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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성인지(性認知) 예산제도 정착시키려면

▲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성별영향평가센터장1995년 베이징에서 개최된 유엔 세계여성대회에서 성인지 예산제도가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전략의 주요 의제로 채택되면서 해외 선진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도 그 동안 많은 성과를 거두며 추진하여 왔다. 무엇보다도 성평등 정책 추진에서는 예산배분이 성별로 형평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제시됐다. 이러한 계기로 인해 우리 정부에서도 국가재정법이 개정되면서 2006년 준비과정을 거쳐 2010년 회계연도부터 성인지 예산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시행됐다. 여기서의 성인지 예산제도(gender sensitive budget)는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양성평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집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성인지 예산제도 시행으로 정부의 예산편성시에는 성인지 예산서를 작성하고, 예산집행한 후에는 성인지 결산서를 작성하도록 명시했다. 이후 2010년도에는 성평등 기대와 효과까지 그 범위를 확대했다. 이와 함께 성인지 예산 대상범위를 기존에 일반회계, 특별회계에만 한정하던 것을 2011년부터는 기금사업까지 확대했다. 한편 2000년대 들어서 유럽 선진국인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스위스 등에서는 성인지 예산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시행하고 있으며,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마다 시행되고 있는 성인지 예산제도의 형태는 크게 시민사회가 주도하거나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영미권을 포함한 60여개 국가는 시민사회가 주도하고 있는 반면에 인도, 스웨덴, 호주 등은 정부에서 주도해 성인지 예산제도를 진행하고 있다.이처럼 성인지 예산제도의 확대 시행으로 인해 2011년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방재정법을 개정해 성인지 예산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2013년부터 성인지 예산서와 결산서를 작성해 지방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경북지역 역시 성인지 예산서를 작성해 의회에 제출해야 하므로 이에 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그렇다면, 경북지역 성인지 예산제도를 제대로 정착시키려면 무엇을 고민해야 할 것인가?첫째, 성인지 예산제도를 추진하려면 조직, 인력, 예산과 같은 기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무엇보다도 성인지 예산서 작성을 안내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며, 예산 역시 충족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있어야 할 것이며, 정비된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둘째, 성인지 예산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젠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즉 정부와 전문가 집단, 시민단체, 언론, 의회, 학계 등 다양한 주체 간의 협력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셋째,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하고 있는 모든 정책을 대상으로 성인지 예산서를 작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성평등 목표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다.마지막으로 성인지 예산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담당자의 마인드가 굉장히 중요하므로 이들의 의식을 전환할 수 있는 성인지 정책 교육이나 워크숍이 시급하다. 즉 형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성인지 예산제도 시행을 위해 실무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기관장 및 상급자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므로 고위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성인지 예산제도 교육이 필요하며, 이를 통하여 보다 성평등한 지역 문화를 조성할 것으로 본다.우리가 함께 그려나갈 미래지식 시대의 지역경쟁력은 남녀 간 성에 대한 올바른 사회적 인지를 통하여 여성의 지위향상과 권익증진 등을 꾀함으로써 제고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여성의 사회적 참여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2012-10-04

추석 민심과 토론

▲ 조현명 시인추석을 겨냥해서 대선에 출마할 후보들이 전략적인 행보를 보였다. 가족들이 모이면 정치나 사회문제에 대한 토론의 장이 벌어져 영향력이나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일게다. 오죽하면 `추석민심`이라는 말을 쓸 정도다. 이런 사실들을 두고 보면 `우리나라는 토론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풍토`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어릴 때 밥상머리에서 숟가락을 떠는 것이나 밥을 입에 넣고 말하는 것도 금기였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저 조용히 밥만 먹고 어른들이 말을 하면 공손히 듣기만 하는 것이 예의범절이었던 것이다. 추석 차례상 앞이나 제사를 지내고 난 뒤 음복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엄숙한 자리에서 예를 지키지 않는 것은 큰 잘못으로 여겨졌다. 학교에서도 정숙이란 글귀가 사방에 씌어 있었고, 예를 지키지 않고 자기주장이라도 강하게 하면 건방진 놈, 무례한 놈으로 간주됐다. 꼬박꼬박 말대꾸하는 녀석을 선생님들도 싫어했고, 말수가 적으며 고분고분하면 점잖은 녀석이라고 칭찬까지 하는 판에 우리는 자기주장이 있더라도 꾹 참고 남의 말을 잠자코 듣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래서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자랐고, 그것 때문에 `토론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풍토`라 말하는 것 같다.현재 대한민국 교육은 토론에 주목하는 듯하다. 경상북도 교육청은`어울림 삼담꾼(입담, 재담, 정담)`이라 하는 독서토론교육을 구상하고, 연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하향식 정책은 현장에 잘 뿌리내리지 못한다는 어려움이 있을 텐데,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있어 기대가 된다. 어떤 정책이나 다 그럴 것이지만 특히 토론문화는 앞에서 말했듯 오래된 관습이라는 높은 장벽이 가로놓여있다. 그러므로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토론의 기본적인 바탕인 비판정신을 길러내는 교육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다시 `추석민심`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SNS나 여러 언론들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추석명절이란 한국고유의 전통 시공간이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다. 대선에 대한, 폭발력 있는 남녀노소의 소통과 토론이 추석이란 전통공간에서 어떻게 만들어 지는걸까. 꾹 참고 잠자코 듣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소통은 서로 의견을 내어놓는 순간 시작될 것이다. 인간은 입으로 들어가는 만큼 입 밖으로 내어 놓는 동물이 아닌가. 음식 앞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의 모닥불은 엄청난 소문과 영향력을 만들어 낼 것이다. 어른들 이야기를 주워 들었던 아이들도 한마디 보탤 수 있을테니 `추석민심`으로 큰 표가 왔다갔다할 것이다.한 인디언 부족은 회의를 할 때면 막대기를 잡아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규칙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말을 하고 있을 때 말을 끊거나 참견하지 못하게 한 이런 규칙은 토론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토론장에서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생각에 빠져서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주장만 늘어놓기 쉽다. 건강한 토론이란 남의 말을 듣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어쩌면 오랫동안 잠자코 어른들의 말만 듣는 훈련을 한 우리는 토론자의 자질을 이미 반쯤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막상 마이크를 잡았을 때, 예리한 비판력과 유창한 말솜씨로 자기주장을 늘어놓지 못한다면 토론자로서 남은 반쪽 자질은 형편없는 셈이다. 이번 추석에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토론회를 한번 열어보는 건 어떨까. 토론 주제는 `이번 대선엔 ○○○이 대통령으로 당선 될 것이다.`란 내용으로 찬반토론을 벌이는 것이다. . 물론 한 번에 한사람씩 말하고 다른 사람들은 경청하는 인디언식 토론법이 좋겠다. 유대인들은 밥상머리에서 자녀들의 비판력을 길러주기 위한 토론을 벌인다고 한다. 그런 교육이 힘을 발휘해서 노벨상을 석권하는 기적을 낳은 것은 아닐까. 세대와 세대가 서로 공감하고 여러 계층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이런 토론문화가 절실하다.

2012-09-27

월월이청청 보존·전승의 의미

▲ 송영숙영일만 월월이청청 회장 곧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다. 한해 농사를 끝내고 오곡을 수확해 조상에게 바치고 가족이 나누어 먹는다는 풍요로운 명절의 의미가 갈수록 퇴색돼가는 것 같아 아쉽다. 추석은 이웃과 함께하는 나눔을 주는 공동체 의식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떨어져 있던 가족도 만나고, 이웃과도 만나 음식을 나눠먹는 `나눔의 명절`인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는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온전한 상태를 의미한다. 부를 많이 가진 자는 어려운 사람들도 생각하라는 인생의 철학을 내포하고 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간에 사랑과 정을 나누고 실천하는 세시풍속이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넉넉하진 않았어도 이웃간에 즐겁게 추석을 맞이했고, 따뜻한 정을 나눴다.지난달 우리나라 명품 축제인 포항국제불빛축제에서 대단한 뉴스가 나왔다. 포항지역 여성 고유 민속놀이 `월월이청청`의 대한민국 최대기록 도전에 모두 1천102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참여해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것이다.월월이청청은 전라도 해안지방에서 전승되는 강강술래와 비교되는 동해안 지역 대표적 여성집단 전통놀이로, 정월대보름을 비롯해 보름달 밤 마을 처녀들과 새댁이 손에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원을 만드는 춤이다.달 밝게 뜨는 보름날이면 여인네들은 할머니나 어머니에게서 들어 익힌 노래를 부르며, 손에 손잡고 춤을 추었다. 밝은 달밤에 논다고 그 이름도 월월이청청이다. 월월이청청을 놀아야 풍년이 들고, 마을에 탈이 없다는 여성들의 소박하고 강렬한 믿음은 대대로 전해졌고, 효험도 있었다.일제 때 잠시 끊어졌다가 수년전 남인수 영일만 월월이청청 단장의 노력과 의지로 복원된 후 어릴 때 월월이청청을 놀았던 기억을 가진 포항 여성들이 남인수 단장의 후원으로 영일만 월월이청청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이처럼 귀한 우리의 민속문화가 최근 보존·전승 활동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이 생겨 안타깝기 그지 없다. 무엇보다 최근 한국기네스북에 등재되는 등 지역 무형문화재로서의 가치 때문에 원형 전승·보전 필요성이 크게 요구되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월월이청청은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영일만 월월이청청과 포항문화원 월월이청청 두 단체가 각각 보존·전승 활동을 벌여 오고 있다. 자생적으로 포항에서 가장 먼저 창립된 영일만 월월이청청은 전통문화의 가치는 순수하면서도 봉사정신이 바탕이 되어 보존·계승돼야 한다는 전제 아래 체계적인 월월이청청 보존 활동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후발주자로 포항문화원이 후원해 창립된 포항문화원 월월이청청은 시 예산을 따기 위한 수단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 문제다.특히 각종 전국 대회에 시 대표로 출마하거나 공식 행사 등에 출연하는 것은 매번 포항문화원 월월이청청이 도맡아 하고 있다는 점이 두 단체가 반목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매월 회원들의 회비를 갹출해 회를 운영하며 전통문화 계승이라는 자부심 하나만으로 삶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영일만 월월이청청 회원들의 마음에 상처가 되는 것이다.문화는 지역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함께 어울려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켜야 그 의미가 있다. 특정인 그룹이 배타적으로 독점하려는 사고는 합리적이지 못하다. 달밝은 밤 여인네들이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며 즐겁게 놀던 월월이청청의 진정한 의미를 깊이 이해하면 할수록 더욱 가슴 깊이 다가온다. 더욱이 월월이청청 보존·계승을 위해 논문을 발표하고 연구에 매진했던 이월희·남상익 선생의 전통문화 보존에 대한 고귀한 정신이 퇴색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 또한 크다.

2012-09-25

Herstory 발굴로 역사 속 여성 멘토를 찾자

▲ 김명화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마리아 스클로도프스카!”“예!”“스타니슬라스 오거스투스에 대해 말해 보아라.” 방사능 분야의 선구자이자 노벨상을 수상한 여성 화학자 마리 퀴리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당시 폴란드는 러시아에게 점령당한 상태로 폴란드어를 몰래 공부하던 교실에 들이닥친 러시아 장학사는 러시아어와 러시아 역사를 테스트하려고 이것저것 질문은 던진다. 다행히 마리아가 대답을 잘하여 아찔했던 상황은 모면할 수 있었지만, 장학사가 교실 밖으로 나간 뒤 설움에 겨워 울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나라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던 마리 퀴리의 의지와 강인함도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학교를 졸업한 지 꽤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마리 퀴리의 이 일화는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만났던, 거의 유일한 여성인물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이 일화를 아직 기억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커가면서 한 번씩 그런 의문을 가졌다. 왜, 여성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이다지도 빈약할까? 지도자이든, 학자이든, 예술가이든 히로(Hero)에 대한 이야기는 넘쳐나는데 히로인(Heroin)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수많은 남성들의 이야기 속에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가 한둘 만나볼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흔히들 “역사는 승자의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이제까지의 역사가 주류인 남성중심적 관점에서 기술되고 해석됐기에 초래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2007년 연구결과를 보면 중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역사 속 여성인물은 2% 정도라고 한다.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그나마 소개된 여성인물 대부분도 현모양처 등의 고정화된 이미지나 전통적 성역할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늦게나마 이런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여성사(Herstroy)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는 중요한 성과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역사를 이전보다 균형적인 시각에서 이해하고, 지금까지 관심을 갖지 않았던 여성들의 역할과 역사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이러한 성과위에서 여성들의 롤모델도 한층 더 풍부해 질 수 있을 것이다.경상북도와 경북여성정책개발원에서도`경북여성사`발간을 시작으로 지역여성들의 Herstory를 발굴하고 조명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는데, 지난 해`경북여성인물사 : 이야기로 만나는 경북여성`이란 제목으로 의미있는 책을 한 권 발간했다. 지역 여성 인물들의 삶과 행적을 테마별로 조명한 전국 최초의 연구이다. 이 책에는 신라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 속에서 여성리더, 여중군자, 독립운동가, 사회사업가, 예술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지역여성 20명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동안 역사 이면의 숨은 내조자로서 머물렀던 여성들의 활동을 각 테마에 따라 면밀히 조명했을 뿐만 아니라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이야기식으로 쉽게 풀어써 가독성을 높였다는 특징이 있다. 지역여성사 연구에 목말라 있었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겠지만, 발간되자마자 2쇄를 인쇄해야 할 정도로 독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시대적 제약`과 `여성`, `지역`이라는 이중, 삼중의 굴레를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 이들 여성의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여성들에게 더없이 훌륭한 롤모델이 돼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이러한 연구가 보다 활발해 지기를 희망하며, 바라건대 성인 일반 독자를 염두에 두고 발간된 책이지만 청소년들이 읽기 쉽도록 개작돼 많은 학생이 이 책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학창시절,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꼿꼿함을 잃지 않았던 마리 퀴리의 모습이 내게 훌륭한 귀감이 돼주었던 것처럼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20명의 선배 여성들이 든든한 멘토가 되어 주면 좋겠다.

2012-09-20

신뢰와 소통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자

▲ 정석수 성요셉복지재단 상임이사대기만성(大器晩成)은 일반적으로 `큰 그릇은 늦게 완성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박재희 교수는 만(晩)자를 설명하면서 면(免)이라고 쓰인 판본이 많다며, 부정의 뜻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큰 그릇은 완성이 없다`고 해야 정확한 해석이라 했다. 따라서 큰 그릇이란 어떤 틀이나 어디에 고착돼 있지 않기에 부단하게 변화를 하면서 이뤄져 가는 것이다. 이렇게 변화 성장해 가는 모습을 바라볼 때와 소통 없이 과거에 매여 있을 때 주변인들의 시선은 달라진다. 고착된 의식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통합할 수 있겠는가. 아니면 천리걸음도 한 걸음부터처럼 지금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는가.구조분석은 인간의 성격을 세 가지 자아 상태로 설명한다. 부모 또는 부모와 같은 권위적 인물을 모방한 행동·사고·감정을 `부모 자아 상태`라고 한다. 아동기시절부터 재연되고 있는 행동 사고 감정을 어린이 자아 상태라고 하고, 지금-여기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으로서의 행동·사고·감정을 `어른 자아 상태`라고 한다. 이러한 자아 상태의 기능을 분석하면 더욱 다양해지는데, 통제적인 부모(Controling Parent)를 경험했을 수도, 양육적 부모(Nurturing Parent)를 경험했을 수도 있다. 또한 어린 시절에 자유로운 어린이였든가 순응하는 어린이였든가를 살펴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지금의 나는 과거의 부모나 어린 시절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이를 뛰어넘을 수 있기도 하다.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와 그의 아들 히데타다(秀忠)의 관계를 살펴보자.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천하가 태평성세에 적합한 인물이 자신의 후계자가 되기를 바라면서 참모들의 의견을 구했다. 그때 문신과 무신의 의견은 달랐다. 문신들은 무예와 지략이 뛰어난 장수 히데야스(秀康)를 추천했지만 무신들은 태평성세에 걸맞게 나라를 평화롭게 다스릴 수 있는 히데타다를 추천했다. 결국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마음이 넓어 반대파까지 포용할 수 있고, 섭정이 가능한 아들 히데타다에게 권좌를 물려주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표면상 은퇴해 슨푸성으로 물러갔지만 참모를 모아 정책을 입안해 에도에서 실행하도록 전달했다. 그렇지만 히데타다는 슨푸에서 전달되는 안건을 실행하며, 새로운 관점을 추가한다. 슨푸의 지시는 원칙이지만 실정에 맞지 않은 부분은 수정하고, 공식적인 문서에는 아버지의 이름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만 사용했다.현재의 어른 자아가 성장하기 위해 과거에 통제와 비판을 받은 부모의 자아 영향을 뛰어넘고, 어린 시절의 영향을 벗어나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다. 히데타다는 아버지를 받아들이되 자신의 이름으로 분명한 잣대를 내세웠다. 참모들과 끊임없이 격의 없이 토의하고 사람의 마음을 끌어들였다. 그는 “부하에게 부려져야 한다”고 했다.진보니 보수니 하면서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었다. 송호근 교수는 이분법 사회를 넘어서라는 책의 첫 문장으로 “헷갈리죠?”라고 했다. 민주화 이십오 년 동안 만들어진 틀 속에서 이념이 모든 것을 재단했던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그렇다면 경제를 일구었던 산업화의 시대, 그 속에서 정의를 외치며 이끌었던 민주투사들의 시대, 즉 잃어버린 십칠 년을 더이상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기준을 무엇이어야 할까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리그에서 선출된 사람들의 곁에 누가 있는가 그것도 주목대상이다. “결정적 순간 당신 옆에는 누가 있는가”라는 책에서 최고의 성과를 올리는 협력을 설명하고 있다. 홀로 완전한 인간이 없기에 상호보완 할 수 있는 다양한 파트너가 필요하다. 또한 공동의 목표의식으로 일관성 있는 정책을 기대하며 이에 앞서 신뢰와 소통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정치를 기대한다.

2012-09-19

태풍 小考

▲ 이우식 포항기상대장제16호 태풍 산바(SANBA)가 우리나라에 상륙하면서 17일 전국에 강한 비바람이 부는 등 태풍의 영향을 받고 있다. 돌풍과 침수는 물론이고 강한 비바람으로 인해 큰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대구·경북지역에는 태풍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현재 기상청에서는 이날 여수 부근 남해안에 상륙해 내륙을 관통한 뒤 늦은 밤 속초 부근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태풍은 적도 부근의 평균 해수면 온도가 27℃ 이상인 곳에서 주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으로 따뜻한 해면으로부터의 에너지원 공급과 전향력이 있어야 하므로 적도 부근에서는 발생하지 않고 북위 5°~15° 부근 해상에서 발생해 북상하면서 점차 발달하게 되는데, 중심 부근 최대풍속이 초속 17m/s 이상이 넘어서면 태풍으로 이름이 지어진다.태풍은 연중 발생하지만 7월에서 10월 사이에 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며, 특히 8월에서 9월 사이에는 평균적으로 10개의 태풍이 발생하여 그중 2~3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태풍은 주로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올라오는데, 7월까지는 주로 중국 쪽으로 들어가지만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덮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에는 우리나라 서해안이나 남해안을 거쳐 직접 상륙하는 경우도 있다.또 9월과 10월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해 물러남에 따라 태풍이 남해안 또는 대한해협으로 상륙해 동해안으로 빠지면서 경상도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피해를 주기도 한다.기상청에서는 태풍의 효율적인 예보를 위해 제주도에 태풍센터를 설치해 태풍 예보를 하고 있는데 5일 후까지의 진로 예상이 가능하여 재해 관련 기관과 전 국민이 사전에 대비하고 준비할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하지만 태풍은 물론 호우, 대설 등 자연재해는 국민들이 미리 대비하고 철저한 준비를 해도 피해를 완전히 줄일 수는 없다. 다만 많은 준비와 대비를 함으로써 국민들의 소중한 재산과 소중한 인명피해를 상당량 줄일 수 있다고 본다.따라서 태풍이 접근할 시에는 가정에서는 비상식량 등을 확보하고 기상상황을 계속 청취해야 하며, 축대나 담장이 무너질 염려가 없는지, 간판이나 비닐하우스 등이 바람에 날아갈 우려는 없는지 확인을 해야 하겠다. 바람과 함께 폭우가 동반되므로 상습침수지역 주민은 안전한 장소로 미리 대피해야 한다.또한 하천 둔치에 주차된 자동차는 안전한 곳으로 옮겨놓아야 하고, 해안가에서는 선박을 단단하게 고정시키고, 해일에 대비해서 방파제 및 축대를 점검해야 한다. 위험구역과 해안도로 구간에 대해서는 차량통행을 제한해야 한다.그렇다고 태풍이 오면 모두 피해만 입는 것은 아니다. 태풍은 저위도지방의 열기를 고위도 지방으로 이동시켜 열적 균형을 유지시켜주고 가뭄을 해소시켜주는 단비가 되기도 한다. 또한 큰 파도로 인해 바닷물이 아래위로 뒤섞여 신선한 공기를 바닷 속으로 밀어 넣어서 산소와 플랑크톤을 풍부하게 하여 태풍이 지나간 후에는 어민들에게 풍어의 기쁨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녹조현상을 일거에 해소 시켜주는 순기능도 있다.따라서, 태풍이 다가올 때는 무엇보다도 수시로 발표되는 기상정보와 특보에 귀 기울이고 모든 국민이 태풍에 철저히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정신을 가져야 태풍에 의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012-09-18

악수에도 격이 있다

▲ 오세창 KBS안동방송국 아나운서언제부턴가 우리사회에서는 소통이란 단어가 온통 화제가 되고 있다. 물론 소통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직업 중에서 가장 많은 커뮤니케이션에 노출되는 분야중의 하나가 바로 방송 아나운서가 아닐까 싶다. 물론 TV 화면이나 라디오 등을 통한 간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기는 하다. 아나운서들은 전달하는 내용의 정확성뿐만 아니라 소통이 가능한 격조 높은 감성과 감정, 하물며 진심까지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다.직장에서 벗어나면 우리들은 누구나 직접적인 소통을 하며 살아간다. 방송과는 달리 직접 대면하고 대화를 나누게 된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악수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으로 많은 악수를 하게 된다.처음 보는 자리에서 본인을 소개하며 나누는 인사악수를 비롯해 우연하게 만나 반가움을 나누는 조우(遭遇)의 악수,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기쁨을 나누는 해후(邂逅)의 악수,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친근한 악수 등등….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악수는 이렇게 우리 몸의 일부분처럼 자연스럽고 만남에 대한 중요한 매개수단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악수는 이렇듯 서로의 손을 맞잡고 흔들면서 감사와 존경으로 반가움을 표시하지만, 악수에도 일반적인 법칙과 예의가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알맞은 방법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필자는 얼마 전 평소 안면이 있는 모 지인과 악수를 나누는데 이 분이 손가락으로 나의 손바닥을 살살 긁는 것이 아닌가. 나름대로는 친근감을 표시한다고 생각 할 수 있으나 장난을 나눌 수 있는 아주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면 큰 결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악수할 때 몇 가지 갖춰야 할 예의를 생각해 본다. 가장 흔한 예로 상대방의 손을 너무 꽉 쥐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반갑다고 힘 있는 사람이 큰손으로 너무 힘을 준다면 상대는 반가움이 달아 날수도 있을 것이다.이와는 반대로 너무 가볍게도 쥐어서도 안 될 것이다. 손을 잡는 둥 마는 둥 하면 악수를 하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 구분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또 지위가 낮거나 나이가 적은 사람이 손을 흔들는 것은 일반적으로 예의가 아니므로 조심할 일이다. 그리고 간혹 악수를 할 때 먼 산을 바라보는 경우 있는데 이것도 실례가 된다.악수하는 동안에는 상대의 시선을 응시 하면서 감정을 나타내야 예의바른 태도가 된다. 이밖에도 상식적이긴 하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왼손으로 악수를 청하지 않아야 하며, 손에 물기가 있거나, 오물이 묻은 상태에서는 악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한 가지 더 주의할 사항으로는 일반적으로 조문을 할 경우에는 친한 친구라도 악수를 하지 않는다. 엉겹결에 손이 나갈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것이다.그럼 올바른 악수방법을 몇 가지 살펴보면, 오른손으로 적당하게 잡고, 상체를 가볍게 숙인다. 이성간에는 여성이 먼저 손을 내밀었을 때, 지위가 높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이 청할 때, 실내에서는 반드시 장갑을 벗고(여성은 예외), 가벼운 인사말은 기본 예의이며, 진심과 호의 등으로 악수를 해야 한다. 일상에서 악수는 떼어놓을 수 없는 정도로 다반사로 이뤄진다. 기분 좋은 악수, 마음에 위로가 되는 악수, 정말로 반가운 악수, 감사의 악수, 존중의 악수…. 훌륭한 악수는 바로 훌륭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악수에도 격이 있다는 얘기다.

2012-09-17

소통으로 만드는 윈-윈 사회

▲ 손을준 대통령소속 사회통합위원회 경북지역협의회 위원·경영학박사인간은 왜 사회를 이루고 살아갈까? 왜`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했을까? 물론 그것은 인간이 사회라는 공동체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인간이 생활하는데 더 큰 편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학의 대가인 짐 콜린스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은 사회의 창안(social invention)이다” 라고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경제적인 발전과 함께, 그 규모도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도시화·수도권화 그리고 지구촌화로까지 발전했고, 더 나아가 우주촌의 시대로 갈 것이다. 이와 같이 사회는 인간들에게 더 큰 가치와 편의성을 도모하기 위해 탄생됐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는 모두의 사회가 아니라, 반쪽도 안 되는 구성원의 사회 즉, 사회 구성원의 25%(4분의 1) 수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편중되고 왜곡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 사회의 구성원들 간에는 경제적 편중, 정보·지식의 편중, 권력과 권한의 편중 등의 심화로 더 큰 갈등과 더 깊은 이해적 충돌이 일고 있는 것이다. 남북·동서 간 이념의 심화, 기득권자와 비기득권자 간 갈등, 진실과 거짓의 논쟁 등 모든 측면에서 사회적 문제가 첨예하게 대두되어 사회적 긍정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이 사회는 구성원 모두에 필요성이 있고 대중이 행복할 때, 그 진정한 가치가 있다. 사회적 기득권자 20%가 판을 치면 80%는 불만을 갖게 되고, 10%의 경기나 게임에서 승리한 자만 대우 받는다면 90%의 패자는 설 자리가 없는 불행한 사회가 된다. 또 내가 상대방을 이기려고만 하고 우월적인 위치만을 추구한다면, 그 사람은 평생 불행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우리는 생산과 소비가 유기적으로 잘 연관될 때 경제가 좋아진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맹자의 어머니가 맹자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세 번 이사한 일)라는 말과 같이 좋은 이웃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 즉, 자기 자신과 상대방간에 소통하고 좋은 관계는 윈-윈(win-win) 관계가 되지만, 나만 잘나고 나만 이득 보는 관계는 윈-루즈(win-lose) 혹은 루즈-루즈(lose-lose) 관계가 된다.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은 즐겁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즐거움과 행복은 윈-윈 하는 사회에서 가능하다. 이는 경제력, 가정환경, 많이 배움 등 외부 요인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 간에 긍정의 소통을 통해 내면의 성취감, 인정감, 만족감으로 일어난다. 즉, 상대방에겐 존경심을 자신엔 겸손의 자세로 대하면 존경심은 상대에게 2배가 되고 자신에 대한 만족감 또한 2배가 된다. 이것은 상호간에 무형의 가치가 발생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서로가 중요한 선물을 받은 꼴이다. 선물을 받아 기분 나빠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무형의 선물은 한번 받으면 영원히 사용할 수도 있고, 정성만 있으면 언제나 누구에게나 기분 좋게 줄 수 있는 것이다.20세기 최고의 리더인 젝 웰치는 “세계최고의 기업인 GE를 20년간 경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구성원들의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과 조직의 벽을 허무는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들이 겪는 사회적 갈등은 마음의 벽을 허무는 소통의 문제이다. 자신이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내가 먼저 주변에 따뜻한 손을 내밀 때, 우리 사회는 루즈-루즈(lose-lose)가 아닌 윈-윈(win-win) 사회가 될 것이다.

2012-09-13

천명(天命)의 거부

▲ 정석준 수필가나관중이 쓴 `삼국지`를 읽어보면 제갈량은 유비의 유지를 받들어 위나라를 정복하고자 했으나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 번은 유인계를 써서 위군을 상방곡에 몰아넣고 계곡입구를 차단한 뒤 불화살을 쏘아대니 상방곡은 온통 불바다가 됐다. 위군은 달아날 구멍을 찾지 못하고 전멸할 지경에 이르렀는데, 갑자기 사방에서 검은 구름이 몰려들더니 장대같은 소나기가 쏟아졌다. 사마의(위군의 대장군)는 제빨리 군사를 이끌고 탈출에 성공했다. 사마의 부자가 탈출했다는 보고를 받은 제갈량은 이렇게 말했다.“일은 사람이 꾸미지만 성공여부는 하늘에 달려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천지의 운행과 인간의 운명은 하늘의 뜻에 달려 있다는 `천명사상(天命思想)`은 주공(周公)에 의해 제기되고 공자에 의해 확립돼 충(忠)·효(孝)·인(仁)·의(義)와 함께 유교사상의 근간을 이루며 2천년 이상 동양 3국에 큰 영향을 끼쳤다. 공자는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이 명(命)에 있고 부귀도 하늘에 있다”고 했으며, 송에서 환퇴에 의해 죽음을 당할 뻔 했을 때에는 이렇게 말했다. “하늘이 덕을 나에게 주셨거니, 환퇴가 나를 어찌하랴” 비슷한 말이 논어 자한편 5장에도 나온다. 이것은 명백히 초월적인 존재를 인정한 것이 되며 자기의 운명을 하늘의 뜻으로 돌린 것이다.공자의 천명사상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은 `유학의 이단자`라고 불리는 순자였다. 순자는 그의 제자가 “스승님 기우제를 지내니 비가 왔습니다”라고 물었을 때 “기우제를 지내지 않아도 비가 왔다”라고 대답했다. 이 말은 분명히 천명(天命)에 대한 거부요, 도전이라고 하겠다.사마천 또한 `사기` `백이숙제열전`에서 천도(天道)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천도는 공평무사하여 언제나 착한 사람 편을 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백이숙제와 같은 사람을 착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들은 인과 덕을 쌓고 청렴 고결하게 살다가 굶어 죽었다. 그리고 공자는 칠십 제자 중에 오직 안회만을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추상했다. 그러나 그는 가끔 뒤주가 비어 있었으며, 지게미나 쌀겨도 배불리 먹지 못하다가 끝내 요절했다. 하늘은 착한 사람에게 보답한다는데, 이것은 도대체 어찌된 셈인가? 한편 도척은 날마다 죄없는 사람을 죽이고 사람의 간을 회치는 등 포악 방자해 수천 사람의 도당을 모아 천하를 횡행했지만 천수를 누렸다. 그렇다면 그가 도대체 어떤 덕행을 쌓았단 말인가? (중략) 그래서 나는 의심한다. 천도는 과연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노자는 한걸음 더 나아가 “천지는 어질지 않다. 만물을 풀강아지처럼 여긴다”라고 했다. 여기서 풀강아지란 제사에 쓰고 버리는 것으로서 하찮은 것을 의미한다. 천지가 만물을 하찮은 것으로 여긴다는 말은, 곧 자연을 도덕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천지가 어질다고 보는 것은 바로 유가이다. 유가는 자연마저도 인간 사회의 가치의식을 투영하여 인간 중심적 시각에서 이해하고자 했다.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를 보면 일식이나 지진이 일어난 것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는데, 양(洋)의 동·서를 막론하고 옛날에는 일식이나 월식이 일어나는 원인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하늘이 내리는`경고`, 또는 `재앙`으로 받아들였다.19세기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운명아 비켜라. 용기있게 내가 간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지만, 김유신은 이미 1천300년 전에 천명이나 운명 따위를 거부하고, 오히려 천명을 역이용해 전세를 유리하게 바꾼 탁월한 전략가였다.그러나 21세기 최첨단 과학시대에 살고 있는 오늘날에도 지진이나 해일 등 천재지변이나 에이즈나 백혈병 같은 난치병, 신종 플루같은 질병을 가리켜 `말세의 징조`니, `하늘이 내리는 벌`이니 하며,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또 이러한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많이 있다. 인간은 현명한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존재라고 아니 할 수 없다.

2012-09-11

여성의 파워로 미래를 설계하자

▲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성별영향평가센터장21세기는 3F의 시대라고들 한다. `가상의 Fiction`, `감성의 Feeling`, 그리고 `여성의 Female`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미래 학자인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도 여성 CEO가 남성보다 훨씬 탁월한 경영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여성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섬세함과 원만한 대인관계와 협상타결력 등에 기인한다고 보았다. 이처럼 20세기가 경제성과 기능성을 중요시하는 남성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삶의 질, 다양성, 감성을 중요시 하는 여성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에 국가경쟁력의 강화는 남녀간 성에 대한 올바른 사회적 인지를 통해 여성의 지위향상과 권익증진 등을 꾀하고, 여성인력의 개발과 활용, 그리고 사회적 참여를 통해서 달성할 수 있다.우리나라도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의 증대와 사회진출의 확대 그리고 여성인권을 저해하는 법과 제도의 개선 등을 통해 여성인권부문의 급속한 발전을 가져온 게 사실이다.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가부장적 억압과 사회적 불평등이 잔존하고 있고, 가정폭력과 성폭력이 여전히 고질적인 사회문제로 남아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또 법과 제도의 미비로 여성의 고용평등을 비롯한 사회참여 부문에서 여성과 남성간 진정한 양성평등은 많은 한계와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여성은 사회활동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여성의 권리를 보호·존중하지 않고서는 민주사회가 실현될 수 없으며, 여성인력의 개발과 사회참여의 기회가 없이는 국가발전은 물론 지역사회의 경쟁력도 기대할 수 없다.우리 사회 저변의 뿌리 깊은 여성차별의식과 관행을 개선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향상과 권익신장을 위해 지역차원에서 지속적인 지원과 정책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여성의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다.경북의 경우 농촌여성은 영농활동을 담당하는 주체로서 사회경제적 기여도가 크게 증대됐음에도 불구하고 농업생산자로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으며, 차별과 고통속에 방치되고 있다.더욱이 여성노인은 자녀출산, 육아, 가사노동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성특유의 건강문제, 노동시장에서의 저임금과 불평등, 사회복지 수급권의 성적인 불평등 때문에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있다.이와같은 점을 고려해볼 때 우리가 겪고 있는 여성복지 향상에 있어서의 문제점들은 하나의 여성정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따라서 여성의 사회적 배제와 여성의 사회적 주변화를 문제의 핵심으로 파악하는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가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이는 여성들만을 위한 여성정책 뿐만 아니라 모든 정책영역에서 성 관점을 고려한 정책적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리고 여성정책의 대상도 `요보호 여성`을 넘어 `일반 여성`으로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지방자치제의 실시에 따른 지역여성 정책에 있어서도 지방의 특수성과 여성의 현실이 적극 반영돼야 할 것이다.앞으로 경북도는 이러한 관점에서 여성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그리고 지역실정에 대한 분석을 통해 여성정책부문의 전략적 과제를 선정하고, 지역여성을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 개발, 정책모니터링과 네트워크 구축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지금은 범국가적으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저력이 발휘될 때라고 본다. 이럴 때일수록 포용과 창조적 감성과 같은 능력을 개발하는 여성의 파워가 필요하다.이제 여성과 함께 잘 사는 사회가 경북의 트렌드이자 나아가야 할 미래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12-09-07

지방에서 입시의 어려움

▲ 손진대 영문학 박사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교육으로 인한 혼돈과 스트레스가 상상을 초월한다.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 만큼 은퇴 후 삶에 대한 불안도 커진다. 누가 더 많은 돈과 시간을 쓰느냐에 따라 스펙과 대학이 결정되는 현행 교육시스템은 더 이상 공정하지도 않고, 취약계층에 기회를 주지도 못한다. 지금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말일게다. 과거 입시제도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던 시절에는 농사만 짓는 학부모들조차도 선생님들을 통해 쉽게 알 수 있었고, 그 시절에는 서울대의 지방 출신 학생 비중은 70%에 달했다. 그러나 농어촌 특례까지 적용하는 지금 서울 강남, 특목고 출신이 70%에 달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방의 학부모들은 대학 입시정보에 어두워 불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 전형이 정시를 포함해 전형종류가 3천개가 넘을 정도로 복잡하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전형을 보면, 가장 복잡하다는 금융파생상품보다 더 복잡해 보인다. 이러한 입시제도를 담임선생님이나 학교로부터 충분한 상담과 설명을 들을 기회가 거의 없다. 오히려 사교육업체가 입시 컨설팅이라는 명목으로 학부모들의 삶을 더 어렵게 한다.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어느 대선 후보도 이런 복잡하고 난해한 입시 제도에 대한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알렉산더 대왕처럼 엉클어져 풀기 어려운 매듭을 단칼에 자르는 결단을 추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일 것이다.`학교 공부만 열심히 하면 대학 간다`는 구호는 명백한 사기다. 열심히 공부시키는 학교도 없을뿐더러 옆자리 친구와의 대화까지 `수행평가`라는 이름으로 내신에 반영되는 요즘 교실에서는 학생들끼리 고발이나 왕따가 횡행한다. 내신점수를 따려고, 봉사점수를 따려고 엄마들이 학교와 고아원을 찾아 청소하고 밥을 나른다. 이런 이야기는 일부 대도시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다. 그러나 지방으로 내려오면 “수능 교재와 방송만 열심히 보면 수능에서 1등급이상 나온다”는 말은 사기가 아니라 현실이다. 포항지역의 경우 거의 모든 일선 고교에서 자율이 아닌 야간 학습을 강요하면서, 그 시간의 활용마저도 거의 불가능하게 하니 봉사활동을 하려고 해도 시간이 없으니 학부모들이 봉사활동하러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된다. 정시가 아닌 수시에 도전해 보려고 해도 관련 정보나 준비과정을 몰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일선 고교가 조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교육업체를 비난만 할 것이 아니다. 사교육업체처럼 전문 진학상담 담당자를 고용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반 교과목 선생님에게 진학상담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난해한 입시제도를 알고 있고, 학부모들에게 충분히 알려주고 준비시킬 수 있는 선생님이면 더욱 좋겠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획일화된 야간학습을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과거 단순한 입시 제도하에서는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9세기에 유행하고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 21세기를 향해 살고 있는 학생들에게 효율적인지 묻고 싶다. 일부 학교에서는 수능과 관계없는 책을 꺼내보지도 못한다고 한다. 야간 학습 시간과 방과후 학습때 다양한 입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봉사활동 및 다른 활동을 위한 시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끝으로 대학 입시와 관련, 공교육과 사교육의 영역을 분리해서 생각할 게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면 좋을 듯 하다. 학교에서 하는 수업이나 학원에서 하는 수업이 차이가 없을 경우 서로 존재가치가 없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쉽게 하기 어려운 수업, 예를 들면, 글쓰기 수업이나 토론 수업 등을 사교육에서 맡아주면 공교육과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012-09-04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

▲ 정석준 수필가이 세상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어느 누구도 단독자로서는 존재할 수 없다. 너와의 관계에 의해서만 나는 온전하게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너와의 관계를 어떻게 맺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윤택해지기도 하고 피곤해 지기도 한다.우리가 일상에서 맺는 관계가 언제나 편안한 것만은 아니다. 개인과 개인, 노()와 사(使), 여(與)와 야(野), 국가와 국가의 관계는 이해가 엇갈리고, 대립과 갈등이 수없이 반복된다. 서로간의 관계가 고른 화음을 내지 못하는 것은 관계속의 인간이 `관계의 원리`를 잊고 살아가기 때문이다.관계의 원리란 한마디로 `더불어`살아가는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은 나와 남이 모여서 이뤄진다. 서로 다른 존재끼리 사는 곳이기 때문에 한 존재가 무엇을 독점하면 반드시 다른 존재로부터 강한 반발을 받게 된다. 따라서 모든 존재는 자신이 주장하는 만큼 남도 인정해야 한다. 이 평범한 관계의 원리를 무시하고, 나만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면 종국에는 나도 못살고 남도 못살게 된다. 나 혼자 고대광실(高臺廣室) 좋은 집에서 호의호식(好衣好食)하고 살면 행복할 것 같지만 사회가 혼탁하고 각종 범죄가 들끓으면 나만 온전할 수가 없는 것이다.대승불교의 보살정신을 표방하고 있는 경전의 하나인 `유마경`에서는 보살이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가를 잘 가르쳐 주고 있다. 이 경의 주인공은 유마힐, 그는 승려가 아닌 재가불자이다. 매우 지혜 있는 인물로서 집안은 부유하고 처자도 있는 몸이다. 그는 장사도 하고, 권력자들과 접촉도 하며, 술집에도 가고, 도박도 한다. 그러나 그는 마음에 끌려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러한 유마힐이 무슨 까닭인지 병이 들어서 자리에 눕게 됐다. 그래서 문수보살이 그의 병문안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 두 사람의 대화가 매우 인상적이다.“당신의 병은 어찌하여 생겼고, 병난 지는 얼마나 되었습니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당신의 병이 나을 수 있습니까?” 문수보살의 질문에 유마힐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내 병은 무명으로부터 애착이 일어나서 생겼으며, 또한 모든 중생이 병을 앓고 있으므로 나도 앓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중생의 병이 없어지면 내 병도 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살은 중생을 위해서 생사(生死)에 들고, 생사가 있으면 병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중생이 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보살도 병을 앓지 않을 것입니다. 보살의 병은 바로 이와 같이 자비심에서 생기는 것입니다”유마힐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병은 중생 때문에 생겼다는 것이다. 즉 중생(이웃)이 아프니까 자기가 아프다는 것이다. 중생의 병이 나아야만 자신의 병도 낫는다는 유마힐의 말속에서 보살행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그러면 보살은 왜 이웃과 고락을 함께 하는가? 그것은 이웃과 나는 본질적으로 하나(한 몸)이기 때문이다. 이웃과 내가 어떻게 하나인가? 불교사상의 핵심인 연기설에 의하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어느 것 하나 고립·독존하는 것이 없고, 연기(緣起)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A와 B가 존재한다고 할 때, A도 B도 고립·독존하는 존재가 아니라 B와의 관계에서 A가 생기고, A가 있으므로 B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너를 괴롭히는 것은 곧 나를 괴롭히는 것이 되며, 너를 위하는 것은 곧 나를 위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체중생을 내 몸처럼 사랑해야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불교의 동체대비(同體大悲)사상이며, 이러한 사상을 실천하는 것이 보살이다. 모름지기 모든 사람들이 보살로서 동체대비사상을 몸소 실천할 때 이 세상은 함께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2012-09-03

더위에 넘긴 두 권의 책

▲ 하재영 시인여름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번 여름은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의 시원한 금메달 소식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더위로 고생했다. 갈증의 유혹에 찬물을 들이켰음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세 찬물을 찾게 되었으니 말이다. 더위를 쫓기 위한 피서는 개인마다 독특한 체험에서 얻은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어떤 사람은 아직도 조상들의 피서법을 따라 죽부인과 부채를 곁에 두기도 하고, 어떤 이는 책이 많은 도서관으로 떠나기도 했다. 모처럼의 휴가를 맞은 직장인은 황금 같은 시간을 보다 즐겁고, 알차게 보내기 위해 나름대로의 피서지를 찾는다.몇 년 전부터 더위를 이기기 위한 방법으로 한여름이면 `그리스 로마 신화`와 `삼국유사`를 곁에 두고 있다.두 책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인물 중심, 사건 중심으로 부분부분 넘겨보아도 무방한 책이다.신화는 고대인의 사유나 표상이 반영된 신성한 이야기. 우주의 기원, 신이나 영웅의 사적(事績), 민족의 태고 때의 역사나 설화 따위가 주된 내용이다. 이렇게 볼 때 세계사에 있는 많은 이야기의 출발은 신화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인생은 짧고 예술을 길다`란 명제보다 한 단계 위에 `예술은 짧고 신화는 길다`란 문장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그리스 신화에는 제우스, 제우스의 아내 헤라, 포세이돈, 아폴론, 아테나, 아르테미스 등 수많은 신이 등장한다. 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영웅들도 등장한다. `판도라의 상자`, `시지포스의 신화` 등에서는 측은지심을 갖게 한다.그리스 신화를 읽다보면 그 역사성과 풍부한 상상력에 깜짝 놀라게 된다. 기원전 2천년 경의 이야기들이 구전으로 내려오다 B.C. 800년 경 호메로스에 의해 기록된 것이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다. 이것에 바탕을 둔 그리스 신화는 국경을 벗어나 오늘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示唆)한다.고야가 그린 `자식을 삼키는 크로노스`처럼 그리스 신화는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밑불이 되기도 했다.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구전되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불교적 시각에 바탕을 두고 일연 스님이 기록한 책이 `삼국유사(三國遺事)`다. 삼국유사는 김부식(富軾)이 편찬한 `삼국사기(三國史記)`와 더불어 현존하는 한국 고대 사적(史籍)의 쌍벽으로 알려진 책이다. 야사(野史)로 우리의 단군신화도 기록되어 있는 소중한 책이다.오늘날 경제성장에 따른 지역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작업으로 삼국유사의 어느 부분이 새롭게 인용되기도 하고, 신화적으로 부각되기도 한다.그 대표적인 일이 포항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연오랑 세오녀` 사업일 것이다. 서기 157년 신라 제8대 아달라 이사금 때에 있었던 일의 기록이다. 그 중 한 대목을 인용하면“내가 이 나라(일본)에 온 것은 하늘이 시킨 일이니 이것으로써 하늘에 제사를 지내면 될 거요.”즉 연오가 일본 땅에 머물자 신라 땅에 빛이 없어졌을 때 찾아온 신라 사자(使者)에게 비단을 주며 한 연오의 말이다.최근 되돌아오지 않겠다는 연오의 오래 전 이야기를 무시하고 `연오랑과 세오랑`을 이곳에 모셔오는 곳이 많은 것 같다. 신화의 나라 그리스엔 그 신화에 어울리는, 기원전부터 존재한 유물유적이 많다. 그렇다고 그것이 그리스 인들에게 오늘의 신으로 새롭게 인식되지는 않는다.역사적 기록물이 상품 가치로써 부각되는 것은 어느 순간 그 가치가 빛을 잃을 때 무너지게 된다. 더위 속에 읽은 신화에서 우리 지역의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는 해석자들의 시각에 따라 각도가 달라지는데 아무래도 좀 더 그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 같다.

2012-08-23

천재는 단명한다?

▲ 권정찬 경북도립대 교수·화가우리는 천재는 단명한다는 속설에 신비감을 느낀다. 과연 천재는 단명하는가? 회화 역사상 최초의 원근법 도입자인 마사쵸, 그리고 에곤 쉴레, 죠르 조네는 28세에, 점묘법의 대가 쇠라는 32세에, 제라코는 33세에, 슬픈 눈과 목이 긴 인물화의 대가 모딜리아니는 36세에, 그리고 라파엘로, 자신의 귀를 자른 고흐와 와토는 37세에 생을 마감했다.서양미술사에 등장하는 화가들 중에는 20~30대에 요절한 화가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37세에 요절한 이인성이나 40세에 생을 마감한 이중섭 등을 `요절한 천재화가`로 부른다.그리고 현대에서도 예술에 투혼을 불사르다 아까운 나이에 목숨을 잃은 경우가 많다. 미술에 종사하는 모두는 이들을 천재화가라고 부르고 있다.이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어려운 시절에 태어나 화가로서의 만개를 맛보지 못한 부분도 있기도 하지만 투병과 사고로, 때로는 방탕과 자해로 짧은 운명을 재촉한 경우도 있다.그 속에는 환경적 적응을 못한 경우도 있고, 화가로서의 자존심과 독특한 성격으로 이를 극복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물론 끼니를 잊은 채 혼신의 힘을 다해 작업에 매달리다 건강을 잃고 붓을 놓은 경우는 화가들의 투혼을 증명한다.조용훈씨는 `요절`이란 책의 프롤로그에서 “`요절`이란 단어에서 늘 피의 냄새를 맡는다”며 “요절이야말로 젊음만이 향유할 수 있는 황홀한 고통의 이니시에이션”이라고 표현한다.일반인이 생각하는 화가들의 성격은 괴팍하거나 무질서하거나 고집이 세거나 남과 타협할 줄 모르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단명의 화가들이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기이하고 괴벽스러운 행동이 주제가 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이다. 또한 이러한 스토리가 사후에 유명한 화가도 재인식되어지는 경우도 있다.하지만 이를 반증할 만한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즉, 천재 화가는 장수한다고….20세기 최고의 화가로서 90세를 넘기며 왕성한 활동과 많은 여인들을 거느리고 입체파를 완성한 피카소가 대표적 인물이다. 지구상에 회화는 물론 조각이나 도자기 등 수 만점의 작품을 남긴 그의 업적은 가장 많이 알려진 20세기 인물인지도 모른다.우리나라에서도 90세를 넘긴 화가들이 수두룩하다. 서양화가 윤중식은 올해 우리 나이로 100세, 파리에서 활동중인 한묵은 99세, 김벙기와 장리석은 96세다. 또한 추상화의 거장 정점식 교수와 문인화의 월전 장우성은 92세에 작고했고 서울미대 학장 장발은 100세를 살았었다.대구·경북에도 많은 화가들이 화업을 불사르고 있다. 화실에서 또 다른 직장에서 남이 알아주던 몰라주던 각자 본인의 작품에 정성을 기울이며 하루 일과를 보내고 있다.가끔 들려오는 화가들의 사망 소식은 참 안타까울 뿐이다. 더군다나 젊은 나이에 가족을 버리고 떠나가는 소식에 슬픔만 와 닿을 뿐이다. 천재면 무엇 하는가?오래오래 살면서 더 많은 작품도 하고 가족이나 친인척 동료들과도 어울리면서 보내야지 말이다. 아니 다 치우고 서라도 홀로 더 많은 예술가적 기질과 투혼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았을까?굳이 말을 안 해도 우리 주변에도 90세 전후의 스승이나 선배 화가들이 많다. 모두들 건강에 신경을 써시면서 작품에도 정열적으로 매진하며 장수화가로서 면모를 보여주신다고 생각이 든다.천재는 하늘이 재능을 갖고 태어나게 한 인물이다.그래서 천재는 그 재능을 다할 때 까지는 절대 목숨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열심히 그 재능을 사용하여 가진 능력을 이 세상에 몽땅 다 보여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하늘이 내린 천재이다.

2012-08-17

지나친 영어 독서 강요

▲ 손진대 영문학박사“영어로 된 책을 그렇게 많이 사줬는데 왜 그렇게 안 읽어?”자녀의 독서에 대해 많은 부모들이 착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영어로 책을 여러 권 사주면 아이가 책뿐만 아니라 영어에 흥미를 느낄 것이라는 것이다. 또는 아무 책이나 무조건 많이 읽어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영어 독서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자녀에게 독서를 강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심지어 주변에 여기저기 영어도서관을 운영하는 사교육업체도 늘어가고 있다. 책을 읽히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지나칠 경우 자녀의 부담감만 늘릴 수 있기에 부모 욕심에 의한 영어 독서교육은 피하는 것이 좋다. 부모들이 책을 읽어주고 독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좋지만 자녀의 눈높이를 생각해야 한다.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어딜 가든 영어 독서에 대해 강조한다. 심지어 학원에서조차 영어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다독만이 강조되다 보니 책의 의미를 생각하며 읽는 `따져읽기`가 아닌 내용만 훓어보는 `따라읽기`에 그치는 경우가 잦다. `다독`이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독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부모의 강요에 의한 `다독`은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라기 보단 보여주기식 독서를 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책읽기에서 중요한 사고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독서교육에 있어서 조심해야 할 또 한가지는 독후활동에 대한 지나친 강요다. 아이들이 독서를 싫어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 책을 읽고 과한 독후활동이 이어질 거라는 강박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줄 때는 빠른 시간 안에 어떤 효과가 나야 한다는 강박은 버려야 한다. 아이가 책을 읽고 뇌 속에 좋은 정보와 생각들을 잘 저장하고 나중에 우려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 `읽은 건데 왜 기억을 못하냐` 소리부터 내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이다.과거 한국에서는 전집류의 책을 책꽂이에 꽂아두는 독서 문화가 꽃을 피웠다. 전집류의 책을 읽고 자란 부모들 가운데 독서교육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은 여전히`시리즈`란 이름으로 나오는 전집에 익숙하다. 실제 전집을 사주고 나면 부모들은`들인 돈`을 뽑아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전집을 사주는 건 한 끼 식사 안에 몇 달 치 밥을 담아주는 것과 같다. 필요한 만큼 먹고 소화시키는 것처럼 책도 소화할 수 있는 만큼의 양을 그때그때 선택해서 구입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또한 한번에 비싼 돈을 들여 많이 사주기 보다는 조금씩 지속적으로 책을 사주는 것이 책읽기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효과적이다.며칠 전 서점에 나갔다가 아이한테 전집으로 구성된 학습 관련 책을 사라고 강요하는 부모를 봤다. 아이를 기르면서 책을 읽혀보니까 책에 관해서는 자녀의 선택권을 최대한 존중해줘야 한다.사실상 아이들은 책을 구매할 때 부모한테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모는 어른의 눈높이에서 교육적인 책에 손이 가게 마련이다. 죽음이나 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사전검열을 하거나 지나치게 학습 분야 책만 사려는 부모들도 많다. 어른들한테는 뼈와 살이 될 것 같고, 재미를 줄 것 같지만 아이들 눈은 다르다. 즉 책을 고를 때 남들이 좋다는 책을 무턱대고 사서 읽어주기보다는 아이의 특징과 시기별로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를 눈여겨봐두는 것이 중요하다. 선택권을 최대한 존중할 때 아이가 스스로 좋아서 독서를 할 수 있게 된다.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좋지만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것도 집중력 향상에 좋다. 책에 흥미가 없는 아이에게 억지로 독서를 강요해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보단 스스로 좋아하고 내용이 쉬운 책을 여러 번 읽히는 것이 독서에 재미를 붙이는 데 도움이 된다. 책을 여러 번 보게 되면 이전에 놓쳤던 부분을 다시 볼 수 있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시각을 더해가는 등의 장점이 있다.그러나 편식하듯 특정 분야의 책만 읽으면 좋지 않을 수 있기에 자녀가 현재 어떤 책들을 읽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2012-08-16

내 생애의 아이들

▲ 김현욱 시인·달전초 교사몇 년 전 상옥분교에서 만난 유경이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유경이 가족이 그렇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경이 어머니를 잊을 수 없다. 2학년 예경이와 3학년 준경이, 6학년 유경이, 중학생 현경이까지 사 남매를 구김살 없이 바르게 키워 낸 것도 대단하지만, 병원에서도 손 놓은 남편을 산골로 데려와 사시사철 약초와 산나물로 극진히 돌보는 모습에서 자못 경건함까지 느꼈다. 언젠가 유경이 어머니와 상담하던 중이었다. “많이 힘드시죠, 어머니?” “아니요. 오히려 감사하지요. 저는 남편을 하느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예경이, 준경이, 유경이, 현경이도 모두 제가 모시는 하느님입니다. 하느님을 모시고 사는데 힘들 이유가 있나요? 오히려 감사해야지요.” 그러고는 환하게 웃으셨다. 그처럼 따스하고 충만한 웃음을 본 적이 없었다. 상담이 끝나고 빈 교실에 있는데, 마음이 자꾸만 울렁거렸다. 그날 나는 유경이 어머니에게 큰 가르침을 얻었던 것이다.유경이가 써 오는 일기는 그야말로 하느님 가족의 동화다. 다슬기를 주우면서도, 오디를 따면서도 모든 이야기는 아빠를 걱정하는 마음과 엄마를 위하는 마음으로 마무리된다.상옥분교를 떠날 즈음, 유경이 집에 들렀다. 글쓰기 지도를 잘해 줘 감사하다는 뜻으로 초대를 받았다. 어머니 마음이 느껴지는 고봉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오는데, 유경이 아버지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오셨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이는 유경이 아버지는 내 손을 꼭 잡더니 고맙다고 하셨다. 예경이, 준경이, 유경이, 현경이가 빙 둘러섰고, 어머니도 계셨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별자리처럼 손 꼭 붙잡고 사는 이들이 하느님 가족이라는 것을.지난해에는 수학여행을 다녀온 직후, 지현이가 날 찾아왔다. 다리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야겠다고 하기에 다녀오라고 했다. 수학여행 동안 무리를 했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다음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뼈에 악성종양이 생겨서 입원해야 한다고 했다. 며칠 후, 골육종 진단을 받은 지현이는 서울 큰 병원으로 올라갔다.나로서는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한동안 망연자실했다. 반 아이들도 마찬가지여서 지현이와 친하게 지내던 몇몇 여학생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학급 장기 자랑시간에 동요를 맛깔나게 부르던 지현이가 자꾸만 눈에 어른거려 마음이 아팠다.지현이가 힘들다는 항암치료를 시작할 즈음, 반 아이들이 지현이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고 했다. 다들 어디서 구해왔는지 참 예쁜 편지지와 봉투였다. 평소 악필로 유명하던 남학생들이 또박또박 “힘내!”, “네 동요가 듣고 싶어!”, “건강한 모습으로 교실로 돌아와라!” 를 쓰는 모습을 보고는 콧잔등이 시큰했다. 그걸로 부족했던지 반 아이들은 강당에 모여 지현이를 위한 몸짓도 연습했다. 여학생들은 응원도구까지 준비해 열심히 안무를 짰고, 코밑이 거무스름한 남학생들은 익살스러운 동작도 마다하지 않았다. 며칠 후 아이들 진심이 담긴 편지와 동영상을 담은 USB를 서류봉투에 넣어 지현이에게 부치고 오는데, 왜 그리 가슴이 먹먹하던지….이제 그 아이들은 어엿한 중학생이 되었다. 항암치료를 꿋꿋하게 견뎌낸 지현이는 거의 완치가 되어 집에서 떨어진 체력을 기르고 있다. 올 초, 지현이가 보내온 메일에 이런 구절이 있다. “…절대로 절망하지 않을 거예요. 이런 일을 겪었으니 더 강해져야겠죠? 그리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거예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이유는 원래 사랑하기 위해서래요.”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왔다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하는 지현이의 메일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서로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가슴 따뜻한 이 아이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지현이의 말처럼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왔다는 것`도 잊지 않으려 한다.

2012-08-10

스포츠 도시 포항의 비전

▲ 진무찬 포항시체육회 행정지원팀장포항은 흔히 스포츠도시라고 불린다. 스포츠 인프라와 행정이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최초 축구전용구장인 포항스틸야드가 오래전에 지어졌고, 인구 52만 지방 중소도시로서 드물게 프로야구를 할 수있는 야구장도 완공됐다. 경북도민체전 4연패를 비롯해 각종 전국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특히 시민들의 스포츠에 대한 높은 관심과 열기는 스포츠도시라고 칭하는데 전혀 손색이 없다. 이처럼 포항이 스포츠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여가는데는 지역 체육 지도자들의 선진 마인드가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더 높은 이상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모습에서 포항 스포츠의 미래를 볼 수 있다.지난 7월10일부터 14일까지 포항시체육회 가맹경기단체 전무이사와 실무자 30명으로 구성된 체육선진지 견학단이 일본 오사카와 사카이시의 선진 체육행정과 시설을 견학하는 워크숍이 실시됐다. 포항시체육 행정을 지원하는 공무원의 한 사람으로서 함께 참여했다.오사카의 야하타야공원 지하에 설치된 오사카중앙체육관, J-GREEN사카이 내셔널 파크 등 첨단 체육시설은 부러울 정도로 잘 갖추어져 있었다. 학교 체육관 등을 이용한 생활체육 활동은 실용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최근 올림픽을 비롯해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일본의 성적이 저조한 것을 보고“일본 체육 정책이 실패했다”고 평가하는 국내 체육관계자들의 시각이 있다. 하지만 일본은 엘리트 체육에서 생활체육(일본에서는 생애체육이라고 함)으로 체육행정의 무게 중심이 옮겨 갔음을 알 수 있었다.포항시와 시세나 입지여건이 비슷한 오사카부의 사카이시청을 찾았다. 인구는 70만정도 되는 임해공업 도시로 시청에서 체육에 대한 기획 및 입안을 하고, 공익재단인 교육스포츠 진흥사업단이라는 조직이 체육정책의 실행 및 시설 운영 등을 총괄하고 있다. 외견상 민간단체이지만 공익성과 효율성을 담보로 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국민들의 삶과 질 향상을 위한 복지 체육의 스포츠를 보급, 장려하는 일을 하는 실질적인 일본 스포츠 행정의 중심이다.일본의 스포츠는 어느 누구나 스포츠를 쉽게 접하고, 자발적, 자주적으로 실행함으로써 평생 스포츠를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목표가 설정돼 있다. 그 가운데서 실력이 뛰어나면 엘리트 선수로 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어 가고 있음을 실감했다.우리나라도 엘리트 체육에서 국민 전체에 혜택이 돌아갈 생활체육으로 과감히 눈을 돌려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우리 국민의 경제생활 수준으로 볼 때 그때가 현실로 다가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포항시도 최근 체육회와 생활체육회의 효율적인 업무협조를 통해 생활체육의 근간 위에 엘리트 체육 육성이라는 선진 체육 도시의 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른 도시에 비해 한발 앞선 체육정책이라 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시민모두가 도보로 10분 안에 참여할 수 있는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함으로써 선진화된 체육 행정의 시너지 효과가 멀지 않은 장래에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 일본 또는 서구 유럽의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상당히 앞서 나가는 마인드로 체육 행정이 펼쳐지고 있다.시청, 시설공단, 체육회, 생활체육회 등 체육조직 전체가 유기적인 업무분장을 통해 선진 체육 행정의 대안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체육인과 관계기관, 모든 시민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스포츠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즐기는 건강사회, 행복과 감사가 넘쳐나는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2012-08-09

치유와 회복의 강물을 만나보는 휴가철

▲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온통 힐링(치유와 회복)이 화두가 되고 있다. 지금 서점가에서 불고 있는 힐링 관련 서적의 돌풍과도 무관치 않다. 마침 휴가철이다. 열심히 일하고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들이다. 산과 바다 그리고 강을 찾으면서 올해 휴가를 힐링의 휴가로 보내야겠다는 사람들이 많다.휴가기간 동안이나마 생산적인 재충전을 위해 조용히 내면을 어루만지고 삶을 성찰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힐링에 접근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당연히 다르고 제각각이다. 정도(正道)가 없다는 거다.그런데 정말로 몽땅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자연과 함께 치유와 회복을 생각하며 휴가를 즐기는 곳들이 있다.남녀노소들이 모여 오직 태양과 호수만을 받아들이는 곳이다.서유럽의 곳곳에는 그런 곳들이 많다. 여름이면 서유럽 호수주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공간이요, 즐길 수 있는 나체의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신분도, 사상도 부와 명예도 모두 털어버리는 공간이다. 여기서는 당연히 옷도 벗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모든 것을 제대로 털어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옷을 걸치면 무례가 되며 옷을 걸치는 순간 이 공간을 벗어나는 것이 예의다. 부러운 공간이 아닐 수 없다.그러나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기에는 아직 우리들이 가야 할 길은 가깝지 않다. 도처에는 엇갈린 이해관계와 풀어야 할 갈등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속이 새까맣게 타 들어가는 사람들을 기억해야 하는 휴가철이기도 하다.하지만 사실 자신과 주변을 살펴보면 생각 외로 상생할 것들이 많다.모든 것을 털어버리듯, 갈등과 미움과 원망도 휴가와 함께 던져버리자. 가족사이, 친구사이, 직장 동료 사이에서부터 사회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서로의 장점을 아껴주고 서로가 취하면 너무나 평화롭고 생산적인 상생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 휴가철 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런 상생을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다행스럽게도 안동을 위시한 경북북부지역에는 우리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융해된 낙동강이 우리의 곁에서 흘러가고 있다.우리들은 낙동강을 안고 살아간다. 여느 강이 그렇듯 낙동강도 많은 사연과 역사를 가지며 흘러가고 있다. 역사가 흐르고 사연이 흐르고 인생사가 흐르고 있다. 흐르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사랑도 흐른다.역사가 흐르는 강물은 그냥의 강물이 아니다. 그 강물에는 치유와 회복이 흐르고 있다. 엇갈린 이해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사회적 갈등과 원망 그리고 미움. 우리들의 삶은 영원히 흐르는 강에 비하면 고작 순간이고 찰나임을…. 특히나 요같은 결핍의 시대에 도처에서 삶은 흔들리기 마련이다.간혹 지친 어깨를 기댈 곳조차 찾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삶은 무력하게 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가족도, 사랑도 흔들리는 삶을 붙잡아주지 못할 때도 있다. `소중한 것이란 있는지`, `무엇이 나를 치유할지` 몸부림치지만 지칠 뿐이다.휴가철, 한 번쯤 치유와 회복이 흐르는 낙동강물에 몸과 마음을 담가 보면 어떨까 싶다.자연과의 상생은 인간과의 상생으로 이어져 갈지도 모른다.

2012-08-01

참으로 잘사는 사람

▲ 정석준 수필가사람은 누구나 잘 살고 싶어 한다. 잘 살고 싶어하는 욕망은 인간이면 누구나 갖는 공통 목표일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잘 살려면 사람들은 우선 돈이 많아야 하고 또 권세나 지위가 높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돈이 많아야 한다면 얼마를 가지면 만족할까?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방송통신위원장을 했던 최시중이란 사람의 재산은 1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 그가 몇 억원에 눈이 어두워 지금 구속 수감 중에 있고, 이상득 전 의원도 며칠 전 구속 기소 됐다. 이상득 전 의원이 누구인가? 그는 6선의 국회의원이자 대통령의 친형으로서, 현 정권 실세 중에 실세가 아니었던가? 그만하면 부귀영화를 한 몸에 누린 남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인데 몇 억원을 집어 삼켰다가 쇠고랑을 차게 된 것이다. 또 우리나라 최고 갑부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유산 문제로 형제간에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옛 말에 아흔 아홉 섬 가진 부자가 머슴 세금 한 섬 뺏어서 100석을 채운다는 말이 있듯이 100석 하는 사람은 천석꾼이 되고 싶고 천석꾼은 만석꾼이 되려고 욕심을 부린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끝을 모르고 치닫는 것이 인간의 욕망이다.또 권세나 지위는 얼마나 높아야 만족할 것인가? 시의원한 사람은 도의원이 되고 싶고, 도의원한 사람은 국회의원, 국회의원한 사람은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한다. 최고 정상의 자리는 한자리뿐인데 요즈음 신문지상을 보면 여야 할 것 없이 너도나도 대통령 하겠다고 야단들이다. 그들의 말은 하나같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은 대부분 권력욕의 화신들이다.우리나라는 60대 이후 경제적으로 잘 사는 것이 곧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악착같이 일을 해 이제 세계 12대 경제부국으로 부상했고, 지난 6월25일자로 세계 일곱 번째로 국민소득 2만달러, 국민 5천만명의 20~50클럽 회원국이 됐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지금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는가?현재 우리나라는 OECD 28개국 중에서 국민행복지수가 맨 꼴찌에서 두 번째에 머무르고 있고 자살율은 세계 1위이며, 3쌍에 한 쌍이 이혼하는 이혼율 세계 1위인 나라에 살고 있다. 경제적으로 잘살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부처님 당시 빔비사라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당시 인도에서 가장 큰 나라의 왕이었다. 왕은 우리 인간들이 목숨을 바쳐서까지 추구하는 모든 것을 다 갖고 있었다. 그의 말은 곧 법이었다. 따라서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것은 그의 말 한마디에 달려 있었다. 아름다운 여자가 있으면 언제든지 취할 수 있었고 맛있는 음식은 항상 대기 중이었다. 그 나라의 모든 것은 왕의 것이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모든 것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왕은 항상 마음이 불안했다. 외국 군대가 쳐들어오지는 않을까 불안했고, 어느 신하가 모반을 꾀할지도 몰라 불안했다. 왕자들이 호시탐탐 왕위를 넘보지는 않는지 불안했고 음식에 독약을 넣지는 않았는지 불안했다. 그는 하루도 마음이 편안한 날이 없었다. 그래서 왕은 틈나는 대로 수레를 몰고 부처님을 찾아와서 마음의 위로를 받고 돌아가곤 했다.그런데, 부처님은 가진 것이라고는 분소의 한 벌과 바릿대(밥그릇) 하나뿐이었다. 그는 나무 밑에서 잠을 잤고, 맨발로 걸어 다녔으며 남의 집에서 밥을 빌어먹었다.“부처님 밤새 잘 주무셨습니까?”“그래 잘 잤다. 너도 잘 잤느냐?”이른 아침 새소리에 잠을 깬 부처님과 아난(부처님을 시중들고 있는 제자)이 주고받은 대화다. 부처님의 일상은 이렇게 늘 행복과 평화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이 세상에서 참으로 잘 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부족함이 없는 것이 잘 사는 것이요, 구할 것이 없는 것이 잘 사는 것이요, 원망이 없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성냄이 없는 것이 잘 사는 것이요, 미움과 질투가 없는 것이 잘 사는 것이요, 공포와 불안이 없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강제와 속박이 없는 것이 잘 사는 것이요, 해탈과 자유가 있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2012-07-31

여름방학을 맞아 학부모님께

▲ 김현욱 시인·달전초 교사안녕하세요, 학부모님. 6학년 담임교사 김현욱 입니다. 여름방학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네요. 조금 전에 생활통지표 출력을 끝내고 책상에 앉아 지난 1학기를 돌아보는 중입니다. 돌이켜보니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일이 있었네요. 하지만 흐뭇하게 웃을 수 있는 건 순수하고 정 많은 아이들 덕분입니다. 학부모님 한 분 한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참 잘 키우셨습니다. 이렇게 키우기까지 얼마나 애쓰고 희생하셨을까요? 거듭 감사합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이라 생활통지표 종합의견란에도 저절로 희망의 메시지를 많이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격려와 칭찬이면 무얼 못하겠습니까? 존경하는 학부모님, 항상 기억해주세요.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비난보다는 격려를, 꾸중보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못난 것은 작게 보시고 잘 난 것은 크게 봐주세요. 마찬가지로 못하는 것은 작게 보시고 조금이라도 잘하는 것은 크게 짚어주세요.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과 재능이 모두 다르다는 것은 익히 알고 계시지요? 자녀도 모두 다릅니다. 그러니 `엄친딸`이나 `엄친아`와 비교하는 건 처음부터 어처구니없는 일이지요. 매미는 매미대로, 나비는 나비대로의 기질과 장단이 있습니다. 매미에게 “너는 왜 그렇게 시끄럽냐? 나비처럼 좀 우아할 수 없냐?”고 다그치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런다고 매미가 나비가 되고, 나비가 매미가 되는 일은 절대로 없으니까요.`여름방학` 하면 떠오르는 아이가 한 명 있습니다. 여름방학과 동시에 서울 친척집으로 혼자 간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죄송하지만 몇 가지 방학과제는 못해오겠다는 겁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모 집이 OO도서관 바로 옆인데, 방학동안 도서관에서 책을 마음껏 읽고 싶어요. 숙제 신경 안 쓰고 실컷요. 선생님, 그래도 될까요?”평소에 학교에서도 책을 부지런히 읽는 아이라 그 말이 무척 진실하고 간절하게 다가오더군요. 그래서 호기롭게 그러라고 했습니다. 겨울방학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아이에게 방학이란 `책을 마음껏 읽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아이는 지금 대학생입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대학에 사교육 한 번 없이 당당히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을 했습니다. 출세나 성공이 아니라 인류 공헌에 이바지하는 과학자의 꿈을 꾸면서 말입니다.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앞서, 모든 사람은 타고난 기질과 재능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방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제가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학부모님께 하나만 여쭤볼게요? 방학 때마다 도서관에서 책과 사는 아이는 특별한 아이인가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게 하는 것은 교육의 차원이 아니라 아이 인생의 차원에서 접근해야할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동시에 모든 부모와 교사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교육의 바탕입니다.존경하는 학부모님! 여름방학을 하면 잠시 시간을 내어 시내 서점이나 근처 도서관으로 가십시오. 가서 자녀와 함께 방학동안 읽을 책을 구입하거나, 방학동안 도서관에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세요. 어떤 목적도 기대도 가지지 마시고 아이가 마음껏, 실컷 책에 빠질 수 있도록 해주세요.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토론, 체험, 글쓰기 등등 더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지만 저 또한 욕심 부리지 않겠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족합니다. 혹시나 싶어서 드리는 여담입니다만, 여름방학을 맞아 본격적으로 학원 특강이나 학습지, 그룹과외를 계획 중인 학부모님이 있다면 한 가지만 자문해보십시오. `정말 아이를 위한 일인가? 나 자신을 위한 일인가?` 초등학생 때부터 사교육을 맹신하고 강요하다 중고등학생이 된 자녀와의 심각한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학부모님을 많이 보아왔습니다.욕심 부리지 마세요. 학부모님. 정말 책 속에 길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모쪼록 도와주고 지켜봐주시길.

2012-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