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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언론경쟁 유지법

미국 의회가 언론사들의 뉴스로 거대한 이익을 남겨온 구글·페이스북 등 인터넷 공룡기업을 상대로 뉴스 공짜사용을 막는 ‘2021 언론경쟁 유지법’을 발의했다.플랫폼 기업들이 언론사 뉴스를 트래픽 유인 수단으로 이용해 이익을 올리면서도 정작 언론사에 제대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법안 도입 취지다.이번에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기사를 작성하는 미국내 모든 신문·방송·인터넷매체가 연합해 구글·페이스북 등 뉴스로 이익을 남겨온 플랫폼 기업과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구글은 검색 결과에서 전문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언론사에 저작권료 대신 광고 수익 일부만 나눠주고 있다. 미국은 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시장 자율에 맡기고 정치권과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거대 테크 기업의 횡포로 미국 언론 산업이 피폐해지자 정치권이 더이상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실제로 미국 신문 광고시장은 2005년 494억달러(약 56조1천431억원)였던 것이 2018년 143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구글의 광고 매출은 61억달러에서 1160억달러로 치솟았다. 지난 15년간 미국 신문사 2천100개가 사라졌다. 유럽연합도 지난 2019년 저작권 규정을 변경해 구글·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이 언론사에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게 했다. 호주도 플랫폼이 언론사와의 저작권료 협상에 실패하면 정부가 개입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뉴스로 인한 광고료 대부분을 포털이 독식하는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언론이 살아야 나라가 바로 선다. 우리 국회도 포털 기업의 광고독식을 더이상 방치하지 말고, 언론경쟁유지법 발의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15

빙산의 일각

길거리에 툭 튀어나온 돌멩이처럼 몸체는 묻혀있고 한 부분만 뾰족이 솟아난 것을 두고 순 우리 말로 ‘뿌다구니’라고 부른다. 표준국어 사전에는 “물체의 삐죽하게 내민 부분”이라 설명하고 있다. 돌출부와 비슷한 뜻이다.어떤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고 극히 일부의 사실만 밝혀진 경우에도 “뿌다구니에 지나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과 같다. 빙산은 빙하나 빙봉이 바다까지 흘러나와 자연스럽게 생긴 얼음 산이다. 물 위에 떠있는 얼음조각이 모두 빙산은 아니다. 보통 빙산이라 함은 물 위에 나타난 얼음의 높이가 최소 5m 이상일 때를 말한다. 그 이하면 흐르는 얼음 조각이란 뜻으로 유빙(流氷)이라고 한다.물은 응고되면서 수소와 결합해 부피가 늘어난다. 액체 상태일 때보다 밀도가 작아져서 물 위에 떠있을 수 있게 된다. 물과 얼음의 밀도 차는 10% 정도인데, 물 위에 떠있는 부분은 전체의 10% 미만이다. 위로 돌출된 부분이 5m 정도 높이라면 얼음 속 깊이는 30∼50m 크기 정도는 된다고 보아야 한다.배가 항해를 할 때 빙산을 발견하면 선회해 가지만 실제는 비껴가지 못하고 선체 밑바닥 일부분이 거대한 빙산과 충돌할 수 있다. 빙산과 충돌한 대표적 선박 사고가 1912년에 일어난 타이타낙호의 침몰이다. 1천명이 넘는 승객이 사망한 세계 최대 해난 사고다.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신도시 100억원대 땅 투기의혹 사건이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의 발본색원 의지에도 국민들 반응은 싸늘하다. 전국에서 정치인, 공직자 등의 유사 투기사례가 연일 드러나 국민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 생각한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밑바닥까지 갔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14

망언(妄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말은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망언으로 알려져있지만 실제로 그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녀를 미워했던 프랑스 국민이 모함하기 위해 날조한 것이란 설이 유력하다.세상 물정을 모르는 높은 권력자의 탁상공론식 이야기가 튀어나올 때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빵 발언은 빠짐없이 등장한다.2018년 지방선거 때 “서울서 이혼하면 부천으로 이사가고, 망하면 인천으로 이사간다”는 이부망천의 발언을 했던 모 국회의원은 이 말로 인해 당을 탈당해야 하는 곤욕을 치렀다. 이후 그는 이 발언에 발목이 잡히면서 다음 선거 때 공천도 못받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정치에 실패했다.하버드대학 램지어 교수가 2차 대전 중 일본인이 저지른 우리나라 위안부의 비극을 자발적 매춘으로 폄하했다가 국제적 비난 여론에 직면한 일도 비록 논문이지만 망언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지만 그에게는 이 망언이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수모로 남는다. 말 한마디 잘못으로 공든 탑이 무너진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변창흠 교통부장관이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을 옹호하듯 발언했다가 장관 자리를 내놓을 처지에 몰렸다. 말은 엎질러진 물과 같다. 한번 내뱉으면 되담을 수 없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는다”는 속담에 선조의 지혜가 숨어 있다.LH 직원의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참으로 가관이다. “꼬우면 니들도 우리회사로 이직하든지 공부 못해 못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한다”는 막말을 올렸다.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한데 익명 속에 숨어 이런 망언을 서슴치 않는 세태가 걱정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3-11

규제의 역설

‘규제의 역설’은 좋은 의도로 특정행위를 규제한 정책이 정반대의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를 가리킨다.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영국의 비닐봉투 절감정책이다. 정부는 비닐봉투 대신 여러 번 쓸 수 있게 ‘생명을 위한 가방’을 만들고, 가방에는 ‘비닐이 썩는 데 걸리는 시간은 500년, 한 번 쓰고 버리지 마세요. 환경오염을 막는 방법’이란 문구를 썼다. 결과는 의도와 달랐다. 비닐쓰레기의 양은 매년 증가했다. ‘가방’을 만드는 데 비닐이 3배나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비자는 ‘가방’을 습관처럼 한 번만 사용했다.성매매 금지규제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성매매를 금지했지만 아무리 강력히 금지해도 성매매는 음지에서 확대됐다. 한국에서도 성매매를 강력범죄로 단속, 성매매를 대표했던 집창촌은 없어졌지만 성매매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변종 성매매 업소들이 대폭 증가했다. 다만 최근 통신 시장에서 벌어진 ‘규제의 역설’은 뜻밖의 결과다.지난해 12월 30년간 통신 요금시장을 지배했던 요금인가제가 폐지되자 SK텔레콤이 기존보다 30% 싼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깜짝 발표했고, 잇따라 LG유플러스와 KT까지 비슷하거나 더 싼 요금제를 내놔 요금 인하경쟁이 벌어졌다.어떤 사회의 규제와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그 규제가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 지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빈부격차 감소에 실패한 부유세, 실업자를 늘린 비정규직 보호법, 전통시장 매출을 감소하게 만든 대형마트 의무휴업, 도박 중독을 심화시키는 카지노 입장 제한조치 등도 우리 사회가 직면한 규제의 역설이다. 선한 의도보다 중요한 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10

민주주의의 후퇴

미국에 본부를 둔 프리덤 하우스(Freedom Hause)는 전 세계의 민주주의 확산과 인권시장 및 국제언론 감시활동을 하는 비영리 인권단체다. 1941년에 세워져 1950-1960년대 미국의 민권운동을 주도했다. 이후 1970년대는 베트남 난민을 지원하고, 1980년대는 폴란드와 필리핀의 민주화를 지원한 단체다. 또 세계 각국에서 민주주의 증진에 공헌 인사들을 찾아내 매년 프리덤 어워드를 수여하고 있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과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이 이 상을 받았다.프리덤 하우스는 매년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자유 정도를 조사해 수치로 발표하는데 올해도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이 만점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83점을 받아 우수한 자유국가에 포함됐다. 북한은 100점 만점에 3점을 받아 지난해에 이어 꼴찌다. 공정한 선거와 자유로운 언론 활동 등이 자유를 평가하는 주요 척도다.특히 코로나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코로나가 창궐했던 지난해는 많은 자유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일부 민간단체에서도 이 같은 우려를 제기했으나 프리덤 하우스가 이번에 똑같은 평가를 낸 것이다.프리덤 하우스는 조사 대상 205개 국가 중 36개국이 코로나와 관련해 민주주의가 후퇴한 나라라고 했다. 대표적 국가로 인도와 필리핀, 헝가리, 터키 등을 손꼽았다.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를 핑계로 정치 권력의 강압적 통치가 알게 모르게 물들고 있다. 이동제한과 같은 아주 손쉬운 조치가 곧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대표적 사례다. 우리 주변에서도 코로나를 이유로 이와 유사한 개인의 기본권이 침탈당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코로나의 위세가 놀랍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09

미닝아웃족

미닝아웃족이란 요즘 소비트렌드의 하나로,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에서 나온다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된 단어인 ‘미닝아웃’을 하는 소비자를 가리킨다. 국립국어원의 대체단어로는‘소신 소비자’가 쓰인다.정치·사회·문화적 신념과 가치관을 소비행위를 통해서 표출하는 소신있는 가치소비자를 가리킨다. 이들은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신념에 따른 소비를 지향한다.보통 SNS 등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해서 표현과 공유를 하기 때문에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MZ세대가 주도한다.이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거나 선행을 한 착한 기업에 대해서는 흔쾌히 지갑을 연다. 오랜 선행으로 미담을 쌓아온 기업 ‘오뚜기’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갓뚜기’(God과 오뚜기를 합친 말)로 불리며 사랑받고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최근 SNS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치소비 캠페인’도 미닝아웃족을 중심으로 전파되고 있다. 이 캠페인은 동네식당에서 결제한 영수증이나 음식 사진 등을 SNS상에서 인증하는 운동으로 신총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형편이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한 취지로 시작됐다.미닝아웃족들은 흔히 바이콧(buycott: 어떤 물품을 사는 것을 권장하는 행동)운동에서 주로 나타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경영진의 갑질 등이 알려진 부도덕한 기업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불매운동을 벌언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이 벌어진 남양유업은 아직도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고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나의 참여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미닝아웃족의 건강한 소비운동을 응원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08

희망의 봄

우리 선조들은 우수(雨水)와 경칩(驚蟄)이 지나면 대동강물도 녹는다 하여 이때부터 완연한 봄이 왔다고 믿었다. 절기상 입춘부터 입하전까지를 봄이라 한다. 양력으로는 3월부터 5월까지가 봄이다.기상학적으로는 일 평균 기온이 5도 이상으로 올라가 9일 동안 떨어지지 않으면 5도 이상 올라간 첫날부터 봄이라 한다. 지구 온난화가 확대되면서 우리나라의 봄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 제주와 부산, 대구, 울산 등 남부지방은 빠르면 2월 중순부터 봄이 시작된다. 그밖의 지방은 3월초부터,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등은 3월말부터 봄이 시작된다.봄철이 되면 심한 일교차와 변덕스런 날씨가 우리를 괴롭힌다. 먼지와 황사가 사방으로 날리고 건조한 날씨 탓에 산불도 자주 발생한다. 환절기성 기후로 감기 환자도 늘어난다. 그러나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계절이 주는 생기 발랄함으로 모든 이에게 새로움을 선물한다. 이제 고생이 끝나고 행복한 날이 시작할 것 같은 기분이다. 봄은 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봄의 이미지는 밝고 긍정적이다. 봄의 전령사인 개나리와 진달래, 산수유 등의 만개 소식에 모두가 귀를 쫑긋하며 마음을 설레인다.코로나19 발생 후 두 번째의 봄이 돌아왔다. 오랫동안 희망의 봄을 기다려왔지만 아직은 희망을 노래하기에는 이른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백신접종이 시작됐음에도 환자 발생이 여전하며 코로나 퇴치의 종착지가 언제가 될지 까마득해 보인다.우리나라 봄꽃 축제의 대명사격인 진해군항제가 취소됐다는 소식이다. 올봄도 유명 봄꽃 축제를 구경할 수 없을 것 같아 마음 한켠은 우울하다. 그래도 우리에게 봄은 여전히 희망의 계절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07

파렴치

한자어가 우리말로 국어화한 단어가 간혹 있다. 숭늉은 숙냉(熟冷)에서 나왔고 성냥은 석류황(石硫黃)에서 나왔다. 얌체는 염치(廉恥)라는 한자어에서 출발했다. 체면과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는 뜻이다.이 염치가 다시 얌치로 어형이 바뀐다. 어감의 차이는 있으나 의미는 별 변동이 없다. 그러나 얌치라는 말이 얌체로 바뀌면서 염치없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의미도 달라졌다.말이란 세월과 시대 흐름 등에 따라 변형을 거듭하는 경우가 많다. 염치는 파렴치라는 말을 낳는데 염치를 부숴버렸다는 뜻이니 염치가 전혀없는 무례한 행동을 이르는 말이다. 후안무치(厚顔無恥)는 낯가죽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말이다. 부끄러워할 치(恥)자는 귀(耳)와 마음(心)으로 이뤄진 글자다. 남의 비난을 들으면 마음이 움직인다는 의미로 해석한다.2012년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거세개탁(擧世皆濁)이란 말이 있다. 온 세상이 혼탁한 가운데 홀로 깨어 있기가 쉽지 않고 깨어 있다고 해도 세상과 화합하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당시 우리 사회에 번진 지도층의 혼탁함을 비판했던 표현이다.한국토지주택공사 일부 직원이 신도시 후보지에 100억원의 토지를 매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투기 의혹과 함께 후폭풍이 심각하다. 집값 폭등에 가슴앓이를 했던 서민에겐 온몸의 힘이 빠지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정부의 집값 안정책이 불신받게 될 처지니 대통령까지 나서 진상을 규명을 엄명하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놓았다는 비난도 잇따랐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도 나왔다.진상규명이 제대로 안 되면 무주택 서민의 분노를 잠재우기가 어려울 것 같다. 국민을 기만한 참으로 파렴치한 일이 벌어졌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3-04

터무니없는 백신 가짜뉴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첫 접종이 이뤄진 이후부터 백신접종과 관련한 가짜뉴스가 극성이다.대표적인 게 치매환자가 맞으면 신경계에 이상반응이 나타나 치매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인 백신이 단백질 분자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DNA를 조작하기 때문에 백신을 맞으면 신경계에 이상반응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까지 덧붙인다. 얼핏 들으면 그럴 듯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전제부터 틀린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아데노바이러스의 염기서열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중요한 염기서열, 스파이크 단백질에 해당하는 염기서열을 끼워넣은 것이며, 단백질 분자 운운하는 것은 전혀 관련이 없다.또 “코로나 백신안에는 DNA변경장치가 들어있다.” “백신을 맞으면 DNA가 변형돼 인간이 아닌 기괴한 다른 종이 된다.” “백신접종을 핑계로 국민들에게 전자칩을 심으려 한다.” 등 온갖 음모론으로 가득찬 가짜뉴스가 SNS로 무차별로 퍼지고 있다.의학적으로 주입된 백신의 유전물질은 분해되기 때문에 사람의 유전 정보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전자칩은 동물한테 하는 게 있지만 인식표 정도의 역할을 할 뿐이다. 어쨌든 이같은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자 반복되는 가짜뉴스를 사실로 믿고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늘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상에서는 “언론이 공포감을 조성해 백신을 맞게 세뇌시킨다” “백신을 거부해야 한다”는 댓글들이 늘어나고 있다.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서 70%이상의 접종률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백신 가짜뉴스는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일상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방해하는 중대범죄에 해당한다. 가짜뉴스에 현혹돼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어리석은 일은 없어야겠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03

레임덕

레임덕은 임기 종료를 앞둔 지도자의 권력공백 상태를 일컫는 용어다. 본래 채무불이행 상태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경제용어였으나 대통령의 권력 누수 현상을 가리키는 정치용어로 바뀌었다.레임(lame)은 절름발이라는 뜻으로, 임기만료를 앞둔 권력자의 통치력 저하를 기우뚱거리는 오리걸음에 비유한 표현이다.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파동을 시작으로 정치권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시비가 불붙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에 대한 당·정·청의 이견과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관련부처의 반기 등이 레임덕의 실체라는 주장을 한다.특히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검찰개혁과 관련 “대통령의 한 말씀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시대는 끝났다”는 말은 레임덕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레임덕 현상이 나타나면 국가정책 결정이 늦어지고 공무원의 움직임이 둔해지는 등 국정 수행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미국선 현직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해 떨어져 생기는 공백을 줄이기 위해 재직기간을 단축하는 법까지 제정했다.역대 모든 대통령이 임기말이면 알게 모르게 레임덕을 겪는다. 차기 권력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며 생긴 자연스런 현상이다. 최근 불거진 당·정·청 불협화음을 집권 여당의 세력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이런 이유다.“대통령이 no라고 말하지 못한다”는 등 레임덕을 지적하는 말들이 이곳저곳에서 난무하는 것에 대해 여당에선 “지지율 40%를 내세워 레임덕은 없다”고 대응한다. 그러나 레임덕을 논란으로 삼은 것만으로 이미 레임덕은 시작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레임덕은 밤사이 내린 눈처럼 소리 없이 찾아오는 법이기 때문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3-02

메타버스(Metaverse)

지난해 9월 방탄소년단(이하 BTS)은 신곡 다이너마이트를 뮤직비디오나 쇼케이스가 아닌 에픽게임즈의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공개했다.BTS는 포트나이트 속 게이머들이 자신의 아바타로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영화를 보거나 콘서트를 즐기는 공간인 ‘파티로열’ (Party Royale)에 등장했고, 참여한 게이머들은 BTS의 다이너마이트에 맞춰 춤을 추고, 새로 나온 BTS 안무 이모티콘을 샀다.BTS가 가상 공연을 한 포트나이트 속 공간을 ‘메타버스(Metaverse)’라 부른다.메타버스는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유니버스)’와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Meta(메타)’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이용자들은 아바타를 이용해 그저 게임이나 가상현실을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실과 마찬가지로 사회, 문화적 활동을 한다.메타버스란 용어는 원래 닐 스티븐슨의 1992년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처음 나왔다.메타버스는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급격하게 확산중이다. 지난해 3월 출시된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대표적인 메타버스다. 현실과 같은 시간이 흐르는 가상 세계에서 게이머들은 낚시, 식물 재배, 집 꾸미기 등을 한다.국내에서는 네이버제트의 ‘제페토’가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이용자가 자신의 아바타로 게임을 하거나 사진을 찍고, 연예인 춤을 따라 추며 즐긴다. 벌써 아시아, 북미, 유럽 등지에서 누적 이용자 2억명을 확보했다.메타버스는 인터넷(웹)의 다음 버전이며, 앞으로 사람들이 메타버스로 일하러 가거나 게임을 하거나 쇼핑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과학기술의 진보가 눈부시다 못해 아찔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01

TK의 수모

국회상임위에서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통과되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은 보류되는 순간을 지켜본 대구·경북이 자괴감에 빠졌다.집권세력은 물론 야당 국회의원들로부터도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은 외면을 당했으니 시·도민 모두가 왕따를 당한 기분이다. 지역민들이 이처럼 수모를 당하는데도 뒷북만 치는 TK 정치권 모습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문재인 정부는 내년 대선에 대비해 수도권과 호남, 충청권, 부산·경남권에 국가자산을 집중배분하고 있다. 5년마다 수도권 규제를 풀 수 있도록 법률을 바꿔 대부분 업종의 기업이 비수도권에서 경기도로 이전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세종시에 행정수도가 둥지를 틀고 있는데도 인근 대전시에 혁신도시가 들어설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전남 나주에는 한전공대를 세우고, 목포에는 의과대학 설립을 약속했다. 적법성 문제가 제기되는 가덕도 특별법도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대구·경북은 이제 정치적인 현실을 직시할 때도 됐다.지난해 4·15 총선에서 야당에 몰표를 몰아주면서 얻은 것이 무엇인지 반성해 봐야 한다. 자신을 당선시켜준 지역민들의 분노도 대변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노골적인 지역이데올로기를 드러내는 상대진영과 싸워 지역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인가.곧 심각한 경제 위기가 닥쳐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금 분명한 것은 대구·경북은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이나 기득권을 가진 이너서클 구성원들의 의도대로 배타성과 폐쇄성을 고집할 경우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처한 위기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 특히 서민들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부존자원이 없는 도시는 국내든 국외든 열려 있어야 살길이 생긴다./심충택(논설위원)

2021-02-25

생활임금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본소득제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생활임금제가 관심을 끌고있다.생활임금은 임금 노동자의 실질적 생활이 가능하도록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법정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을 강제하기 위해 법적으로 규정한다.즉, 근로자들의 주거비, 교육비, 문화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임금수준으로 노동자의 생계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는 정책적 대안이다. 생활임금 제도는 1994년 미국 볼티모어 시에서 관련 조례가 제정되면서 시작됐는데, 이는 당시 볼티모어의 ‘빌드(BUILD)’라는 단체가 최대 공무원노조인 AFSCME와 연대해 벌인 생활임금운동의 결실이었다. 2014년 현재 140개 도시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 2012년 런던 올림픽 관련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 성북구, 노원구가 2013년, 경기 부천시가 2014년 생활임금을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서울과 인천, 대전, 경기 지역 일선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2021년‘서울형 생활임금’은 시간당 1만 702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지난해 생활임금 1만523원보다 1.7%(179원) 상승한 수준으로, 정부가 지난해 8월 고시한 2021년도 최저임금 8천720원 보다 1천982원이 더 많다. ‘서울형 생활임금’은 노동자가 일을 해서 번 소득으로 주거비, 교육비, 문화생활비 등을 보장받으며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실제로 생활할 수 있는 임금 수준이다. 최근에는 울산시도 뒤늦게 생활임금제를 도입했다니 하루빨리 전국의 모든 도시 노동자들이 생활임금을 보장받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2-24

‘포항의 딸’ 전유진

매주 목요일 TV조선에서 방영되는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 2’를 보기위해 자정 넘어서까지 TV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다.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시청자 투표 연속 1위를 기록하며 대중적 인기를 모아가는 포항 동해중학교 2학년 전유진의 감성 넘치는 노래를 듣는 것은 큰 행복이었다. 그러다가 전유진이 준결승에서 탈락한 이후에는 우리 가족 모두 이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 석연치 않은 전유진의 탈락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혹시 이 정부 들어 확산되고 있는 지역주의가 ‘전유진 배제’의 원인이 아닌가 싶어 심사위원들의 프로필까지 분석해 보다가 와이프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포항시가 최근 전유진을 홍보대사로 위촉한 것은 허탈감에 빠져있는 전유진 팬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세계적인 가수로 무럭무럭 클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전유진과 가족은 “탈락은 아쉽지만 어린 나이에 소중한 경험을 했고 이번 오디션을 통해 얻은 팬들의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훌륭한 트롯 가수가 되겠다”고 말했다.현재 포항시는 다양한 사회·정치적인 요인들로 인해 ‘한국 근대화의 산실’이라는 자존심에 많은 상처를 입고 있다. 포항시민들이 앞으로 ‘전유진 대사’로 인해 과거의 활력적인 에너지를 찾길 기대한다.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3월 영남대생 이찬원이 TV조선 미스터트롯 결승발표 생방송에서 “대구·경북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힘내시고 희망을 되찾으시길 바란다”며 짧게 인사말을 한 것이 대구·경북 지역민들에게 큰 위로가 된 적이 있었다. /심충택 (논설위원)

2021-02-23

비트코인 광풍

비트코인 가격이 최고 5만8천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비트코인은 이미 지난 해 4배 폭등했으며, 올해 들어 상승폭이 100%가량 올랐다.비트코인(bitcoin)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온라인 암호화폐다.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쓰는 프로그래머가 개발, 2009년 1월 프로그램 소스를 배포했다. 비트코인은 최대 2천100만개까지만 발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중앙은행이 없이 전 세계적 범위에서 P2P 방식으로 개인들 간에 자유롭게 송금 등의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거래장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사용자들의 서버에 분산해 저장하기 때문에 해킹이 불가능하다. 비트코인 이후에 이더리움, 이더리움 클래식, 리플, 라이트코인, 에이코인, 대시, 모네로, 제트캐시, 퀀텀 등 다양한 암호화폐인 알트코인들이 생겨났고, 비트코인은 일종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헷지를 위한 자산으로 각광받고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간편결제서비스 페이팔, 신용카드사 업체 마스타카드가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인정했고,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자 최대자산관리은행인 뉴욕멜론은행이 비트코인을 구입하겠다고 발표했다.캐나다 증권당국도 비트코인 ETF를 사상최초로 승인했고, 세계최대자산관리사인 블랙록도‘투자적격’자산에 비트코인을 추가했다. 한국에서도 국내 통화로 환전할 수 있는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빗(Korbit), 코인플러그(Coinplug), 코인피아(COINPIA), 야피존(Yapizon), 빗썸(Bithumb), 코인원(Coinone)이 설립돼 관심이 뜨겁다. 암호화폐를 대변하는 비트코인의 대중화가 성큼 다가오는 듯 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2-22

한국의 슈퍼리치

더기빙 플레지는 2010년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회장과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의 사회 환원을 약속하며 시작한 세계 부호들의 기부클럽이다. 더기빙 플레지는 기부(giving)와 약속(pledge)을 뜻하는 말이다. 현재까지 세계적 거부 219명이 이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거버스와 테슬러 최고경영자인 앨런 머스크, 전 뉴욕시장인 마이클 블룸버그 등 우리에게 낯익은 이름도 있다. 이곳에 가입하려면 전 재산이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 돼야 하며,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클럽 목적은 전 세계 대부호로 하여금 그들 순자산의 절반을 살아있을 때나 사후에 기부하도록 격려하는 데 있다. 특히 계약은 있으나 법적 강제성은 없다. 도덕적 헌신을 통해 기부 약속을 유도하는 것이 이 클럽의 특징이다.지난 18일 음식 배달앱인 배달의 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주)우아한 사람들 의장이 한국인 최초로 더기빙 플레지에 가입, 화제를 모았다. 그의 기부 규모는 대략 5천500억원에 이른다.그의 기부 소식과 함께 전해진 그의 성공 스토리 또한 흥미롭다. 30가구가 사는 아주 작은 섬마을에서 자란 그가 어려운 가정 형편을 딛고 성공에 이르는 과정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화가의 꿈을 접고 전기공고에 진학한 것이나 가까스로 예술대로 들어가 성공의 길을 찾아 나섰던 과정 등은 요즘 젊은이에게 귀감이 될만하다.그는 한국스타트업계의 신화를 일궈 낸 기업가다. 불과 10년 전 3천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배달앱이 9년 뒤 4초4천3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이룩했다. 그의 기부가 더 빛나 보이는 것은 이런 힘든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2-21

특별법의 남발

특별법은 헌법과 형법, 민법처럼 모든 국민에게 효력이 미치는 일반법과는 달리 특정한 지역이나 사람, 행위에 관해 적용되는 법이다. 일반법과 상충할 때는 특별법이 우선 적용된다. 일반법의 입법 제·개정 과정과 비교하면 비교적 간단해 국회의원들이 지역민원 해결 수단으로 많이 활용하는 법으로 통한다.지난해 여당이 발의한 부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대표적인 예다. 여당은 부산지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고 주장하지만 부산시장 선거를 의식해 만든 법이라는데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다. 굳이 선거를 앞두고 특별법을 만들고 선거전에 서둘러 통과해야 할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호남지역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만든 한전공대 특별법이나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조성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이 필요하다면 합목적성이나 예산의 적정성을 따지지 않고 언제든 만들 수 있는 법이다. 지역의 환심을 사는데 이보다 좋은 방법도 없다.지금처럼 여당의 국회의원 수가 과반을 넘는다면 특별법 제정은 식은 죽 먹기다. 2011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률 체제의 정당성 원칙에 위반되는 특별법 제정을 자제해 달라고 각 상임위에 요청한 적이 있지만 특별법 제정은 줄지 않는다. 19대 국회의 경우 832건의 특별법이 발의됐고, 20대 국회에선 1천275건이 발의됐다. 지금의 추세라면 21대 국회는 2천건이 넘을 것이란 예측이다.문제는 특별법 남발이 주는 부작용이다. 법체제의 정당성 상실이나 국가 재정 낭비뿐 아니라 정치권의 포퓰리즘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덕도 특별법이 통과된다면 예타없이 10조원의 국가재정이 투입된다. 특별하지도 시급하지도 않으면서 특별 대접을 남발하는 우리 정치권의 입법 행위가 황당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2-18

차등의결권

차등의결권은 창업주나 경영자가 경영권에 대한 위협없이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로서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것을 말한다. 복수의결권·복수의결권주식이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1주(株) 1의결권’원칙의 예외를 인정해 경영권을 보유한 대주주의 주식에 대해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한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쓰인다.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도입하고 있는데, 미국의 포드자동차의 경우 창업주인 포드 집안이 소유한 지분은 7%이지만 차등의결권에 따라 40%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또 스웨덴의 발렌베리 집안은 발렌베리그룹의 지주회사인 인베스트사의 지분 19%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지만 41%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주식을 2년 이상 보유하면 1주에 2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차등의결권을 채택하고 있다.이 제도는 적은 지분으로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 효과가 있지만, 적대적 MA와 무관한 상황에서 의사 결정이 왜곡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현재 우리나라에서는‘1주 1의결권’의 상법 규정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쿠팡이 지난 12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위해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상장 신청서류에서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보유하는 주식에 차등의결권을 부여,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2018년부터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언해왔고, 총선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기 때문. 벤처기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과 재벌의 세습의결권에 악용될 것이란 우려가 맞서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2-17

지진 왕국

지금 일본은 지진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 13일 밤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규모 7.3 지진의 여진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 될 지에 대한 불안감이다.일본 국민은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국민적 지진 트라우마가 상당하다. 당시 도후쿠 지방에서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규모 9.1로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지진으로 기록됐다. 1만5천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지금도 2천5백여 명의 행방이 묘연하다. 30만명 이상이 피난살이를 해야만 했다.동일본 대지진은 1995년 일본에서 발생해 6천여 명의 희생자가 난 한신 대지진(규모 7.3)의 180배 위력을 보였다고 한다. 히로시마 원자력 폭파의 위력이 지진 6.0규모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의 위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할 것이다.일본은 왜 지진이 잘 일어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지구 전체적으로 보면 1년에 크고 작은 지진이 50만번씩 일어난다고 한다. 그 중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지진은 10만번 정도다. 지리적으로는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90% 이상 발생하고 있다. 일본은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하면서 네 개의 지각 덩어리 접점에 위치해 있다. 지진 발생 빈도나 강도면에서 일본이 최고일 수밖에 없다.최근 일본정부 지진조사위는 13일 발생한 후쿠시마 지진은 10년 전 동일본지진의 여파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10년 동안 계속된 여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니 국민들이 갖는 지진 공포감을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일본은 지난해 코로나로 개최 못했던 도쿄올림픽을 올 7월 개최 예정이나 지진왕국이라는 이름 때문에 이래저래 고민이 커지는 꼴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2-16

유튜브 ‘공방’

유튜브에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중계하는 ‘공부방송’, 일명 ‘공방’이 인기를 얻고 있다.공방은 영상 속 인물이 몇 시간씩 조용히 앉아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이다. 책장 넘기는 소리, 필기구로 종이에 뭔가를 적는 소리만이 들릴 뿐 별다른 미동도 없다. 어떤 경우는 공부하는 이의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는다. 공방의 인기는 해외에서도 뜨겁다.미국 뉴욕에 사는 의사 제이미가 의학도 시절 시작한 공방은 현재 구독자 40만6천명을 자랑한다. 인도의 한 의학도가 개설한 공방은 구독자가 17만명이고, 네덜란드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또 다른 인도인의 공방은 구독자가 1만9천명이다.유튜브 미국 본사는 최근 문화와 트렌드에 관한 분석을 내놓는 웹사이트 ‘컬처앤드트렌드’를 통해 “공부 장면을 중계하거나 녹화해 보여주는 영상은 다른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콘텐츠”라며 “2019년까지 비슷한 영상들이 2억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공부방송을 하는 공부 유튜버는 대체로 교사 임용고시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일례로 지난해 임용고시에서 한 차례 떨어졌던 A 씨는 올해 긴장감을 갖고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유튜브 공부 방송을 시작했다. 하루에 적게는 6시간, 많을 땐 12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공부하는 A씨의 모습을 수십, 수백 명의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보고, 방송 후 유튜브 채널에 올리는 녹화 영상은 매번 500명 안팎의 시청자가 본다.시청자들은 실시간 채팅창에 “오늘도 출석했다” “취업준비생들끼리 함께 힘냅시다” 등 격려 글을 올리며 소통한다. 힘든 공부를 함께 하는 느낌을 주는 공부방송은 또 하나의 비대면시대 문화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