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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황제펭귄에게 배운다

김현욱 시인·포항교육청영재교육원 팀장지난 2005년에 발표된 프랑스 생태학자 뤽 자케의 영화 `펭귄-위대한 모험`은 원래 `동물의 왕국`과 비슷한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로 제작될 예정이었다. 막상 촬영에 들어간 뤽 자케 감독과 스태프들은 황제펭귄의 삶을 보고 극장용 장편영화로 방향을 틀었다. 황제펭귄의 삶이 그 어떤 영화보다 극적이고 감동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황제펭귄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펭귄-위대한 모험`은 세상의 빛을 보게 됐고,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영화는 황제펭귄이 벌이는 종족 보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뤽 자케 감독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의 극지방 조류생태학을 연구하면서 14개월간의 남극 생활을 자청, 황제펭귄의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았다. 전혀 새로운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냈고 세간의 반응은 뜨거웠다. 황제펭귄은 지구에 사는 펭귄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크다. 성체는 최고 122㎝에 몸무게는 22~37kg까지 나간다. 등은 검고 가슴과 귀 부위는 노란색을 띤다. 남극에만 서식하는데 해양 생활에 알맞은 유선형의 몸매와 플리퍼라는 납작한 날개를 갖고 있다. 주로 오징어나 크릴을 잡아먹으며 뭍에서와는 달리 바닷속에서는 매우 재빠르다. 잠수에도 능하다. 황제펭귄의 헤모글로빈은 낮은 산소 농도에도 작동하며, 단단한 골격은 압력을 견디게 한다. 남극의 차가운 바닷속에서 활동할 때 물질대사의 정도를 낮추거나 중요하지 않은 신체 기관의 기능을 정지시킬 수도 있다. 심지어 얼음 위에서 체온을 보존하기 위해 발을 지나는 동맥과 정맥이 열을 교환하는 특별한 구조로 돼 있다.황제펭귄은 남극의 기나긴 겨울에 알을 낳는 유일한 종이다. 겨울이 되면 황제펭귄은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집단서식지 `오모크`로 가기 위해 모인다. 한 줄로 늘어선 황제펭귄이 뒤뚱거리며 한발 한발 나아가는 모습은 생명의 본능을 깨닫게 한다. 황제펭귄은 약 50~120kg정도 얼음 위를 걸어 새끼들을 키울 오모크로 이동한다. 오모크에 도착한 황제펭귄은 노래를 통해 짝짓기하고, 암컷은 한 개의 알을 낳는다. 겨울철 남극 내륙 깊숙한 곳에서 알을 낳는 것은 포식자로부터 알을 보호하고 새끼가 품을 떠나는 시기를 먹이 섭취가 쉬운 여름에 맞추기 위한 황제펭귄의 지혜다. 알을 낳은 암컷은 산고로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바다로 떠나고, 수컷이 발등에 알을 얹어놓고 혹한과 눈보라 속에서 3~4개월 가까이 참고 견딘다. 알이 부화하면 수컷은 그동안 위 속에 간직했던 물고기를 새끼에게 기꺼이 내어준다. 이때 황제펭귄 수컷의 체중은 40%나 줄어든다. 눈물겨운 부성애(父性愛)가 아닐 수 없다.황제펭귄의 눈물겨운 부성애뿐만 아니라 `허들링`이라는 집단지능도 눈여겨 볼만하다. 영하 수십 ℃까지 떨어지는 혹한의 눈보라를 이기기 위해 황제펭귄은 서로 원 밖으로 움직이는 허들링을 한다. 안쪽에 있던 펭귄은 스스로 조금씩 움직여 바깥쪽 펭귄과 자리를 바꾼다. 한 마리의 펭귄이 눈보라에 계속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몰아치는 눈보라를 버텨내기 위해 몸을 웅크린 채 빽빽이 살을 맞댄 수천 마리 황제펭귄의 허들링은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든다.최근 대전 여고생과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으로 학교폭력과 가정교육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연일 인터넷에는 분노의 목소리가 들끓고 가해자와 관계자의 엄벌을 주장하고 있다. 꼭 남극에 가야 남극인 것은 아니다. 소중한 두 학생을 차가운 사지로 몰아넣은 이곳이 바로 혹한의 남극이다. 황제펭귄의 부성애와 허들링이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1-12-30

우리의 행복한 시간

김현욱시인·포항교육청영재교육원 팀장`낙원`은 어떤 모습일까? 라틴문학의 거장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는 낙원을 도서관의 형태로 꿈꿨다. 그에게 책은 진리였다. 그렇다고 보르헤스의 서재가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까지 지냈지만, 그의 서재는 소박했다. 보르헤스는 1937년 도서관에 처음 취직한 이래 평생을 사서로 살았다. 선천적으로 시력이 나쁜 탓도 있었지만 책을 너무 많이 읽어 끝내 눈이 멀어 버렸다. 그때 나이가 50대 중반이었다. 알베르토 망구엘(1948~)이 보르헤스를 만난 건 1964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피그말리온`이라는 서점에서였다. 피그말리온의 단골이었던 보르헤스는 어느 저물녘, 서점 점원으로 일하던 열여섯 살의 망구엘에게 말했다. “저녁에 와서 책을 좀 읽어주지 않겠니?” 그때 망구엘은 몰랐을 것이다. 그 말 속에 숨은 크나큰 운명을. 이후 망구엘은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주며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는 셜록 홈스와 바이킹의 전사들 같은 추리소설을 좋아했다. 영화관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앞이 보이지 않던 그가 촉감만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골라내는 뜻밖의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보르헤스와 망구엘의 시간은 그렇게 4년간 계속됐다. 1964년부터 1968년까지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그는 더욱 책 읽기에 빠져들었고 정신적으로 성장했으며 영혼의 눈을 뜨게 되었다. 망구엘은 자신의 책에서 “보르헤스는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며, 보르헤스와 함께 책을 읽으며 내 영혼은 자랐다”고 말했다.보르헤스는 1961년 국제 출판인 협회가 수여하는 포멘터 상을 `고도를 기다리며`의 사무엘 베케트와 공동 수상했다. 또한 `백 년 동안의 고독`으로 유명한 소설가 가브리엘 마르케스와 `스무 편의 사랑시와 한 편의 절망노래`로 일약 세계적인 시인이 된 파블로 네루다와 함께 라틴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거장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보르헤스의 진가는 그의 소설과 시를 통해 라틴문학을 세계 문학의 주류로 이끈 데 있다. 그가 창조해낸 `환상`과 `악몽`의 세계는 프란츠 카프카에 버금간다는 평을 받으며 오늘날의 문학 비평가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 하지만 망구엘이 회상하는 보르헤스와의 시간은 유별난 것이 아니었다. 지극히 평범하고 외롭고 꿈같은 이야기를 쓰고 싶어하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것 같아 낙담하는 수수한 노인의 일상이었다.보르헤스의 아파트를 찾아가 책을 읽어주고 책과 문학, 삶, 사람, 영화, 예술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망구엘. 보르헤스에게 마지막으로 책을 읽어준 건 1968년이었다. 그해는 망구엘이 스무 살이 되던 해였다. 보르헤스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4년 동안 열심히 책을 읽어준 시간 덕분이었을까? 성인이 된 망구엘은 `독서의 역사`,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 `밤의 도서관`등을 출간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명성을 떨친다. 물론 그에게 보르헤스와의 시간은 인생의 전환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보르헤스 같은 대문호를 만났기 때문에 망구엘이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보르헤스가 아니었더라도,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 주고 이야기를 나누고 삶을 함께 공유하면서 인생의 꿈과 진실을 깨우치지 않을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어느새 손끝 시린 겨울 초입이다. 가을이 책 읽기 좋은 계절이라면 겨울은 책 읽어주기 좋은 계절이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홀로 사는 노인이나 생활보호대상자, 소년소녀가장, 장애우들에게 책 읽어 주는 청소년들의 봉사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났으면 좋겠다. 더불어 가정에서 교실에서 도서관에서 병실에서 책 읽는 소리가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우리의 행복한 시간은 당신과 나 그리고 책 한 권만으로도 충분하다.

2011-11-25

영원으로 잇는 디딤돌

하재영시인산행하면서 바라보는 억새밭 풍경은 아름답다. 하늘을 파랗게 쓸고 있는 것처럼, 솜이불을 깔아놓은 것처럼, 염전에 소금이 널려 있는 것처럼 등등의 `아름답다`란 그 말을 뒷받침하는 식상한 이런저런 언어를 궁리하다 결국 사진 몇 장을 카메라에 담는다.`아름답다`아름다우면 아름다운 것이지 꼭 그것을 어떻게 아름답느니, 이래서 더 멋지다느니 등 수식할 형용사를 찾는 것이 우리 삶의 모습 아닌가. 그렇기에 인간은 오래 전부터 추함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살아왔는지 모른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마음은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 인간이 찾아야 할 덕목일 것이다.그야말로 단풍이 절정인 아름다운 가을이다.길가의 은행나무는 이미 촛불을 켜 놓은 듯 환한 모습으로 거리를 밝혔고, 플라타너스는 넓은 이파리를 멍석 펼치듯 길바닥에 깔아놓았다. 산행에서 바라보는 산색은 또 얼마나 감탄할만한 일인가. 봄날의 꽃 사태나, 연초록 녹음도 좋지만 가을의 산색은 색색깔의 무늬 때문에 발걸음 옮긴 능선마다 멈추게 한다.그 절정의 풍경 앞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셔터를 누르며 사진 찍는 것이야말로 오래 전부터 내 몸에 붙은 취미였음을 발견한다. 사진 한 장으로 몇 장의 글을 얻기도 하지만 한 장의 사진 자체가 수많은 언어를 내포하고 있는 함축된 문장이라 생각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전업 사진가가 아니면서도 찍은 사진을 생각해 보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30여 년 전부터 찍기 시작한 사진이다. 그러고 보니 내 손을 거친 카메라 숫자만 세어 봐도 무려 열 대 이상이니 참 많은 사진을 찍었다. 흐르는 세월만큼 카메라 기종도 시대 따라 변했다. 하프 사이즈 흑백 올림퍼스(아날로그) 카메라에서부터 오늘의 디지털 카메라까지 발전한 카메라는 사진 찍는 일도 훨씬 수월해하게 해 줬다.그것은 나만의 특권은 아닐 것이다. 핸드폰과 소형디지털 카메라가 널리 보급되면서 사진 찍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반화 됐다. 종종 유명 배우나 가수가 거리를 지날 때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사진뿐이랴 동영상을 비롯하여, 각종 사진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찍히고, 그 사진은 만인의 공유물로 `유튜브`를 비롯하여 수많은 인터넷 공간에서 생명체처럼 이동하며 숨을 쉰다.박물관, 문학관, 기념관, 역사관 등의 곳에서 만나는 옛날 사진은 또 어떤가. 사진 속의 배경을 보면서 당시의 시대를 떠올리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질곡의 우리 역사에서도 사진은 죽비 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바른 길로 안내한 적도 있다. 그러니까 사진만큼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드물다.`아름답다`란 그 단어에 합당한 말을 찾기 위해 수많은 단어를 조합하여 문장을 만들고 설명하지만, 그 말을 듣는 사람은 그저 상상으로만 떠올릴 뿐이다. 반면에 사진 한 장은 그 장면을 직관(直觀)으로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에 더 이상의 부연 설명이 필요없다.그것이 사진의 커다란 장점이다.변하는 순간을 한 순간으로 잡아두는게 사진이다.아름다움의 디딤돌 역학을 하는 한 장의 추억이 되기 위해 피사체로 존재하는 우리는 보다 더 이웃과 따뜻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배경으로 찍히는 자연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있을 때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아름다워지기 때문이다.이 가을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사진 한 장 한 장이 영원으로 잇는 추억의 디딤돌이란 것을 눈앞에 떨어진 단풍처럼 발견한다.

2011-11-21

통큰 중국 여행객을 잡아라

▲ 김제간 포항대학교 관광호텔항공과 교수한국은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맞고 있다. 중국 국경절 연휴(10월1~7일)를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으로 북적거렸다. 이번 연휴기간에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7만여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일전에는 중국의 대표 보건기업인 바오젠 일용품유한공사는 매년 우수 직원을 대상으로 인센티브 관광을 1만여명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 여행지로 제주도가 결정되어서 직·간접적 경제적 파급효과는 9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중국 특수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여행객수는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동남아에서도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급증하는 이들을 흡수할 기반이나 여행상품이 빈약해 주변 경쟁국에 빼앗길 우려가 있어 안타깝다. 우리의 관광상품은 수도권, 부산, 제주도 위주로 10년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고 진부한데 중국 관광객들의 수준은 어제와 오늘이 다를 만큼 빠르게 변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세계는 지금 관광객 유치를 지상 과제로 내걸고 국가간 경쟁이 치열하다. 미래학자들은 미래에 각광받는 산업으로 3T(Transportation,Tourism,Telecommunication)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관광산업은 국가 브랜드를 향상시키고 국가 경제는 물론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특히 일자리 창출 효과도 탁월하다. 항공, 음식점, 교통, 호텔, 쇼핑, 컨벤션, 레저 등 여러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2009년 기준으로 세계인이 가장 많이 찾은 나라는 프랑스로 8천만명이 넘는다. 이어 미국, 중국, 이탈리아를 선호 지역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2010~2012년까지 3년간 `한국 방문의 해`로 정해 외국 관광객 1천만명, 관광수입 130억불, 관광 경쟁력 세계20위권 진입을 목표로 설정하고 하고 있다. 지난해 외국 관광객 850만명으로 관광경쟁력 세계30위로 상승했으나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경쟁국가에 비해 여전히 낮다.전세계 여행업계는 큰 손님으로 부상한 중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 거대한 시장을 놓고 한국과 일본이 한판의 격전이 시작됐다.향후 5~10년내 중국의 국외 여행자수는 1억명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일본에서도 정부, 지자체별로 중국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도 중국인 비자 발급 기준 완화 등으로 중국 관광객을 일본 및 주변 경쟁국에 뺏기지 않도록 여러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 같다.관광 한국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서울은 물론 구석구석을 알리는 지방 마케팅이 필요하다. 일본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다. 규슈, 홋카이도, 도쿄, 간사이, 큐슈 등 각 지역 특색 있는 마케팅과 홍보로 여행객의 눈길을 사로 잡고 있다.지역 축제와 함께 우리 지역만의 특색있는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서울, 부산 등과 연계하는 등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이 요구된다. 우리 지역에서도 조선시대의 독특한 유교적 양반 문화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로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스토리텔링이 있는 특별한 관광자원 있다. 스토리텔링을 혼합하면 강력한 마케팅 도구가 된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은 에펠이라는 건축 디자이너 이름에서 명칭된 프랑스 혁명 100주년 기념으로 건축됐다. 1년에 650만명, 관광 시즌에는 하루에 약 3만명이 찾는 세계적인 유료 관광지이다. 입장 수입만 하더라도 엄청나다. 그러면 우리나라 광화문에 에펠탑보다 더 높고 더 멋진 탑을 건립한다면 에펠탑처럼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까?스토리텔링의 위력이다. 역사와 문화를 팔아야 한다. 우리 지역에도 다양한 관광 문화 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외국 방문객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문화 유산이 외국에 비해 웅장하거나 멋지지 않아서 일까?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변화속에서 포항지역도 도내 안동, 경주 등 타 지역과 연계해서 중국, 일본 등 해외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 일자리가 늘지 않는 성장시대에 관광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의 쌀이요, 블루오션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중국은 이제 본격적인 해외 관광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가 지금부터 잘 준비해서 감동있는 스토리텔링을 들려준다면 씀씀이 통이 큰 관광객 지갑이 열려질 것이다.

2011-10-24

생활 속의 풍수이야기

권정찬경북도립대 교수·화가백두대간을 누비면서 명당을 찾고 풍수를 배우고 한답시고 돌아다닌 것도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주 해박한 이론의 시골 할아버지를 따라 다니기도 하고 척 보면 안다는 실용풍수를 내세우는 사람을 모시기도 했다. 그리고 기운으로 터를 보는 도인 같은 분도 나에게는 도움의 스승이다. 용과 물의 흐름을 보는 전통적 기준을 앞세우거나 기혈을 정하고 수맥봉으로 체크하는 분이나 기를 이용해 자리를 보는 분 모두 다들 방향은 다르지만 결국 답은 하나다. 어떤 물질의 중심을 찾아내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찾은 답은 완전하고 안정된, 그리고 정리 정돈된 구도라는 것이다.우선 배산임수의 명당 터라면 산의 줄기가 뻗어 내려오고 물이 그 앞이나 뒤를 감싸 흐르는 것을 말한다. 그러한 자리는 결국 지역적인 의미의 좋은 터일 것이다. 한 예로 경북신도청소재지를 들 수가 있다. 우뚝 솟은 검무산을 중심으로 낮게 겹겹이 감싸고 있는 책상봉과 앞뒤로 감싸고 있는 강물은 잘 짜여진 형국임은 틀림이 없다.그렇다면 명당은 전문가인 풍수인에게 의뢰하면 나에게도 돌아올 수가 있지 있을까? 하지만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각 고을 근처에는 음택 명당에 얽힌 전설들이 많다. 실제 없는데 전설로만 명당이라 할까? 하는 의문은 한번 가져 볼만하다. 몇 년 전부터 명당에 얽힌 전설이나 마을 이름을 보고 현지를 둘러보고 있다. 그런데 명확한 것은 전설의 땅에는 반드시 명당이 자리 잡고 있고 대부분 주인을 못 만나고 있다는 것이다. 당대의 유명한 지관이라면 당연히 그러한 자리를 놓칠 수가 있을까?여기에는 몇 가지 장애가 있다. 우선 지관의 안목이다. 양택(주택)과 음택을 혼돈하는 생각이 문제일 수 있는 것이고, 흔히 말하는 이론만 박식할 뿐 현장을 볼 줄 모르는 지관도 한몫을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주택은 중요하고 음택은 대충 보는 시각도 문제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사람은 태어나서 환경에 잘 적응하다 보니 부자집에서는 부자행세, 거지는 거지행세, 선비는 선비 행세를 하는데, 가장 문제는 마음이 비뚤거나 덕이 모자라거나 남을 해치려 한다면 그 집안에는 절대 천금이 있어도 대단한 지관을 모셔도 명당은 비켜갈 뿐이다. 어떤 지관은 3대 조상이 적선을 해야 제대로 된 자리하나 얻는다고 했다. 그것은 명당이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도안이 열린 대지관을 만난다는 것이고, 그 지관은 그 사람을 만남으로 해서 좋은 자리를 보게 되어 점지해주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잘살고 건강한 육신을 지킬 수 있고 명당을 만날 수가 있을까? 답은 베풀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몸과 마음, 환경을 깨끗이 하고 정리 정돈을 잘해야 한다는데 답을 찾아야 한다. 6대가 해탈하면 도인이 나온다고 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3대가 적선을 해야 명당이 돌아온다고 했다.항상 몸을 청결히 하고 올곧은 행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욕심을 버리고 정정당당하게 사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거짓 없이 산다는 것이 쉬울까 만은 투명하고 남을 속이지 않고 산다면 그 이상 보람도 없을 것이다. 또한 현대인이 가장 소홀히 하는 것 중 하나가 집이나 직장에서 정리정돈이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한 사람은 반드시 건강도 마음도 편치 못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정리정돈을 잘한다는 것은 마음이 바르다는 것이다.거실과 방안이 어지럽혀져 있고 잡다한 물건들이 쌓여있고 청소 도구가 아무데나 놓이고 휴지통이 넘치고 흩어져 있는 집, 이부자리가 늘 방에 깔려 있고 설거지 하나 제대로 못하는 집에서는 늘 우울증이나 특별한 환자가 나올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현실도 미래도 절대 좋은 터를 얻을 수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2011-09-30

되찾아야 할 한글날, 그리고 바른 말 고운 말

하재영시인우리가 사는 지구상에는 6천여 개의 언어가 있다고 한다.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와 같이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가 있는가 하면, 중국, 아프리카의 소수민족들만 쓰는 문자 없는 언어들도 있다. 과학과 문명의 발전에 소수민족의 언어는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생성된 언어가 사라진다는 그 이면에는 소수 민족의 문화가 사라짐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그 많은 언어 중 문자로 표현 가능한 언어는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202개국의 숫자에도 훨씬 못 미치는 100여개 정도라고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은 100여개의 문자 가능 언어에 속한다.그 중에서도 우리말은 표음문자로 어떤 소리든 적을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쉽게 배울 수 있는 우리 문자를 때깔 고운 가을 햇살 밑 잘 익은 열매처럼 윤이 나도록 빛내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 모두가 `바른 말 고운 말`을 일상화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해 아쉽다. 요즘 학생들이 사용하는 말투를 살펴보면 우려스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거친 욕 말투뿐만 아니라, 통신언어는 지독할 정도로 압축 난해하여 우리글을 후손들에게 제대로 이어줄지 걱정까지 하게 되니 말이다.`졸라` `짱나` `씨발` `쩐다` 등 학생들의 입을 통해서 쉽사리 들을 수 있는 비속어는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지 의아할 정도다. 더욱이 문장 언어보다 구어를 많이 사용하는 학생들의 이런 말은 빨리 확산되는 전염병처럼 전국의 모든 학생들에게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실정이다.어느 시대든 청소년기의 의사표현은 당사자들의 필요성 때문에 은어, 비속어가 생성 활용되지만 학생들이 쓰는 언어를 보면 분명 새롭게 `바른 말 고운 말` 쓰기 운동의 필요성을 발견하게 된다.올해 10월 9일은 한글날 한글 반포 565주년을 맞아하는 날이다. 각종 기관 단체에서는 한글과 관련된 행사를 그야말로 행사치레로 치를 것이다. 영어, 수학 점수 높이기에 급급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글의 소중함을 일회성 행사로 마무리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지도 모른다.한글날 자체가 바쁜 일상에 끼인 또 하나의 평범한 날로 여기게 되었으니 말이다.한글날을 법정공휴일에서 폐지한 것 자체가 어떤 의미에서 우리글의 소중함을 스스로 포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글날을 법정공휴일로 재지정해 온 국민이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할 필요가 있다.일제강점기에도 우리글을 지키고, 우리글만 있으면 독립은 꼭 올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믿고 한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한글은 분명 경제적 생산성을 떠나 민족의 정체성을 온 국민에게 심어주는 자랑스러운 글자다. 그 한글을 보다 빛내기 위한 한 방법으로 한글을 반포한 한글날 거국적으로 대문에 태극기를 걸어두는 법정공휴일로 제지정하여야 한다.물론 그 자체가 청소년들의 폭력적이고 비상식적인 언어체계를 복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글의 중요성을 암암리에 청소년들에게 심어주는 계기는 지금보다 확산될 것이다.신언서판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조상들의 정신 속에 오늘 우리는 다시 한 번 말 사용의 됨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그것은 내가 사용하는 말부터 보다 우리 것이도록 노력하는 자세에서 본보기가 되고, 우리글을 빛내는 태도가 될 것이다.

2011-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