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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윤석열 후보 TK방문, 지지세 반등 계기 돼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어제(29일) 울진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현장을 시작으로 1박2일 간의 대구경북 방문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윤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후 이 지역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들어 지지율이 하락하며 당 내분까지 겪고 있는 윤 후보가 TK방문을 계기로 돌파구를 찾을 지 주목된다.윤 후보는 지난 2017년 건설 중단된 신한울 건설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3·4호기 공사 재개를 요구하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후보는 “정계 진출 계기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밝힐 정도로 원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윤 후보는 오늘 오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달성군에 있는 한 로봇 기업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궁금하다.그는 그저께(28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에서 “박 전 대통령 수사는 공직자로서 제 직분에 의한 일이었다 하더라도 정치적·정서적으로는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윤 후보가 이 지역 방문을 하루 앞두고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여론이 높은 TK정서를 고려한 것으로 보여진다.최근 윤석열 후보는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이력 논란과 이준석 당 대표와의 갈등 등 거듭된 악재로 지지세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당 최대지지기반인 TK지역 방문을 모멘텀으로 해서 대대적인 지지세 확장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당 내분부터 빨리 종식시켜야 한다. 윤 후보측과 이준석 당 대표와의 거듭된 충돌은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대표가 최근 “윤 후보 측에서 요청이 있으면 당연히 선대위 복귀를 생각한다”며 복귀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윤 후보가 직접 이 대표에게 연락해서 당 내분을 진화하는 것이 맞다. 거듭 언급하지만, 난파선과 다름없었던 국민의힘이 현재의 위상을 갖춘 것은 이준석 대표의 힘이 크다.

2021-12-29

동남권 4개 철도 개통, 초광역권 협력 계기로

대구와 영천, 경주, 포항, 울산, 부산이 복선전철로 연결돼 영남권이 이제 1시간대 생활권이 됐다. 교통수단의 고속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국의 일일생활권은 더이상 남의 나라의 일이 아니다.국토교통부는 지난 28일 울산 태화강에서 대구선, 중앙선, 동해선 등 동남권 4개 철도 개통식을 가졌다. 이번에 완성된 동남권 4개 철도구간은 동대구∼영천, 영천∼신경주, 포항∼울산, 울산∼부산 구간 142.2km다. 4개 지역의 철도가 복선전철로 연결됨에 따라 동대구역에서 영천역까지는 7분, 동대구역에서 부전역(부산)까지 43분, 포항역에서 부전역까지는 20분이 단축된다.특히 1974년 수도권 광역철도가 처음 개통된 이후 47년 만에 비수도권에서 처음으로 광역전철망이 구축돼 전국 일일생활권 확대란 점에서 꽤 큰 의미가 있다. 지역간 교류 증대는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하겠다.이번 동남권 4개 철도 복선화 완공을 계기로 대구·경북 발전 관점에서 두 가지를 염두에 두면 좋겠다. 하나는 대구와 경북, 울산과 부산이 초광역권 형성에 상호협력하는 것이다. 메가시티론이 대세가 되고있는 마당에 양 지역의 상호협력체제 구축은 빠를수록 동남권 전체 발전에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부울경 중심의 메가시티가 보다 구체화되고 대구와 경북의 통합도 초광역권 형성을 계기로 한걸음 성큼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수도권 중심의 일극체제에 맞설 최초의 초광역경제협력 체제를 빨리 구축하자는 것이다.또 하나는 포항의 입지를 강화하고 성장의 발판으로 삼자는 것이다. 포항은 일찍 환동해중심도시를 희망해 왔다. 2023년 동해선이 완성되면 포항은 통일 후 남북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 만주횡단철도 등 유라시아로 연결되는 철도의 중심에 선다. 영일만항을 낀 포항으로서는 절호의 기회다. 이에 따른 사전준비가 지금부터 필요하다.지역의 교통 편의성은 지역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공항 유치와 철도망 구축에 도시가 목을 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광역철도망 구축을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새로운 변화의 시도는 빠를수록 좋다.

2021-12-29

명품 계급도

명품에도 계급이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명품 쇼핑 플랫폼 ‘트렌비’가 명품 계급도를 공개해 화제다. 명품 쇼핑 플랫폼 ‘트렌비’가 공개한 명품계급도에 따르면 ‘명품 중의 명품’이자 최상위 랭킹인 ‘엑스트라 하이 엔드’ 레벨 명품은 바로 에르메스다.최근 배우 고현정이 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에서 연기 도중 에르메스의 켈리백을 패대기쳐 화제를 모았다. 에르메스 켈리백은 1천500만 원에 달하는 에르메스의 시그니처 백으로 유명 연예인도 협찬을 받기 어려운 가방이다. 에르메스는 돈이 있어도 사지 못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특히 켈리백은 에르메스의 다른 제품을 구매해 실적을 쌓은 뒤 몇 년을 더 대기한 후에야 구매 기회가 주어진다. 일부 고객은 켈리백과 버킨백을 구매하기 위해 1억원에 달하는 웃돈을 얹어 주문 대기를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에르메스는 독일 태생의 창업자 티에리 에르메스가 1837년 프랑스 파리에 고급 마구 제조 공방을 개업함으로써 탄생했다. 에르메스는 탄생 이후 줄곧 독립 브랜드를 지켜왔으며, 루이비통 그룹이 에르메스를 인수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에르메스 제품의 특징은 한 명의 장인이 하나의 가방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하며, 가방 하나가 만들어지는 데 15~20시간 정도가 소요된다.에르메스의 바로 밑인 ‘하이엔드’ 레벨에는 글로벌 대표 3대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샤넬, 루이비통, 고야드가 꼽혔다. 프레스티지 레벨에는 디오르, 펜디, 보테가 베네타, 셀린느가 올랐고, 프리미엄 레벨에 프라다, 구찌, 생로랑, 버버리 등이 포함됐다. 명품 계급도에서 국산브랜드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게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2-29

마지막 장을 쓰는 마음

마지막 구절의 마침표를 가뿐하게 찍는 작가가 존재할까? 구상 단계에서는 분명 통제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이야기들이 제멋대로 흩어지게 되는 것을 경험하고 도무지 알 수 없는 세계를 헤매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을 더듬거리며 지나가는 감각과 함께 한없이 두려워지기 마련이다.그렇게 어지러운 와중에서도 작가는 계속해서 이야기의 끝을 생각해야 한다. 끝내기에는 아쉽고, 소설적 사건의 봉합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만 같고, 자신의 편협함과 모자람을 들켜버린 것만 같아도 말이다. 작품을 끝내고도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마지막 장을 쓰지 못한다면 작품은 미완으로 남는다. 제아무리 빼어난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마무리를 짓지 못하면 그것은 뛰어난 작품은커녕 완성품 자체로 인정받을 수 없다. 매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이 그렇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떠하든 창작자는 나름의 마무리를 기필코 내어놓아야만 한다.이따금 여러 자리에서 소설을 쓰는 것이 힘들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념을 언어로 풀어내는 것이 어렵다는 이들도 있지만 힘차게 시작했던 이야기의 완결을 도무지 지어낼 수가 없다는 고민도 적지 않다.스스로 구축한 세계에 애착을 두게 되면 허투루 끝나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거기에서 오는 미련으로 이야기를 한없이 붙잡고 있다 보면 그것은 완성작이 아니라 가능성으로만 존재하게 되며 하드웨어 깊은 곳에서 결코 빠져나오지 못한다.소설뿐만이 아니다. 어디에서나 끝을 내는 일은 어렵다. 끝이라는, 어쩐지 발음마저도 단호한 이 단어는 냉정하고 무정하며 쌀쌀맞은 느낌까지 든다. 희망찬 포부를 안고 시작했던 일이 끝날 수밖에 없을 때의 참담한 심정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올해는 더욱 그랬다. 꿈꿔오던 것들을 펼쳐낸 이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자기 일을 끝내는 상황을 목도할 때마다 마음이 시려왔다. 마지막을 결정하기까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깊은 고뇌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이 어려운 시절의 마무리는 어떤 방식으로 지어지는 것일까 의문하면서 우리는 한 해를 보내왔다.사람 간의 관계도 그렇다. 끝끝내 함께일 것만 같았던 주변의 누군가도 언젠가는 보내주어야 할 때가 온다. 관계의 종말을 고하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상황이 또 있을까. 끝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 역시 괴롭다. 그러한 일은 어느 날 갑자기 벼락처럼 찾아올 수도 있고 부스러지는 가루처럼 조금씩 천천히 다가올 수도 있다.어떠한 것이든 끝을 내는 일에는 항상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따라오는 결과에 책임을 지는 일이 수반되며 상상과는 다른 자비 없는 현실이 자신의 몫으로 남는다.이런 이야기가 위로가 될까. 모든 마무리는 매끈하지도 완벽하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무리를 해냈다는 사실이다.가수 ‘별’의 노래 ‘12월 32일’에서는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돌아온다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이가 나온다. 온다고 약속했던 이는 결국 오지 않았고 새해가 밝았기에 기뻐하는 사람들 속에서 눈물을 흘린다. 그러니 지금은 새해가 아니라 12월 32일이고, 다음날은 33일이라고, 그리하여 그가 올 때까지 영원히 12월에 남겠다는 절절한 마음을 고백한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유예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편안할까. 그것이 일이든, 시간이든, 관계이든. 충분히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린 뒤에 끝을 고할 수 있었다면 삶은 이렇게나 복잡하진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그럴 수 없다. 시간을 붙잡으려는 미련에 사로잡히게 된다면 시간 밖에서 사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마무리를 짓지 못한 채로 미완성으로 남은 작품들은 나만의 하드웨어에 끝도 없이 쌓여갈 것이며 막무가내로 흐트러진 관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주변을 괴롭힐 것이다.다사다난했던 2021년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만의 마지막 구절을 쓰고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두렵고, 아쉽고, 서운하면서도, 잘 가, 고마웠어, 다음에는 좀 더 잘 해볼게, 다시는 오지 마, 하고 외치고 싶은 마음, 그러니까 소설의 마지막 장을 쓰는 마음으로.

2021-12-28

서툰 삶

‘나는 인생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했다. 나의 인생을 내 손으로 망치고 말았다.’ 연말이면 매번 그런 생각에 사로잡힌다. 올 한 해 나는 무엇을 했나. 또다시 감당하지 못할 일에 손을 대고, 그걸 수습하느라 정신없이 보낼 따름이었지 않나.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채, 당장 급한 일에 목이 매달려 스스로를 재촉하며 살아왔을 따름은 아닌가. 1년을 바삐 움직이고, 무언가를 마구잡이로 해치워왔지만, 단지 그것뿐이다. 지금 눈앞에 놓인 것은 부러진 나의 마음이다.나의 마음은 쳇바퀴처럼 돌고 돌아서, 무엇이라도 해야만 한다는 마음과 무엇을 해도 소용없다는 마음이 매일같이 빙글거린다.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가치 없는 사람이 될 것만 같고, 그렇다고 무언갈 하고 있을 때면 이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빈정거리게 된다. 의욕은 그 순간 속에서 빠르게 타버린다. 정성들여 시작한 일도 어느새 지긋지긋하고 징그러운 일로 뒤바뀌어 있다. 마치 밀린 숙제를 하는 것처럼 끝내버리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해진다. 처음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단지 이 시간이 무사히 지나기만을 소망하는 무기력한 마음.처음부터 나도 그런 인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처음엔 좀 더 의욕적인,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최후의 순간까지도 그런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때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건 단지 비례의 문제에 불과할 따름인 것을. 언제고 나의 마음은 손쉽게 쏟아져 텅 비어버리고, 지금의 시간이 조용히 흘러가주길 바라게 되는 것을. 마음을 가득 채워줄 그런 순간을 기다리지만, 세상에 그런 일은 없다. 그때쯤 알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내 인생의 주인공도 감독도 아니라는 것을. 나는 단지 내 삶의 관리인에 불과해져버렸다는 것을. 나는 내가 살아가는 까닭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무엇이라도 해야만 했다. 늘 내 주변에는 문제가 가득했고, 그런 문제들을 내가 해결하지 않으면 삶은 더욱 피폐해져갈 따름이었으니까. 늘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했던 인생. 그게 나의 지난 삶이다. 딱히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 사연이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 단지 나의 삶에는 남들도 겪는 문제들이 조금 복합적으로, 그리고 조금 더 많을 뿐이다. 나보다 더 많은 문제들과 씨름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손 쓸 수 없이 괴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 나는 이것이 단지 앎에 불과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나는 내 삶에 대해 부정하거나 빈정거리기보다는 무엇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애쓰고 싶었고, 그래서 어떻게든 내 삶을 다른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라도 만들어보고 싶었다. 단지 그것뿐이다. 지금의 내가 부러진 마음을 바라보고 있어야만 하는 건 그런 때문일 것이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게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살아온 탓이다. 나는 왜 살아가는 가에 대해 생각했어야만 했다. 단지 관리인으로 머물고 싶은 게 아니었다면 말이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올 한 해 내가 쓴 글들을 천천히 읽어본다. 나의 마음이 부러진 지도 꽤 오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온전하지 못한 문장들과 충분하지 않은 의미들. 그건 나의 마음이 오래도록 부러져 있었다는 뜻이다. 글은 잔인하게도 사람의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의미가 아닌, 문장의 형태로 말이다. 단단하게 끝맺지 못하고 길게 늘어져 긴장을 잃어버린 문장들을 바라본다. 이것이 나의 책임, 이것이 나의 몫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떤 핑계로도 갈음될 수 없는 온전한 나의 잘못이다.내년이 되어도, 나는 내가 살아가는 의미 따위 알지 못할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걸음을 멈출 이유는 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의미라는 건 그걸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에 그렇다면, 나는 다시 소박해지고 싶다. 한두 가지 문제쯤은 누구나 안고 가는 것이라고, 모든 일을 능숙하게 잘 해낼 필요는 없다고. 다만 하고 싶은 일을 하나쯤은 손에 꼭 쥐고 있으라고. 그것만은 절대 놓아서는 안 된다고. 그렇게 부러진 마음에 마음을 덧댄다. 걸을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게 걸음을 멈출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긴 밤을 보낸다.

2021-12-28

골고루 잘 사는 나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제는 지역마다 골고루 발전시켜 국민 모두가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일이다. 정부는 2003년 대통령자문기관으로 국가균형발전 위원회를 설립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골고루 잘사는 사회건설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2009년에는 또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만들어 지역 간 연대 및 협력증진을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더한층 힘을 쏟겠다고도 했다.하지만 실제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성과로 이어졌느냐 하는 데는 의문이 많다. 정부의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의지와는 달리 그동안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가 더 많이 쏠려 작년 기점으로 국가 전체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 1천대 기업의 본사 74%가 수도권에 밀집하는가 하면 고교를 졸업한 지방의 학생이 서울 소재 대학으로 몰리는 바람에 지방의 대학들은 정원미달로 고사 상태다.앞으로 30년 내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지방에 소재한 90개 가까운 시군구가 소멸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인구소멸 위기와 노령화로 지방의 다수 도시들은 빠져나가는 젊은이들을 붙잡기 위해 안갖 힘을 쏟으나 늘 허탕이다.정치와 경제, 교육, 문화가 집중된 수도권은 과밀화로 인한 부작용으로 집값이 폭등하고 교통난 때문에 주민들은 늘 불평이다. 중소도시마다 난맥상에 빠져있다.여야 대선후보들이 지방을 순회하며 국토균형발전을 공약(公約)으로 제시했다. “지방과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이야말로 국가의 생존전략”이며 “지속 가능한 균형발전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선거 때마다 되뇌는 후보들의 약속이 공약(空約)으로 남는 일 이제 더이상 없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잘사는 나라가 꿈이 아니길 바란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2-28

GRDP 28년째 전국 꼴찌 대구경제의 민낯

작년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또다시 전국 꼴찌다. 1993년 처음 꼴찌를 기록한 이후 28년째 지속된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각 시·도별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것이다. 지역별 경제구조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되며 지역별 1인당 국민소득이라 불리기도 하는 통계다.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지역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지역 내 총생산은 1천936조원으로 2019년 대비 실질성장률이 ·0.8%였다. 당국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각종 생산활동이 줄어든 탓이라 했다.대구의 지역내총생산은 58조원, 경북은 105조원을 차지했다.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2천396만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전국 평균은 3천739만원이었고 경북은 3천964만원으로 6위다. 특히 대구는 1인당 지역 총소득도 2천738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고 1인당 개인소득은 2천9만원으로 전국 평균 2천120만원에 미달했다. 참고로 1인당 개인소득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2천406만원)이며 울산, 대전, 광주가 뒤를 이었다.어쨌든 대구의 GRDP 28년 연속 전국 꼴찌는 부끄럽고 충격적이다. 그동안 이런 불명예에서 벗어나길 시민들은 간절히 바랬으나 많은 정치인과 민선 단체장이 거쳐 갔음에도 꼴찌 딱지를 아직 떼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구의 1인당 민간소비가 높아 GRDP가 대구경제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론도 하나 모든 통계에서 대구경제의 반전이 안 보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글로벌 시대를 맞아 국민이 잘 살고자하는 경제문제는 국가의 과제를 넘어 이제 지역과제기도 하다. 정치권과 단체장의 역량에 따라 지역경제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지역단체장이 대구경제 체질을 바꾼다고 큰소리쳤지만 경제지표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경제환경에서 청년이 대구를 떠나는 것은 당연하다. 대구경제를 위한 혁신적 변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GRDP 꼴찌탈출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2021-12-28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공천경쟁 ‘수면 위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27일 나란히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할 의지를 밝혔다.권 시장은 이날 송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위대한 대구시민과 함께 위대한 대구를 건설하는 사업을 완성하고 싶다. 다시 한 번 시민들의 선택을 받고자 한다”며 3선 도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이날 내년 업무 계획 브리핑을 위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신공항 건설 등 할 일이 많고 강력하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원하면 페달을 계속 밟고 가는 게 맞다고 본다”며 재선 의사를 밝혔다.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 정도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현직 대구시장, 경북도지사가 차기선거 출마여부를 밝힌 것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두 현직 광역단체장이 출마의사를 밝힘으로써 이제 국민의힘 내부의 공천경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권 시장의 경우 올 들어 우회적인 어법을 구사하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비치긴 했지만, 재선만 하고 그만둘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권 시장이 지난 2014년 대구시장에 당선 되고 나서 재선만 하고 중앙정치 무대에 진출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본지를 비롯해서 최근 나온 대구·경북지역 언론사 여론조사를 보면, 경북도지사 선거는 야권 내에서 이철우 지사와 공천경쟁을 펼칠만한 뚜렷한 인물이 아직 출현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장 선거는 전·현직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출마희망자가 난립해 공천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공천이 당선과 직결될 수 있는 대구·경북 현실을 감안하면 공천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현재 국민의힘 공천을 노리는 대구시장 출마예상자들은 대부분 윤석열 대선후보 선대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윤 후보 당선 여부가 차기 대구시장 공천의 주요변수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구시장, 경북도지사 공천은 당선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패배할 때는 국민의힘 자체가 해체될 가능성이 높아 출마희망자 어느 누구도 공천을 장담할 수 없다.

2021-12-28

인연에 대하여

김규종 경북대 교수 사노라면 예상치 못한 사건이 있기 마련이다. 도회지나 아파트에서는 당연지사로 보이는 사소한 것들이 촌에서는 일로 다가오는 수도 있다. 얼마 전에 비운 정화조만 해도 그렇다. 최소 한두 해에 한 번은 정화조를 말끔하게 비워야 한다. 그러려면 지역을 담당하는 사람과 사전 연락하여 일자와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부쩍 쌀쌀해진 어느 날 아침 아홉 시가 되지 않아서 그가 도착했다. 이미 몇 차례 우리 집을 찾아온 터라 반갑게 인사하고 나는 뜨거운 커피를 준비했다. 다정다감하고 말수도 많은 그이는 이것저것 묻고 충고해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일상적인 노동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고맙고 반가운 사람이다.30분 정도 지나 작업이 끝났고, 계좌이체를 하기로 했다. 그러다 문득 어어, 친숙한 이름이네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그의 이름이 초등(국민)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과 이름이 같았다. 내가 언짢게 기억하는 선생님과 이름이 같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그분은 학부모들에게 촌지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교사였다.나처럼 선출직 어린이회장 같은 ‘고위직(?)’ 부모라면 학기마다 최소 1회는 찾아가 촌지를 전해야 했다. 하지만 그 시절 우리 부모님은 깊고 오랜 생활고에 시달리는 형편이었다. 정의로웠던 나도 오실 필요 없다고 극구 만류(挽留)하는 입장이었고. 그러던 어느 날 사달이 나고 말았다.학급당 90명 이상 꾸겨 넣은 콩나물 교실, 그것도 13살 어린 소년들이 무더기로 모여있는 교실이 조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날따라 친구들은 담임이 없다는 이유로 무지하게 떠들고 뛰고 장난쳤다. 그러다가 홀연 모습을 드러낸 그가 반장이 아닌 회장을 부르는 것이었다. 바지 걷어, 하더니 박달나무 몽둥이로 종아리 대신 뼈 있는 정강이 쪽을 인정사정없이 후려갈기는 것 아닌가?! 그런 통증은 처음이었다.아이들이 떠드는 것과 어린이 회의를 진행하는 회장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는 열흘 정도 절룩거리며 걸어 다녀야 했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나의 부친은 ‘사표 내라’고 하셨지만, 난 그 당시 사표가 뭔지도 몰랐던 터였다. 어쨌든 돈 봉투 들고 찾아가지 ‘못한’ 엄마 덕분에 모질게 얻어맞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수업 시간에 그분은 일제 강점기에 자신의 ‘창씨개명(創氏改名)’ 경험을 말하면서 ‘쇼모도쇼캉’이라는 이름을 알려주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쇼모도쇼캉’과 그의 인상은 많이 겹쳐 보였다. 그런데 정화조 청소하러 온 사람 이름이 그분 이름과 같았다. 친숙하고 뭔가 형언하기 어려운 이 느낌은 뭐지, 하는 묘한 감상에 젖어 들었다.그분의 환생이 빨리 이뤄져서 지금 내 앞의 젊은 사내가 그분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쩌면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났을지도 모르잖아, 하는 생각. 하여튼 살다 보면 재미나고 유쾌한 일은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리라. 한 해의 끄트머리 감상이 깊어만 간다.

2021-12-28

깨끗한 주방 후드·덕트와 K급 소화기로 주방화재 예방

심학수 포항남부소방서장 지난해 11월 9일 낮 12시 30분께 포항시 남구 해도동 소재 한 식당 주방에서 시작된 화재로 인해 가게 전체가 전소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의 원인은 음식물 조리 중에 발생한 부주의였고, 소방서 추산 약 2억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진압됐다.포항남부소방서 통계자료에 따르면 위 사례와 같이 음식점에서 발생한 화재가 최근 3년간 총 64건이나 된다.발화요인별로 살펴보면, ‘음식물 조리 중에 발생한 부주의’가 48.4%(3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전기적 결함’ 17.2%(11건), ‘기계적 결함’ 15.6%(10건), ‘원인 미상’ 10.9%(7건), ‘기타’ 7.9%(5건) 순으로 나타났다.이를 바탕으로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음식점 주방 화재는 계절 등의 환경이나 시설 특성을 가리지 않고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으며 대형 화재로 이어지기 쉽다는 특성도 있다.특히 기름과 튀김 등을 많이 취급하는 음식점일수록 후드, 벽체, 덕트(환기와 배기를 위한 장치)에 기름 성분이 달라붙고 쌓여서 조리 중 발생한 불티가 착화돼 화재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배기덕트를 0.5㎜ 이상 강판 등 불연재료로 설치하고, 주기적으로 주방 후드 및 배기덕트의 기름 찌꺼기를 청소하며, 기름을 제거할 수 있는 필터를 설치하고, 주방의 식용유 화재에 뛰어난 K급 소화기를 비치해야 한다.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 소방법 NEPA 96.11.6의 적용을 받는 배기구(Hood)는 연중 수회에 걸쳐서 반드시 청소를 하게 돼 있다.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천장 속 배기덕트는 법적 규제가 없어 가격이 저렴한 가연성 덕트(합성수지 덕트)를 설치하는 경우가 있고, 비용으로 인한 덕트 내부 청소 또한 미루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른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초기에 화재를 예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이에 음식점 자영업자 분들께 자발적으로 화재 예방을 위해 후드와 덕트를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주방에서 발생하는 식용유 화재에 뛰어난 K급 소화기를 비치를 당부한다.

2021-12-27

유적에 남겨진 식물을 대하는 자세

옛사람들이 생활했던 흔적들이 땅속에서 발견되지만, 당시 모습 그대로 남겨질 수는 없을 것이다. 유적에서 발견되는 식물 또한 옛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지 않다. 유적에 남겨진 식물의 흔적을 발굴하여, 그것의 성격과 의미를 살펴보려 한다면, 우선 현대인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가령 오늘 내가 섭취한 식물 먹거리는 어떤 형태로 흔적을 남기는 것들인지 생각해 보자. 나는 오늘 콩을 섞어 지은 밥과 미역국으로 식사를 했고, 후식으로 귤을 먹었다. 아몬드 한 줌을 간식으로 먹었고,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로 티타임을 가졌다.나의 일과 중에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를 다른 사람이 들여다본다면, 귤껍질로 무슨 과일을 먹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고, 커피 원두의 찌꺼기를 보고 커피를 내려 마셨음을 아마도 추리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쌀과 콩, 반찬으로 먹은 김치의 원료인 배추와 무, 아몬드를 섭취한 사실을 말해주는 흔적은 쓰레기통에 남지 않는다. 이렇듯 먹고 마신 것들은 이용 방법에 따라 잔해를 남기기도 하고, 남기지 않기도 한다. 심지어 쌀과 김치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중요한 먹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이것들은 소비에 한정 시켜 살펴본 것인데, 우리가 이용하는 식물자원의 생산지에 관해 생각해 보면, 또 다른 복잡하고도 재미있는 사정이 있다.내가 마신 커피 원두는 에티오피아산인데, 생산지인 에티오피아에서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에 음료로 이용한 잔해가 남게 되는 것이다. 아몬드의 경우, 우리가 먹는 부분을 감싸고 있는 단단한 껍질을 가진다. 내가 먹은 캘리포니아산 아몬드는 미국의 가공 공장에서 껍질을 벗기고 알맹이만 수입한 것이므로, 한국에서 먹고 있지만, 그 흔적은 캘리포니아의 어딘가에 쌓여가고 있다는 점이다.다시 유적에 남겨진 식물 이야기로 돌아와서 생각해보자.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 의해 정밀 발굴 조사되고 있는 신라 왕성인 사적 제16호 경주 월성의 성벽 아래, 그리고 해자(성곽을 둘러 조성된 방어용 도랑)에서는 70여 종의 씨와 열매가 발견되고 있다.이렇게 발견되는 씨와 열매는 시간을 거슬러 1700~1600년 전의 당시 월성 및 주변 지역에서 이용된 식물이 남겨진 것이거나, 주변에 생육했던 식물이 남긴 흔적이다.우리는 이러한 자료를 통해 신라인이 식물과 어떤 관계를 맺고 생활해 왔는지, 유적에 남겨진 식물자료를 매개로 하여 알 수 있는 신라인의 생활상을 그려보고자 한다. 그런데 이용되었던 모든 식물, 자랐던 모든 식물이 유적의 땅속에 남겨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여 퍼즐 맞추기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최근 월성 해자에서 지금까지 국내 유적에서는 출토된 적이 없는 피마자(‘아주까리’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다) 씨가 출토되었다. 씨로 기름을 짜고, 잎은 나물로도 이용하는 유용 작물이다. 피마자는 과거부터 우리나라에 자생한 종이 아닌 아프리카 원산의 식물이다. 국내 고문헌으로는 조선 태조 7년에 간행된 ‘향약제생집성방’에서의 기록이 최초이기 때문에, 이번 출토 자료는 신라시대 경주지역에 피마자가 존재했다는 것을 말해준다.세계의 자료로 보면 피마자의 이동 경로는 실크로드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인도, 또 중국으로 전해진 것이라 알려진다. 아마 이렇게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을 경유하여 우리나라로 전해졌을 것이다. 그런데, 신라시대 우리 땅에서 피마자가 재배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지금의 커피 이용 양상처럼 피마자는 월성에서 소비된 것이긴 하지만 생산지는 또 다른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식물 이름이 적힌 목간(다듬은 나뭇조각에 글을 써서 문서나 편지로 쓴 것) 또한 놓칠 수 없는 자료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문헌연구팀에 따르면 월성 해자 출토 목간에 적힌 천웅(天雄)은 미나리아재비과 식물의 덩이뿌리를 이르는 말로, 약재로 쓰이나 독성을 가진 식물 부위이다. 안소현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 또 와(萵)는 봄 채소 중의 하나, 상추류의 옛 이름이다. 이러한 잎채소, 뿌리 이용을 알 수 있는 자료는 씨앗으로 남겨지지 않는 귀중한 정보가 되는 것이다.유적에 남겨진 동물, 식물로 고대인의 식탁을 복원해보려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유적에 남겨진 자료들은 운 좋게 남겨진 일부에 대한 정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당시의 식문화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또한 식탁을 구성하는 먹거리의 생산, 유통, 소비에 대해 밝혀내는 일이 뒤 따라야지만, 식물 이용을 둘러싼 옛사람들의 동선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게 되어, 당시의 생활상을 묘사해 낼 수 있게 된다. 유적에서 출토된 자료를 면밀히 조사하는 것에 더하여 문헌 자료의 조사, 전승되어 온 전통식물이용법에 관한 조사와의 협업을 통해 빠진 퍼즐을 채워나가야 한다.끝

2021-12-27

예술과 기술에 대한 미술사적 고찰(中)

서양미술사 스테디셀러 ‘서양미술사’의 저자 곰브리치는 서문 첫 문장을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미술(Art)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 곰브리치의 이 문장은 자주 하지만 잘못 인용되곤 한다. 곧이 곧대로 읽으면 속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저자의 서문은 미술의 정의(定義)에 관해 논하고 있다. ‘미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정말 미술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고정된 하나의 틀로 미술을 정의할 수 없음을 말한다. 미술의 근본적 속성 중 하나는 ‘변화’이다. 시대가 변하고, 생각이 변화고, 사회적 정치적 상황이 변하기 때문에 미술도 변할 수밖에 없다. 미술은 끊임없이 시대와 관계하며 변하기 때문에 그 기능과 역할 그리고 가치가 시대마다 달라져 왔다.예술과 기술의 관계는 사람의 몸과 정신의 관계만큼이나 복잡하고 미묘하다. 기술만으로 예술이 될 수 없다. 기술은 기능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기술이 없다면 예술은 가능하지 않다. 예술행위는 정신활동이기 때문에 기술을 통해서 비로소 구현되기 때문이다. 예술과 기술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면 심지어 미술의 역사 전체가 새롭게 기술될 수 있다.중세까지만 하더라도 미술은 곧 기술이었다. 미술가들은 기능인이었고 이들의 활동은 창작(創作)이 아니라 공작(工作)으로 여겨졌다. 르네상스 미술가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정신활동이자 학문적 탐구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열정을 쏟았다. 17세기 프랑스 절대왕정이 국가 주도의 미술교육기관을 설립하면서 미술가들의 기능이 회화나 조각 등과 같이 아주 협소한 특정영역으로 제한되었다. 엄격히 말해 미술가 혹은 예술가가 있을 뿐이지 화가나 조각가 판화가와 같이 기능에 따라 분류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경직된 분류가 프랑스 왕립미술학교(일명 아카데미)에서 시작되었다.프랑스 왕립미술학교의 교과과정은 대략 이렇다. 신입생으로 입학하면 아카데미가 모범으로 삼고 있는 대가들의 걸작들을 모사한 판화작품을 따라 그린다. 보지 않고도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반복에 반복을 거듭한다.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면 평면에서 벗어나 석고 조각상을 모델로 그림을 그리고 고학년에 올라가면 실제 사람을 보고 묘사한다. 사람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자세와 동작을 완벽하게 그릴 수 있도록 오랜 시간에 걸쳐 기술을 연마한다. 물론 실기 교육만 이루어졌던 것은 아니다. 그림의 소재가 되는 고전의 내용을 배워야 했고 아카데미 교수들이 체계화한 미술이론도 교육되었다. 예를 들어 지금도 사용되는 역사화, 인물화, 풍경화, 정물화, 풍속화 등과 같은 그림의 종류가 프랑스 왕립미술학교에서 만들어졌다. 그런데 아카데미에서 이렇게 그림의 주제에 따라 회화를 분류한 이유가 있다. 이것은 가치중립적인 구별이 아니다. 주제에 따라 그림의 가치를 구분하는 회화의 위계질서이다. 사람에게 신분이 있었던 것처럼 그림도 무엇이 그려졌느냐에 따라서 등급이 나누어졌던 것이다.프랑스에서 화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역사화를 그려야 했다. 역사화는 위대한 인물들의 영웅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이다. 영웅들의 위대한 행위에 상응하도록 그림의 크기도 웅장해야 했다. 절대왕정의 영광을 찬양하기 위해 왕을 신격화하고 그의 업적을 신성한 것으로 번안해 스펙터클을 연출하는 능력이 곧 미술가의 실력으로 평가되었다. 이때 미술가들의 창조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나 완전히 혁신적인 표현 방법의 실험이 아니라 아카데미에서 교육되어진 대로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이야기를 이미 유행하고 있는 양식으로 시각화 하는 것이었다. 미술가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성공은 아카데미의 규범과 규칙에 철저히 순응해 등용문이었던 ‘살롱전’에 출품해 주목을 받고 마침내 귀족이나 왕실을 위해 역사화를 그리는 직책에 오르는 것이었다. 역사화를 그리지 않는 미술가에게는 그리고 아카데미의 규범에서 벗어난 미술가들에게는 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미술사학자 김석모

2021-12-27

마음을 얻는 능력, 경청의 힘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불과 200여명의 유목민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방대했던 제국을 건설한 리더는 누구일까? 이 사람은 바로 동아시아에서 헝가리까지 인류역사상 가장 방대한 제국을 건설한 바로 ‘칭기즈칸’이다.정복한 거리가 무려 777만㎢로 알렉산더 348만㎢ 거리의 2배가 넘고, 나폴레옹 115만㎢ 거리의 6배가 넘는 광활한 제국이었다고 한다.이 기적에는 칭기즈칸의 장수 바로 ‘제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칭기즈칸의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어떻게 ‘칭기즈칸의 사람’이 되었을까?칭기즈칸은 1202년 전장에서 적이었던 제베의 화살을 목에 맞고 사경을 헤매다 간신히 목숨을 건지게 되는데, 그 원수인 제베를 잡아서 죽이지 않고, 오히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그의 용맹성과 당당한 품성을 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이로써 칭기즈칸은 제베에게 무한신뢰를 보냈고, 제베는 보답으로 칭기즈칸에게 자신의 마음을 바쳤다고 한다.칭기즈칸의 ‘마음을 얻는 능력’은 바로 ‘경청(傾聽)의 힘’이라 할 수 있다.경청이란 사전적 의미로 주의를 기울여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다. 이 경청은 단순한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관계를 돈독히 하고, 신뢰를 만들어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무엇보다 좋은 힘이라고 말한다.그러나 또 다른 의미에서 공감이 되었던 것은 “공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귀 기울여 듣는 것이 경청(敬聽)이다”라는 말이다. 이처럼 공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귀 기울여 준다면, 상대방의 의사소통은 물론이고, 믿음과 신뢰할 수 있는 유대관계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성공하는 사람들은 주장이 강한 사람보다는 다양한 이들로부터 경청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경청은 실천이 쉽지 않고 습관화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음악이나 운동을 배울 때처럼 전략적으로 배우고 익혀야 하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기업에서는 무수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어 있고 이때 이를 해결하고자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필수로 수행해야 하는 것이 바로 VOC청취이다. VOC란 Voice Of Customer의 약자로 고객의 소리를 듣는다는 것으로 고객의 소리에 경청하는 것이다.프로세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진정한 고객이 누구인지”,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소리를 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객이 관심도 없는 것을 개선해 봤자 생고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경청을 통하여 핵심을 콕 찍어 해결하는 것이 프로젝트 성공의 열쇠이다.신축년(辛丑年) 한해가 마무리가 되어가고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오는 시점에서 “배운 게 없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이름도 쓸 줄 몰랐지만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며 현명 해지는 법을 배웠다. 지금의 나를 가르친 것은 내 귀였다”라며 귀 기울여 듣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임을 증명해 준 칭기즈칸의 ‘경청의 힘’을 가슴속에 새기며 실천을 다짐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2021-12-27

더와 덜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시간의 쳇바퀴 속에 세월은 또 한 겹의 나이테를 감아가고 있다. 시간이야 늘 영구히 쉬지 않고 길을 가는 나그네(百代過客)처럼 가고 오는 것이지만,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누구나 담담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주변과 지난날을 돌이켜보게 된다. 과연 지난 한 해 동안 마음먹고 뜻한 바들을 얼마나 이루고 노력했는지에 대한 점검과 정리를 하는, 대체로 회고와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는 성찰의 시간이 아닐까 싶다.코로나19의 장기화로 2021년은 파란과 질곡의 나날이었던 것 같다. 거침없는 코로나의 신음에 연초부터 시작된 백신 접종으로 한 가닥의 희망과 안도를 주는 듯했으나, 교묘한 변이종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몇 차례 요동치더니 세상은 갈수록 험난해지고 도탄에 빠져가는 듯하다. 거기에 잠재적인 기후변화로 가뭄과 화재, 태풍과 홍수에 휩싸이는가 하면, 내전과 분쟁, 갈등과 경제난민으로 세계는 슬픔과 참혹함이 극한의 상황으로 치달아 공존의 지혜와 가치마저 위협받는 혼돈과 딜레마에 봉착해 가고 있는 형국이다. 어쩌면 자연의 경고(?)같은 수많은 이변과 백신 약화가 인류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건 아닌지 씁쓸해지는 연말이다.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착잡해지는 마음을 감출 길 없다. 연초의 계획과 목표를 향해 얼마나 열심히 달려왔는지, 그래서 어느 만큼 자신을 꾸준한 각도로 변모시키며 꿈의 현실화에 근접시켜 왔는지 가늠해 본다. 대부분이 달성보다는 미진함이, 만족보다는 아쉬움이 많기에 몸과 마음을 추스려 부족함을 가다듬고 새로워진 각오로 새날에의 꿈을 다시 그려보는 것이 아닐까?‘그때 그 사람이/그때 그 물건이/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더 열심히 파고들고/더 열심히 말을 걸고/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더 열심히 사랑할 걸….//반벙어리처럼/귀머거리처럼/보내지는 않았는가/우두커니처럼…./더 열심히 그 순간을/사랑할 것을….//모든 순간이 다아/꽃봉오리인 것을/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시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중사람이 살다 보면 더해서 좋아지는 일들이 많은가 하면 덜해서 좋아지는 일들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기쁜 일이나 좋은 생각에 ‘더’를 보태면 더 즐거워지고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하고 더 아름답게 더 웃음 지으며 작지만 더 소중하게, 적지만 더 감사하게 더 참고 더 긍정하고 더 노력하다 보면 분명 더 좋은 일들이 더 늘어나게 된다. 반면 꺼리는 일들에 ‘덜’을 붙이면 덜 아프고 덜 슬프고 덜 힘들고 덜 어렵고 덜 실망하고 덜 불안하고 덜 포기하고 덜 욕심내면 필경 고비가 줄어들고 위기가 덜해질 것이다.과연 자신은 한 해 동안 무엇을 더해왔고 어떤 것을 덜해 왔는지 되새겨볼 일이다. 좀 더 나누고 베풀며 더 겸손하고 더 양보를 했는지, 아니면 좀 덜 시기하고 비난하며 덜 차지하고 덜 교만했어야 했는지 곰곰이 파고들어 새날을 기약해볼 일이다. 세월은 무심치 않고 인생은 덧없지 않아 연륜과 지혜를 준다.

2021-12-27

‘설강화’ 논란

JTBC 드라마 ‘설강화’를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이 뜨겁다. ‘설강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남한의 군부정권은 정치적 기득권을 연장하기 위해 그토록 적대시하던 북한의 수뇌부와 은밀하게 접촉한다. 남한의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간첩이 남파된다. 아버지가 안기부의 수장인 여대생은 안기부 요원에게 쫓겨 여대생 기숙사로 숨어든 남파 간첩을 만난다. 여대생은 학생운동을 하다 강제 징집당한 오빠 생각에 그를 숨겨주며 비극적 사랑의 주인공이 된다.1987년은 군부독재타도를 외치며 수많은 희생을 치른 끝에 마침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해이다. 하지만 결과는 허망했다. 유권자들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대학가에 침투한 용공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군부정권의 주장에 현혹돼 12·12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의 동료 노태우를 대통령으로 뽑았기 때문이다.설강화 논란의 핵심은 여대생이 남파 간첩을 운동권 학생으로 오해해 도와준다는 극적 상황설정이다. 이는 군부정권에 의해 조작된 용공 사건을 사실로 왜곡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한편으로는 ‘설강화’가 민주화 운동을 훼손하거나 안기부를 미화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오히려 1987년 대선 국면에서 정치 권력과 안기부의 공작 정치를 비판적으로 그려낸다는 지적이다.대통령 앞에서 정치 실세들이 칼로 손가락을 베어 흘린 피를 술잔에 담아 마시거나 안기부장과 여당의 사무총장이 중국에서 북한 고위급 인사와 비밀회담을 하면서 대가로 1억 달러를 제공하는 장면을 통해서 북풍을 대선에 이용하려는 권력의 거짓과 음모를 폭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왜곡이냐, 창작의 자유냐. 진실은 하나지만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각인각색이다. 그게 민주주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2-27

새해에는 해각을 만나기를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사람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으면 감당할 만한 다른 감정으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할머니 집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을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었던 어느 시인이, 자기를 돌보지 않은 엄마에 대한 원망을 감추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당황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방영된 티비 단막극 ‘기억의 해각’에서 배우 문근영이 맡은 주인공 오은수의 감정도 이렇게 중층적이다.은수는 남편 정석영이 알콜 중독으로 7년을 방황하는 동안 불평 한번 없이 남편을 돌보았다. 그러다가 석영이 잘못 휘두른 칼에 베이고 유산까지 한 후 자신이 알콜 중독에 빠졌다. 석영은 속죄하는 마음으로 은수를 돌보지만 지쳐가고, 은수는 바다로 들어간다. 그때 25살 청년에게 구조된다. 그의 이름은 해각. 은수는 그에게 남편을 용서할까 봐 술을 마신다고 한다. 은수가 해각과 여행을 떠난다면서 집을 나서자 석영이 뒤따라온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해각이 보이지 않는다. 석영은 곧 그 해각이 자신의 25살 모습인 것을 알아챈다. 석영은 젊은 시절 밴드를 만들어 무대를 꿈꾸다가 접고 기타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은수는 기억 못하지만, 밴드 이름 해각은 은수가 지어준 이름이다. 단막극이지만 이런 은수의 심리변화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알콜 중독으로 횡포를 부리는 석영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은수의 모습은 지고지순하다. 남편이 잘못 휘두른 칼에 베이고 아기를 유산한 후에야 남편에 대한 분노가 치솟는다. 맨정신의 은수는 사랑의 감정만 자신에게 허용하고 있다. 분노는 사랑 뒤로 밀려나 있다. 그래서 은수의 사랑 방식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다.김용태가쓴 ‘가짜 감정’에서 지금 보이는 감정 뒤에는 다른 감정이 있다고 한다. 겉에 보이는 감정을 가짜 감정이라고 한다면 그 뒤에 있는 감정은 진짜 감정이다. 그러나 진짜 가짜가 좋다 나쁘다의 뜻은 아니다. 그래서 가짜 감정, 진짜 감정이라기보다 겉감정, 속감정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은수의 고통은 자신의 속감정을 잘 살피지 못한 데서 시작한다. 알콜 중독 남편을 한결같이 돌보는 겉감정은 언젠가는 한계가 온다. 분노를 꽁꽁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칼부림 있고 난 후 술의 힘을 빌려 폭발한다. 그러나 그 역시 은수 진짜 속감정은 아니다. 음악을 사랑하던 25살의 남편을 해각이라는 이름으로 만난 것은 남편에 대한 티없는 사랑이 진짜 속감정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각을 만난 후 은수는 알콜릭에서 회복될 수 있었다. 이렇게 속감정은 알기 어렵다. 증오 속에 사랑이 숨어 있기도 하고, 행복 속에 고통이 숨어 있기도 하다.해각은 새 뿔이 돋아나려고 묵은 뿔이 빠진다는 뜻이다. 묵은 뿔이 빠지는 고통의 시간을 지나야 새 뿔이 난다. 속감정을 대면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그러나 묵은 뿔이 빠지지 않으면 새 뿔이 돋아날 수 없듯이 고통의 시간 없이는 치유될 수 없다. 새해에는 해각을 만나게 되기를 가만히 기원해본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딱 맞는 드라마다.

2021-12-27

포항 10대 뉴스, 평가받을 만한 소식들이다

포항시가 그저께(26일) 2천300여명의 시민이 SNS 등을 통해 선정한 10대 뉴스(12월 6일부터 13일까지 집계)를 발표했다. 10대 뉴스 상위권에는 인기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촬영지로 포항이 선정된 것, 새로운 포항의 관광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스페이스워크’, 세계 최고 IT 기업인 애플 유치 등이 랭크됐다.상위권으로 꼽힌 뉴스 모두 올해 포항이 전국의 주목을 받은 내용이다. 동해안의 아름답고 한적한 해변 풍경을 배경으로 촬영된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는 포항의 이미지를 ‘한번은 꼭 찾고 싶은 도시’로 만들면서 관광객 유치에 주요역할을 했다. 지난달 아시아 최대 규모의 체험형 조형물로 오픈한 ‘스페이스워크’또한 포항의 새로운 관광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특히 올해 포항이 국내외 언론의 관심을 끈 뉴스는 애플을 유치한 것이다. 애플은 그동안 스마트폰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장악하고 있는 한국시장에 투자할 마음이 없다는 태도를 고수해 왔지만, 내년에 포스텍(포항공대)에 둥지를 틀고 한국에 투자를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애플이 설립할 RD지원센터와 개발자 아카데미에는 앞으로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꿈꾸는 엘리트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포항이 최근 5년간 역대 최대 규모인 6조8천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한 소식, 지진피해 구제지원금 지급으로 흥해체육관 이재민들이 1천435일 만에 집으로 돌아간 것, 포항시가 포스텍에 연구중심 의과대학을 유치하기 위해 세계 바이오산업의 메카인 미국 보스턴시를 방문한 소식도 시민들이 주요뉴스로 꼽았다.올 한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국민 모두가 엄청난 고통을 겪은 한 해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포항시가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부러워할 만한 많은 성과를 낸 것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2022년에는 포항을 ‘희망특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 시장의 포부처럼 포항시가 새해에도 더욱 분발해서 희망으로 가득찬 도시가 되길 기대한다.

2021-12-27

전국에서 가장 빨리 늙어간다는 경북

경북은 전국에서 초고령사회 진입속도가 가장 빠르고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시·군 자치단체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 노령화가 시대 흐름이라 하지만 경북이 전국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자치단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꼴이라 씁쓸한 마음을 가질 도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국가통계포털에 올라온 2020년 주민등록 연앙인구를 보면 지난해 전국 261개 시·군·구 중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시·군은 109개로 41.8% 점유율을 보였다. 경북은 23개 시·군 중 19개 시·군이 이에 포함돼 전국 시·도 중에도 가장 많다. 또 경북의 의성은 65세 이상 고령인구비율이 40.8%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군위(39.7%), 청도(37.1%), 영덕(37%) 등을 포함하면 전국 10위권 안에 경북의 4곳이 들어있다.초고령사회는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경우다. 경북은 전체 고령인구비율도 이미 20%를 넘었다. 경북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소멸위기 지역을 안고 있다는 것과 연관 지어보면 경북의 노령화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한국사회 전체가 노령화의 길로 가고 있어 불가항력의 측면도 있으나 그렇다고 이를 간과하거나 방치하는 것은 안될 일이다. 지방단위의 대응책이라도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노령화 속도라도 늦출 수 있는 것이다.노령인구가 많아지는 초고령사회는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 도시의 성장세가 멈추거나 떨어진다. 노인빈곤문제가 대두되고 노인인구에 대한 복지수요가 늘면서 국가나 자치단체의 재정적 부담이 는다. 도시는 활기를 잃고 독거노인의 고독사와 노인범죄 증가 등의 사회문제도 야기된다.지방도시의 초고령화 문제는 저출산과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층의 지역이탈과 직접적 관계가 있다. 국토균형 발전 차원에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관심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자치단체 차원의 강력한 대응은 지속적으로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경북도의 제2고향 갖기 운동 등은 시의적절한 대응이라 하겠다.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피할 수 없다면 이를 수용하는 능동적 변화도 필요하다. 경북의 노령화에 대응할 보다 혁신적 노력이 있어야 할 때다.

2021-12-27

참아야하는 직업

조현태​​​​​​​수필가 어떤 청년이 보석 감정사가 되고 싶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유명한 보석 감정사를 찾아갔다. 수많은 직업 중에 보석을 감정하는 기술이 가장 배우고 싶은 분야라면서 잘 가르쳐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늙은 감정사는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달갑지 않게 여겼다. 보석감정은 쉽게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청년도 그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간절한 부탁을 거듭했다. 자신이 충분한 소질과 열정을 가지고 있으니 기회를 달라고 매달렸다. 그래도 감정사는 고개를 저었다. 보석 감정 기술을 배우려면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한데 젊은 사람에게는 그런 것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끈덕지게 매달리는 청년을 보고 감정사는 못 이기는 척 내일 다시 오라고 했다.이튿날, 그 청년이 찾아오자 손바닥에 작은 보석 하나를 올려주며 ‘의자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보석을 보고 있으라’고 했다. 대화도 하지 않았고 감정기술을 위한 어떤 정보도 없이 하루가 흘러갔다. 다음날 아침에도 청년의 손에 어제의 그 보석을 쥐어주며 ‘오늘도 어제처럼 하라’고 했다. 셋째 날도, 넷째 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청년은 일주일 동안 보석을 들여다보고만 있었다. 열흘이 지났지만 똑같은 상황에 청년은 더 이상 침묵할 수가 없었다.“스승님, 언제부터 감정기술을 배우게 됩니까?”그러나 보석 감정사는 별 관심도 없다는 듯이 무뚝뚝하게 ‘왜 지겹냐’면서 자신의 일만 계속했다. 이미 열흘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다고 생각한 청년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다른 감정사를 찾아가는 것이 낫지 이런 식으로 시간만 낭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또 다시 보석을 쥐어주며 의자에 앉아 있으라고만 한다면 보석을 집어던질 생각까지 했다.다음날도 감정사가 그 보석을 청년의 손바닥에 올려주었다. 집어던지려는 순간 어제까지 줄기차게 보던 그 보석이 아닌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막상 보석을 던지려다 말고 고개를 갸웃하며 ‘어제까지 보던 게 맞는데’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제야 늙은 보석 감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온종일 작은 보석 하나만 들여다봤으면 그냥 봤을까? 뒤집어 보고 문질러 보고 침 발라보고 닦아보고 굴려보고…. 아무리 봐도 그게 그거였으리라. 동일한 보석이었으나 오랫동안 바라보는 가운데 어렴풋이 그 보석만의 독특한 면을 보게 되었다.늙은 감정사가 청년에게서 찾고 싶었던 것은 인내심과 끈기였다. 예리한 관찰력과 정확한 분별력도 오래 참으며 기다리는 중에 생기는 것을 감정사는 알고 있었다.어떤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참고 또 참고 다시 참다가, 참다가 도저히 참지 못했다면 이미 참은 것이 아니다.” 여기서 무턱대고 참으란 말이 아니다. 결론에 이르기 위한 참음이다.기회는 끝까지 기다리는 자에게 찾아온다. 적어도 대결 구도에서 끝내 이기려면 얼마나 슬기롭게 참아내느냐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참아내기 어렵도록 끈질기게 괴롭혀야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괴롭힘을 얼마나 잘 피하느냐가 곧 자신의 참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2021-12-26

보람찬 새해를 맞자

윤영대수필가 올해의 달력을 벗기고 2022년 임인년 새 달력을 걸며 ‘벌써 한해가 흘러갔구나.’ 하며 우두커니 서서 생각에 잠겨 본다.코로나19가 설쳐댔던 1년을 지나며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무사한 것에 감사하고 ‘내가 한 일은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나만의 소소한 일상에서 할 일을 찾고 글을 쓰고 작은 취미를 살리며 지냈고, 조용히 배움터에 나가 쉬지 않고 자기계발을 해 온 것,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 백신 다 맞은 것…. 그게 모두이다. ‘무엇이 변했나?’ 고희를 넘은 나이에 갑작스레 찾아온 어지럼증에 병원을 찾았더니 크게 염려스러운 것이 아니라 안심했지만 변덕스러운 날씨와 괴질의 확산에 만남을 줄이고 마스크 쓰고 비대면 대화를 하며 약간의 우울증이 온 듯한 것이 내가 달라진 것인가? 그렇게 되뇌며 마지막 달력을 떼어 냈다.즐겁고 행복했던 일은 있었던가? 보람 있는 일, 늦으나마 나의 꿈을 이룬 것은 무엇인가? 작은 것이라도 있으면 나를 일깨우고 힘을 내도록 해주었던 가족들과 이웃, 지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연말 인사를 해야겠다. 후회되는 일, 다 하지 못한 일, 잘못한 일, 슬펐던 일, 미워했던 일들은 없었는지도 곱씹어 봐야겠지만 지나간 일들은 잊도록 하자. 부정적 트라우마를 가지고 가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코로나 역병의 검은 기운은 줄어들지 않아서 송년 모임도 없어 섭섭하지만 거리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화려한 오색 등불 옷을 차려입고 캐럴도 들려주며 산타의 선물처럼 용기를 북돋운다.동짓날도 지났다. 음의 기운이 다하고 양의 기운이 시작되었으니 가슴 쭉 펴고 밝은 기운을 받아들이자. 내년엔 우리에게 주어진 ‘대선’이라는 커다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부지런한 소가 역병을 막아주었으니 내년엔 호랑이에게 힘을 빌어보자. 호랑이 꼬리 호미곶에서 ‘상생의 손’ 사이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보면서 나라와 집안의 안녕을 빌어보고 싶지만 해맞이 행사가 모두 취소되어 아쉽다. 연말 제야의 종소리를 귀에 담고 새해 첫날 호미곶과 영일대 바닷가로 나가서 나라와 가족의 평온을 빌어왔던 기억들이 좋다. 다같이 모여 간절한 마음으로 손 모아 비는 사람에게는 병마가 덮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가슴에 새겨보는 것도 새해를 맞는 다짐일 텐데….딸이 선물로 보내준 예쁜 다이어리를 펼쳐 보니 또 한 해의 빈칸들이 나의 알찬 기록을 기다리고 있다. 우체국에서 사 온 연하 카드에 새해 인사를 쓰고 크리스마스 씰을 호랑이 우표 옆에 붙여 보내는 마음도 기쁘다. 자선냄비에 지폐를 넣어주고 적십자 회비도 보냈다. 작은 것이지만 마음이 푸근하다. 새해 소원은 모두 건강과 행복을 비는 마음이겠지만, 더욱더 절실하게 생각 에너지의 파동을 키워 기적을 이루어 보라는 격려도 있다. 기쁜 삶의 의욕과 희망으로 부정적 생각을 버리고 항상 긍정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갑자기 몰려온 추위에도 시골집 뜰에 노란 납매가 피어나 텅 빈 골목에 향기가 가득하다. 새해는 행복 가득한 날들이 되길 빌며, 한글서예 마지막 수업 때 나의 좌우명을 덧대어 써봤다.‘맑은 마음 밝은 얼굴 고운 말씨 따뜻한 손길로 보람찬 새해를 맞자.’

2021-12-26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김시동 전 예천읍장 지방자치시대는 선거를 통해서 주민의 손으로 직접 단체장을 선출한다.예천군수선거에는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2명의 인사가 표밭갈이를 하고 있다. 군민들은 청렴과 진취적인 결단력을 갖춘 인물을 원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여건을 갖춘 자치단체라 할지라도 그 단체장의 능력과 리더십이 없다면 초일류지방자치단체의 실현은 불가능하다.정치 지향적이고 권력 추구적인 몇몇 사람의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우리 군민들이 그토록 지방자치 부활을 소망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지역의 살림에 스스로 참여하고 감시하여 ‘보다 나은 삶(better life)을 영위하고자 하는 소망과 독재화 된 중앙권력으로부터 벗어나 자치를 구현하므로써 궁극적으로 민주정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열망에 지방자치제 실현을 추구했을 것이다.어떻든 지방자치 30년을 돌이켜 보면서 많은 유권자들이 제도도 중요하지만 역시 지도자를 잘 뽑아야겠다는 결론에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똑같은 제도하에서 운영되는 지방정부도 정직하고 능력있는 단체장을 뽑은 곳은 ‘일취월장’ 하고 있다.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각종 비리에 연루돼 ‘쇠고랑’ 찬 단체장들의 모습이 TV에 나올 때 유권자들의 마음은 무너져 내린다. 이와 달리 열악한 자치단체라 할지라도 단체장의 역동적이고 능동적인 리더십은 주민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고 함께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뤄간다.개인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질을 제시해본다.첫째, 지방자치단체장은 검증된 정책능력과 폭넓은 인적네트워크, 그리고 자치단체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강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둘째,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 현안을 잘 알고 해결할 행정력을 갖춘 강력한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조직 장악력과 창의력 그리고 추진력이 나온다. 서툰 행정, 잘 모르는 행정은 설자리를 잃기 마련이다. 정치가 국민의 삶이듯 행정은 지역주민들의 삶이다.셋째, 자치단체장은 소통능력이 있어야 한다.다양한 지역현안에 대해 주민·직원들과 함께 끊임없이 고민하고 해결하는 소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모든 공직자들이 단체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군민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그런 단체장이 돼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할지라도 구성원의 의사를 무시하고 민주성과 독선적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되며, 시대는 변해 가는데 그 흐름을 좇지 못하고 옛날 생각에 젖어 있는 사람도 안될 것이다.넷째, 지방자치단체장이 어떤 결정을 할 때는 반드시 군민 우선 결정을 해야 한다. 군민 도움 여부가 우선이고, 그 다음이 법률 검토이다.합법도 중요하지만 합목적 행정도 매우 중요하다. 법은 무조건 지켜야 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만든 것이 아니겠는가?아무리 권한을 하부 단위에 대폭 위임한다고 할지라도 중요한 사항에는 꼭 위의 눈치를 보는 우리의 현실에서 단체장의 업무는 보통 많은 것이 아니다. 이를 감당해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건강한 사람이라야 할 것이다.법이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지자체장은 바로 잡는 노력을 해야한다.특히 자질 면에서는 근면과 성실, 도덕성과 책임감, 청렴한 인성을 두루 갖춘 인물이어야 하며, 발로 뛰고 현장을 누비며, 늘 만날 수 있는 ‘현답행정’이 몸에 배여 있어야 한다.끝으로 청렴은 공직자의 기본이다.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지도자가 부패하면 직원들도 똑같이 부패한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하고, 항간에 유행하는 측근 비리가 절대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겠다.이번 선거에서 예천군민들은 지역 현안을 잘 알고 해결할 능력을 갖춘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2021-12-26

나는 기다립니다

선물이 도착했다. 산타할아버지 같은 친구가 멀리서 보내온 보따리를 풀었다. 참하게 포장한 반짝이는 리본을 풀자니 아까울 지경이다. 손편지까지 써서 실어 보낸 것이라 친구의 마음을 열어보는 기분이다. 이십 대 청년이 된 아들 둘의 어린아이 모습까지 기억할 만큼 오래 이어진 인연의 끈이다.오래된 끈과 띠를 모아 국립대구박물관에서 한국의 복식 특별전을 한다기에 길을 나섰다. 포항과 대구를 잇는 긴 띠인 고속도로를 달려가니 한 시간 조금 더 걸려 도착했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때 닫힌 공간이라 걱정했는데, 그 넓은 곳을 돌아보는 내내 박물관이 온통 내 차지였다. 조용하게 전시품과 영상과 글을 온전하게 느꼈다.첫 방에는 왕의 허리띠가 놓였다. 벽 전체에 끈이 흔들리고 띠가 출렁이는 영상이 흐른다. 배 부를 때와 고플 때 시시각각 달라지는 허리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허리띠의 미학에 대한 짧은 시였다. 창(猖)은 미쳐 날뛰다, 어지럽다란 뜻의 한자이고, 피(披)는 헤치다, 펴다, (끈을) 풀다 라는 의미를 품었다. 그래서 헐렁한 우리 한복을 입고 끈으로 매무새를 다듬지 않으면 ‘창피하다’란 말로 이어진다. 사극에 등장하는 술 취한 사람이나 미치광이는 옷고름이나 허리띠 없이 옷이 풀어 헤쳐져 있다. 창피한 복장이다.우리나라에 허리띠가 처음 등장한 것은 이천 년이 넘었다고 한다. 서봉총의 금허리띠는 신라 시대가 황금의 나라였다는 것을 자랑하였고, 금속공예로 구현된 고려의 허리띠는 문양에 등장하는 사람이 내 엄지손톱보다 작아 그 섬세함을 느끼려면 돋보기로 봐야 할 지경이다. 왕의 허리띠에는 가장 귀한 재료로 그 시대를 대표하는 기술이 모두 들어가서 위엄과 기품을 느끼게 했다.조선 시대의 신분증인 호패도 허리에 끈으로 매달았다. 첫 돌에는 다섯 가지 색을 넣은 오방장두루마기나 까치두루마기라 불린 옷을 입히고 오래 살라고 십장생을 수 놓은 돌띠를 매 주었다. 그림책 ‘나는 기다립니다’가 생각났다. 빨간 털실 한 가닥이 이어져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기를 기다리고, 배우자가 떠나며 끈이 끊어지지만, 자식이 자라 뱃속에 손자가 다시 빨간 끈으로 표현돼 삶이 빨간 털실로 끝없이 이어진다는 이야기이다. 전시회 마지막 방을 나오기 바로 전에, 두 개의 허리띠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하나는 김일 선수의 챔피언 벨트. 어린 시절 텔레비전이 있는 집이 몇 집뿐이라 ‘김일 레슬링’을 보려고 좁은 방 가득 동네 사람 모두가 들어왔었다. 경기는 박치기왕의 승리로 끝났고 방을 나오는 사람들 얼굴이 모두 발갛게 홍조를 띠었다.또 하나의 띠는 고희경 대위의 것이었다. 부모님 전 상서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어딘가에 계실 아버지와 어머님께 드리는 편지가 또박또박 적혔다. 육군사관학교에 합격하자 나라에 큰일 하게 되었다고 기뻐하셨는데 곧바로 6·25가 터져 안부도 전하지 못하고 급히 전쟁터로 가게 되었다. 포탄이 터지는 포항에서 전우들과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며 1950년 8월 어느 여름 불효자 올림이라 끝맺는다.그다음 글이 추신인가 하고 보니, 이 편지가 가상의 것이란 설명이었다. 고희경 중위는 전투에 참여한 지 두 달 만에 포항 기북면 무명 380고지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목에 걸고 있던 인식표와 띠쇠와 계급장이 2009년 유해발굴감식단에 의해 유해와 함께 발견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유가족을 찾지 못해 가상의 편지를 작성해보았다는 설명이었다.전투 중에 동료가 사망하면 앞니 사이에 인식표 하나를 박고 남은 하나의 인식표는 수거해 온다고 한다. 전쟁이 끝난 후 누구의 유해인지 알 방법이라고 한다. 아들도 군대에서 더미를 이용해 이 방법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고희경 중위는 전사한 후 한 계급 올라 대위가 되었지만, 가족과의 끈이 아직도 이어지지 못했다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박물관을 나오며 70년간 끊어진 빨간 인연의 끈이 어여 가 닿기를 기도했다./김순희(수필가)

2021-12-26

울릉도·독도에 출어한 제주 해녀 이야기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복지회관 한 켠에 ‘울릉도 출어 부인 기념비’라는 비석이 자리 잡고 있다. 비석에는 협재리 대한부인회가 1956년에 설립했나느 내용과 함께 뒷면에 30여명의 해녀 이름이 빼곡이 적혀있다. 1950년대 울릉도와 독도에 출어 했던 제주 한림읍 협재 해녀들의 이름이다.제주 해녀들은 왜 울릉도를 거쳐 독도까지 출어했을까? 제주도와 한라일보가 공동 발간한 제주 출향 해녀 발취를 기록한 ‘저 바당에 그리움의 세월을 묻다’라는 책에는 빛바랜 사진 한 장이 실려 있다. ‘독도 화포채취 작업 시상식 기념’‘대한상무회 울릉군 연합분회’라는 글귀와 함께 1964년 7월 19일 날짜가 새겨져 있다. 독도 어업사에서 중요한 사진이다. 화포는 미역을 말한다.지난달 25일 울릉문화유산지킴이 50차 모임에서 ‘울릉도·독도 해녀이야기’라는 주제의 분임조 발표가 있었다. 울릉도에서 열린 그리고 울릉주민에 의한 첫 해녀 재조명 자리이었다.직접 제주도를 방문해 독도에 출어한 협재리의 김공자 해녀의 생동감 있는 여러 이야기를 들었고, 울릉도 도동에 거주하는 제주 출신 해녀들 몇 분을 인터뷰하는 등 현장감 높은 발표였다. 김공자 해녀는 독도의용수비대원들이 제주 해녀 30여명을 모집해 울릉도를 거쳐 독도로 물질을 갔다고 증언했다. 또한 1952년에는 한국산악회 울릉도·독도 학술조사단이 제주 해녀 10여명을 조사목적으로 고용해 활동했다는 기록도 있다.한 번에 30~40명의 해녀들이 1950~60년대 당시에 어떻게 독도에서 생활했을까? 해녀들의 증언에 따르면 서도에 지하수가 샘솟는 큰 동굴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바로 독도 서도 북서쪽에 위치한 독도에서 유일하게 지하수가 산출되는 물골을 말한다.제주 해녀들은 이곳 물골에서 생활하며 식수를 얻으며 한 번에 많게는 몇 달간의 독도 생활을 이어갔다. 또한 물골의 샘을 지키는 신에 대한 감사 표시로 제를 지내기도 했으며, 물골에 있는 동자석 모양의 산신에 제를 지내는 등 물골의 존재를 소중히 여겼다 전한다.제주 해녀들의 독도 출어는 독도 첫 주민 최종덕을 만나면서 보다 활발해진다. 울릉도 도동어촌계와 독도 어장권을 계약한 최종덕은 1964년부터 김공자, 고순자 등 제주 해녀들을 고용해 독도에서 수개월간 상주하며 어업활동을 이어갔다.최종덕은 제주 해녀들과 함께 1966년 경북도의 지원을 받아 물골을 정비하고, 현재의 서도 주민숙소 자리에 어민보호소를 신축하기도 했다.제주 출향 해녀들은 독도에서 어업활동에만 종사한 것이 아니라 1960~1980년대 당시의 열악한 독도경비 활동 및 독도 행정 강화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물골 계단 정비공사, 독도경비대 삭도 공사 등 각종 독도 시설정비공사에 참여하였으며, 특히 제주 한림 출신의 고 김화순 해녀는 1982년 독도경비 중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순직한 독도경비대원 시신 인양공로로 울릉경찰서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해녀들의 독도에서 물질 한 회 한 회가 삶의 터전으로써 독도를 지키는 행위 그 자체였다.독도 주민 김성도(1940~2018)씨와 부부의 인연을 맺은 독도 주민 김신열씨 또한 제주 한림 출신 해녀이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 그리고 89개의 크고 작은 부속도서로 구성되어 있다. 89개의 부속도서 중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바위가 바로 동도 남쪽에 위치한 해녀 바위이다. 제주 출향 해녀들의 독도에서 고단한 삶이 그나마 남아 있는 흔적이다.김공자 해녀와 울릉도 도동에 거주하시는 한영숙 해녀는 독도에서 바다사자(강치)를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김공자 해녀가 바다사자를 안고 있는 사진은 독도 어업사에서 중요한 기록의 한 장면이다. 울릉도 행정중심지인 도동에는 몇 해 전부터 강치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강치 거리에 해녀들의 이야기를 불어 넣을 필요가 있다. 울릉도 도동은 저동항이 아직 발달하기 전 독도로 출어하는 해녀들의 대합실이었다. 제주 출향 해녀들은 아직도 1960~70년대 도동의 거리를 기억하고 있다.한편으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제주 해녀문화와 울릉도·독도와의 다양한 교류활동도 필요하다. 울릉군 도동읍과 제주 한림읍간의 마을 교류 사업도 생각해 봄직하다. 협재리 복지회관 한 켠에 세워진 기념비에 설명문 하나 없는 것도 아쉽다. 현재 울릉도에는 제주 출신 해녀를 포함한 10여명의 나잠어업 종사자가 있다. 이들이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고려하여 다양한 지원 대책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온 몸으로 울릉도·독도 바다를 지켜온 분들이다.또한 독도 출향 해녀들의 활동을 포함한 체계적인 ‘독도 어업 활동사’ 기록화 작업이 필요하다.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에서는 2022년 상반기 독도전용소형조사선 독도누리호 취항을 계기로 지역 어촌계와 협력해 독도 연안 해양수산자원 관리 및 이용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2021-12-26

갱년기 여성을 위한 맞춤형 운동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최근 국내외 연구들에 의하면 운동이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많은 결과들이 제시되고 있다. 규칙적인 운동이 다양한 만성적인 질병의 예방에 효과가 있고, 건강한 삶에 있어서 필수 요소라는 의견도 있다. 갱년기 여성들이 겪는 여러 가지 증상들을 특정 형태의 운동에 의해 치료할 수 있고, 운동을 하고 있는 여성에서 갱년기 증상이나 문제가 적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갱년기 여성들의 경우 호르몬 분비가 감소되어 골다공증, 비만과 혈관의 탄력성 저하로 심혈관계 질환에 잘 걸리고, 심리적으로는 고독감과 우울증에도 곧잘 시달린다. 다수의 국내외 연구에서 갱년기 여성이 활발히 운동하면 열성 홍조, 불면증과 통증에 개선 효과가 있으며, 근육의 긴장이 풀리고 불안, 초조감이 상당히 줄어든다고 한다.그런데 너무 지나친 신체적 활동은 열성 홍조와 다른 혈관운동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너무 강도 높은 운동은 근골격계와 관절의 부상과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여 개인별 운동처방과 적절한 감독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맞춤형 운동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는 대목이다.대표적인 증상인 열성 홍조(안면홍조)는 폐경 초기 여성들에게 혈관운동 장애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증상이 되풀이되거나 그 정도가 심할 경우 만성 수면장애, 피로가 나타나며 이에 따라 짜증, 기분의 변화, 집중곤란과 행동장애를 가져와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신체 활동은 여성의 심혈관계 질환을 감소시키고 걷기 등 경량 운동은 매우 유익한 효과가 있으며 자신의 건강과 체력 상태를 고려한 운동은 이러한 효과를 더욱 향상시킨다.특히 주 3회, 8주 이상, 중강도로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여성은 운동습관이 없는 여성보다 열성 홍조의 발생빈도가 낮게 나타나는데, 이는 운동을 통해 시상하부의 β-엔도르핀(beta-Endorphin) 분비를 증가시켜 온도조절 중추를 안정시켰기 때문에 운동이 체온조절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 수 있다.폐경으로 인한 에스트로겐 결핍현상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며 신체의 다른 부위보다 복부에 지방을 축적시키는데, 이는 심혈관 및 관상동맥 질환의 발병위험을 초래하여 건강증진 및 유지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적절한 신체적 활동과 운동은 내장지방, 피하지방을 줄이고 최대산소섭취량, 탄수화물대사, 혈중지질, 혈압 등을 개선시키고 혈관 내막과 지질 기능을 향상시켜 심혈관계 위험인자를 낮춘다.특히 유연성운동, 저항운동, 유산소운동을 조합해서 하는 복합운동 프로그램에서 열성 홍조 69%, 수면 46%, 통증 46%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으며, 혈관운동 장애, 심리적 장애, 복부 불쾌감, 피로 등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폐경 전후로 여성은 남성보다 일찍 근육량과 근력의 손실이 빠르게 진행된다. 근육의 손실로 인해 근력이 약화되는데, 특히 50~60대에 15% 정도의 근육 손실이 발생한다. 이같이 여성의 노화에 의한 빠른 근육조직과 기능 저하는 골절과 낙상 위험을 높인다.갱년기 여성에서 규칙적으로 맨몸운동 등 저항운동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근력의 손실을 방지하고 골밀도를 높이는 데 효과는 더욱 커진다.특히 주 2~3회 이상 ‘앉았다 일어서기’, ‘팔굽혀펴기’ 등 맨몸운동은 근육량 증가와 근신경계 기능을 증진시키므로 골절의 위험을 낮추고 낙상에 의한 대퇴골절의 발생 빈도 또한 줄여주는 것으로 많은 연구의 결과들이 밝히고 있다.갱년기 여성들은 골관절염과 같은 퇴행성 관절질환, 요통, 당뇨, 고혈압 등 여러 가지 질환을 함께 가질 수 있고 호흡, 순환계를 비롯하여 피로회복 저하 등 생리기능 측면에서도 예비력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운동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배제하고, 건강 및 체력을 적절하게 향상시키는 방법과 절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운동처방 전에는 의학적 검사를 통해 신체의 이상이나 질병의 유무 등 건강도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고정식 자전거, 실내조정(Rowing Ergometer) 등 측정이 가능한 운동기기로 순환계나 근육과 관절에 부하를 가하여 산소섭취량, 심박수 등 운동능력을 평가하는 체력 및 운동부하 검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같이 맞춤형 운동은 적절한 검사항목을 선택하고 해석하여 그에 맞는 운동의 강도와 빈도 그리고 기간과 유형이 주어질 때 효과가 더욱 커진다.사람은 누구나 노화의 과정을 겪는다. 자연의 섭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로 인해서 불편함이 생긴다면 그저 두고만 봐서는 안 된다.최근 메타분석 연구에서 여성의 대략 60%는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대체요법을 찾고 있다고 한다. 전문적인 진료와 치료, 그리고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맞춤형 운동을 통해 갱년기 여성들이 삶의 질을 더욱 향상시켜 나갔으면 한다.

2021-12-26

롯데쇼핑몰, 대구 경제에 정말 도움될까

심충택 논설위원 대구시 수성구 대흥·연호동 수성의료지구내 ‘대구롯데쇼핑타운’(롯데몰)이 지난 5월 공사에 들어가 현재 지반정지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4년에 토지분양을 받은 이후 우여곡절 끝에 7년 만에 공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롯데몰 부지는 주상복합단지, 또는 호텔이 건설된다는 등등의 소문이 나면서 롯데측의 진의에 대한 무수한 의혹이 제기돼 왔다. 롯데측은 7만7천49㎡ 에 달하는 이 부지를 3.3㎡당 538만원에 매입했다. 부동산업계는 현재 주변 상업용지가 3.3㎡당 1천500만원 선에 거래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성의료지구는 이름 그대로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이 해외 제약사 등 의료관련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헐값에 부지를 분양한 곳이다.2025년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는 롯데몰은 지난해 6월 지하 1층, 지상 8층, 연면적 25만314㎡규모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대구 신세계백화점(21만4천635㎡)보다 매장 면적이 17% 가까이 큰 수준이다. 백화점, 아울렛, 영화관, 스포츠시설, 외식, 오락 등을 하나의 공간에 집약시킨 대구 최대 쇼핑몰로 만든다는 계획이다.권영진 대구시장은 수성의료지구에 롯데몰이 입점하게 돼 대구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공식석상에서 밝혀왔다. 정말 대구시장은 롯데몰로 인해 대구경제가 좋아지고 고용이 확대될 것으로 믿고 있는가. 나는 정반대의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우선 롯데몰이 수성의료지구에 둥지를 틀면 반경 2km내에 있는 범어·만촌동과 시지지구의 골목상권은 붕괴될 것이 뻔하다. 전통시장 상인들과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워하는 것은 백화점, 할인점 같은 대형 쇼핑몰이다. 평소에 집 주변 가게나 전통시장을 주로 이용해 오던 시민들은 생필품 구입이나 외식에 편리한 대규모 쇼핑몰이 생기면 그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돼 있다. 골목상권은 공동체 경제의 정맥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그만큼 골목상권에 생계를 걸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다. 롯데몰이 얼마나 많은 지역업체를 입점시키고, 대구시민을 직원으로 고용할지 모르겠지만, 주변 골목상권 붕괴는 많은 서민들을 길바닥에 나앉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롯데측은 지난달 롯데몰 사업 주체를 대구 현지법인(롯데쇼핑타운대구)에서 서울 본사(롯데쇼핑)로 변경했다. 사업주체 변경의 의미는 대구 현지법인이 운영 중인 동대구역 신세계백화점과는 달리, 하루 매출액이 그날 바로 서울본사로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롯데몰이 신세계백화점과 비슷한 매출액을 올린다고 가정할 경우, 매년 1조원에 달하는 매출액이 서울로 빠져 나가게 된다.사업주체 변경 외에도 롯데측의 신뢰성을 의심할 만한 일이 최근에 또 발생했다. 롯데측과 대구시가 맺은 상생협약에는 롯데몰 건설공사 시 지역업체 이용과 인력참여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최근 롯데몰은 지반정지 작업을 하기 위한 공사를 외지업체와 20여억원에 계약체결을 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대구시는 롯데측 입장만 변호하고 있으니 그 이유가 궁금하다.

2021-12-26

대구 단독주택지 종 상향, 개발 부작용 없어야

대구시가 50년 동안 묶여 있던 단독주택지에 대한 종을 상향하고 건축물 층수와 허용용도 등을 완화하는 대규모 단독주택지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대구시가 발표한 단독주택지는 1970년대 토지구획정리 사업으로 조성된 남구 대명동, 달서구 송현동, 수성구 범어동·만촌동 일대 12개 동이다. 면적으로는 6.1㎢ 규모다. 이들 지역은 앞으로 대구시가 행정절차를 진행하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고층아파트와 상업시설 등을 지을 수 있게 된다. 현재 대상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 4만6천여 세대 10만명 이상 되는 만큼 종 상향에 따른 파급 효과와 영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종 상향은 그동안 찬반 논란이 꾸준히 있었던 문제다. 토지 이용의 규제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온 주민의 해제 요구와 규제를 풀면서 일어날 무분별한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대구시는 50년간 지속된 규제지역의 건축물이 상당히 노후화됐고, 주차장, 공원 등 생활기반시설 부족과 주거환경 악화로 단독주택지에 대한 혁신적 관리가 필요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특히 최근 수년간 도심 곳곳에 고층아파트 등이 세워지고 있는 데 반해 단독주택지에 대한 규제로 이들 지역주민의 상대적 박탈감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문제는 이번 규제 완화가 대구지역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 대구는 아파트 과잉공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일부 지역에서 미분양 사태가 시작되고 있는 시점에서 단독주택지 종 상향이 이뤄지면 부동산시장 침체를 더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가 유연한 도시계획정책을 통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마련하겠다고 하나 종 상향 지역에서의 난개발을 얼마나 잘 막아낼지도 숙제다.대구지역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 관리는 시민의 재산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시장 질서유지와 도시개발 측면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단독주택지 종 상향이 가져올 영향을 잘 분석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자칫하면 내년 선거를 의식한 성급한 정책으로 의심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2021-12-26

넥타이의 퇴조

정장을 자주 입는 남성이면 누구나 자신이 가진 넥타이 중 한두 개 정도는 뜻깊은 추억거리가 있다. 사랑하는 여인으로부터 받은 선물이거나 승진 기념 혹은 생일 등 특별한 날에 받은 넥타이가 바로 그것이다. 넥타이는 남성 패션의 시작이자 완성이라 할 만큼 남성을 상징하는 대표적 패션이다. 그래서 남성에게 주는 선물로는 넥타이가 제격이다.정치인에게 넥타이는 자신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좋은 정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빨간색은 열정적 이미지를 나타내고 싶을 때, 오렌지색은 감성적 표현을 하고자 할 때, 파란색은 평화로운 이미지를 전달할 때 맨다고 한다. 매우 공격적이었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빨간색 넥타이를 즐겨 맺다. 중국의 시진핑이 자주 매는 자주색은 강력한 중국을 상징한다고 한다.2016년 신사의 나라 영국의 하원은 오랜 전통을 깨고 의원에게 노타이를 허용했다. 시대 흐름을 반영하는 결정이기도 하지만 권위와 격식의 문화를 벗어 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언제부턴가 직장인 사이에서도 노타이 차림의 캐주얼 복장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한 패션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2000년대 초반 70%에 가깝던 출근시간대 정장차림이 10년 후에는 30%로 줄었다고 한다.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는 시대적 흐름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정부 공식행사에서도 노타이 차림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분위기다.최근 통계청이 넥타이를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대상품목에서 제외했다. 소비가 줄어든 시대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 했다. 17세기 크로아티아 군인 복장에서 유래해 남성패션의 독보적 자리를 차지했던 넥타이가 퇴조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서운함을 느낄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2-26

박근혜 사면, 야권분열 이어져선 안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는 31일 0시부로 단행되는 대통령 특별 사면 명단에 포함되면서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3월 구속된 이후 허리와 어깨통증 등으로 장기치료를 받아왔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당분간 병원에서 건강을 회복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사면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제외시켰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감된 전직 대통령이 2명 있는데, 굳이 한 사람만 고른 것은 정치보복이라는 것 외에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고 비난했다. 현재 이 전 대통령은 거동이 힘들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한다. 이번 특별사면 명분이 국민통합이었다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을 사면에서 배제한 것은 옹졸한 처사’라는 말을 들을 만도 하다. 9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와 내란선동혐의로 징역 9년형을 받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까지 복권 또는 가석방하면서 이 전 대통령만 사면에서 쏙 빼버린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짐작된다.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향후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박 전 대통령이 만약 의중을 밝히는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선거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퇴원할 때까지는 침묵을 지킬 가능성이 높다. 법률 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병원에 있는 동안 정치인은 어떤 분도 만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박 전 대통령이 만약 선거를 눈앞에 두고 야권 통합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국민의힘 내 친박계 기반이 취약한 윤석열 후보에겐 힘이 실릴 수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거나 과거 국정농단 사건수사에서의 억울함을 호소한다면 보수진영 내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일각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박 전 대통령 사면이 야권분열의 계기로 작용해서는 절대 안된다.

2021-12-26

안동시의회에 등장한 3류 개그맨?

피현진 경북부 안동시의회가 지난 21일 2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를 열어 각종 안건을 의결하고 30일간의 의사일정을 마무리 했다.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이번 회기에서 안동시의회는 2021년도 행정사무감사, 202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2021년도 제3회 추가경정 예산안을 처리했다.여기까지는 모든 기초의회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늘 해오던 일이다. 그런데 안동시의회는 이런 당연한 일 외에 타 기초의회에서 하지 않고, 해야될 필요도 없고, 해서는 안될 일도 하고 있다. 바로 동료 의원에게 장난을 치는 일이다. 그것도 회기 중에.시의회 한 의원은 이날 정례회를 폐회하는 자리에서 단상에 올라 연설하는 동료 시의원을 향해 여러 가지 행동으로 웃기기 시작하는 등 장난을 쳤다. 조례안에 대한 심사보고에 나선 시의원은 이 같은 장난에 웃음이 터졌고, 연신 손수건으로 식은땀을 닦는 등 곤란해 했다. 하지만 다른 의원들은 이 같은 모습을 제지하지 않고, 함께 웃으며 때로는 장난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당시 본회의장엔 시의원들 외 시장과 부시장, 시청 집행부 공무원을 비롯해 방청객 30여 명이 있었고, 이런 모습은 인터넷과 시청·시의회 사내 방송을 통해 여과 없이 생중계됐다.문제는 이런 일이 이번에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10월 열린 제229회 임시회에서도 위의 상황과 같은 상황이 연출된 적이 있었다.방송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의원들의 행동에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기도 했다.어떤 사람은 “초등학생들도 학급회의 등 시간에는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임하는데 시의원이라는 사람들이 초등학생들만도 못한 행동을 하고 있다. 시민들의 대표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혀를 차기도 했다.안동시의회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 2항에는 의원의로서 품위 유지를 지적하고 있으며, 4항에는 시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 5항에는 시민의 명예를 고양시키기 위해 항상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6항에는 의원 상호 간 예의와 인격을 존중한다고 적고 있다.의원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장난이 스스로 시의회 윤리강령을 모두 어기는 일이고 나아가 의원들 스스로 명예를 갉아 먹는 일이다.기초의회 의원들은 시민을 대리해 자치단체를 감시·견제하는 등 시민들의 민의를 대변하는 아주 중요하고 막중한 의무를 부여받은 사람들이다. 결코 가벼운 3류 개그맨이 되려해서는 안된다. 특히 그 자리가 회기 중인 본회의장이라면 더욱더 무거운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안동/phj@kbmaeil.com

2021-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