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축구 대회에서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오른 한국 선수단은 단체 슬라이딩을 하며 응원단과 함께 16강 진출의 기쁨을 만끽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대표팀의 슬라이딩 세리머니가 20년 만에 도하에서 재현됐다.
축구경기에서 선수가 골을 넣은 뒤 보여주는 기쁨의 표현이 ‘골 세리머니’다. 우리말로 ‘득점 뒤풀이’다.
골 세리머니는 80년대 이전에는 요란하지 않았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결승에서 마르코 타르델리라는 선수가 득점 후 사자후를 지르며 질주하는 퍼포먼스 ‘타르델리의 포효’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 세리머니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세리머니가 점점 발전돼 90년대부터 축구계의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백혈병에 걸린 경북 칠곡의 여고생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손흥민 선수의 ‘럭키칠곡’ 골 세리머니를 보고 싶다는 사연이 화제다. 럭키칠곡 포즈는 왼손 엄지와 검지를 펴 검지가 아래쪽으로 향하게 하는 ‘7’자 모양의 자세로 김재욱 칠곡군수가 고안했다.
칠곡 순심여고 1학년 김재은(15)양은 지난 3일 서울대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는 병실에서 ‘7’자 세리머니를 하며 축구 대표팀을 응원했다. 김양은 이날 SNS에 손흥민에게 골과 럭키세븐 세리머니를 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자신은 물론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에게 긍정적인 생각과 희망을 전하자는 뜻에서다.
손흥민의 등 번호가 ‘7’번이고 대표팀과 토트넘에서 7번을 달고 뛴다. 칠곡은 첫 글자 ‘칠’과 발음이 같은 숫자 7을 ‘평화와 행운’의 상징으로 여긴다.
럭키칠곡 세리머니가 손흥민의 새 아이콘이 되고 승리의 여신이 되길 바란다. 백혈병 김양에게는 기적의 세리머니가 되길.
/홍석봉(정치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