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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읽기를 권함

등록일 2012-07-11 21:09 게재일 2012-07-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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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욱 시인·달전초 교사

올해 포항시 원북(One book)은 김무곤 교수의 `종이책 읽기를 권함`으로 선정됐다. 책 제목이 가진 상징성도 그렇거니와 `우리 시대 한 간서치(看書痴)가 들려주는 책을 읽는 이유`를 간결한 문체로 담은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저는 당신이 이 책을 천천히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많은 시간을 들여 아주 천천히 쓴 책입니다. 재능이 부족하고 게으른 탓도 있지만, 깊은 생각과 많은 공부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서둘지 않고 오래 구상하고 천천히 생각했습니다. 쓰다가, 쉬다가, 다른 책을 읽다가, 생각하다가 또다시 쓰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당신도 이 책을 천천히 읽다가, 덮었다가, 다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천천히 책장을 넘기시면서 손가락에 전해지는 감촉을 느껴주십시오. 때때로 책장의 행간과 여백을 지긋이 바라봐 주십시오. 종이책을 읽는 소중함과 기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썼다. 종이책에 대한 저자의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서문이다.

스마트폰 이천만 시대에 종이책 읽기를 권함은 사실 어울리지 않는 감이 있다. 더욱이 2015년부터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과서가 마련된 교실로 이동하거나 개인기기를 이용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교과부의 방침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디지털 교과서가 “학생들의 무거운 책가방을 해소하고, 학부모들에게는 학습지와 참고서를 별도로 구입하는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학생들 손에 종이책 대신 디지털 교과서나 전자책이 들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종이책 읽기를 강조한다. 종이책 읽는 일이 느리고 갑갑하여 책을 멀리하려는 충동을 느낄지라도 그러하기 때문에 더더욱 종이책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고통이야말로 우리가 종이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란다. 종이책 읽기의 고통 너머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과 지성(知性)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고백이다.

물론, 독서인이 모두 교양인이요, 인격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라고 꼬집으면서 독서가 곧 교양과 인격의 척도라는 교조주의는 배격한다.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의 교사이자 작가인 다니엘 페나크의 `독자의 10가지 권리`중 첫째는`읽지 않을 권리`이다. 더 살펴보면, 건너뛰어서 읽을 권리,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연거푸 읽을 권리, 손에 집히는 대로 읽을 권리, 작중 인물과 자신을 혼동할 권리, 읽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을 권리, 여기저기 부분적으로 읽을 권리, 소리 내어 읽을 권리,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페나크는 책 읽기를 보다 친근한 일로 하기 위해서 위와 같은 `독자의 10가지 권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마지막에 `읽고 나서 아무 말(것)도 하지 않을 권리`는 학생들이 선호할 만한 권리다.

이러한 독자의 권리를 바탕으로 우리 아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첫째, 아이 스스로 책을 고르게 하라. 둘째, 책값을 넉넉하게 주라. 셋째, 한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읽어보게 하라. 넷째, 끝까지 다 읽으라고 강요하지 마라. 다섯째, 의심하면서 읽게 하라. 여섯째, 책 읽기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으면 그만두고 그 일을 하게 하라.

살펴보면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방법이지만 책을 읽는 주체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차원에서는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다들 종이책의 위기를 운운한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교과서, 전자책 등의 등장으로 종이책 시장이 점점 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종이책 읽기의 경험을 그 무엇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 사그락, 사그락, 책장 넘어가는 소리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한 종이책 읽기의 즐거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모두, 종이책 읽기를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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