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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파만권 하필여유신

등록일 2012-07-18 20:48 게재일 2012-07-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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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욱 시인·달전초 교사

논어(語) 선진편(先進篇)에 이런 일화가 전한다.

어느 날 자로가 공자에게 물었다. “좋은 말을 들으면 바로 행동에 옮겨야 합니까?” 공자는 “어떻게 바로 행동에 옮기려 하는가? 좀 더 신중을 기하라”고 답했다. 자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염유가 똑같은 질문을 했다. “좋은 말을 들으면 바로 행동에 옮겨야 합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알면 바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공서화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공자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똑같은 질문에 서로 다른 답을 주십니까?” 공서화의 물음에 공자는 말했다. “염유는 물러나므로 격려하여 나아가게 한 것이고, 자로는 다른 사람보다 지나치므로 매사에 신중하라고 한 것이다” 이처럼 공자는 저마다 타고난 소질과 성품을 고려해 그에 맞는 가르침을 줬다. 공자의 철학과 지혜가 담긴 이 교육법을 `인재시교`라 한다.

지난 2009년 중국에서 출간돼 220만 부가 넘게 팔린 인젠리의 자녀교육서 `인재시교`도 그러한 맥락에서 출발한다. 인젠리의 자녀교육법 중에 한국의 부모들과 공유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어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아이가 뛰어놀거나 걷다가 돌부리나 의자 같은 물체에 부딪혀 울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 부모는 아이를 달래면서 동시에 그 물체를 손으로 때리는 시늉을 한다. 인젠리는 그것을 일종의 `보복행위`로 보고, 나쁜 육아법이라고 지적한다. 어떤 부모는 아이에게 다른 사람을 때리라고 가르친 것도 아닌데 아픔을 못 느끼는 의자 좀 때린 게 뭐가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의 눈에는 모든 것이 똑같은 생물체로 보인다. 백지장처럼 순수한 아이들에게 그러한 경험은 체험이 되고, 학습이 돼 누적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상가 루소도 `에밀`에서 “사람의 도덕성은 태어나는 순간 형성되고 순수하고 순결한 시기에 느끼고 이해한 것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젠리의 딸 위엔위엔은 열여섯 살의 나이에 대학입학시험에 응시해 상위 0.2%안에 들어 칭화대학교와 홍콩의 명문대에 동시 합격했다. 또한 독립심과 배려심이 강해 베이징 시가 모범학생으로 선정했을 만큼 훌륭한 인재로 자랐다. 그 바탕에는 `고시(古詩)를 읽으며 자란`위엔위엔의 유년시절이 있는데, 인젠리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고시를 많이 읽고 암송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교육방법이라고 소개한다.

필자도 해마다 학급경영의 중요한 활동으로 학생들에게 시 암송을 주문한다. 흥미와 동기, 게임과 미션이라는 큰 틀에서 매주 진행되는 시 암송은 학생들에게 많은 자극을 준다. 경험상 좋은 시를 함께 읽고 외는 활동은 교육적 효과가 매우 크다. 매년 30편 내외의 시를 암송하는데도 학생들의 정서순화와 언어구사능력에 많은 도움을 준다. 하물며 수 백 편의 고시를 가슴에 담아두고 즐길 줄 아는 위엔위엔이 다방면에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부터라도 가정에서 자녀와 함께 시 암송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마지막으로 아이의 글쓰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자.

인젠리는 오랜 경험에서 얻은 결론으로 단 두 글자, `독서`를 든다. 많은 영재들이 가진 공통점은 `풍부한 독서량`이다. 어릴 때부터 많은 책을 읽은 위엔위엔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장편소설(무협지)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글쓰기 능력이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풍부한 독서와 다양한 체험의 기름진 토대 위에 자연스럽게 피는 꽃 같은 것이다.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두보는 `독서파만권(讀書破萬卷) 하필여유신(下筆如有神)`이라는 말을 남겼다. “책 만 권을 읽으면 신들린 듯이 글을 쓸 수 있다.” 깊이 새겨야 할 명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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