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법성사 주지 선정 스님<br/>사찰 지키다 산불로 입적
의성에서 번진 산불은 영양군의 한 작은마을의 상징과도 같았던 사찰을 집어삼켰다.
영양군 석보면 화매1리에 자리잡은 대한불교법화종 법성사. 불에 타 무너진 사찰 건물 안에서 주지 선정 스님(85)이 숨진 채 발견됐다. 선정 스님은 2002년 법성사 주지가 되기 전부터 이곳에서 수행 공부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오전 방문한 법성사 일대는 화마가 들이닥친 지난 25일 당시 치열했던 상황을 짐작케 했다. 완전히 무너져 대웅전 터에서 아직도 연기가 피어 올랐다. 온전하게 남아 있는 극락전이 절터였슴을 알려주고 있다.
스님을 마지막으로 봤다는 요양보호사 김모(여ㆍ53)씨. 연로한 스님을 위해 주5일 식사를 챙겨주었다고 한다. 김씨는 스님이 숨지기 전날 저녁을 챙겨주었단다. “아이스크림을 유난히 좋아하셔서 내일 올때 꼭 사다드린다고 약속했는데 밤새 이런 비보를 전해 들었다”며 울먹였다.
유년 시절부터 스님을 보고 자란 마을 이장은 마을의 큰 어른을 잃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김진득 화매1리 이장은 “오래전부터 혼자 사찰을 지키셨다”며 “부처 그 자체였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늘 웃고 남달리 정이 많았다”며 “어려운 일이 있으면 고민 상담도 했었는데 이제 그럴 수가 없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주민 한모씨는 “스님은 혼자 사는 분들을 재워주거나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다”며 “늘 남에게 베풀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김 이장은 지난 25일 오후 산불이 빠른 속도로 번져와 스님을 대피시킬 상황이 안 됐었다고 전했다.
김 이장은 “순식간에 불씨가 산을 타고 넘어왔다”며 “5분 만에 동네 전체가 불바다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찰이 산속에 있어서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고 소방관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