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합동지원센터’ 안동에 운영<br/> 확산 속도 시간당 8.2㎞ 역대 최고·영향구역 3만3204㏊ 달해<br/> 고속도 청송휴게소 양방향 건물 소실·건축물 2572건 불에 타<br/> 추락 헬기 조종사 등 희생자 23명 애도 합동분향소 속속 설치
경북 북동부 지역을 휩쓴 대형 산불이 발생 6일 만에 역대 최악의 피해 규모를 기록하며 동쪽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 <관련기사 2·3·4·5·7면>
지난 22일 의성에서 시작된 불길은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시·군으로 번지며 피해 면적을 넓혔다. 당초 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강수량은 27일 대부분 지역에서 미미한 수준에 그쳤으며, 진화율 마저 급격히 하락해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림청은 27일 헬기 79대와 인력 4635명, 장비 693대를 산불 현장에 투입해 동시다발적 진화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초속 15m에 달하는 강풍과 섭씨 21~22도의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진화 작업에 난항을 겪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북 북동부에 예보된 비의 양은 5mm 미만으로 극히 제한적이다. 강수량이 매우 적어 건조한 대기를 적시면서 습도를 높이는 역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강수 이후 다음 비 소식이 4월 초에나 예보돼 있고, 강풍과 건조한 기상 조건이 지속되면 산불이 계속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진화 현장에 투입된 인력의 피로가 누적되는 가운데 산불 진화율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정오 기준 71%까지 상승했던 의성·안동 산불 진화율은 사흘 만에 50% 초반으로 떨어졌다. 특히 인명 피해가 집중된 영덕과 영양의 진화율도 10~20% 수준이다.
이번 산불의 확산 속도는 시간당 8.2km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7일 오전 기준 산불영향구역은 3만 320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0년 강원도 동해안 산불 당시 피해 면적인 2만 3794㏊를 이미 초과한 수치다.
인명 피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안동 4명, 청송 3명, 영양 6명, 영덕 9명 등 총 22명의 주민이 사망했으며, 의성에서는 진화 헬기 추락 사고로 70대 조종사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재산 피해 역시 급증해 주택과 공장 등 2572건의 건축물이 피해를 입었다. 해안가에 위치한 영덕에서는 어선과 양식장 피해가 속출하고 있으며, 일시적으로 전지역 통신이 두절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서산영덕고속도로 청송휴게소 양방향 건물도 화재로 소실됐다.
안동에서는 27일 오전 산불이 남후면 무릉리에서 시내 지역으로 향하면서 재난 문자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청송 주왕산국립공원 내 천년고찰 대전사 등 문화재 보호를 위한 노력도 분주히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안동, 의성, 청송, 영양, 영덕 등에서 3만 3000여명의 주민이 실내체육관 등 임시 대피소로 몸을 피한 상태다.
산불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합동분향소도 속속 설치됐다.
청송군은 27일 청송군보건의료원에서 분향소 운영을 시작했으며, 의성군은 헬기 추락 사고로 희생된 고 박현우 기장 분향소를 차렸다. 안동시와 영양군·영덕군도 설치 논의를 마치고 곧 마련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경북·경남·울산 등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수습과 피해자 지원, 이재민의 일상 복귀를 위해 27일부터 ‘중앙합동지원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권역별로 모두 2곳이 설치되며 경북 안동시 안동체육관에는 경북합동지원센터가, 경남 산청군 덕산체육공원 시천게이트볼장에 경남합동지원센터가 각각 마련돼 본격적인 지원활동에 들어갔다.
경북지원센터는 안동시·의성군·청송군·영양군·영덕군을 관할한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