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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피칼 독서

등록일 2012-05-18 21:23 게재일 2012-05-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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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욱 시인·달전초 교사

2012년은 문화관광부가 정한 `독서의 해`다. 스마트폰 보급률은 가파른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데 반해 국민들의 독서율은 갈수록 곤두박질치고 있다.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갈수록 독서율은 가히 걱정스러울 정도다.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독서운동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책을 많이 읽히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숫자와 통계를 선호하는 정부기관이 곧잘 범하는 실수 중에 한 가지가 그것이다. 행사의 양과 통계만으로 `독서의 해` 성공여부를 가늠해서는 안 된다. 지속가능한 독서운동만이 책 읽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독서와 관련한 명저 중에 모티머 J.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이란 책이 있다.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란 주제를 체험적 독서론이 아니라 과학적인 독서 기술로 풀어낸 보기 드문 책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과의 대화를 의미한다. 독서는 인내와 예절이 필요한 독자와 저자와의 상호작용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통해서 독자와 저자가 만나기 위해서는 대화의 규칙을 터득하고 저자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야만 한다.

애들러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독서의 기술`은 읽을 가치가 있는 양서를 지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읽기 위한 규칙을 서술한 것입니다. 모든 책이 다 이 책에서 권장하는 바와 같은 독서법을 적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엄밀히 말씀드리면 이것은 명저라고 일컬어지는 책에만 알맞은 독서법입니다. 그러한 명저는 한 번뿐 아니라 두 번 혹은 그 이상 정독할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양서나 명저를 위한 독서 기술을 익히기 전에 먼저 살펴야 하는 것은 독서 수준이다. 독서 기술을 높이려면 각자의 수준 차이를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독서에는 네 가지 수준이 있는데 독서의 제1수준은 `초급 독서`이다. 초급 독서는 읽기 쓰기를 전혀 못하는 어린이가 초보의 읽기 쓰기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것이다. 제2수준은 `점검 독서`이다. 점검 독서는 계통을 세워서 띄엄띄엄 골라 읽는 기술이다. 책의 표면을 점검하고 그 한도에서 알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는 일이다. 제1수준의 독서가 `이 문장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라면 제2수준의 독서는 `이 책은 무엇에 대하여 쓴 것인가?` `어떤 부분으로 나뉠 수 있는가?`하는 문제를 검토하는 독서다.

제3수준은 `분석 독서`이다. 분석 독서란 철저하게 읽는 것을 말한다. 점검 독서가 시간의 제약이 있는 경우의 가장 뛰어난 독서법이라면, 분석 독서는 시간의 제약이 없는 경우의 가장 뛰어난 완벽한 독서법이다. `책은 맛보아야 할 책과 삼켜야 할 책이 있다. 또 약간이긴 하지만 잘 씹어서 소화해야 할 책도 있다`고 프란시스 베이컨도 말했지만 분석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책을 잘 씹어서 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고도의 독서 수준은 `신토피칼 독서`다. 저자는 신토피칼 독서를 비교 독서법이라고도 부른다. 신토피칼로 읽는다는 것은 한 권뿐만 아니라 하나의 주제에 대해 몇 권의 책을 서로 관련지어서 읽는 것을 말한다. 가장 적극적인 독서법이면서 가장 많은 보답을 받을 수 있는 독서 활동으로 애써서 배울 만한 가치가 있는 지극히 유익한 독서 기술라고 강조하고 있다.

신토피칼(Syntopical. syn-:함께, 동시에, 비슷한 등의 뜻을 나타내는 접두사. topical:화제의, 문제가 되어 있는 제목에 관한.)독서에는 5단계가 있다. 제 1단계는 주제에 관련이 있는 작품을 모두 재점검해 독자 자신의 요구에 가장 밀접한 관례를 가진 곳을 발견하는 것이다. 제 2단계는 저자의 키워드를 찾아내 그 사용 방식을 파악하는 것이다. 제 3단계와 제 4단계는 질문을 명확히 하고, 논점을 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에 대해 답을 한 후 제 5단계에서 `그것은 진실인가?` `그것에는 어떤 의의가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인생에서 독서의 가치는 헤아릴 수가 없다.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을 통해 보다 풍요롭고 지혜로운 독서의 장을 펼쳐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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