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오씨, 직접 물 뿌리며 불 맞서
‘괴물 산불’에 맞서 민속문화재를 지켜낸 사람이 있다.
지난 25일 오후 5시 5분쯤 의성 산불이 청송군 파천면 지경리로 번졌다. 산불 길목에 자리잡은 송소고택이 소실 위기를 맞았다.
송고주택 장주 심재호(심호택의 4대주손·사진)씨는 위기에 처한 송고주택을 지켜내기 위해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는 “산불 때문에 모든 소방차량이 출동된 상황이어서 지원이 어렵다”는 회신을 받았다.
심씨는 긴급히 소화전으로 달려가 고택 전체에 직접 물을 뿌리며 고택 방어에 나섰다. 이곳 해설사와 함께 고택 전체에 쉼 없이 물을 뿌린 결과 산불은 건물을 덮치지 못하고 스쳐갔다.
이후에도 심씨는 안심할 수 없었다. 혹시나 고택으로 잔불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지난 26일까지 혼자 남아 물 뿌리기를 계속했다.
심씨는 “이런 상황에 누굴 탓 할 것 없이 일단 소화전으로 달려갔다”면서 “불이 고택에는 옮겨붙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지나간 일들은 생각조차 하기 싫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청송 송소고택은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에 있는 심처대의 7대손인 송소 심호택 관련 주택이다. 2007년 국가민속문화재(현 국가민속문화유산)로 지정됐다. 1880년쯤 건축한 가옥으로 ‘송소세장’ 현판이 걸려 있다.
10채의 건물이 경내에 있는데, 그 중 안채·사랑채와 대문간채는 개화기 이후의 건물이다. 대문간채는 정면 7칸, 측면 1칸의 기와를 이은 맞배지붕이며 대문 좌우로 행랑채가 있다.
마당채는 대문간채와 이웃한 북방에 있다. 안채에는 안방과 함께 사랑방이 공존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이 고택은 경상북도 북부 민가 양식으로 상류 주택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종철기자 kjc2476@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