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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단명한다?

등록일 2012-08-17 21:12 게재일 2012-08-1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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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정찬 경북도립대 교수·화가

우리는 천재는 단명한다는 속설에 신비감을 느낀다. 과연 천재는 단명하는가?

회화 역사상 최초의 원근법 도입자인 마사쵸, 그리고 에곤 쉴레, 죠르 조네는 28세에, 점묘법의 대가 쇠라는 32세에, 제라코는 33세에, 슬픈 눈과 목이 긴 인물화의 대가 모딜리아니는 36세에, 그리고 라파엘로, 자신의 귀를 자른 고흐와 와토는 37세에 생을 마감했다.

서양미술사에 등장하는 화가들 중에는 20~30대에 요절한 화가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37세에 요절한 이인성이나 40세에 생을 마감한 이중섭 등을 `요절한 천재화가`로 부른다.

그리고 현대에서도 예술에 투혼을 불사르다 아까운 나이에 목숨을 잃은 경우가 많다. 미술에 종사하는 모두는 이들을 천재화가라고 부르고 있다.

이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어려운 시절에 태어나 화가로서의 만개를 맛보지 못한 부분도 있기도 하지만 투병과 사고로, 때로는 방탕과 자해로 짧은 운명을 재촉한 경우도 있다.

그 속에는 환경적 적응을 못한 경우도 있고, 화가로서의 자존심과 독특한 성격으로 이를 극복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물론 끼니를 잊은 채 혼신의 힘을 다해 작업에 매달리다 건강을 잃고 붓을 놓은 경우는 화가들의 투혼을 증명한다.

조용훈씨는 `요절`이란 책의 프롤로그에서 “`요절`이란 단어에서 늘 피의 냄새를 맡는다”며 “요절이야말로 젊음만이 향유할 수 있는 황홀한 고통의 이니시에이션”이라고 표현한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화가들의 성격은 괴팍하거나 무질서하거나 고집이 세거나 남과 타협할 줄 모르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단명의 화가들이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기이하고 괴벽스러운 행동이 주제가 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이다. 또한 이러한 스토리가 사후에 유명한 화가도 재인식되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를 반증할 만한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즉, 천재 화가는 장수한다고….

20세기 최고의 화가로서 90세를 넘기며 왕성한 활동과 많은 여인들을 거느리고 입체파를 완성한 피카소가 대표적 인물이다. 지구상에 회화는 물론 조각이나 도자기 등 수 만점의 작품을 남긴 그의 업적은 가장 많이 알려진 20세기 인물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도 90세를 넘긴 화가들이 수두룩하다. 서양화가 윤중식은 올해 우리 나이로 100세, 파리에서 활동중인 한묵은 99세, 김벙기와 장리석은 96세다. 또한 추상화의 거장 정점식 교수와 문인화의 월전 장우성은 92세에 작고했고 서울미대 학장 장발은 100세를 살았었다.

대구·경북에도 많은 화가들이 화업을 불사르고 있다. 화실에서 또 다른 직장에서 남이 알아주던 몰라주던 각자 본인의 작품에 정성을 기울이며 하루 일과를 보내고 있다.

가끔 들려오는 화가들의 사망 소식은 참 안타까울 뿐이다. 더군다나 젊은 나이에 가족을 버리고 떠나가는 소식에 슬픔만 와 닿을 뿐이다. 천재면 무엇 하는가?

오래오래 살면서 더 많은 작품도 하고 가족이나 친인척 동료들과도 어울리면서 보내야지 말이다. 아니 다 치우고 서라도 홀로 더 많은 예술가적 기질과 투혼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굳이 말을 안 해도 우리 주변에도 90세 전후의 스승이나 선배 화가들이 많다. 모두들 건강에 신경을 써시면서 작품에도 정열적으로 매진하며 장수화가로서 면모를 보여주신다고 생각이 든다.

천재는 하늘이 재능을 갖고 태어나게 한 인물이다.

그래서 천재는 그 재능을 다할 때 까지는 절대 목숨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열심히 그 재능을 사용하여 가진 능력을 이 세상에 몽땅 다 보여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하늘이 내린 천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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