잎을 정리한 뒤 다음 모종을 심기 위해 흙과 비닐을 다시 다듬는 일은 허리와 손끝을 끊임없이 소모한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도 매번 조금씩 다른 힘과 집중을 요구하는 일이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점점 무거워진다. 흙과 땀은 어느새 뒤섞여 손바닥에 달라붙는다. 점심 무렵 작업이 잠시 멈출 때면 손끝은 얼얼하다. 하루 일정은 정해져 있지만, 실제 노동은 그날 배정된 작업량에 맞춰 흘러간다. 오후 1시 30분 다시 비닐하우스로 들어서면 열기가 갇혀 바깥보다 더 뜨겁다. 티 항 탄항 씨는 말없이 몸을 움직이다가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올해로 세 번째다. 계절근로자 제도는 최대 8개월만 머무를 수 있어 매년 다시 신청해야 하고 장기 체류나 직장 이동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는 “언니와 동생, 이렇게 셋이 같은 농가에서 일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임금이 곧 가족의 생계이기 때문이다. 티 항 탄항씨는 월급 약 190만 원 중 20만 원만 쓰고 “나머지는 모두 본가로 보낸다”고 했다. 언어는 여전히 높은 벽이다. 하루 노동을 마치고 나면 한국어를 공부할 힘이 남아 있지 않다. 한국 사회와 연결되는 통로는 거의 없고, 일터와 숙소, 가족이라는 좁은 세계만이 반복된다. 병원 방문은 특히 두렵다. 그는 “말을 잘못하면 오해가 생길까 걱정돼 사장님을 따라간다”고 털어놨다. 티 항 탄항씨는 “사장님이 잘해주셔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짧은 문장에는 고단함과 삶의 무게가 스며 있었다. ◇ 오전 8시 30분, 연구실의 불을 켜는 사람 아침 햇빛이 포항공대 캠퍼스에 비스듬히 내려앉을 때 첨단원자력공학과 건물 한편에서 불이 먼저 켜진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는 인도네시아 출신 유학생 주마로(27)다. 2021년 9월 포항에 온 뒤 그의 하루는 줄곧 이 시간에 시작됐다. 그는 정규 학위과정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D-2 유학비자로 체류하고 있으며 학업 성적과 재학 요건을 충족해야 비자를 연장할 수 있다. 생활비는 대학에서 제공하는 연구 급여로 해결한다. 주마로는 “생활비와 숙박비, 보험료까지 감당돼 큰 불편은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실의 아침은 언제나 고요하다. 그는 장비를 점검하고 실험 데이터를 확인하며 하루의 흐름을 만들어간다. 점심 후 잠시 눈을 붙인 뒤 다시 자리에 앉는다. 일정은 반복적이지만 그는 “금요일은 주간 세미나 때문에 가장 분주하다”고 말했다. 연구실 밖에서는 운동으로 마음을 다독인다. 포항의 조용함은 그에게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학식 근처 연못은 마음을 가라앉히는 공간이 됐다. 다만 도시의 말투는 처음엔 낯설었다. 그는 “사투리를 처음 들었을 때 사람들이 화난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풍경이 익숙해질수록 도시가 안고 있는 현실도 조금씩 드러났다. 한국의 근무 문화는 그에게 가장 큰 낯섦이었다. 그는 “연구실에 오래 남아 있을수록 성실하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저녁이 되면 집중력이 떨어져 효율이 낮아진다”는 이야기도 보탰다. 위계가 명확한 연구 문화도 적응이 필요했다. 언어 장벽은 일상 곳곳에서 드러났다. 행정 업무는 처리할 수 있었지만, 병원 진료는 여전히 어려웠다. 그는 “증상을 설명하고 진료 내용을 이해해야 해서 종종 친구의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기숙사의 공동 화장실과 샤워실도 불편한 요소였다. 포항시의 무료 한국어 교육 과정에도 참여했지만, 수업 난도는 그와 맞지 않았다. 반대로 언어교류 활동과 독서 모임은 외로움을 견디는 데 더 큰 도움이 됐다. 그는 “그런 모임이 한국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접점이었다”고 강조했다. 한국 체류를 위해 필요한 TOPIK 시험도 넘어야 했다. 그는 기준인 3급을 넘어 4급, 최근에는 6급까지 취득했다. 시험 방식에 대해 그는 “실제 실력보다 문제 풀이 요령에 비중이 크다”고 평가했다. 졸업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1년 남짓. 그는 판교의 기술기업과 대기업 여러 곳에 지원한 상태다. 이는 개인의 선호라기보다 구조가 만든 선택지였다. 첨단 실험 기반 연구 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 외국인이 E-7 전문직 비자로 전환해 장기 체류할 수 있는 고용 요건을 갖춘 기업은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포항은 연구하기에는 충분히 좋은 도시였지만 그는 이곳에서 미래를 이어갈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이 모순은 주마로 개인을 넘어 포항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또렷하게 드러낸다. 지역 대학은 세계에서 인재를 불러들이지만, 그 인재가 도시 안에 머물 수 있도록 받쳐주는 산업 기반은 부족하다. 포항이 길러낸 인재가 결국 도시 밖에서만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지방 대도시가 직면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그는 포항에 대해 따뜻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며 “포항은 행복과 고독이 함께 있는 숨은 보물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 두 개의 하루가 포항에 던지는 질문 비닐하우스에서 하루를 견디는 계절근로자와, 연구실에서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유학생의 하루는 서로 닿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두 하루는 포항이라는 공간 위에서 겹치며 우리가 숫자로만 읽어온 외국인의 존재를 구체적인 얼굴로 바꾼다. 티 항 탄항씨에게 포항은 생계를 붙드는 노동의 자리이고, 주마로에게 포항은 학문과 미래를 시험하는 공간이다. 서로 다른 언어와 이유로 이 도시에 왔지만, 두 사람은 ‘고립’과 ‘관계’라는 공통된 감정을 겪으며 포항을 살아낸다. 그들의 하루는 결국 같은 질문을 향한다. 포항은 외국인이 일하러 오는 도시를 넘어, 살아갈 수 있는 도시가 될 수 있는가. 비자, 언어, 노동, 제도, 관계망이라는 구조적 조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 질문은 계속해서 도시의 미래를 흔들 것이다. 글·사진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2-08

카뮈의 부조리, 청년에게 묻다, 극단 온누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23일 개막

“사람이 타인에게 올바르게 인식되기를 바란다면 스스로 누구인지를 솔직히 말해야 한다.” 카뮈의 문장처럼, 인간 존재가 마주한 부조리와 진실의 문제를 정면으로 묻는 연극이 연말 대구 무대에 오른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극단 온누리는 심리스릴러극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예술극장 온(대구 중구 경상감영길 294)무대에 올린다. 제22회 ‘호러와 함께, 2025 대구국제힐링공연예술제’ 공식 초청작으로, 카뮈의 첫 희곡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연출은 이국희, 출연진은 신숙희·김수정·신동우·박은솔·김선동이 무대를 이끈다. 작품은 음산한 지방 마을의 여인숙을 배경으로, 20년 만에 돌아온 아들 쟝과 그를 알아보지 못한 채 여행자라 여기는 어머니, 그리고 살기 위해 살인을 반복해온 여동생 마르타의 뒤틀린 관계를 통해 인간 존재의 모순과 허무를 그려나간다. 태양과 바다의 기억을 들려주는 손님 쟝을 제거하려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긴장 속에서, 관객은 각자가 짊어진 ‘운명의 바위’가 어디로 굴러갈지 끝내 예측할 수 없는 삶의 아이러니와 마주하게 된다. 이번 작품의 기획 의도는 ‘왜 다시 시지프스인가’라는 질문으로 요약된다. 치솟는 집값, 계급 고착, 기대조차 사치가 된 오늘의 청년 세대는 ‘아무리 밀어도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앞에 둔 시지프스와 닮아 있다. 포기는 무기력이 아니라 사회가 정한 성공 기준을 따르지 않겠다는 선택이며, 이는 카뮈가 말한 ‘반항’의 출발점이다. 남이 아닌 스스로 정한 기준으로 의미를 구성해나가는 삶의 방식, 그것이 오늘의 관객에게 작품이 건네는 메시지다. 극단 온누리는 1992년 창단 이후 지역 창작극 활성화와 전문 스태프 양성에 힘써온 대표 극단이다. 대구연극제 대상 5회·연출상 6회 등 최다 수상 기록을 보유하고, 2007년에는 예술극장 온을 개관해 작품 레퍼토리 구축에 힘써왔다. 이번 신작 역시 인간 조건의 본질을 묻는 카뮈의 질문을 스릴러적 긴장감 위에 올려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출을 맡은 이국희는 “카뮈가 말한 ‘반항의 윤리’를 무대 위에 실현하고자 했다”며 “허무로 귀결되는 비극 같지만, 작품은 끝내 “살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집념을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도 행복을 향해 멈추지 않는 비극적 의지, 그것이 이 연극이 관객에게 건네는 가장 깊은 울림이 아닌가 싶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12-08

경북도 종합청렴도 평가 시상식 개최···청렴 문화 정착 ‘가속화’

경북도가 8일 ‘2025년 경북 출자출연·보조기관 등 종합청렴도 평가’ 우수기관에 대한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도 산하 공공기관의 청렴 수준을 진단하고, 부패 유발 요인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종합청렴도 평가는 외부체감도, 내부체감도, 청렴노력도, 부패 실태 평가 등 네 가지 지표를 종합해 점수를 산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1등급에서 5등급까지 등급을 부여한다. 제도 시행 이후 기관별 청렴 수준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자리매김하며, 공공기관의 자율적 개선 노력을 촉진해 왔다. 올해 평가에서는 경북도 산하 23개 출자·출연·보조기관 가운데 상위 9개 기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최우수 기관으로는 경북장애인체육회가 선정됐다. 경북장애인체육회는 종합청렴도 1등급을 달성했으며 내부청렴도 1등급, 외부청렴도 2등급, 청렴노력도 2등급 등 전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어 종합청렴도 1등급을 받은 경북교통문화연수원이 우수 기관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경북테크노파크, 경북문화관광공사, 경북농식품유통교육진흥원, 경북경제진흥원, 경북여성정책개발원, 경북연구원, 경북인재평생교육재단 등 7개 기관이 종합청렴도 2등급을 달성해 장려 기관으로 선정됐다. 경북도는 2021년부터 청렴도 평가를 도입한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2021년 8.42점에서 2022년 8.70점, 2023년 8.78점, 2024년 8.78점에 이어 올해는 8.86점을 기록하며 청렴 문화가 기관 운영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입증했다. 김학홍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이날 시상식에서 “출자·출연기관의 청렴 문화 조성을 위한 노력이 경북도 청렴도 향상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며 “기관에 대한 신뢰의 바탕은 청렴이며, 이를 위한 지속적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경북도는 앞으로도 청렴도를 핵심 가치로 삼아 공공기관 운영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2-08

포항해경, 체장미달 대게 647마리 불법 포획한 70대 선장 검거

포항해양경찰서는 체장 9㎝ 이하의 체장미달 대게 647마리를 포획·은닉한 혐의로 70대 선장 A씨를 검거했다고 8일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5분쯤, 4t급 연안자망 어선 B호가 체장미달 대게를 대량으로 포획·판매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 포항파출소는 즉시 V-PASS(어선 위치발신장치) 분석과 출입항 기록 확인을 통해 해당 선박의 입항 예정 사실을 파악하고 잠복 단속에 들어갔다. 같은 날 오후 7시 11분쯤, 입항한 B호를 확인한 해경은 우현 선수 갑판 그물 아래에 숨겨진 체장미달 대게 647마리를 발견했다. 해경은 자원 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포항파출소 연안구조정을 이용, 여남갑 동방 1.25해리 해점에서 전량 방류를 마쳤다. 포항해경은 A씨를 상대로 불법 포획과 은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근안 포항해양경찰서장은 “체장미달 대게 포획은 자원 고갈을 초래하는 중대한 불법행위”라며 “겨울철 대게 성어기 기간 단속을 강화하고 불법 유통 차단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수산자원관리법은 체장미달 대게의 포획·유통·보관·판매 행위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2-08

‘군민 1인 당 월 20만원 준다고하니 두 달 동안 인구 608명 증가한 영양'

영양군 인구가 두 달 동안 608명이 증가했다. 8일 영양군에 따르면 인구수는 지난 10월 283명, 11월 325명의 증가세를 보였다. 11월 경우 전입자는 423명이었던 반면 전출자는 51명에 그쳤다. 한 달 동안 사망자가 25명으로 출생아 2명 보다 훨씬 많지만 전입자 증가에 힘입어 총인구는 오히려 늘었다. 영양군의 인구는 지난 10월과 9월에도 각각 350명, 20명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초 1만5000명선으로 떨어졌던 인구는 다시 1만6000명선을 향하고 있다. 인구 증가는 영양읍이 177명으로 가장 많지만 석보·수비면 등 오지로 꼽히는 곳에서도 골고루 전입했다. 영양 인구는 12월 들어서도 증가세가 지속돼 지난 5일까지 61명이 전입했다. 전출자는 7명에 머물렀다. 매월 줄어들기만 하던 인구가 증가한 것은 영양군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지’에 선정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지난 10월 농어촌 기본소득 대상지로 영양군을 포함 전북 순창군, 경기 연천군, 강원 정선군, 충남 청양군, 전남 신안군, 경남 남해군 등 7개 지자체를 선정했다. 경북에서는 영양군을 비롯해 청송·의성·고령·봉화·울릉군 등 6개 군이 이 사업 신청을 했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지’에 선정되면 주민들은 매월 15만원씩을 지역화폐 형식으로 2년 동안 받을 수 있게 된다. 영양군은 여기에다 자체부담분 5만원을 추가로 확보해 내년 1월부터 군민 모두에게 각각 2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영양군이 이 사업에 필요한 총 예산은 754억3000만원이다. 국비 226억 9000만원, 도비 101억8300만원, 군비 426억1800만원으로 편성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앞서 영양군은 행정안전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지방소멸대응기금사업 투자계획 최종 평가’에서도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 중 전국 최고 등급에 선정돼 120억 원을 확보했다. 이 금액은 전국 기초단체 중 가장 많다. 영양군 관계자는 “내년부터 군민 1인 당 매월 20만원이 지원되는 만큼 연말까지 큰 폭의 인구 증기가 예상된다”면서 “현재 군청 등에는 문의가 적잖게 오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시범지역 7개 군(경기 연천·강원 정선·충남 청양·전북 순창·전남 신안·경북 영양·경남 남해)의 인구는 모두 9월 대비 11월 기준 증가세로 전환됐다. 전남 신안군은 불과 두 달 사이에 2662명이 늘며 증가율 6.85%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경북 영양군(4.00%), 강원 정선군(3.58%)이 뒤를 이었다. /장유수기자

2025-12-08

옛 대구교도소, 크리스마스 빛으로 물들다

옛 대구교도소 자리에 조성된 ‘Re:화원 도시숲’이 화원 원도심의 겨울밤을 밝히는 새로운 야간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 달성군은 지난 5일 이곳에서 크리스마스 경관조명을 점등하며 본격적인 겨울빛 축제를 시작했다. 한동안 폐쇄돼 있던 공간은 정비를 거쳐 지난 10월 말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개방형 녹지로 새롭게 조성됐다. 개방 이후에는 산책과 휴식은 물론 음악회 등 주민 참여 프로그램이 이어지며 지역의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크리스마스 조명 프로젝트 ‘화원 겨울빛으로(路)’는 이런 도시숲의 변화를 한층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산책로 초입에서는 8m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나무 조명길이 이어지며 겨울 숲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눈꽃송이 산책로, 빛터널, 스노우폴 산책로 등 테마형 조명 공간이 이어져 환상적인 겨울 풍경을 연출한다. 은은하게 퍼지는 조명과 고요한 숲이 어우러져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계절 감성을 선사한다. 포토존도 풍성하게 꾸며졌다. 대형 산타곰, 크리스마스 리스, 눈사람, 선물상자 조형물이 곳곳에 배치돼 가족과 연인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숲속 쉼터에 장식된 다양한 트리와 조형물은 연말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찍고 머무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지난 7일 밤 이곳에서 만난 60대 주민은 “10월 개장 이후 가끔 와 보곤 했는데, 연말을 맞아 이렇게 화려한 불빛이 숲을 밝히니 정말 멋지다”며 “낙후됐던 화원 원도심도 빠르게 달라지는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Re:화원 도시숲’의 크리스마스 경관조명은 내년 2월 말까지 운영된다. 달성군은 이번 조명 사업을 계기로 도시숲이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지역 정서와 문화를 잇는 열린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고 있다. 글·사진/최상진기자 csj9662@kbmaeil.com

2025-12-08

대구연구개발특구 14년 만에 변경...디지털 전환 및 기술 창업 생태계 고도화

대구연구개발특구(이하 대구특구) 변경 지정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심의를 거쳐 지난 4일자로 최종 확정·고시됐다. ​이번 변경은 2011년 대구특구 최초 지정 이후 14년 만에 이뤄진 개편으로,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해 디지털 융복합 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기술사업화를 뒷받침할 혁신 거점 확보에 중점을 뒀다. ​이번 고시를 통해 총 5개 지구(테크노폴리스지구, 융합R&D지구, 지식서비스R&D지구, 성서첨단산업지구, 의료R&D지구)로 지정된 대구특구의 면적은 기존 19.448㎢에서 19.779㎢로 0.331㎢ 확대됐으며, 테크노폴리스지구, 융합R&D지구, 지식서비스R&D지구 내 10개 지역이 추가·확장됐다. 테크노폴리스지구에는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과 국가물산업클러스터가 추가됐고, 융합R&D지구에는 수성알파시티를 편입해 기업의 디지털 전환(DX)과 산업 융복합을 촉진하고, 경북대학교 동인캠퍼스를 추가해 의료바이오 분야 연구개발 및 기술사업화를 확대할 예정이다. 지식서비스R&D지구에는 경산 대임지구, 경산산학융합원, 영남대학교 등 대학이 추가·확장돼, 대학의 연구 자원을 기반으로 창업 활성화와 기업 스케일업(규모 확대)을 이끌며 산학협력 체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대구연구개발특구는 영남권 R&D 허브로서 첨단 융복합 사업의 글로벌 혁신 클러스터로 육성하기 위해 설계됐으며, 수도권에 집중된 지식기반산업을 대전-대구-광주 내륙삼각벨트로 확장해 국토 균형발전을 도모하고자 대덕특구에 이어 두 번째로 지정됐다. 지정 이후 대구특구는 입주기관 수가 314개에서 1090개로 3.5배 증가했으며, 기술이전 건수는 92건에서 571건으로 6.2배, 특허등록은 3741건에서 1만 6845건으로 4.5배 늘어나는 등(2023년 기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지역경제의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또 특구 내 연구소기업·첨단기술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인세·소득세 3년간 면제(추가 2년간 50% 감면), 취득세 면제 등 세제 지원과 신기술 실증 규제 특례 등 다양한 지원 제도가 운영되고 있어, 확대된 특구의 신산업 R&D 역량과 산업 경쟁력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운백 대구시 미래혁신성장실장은 “이번 연구개발특구 지정 변경은 대구와 경북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단일 혁신 경제권으로 도약할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확장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산·학·연 협력을 더욱 강화해 글로벌 수준의 미래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2-08

대구 수성구, ‘제1회 수성미디어아트페스타(SuMAF)’ 개최

대구 수성구가 대표 겨울 축제인 ‘수성빛예술제’를 디지털·미디어아트 영역으로 확장한 ‘제1회 수성미디어아트페스타(SuMAF)’를 오는 24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개최한다. 올해 첫선을 보이는 SuMAF는 지역 참여 기반의 빛 축제와 미디어아트를 융합해 수성구가 지향하는 ‘아트 뮤지엄 빛의 도시’ 비전을 구현하는 핵심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메인 전시장은 수성못 일대이며, 대구 전역 150여 개 전광판과 패널, 국립대구박물관을 비롯해 서울·광주 ACC·부산 등 외부 도시에서도 콘텐츠가 전시된다. 수성못 상화동산과 수상무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설치 작품, 야간 라이트쇼, 레이저 퍼포먼스, 인터랙티브(Interactive) 콘텐츠가 운영돼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고 지역과 예술이 만나 교감하는 공간으로 재구성된다. 첫 번째 전시 섹션인 ‘빛으로 다시 읽는 대구 문화자원’은 대구 근현대미술의 대표 작가 작품과 국립대구박물관 소장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 정점식, 전선택, 이인성, 이명미 등 대구를 대표해 온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프로젝션, 인터랙션 기술, 사운드 디자인으로 재해석해 시대별 미술사적 흐름을 현대적 감각으로 전달한다. 원작은 17일부터 수성못 인근 윤선갤러리에서 미리 공개되며, 관람객은 원작과 미디어아트 작품을 함께 비교 감상할 수 있다. 두 번째 섹션 ‘미디어아트로 확장되는 창작 생태계’에서는 지역 미디어아트 작가와 대학생 공모전 수상작이 전시된다. 수성구가 추진 중인 ‘미디어아트 전용 시설 조성사업’과 연계해 지역 예술인·기업·대학이 함께 참여하는 창작 네트워크 구축 가능성도 제시한다. 연계 프로그램으로는 16일 국립대구박물관에서 ‘대구미술, 기록과 디지털 전환’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열린다. 대구 근현대미술의 아카이빙 필요성과 디지털 전환 작업의 성과, 향후 확장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페스타에서 제작된 콘텐츠는 체계적 아카이브로 구축해 타 도시 교류 전시, 향후 조성될 미디어아트 시설 콘텐츠로 활용된다. 수성구는 축제 성과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역 문화 자산으로 지속되도록 관리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SuMAF는 지역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한 한국형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의 새로운 모델”이라며 “근현대 미술의 가치를 현대 기술로 확장하고 지역 예술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2-08

대구시교육청, 4개 직속기관‘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선정

대구시교육청은 올해 추진한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 인정’ 사업에서 대구학교지원센터, 대구미래교육연구원, 대구교육박물관, 대구교육연수원 등 4개 직속기관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됐다고 8일 밝혔다. 이는 시교육청이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총 26개 기관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인정 획득을 추진하는 연차 계획의 첫해 성과다.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 인정’ 제도는 사업장이 스스로 유해·위험요인을 파악·개선해 안전보건체계를 갖췄는지를 평가하는 인증으로, 경영자의 관심도, 위험성평가 실행 수준, 구성원 참여도, 재해율 등을 종합 심사해 90점 이상을 획득한 기관에 부여된다. 시교육청은 지난 4월 위험성평가 실무협의회 구성을 시작으로 안전관리자와 안전보건담당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협력해 위험요인 발굴과 개선 활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왔다. 기관별 위험성평가 교육을 이수하고 공단 컨설팅을 거쳐 9월부터 순차적으로 인정심사를 신청했으며, 10월 말까지 현장심사를 모두 완료해 11월 최종 인정을 받았다. 이번 성과로 시교육청은 직속기관 전반에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할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교육청은 2029년까지 산하 교육지원청과 전체 직속기관에 대한 우수사업장 인정 획득을 완료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올해 약 11억 원을 들여 위험성평가와 안전보건점검을 실시하며 각급 학교와 기관의 근로환경 개선에 힘써왔다. 강은희 교육감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기관별 위험성평가를 철저히 시행하고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며 “우수사업장 인정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안전문화가 학교 현장 전반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2-08

군위군 장군1리, 어르신 25명의 삶을 한 권에 담다

대구 군위군 효령면 장군1리가 지난 6일 ‘우리 모두 작가–엄마의 인생 이야기 마을문집 봉정식’을 열고 5개월간 이어온 주민 주도의 문집 제작 성과를 공유했다. 마을이 스스로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공동체 문화의 힘을 보여준 이날 행사에는 김진열 군위군수와 최규종 군위군의회 의장을 비롯해 지역 유지와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장군1리는 지난해 문집 발간에 이어 올해도 자서전 제작 사업을 이어가며, 7월부터 11월까지 매주 목요일 마을회관에서 글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어르신들은 자신의 삶을 나누고 글을 완성해 문집 한 권을 함께 만들어냈다. 완성된 문집에는 25명의 어르신 글과 캘리그래피 작품 등 40여 점이 수록됐다. 가장 따뜻한 장면은 시상식과 낭독회에서 나왔다. 80·90대 어르신에게 개근상 등 다양한 상이 주어지자 행사장은 환한 웃음으로 가득 찼고, 이어진 자녀들의 낭독 시간에는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늦은 나이에 배운 한글로 또박또박 적어 내려간 삶의 기록이 큰 울림을 준 것이다. 박병철 장군1리 이장은 “함께해 주신 어르신들 덕분에 또 한 번 문집을 발간할 수 있었다”며 “내년에도 주민이 주인공이 되는 따뜻한 마을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봉정식은 기획부터 준비까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 행사로, ‘주민 중심의 마을만들기’를 실천한 군위형 공동체 사업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최상진기자 csj9662@kbmaeil.com

2025-12-08

대구·경북 수출, 2026년 소폭 반등 전망⋯“IT·이차전지가 회복 견인”

대구·경북의 수출이 올해 부진을 딛고 2026년 소폭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대구의 이차전지소재·인쇄회로, 경북의 무선통신기기부품·스마트폰 등 IT 중심 품목은 견조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가 8일 발표한 ‘2025년 대구·경북 수출입 평가 및 2026년 전망’에 따르면 올해 대구 수출은 1.1%, 경북은 5.7% 감소가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각각 1.0%, 0.6% 증가하며 소폭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대구 수출은 87억 8000만 달러로 집계될 전망이다. 주력 품목인 기타정밀화학원료(이차전지소재)와 제어용 케이블, 인쇄회로 등의 수출 증가세가 부진한 지역 경기 속에서도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특히 인쇄회로는 AI 가속기 수요 확대에 힘입어 6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미국의 공급망 재편과 관세 정책 여파로 대미 수출은 12개월 연속 감소해 내년에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북은 철강·화학공업 제품의 업황 악화로 올해 수출이 380억 2000만 달러로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무선통신기기부품은 올해 6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등 IT 품목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무선전화기 역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회복에 힘입어 수출이 크게 늘며 경북의 대미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그러나 글로벌 철강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철강제품 수출은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무역협회는 내년도 대구·경북 수출의 최대 변수로 보호무역주의 심화와 미국 관세 정책을 지목했다. 동시에 국가별 공급망 재편 속에서 기술·디지털 기반 경제안보 이슈가 중요한 통상 과제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오영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올해는 수출기업들에게 매우 힘든 한 해였지만 주력 품목들이 선방했다”며 “2026년은 통상 리스크 대응 전략이 지역 수출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오는 11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제62회 대구·경북 무역의 날’ 기념식을 개최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등 250여 명이 참석해 수출 유공기업을 시상할 예정이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