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또 내렸다. 지난달 22일 오전 11시까지 울진군 온정면 182.5㎜, 영덕군 영해면 146.4㎜, 포항시 호미곶 139.5㎜의 비가 내렸다. 11월 최대 강수량이라고 했다.
겨울에 즈음하여 집중 호우는 기후변화를 연속 실감한다. 지난 9월초 한반도에 상륙한 힌남노 태풍은 한국의 제조업의 기반을 붕괴시켰고, 포항지역 시민 10명의 귀중한 생명을 빼앗아 갔고, 600여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시간당 100㎜ 이상 내린 폭우에 따른 천재지변의 자연재난과 도시화와 산업화에 의한 인재와 결합된 일명 ‘복합참사’(hybrid disaster)일게다.
8월 서울 폭우, 9월 힌남노 폭우에 이어 11월에 다시 우리 경상북도 지역은 집중호우로 생명과 재산에 위협에 느끼고 있는데 반해, 호남지역은 최악의 가을가뭄으로 인해 광주지역은 30년만에 제한 급수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참사라는 말이 언어의 수준을 넘어 재산을 파괴하고 생명을 파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갈수록 점증되고 있다. 왜냐면, 첫째, 기후변화는 태풍, 홍수, 산불 등과 같은 재난을 갑작스럽게 발생케 한다는 것이다.
포항시가 겪은 힌남노 태풍으로 홍수 피해도 기후변화의 속성을 보였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갑작스러운 자연재난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발생 빈도가 증가하면서 연속적으로 발생할 뿐만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참사가 발생하여 재난의 피해가 ‘계단식’(cascading)으로 증가하는 특징을 보인다.
서울과 경상지역에서 예기치 않은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전라도 지역은 최악의 가뭄 사태로 재난의 피해를 가중시키는 상황이 입증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다중적인 속성을 실감케 한다. 이상 기후현상이 발생할 수 없는 지역에서도 예기치 않은 재난이 발생하는 특징도 보인다.
예컨대 지난 500년 동안 홍수피해와 무관하였던 지역에서 홍수피해를 키워 세상이 변했음을 체험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포스코 창립 50여년만에 공장가동이 멈춘 초유의 사태를 직면했으니 말이다.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창출하기도 한다. 지구의 평균기온 1℃가 증가하면 지구의 극단적인 참사를 일으키는 주범이 바로 기후변화로 귀속시킬 수 있는 세상으로 변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세계협의체가 지난 4월에 발표한 내용이다. “만일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1.5℃에 도달하면 약 22억 인구가 5년마다 더 잦고 거센 폭염에 노출되고, 해수면이 상승하며 일부 생물종은 멸종하고 식량위기가 심화하고 새 전염병이 출몰한다.”
점진적인 작은 기온 변화가 갑작스럽고 예측가능하지 않는 참사의 주범이 바로 기후변화이다. 202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시작하지 않으면 최악의 순간을 맞게 될 것이라는 내용도 있다.
기후변화의 재난증가는 이제 더 이상 강 건너에서 바라볼 불이 아니다. 재난의 강도, 범위, 빈도가 증가할 것이며 일상의 삶을 파괴하는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왔다.
세계 국가의 정상들을 향해 비판의 메시지를 거침없이 전달하고 있는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더욱 위협적인 주장을 했다. “기후 변화는 인류에게 존재론적 위협이며 이로 인해 인류는 여섯 번째 대종말을 맞이하고 있다. 생존은 회색 지대가 존재하지 않는 죽느냐 사느냐의 영역이다. 현대 문명의 존속 여부와는 상관없이 기후 변화는 저지되어야만 한다.”
기후재난 위험에 대응하는 전략과 방안도 결코 쉽지 않다. 복합재난인데다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한 예측가능성이 낮은 ‘불확실성’ 때문이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럭비공이나 다름없다. 예컨대 기상청의 예보가 예상에서 벗어나는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
우수한 장비를 갖춘 기상청은 힌남노 태풍이 포항에 근접할 것이라는 예보는 할 수 있지만, 포항시의 어느 지역에 어느 시간대에 400~500㎜ 집중호우 예측을 할 수 있는 수준에 아직은 못 미치고 있다. ‘위험’을 쉽게 인지할 수 있고 충분한 예상을 할 수 있고, 사전 징후와 예고가 통하는 ‘단순한 재난’이 아니다. 위험을 예측하기 힘들고 예측할 확률적 지식도 부재한 ‘불확실성이 높은 복합재난’이다.
그럴지라도 우리는 지역수준에서의 기후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대처하는 실천적 전략으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른 기후 변화의 불확실성과 함께 살고 대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예측과 통제로 주도하는 중앙 집중식 관료와 전문가 중심의 지식에 의해 대처하는 기술 관료적인 방안으로는 부족하다.
지역에서의 민관이 자발적이며 다양한 영역에서 서로 협조와 참여를 이끌어 내고 다양한 지식을 활용하는 ‘회복탄력성’과 ‘변혁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