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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어디에?⋯입주민 갈등으로 갈팡질팡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5-07-07 15:00 게재일 2025-07-0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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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한 아파트 단지 지상에 설치된 전기차 전용 충전시설. /단정민기자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 확대 정책에 따라 100세대 이상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충전시설 위치를 둘러싼 입주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22년 1월 시행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오는 2026년 1월 27일까지 100세대 이상 신축 아파트는 전체 주차면수의 5%, 기존 아파트는 2% 이상을 전기차 충전 구역으로 확보해야 한다. 

기존엔 500세대 이상이 대상이었지만 개정된 법령은 기준을 대폭 낮춰 사실상 대부분의 중형 아파트 단지가 의무 설치 대상이 됐다.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한 정책이지만 정작 설치를 둘러싼 입주민들의 입장이 달라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포항의 한 아파트 단지는 입주자 대표회의 주도로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두고 찬반 투표가 열렸다. 설치 위치를 ‘지상’으로 할 것인가 ‘지하’로 할 것인가를 두고 주민들 사이에서는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입주민 A씨(50)는 “지상에 설치하면 눈에 잘 띄고 이용하기도 편하다. 지하에 설치하면 화재 등의 위험이 크다. 전기차는 쉽게 불이 꺼지지도 않으니 지하는 너무 위험한 생각이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입주민 B씨(32)는 “위험하다는 이유 외에도 공사비가 많이 드는 것이 지하설치를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며 “일부 전기차주들을 위해 장기수선충당금으로 공사비를 해결하기 싫어 반대한다”고 했다.

대구 중구의 한 아파트에선 입주자 대표가 일방적으로 ‘지하 설치’ 의견만 강조한 공고문을 올렸다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지상 설치의 장점은 언급하지 않고, 지하 설치의 이점만 나열하자 주민들이 불공정 투표라며 반발한 것이다. 결국 해당 단지는 700세대 중 500여 명이 투표에 참여해 8표 차로 ‘지상 설치’가 결정됐다.

이처럼 아파트 단지 곳곳에선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 설치라는 공익적 목적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공사비는 누가 내느냐’, ‘내 주차 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 ‘화재 위험은 없느냐’는 등 각자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해결이 쉽지 않다.

정부는 충전소 설치 확대를 위해 유예기간(최대 3년)을 두고, 위반 시 과태료도 부과할 방침이다. 과태료 부과 대상은 기존보다 넓어져 충전시설에서 충전 외 목적으로 주차하거나 장시간 점유하는 경우도 처벌 대상이 된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가이드라인만으로는 입주민 간의 의견 차이를 조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침은 내려가 있지만, 실제 설치 위치나 방식은 입주민들의 합의에 따라야 하다 보니 지자체가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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