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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은 감사도시(?)

등록일 2012-06-14 21:40 게재일 2012-06-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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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형포항경실련 사무국장
포항시는 온통 `감사` 중이다. 감사노트에 감사배지에 감사현수막까지 포항시 곳곳에 감사의 물결이 넘쳐나고 있다. 아마도 포항시는 감사할 일이 참 많은 것 같다. 더불어 박승호 시장은 이 `감사나눔운동`을 이제 포항을 넘어 전국운동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야심찬 포부까지 가지고 있다고 한다.

긍정적 에너지의 힘은 실로 엄청나다. 불치병을 치유하게 하고, 완전 파산해 자살하려고 했던 사람을 최고의 기업인으로 만들거나 심지어 고래도 춤추게 한다. 불가능한 것 같은 일들을 기적적으로 성공시키는 사례들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보고 듣고 있다. 그 힘의 원천이 바로 긍정적 사고라는 것을.

감사나눔운동 또한 긍정적 정신문화 운동으로 성공적 사례를 가지고 있다. 포스코ICT의 `행복나눔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포스코ICT는 2010년 포스데이타와 포스콘의 통합으로 출범한 회사다. 통합 초기 서로 다른 기업문화로 인해 직원들 간의 화합이 힘들어 그 해결책으로 `행복나눔 125 운동`을 시작했다. `행복나눔`이라는 것이 추상적인 개념이다 보니 자칫 캠페인에 그칠 수 있어 직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회사 자체적으로 활동 방법론으로 자발적으로 매주 1가지 선행하기, 한 달에 좋은 책 2권 읽기, 하루에 5가지 감사를 실천하도록 했다. 초기 시작단계의 몇 가지 어려운 점을 제외하고 그 결과가 상당히 좋았다고 한다. 그 효과와 반응이 좋아 포스코가 그룹 차원에서 패밀리사까지 확대·실시했다고 한다.

이것을 포항시가 지난 3월부터 도입해 명칭을 `감사나눔운동`으로 개명해 시작하고 있다.

필자가 생각할 때 포스코ICT의 행복나눔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은 `행복나눔`이라는 긍정적 마인드를 바탕으로 실천과제를 통해 이질적 기업문화에 젖어있던 직원들 간의 `행복나눔`이라는 공통주제로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만듦으로써 서로 마음을 열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즉 실천과제를 수행하는 것보다는 실천과제를 직원들이 공유하는 과정에서 포스코ICT가 추구하고자 했던 목적이 달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포항시의 `감사나눔운동`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으며 어떤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첫째, 포항시의 감사나눔운동은 목적과 목표가 추상적이다. 결국 구체적인 실천과제는 있지만 목적과 목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포스코ICT가 우려했던 추상적인 캠페인으로 그칠 수밖에 없는 우려가 있다.

둘째, 포항시의 감사나눔운동은 관 주도의 자발적이지 않은 운동이다. 마치 군국주의나 독재정권시절의 우민화정책의 현대판 또는 업그레이드 버전을 연상시킨다. 또한 시대적으로 요구되는 다양성의 원칙과 어울리지 않는다. 감사나눔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공무원, 기업의 직원, 학생, 군인 등에게 쓰기 싫은 일기를 숙제로 내놓은 느낌이다.

셋째, `선진포항시민운동`의 2탄이다. 포항시는 선진일류도시건설 포항시민운동을 추진했다. 지역의 유지와 인사들을 중심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궐기대회를 하고 캠페인을 하는 등 각종 행사를 여러 번 치룬 후 포항은 지금 선진일류도시가 됐다(?). 아마도 올해 말 정도면 포항은 선진일류도시에 이어 감사도시가 돼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근 포항은 김형태 사태에서 권력형 비리까지 연루돼 내외적으로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 역시 그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감내하는 시민들이 떠안고 있다. 감사나눔운동이 정말 시민운동으로서 포항발전과 시민들의 정신에 기여하고자 한다면 지역 정치인, 기업인, 관료 등 지도층 인사들의 반성과 책임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또한 포항시 추진사업과 정책으로 인해 시민들이 감사하는 마음이 먼저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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