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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문화를 향유하는 즐거움

등록일 2012-07-26 20:51 게재일 2012-07-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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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재영 시인

더운 날이 이어진다. 한밤의 온도도 높아 잠도 제대로 못 이룬다. 새로운 계절은 늘 낯선 사람의 모습으로 슬그머니 곁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조금 조금씩 정다운 말벗으로 다가와 당분간 뗄래야 뗄 수 없는 벗이 된다. 이 더운 날들의 기록속에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전보다 좋은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예술인들의 모습이 있다. 더위에도 그들의 발길 위로 땀방울은 떨어지고, 또 떨어진다.

며칠 전 포항문예아카데미 총동창회에서 발간한`영일만`이란 문집을 받았다. 문학의 고급독자로서 아니면 작은 문학인으로서 나름대로 글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문화는 어느 하루아침에 고급문화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저변 형성을 위한 예술인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발견했다. 포항문예아카데미는 포항문인협회 부설로 운영하고 있는 문예교육기관이다. 그렇다고 사무를 볼 수 있는 사무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일에 매달리며 보수를 받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30명 모집정원으로 4월 초 개강해 매주 목요일 시인, 소설가, 수필가, 아동문학가의 강의가 12월 초까지 릴레이식으로 이어질 뿐이다. 한두 해 거치면서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수료생은 330명이 됐다.

올해도 30여 명의 수강생들은 매주 목요일 문학을 삶의 중심 근처에 두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문학을 체험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렇게 수강생이 모일 수 있었던 까닭은 수료생들이 바톤을 받아줄 사람을 모셔오고, 또 그들 나름대로 문학을 즐거이 향유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비단 문학 교육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술의 단맛을 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예술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분명 또 다른 예술을 수용하는 데도 인색치 않다.

30도 이상의 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이 여름, 참 많은 문화 행사가 우리 지역 곳곳에서 치러진다. 문화는 살아있는 생물체 같아서 숨 쉬며 꿈틀거리고, 그 꿈틀거림은 그 지역 문화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지역 문화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와 달리 독특한 개성과 아름다움이 있어야 할 것이다.

포항의 대표적인 여름 행사는 27일부터 열흘간 열리는 포항국제불빛축제다. 화려한 불꽃 쇼를 보기 위해 장거리 운전을 마다않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다. 이미 이 축제는 영남의 볼거리 문화로 자리잡았다. 또 8월6일부터 12일까지 포항 북부해수욕장에서 열리는`2012 포항바다국제공연예술제`도 놓칠 수 없는 공연이다. 8월14, 15일 이틀간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열리는 제1회 `독도사랑 국악사랑 대한민국 국창대회`도 잊어서는 안될 문화 행사다.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서 치러진 국창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사람들이 참여해 경연하는, 그야말로 명창들의 진검승부가 될 것이다.

이런 문화행사는 무엇보다 많은 관객을 필요로 한다. 어떤 행사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알려야 할 것이다. 이 지역에서 치러지는 문화를 향유하는 시민이 많아질 때 문화시민으로서의 위상은 높아지고, 문화도시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또 하나 소개하고 싶은 여름 푸른 행사가 있다. 시동인 `푸른시`에서 주관하는 시인학교다. 8월11일에서 12일까지 대보중학교에서 개설하는 `푸른시인학교`에는 이정록 시인과 지역의 많은 시인이 참여한다. 올해로 열 세 번째다. 소문 없이 널리 알려진 우리 지역의 독특한 문화행사라 할 수 있다.

녹음방초(陰芳草) 푸르른 여름이다. 문화의 푸른 오솔길로 안내하는 각종 문화행사가 우리 앞에 이어지고 있다. 집 안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텔레비전 드라마에 빠지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 우리 지역에서 이어지는 각종 문화의 주인으로 문화의 현장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그것 자체만으로도 이 여름 더위를 잊는, 그러면서 축제의 주인공으로 이 도시를 역동적으로 만드는 멋진 주인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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