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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열대야, 문화를 향유하는 즐거움

▲ 하재영 시인더운 날이 이어진다. 한밤의 온도도 높아 잠도 제대로 못 이룬다. 새로운 계절은 늘 낯선 사람의 모습으로 슬그머니 곁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조금 조금씩 정다운 말벗으로 다가와 당분간 뗄래야 뗄 수 없는 벗이 된다. 이 더운 날들의 기록속에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전보다 좋은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예술인들의 모습이 있다. 더위에도 그들의 발길 위로 땀방울은 떨어지고, 또 떨어진다. 며칠 전 포항문예아카데미 총동창회에서 발간한`영일만`이란 문집을 받았다. 문학의 고급독자로서 아니면 작은 문학인으로서 나름대로 글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문화는 어느 하루아침에 고급문화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저변 형성을 위한 예술인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발견했다. 포항문예아카데미는 포항문인협회 부설로 운영하고 있는 문예교육기관이다. 그렇다고 사무를 볼 수 있는 사무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일에 매달리며 보수를 받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30명 모집정원으로 4월 초 개강해 매주 목요일 시인, 소설가, 수필가, 아동문학가의 강의가 12월 초까지 릴레이식으로 이어질 뿐이다. 한두 해 거치면서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수료생은 330명이 됐다.올해도 30여 명의 수강생들은 매주 목요일 문학을 삶의 중심 근처에 두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문학을 체험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렇게 수강생이 모일 수 있었던 까닭은 수료생들이 바톤을 받아줄 사람을 모셔오고, 또 그들 나름대로 문학을 즐거이 향유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했기 때문이다.비단 문학 교육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술의 단맛을 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예술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분명 또 다른 예술을 수용하는 데도 인색치 않다.30도 이상의 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이 여름, 참 많은 문화 행사가 우리 지역 곳곳에서 치러진다. 문화는 살아있는 생물체 같아서 숨 쉬며 꿈틀거리고, 그 꿈틀거림은 그 지역 문화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지역 문화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와 달리 독특한 개성과 아름다움이 있어야 할 것이다.포항의 대표적인 여름 행사는 27일부터 열흘간 열리는 포항국제불빛축제다. 화려한 불꽃 쇼를 보기 위해 장거리 운전을 마다않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다. 이미 이 축제는 영남의 볼거리 문화로 자리잡았다. 또 8월6일부터 12일까지 포항 북부해수욕장에서 열리는`2012 포항바다국제공연예술제`도 놓칠 수 없는 공연이다. 8월14, 15일 이틀간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열리는 제1회 `독도사랑 국악사랑 대한민국 국창대회`도 잊어서는 안될 문화 행사다.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서 치러진 국창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사람들이 참여해 경연하는, 그야말로 명창들의 진검승부가 될 것이다.이런 문화행사는 무엇보다 많은 관객을 필요로 한다. 어떤 행사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알려야 할 것이다. 이 지역에서 치러지는 문화를 향유하는 시민이 많아질 때 문화시민으로서의 위상은 높아지고, 문화도시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또 하나 소개하고 싶은 여름 푸른 행사가 있다. 시동인 `푸른시`에서 주관하는 시인학교다. 8월11일에서 12일까지 대보중학교에서 개설하는 `푸른시인학교`에는 이정록 시인과 지역의 많은 시인이 참여한다. 올해로 열 세 번째다. 소문 없이 널리 알려진 우리 지역의 독특한 문화행사라 할 수 있다.녹음방초(陰芳草) 푸르른 여름이다. 문화의 푸른 오솔길로 안내하는 각종 문화행사가 우리 앞에 이어지고 있다. 집 안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텔레비전 드라마에 빠지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 우리 지역에서 이어지는 각종 문화의 주인으로 문화의 현장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그것 자체만으로도 이 여름 더위를 잊는, 그러면서 축제의 주인공으로 이 도시를 역동적으로 만드는 멋진 주인공이 될 것이다.

2012-07-26

여름방학, 자기 주도학습의 최적기다

▲ 손진대영문학 박사 여름방학은 혼자 힘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데 최고의 기회다. 그러나 무작정 혼자 공부한다고 해서 올바른 공부습관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자기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며 공부를 하는 자기주도 공부 습관이 자녀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부모는 드물지만, 실제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답답함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많다. 학생 개개인에 맞는 체계적인 공부계획을 세워야 자기주도 공부습관을 기를 수 있다. 그게 자기주도 학습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공부습관을 기를 수 있는 방법들은 무엇이 있을까. 부모들이 가장 관심을 쏟는 것도 이 대목이다. 관심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천이 중요하다. 거대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이 좋다.무엇보다도 먼저 방학 학습계획표를 작성해야 한다. 다만 이때 학생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과도한 욕심을 부린다는 점이다. 욕심대로 적다 보면 하루 10시간씩 공부하겠다고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한 전문가는 “단번에 하루 10시간의 공부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직 인내심이나 집중력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라면 하루 4~5시간 정도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세울 순 없다. 이 때문에 학습계획은 3일 단위로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이제까지의 경험에 비춰볼 때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하나의 계획을 책임감 있게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기간은 3일 정도다. 따라서 3일 단위로 계획을 계속 짜나가는 것이 자기주도 공부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학생 스스로가 하루 중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대를 파악하는 것이 자기 주도 학습의 시작이며, 스스로를 돌아본 내용을 바탕으로 공부시간을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다.제대로 된 공부 습관이 잡히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일본 도쿄대이시우라쇼이치 교수는 저서 `꿈이 이뤄지는 시간 30일`에서 “작심 30일은 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습관을 바꾸려면 일정 기간 뇌의 구조를 변화시켜야 하는데, 나쁜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뇌를 맞춰가려면 적어도 한 달은 걸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사람의 생체시계가 교정되는데, 21일은 걸린다고 한다. `21일`은 무엇이든 21일 동안 계속하면 습관이 된다는 것으로, 예일대 등 많은 대학에서 학습상담에 활용하고 있다.따라서 21일은 하나의 습관을 몸에 배게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이며, 여름방학은 `21일 습관달력`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습관달력에 대해 먼저 달력 위에 자신이 새로 만들거나 고치고 싶은 습관목표를 적는다. 매일 줄넘기 하기, 누워서 공부하지 않기, 늦잠 자지 않기, 하루 2시간 이상 게임하지 않기 등을 쓰는 것이다. 그런 뒤 습관을 실천한 정도에 따라 달력에 ○, ×, △ 등으로 표시한다. ×일 경우 왜 지키지 못했는지도 간단히 적어두는 것이 좋다. 21일 동안 ○가 15개 이상인 경우 잘 지켰다고 보면 된다.공부계획표에는 스스로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도장을 찍거나, 사인을 해놓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또 가족 모두가 잘 볼 수 있는 곳에 붙여놓으면, 공부 의지가 높아질 뿐 아니라 가족들의 협조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기말고사가 치러지고 난 다음 주면 대부분의 학교가 방학에 들어간다. 아무쪼록 이번 여름방학에는 공부습관의 변화를 통해 자기주도 학습이 이뤄질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012-07-25

자기 주도학습의 최적기:여름방학

▲ 손진대 영문학 박사여름방학은 혼자 힘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데 최고의 기회다. 그러나 무작정 혼자 공부한다고 해서 올바른 공부습관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자기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며 공부를 하는 자기주도 공부 습관이 자녀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부모는 드물지만, 실제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답답함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많다. 학생 개개인에 맞는 체계적인 공부계획을 세워야 자기주도 공부습관을 기를 수 있으며 자기주도 학습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공부습관을 기를 수 있는 방법들은 무엇이 있을까. 부모들이 가장 관심을 쏟는 것도 이대목이다. 관심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천이 중요하다. 거대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이 좋을 듯 싶다.필자가 권하고 싶은 방법 가운데 무엇보다도 먼저 방학 학습계획표를 만들 때 학생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욕심대로 적다 보면 하루 10시간씩 공부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한 전문가는 “단번에 하루 10시간의 공부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직 인내심이나 집중력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라면 하루 4~5시간 정도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세울 순 없다. 이 때문에 학습계획은 3일 단위로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이제까지의 경험에 비춰볼 때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하나의 계획을 책임감 있게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기간은 3일 정도다. 때문에 3일 단위로 계획을 계속 짜나가는 것이 자기주도 공부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학생 스스로가 하루 중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대를 파악하는 것이 자기 주도 학습의 시작이며 스스로를 돌아본 내용을 바탕으로 공부시간을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다.제대로 된 공부 습관이 잡히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일본 도쿄대이시우라쇼이치 교수는 저서 `꿈이 이뤄지는 시간 30일`에서 “작심 30일은 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습관을 바꾸려면 일정 기간 뇌의 구조를 변화시켜야 하는데, 나쁜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뇌를 맞춰가려면 적어도 한 달은 걸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사람의 생체시계가 교정되는데 21일은 걸린다고 한다. `21일`은 무엇이든 21일 동안 계속하면 습관이 된다는 것으로 예일대 등 많은 대학에서 학습상담에 활용하고 있다.따라서 21일은 하나의 습관을 몸에 배게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이며 여름방학은 `21일 습관달력`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습관달력에 대해 먼저 달력 위에 자신이 새로 만들거나 고치고 싶은 습관목표를 적는다. 매일 줄넘기 하기, 누워서 공부하지 않기, 늦잠 자지 않기, 하루 2시간 이상 게임하지 않기 등을 쓰는 것이다. 그런 뒤 습관을 실천한 정도에 따라 달력에 ○, ×, △ 등으로 표시한다. ×일 경우 왜 지키지 못했는지도 간단히 적어두는 것이 좋다. 21일 동안 ○가 15개 이상인 경우 잘 지켰다고 보면 된다.공부계획표에는 스스로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도장을 찍거나, 사인을 해놓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또 가족 모두가 잘 볼 수 있는 곳에 붙여놓으면, 공부 의지가 높아질 뿐 아니라 가족들의 협조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기말고사가 치러지고 난 다음주면 대부분의 학교가 방학에 들어간다. 아무쪼록 이번 여름방학에는 공부습관의 변화를 통해 자기주도의 학습이 이뤄질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012-07-19

독서파만권 하필여유신

▲ 김현욱 시인·달전초 교사논어(語) 선진편(先進篇)에 이런 일화가 전한다.어느 날 자로가 공자에게 물었다. “좋은 말을 들으면 바로 행동에 옮겨야 합니까?” 공자는 “어떻게 바로 행동에 옮기려 하는가? 좀 더 신중을 기하라”고 답했다. 자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염유가 똑같은 질문을 했다. “좋은 말을 들으면 바로 행동에 옮겨야 합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알면 바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공서화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공자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똑같은 질문에 서로 다른 답을 주십니까?” 공서화의 물음에 공자는 말했다. “염유는 물러나므로 격려하여 나아가게 한 것이고, 자로는 다른 사람보다 지나치므로 매사에 신중하라고 한 것이다” 이처럼 공자는 저마다 타고난 소질과 성품을 고려해 그에 맞는 가르침을 줬다. 공자의 철학과 지혜가 담긴 이 교육법을 `인재시교`라 한다.지난 2009년 중국에서 출간돼 220만 부가 넘게 팔린 인젠리의 자녀교육서 `인재시교`도 그러한 맥락에서 출발한다. 인젠리의 자녀교육법 중에 한국의 부모들과 공유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어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아이가 뛰어놀거나 걷다가 돌부리나 의자 같은 물체에 부딪혀 울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 부모는 아이를 달래면서 동시에 그 물체를 손으로 때리는 시늉을 한다. 인젠리는 그것을 일종의 `보복행위`로 보고, 나쁜 육아법이라고 지적한다. 어떤 부모는 아이에게 다른 사람을 때리라고 가르친 것도 아닌데 아픔을 못 느끼는 의자 좀 때린 게 뭐가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의 눈에는 모든 것이 똑같은 생물체로 보인다. 백지장처럼 순수한 아이들에게 그러한 경험은 체험이 되고, 학습이 돼 누적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상가 루소도 `에밀`에서 “사람의 도덕성은 태어나는 순간 형성되고 순수하고 순결한 시기에 느끼고 이해한 것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인젠리의 딸 위엔위엔은 열여섯 살의 나이에 대학입학시험에 응시해 상위 0.2%안에 들어 칭화대학교와 홍콩의 명문대에 동시 합격했다. 또한 독립심과 배려심이 강해 베이징 시가 모범학생으로 선정했을 만큼 훌륭한 인재로 자랐다. 그 바탕에는 `고시(古詩)를 읽으며 자란`위엔위엔의 유년시절이 있는데, 인젠리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고시를 많이 읽고 암송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교육방법이라고 소개한다.필자도 해마다 학급경영의 중요한 활동으로 학생들에게 시 암송을 주문한다. 흥미와 동기, 게임과 미션이라는 큰 틀에서 매주 진행되는 시 암송은 학생들에게 많은 자극을 준다. 경험상 좋은 시를 함께 읽고 외는 활동은 교육적 효과가 매우 크다. 매년 30편 내외의 시를 암송하는데도 학생들의 정서순화와 언어구사능력에 많은 도움을 준다. 하물며 수 백 편의 고시를 가슴에 담아두고 즐길 줄 아는 위엔위엔이 다방면에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부터라도 가정에서 자녀와 함께 시 암송을 시작해보면 어떨까?마지막으로 아이의 글쓰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자.인젠리는 오랜 경험에서 얻은 결론으로 단 두 글자, `독서`를 든다. 많은 영재들이 가진 공통점은 `풍부한 독서량`이다. 어릴 때부터 많은 책을 읽은 위엔위엔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장편소설(무협지)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글쓰기 능력이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풍부한 독서와 다양한 체험의 기름진 토대 위에 자연스럽게 피는 꽃 같은 것이다.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두보는 `독서파만권(讀書破萬卷) 하필여유신(下筆如有神)`이라는 말을 남겼다. “책 만 권을 읽으면 신들린 듯이 글을 쓸 수 있다.” 깊이 새겨야 할 명문이 아닐 수 없다.

2012-07-18

종이책 읽기를 권함

▲ 김현욱 시인·달전초 교사올해 포항시 원북(One book)은 김무곤 교수의 `종이책 읽기를 권함`으로 선정됐다. 책 제목이 가진 상징성도 그렇거니와 `우리 시대 한 간서치(看書痴)가 들려주는 책을 읽는 이유`를 간결한 문체로 담은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저는 당신이 이 책을 천천히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많은 시간을 들여 아주 천천히 쓴 책입니다. 재능이 부족하고 게으른 탓도 있지만, 깊은 생각과 많은 공부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서둘지 않고 오래 구상하고 천천히 생각했습니다. 쓰다가, 쉬다가, 다른 책을 읽다가, 생각하다가 또다시 쓰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당신도 이 책을 천천히 읽다가, 덮었다가, 다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천천히 책장을 넘기시면서 손가락에 전해지는 감촉을 느껴주십시오. 때때로 책장의 행간과 여백을 지긋이 바라봐 주십시오. 종이책을 읽는 소중함과 기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썼다. 종이책에 대한 저자의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서문이다.스마트폰 이천만 시대에 종이책 읽기를 권함은 사실 어울리지 않는 감이 있다. 더욱이 2015년부터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과서가 마련된 교실로 이동하거나 개인기기를 이용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교과부의 방침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디지털 교과서가 “학생들의 무거운 책가방을 해소하고, 학부모들에게는 학습지와 참고서를 별도로 구입하는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학생들 손에 종이책 대신 디지털 교과서나 전자책이 들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그럼에도 저자는 종이책 읽기를 강조한다. 종이책 읽는 일이 느리고 갑갑하여 책을 멀리하려는 충동을 느낄지라도 그러하기 때문에 더더욱 종이책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고통이야말로 우리가 종이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란다. 종이책 읽기의 고통 너머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과 지성(知性)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고백이다.물론, 독서인이 모두 교양인이요, 인격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라고 꼬집으면서 독서가 곧 교양과 인격의 척도라는 교조주의는 배격한다.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의 교사이자 작가인 다니엘 페나크의 `독자의 10가지 권리`중 첫째는`읽지 않을 권리`이다. 더 살펴보면, 건너뛰어서 읽을 권리,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연거푸 읽을 권리, 손에 집히는 대로 읽을 권리, 작중 인물과 자신을 혼동할 권리, 읽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을 권리, 여기저기 부분적으로 읽을 권리, 소리 내어 읽을 권리,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페나크는 책 읽기를 보다 친근한 일로 하기 위해서 위와 같은 `독자의 10가지 권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마지막에 `읽고 나서 아무 말(것)도 하지 않을 권리`는 학생들이 선호할 만한 권리다.이러한 독자의 권리를 바탕으로 우리 아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첫째, 아이 스스로 책을 고르게 하라. 둘째, 책값을 넉넉하게 주라. 셋째, 한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읽어보게 하라. 넷째, 끝까지 다 읽으라고 강요하지 마라. 다섯째, 의심하면서 읽게 하라. 여섯째, 책 읽기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으면 그만두고 그 일을 하게 하라.살펴보면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방법이지만 책을 읽는 주체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차원에서는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다들 종이책의 위기를 운운한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교과서, 전자책 등의 등장으로 종이책 시장이 점점 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종이책 읽기의 경험을 그 무엇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 사그락, 사그락, 책장 넘어가는 소리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한 종이책 읽기의 즐거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모두, 종이책 읽기를 권함.

2012-07-11

마음을 어떻게 쓸 것인가?

▲ 정석준수필가 옛날 어느 장군이 산적을 물리치고 승전고를 울리며 근방 절을 찾아갔다. 주지 스님은 출타중이고 사미승이 절을 지키고 있었다. 장군은 수백 명의 부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오만한 태도로 “스님,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 업보에 따라 극락에도 가고 지옥에도 떨어진다고 하는데 대체 지옥과 극락이 어디 있단 말이오?”하고 물었다. 장군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미승이 오른손을 번쩍 들어 그의 왼쪽 뺨을 후려쳤다. 엉겁결에 뺨을 맞은 장군은 순식간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수많은 산적을 물리치고 기세당당한 장군이 부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뺨을 맞았으니 화가 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장군은 얼굴을 붉히며 차고 있던 칼을 뽑아 단숨에 스님의 목을 베려 들었다. 이 때 스님은 맑고 평화로운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장군님, 장군님은 저에게 극락과 지옥을 묻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먼저 지옥을 알려 드렸습니다. 제가 장군님의 뺨을 치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저를 죽이려고 칼을 빼지 않았습니까? 사람을 살해하려고 칼을 뽑아든 장군님의 분노한 마음, 그 자리가 곧 지옥입니다”이 말을 들은 장군은 어이가 없어 뽑았던 칼을 다시 칼집에 넣으며 파안대소했다. 그러자 스님이 말했다.“장군님의 지금 마음 상태가 곧 극락입니다”극락과 지옥은 사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극락과 지옥을 왕래하고 있다. 아마 이 세상에 사는 사람 중에 지옥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행복(극락)을 바라고 불행(지옥)을 싫어하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마음을 바로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마음을 잘 쓸 수 있는가? 마음을 잘 쓰려면 먼저 마음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선종의 초조로 추앙 받고 있는 달마대사가 소림사에서 면벽 참선을 하고 있을 때 하루는 신광이라는 젊은이가 찾아와서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스님, 저의 마음이 편안하지 못합니다. 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십시오”“너의 불안한 마음을 이리 가져오너라. 내가 편안하게 해주리라”“스님, 아무리 마음을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달마는 한참을 침묵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이제 네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이 말을 듣는 순간 신광은 크게 깨달았다고 한다.눈으로 볼 수도 없고, 코로 냄새 맡을 수도 없고, 손으로 만져볼 수도 없는 마음, 빛깔도 없고 모양도 없는 마음, 그러나 우리의 존재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마음이다.원효스님의 행장(行狀)을 보면 의상스님과 함께 불법을 공부하기 위하여 당나라로 유학의 길을 떠났다고 한다. 서해안에서 배를 타고 가기 위해 해물당주를 향해 걷다가 날이 저물어 인가를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그냥 쓰러져 잠이 들었다. 잠결에 목이 몹시 말라 물그릇을 찾으니 마침 손에 잡히는 것이 있어서 실컷 마셨는데, 물맛이 얼마나 좋은지 마치 감로수와 같았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 보니 잠을 잔 곳은 무덤가였고, 마셨던 물은 해골에 고였던 물이었다. 해골에 든 물을 마셨다는 생각이 들자 원효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비위가 거슬려 간밤에 마신 물을 다 토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원효는 부처님께서 화엄경에서 하신 말씀, 즉 “모든 법은 마음 따라 일어나고 모든 법은 마음 따라 사라지니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긍정의 눈으로 세상을 보느냐 부정의 눈으로 세상을 보느냐, 낙관의 눈으로 세상을 보느냐 비관의 눈으로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서 이 세상은 극락이 되기도 하고 지옥이 되기도 하며, 행복한 인생이 되기도 하고 불행한 인생이 되기도 한다.모든 것이 마음의 산물이요, 마음이 지어낸 것이라면 그 마음을 어떻게 쓸 것인가? 이제 그 해답은 스스로가 내려야 할 것이다.

2012-07-11

방송 금기어와 언어생활

▲ 오세창 KBS안동방송국 아나운서방송은 모든 연령과 계층, 직업, 지역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금기시 하는 말들이 많다. KBS를 비롯해 각 방송사마다 자체심의규정을 만들어 비속어와 은어, 외국어와 함께 지역감정을 자극하거나 계층 간에 위화감을 주는 용어, 장애인을 멸시하거나 자극하는 표현 등을 금기어로 정하고 있다. 이 같은 방송의 금기어는 방송에만 국한 돼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화와 일상을 분리할 수 없는 우리들도 언어의 격을 높임은 물론 자신의 품격을 갖추기 위해서도 반드시 참고할 만 것들이다.예를 들어 `곰보처럼 파인도로` 나 `절름발이 경제`, `애꾸눈 운전`, `꿀 먹은 벙어리`, `장님 코끼리 더듬기` 등과 같이 장애를 비유한 표현을 방송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또 `서울로 올라간다`, `지방으로 내려간다`, `여의도 면적의 몇 배이다` 등과 같은 서울중심적인 표현이나 특정지역과 특정지역 사람들의 특성을 관련지어 말하는 표현들도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인종 차별적 표현으로는 `유색인종`, `유색인`, `살색` 등과 같은 표현도 삼가야하고, 특히 성차별적인 표현인 `처녀생식`은 `단성생식`으로, `처녀출전`은 `첫 출전`, `미망인`은 `(고인인~ 의) 부인`, `시집가다`는 `결혼하다`로 바꿔 말하는 것이 좋다.이밖에도 `결손가정`은 `한 부모 가정` 으로, `신용불량자`는 `금융채무연체자`, `동남아 신부`는 `결혼 이주여성` 등으로 순화해 사용한다.앞서 언급했듯이 방송에서 사용하지 말아야 할 금기어를 몇 가지 예를 들었지만, 사실 이러한 금기어는 방송을 통해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잘못된 말을 바로 잡고 거친 표현을 순화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우리 언어사회가 늘 바른말을 사용하도록 해 사회적 품격을 높인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다음은 KBS가 규정하고 있는 방송 금기어를 유형별로 소개하면 △비속어 및 사회불안을 자극하는 표현:(예) 화장발, 수작질, 망나니짓, 불에 타 숨졌습니다, 칼로 찔러 잔인하게 살해 등 △지역감정 자극과 계층 간의 위화감을 주는 용어:(예) 깡촌, 지방으로 내려간다, 막노동, 검둥이, 장사치, 뚱보, 곰보 등 △불구자 표현:(예) 귀머거리, 애꾸눈, 벙어리, 절름발이, 장님 문고리잡기, 귀가 먹으셨네요, 다리를 저시네요. △ 음담패설 및 성(性)을 비유하는 표현: (예) 꿀벅지, 기럭지, 쭉쭉 빵빵, 숫처녀, 마늘이 정력에 좋다. △저속한 은어 및 유행어:(예) 낚이다, 뻑가다, 쩔다, 꽂이다, 퉁치다 등이다.이 같은 금기어의 유형 외에도 많은 것들이 있지만, 우리가 흔히 쓰는 말에 `잡상인`에서의 `잡- `이라는 접두사나 `봉급쟁이`에서의 `-쟁이` 라는 접미사와 같이 차별적인 말들 역시 방송이나 일상생활에서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과거보다 생활이 나아지고 모든 게 편리해지는 세상이지만 여기에 비례해 우리가 늘 사용하는 언어적 수준은 정체된 상태여서 안타까운 일인데,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사용하는 상스러운 말투나 알아듣지 못하는 낱말들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TV나 라디오 등 전파매체나 각종 미디어를 늘 접하고, 정보를 습득하지만 방송언어에 대한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경제적 소득이 높아져 선진국대열에 진입한다고 하지만, 진정한 선진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려면 품격 있는 문화적 바탕이 선행돼야 한다.그 문화적 바탕에서 생략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올바른 언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2012-07-10

도전해 볼만한 영어 수시 전형

▲ 손진대 영문학 박사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수시전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특히 고등학생이라면 슬슬 자신에게 맞는 대입 전형을 미리 고민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대부분 별다른 지원 자격이 없어 평균 경쟁률이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영어 수시 전형은 영어 실력이란 진입 장벽이 있어 경쟁률이 비교적 낮다. 따라서 영어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거나 공인어학시험 점수가 있는 학생이라면 한번 도전해볼 만 영어 수시 전형이 있다.영어 수시 전형은 공인어학시험 성적과 영어 능력의 비중 차이에 따라 응시자를 선발한다. 학생부와 서류 비중이 높은 전형은 연세대 국제학부 전형, 고려대 국제화 전형(특별 전형), 성균관대 특기자 전형 등이다. 이들 대학은 1차 서류 심사에서 자기소개서와 학생부에 나타난 지원자의 학업성취도, 성실성 등을 토대로 2차 시험 응시자를 선발한다. 반면, 서강대 알바트로스 전형 등은 서류 비중이 낮지만 공인어학시험 점수에 의존하던 평가를 에세이 작성 시험으로 대체했다는 것이다.논술 시험의 영어 버전인 에세이 전형은 학생의 영어실력과 사고력을 객관적이고 심층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 측이 더 폭넓은 시각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에세이 전형은 영어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라면 도전해볼 만한 매력적인 전형이지만, 지원 가능한 대학의 수가 정해져 있는 만큼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사고력, 문제해결력, 창의성은 우수하지만 실제 영어실력보다 공인 영어 성적이 낮게 나오는 학생이나 내성적인 성격 탓에 면접이 어려운 학생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에세이 전형 평가방법의 특성상 자신의 원래 실력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평소 글쓰기에 심각하게 부담을 느끼는 학생이라면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부응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에세이 전형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독서를 많이 해 상식과 문제 해결 능력, 논리력을 갖추는 것이 기본이다. 영어능력은 기본이다. 영어능력이 부족하다면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초보적인 에세이밖에 쓸 수 없기 때문이다.에세이는 영어능력이 기본이 된 논술과 다름없다. 따라서 독서를 많이 해 상식과 문제 해결 능력, 논리력을 갖추는 것이 기본이다.평소 토플(TOEFL) 에세이 연습을 충분히 해 형식을 숙지해야 한다. 또 비문법적인 글을 쓰지 않고, 다양한 문장 구조를 사용하고 적절한 어휘를 사용하며 논리적으로도 설득력 있는 글을 써야 한다. 작성한 에세이는 반드시 첨삭 지도를 받아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평소 연습 문제를 통해 문제 해결력을 길러야 한다. ACE협회 `영어로 대학가기` 센터에서 제공하는 실전 예상문제는 2012학년도 입시에서도 놀라운 적중률을 보인 바 있어, 에세이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확실한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이밖에도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많은 학생이 “아는 것이 없어서 걱정”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에세이에서 요구하는 사고력은 지식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오히려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만 갖고도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최근 국내 주요 대학 입시에서 공인어학시험의 중요성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실제로 연세대·중앙대·서강대·한양대 등은 지원자의 공인어학시험 점수가 일정 수준 이상만 되면 모두 동점으로 처리한다. 실제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요구하는 토플 점수는 100점 정도인데, 서울 지역 상위권 대학의 합격생 토플 성적은 이를 훨씬 웃도는 115점 안팎이다. 공인어학시험 점수 1∼2점 더 올리려고 돈과 시간 낭비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2012-07-05

노장(莊)을 읽는 밤

▲ 김현욱 시인·달전초 교사지난 26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대한민국의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 180만여명이 선택의 여지없이 시험을 치뤘다. 마침 교내 학력평가가 22일에 있던 터라 일제고사를 치르고 난 후의 아이들은 기진맥진한 모습이었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6학년인데 시험에 질려 누렇게 뜬 얼굴을 보고 있자니 안쓰러워 한 마디 툭 던졌다. “시험 보느라 고생 했으니 너희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마”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 “놀아요! 밖에 나가서 놀아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맞다. 너희는 숲에서 들판에서 운동장에서 열심히 뛰어 놀아야 할 나이다. 몸이 근질거리고 좀이 쑤시는데 연일 교실에 학원에 죄수처럼 가둬두기만 하니 탈이 날 법도 하다. 학교폭력이니 게임중독이니 각종 정신질환 같은 심각한 문제가 왜 생겨나겠는가? 그것은 잘못된 교육에 있다. 구속과 억압은 일탈과 저항을 낳기 마련이다. 자율과 협동이라는 교육의 큰 새판이 짜 지길 바라지만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니 참으로 요원하다.근본이 서로 상충하는 창의·인성을 요모조모 따져보지도 않고 온갖 기치에 누덕누덕 갖다 붙이더니 지난해부터는 토론열풍이 불고 있다. 논술광풍으로 몸살을 앓았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는 걸 보니 토론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특히, 디베이트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걸 보면서 한바탕 떠들썩한 쇼가 벌어질 것 같아 기대(?)가 크다. 몇 년 후에 또 무슨 열풍이 불까? 디지털 교과서? 스마트 교육? 이중 언어? 생각하니 우습다. 교육도 유행을 타니 말이다.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어쩌다 이렇게 교육과 멀어졌을까? 사람을 `도구`나 `물건`으로 보는 신자유주의 때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그저 나는 지금까지 해 온 대로 아이들에게 책읽기의 즐거움과 글쓰기 습관을 심어주는데 노력하련다. 가족의 소중함, 친구와 교사와의 유대감을 경험케 하고 좋은 시를 함께 외고 스스로 겪은 바를 시로 쓰도록 도울 생각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생일을 기억해 가능한 한 오래토록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세상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교육은 변하지 않는 것을 우선해야 하리라. 변하지 않는 가치 이를테면 사랑, 희망, 희생, 양보, 배려, 나눔, 감사, 성실, 자율, 정직 등이 좋은 예다. 일제고사 덕분(?)에 신 나게 아이들과 놀고 와서 밤에 노장을 읽었더니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노장이란 노자와 장자를 함께 이르는 말이다. 노자와 장자는 사람이 자기 본성을 잃고 물화(物化)돼가는 것을 크게 염려했다. 물질은 시간과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존재로 끊임없이 시공간의 제한을 받는다. 따라서 물질은 생멸을 반복하고 그에 대비관계에 있는 것들과 상호의존한다. 사람이 물질을 추구하면 할수록 그것에 의존하고 속박 당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앞서 언급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중에 물질은 참으로 쉽게 변하는 것이다.노장은 말한다. 사람은 물질에 속박당해서는 안 되며 물질을 제어할 수 있는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고. 물질문명에 파묻혀 사는 우리로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에 물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얼마나 끔찍할지를. “너는 너의 마음을 담박하게 하고 너의 기를 고요하게 하여, 사물의 자연스러운 본성에 따르되 사사로운 마음을 버려라. 그러면 세상은 평화로운 것이다” 때와 먼지가 끼고 오염된 마음을 사심(私心)이라고 한다면 그런 마음을 정화하여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것은 허심(虛心)이라고 한다. 장자는 이런 마음으로 사물의 자연스러운 성향을 따를 것을 주장하며, 그 유명한 포정해우(包丁解牛)를 예로 들었다. 노장을 읽는 밤은 이상하리만치 심난하다.

2012-06-29

창작오페라가 국가 경쟁력이다

▲ 우주호 성악가우리는 수많은 오페라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오페라를 연주하고 감상함으로써 그들의 문화를 동경하고 역사를 알고 싶어하는 궁금증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 모든 감동의 오페라는 해외로부터 많은 저작료를 지급하고 수입된다. 원조를 감상하기 위해 그 나라의 기술자와 성악가들을 초청하는데 자연스럽게 많은 예산이 책정되는 것이다. 전통 서양 오페라를 배우기 위해서는 그들의 의견을 항상 받아들여야만 했다. 우리 오페라 관계자들과 성악가들은 오래전부터 전통 오페라를 배우기 위해 서양에 가서 자연스럽게 대가를 지불해왔다.우리는 서양의 오페라 작곡자인 베르디의`아이다`, 푸치니의 `나비부인`, 모차르트의`마술피리`같은 유명한 오페라 작품이 없다. 서양도 처음에는 이런 작품이 없었을 것이고 많은 지원을 통해 최고의 작품을 만들었을 것이다. 서양은 이런 종합 예술의 오페라 작품으로 국가 경제에 수백 년 동안 이바지하고 있다. 서양은 문화를 파는 수출국이고 우리는 수입국인 것이다.우리나라는 오페라 수출국이 되고자 간혹 해외 유명 작곡자를 위촉해 최고의 작품을 기대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초연에 그쳐 더 이상 연주 되지 않는 작품이 많이 있다. 동시에 우리나라 작곡가들이 많은 창작 활동을 하고 있지만 시간에 쫓기다 보니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만족된 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에겐 수출할 만한 오페라 작품이 없다.지금 우리나라의 위치는 G20의 선진경제 강국으로 우뚝 서있다. 이런 위상에 걸맞는 창작 오페라 예술품이 하나쯤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적 오페라는 없다. 우리문화의 숭고함을 알릴 수 있는 세계적인 작품, 우리의 한을 공유할 수 있는 감동의 작품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작곡가들이 창작하든지 우리 한국의 작곡자들이 작곡하든지 이젠 우리의 문화를 오페라로 창작해 세계인을 감동시킬 시기이다. 바로 열매를 맺을 때이다.필자는 방법적으로 세계적인 오페라 작곡 콩쿠르가 한국에서 개최되길 바란다. 세계가 인정하는 작곡 콩쿠르가 있다면 세계의 예술인들이 주목 할 것이고 그들이 우리민족의 이야기를 오페라로 창작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배우고 연구할 것이다. 콩쿠르에서 세계가 사랑할만한 창작 오페라를 충분히 만들 수 있고 오페라 수출국가로 거듭 날 수 있다. 또한 이 콩쿠르에서 선정된 작품은 세계적인 극장에서 연주 되도록 해야 하고, 한 오페라 창작품이 한국어와 외국어로 동시에 지어져 우리나라의 우수성을 오페라로 통해 더욱 인정 받아야 한다.가까운 일본과 중국은 그들이 자랑할 만한 오페라 작품이 있다. 푸치니의`나비부인`과 `투란도트`이다. 이 세계적인 작품을 통해 수많은 서양의 예술인들은 일본·중국의 색체와 전통문화를 배우기 위해 많이 노력한다. 서양인들이 이 작품을 통해 동양문화를 동경하고 있다. 아마도 서양에 있는 수많은 지휘자와 연주가들은 이 두 작품으로 인해 일본과 중국을 방문하고 동양의 문화에 심취돼 있을 것이다.G20의 경제 강국인 대한민국은 습관적인 오페라 창작품을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인정하는 창작품으로 중국·일본을 앞서 세계화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대한민국의 오페라 현주소는 오래전부터 정부의 창작예술지원으로 활발히 이뤄져 왔다. 클래식 오페라의 유아기는 지났다. 오페라의 전성기를 맞이했고 수입해 감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적인 색채가 있는 최고의 창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오페라 수출국이 되기 위한 절대적인 방법을 연구하고 제시 돼야 한다. 우리의 이야기인 창작 오페라가 세계 예술인들이 사랑하고 연주할 때 진정 선진문화국가이다. 한 편의 창작품이 엄청난 경제력과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요즘엔 다문화 주제로 오페라를 한 편 창작하고 싶다.

2012-06-28

물의 경고

▲ 김현욱 시인·달전초 교사물은 참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자연계에서 고체, 액체, 기체의 세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물질이 물이다. 물은 두 개의 수소 원자가 하나의 산소 원자와 결합해 만들어진다. 이때 두 개의 수소 원자는 산소 원자의 한 쪽에 몰려서 달라붙으므로 물 분자의 한 쪽은 양전하를, 다른 한 쪽은 음전하를 띠게 된다. 양성 전기를 띠는 수소 원자들은 다른 물 분자의 산소 원자가 가지고 있는 음전하를 끌어당기는데 이것이 바로 물 분자들 사이에 응집력이 생기는 원리다. 이 때문에 어떤 표면에 떨어진 물은 얇은 막으로 퍼지는 대신 방울 모양으로 맺히는 것이다. 이처럼 물의 표면장력이 크기 때문에 모세관 현상이 생기는데, 이것이 물이 식물의 뿌리나 사람의 혈관을 타고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다.무엇보다도 물은 생물체의 필수 요소인 에너지원의 주된 원천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물이 우주의 근원이며 물을 통해 모든 것이 창조됐다고 주장했다. 물을 그저 원하기만 하면 얻어지는 물질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물은 우리 몸과 그 속의 세포 하나하나 조직과 기관들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물은 체온을 조절하고 양분과 산소를 몸의 구석구석으로 운반해주며 체내의 독성을 제거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체내에 물이 1퍼센트만 모자라도 갈증을 느끼고 5퍼센트가 모자라면 현기증이 나며 8퍼센트에 이르면 내분비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만일 몸속의 물 부족량이 10퍼센트에 달하면 더 이상 걷기가 힘들어지고 12퍼센트가 되면 생명이 위태로워진다.생명체에게 이토록 중요한 존재인 물은 세계 곳곳의 전설 또는 신화의 배경에 근원적인 요소로 등장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하늘과 땅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태고의 거대한 물 덩어리로부터 만들어졌다고 믿었다. 중국에는 우주의 알이 음과 양, 즉 여성과 남성을 나타내는 두 힘으로 나뉘는 과정에서 물이 생겨났다는 신화가 전해져온다. 고대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이 이 세상의 한복판에 있으며 사면은 거대한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중 양쯔 강이 흘러나가는 동쪽 바다 밑에는 수정궁에 사는 용왕이 있다고 믿었다. 성경의 창세기를 보면 하느님의 영이 물위를 거닐며 운행하시다가 가라사대 “물 가운데 궁창이 있어 물과 물이 나뉘라 하리라”고 했으며 또 하느님이 가라사대 “천하의 물이 한곳으로 모이고 뭍이 드러나라”했다고 쓰어 있다. 고대 유대 경전 중의 하나인 라바 전도서 7장28절에는 “조물주께서 첫 번째 사람을 만드실 제 하느님이 그를 에덴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들 앞으로 데려가 세우시고 말씀하시되 `나의 솜씨를 보라. 과연 아름답고 훌륭하지 않으냐! 내가 창조한 이 모든 것을 너를 위해 만들었나니 이를 상고하여 내가 만든 세상을 더럽히거나 황폐케 하지 말지니라. 만일 네가 이를 더럽히거나 황폐케 하면 이를 되살릴 자가 없음이라`하시니라”고 적혀 있다.전설이나 신화가 아니더라도 물은 인류의 생존에 필요불가결한 요소다. 사람들은 마시고 씻기 위해 또 집을 청소하고 옷을 세탁하는 일은 물론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을 끄고 여러 종교에서 정화의식이나 세정식을 행하는 데에도 물을 필요로 하며 병을 치료하고 농작물에 관개수를 대며 나아가 지혜를 얻고자 하는 구도의 과정에서도 물을 사용한다. 지구상의 물을 보호하고 또 보존하는 것을 의무나 과제로 생각하여 수동적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각자가 매일 매일의 일상에서 물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또 이를 감사히 여기는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능동적인 태도로 대처해야 한다. 물을 대함에 있어 하루 중 아침에 샤워를 할 때, 한 잔의 물을 마실 때, 수세식 변기의 물을 내릴 때, 세탁기를 돌릴 때마다 물의 고마움을 새롭게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심각한 가뭄은 물이 우리에게 주는 준엄한 경고가 아닐까?

2012-06-22

좋은 소리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 오세창KBS 안동방송국 아나운서 어떤 사람은 자신의 타고난 목소리가 안 좋다고 불평을 하는데 어떠한 음색의 소리든 자신감을 갖고 좋은 소리로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수반 된다면 진정 좋은 소리가 만들어 질 것이다. 평소 호흡 즉, 숨쉬기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이 호흡과 관련해서는 어떤 사람은 연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반면, 혹자는 발성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열심히 연습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어 양극의 설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인간생존에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호흡은 평소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듯 일상생활에서 별다른 의식을 하지 않고 있지만, 본인의 생각과 의사를 적극 표현하는 현대생활에 있어서 대화할 때 특히 음성직업인 이라면 한번쯤은 어려움이나 중요성에 대한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된다.우리가 살아가면서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이 호흡은 모든 장기에 산소를 공급하는 것뿐만 아니라 음성을 생산하는 원동력으로서의 놀라운 기능을 갖고 있다.호흡의 기능을 살펴보면, 사람은 대략 1분에 16회의 숨을 쉬는데, 한 호흡에 약 0.5℃의 공기가 드나들고, 1분에 8ℓ정도의 공기량이 환기를 한다. 이때 들어오고, 나가는 공기량을 모두가 알고 있는 폐활량이라고 한다.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폐활량을 늘릴 것을 권하고 있다. 폐활량이 크면 숨쉬기가 자유롭고 곱고, 부드러운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호흡의 주기는 들숨(흡기)과 날숨(호기), 휴지기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날숨에 휴지기를 포함하게 된다. 발성(목소리)은 거의 대부분 날숨의 의해 이뤄지고, 호흡은 성량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성량은 허파에서 성대와 입을 통해 나오는 공기의 양을 말한다. 그러니까, 공기의 양에 따라 소리의 높낮이와 거칠고 부드러움이 결정된다.일반적으로 체격이 크고 건강한 사람의 목소리가 우렁차고 부드러운 반면 체격이 왜소하고 병약한 사람의 목소리가 약하든지, 말이 끊기고 거친데 이것은 결국 호흡량(공기량)과 비례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여기서 체격이 작아도 예외인 경우도 있다. 몸집이 작은 사람도 의외로 목소리가 굵고 성량이 큰 경우가 있다. 우리가 음성을 부드럽고 고르게 하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둘 일은 말을 하면서 숨을 쉴 때 코로만 숨을 쉬거나, 입으로만 쉬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감기가 걸려 코가 막혀 입으로만 숨을 쉬면서 말을 하면 숨소리가 나고 반대로 입안에 이상이 있어 코로만 숨을 쉬면 말이 끊기게 돼서 원활한 대화가 힘들게 된다. 그래서 입과 코로 동시에 숨을 쉬는 게 가장 좋은데, 연습법을 알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그 연습법을 간략히 소개하면 입과 코를 동시에 열어 순간적으로 조심스럽게 들이마시는 것이다. 전문 음성직업인들이나 좋은 소리를 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자연스러우며 이상적인 호흡은 흉복식호흡법이다. 흉식과 복식을 결합한 흉복식호흡법은 훈련을 통해 이룰 수 있는데, 많은 양의 공기를 빠른 시간에 흡입할 수가 있어 낭독이나 노래를 할 때 장점이 있다.좋은 목소리란 과연 어떤 목소리인가?듣기에 기분 좋은 목소리, 부담감 없이 들을 수 있고 호감이 가는 목소리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선천적으로 타고난 목소리가 제일 좋은 목소리가 아닐까 싶다.어떤 사람은 자신의 타고난 목소리가 안 좋다고 불평을 하는데, 어떠한 음색의 소리든 자신감을 갖고 좋은 소리로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수반 된다면, 진정 좋은 소리가 만들어 질 것이다. 미리 기술한 호흡법을 바탕으로 , 안정된 소리의 높낮이, 적당한 음색으로 평소 건강한 생활을 꾸준히 유지하면 호감 있고 좋은 목소리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상대에게 호감을 가는 좋은 소리도 연습을 통해 어느 정도까지는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얘기다.

2012-06-21

풍요로운 산림을 유지할려면…

▲ 최신규영덕국유림관리소장 우리 숲은 자본주의 도입 이후의 우리 역사와 유사한 형태로 발전했다. 양적 거대 성장과 맞바꾼 양극화된 구조, 작은 것들을 기탄없이 외면하고 묵살하며 성공한 승자에 축배를 들었고, 같은 군집 내 경쟁구조로 선택받은 개체만 성장할 수 있는 비가시적 불평등이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로 말이다. 물론 성장을 위해 포기한 작은 것들을 그리며 낭만에 젖어있기엔 그리 여유로운 처지는 아니지만 우리는 가끔 소중한 것들을 너무 허무하고 담담하게 떠나보내곤 한다. 흘려보낸 물과 마구 태워버린 공기 그리고 매일 밟고 있는 흙과 땅까지….하늘만 바라보고 크는 나무와 같은 곳을 바라본 우리는 발아래 작고 소중한 것을 다시한번 외면하고 묵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보다 큰 나무가 숲의 주인이며 나는 숲의 집행관으로 너희들을 우리 뜻대로 조각할 수 있다며 건방을 떨어온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며 숲의 주인에게 고개는 들어도 눈을 마주치기가 쉽지 않은 심정이다.숲에서 심신의 건강을 찾았다는 사람이 많다. 나무와 식물이 촘촘이 자리한 숲이 인간에게 건네는 선물은 생각보다 위대하다. 그래서 웰빙 전문가들은 건강하고 싶다면 산림욕을 `치유의 숲`으로라고 표현하며 이곳으로 가라고 권유한다. 나무가 울창한 숲에 가면 특유의 상쾌한 향이 나는데, 이는 피톤치드라는 나무와 식물이 해충이나 곰팡이에 저항하려고 스스로 만들어 발산하는 휘발성 물질 때문이다. 피톤치드의 다양한 효과 중 항균 효과와 면역력 증강 효과는 과학적으로 잘 증명돼 있다.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심장병이나 대사증후군 원인인 혈압과 혈당을 떨어트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피톤치드는 우울증, 고혈압, 비만, 골다공증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떨어트린다. 피톤치드는 아토피성피부염 등 피부 질환 개선에 도움된다.우리는 땅이 내어준 공간에 우리가 원하는 나무를 키우고 그것을 빌려 누리며 살아온 것이다. 원래 자리하던 수백가지 작은 나무와 풀들은 몰아내거나 그들이 잠시 자리를 잠시 비운사이에 이주해온 다른 나무를 심어 키운지 수십년이 흘렀다. 이제 원래 자리하던 주인들이 돌아와 풍요로운 산림으로 우리에게 큰 혜택을 주고 있는 시점이다.그런데 나는 숲속에서 치열했던 지난 날 보다 평화로운 앞날이 더 걱정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가락만한 묘목을 내 몸통만큼 키우는 것이 전부였던 시간들, 그런 날들처럼 하늘만 보고 몸덩이만 불리우는 입목관리를 계속 고집한다면 임업수준이 답보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무궁한 잠재력을 가진 임지와 동·식물, 그 안에 얽힌 생태 섭리를 모르고서 거대한 나무 덩어리에만 감탄한다면 우린 더 이상 산림관리자가 아닌 약탈자일 뿐이다.임업인으로 지낸 30여 세월 동안 숲을 반푼도 이해하지 못한 나로서도 나무만 알고 숲을 모르는 사람이 숲을 가꾼다고 톱을 들고 설쳐댄다면 계란으로 쌓은 탑과 같이 위태롭고 숲의 기반이 되는 토양과 하층식생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이 관리하는 산림은 모래 땅위에 지어놓은 집처럼 마냥 걱정되고 불안하기 짝이 없다.지금은 숲에서 생겨나는 모든 것을 섭렵해 숲을 이해하고 전망과 유도할 줄 아는 수준의 관리자가 필요하다. 기적적인 산림녹화가 헌신과 봉사로 이뤄졌다면 앞으로 우리 숲을 놀라운 수준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임업인의 자질과 능력 배양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며, 그것이야 말로 다양하고 풍요로운 산림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제2의 도약대가 될 것이다.

2012-06-20

글기지개 읽는 즐거움 4

▲ 김현욱 시인·달전초 교사지난 3월5일부터 시작한 글기지개가 어느덧 100일을 넘겼다. 몇몇 친구는 그새 공책 한 권을 다 써버려서 새 공책에다 글기지개를 쓰고 있다. 다른 친구들도 부지런히 매일 아침 글기지개를 쓴다. 주말이나 공휴일, 심지어 수학여행을 갔을 때에도 글기지개 공책을 들고 갔을 정도다. 밥 먹고 똥 누듯이 글쓰기를 습관화하려는 담임교사의 목표는 일단 성공한 것 같다. 앞서와 같이 아이들의 글기지개 몇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캠핑을 갔다.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화장실 앞에는 아저씨들이 줄을 서 있다. 터지려고 한다. 그런데 더 잔인한건 한 아저씨 당 20분이다! 터지는 줄 알았다. 아저씨를 위한 화장실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김현우의 `공중화장실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글기지개다. 주말을 이용해 부모님과 캠핑을 간 모양인데 `한 아저씨 당 20분`이라는 기막힌(?) 경험 때문에 자칫 터질 번했다는 내용이다. `아저씨를 위한 화장실`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엄살이 웃음을 자아낸다.“누나가 심각하게 숙제를 하고 있었다. 누나의 장점, 단점 100가지씩을 해가는 숙제였다. 장점과 단점 50개까지는 잘 적었는데 그 뒤부터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내가 도와줄 수 없어서 정말 고민이다. 내가 알고 있는 단점을 이미 적었기 때문이다”남건욱의 `누나의 숙제`라는 글기지개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100가지나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도 숙제를 낸 선생님은 이런 활동들을 통해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자존감을 높이길 바랐는지 모르겠다. 단점 50가지는 썼는데 나머지 50가지를 찾아내려고 끙끙댔을 누나와 그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 건욱이 남매가 참 다정해보인다.“어제 저녁에 엄마랑 운동하러 나갔다. 명진이 동생 명성이랑 배드민턴도 치고 줄넘기, 달리기 등을 했다. 그러다 한 쪽에서 쉬고 있는데 나뭇잎 위에 달팽이 3마리가 있었다. 달팽이는 제일 큰 암컷이 대장이고 수컷은 작다. 큰 암컷 위에 작은 수컷 달팽이가 올라가 있었다. 곤충도 대부분 암컷이 더 크다. 인간세상에서도 여자들이 더 세다! 아, 남자들이여!”이동일의 `달팽이`라는 글기지개다. 동일이는 장래희망이 과학자다. 독서량도 많고 다방면에 아는 게 많다. 특히 동물과 식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 무얼 보면 척척 알아맞힌다. 엄마랑 운동을 갔다가 달팽이 가족을 발견하고는 곤충세상이나 인간세상이나 `여자가 더 세다`라는 진실(?)을 유추해냈다. 앞으로의 세상은 여성의 파워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리더쉽이 주목 받을 것이다.“이제 6살이 된 내 동생 정원이는 밤마다 무서운 꿈을 꾼다며 어제 조금 울었다. 그래서 내가 “정원아, 어떤 꿈꿨는데?”라고 물었다. 나는 귀신이 나오거나 유령 같은 것들이 나오는 줄 알았다. 정원이는 “컴퓨터 로봇이 나와서 어떤 로봇이랑 막 싸웠어!”라고 했다. 아기는 아기이다. 나는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떠올리며 “정원아, 너 무서운 생각하면서 잤지?”하니깐 “응”이라고 했다. 그래서 “정원아, 정원이가 좋아할만한 것들을 생각하면서 자. 알았지?”하니까 “응”이라고 대답했다. 어젯밤엔 정원이가 행복한 꿈을 꿨을 것이다”김주원의 `동생은 아기가 맞어!`라는 글기지개다. 읽고 나면 자상하고 따뜻한 누나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밤마다 무서운 꿈을 꾸는 동생에게 네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며 자라고 말하는 누나가 참 대견하다. 주원이 말처럼 `어젯밤엔 정원이가 행복한 꿈을 꿨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이 환해진다.짧은 글기지개지만 아이들의 생각과 생활을 알 수 있어 글기지개 읽는 즐거움은 여간 기쁜 게 아니다. 앞으로 자주 아이들의 글기지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2-06-15

포항은 감사도시(?)

▲ 이재형포항경실련 사무국장 포항시는 온통 `감사` 중이다. 감사노트에 감사배지에 감사현수막까지 포항시 곳곳에 감사의 물결이 넘쳐나고 있다. 아마도 포항시는 감사할 일이 참 많은 것 같다. 더불어 박승호 시장은 이 `감사나눔운동`을 이제 포항을 넘어 전국운동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야심찬 포부까지 가지고 있다고 한다. 긍정적 에너지의 힘은 실로 엄청나다. 불치병을 치유하게 하고, 완전 파산해 자살하려고 했던 사람을 최고의 기업인으로 만들거나 심지어 고래도 춤추게 한다. 불가능한 것 같은 일들을 기적적으로 성공시키는 사례들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보고 듣고 있다. 그 힘의 원천이 바로 긍정적 사고라는 것을.감사나눔운동 또한 긍정적 정신문화 운동으로 성공적 사례를 가지고 있다. 포스코ICT의 `행복나눔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포스코ICT는 2010년 포스데이타와 포스콘의 통합으로 출범한 회사다. 통합 초기 서로 다른 기업문화로 인해 직원들 간의 화합이 힘들어 그 해결책으로 `행복나눔 125 운동`을 시작했다. `행복나눔`이라는 것이 추상적인 개념이다 보니 자칫 캠페인에 그칠 수 있어 직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회사 자체적으로 활동 방법론으로 자발적으로 매주 1가지 선행하기, 한 달에 좋은 책 2권 읽기, 하루에 5가지 감사를 실천하도록 했다. 초기 시작단계의 몇 가지 어려운 점을 제외하고 그 결과가 상당히 좋았다고 한다. 그 효과와 반응이 좋아 포스코가 그룹 차원에서 패밀리사까지 확대·실시했다고 한다.이것을 포항시가 지난 3월부터 도입해 명칭을 `감사나눔운동`으로 개명해 시작하고 있다.필자가 생각할 때 포스코ICT의 행복나눔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은 `행복나눔`이라는 긍정적 마인드를 바탕으로 실천과제를 통해 이질적 기업문화에 젖어있던 직원들 간의 `행복나눔`이라는 공통주제로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만듦으로써 서로 마음을 열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즉 실천과제를 수행하는 것보다는 실천과제를 직원들이 공유하는 과정에서 포스코ICT가 추구하고자 했던 목적이 달성된 것이다.그렇다면 포항시의 `감사나눔운동`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으며 어떤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첫째, 포항시의 감사나눔운동은 목적과 목표가 추상적이다. 결국 구체적인 실천과제는 있지만 목적과 목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포스코ICT가 우려했던 추상적인 캠페인으로 그칠 수밖에 없는 우려가 있다.둘째, 포항시의 감사나눔운동은 관 주도의 자발적이지 않은 운동이다. 마치 군국주의나 독재정권시절의 우민화정책의 현대판 또는 업그레이드 버전을 연상시킨다. 또한 시대적으로 요구되는 다양성의 원칙과 어울리지 않는다. 감사나눔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공무원, 기업의 직원, 학생, 군인 등에게 쓰기 싫은 일기를 숙제로 내놓은 느낌이다.셋째, `선진포항시민운동`의 2탄이다. 포항시는 선진일류도시건설 포항시민운동을 추진했다. 지역의 유지와 인사들을 중심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궐기대회를 하고 캠페인을 하는 등 각종 행사를 여러 번 치룬 후 포항은 지금 선진일류도시가 됐다(?). 아마도 올해 말 정도면 포항은 선진일류도시에 이어 감사도시가 돼있지 않을까 생각된다.최근 포항은 김형태 사태에서 권력형 비리까지 연루돼 내외적으로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 역시 그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감내하는 시민들이 떠안고 있다. 감사나눔운동이 정말 시민운동으로서 포항발전과 시민들의 정신에 기여하고자 한다면 지역 정치인, 기업인, 관료 등 지도층 인사들의 반성과 책임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또한 포항시 추진사업과 정책으로 인해 시민들이 감사하는 마음이 먼저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2012-06-14

사라진 전통 우리의 휘호 글

▲ 권정찬 경북도립대 교수·화가오래 전의 일이다. 첫 개인전을 하고 그날 M화랑 사장님의 주선으로 대구의 대학교수들과 함께 대구의 유명한 한식집에서 식사를 하고 흥을 돋우기 위하여 즉석휘호를 하기로 했다. 모두 종업원들에게 하얀 치마를 입게 하고 그 위에다가 문인화를 그리는 상황이 됐다. 한 잔의 반주가 흥을 더하다 보니 그릴 곳이 모자랄 판이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일이었다. 또 하나는 중국과의 교류가 시작되고 중국의 문화부 부주석과 대구의 작가 몇 명이 모여 역시 수성구의 어느 한식집에서 한잔하고 휘호대회를 했다. 술이 너무 과하다 보니 영 마음대로 화선지 위에 작품다운 휘호가 되질 않았다. 선발로 내가 먼저 닭의 해라서 닭 한 마리를 그려 중국작가들의 기를 죽이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닭대가리를 그리고 나니 더 이상 그릴 화선지의 공간이 없었다. 전지크기의 화선지인데 말이었다. 술 탓이었다. 그리고 그날 모두 흥이 넘쳐 어떤 이는 담을 기어 넘으려고 하는 경지까지 같던 모양이었다. 난초나 대나무 등 사군자는 물론이고 기명절지는 동양화의 휘호 소재로 예부터 사랑을 받아 왔다. 그리고 그러한 휘호는 능숙한 대가들만이 할 수 있는 대우인지도 모른다. 최근 중국을 자주 넘나들다보니 중국의 작가들과 항상 교류를 하게 됐다. 모두 부러울 정도의 멋진 작업실을 가지고 있는 당대의 대가급에 분류된다. 오관중제자, 제백석 제자를 비롯해 모두 일가견이 있는 작가들과 교류를 하면서 만날 때 마다 같이 휘호를 하고 흥을 나눴다. 어디 일대일로 만나서 하는 휘호가 아니다. 미리 제자들이나 지인들을 가득 불러놓고 지필묵을 대령하고 손님을 맞이한다. 그리고는 모두 서서 손님이 먼저 하는 휘호를 숨을 죽이고 바라보고 스승이 하는 휘호를 마치면 너나 할 것 없이 환담하고 흥을 나누며 기념촬영을 한다고 분주하다. 그리고 한 작품씩 나누어 소중히 기념으로 간직하게 한다. 다음 순서는 식당에서 식사와 반주를 곁들이면서 우리말로 “위하여”를 수십 번도 넘게 외친다.그리고는 모두들 한국과의 교류를 원한다. 언젠가는 그들이 한국에서 만나면 어디에서 같이 휘호를 하면서 흥을 돋구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다는 생각을 늘 해본다.요즘 우리나라의 미술경기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영 엉망이다. 말 그대로 아파트값이 떨어지는데 누가 그림에 눈 돌릴 일이 있는가? 부동산이나 기업이 어려운데 누가 수집에 관심이나 갈까? 정답이다. 그래서 작가도 소장가도 모두 얼굴이 밝지 않다. 그러니 어디 휘호가 눈에 들어올까?하지만 그 어려운 암울한 구한말이나 일정 때에도 선배서화가들은 모이면 막걸리 한잔에도 지필묵을 대령하고 서로의 심정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아무런 격식 없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교류와 흥을 위해서라면 돈보다 휘호를 택했다. 친구나 사업가가 밥 한 끼를 사면서 내놓는 지필묵에 아무런 조건 없이 소매를 걷고 붓을 쥐었다. 그리고 즐겁게 휘호하며 웃고 할 말 안 할 말다하며 허심탄회하게 흥을 이어 갔다.우리는 그러한 흔적(작품)을 보면서도 왜 못할까?요즘 한국화는 다른 장르에 비해 더욱 정체성을 잃었다. 전통도 없고, 그렇다고 뚜렷한 방향이 설정돼 있는 것도 아니다. 거기에다가 외래화풍에 흠뻑빠져 동양화적 기초도 잃었다. 그러니 좋아하는 고객도 모두 떠난지도 모른다. 그래서 술 한잔에 흥을 내며 휘호할 엄두마저 못내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현실이 중요하다 할지라도 우리는 처음 배울 때의 기초를 까맣고 줄 끊어진 연처럼 허공만 헤매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즉석 스케치 하나도 인색한지도 모른다. 어느 장소에서라도 망설임 없이 휘호를 쓱싹 할 수 있도록 된다면 주변의 지인들 모두 나의 팬이 될지도 모른다./권정찬경북도립대 교수·화가

2012-06-13

백련자득(百鍊自得)

▲ 김현욱 시인·달전초 교사누구나 잘 알다시피 글쓰기에 왕도는 없다. 송나라의 유명한 문인이었던 구양수는 글 잘 쓰는 방법으로 삼다(三多)를 들었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어떤 이는 `과정'이나 `퇴고', `베끼기'를 보태기도 한다. 하지만 핵심은 백련자득(百鍊自得)이다.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스스로 깨치는 수밖에 없다. 원래 백련자득은 검도에서 쓰이는 용어다. 거듭 단련한다는 뜻의 `백련(百鍊)'은 옛날 중국에 전해졌다는 명검(名劍)을 가리키기도 한다. 백련을 통해 명검이 나왔으니 명필도 백련에서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다. 장자(莊子) 천도(天道) 편에 전하는 윤편(輪扁)의 일화는 백련자득의 좋은 예다.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어느 날 책을 읽고 있던 차에, 대청 아래에서 수레바퀴를 만들던 윤편(수레바퀴를 만드는 장인)이 환공에게 무슨 책을 읽고 계시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지금 성인(聖人)의 경전을 읽고 있노라”고 대답했다. 이에 윤편이 다시 물었다. “그 책을 지은 성인은 아직 살아계십니까?” “이미 돌아가셨지” “그렇다면 지금 읽고 계시는 책은 옛사람의 찌꺼기에 불과한 거로군요” 미천한 윤편으로부터 이 같은 불손한 말을 듣자, 환공은 크게 노했다. “네 이놈! 당장 그 같이 말한 이유를 말해보아라. 만약 네가 말을 돌리거나 허튼수작을 하면 네 목을 베어버리겠다” 그러자 윤편이 엎드려 말했다. “대왕이시여, 잠시 고정하소서. 비록 제가 수레바퀴나 만드는 천한 것이오나, 제가 아는 바퀴 만드는 것에 비유하여 대왕께 그같이 말한 이유를 사뢰겠나이다” 그리고 그는 이어서 설명해 나갔다.“수레바퀴를 만들 때엔 칼을 너무 빨리하게 되면 힘은 덜 들지만 바퀴가 둥글지 않게 되고, 반대로 칼을 너무 느리게 하게 되면 바퀴는 둥글게 되지만 힘이 더 들게 됩니다. 그래서 바퀴를 만들 때는 칼이 너무 빠르지도, 혹은 느리지도 않게 스스로 속도를 터득해 자유자재로 손을 움직이는 것이 최상의 기술이지요. 그렇지만 이같이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자유자재로 칼을 쓰는 기술은, 제 하나 밖에 없는 자식 놈에게 여러 번 전해주려 했지만 아직까지도 어떻게 전해줄 도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나이가 칠십이 됐지만 어쩔 수 없이 아직도 제 손으로 바퀴를 만들고 있습지요. 이러한 것으로 미루어보건대, 옛날 성인이 얻으신 대도(大道)도 말이나 글만으로는 전할 수 없음이 또한 분명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소인이 감히 그 책은 옛사람의 찌꺼기에 불과하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환공은 크게 깨닫는 바가 있어서, 잡았던 책을 놓고 그 늙은 윤편에게 후한 상을 내렸다.`자유자재로 칼 쓰는 기술'을 익히려면 윤편처럼 수십 년 부지런히 깎고 다듬어 보는 수밖에 없다. 그 오묘한 감(感)을 어찌 말과 글로 전할 수 있겠는가. 그저 부지런히 읽고 쓰고 다시 읽고 쓰면서 백련자득하는 수밖에.글쓰기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다. 그저 자신의 게으름을 경계하면서 부지런히 백련자득하면 누구나 한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자정 넘어 아파트 단지를 돌아보면 듬성듬성 불 켜진 창이 보인다. 가끔 그 불빛 아래 누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상상해보는데 윤편처럼 부지런히 제 삶의 수레바퀴를 깎고 있을 것 같아 괜스레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누군가 붓 잘 쓰는 이가 있다면 `백련자득(百鍊自得)' 붓글씨 한 폭 얻어 교실에 걸어두고 싶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선생님, 이게 무슨 뜻이에요?” 재잘거리는 소리가 벌써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김현욱 시인·달전초 교사

2012-06-01

글쓰기 교육 가정에서 시작해야

▲ 손진대 영문학 박사최근 들어 영어 학습의 특징은 초등학교 때부터 교육과정에서 글쓰기 교육을 매우 중요시 한다는 점이다. 모든 교육 기관에서는 읽기의 중요성과 함께 다양한 방법으로 연령에 맞게 글쓰기를 지도하고 있다. 심지어, 입학사정관제도가 도입되면서 자기소개서와 같은 글쓰기 부분이 중요시 되고 있다. 글쓰기 지도를 위해서 교육 기관들 간의 정보교환과 소통 그리고 학습에 있어 필수적인 것이며,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변화해 가는 세상을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쓰기 실력 향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일찍부터 이를 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글쓰기는 단시간에 향상될 수 없기 때문에 부모들은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글쓰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많은 부모들이 글쓰기 교육에 있어서 부담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부모들이 어렵게 생각하면 자녀들도 마찬가지로 어렵게 느끼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교육전문가들은 글쓰기 지도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부모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녀들이 자신의 생각과 상상을 편안하게 언어로 꺼낼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고 조언한다. 이에따라 학부모들이 할 수 있는 글쓰기 교육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글쓰기는 재미있어야 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주제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과 충분한 사고가 필요하다. 어떤 상황에서 아이들의 사고와 상상력이 풍부해질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생각을 언어로 꺼내도록 유도한다. 아이들에 따라 표현에 소극적인 아이들이 있다. 머릿속으로 생각은 하고 있는데 쉽게 그것을 겉으로 표현하기를 주저하는 아이들에게는 한 단어씩이라도 자주 그리고 자신 있게 꺼낼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줘야 한다. 어릴 때부터 올바른 글쓰기의 과정(구상하기→초안쓰기→수정, 검토하기→교정하기)을 따르되, 시간과 인내심을 갖고 연령에 따라 조절해가면서 서서히 고쳐나가야 한다. 어느 글쓰기 교사는 몇 년 전 자신이 초등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칠 때, 아이들의 작문 종이 위에 여기저기 잘못된 곳을 온통 빨간색 펜으로 시뻘겋게 표시하였던 것을 크게 후회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빨간색 펜이 아이들이 상상력을 키우는데 크게 저해가 됐을 것이라는 것이 이 교사의 생각이다. 아이들이 자신이 쓴 글을 부모에게 보여줄 때는 그 중에 단 하나의 문장 혹은 단 하나의 단어라도 골라서 반드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글에 담겨있는 아이들의 상상과 감정을 존중하고 인정해 준다. 자신의 감정과 상상이 인정받았을 때 자녀들의 자존감이 커지고 더 큰 창의력으로 발전하게 된다. 글쓰기는 연습을 계속하면 반드시 글을 더 잘 쓰게 된다. 자꾸 쓰고 싶도록 해준다. 그러면 아이들도 자신의 표현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단어 게임을 통해 아이들이 단어의 뜻을 확실히 알게 되고 어휘를 늘릴 수 있다. 단어들을 연결하여 문장을 만드는 시작을 할 수 있고 연습을 할 수 있다. 식품 쇼핑리스트를 영어로 만들거나 기억할 사항 혹은 가족에게 전달할 내용을 영어로 적는다. 이것은 머릿속의 생각을 밖으로 꺼내는 것에 소극적인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짧은 이야기를 아이 혼자 써도 좋고 부모와 자녀가 번갈아 가며 한 문장씩 쓰는 것도 책을 만들어 가는데 큰 재미를 줄 수 있다. 삽화로 그림도 직접 그리게 하고 책 표지도 직접 그리게 하여 아이가 상상한 것을 표현하는 기쁨을 느끼게 한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아이들에게 저널(Journal)을 쓰게 한다. 이것은 미국에서 학교 수업시간에 글쓰기 지도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인데 집에서도 부모의 지도로 글쓰기 연습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저널은 일기와는 조금 다르다. 일기는 자신의 일상을 매우 개인적인 차원에서 자신 만을 위한 비공개로 작성하는 반면, 저널 역시 자신의 일상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좀 더 넓은 범위로 어떠한 사실이나 사건, 토픽에 대한 개인의 생각, 평소에 관심 있는 부분 등 그야말로 모든 것을 적을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글을 공유하기도 한다.

2012-05-31

신토피칼 독서

▲ 김현욱 시인·달전초 교사2012년은 문화관광부가 정한 `독서의 해`다. 스마트폰 보급률은 가파른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데 반해 국민들의 독서율은 갈수록 곤두박질치고 있다.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갈수록 독서율은 가히 걱정스러울 정도다.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독서운동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책을 많이 읽히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숫자와 통계를 선호하는 정부기관이 곧잘 범하는 실수 중에 한 가지가 그것이다. 행사의 양과 통계만으로 `독서의 해` 성공여부를 가늠해서는 안 된다. 지속가능한 독서운동만이 책 읽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독서와 관련한 명저 중에 모티머 J.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이란 책이 있다.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란 주제를 체험적 독서론이 아니라 과학적인 독서 기술로 풀어낸 보기 드문 책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과의 대화를 의미한다. 독서는 인내와 예절이 필요한 독자와 저자와의 상호작용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통해서 독자와 저자가 만나기 위해서는 대화의 규칙을 터득하고 저자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야만 한다.애들러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독서의 기술`은 읽을 가치가 있는 양서를 지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읽기 위한 규칙을 서술한 것입니다. 모든 책이 다 이 책에서 권장하는 바와 같은 독서법을 적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엄밀히 말씀드리면 이것은 명저라고 일컬어지는 책에만 알맞은 독서법입니다. 그러한 명저는 한 번뿐 아니라 두 번 혹은 그 이상 정독할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양서나 명저를 위한 독서 기술을 익히기 전에 먼저 살펴야 하는 것은 독서 수준이다. 독서 기술을 높이려면 각자의 수준 차이를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독서에는 네 가지 수준이 있는데 독서의 제1수준은 `초급 독서`이다. 초급 독서는 읽기 쓰기를 전혀 못하는 어린이가 초보의 읽기 쓰기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것이다. 제2수준은 `점검 독서`이다. 점검 독서는 계통을 세워서 띄엄띄엄 골라 읽는 기술이다. 책의 표면을 점검하고 그 한도에서 알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는 일이다. 제1수준의 독서가 `이 문장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라면 제2수준의 독서는 `이 책은 무엇에 대하여 쓴 것인가?` `어떤 부분으로 나뉠 수 있는가?`하는 문제를 검토하는 독서다.제3수준은 `분석 독서`이다. 분석 독서란 철저하게 읽는 것을 말한다. 점검 독서가 시간의 제약이 있는 경우의 가장 뛰어난 독서법이라면, 분석 독서는 시간의 제약이 없는 경우의 가장 뛰어난 완벽한 독서법이다. `책은 맛보아야 할 책과 삼켜야 할 책이 있다. 또 약간이긴 하지만 잘 씹어서 소화해야 할 책도 있다`고 프란시스 베이컨도 말했지만 분석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책을 잘 씹어서 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고도의 독서 수준은 `신토피칼 독서`다. 저자는 신토피칼 독서를 비교 독서법이라고도 부른다. 신토피칼로 읽는다는 것은 한 권뿐만 아니라 하나의 주제에 대해 몇 권의 책을 서로 관련지어서 읽는 것을 말한다. 가장 적극적인 독서법이면서 가장 많은 보답을 받을 수 있는 독서 활동으로 애써서 배울 만한 가치가 있는 지극히 유익한 독서 기술라고 강조하고 있다.신토피칼(Syntopical. syn-:함께, 동시에, 비슷한 등의 뜻을 나타내는 접두사. topical:화제의, 문제가 되어 있는 제목에 관한.)독서에는 5단계가 있다. 제 1단계는 주제에 관련이 있는 작품을 모두 재점검해 독자 자신의 요구에 가장 밀접한 관례를 가진 곳을 발견하는 것이다. 제 2단계는 저자의 키워드를 찾아내 그 사용 방식을 파악하는 것이다. 제 3단계와 제 4단계는 질문을 명확히 하고, 논점을 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에 대해 답을 한 후 제 5단계에서 `그것은 진실인가?` `그것에는 어떤 의의가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인생에서 독서의 가치는 헤아릴 수가 없다.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을 통해 보다 풍요롭고 지혜로운 독서의 장을 펼쳐가길 바란다.

2012-05-18

해변고등학교 은사님께

▲ 김현욱 시인·달전초 교사스승의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교직에 몸담고 있어서 그런지 스승의 날이 조금은 남다르게 느껴진다. 벌써 대학생이 된 제자들의 얼굴이 스치기도 하고 청하, 구룡포, 죽장, 상옥 등지에서 쌓았던 크고 작은 추억들이 자르르 펼쳐지기도 한다. 많은 시행착오와 숨기고 싶은 과오가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겨우 10년 남짓한 경력이지만 그간 만났던 아이들과 부모님과 선생님을 헤아려 보면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그들에게 최선을 다했더라면 좀 더 떳떳했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스승의 날이 되면 아쉽고 그리운 복잡 미묘한 감정에 시달리곤 한다. 1996년 교대에 입학하고 나서 매우 놀랐던 게 한 가지 있다. 교육철학 시간에 `존경하는 선생님`이라는 주제로 토의했는데 놀랍게도 대부분이 그런 선생님이 없거나 심지어 떠올리기도 싫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주제를 `반면교사`로 바꾸고 `적어도 이런 교사는 되지 말자!`라는 주제로 발표를 시켰더니 여기저기서 제보(?)가 쏟아져 나왔다. 폭력과 폭언을 일삼는 교사, 촌지 원하는 교사, 권위의식에 젖은 교사, 이사장과 교장 눈치를 보는 교사, 학생에게 화풀이하는 교사, 문제집 정답만 불러주는 교사, 편애하는 교사, 신경질적인 교사, 혼자 떠드는 교사, 몇 년 동안 똑같이 가르치는 교사, 급소 치기나 고문을 즐기는 교사, 자기가 무슨 왕인 줄 아는 교사 등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교사가 강의실에 가득했다.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만났던 학부모의 말이 맞는 모양이다. 아이마다 담임복(福), 선생복(福)이란 게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6년 동안 무려 3년을 임시(기간제) 교사를 담임으로 만났다는 그 학부모는 자녀가 안됐다며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그 얘기를 듣고 문득 교대에서 만났던 동기들이 떠올랐다. 그들도 담임복·선생복이 없었던 것일까? 그리고 나는 어땠나?필자부터 가만히 학창시절의 선생님을 떠올려본다.(다 함께 학창시절의 선생님을 한 분 한 분 떠올려보면 어떨까?) 초등학교 1학년 때 선생님은 참 다정했고 따뜻했다는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 선생님 손을 잡고 코스모스 길을 걷기도 하고 마을 구멍가게에 가기도 했었던 것 같다. 4학년 때 선생님에게는 억울한 마음이 아직 남아 있다. 짝궁을 울렸다는 이유로 4학년 남자애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과한 손찌검을 했었다. 중학교 때 선생님 중에는 한용운 시인의 `알 수 없어요`를 멋지게 암송했던 국어 선생님과 입담이 좋았던 국사 선생님이 떠오른다. 국어 선생님 덕분에 시와 문학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또 국사 선생님의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서 한때 한국사와 세계사에 푹 빠지기도 했다.고등학교 때 선생님을 떠올리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맺힌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고등학교로 돌아가고 싶다. 그때가 참 좋았다. 송도바닷가에 위치한 일명, 해변고등학교.(아쉽게도 현재는 용흥동으로 이전함)거기서 고등학교 1학년 담임으로 김경로 선생님을 만났다. 중간에 재편성되면서 반이 바뀌기는 했지만 짧은 시간 동안 강렬한 인상으로 남은 은사님이다. 제자들을 데리고 청도 운문사며 영천 계곡으로 캠핑을 떠나기도 했다. 시를 쓰는 제자에게 시창작론 책을 몰래 선물해주시기도 하고 한 번씩 불러 어깨를 다독여 주시기도 했다. 참으로 넉넉하고 따뜻한 분이셨다. 김연호 선생님, 김성찬 선생님, 박춘동 선생님, 양재호 선생님, 김태영 선생님….해변고등학교 은사님들의 성함을 이렇게 부르니 가슴이 벅차다. 열정적이셨고 진실하셨으며 학생들에게 애정을 쏟으셨던 해변고등학교 은사님! 스승의 날을 맞아 큰절 올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2012-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