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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펭귄에게 배운다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12-30 23:28 게재일 2011-12-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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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 시인·포항교육청영재교육원 팀장

지난 2005년에 발표된 프랑스 생태학자 뤽 자케의 영화 `펭귄-위대한 모험`은 원래 `동물의 왕국`과 비슷한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로 제작될 예정이었다. 막상 촬영에 들어간 뤽 자케 감독과 스태프들은 황제펭귄의 삶을 보고 극장용 장편영화로 방향을 틀었다. 황제펭귄의 삶이 그 어떤 영화보다 극적이고 감동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황제펭귄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펭귄-위대한 모험`은 세상의 빛을 보게 됐고,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영화는 황제펭귄이 벌이는 종족 보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뤽 자케 감독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의 극지방 조류생태학을 연구하면서 14개월간의 남극 생활을 자청, 황제펭귄의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았다. 전혀 새로운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냈고 세간의 반응은 뜨거웠다.

황제펭귄은 지구에 사는 펭귄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크다. 성체는 최고 122㎝에 몸무게는 22~37kg까지 나간다. 등은 검고 가슴과 귀 부위는 노란색을 띤다. 남극에만 서식하는데 해양 생활에 알맞은 유선형의 몸매와 플리퍼라는 납작한 날개를 갖고 있다. 주로 오징어나 크릴을 잡아먹으며 뭍에서와는 달리 바닷속에서는 매우 재빠르다. 잠수에도 능하다. 황제펭귄의 헤모글로빈은 낮은 산소 농도에도 작동하며, 단단한 골격은 압력을 견디게 한다. 남극의 차가운 바닷속에서 활동할 때 물질대사의 정도를 낮추거나 중요하지 않은 신체 기관의 기능을 정지시킬 수도 있다. 심지어 얼음 위에서 체온을 보존하기 위해 발을 지나는 동맥과 정맥이 열을 교환하는 특별한 구조로 돼 있다.

황제펭귄은 남극의 기나긴 겨울에 알을 낳는 유일한 종이다. 겨울이 되면 황제펭귄은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집단서식지 `오모크`로 가기 위해 모인다. 한 줄로 늘어선 황제펭귄이 뒤뚱거리며 한발 한발 나아가는 모습은 생명의 본능을 깨닫게 한다. 황제펭귄은 약 50~120kg정도 얼음 위를 걸어 새끼들을 키울 오모크로 이동한다. 오모크에 도착한 황제펭귄은 노래를 통해 짝짓기하고, 암컷은 한 개의 알을 낳는다. 겨울철 남극 내륙 깊숙한 곳에서 알을 낳는 것은 포식자로부터 알을 보호하고 새끼가 품을 떠나는 시기를 먹이 섭취가 쉬운 여름에 맞추기 위한 황제펭귄의 지혜다. 알을 낳은 암컷은 산고로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바다로 떠나고, 수컷이 발등에 알을 얹어놓고 혹한과 눈보라 속에서 3~4개월 가까이 참고 견딘다. 알이 부화하면 수컷은 그동안 위 속에 간직했던 물고기를 새끼에게 기꺼이 내어준다. 이때 황제펭귄 수컷의 체중은 40%나 줄어든다. 눈물겨운 부성애(父性愛)가 아닐 수 없다.

황제펭귄의 눈물겨운 부성애뿐만 아니라 `허들링`이라는 집단지능도 눈여겨 볼만하다. 영하 수십 ℃까지 떨어지는 혹한의 눈보라를 이기기 위해 황제펭귄은 서로 원 밖으로 움직이는 허들링을 한다. 안쪽에 있던 펭귄은 스스로 조금씩 움직여 바깥쪽 펭귄과 자리를 바꾼다. 한 마리의 펭귄이 눈보라에 계속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몰아치는 눈보라를 버텨내기 위해 몸을 웅크린 채 빽빽이 살을 맞댄 수천 마리 황제펭귄의 허들링은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든다.

최근 대전 여고생과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으로 학교폭력과 가정교육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연일 인터넷에는 분노의 목소리가 들끓고 가해자와 관계자의 엄벌을 주장하고 있다. 꼭 남극에 가야 남극인 것은 아니다. 소중한 두 학생을 차가운 사지로 몰아넣은 이곳이 바로 혹한의 남극이다. 황제펭귄의 부성애와 허들링이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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