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교육으로 인한 혼돈과 스트레스가 상상을 초월한다.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 만큼 은퇴 후 삶에 대한 불안도 커진다. 누가 더 많은 돈과 시간을 쓰느냐에 따라 스펙과 대학이 결정되는 현행 교육시스템은 더 이상 공정하지도 않고, 취약계층에 기회를 주지도 못한다. 지금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말일게다.
과거 입시제도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던 시절에는 농사만 짓는 학부모들조차도 선생님들을 통해 쉽게 알 수 있었고, 그 시절에는 서울대의 지방 출신 학생 비중은 70%에 달했다. 그러나 농어촌 특례까지 적용하는 지금 서울 강남, 특목고 출신이 70%에 달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방의 학부모들은 대학 입시정보에 어두워 불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 전형이 정시를 포함해 전형종류가 3천개가 넘을 정도로 복잡하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전형을 보면, 가장 복잡하다는 금융파생상품보다 더 복잡해 보인다. 이러한 입시제도를 담임선생님이나 학교로부터 충분한 상담과 설명을 들을 기회가 거의 없다. 오히려 사교육업체가 입시 컨설팅이라는 명목으로 학부모들의 삶을 더 어렵게 한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어느 대선 후보도 이런 복잡하고 난해한 입시 제도에 대한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알렉산더 대왕처럼 엉클어져 풀기 어려운 매듭을 단칼에 자르는 결단을 추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일 것이다.
`학교 공부만 열심히 하면 대학 간다`는 구호는 명백한 사기다. 열심히 공부시키는 학교도 없을뿐더러 옆자리 친구와의 대화까지 `수행평가`라는 이름으로 내신에 반영되는 요즘 교실에서는 학생들끼리 고발이나 왕따가 횡행한다. 내신점수를 따려고, 봉사점수를 따려고 엄마들이 학교와 고아원을 찾아 청소하고 밥을 나른다. 이런 이야기는 일부 대도시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다. 그러나 지방으로 내려오면 “수능 교재와 방송만 열심히 보면 수능에서 1등급이상 나온다”는 말은 사기가 아니라 현실이다. 포항지역의 경우 거의 모든 일선 고교에서 자율이 아닌 야간 학습을 강요하면서, 그 시간의 활용마저도 거의 불가능하게 하니 봉사활동을 하려고 해도 시간이 없으니 학부모들이 봉사활동하러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된다. 정시가 아닌 수시에 도전해 보려고 해도 관련 정보나 준비과정을 몰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일선 고교가 조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교육업체를 비난만 할 것이 아니다. 사교육업체처럼 전문 진학상담 담당자를 고용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반 교과목 선생님에게 진학상담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난해한 입시제도를 알고 있고, 학부모들에게 충분히 알려주고 준비시킬 수 있는 선생님이면 더욱 좋겠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획일화된 야간학습을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과거 단순한 입시 제도하에서는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9세기에 유행하고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 21세기를 향해 살고 있는 학생들에게 효율적인지 묻고 싶다. 일부 학교에서는 수능과 관계없는 책을 꺼내보지도 못한다고 한다. 야간 학습 시간과 방과후 학습때 다양한 입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봉사활동 및 다른 활동을 위한 시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끝으로 대학 입시와 관련, 공교육과 사교육의 영역을 분리해서 생각할 게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면 좋을 듯 하다. 학교에서 하는 수업이나 학원에서 하는 수업이 차이가 없을 경우 서로 존재가치가 없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쉽게 하기 어려운 수업, 예를 들면, 글쓰기 수업이나 토론 수업 등을 사교육에서 맡아주면 공교육과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