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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코로나 1년

코로나 발생 1년 동안 인류가 겪은 삶은 가히 충격적이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야 하는 인간의 고통과 불편함은 삶의 의욕을 꺾기에 충분했다. 생사를 위협하는 질병 앞에 인간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게 한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이기도 했다.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생기는 우울감을 표현한 신조어다. 최근에는 우울감이 점차 쌓여 폭발상태에 이르는 것을 코로나 레드라 하고, 화병이나 스트레스를 넘어 암담한 상태에 빠진 것을 두고 코로나 블랙라고 부르는 신조어도 생겼다.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조사에 의하면 작년 12월 기준 국민 5명 중 1명이 우울 위험군에 포함돼 전년보다 5배나 높아졌다고 한다. 또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비율도 전년보다 크게 증가해 국민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분석된다.또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에서 소비된 주류와 담배 소비지출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국민이 받은 충격과 스트레스를 단적으로 보여준 통계라 생각든다.코로나 이후의 인류의 생활 패턴을 두고 뉴노멀(New Normal)이라 부른다. 중국에서는 신창타이(新常態) 즉 새로운 정상상태라고 한다. 우리 삶의 새로운 기준과 표준이 등장할 것을 예측한 표현이다.지난 20일은 국내에서 첫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지 꼭 1년 되는 날이었다. 이른바 뉴노멀 시대에 우리의 행동은 어떻게 할 것인지 되돌아 볼 시간이다. 세계적 저명 학자들은 지구상의 이상기온 변화가 있는 한 더 심각하고 또다른 바이러스 공격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뉴노멀 시대를 살아갈 인류의 지혜가 절박하게 요구되는 시기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1-21

공매도

공매도는 주식시장에서 쓰이는 용어로, 특정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주문을 내는 투자전략을 가리킨다.주로 초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데 사용되는 기법이다. 예를 들어 A 종목 주가가 1만원이고, 주가하락이 예상되는 경우 A 주식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일단 1만원에 공매도 주문을 낸다. 그리고 실제 주가가 8천원으로 하락했을 때 A 종목을 다시 사서 2천원의 시세차익을 챙기는 것이다. 주식 공매도는 특정 주식의 가격이 단기적으로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매도 주문을 증가시켜 주가를 정상수준으로 되돌려 증권시장의 유동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반면 증권시장에서 시세조종과 채무불이행을 유발할 수 있다. 만약 투자자 예상과 달리 주식을 공매도한 후에 주가가 급등하면 큰 낭패다. 손실부담이 증가해 빌린 주식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채무불이행이 발생한다. 주식공매도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69년 2월 이며, 2008년 금융위기때 외국인 공매도가 전체 물량의 90%를 넘자 2008년 10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5년간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를 전면금지한 바 있다. 이후 2020년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폭락장이 이어지자 2020년 3월16일부터 9월15일까지 6개월간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금지됐고, 이후 2021년 3월15일까지 6개월 연장됐다. 올들어 주식시장이 3천포인트를 넘어 고공행진하면서 3월15일 공매도 재개여부를 결정할 금융위원회의 결정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있다.기관투자가들에게 훨씬 유리한 주식공매도 영구금지를 요구하는 동학개미들의 요구가 과연 받아들여질지 관심거리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1-20

포항 한라봉

제주도 한라봉을 한국에서 나는 귤과 오렌지를 교배한 품종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꽤 있다. 그러나 제주 한라봉은 1972년 일본 농림성 과수시험장에서 육성한 교잡종 감귤이다. 우리나라에는 1990년께 들어와 처음에는 ‘데꼬봉’이라는 일본 이름 그대로 사용되었다.제주도에서 생산을 시작하고 자리를 잡으면서 한라봉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꼭지 부분이 마치 한라산 봉우리 모양과 비슷하게 생긴데 착안해 붙인 이름이라 한다.제주도에는 천혜향, 레드향, 황금향 등 수 많은 감귤의 교배종이 있으나 제주도의 이미지를 잘 결합한 것으로 한라봉 만한 것이 없다.아열대 작물의 국내 재배가 이젠 빠르게 보편화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기후 온난화로 한반도 남쪽지방에서는 바나나와 파파야, 망고, 감귤류 등의 생산이 매년 이어지고 있다.제주도에서 나던 감귤이 대구에서도 생산되고 있으니 지구온난화를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들이다.최근 제주도의 한라봉이 포항에서 재배 4년 만에 첫 수확을 거뒀다. 중량과 당도 등 품질면에서 한라봉 못지않은 고품질의 상품이라고 한다. 포항의 한라봉 말고도 경북도내서는 경주에서 경주봉, 신라봉이라는 이름으로 한라봉이 생산되고 있다. 한라봉의 캐릭터를 지역 특성에 맞게 이름을 바꿔 제주도산에 대한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 작물의 판도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현재 남쪽지방 중심으로 재배되는 아열대 작물이 2080년에는 중부내륙지방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재배면적도 현재 10%에서 6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지구온난화가 가져 온 과일시장의 판도 변화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정구(논설위원)

2021-01-19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ASMR은 ‘자율 감각 쾌락 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ASMR)’을 가리키는 말로, 주로 청각을 중심으로 하는 자극에 반응해 나타나는, 형언하기 어려운 심리적 안정감 등의 감각적 경험을 일컫는다.힐링을 얻고자 하는 청취자들이 ASMR의 소리를 들으면 이 소리가 기분 좋게 소름 돋는 느낌을 갖게한다. 2010년 무렵 미국 등지에서 시작했으며, 국내에서도 팟캐스트, 유튜브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다.사람에 따라서는 긁는 소리, 구깃구깃하는 소리, 두드리는 소리, 바람 부는 소리,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 등의 환경소음을 통해서 ASMR을 느끼기도 한다.ASMR을 느끼게 하기 위해 역할놀이를 하는 영상 및 오디오가 제작되기도 한다. 역할 놀이 상황으로는 미용실, 병원, 마사지, 귀청소 등이 있으며, 심상치료 요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한국에서 ASMR을 최초로 상업적으로 사용한 것은 가수 서태지의 뮤직비디오 ‘MOAI’이다. 물방울 소리, 영사기 소리 등과 함께 실제 이스터섬에서 녹음된 바람소리, 파도소리를 사용했다.최근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집안에서만 갇혀있다보니 편안한 소리로 심리적 안정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ASMR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바람이 느껴지는 자연의 소리나, 음식을 조리하는 소리, 장작 타는 소리, 심지어 공부하는 소리까지 나왔다.한국문화재재단이 명주 짜기 과정을 촬영한 영상은 베틀 소리, 누에가 뽕잎 먹는 소리는 큰 호응을 얻어 조회 수 250만 회에 육박했다니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ASMR은 코로나 시대가 주목받게 만든 새 문화의 부산물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1-18

자라 보고 놀란 가슴

포항시민에게 지진은 악몽이다. 2017년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5.4규모 지진은 포항시민에겐 엄청난 충격으로 아직 남아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 포항시민 3명 중 2명이 “포항을 떠나고 싶다”고 응답했으니 포항지진이 안겨준 트라우마의 위력이 놀랍다 하겠다.2008년 5월 중국 쓰찬성의 규모 8.0 강진은 7만명의 사망자와 40만명의 부상자를 냈다. 450만동의 건물이 파괴되고 도로붕괴, 교통마비, 통신두절 등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돌변했다.지진이 일어난 후 “지진 전 두꺼비떼 대이동을 목격했다”는 소문이 나돌아 쓰찬성 대지진의 전조가 미리 있었던 것 아니냐는 후일담도 나돌았지만 사실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2011년 쓰찬성 청두에서는 실제로 두꺼비 대이동이 도심에서 발견돼 또한번 대지진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했다.속설에는 지진 전조현상으로 개미, 두꺼비 등 동물의 이동이 일어나고 땅 울림이 있다든가 산사태나 단층에 있던 가스가 갑자기 새어나오면서 냄새가 나는 것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경주지진 이후 2016년 7월 부산과 울산시내 곳곳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들어와 지진 전조현상이라는 괴담이 돌았다.20세기 전 과학적 감지기술이 없던 시절에는 이런 현상을 전조현상으로 보고 지진에 대비했다. 그러나 일부는 과학적 근거가 없어 지금은 괴담정도로 취급된다.지난 14일 강원도 고성군 해안에서 매오징어 떼죽음이 발견되면서 누리꾼 사이에 “지진징후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코로나 사태 등 지구상 이상징후가 곳곳에서 등장하자 요즘 우리 심정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처럼 돼 버린 것 같다. 씁쓸한 기분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1-17

구룡포 과메기

구룡포에서 생산되는 과메기는 전국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포항을 대표하는 별미 음식이다. 과메기는 꼬들꼬들한 식감에 미역에 감싸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감칠맛 때문에 겨울철만 되면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다.과메기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것은 없다. 1918년 서울의 신문관(출판사)에서 발행한 소담집에 나온 내용은 이렇다.동해안의 한 선비가 과거를 보러 가던 중 우연히 청어가 눈이 꿰인 채 얼말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배가 고파 먹었더니 그 맛이 너무 좋아 고향으로 돌아와서도 청어 눈을 꿰어 얼말려 먹었다는 것이 유래가 됐다고 전한다. 아마 동해안 어촌에서 자연발생적으로 개발된 먹거리가 아닌가 싶다.‘관목(貫目) 청어’란 꼬챙이 같은 것으로 청어의 눈을 뚫어 말렸다는 뜻이다. 구룡포에서는 목을 메기라는 사투리로 불렀는데 처음에는 관메기로 불리다가 ‘ㄴ’자가 날아가고 과메기로 정착한 것으로 본다. 과메기는 원래 청어를 원료로 생산했으나 1960년대 이후 청어 생산량이 줄면서 꽁치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꽁치를 덕장에 달아놓고 바닷바람에 냉동과 해동을 반복해서 말린 자연의 손길 탓인지 과메기의 영양상태는 그 어떤 음식보다 좋다. 등푸른 생선으로 불포화 지방산인 DHA와 EPA, 오메가3가 풍부하여 노화를 예방해주고 뇌세포를 활성화 시킨다고 한다. 특히 동맥경화 등 심혈관 질환 예방과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한다.포항시가 코로나 사태로 소비가 주춤해진 과메기의 소비 촉진에 팔을 걷어붙였다고 한다. TV 등을 통한 홍보와 함께 쇼핑몰을 통한 파격 할인행사도 한다. 포항의 별미 구룡포 과메기의 소비 진작을 기대해본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1-14

공포지수

공포지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거래되는 SP500 지수옵션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를 가리키며, SP 500 지수옵션에 대한 향후 30일간의 변동성에 대한 투자기대 지수를 나타낸다. 영어로는 ‘VIX(Volatility Index)지수’로 표기한다.1993년 미국 듀크 대학의 로버트 E. 웨일리 교수가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기 위해 처음 개발했다. 주로 시장상황에 대한 정보, 수급과 함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의 하나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수치로 나타낸다. 예를 들면 VIX 30(%)이라고 하면 앞으로 한 달간 주가가 30%의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변동성 확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의 심리가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흔히 VIX지수를 ‘공포지수(fear index)’라고도 부른다. 이 지수가 높아지면 주식시장의 변동이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는 것이고, 증시에서 주식을 팔고 빠져나가려는 투자자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후 주가는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VIX지수는 보통 20∼30 정도 범위가 평균 수준이고, 40 이상 50에 근접하면 바닥권 진입의 징조로 해석돼 주가 반등이 이뤄진다.우리나라에서는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시장의 기대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수인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를 공포지수로 여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3천고지를 넘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공포 지수’가 7개월만에 최고치인 35.65를 기록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상승장속에 공포지수의 급상승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흥분한 증거이니 ‘묻지마 주식투자’를 삼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할 듯 싶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1-13

화수분

이솝우화에 나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어느 농부가 농장에 들어온 거위를 잡아먹지 않고 집 기둥에 묶어 놓았더니 거위가 다음날 황금알을 낳기 시작해 부자가 됐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욕심이 생긴 이 농부는 어느 날 한꺼번에 황금알을 얻겠다는 생각으로 거위의 배를 칼로 가른다. 그러나 거위는 황금알은 커녕 보통의 거위처럼 죽고 말았다.이를 각본한 또다른 이야기가 하나 있다. 한 아주머니가 집으로 굴러들어온 황금거위에게 사료를 많이 주면 황금알을 더 많이 낳을 거로 생각하고 먹이를 잔뜩 주었다. 그런데 거위는 살이 너무 많이 쪄 알을 하나도 낳지 못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두 이야기는 지나치게 욕심을 내면 되레 일을 망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화수분은 재물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보물단지를 가르키는 말이다. 중국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을 때 만든 거대한 물통을 하수분(河水盆)이라 했다. 너무 커서 수십만 군사가 먹을 황하의 물을 담고 써도 물이 줄지 않았다고 한다. 하수분에서 재물이 자꾸 새끼를 치는 화수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필요한 물건을 화수분에 넣으면 그 안에서 새끼를 치고 다시 재생산되는 화수분은 오래전부터 가난한 사람의 소망 단지다. 서양에서 소원을 빌면 무엇이든 다 들어준다는 알라딘의 요술램프와 비슷한 이야기다.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살포해야 한다는 여당 지도부의 의견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반기를 들었다고 한다. 국가 빚이 천문학적인데 “재정을 화수분처럼 봐서는 안 된다”는 경제관료의 소신 발언이다. 문제는 국민 세금인 국가재정을 아직도 화수분으로 생각하는 정치인이 많다는 것이다. 그의 소신이 관철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1-12

챗봇 이루다

이루다는 스타트업 기업인 스캐터랩이 지난 달 선보인 20살 인공지능(AI) 챗봇 캐릭터로, 출시 한 달도 안 돼 이용자 40만 명을 모았다.이루다는 스케터랩이 지난 2016년 내놓은 ‘연애의 과학’앱에 이용자들이 집어넣은 카톡 대화를 데이터 삼아 개발됐다. 연애의 과학은 연인 또는 호감 가는 사람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집어넣고 2천∼5천원 정도를 결제하면 답장 시간 등의 대화 패턴을 분석해 애정도 수치를 보여주는 앱이다.실제 인공지능으로 카톡 대화를 분석해 줘 유료인데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만 10만명이 넘게 다운로드받을 정도로 인기였다. 이루다가 어느 챗봇보다도 자연스러운 말투였던 것도 실제 연인의 대화를 기반으로 했기에 가능했다.이루다가 논란이 된 건 인종, 성소수자와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표출하면서부터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한 사용자가 이루다와의 대화에서 레즈비언과 게이에 대해 질문하자 “진심으로 혐오한다. 진짜 화날라 그래”라고 대답했다. 또 다른 사용자가 “흑인이 왜 싫은데”라고 묻자 이루다는 “모기같다. 징그럽게 생겼다”고 했고, ‘미투 운동’에 대해서는 “오 절대 싫어 미치지 않고서야”라고 답했다. ‘여성전용헬스장’에 대해선 “시러 거기 여자들 다 줘패고 싶을 듯”이라고 대답했다.논란이 커지자 업계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차별과 혐오는 걸러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스캐터랩측에서는 “출시 이후 사용자들의 부적절한 대화를 발판으로 삼아 더 좋은 대화를 하는 방향으로 학습을 시키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그러나 인공지능이 아직 사람처럼 자연스런 대화를 잇기 어렵다는 사실에 왠지 안도하게 되는 게 필자만의 감상일까./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1-11

주객 전도된 경찰

“손님이 오히려 주인 행세를 한다”는 주객전도(主客顚倒)의 사례는 흔하게 볼 수 있다. 10원짜리 동전 주화 중 구리 함량이 많은 2006년 이전 발행 동전의 경우 액면가는 10원인데 발행 비용은 무려 40원이다. 주객이 전도됐다는 논란이 한동안 일었다.밥값 아끼고 비싼 커피 마시는 것이나 물건값보다 배송비가 더 많이 더는 경우 등등 우리 생활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객전도 현상이다. 비슷한 말로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의 적반하장(賊反荷杖)이나 “배보다 배꼽이 크다” “방귀 뀐 놈이 성 낸다” “도둑이 도둑이야 한다”는 등의 속담이 있다.경찰 조직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권력 기관이다. 나라마다 국민의 재산과 안녕질서를 위해 경찰 형태의 제도를 오래전부터 만들어 사용해 왔다. 국가의 기강 유지를 위해서 경찰제도는 예나 지금이나 필수적이다.조선시대에는 포도청을 만들어 도둑을 잡고 사회질서를 바로잡았다. 포도청의 포도대장 직급은 지금의 차관급인 종2품으로 했다. 민생의 안전을 담당하는 업무의 중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 부르는 것은 서민생활 보호와 직결된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경찰이 복면을 쓰고 금은방을 털었다는 뉴스는 충격이다.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민들 뇌리에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생각이 먼저 스쳐 간다. 적반하장이고 주객전도다.경찰 한 사람의 범죄라기보다 경찰 전체의 이미지에 먹칠한 나쁜 소식이다. 입양아 정인이 사건으로 경찰의 불신이 커진 데 덮친 소식이다. 민중의 지팡이로서 거듭날 경찰의 뼈 깎는 각오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1-10

출산 장려금

로마가 멸망한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학설이 있으나 그 가운데 인구감소도 한가지 요인으로 손꼽힌다. 로마제국 최초의 황제인 아우구스투스는 미혼여성에게 독신세를 물리고 공직 등용시에는 능력이 비슷하면 다자녀 가구에 우선권을 주는 등 적극적 출산장려책을 썼다고 한다.인구는 국력이라는 말이 있다. 한 국가가 외국의 의존없이 자국내 경제활동만으로 살아가려면 적어도 1억명 정도의 경제인구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인구 15억의 중국은 내수 경제로만 200년 이상 끄덕없이 버틸 수 있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인구 5천만명에 불과해 국제경기 변화에 민감하다. 인구수가 뒷받침되지 않아서 불황이 닥치면 국내경제 사정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인구수를 늘리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도 다급한 문제다.한국은 전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다. 187개국 중 187위다. 2020년 합계출산율이 0.8명이다. 가임여성 1명이 1명의 자녀도 낳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작년 연말 기준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질러 인구의 자연감소도 본격화됐다.인구감소 충격이 밀어닥친 지방도시들이 새해 들면서 출산장려금을 앞다퉈 올리고 있다. 경남 창원시가 전국에서 가장 큰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내걸었다. 결혼한 부부가 1자녀를 낳으면 1억원에 대한 이자를 면제해 주고 2자녀면 원금의 30% 탕감, 3자녀는 전액 감면해주는 정책이다. 이밖에도 전국의 많은 도시들이 새해 들어 출산장려금을 대폭 올리는 출산정책을 잇따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출산장려금 지급이 출산율 증가로 이어질지 알 수 없으나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도시의 위기감이 표출된 정책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아쉽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1-07

앱테크

앱테크는 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돈을 버는 새로운 재테크 풍조를 일컫는 용어다.앱을 통해 광고 시청, 특정 상품 관련 퀴즈 맞추기, 사이트 회원 가입, 앱 다운로드, 잠금화면에 팝업 광고가 뜨는 만보기를 설치하기 등의 행동을 통해 모바일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하거나 실제 자신의 계좌에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포인트를 모으는 재테크 방식이다.예컨대 앱 ‘캐시워크’ 팝업 광고를 보며 매일 1만 보를 걸으면 최대 100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앱을 활용하면 2달 후엔 약 6천캐시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구매하는 식이다. 스마트폰만 휴대하면 어디에서든 간편한 방법으로 재테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러 단체에 필요한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모바일로 해주고 노동의 댓가를 받는 미션형 앱도 존재한다.또 온라인 쇼핑몰이나 대형마트 그리고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후 전자나 종이 영수증과 바코드를 등록해 포인트를 적립 받는 ‘캐시카우’앱도 인기다. 상품별로 각각 지급 포인트 금액과 한도가 달라 하루에 몇 건, 몇 포인트, 상품 몇 개를 포인트로 지급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구매일 포함 6일 이내의 영수증이면 앱에 등록할 수 있고, 5천포인트 이상 모으면 현금으로 바꿀수 있다. 앱테크가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에는 각종 리워드앱의 특징과 포인트를 얻는 방법 등을 연구하는 카페동호회도 속속 생겼다.최근에는 주요 리워드앱의 특징 등을 소개하면서 이를 이용해 벌 수 있는 금액까지 알려준다. 앱테크는 기업입장에서 마케팅 수단이나 비지니스 모델로 유용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그저 일상생활 속에서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는 팁으로 사용하면 제격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1-06

복권의 꿈

일반적으로 복권은 경기가 나쁠 때 잘 팔리는 불황형 상품이라 한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일확천금의 요행을 바라는 심리가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해 상반기 국내 복권 판매액은 2조6천여억원으로 2005년 이래 최고 판매액을 기록했다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인지 이유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 복권당첨을 희망으로 삼았던 사람이 꽤 많았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새해 첫날 영국에서는 유로밀리언 복권추첨에서 한화로 약 591억원의 돈벼락을 맞은 사람이 나왔다고 한다. 신년 운수가 정말로 대통한 사람이다. 일확천금을 얻어 단숨에 부자 행렬에 들어섰다.복권이 불황형 상품이라 부르는 배경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적 현상인 상대적 박탈감을 이유로 보는 것이 보통의 견해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양극화 등이 이런 경우다.작년처럼 집값이 폭등하면 집이 없는 서민에겐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몇 달 사이에 수억씩 오르는 집값을 바라보면 일할 의욕조차 생기지 않는다. 요즘처럼 활황을 보이는 주식시장도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는 분야다. 하루 먹고살기에 바쁜 서민에겐 그림의 떡과 같은 존재인 주식을 해서 몇억씩 벌었다는 소문은 패배감과 무력감만 안겨줄 뿐이다. 그래서 그들에겐 복권이 유일한 희망일지 모른다. 당첨확률로 보면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들에겐 희망의 등불이다.올 초 첫 로또복권 당첨자가 발표되고 13명의 1등 당첨자에게 19억원의 당첨금이 돌아간다고 한다. 해가 바뀌면서 복권당첨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진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올해는 복권보다 경기가 확 풀려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대가가 돌아가는 세상이 되길 희망해 본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1-05

프로토콜 경제

프로토콜 경제(Protocol Economy)는 현재 대세가 되고 있는 우버나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경제에 대한 문제의식 속에 탄생한 경제 개념으로, 탈중앙화를 통해 여러 경제 주체를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 모델이다.독점자본주의에 대한 반(反)작용으로 수정자본주의가 나온 것과 같다. 플랫폼 경제는 폐쇄적인 프로토콜(약속)로 열심히 일한 플랫폼 근로자에겐 적은 댓가가 가게끔 설계됐고, 소수의 운영자에게만 부(富)를 몰아줬다. 하지만 프로토콜 경제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시장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일정한 규칙(프로토콜)을 만들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경제로, 보안과 프로토콜 공유 문제를 해결했다.플랫폼 사업자가 정해놓은 규칙을 따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탈중앙화·탈독점화가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창업자는 막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여기에 참여한 소상공인이나 배달원들의 소득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프로토콜 경제 시대에는 성장에 기여한 소상공인·배달원에게도 주식배분 등 합당한 경제적 보상이 이뤄질 수 있게됐다.프로토콜 경제는 블록체인 기반의 기술을 이용해 플랫폼에 모인 개체들이 합의를 한 뒤 일정한 규칙(프로토콜)을 만드는 등 참여자 모두에게 공정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참여형 경제체계를 구축하기 때문이다.우리나라에서 프로토콜 경제는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꼽히고 있는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 지난 해 11월 블록체인 기업과의 간담회에서 처음 이슈로 꺼낸 이후 정부의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도 과제로 담겼다.부의 분배를 위한 새로운 개념의 프로토콜 경제가 얼마나 뻗어나갈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1-04

황소처럼

옛날부터 소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옥수수를 신의 작물이라고 하면 소는 신의 가축에 비견된다. 짐을 운반하거나 농사를 지을 때는 필수적으로 소의 힘을 빌린다. 고기나 젖은 식용으로 사용되고, 가죽과 뿔은 다른 용도로 이용한다. 오래전부터 소는 지역공동체의 공동재산이자 가장 값비싼 자산이었다.소는 덩치가 크면서 힘이 세고 일을 열심히 해 황소하면 일의 상징처럼 인식된다. “우직한 소가 만리 간다”는 우보만리(牛步萬里)는 묵묵히 일하는 사람을 뜻한다. 소의 성질은 보통 온순하나 한번 성질이 나면 아무도 못 말린다. 맹수인 호랑이도 앞뒤 안 가리고 들이받는다. 몹시 고집이 센 사람을 우리는 황소고집이라 부른다. 스페인에서는 소를 거칠게 키워 투우를 시키기도 한다.소는 아주 오랜 세월 인류와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해 와 인류 역사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힌두교에서는 신성시 하기도 하지만 동물답지 않은 소의 믿음직한 행동이 사람과의 신뢰도를 오랫동안 유지하게 한 것이다.경북에는 두 곳에 의우총이 있다. 구미시 산동면 인덕리와 상주시 사벌면 묵상리에는 주인을 위해 목숨을 내놓은 의로운 소를 기리기 위한 소 무덤이 있다. 주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호랑이와 맞서 싸운 소와 주인이 돌아가자 산소에 제발로 찾아와 눈물을 흘렸다는 소의 이야기가 전해진다.신축년 새해는 소의 해다. 소가 인류와 더불어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었던 까닭은 소의 유용성과 사람과 유지된 특수한 친밀감이다.새해는 주인을 위해 희생과 봉사를 하는 황소처럼 우리의 정치도 아집을 버리고 헌신과 봉사의 정신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1-03

집단면역

집단면역은 집단 내 구성원 상당수가 전염병에 대한 면역을 갖게 되면 집단 전체가 면역을 가진 것과 같은 효과를 보이는 현상이다.감염이나 예방접종을 통해 이뤄지며, 현재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국가가 예방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유도하고 있다.이 현상은 1923년 영국 맨체스터대의 윌리엄 화이트 토플리 교수, 그레이험 윌슨 교수가 장염균을 이용한 쥐 실험에서 처음 발견했다. 이후 여러 전염성 질환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대량의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 면역을 유도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실제로 집단면역은 1977년에 종결된 천연두의 박멸과 다른 질병들의 지역적인 박멸에 유용하게 활용됐다. 집단면역의 목적은 질병 전파를 억제해 방사선요법 등 여러 요인들로 면역성을 잃어 버리게됐거나 면역력이 없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다.코로나19의 경우 우리나라가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전체 인구의 60∼70%가 접종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개발된 백신은 18세 미만에 대한 접종 계획이 없으므로 국내 18세 이상 인구 4천410만 명 중 80%가 넘는 3천600만 명이 백신을 접종해야 집단면역이 생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9월까지 3천600만 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 집단면역을 완성할 계획이다.다만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계속되는 변이 때문에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어 걱정을 더해준다. 영국과 남아공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풍토병이 돼 인플루엔자(독감)처럼 매년 재유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어떻든 하루라도 빨리 우리나라에 코로나19 집단면역이 완성돼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길 바랄 뿐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2-30

백신여권

예전에는 비정상으로 보였던 현상이 어느 날 흔한 현상이 되고 표준이 되는 것을 뉴노멀(new normal)이라 부른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생활에 등장한 비대면 문화가 바로 뉴노멀 시대의 대표적 현상이다.IT기술의 발달이 금융계의 대혁신을 이끈 것처럼 근로자의 재택근무가 어느 날 대세가 되어 또다른 뉴노멀로 등장할지 알 수 없는 시대다.과거에는 도저히 상상되지 않던 현상이 지금은 흔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등장한다. 코로나가 만들어 낸 뉴노멀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중국은 뉴노멀을 새로운 정상상태(新常態)라는 말로 표현한다.해외여행 갈 때 필수적으로 챙겨야 할 것 중 하나가 여권이다. 여권이 없으면 국내에서 출국도 목적지 나라의 입국도 불가능하다. 여권이 나라마다 엄격히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라고 하니까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그 이전에는 여권이 없어도 각국을 잘 돌아다녔다.여권이 상용화된 주요 배경은 교통수단의 발달이다. 열차가 발명되고 사람들이 빠른 시간내 대량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국가간에 상호 인정할 수 있는 자국민에 대한 국제적 신분증이 필요했던 것이다.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최근 미국과 유럽국가사이에는 백신접종 사실을 증명할 백신여권 개발이 한창이라는 소식이다. 백신여권은 백신을 맞은 사람이 백신접종 사실을 국제적으로 입증하는 일종의 증명서다.앞으로는 이 증명서가 없으면 비행기도 탈 수 없고 가고자 하는 나라에 입국도 못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나라에 따라서는 국내서 벌어지는 스포츠나 콘서트 등 다중이 모이는 곳에서도 백신여권을 소지해야 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뉴노멀 시대를 실감케 하는 현상들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요즘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2-29

동학개미와 서학개미

동학개미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주식 시장에서 등장한 신조어로, 2020년 초들어 코로나 19 사태로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국 주식을 팔며 급락세가 이어지자 이에 맞서 개인투자자들이 적극 매수에 나섰다. 외국 기관과 외국인에 맞서 매물을 힘겹게 받아내는 개인 투자자들의 모습이 마치 1894년 반외세운동인 ‘동학농민운동’을 보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바로 ‘동학개미’다.실제로 하락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 1월 20일부터 3월 31일까지 동학개미들의 순매수 규모는 코스피 19.9조원, 코스닥 2.3조원에 이르며, 고객예탁금의 경우 1월 20일 28.1조원에서 3월31일 43조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이들은 2000선을 넘었던 코스피지수가 1430선까지 주저앉았던 3월에만 코스피 시장에서 11조원 넘게 주식을 사들였다.이에 반해 ‘서학개미’는 국내주식을 사모으는 ‘동학개미’에 빗댄 표현으로, 미국 등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일컫는 말이다.특히 미국 증권 시장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투자한 1위 기업은 테슬라로, 2위인 애플보다도 2배나 많은 금액이다. 테슬라의 2020년 3분기 실적을 보면 이익은 2분기 대비 +60%, 마진율은 27.7%(2분기 21%), 현금유동성도 13억9천5만달러(2분기 대비 234% 증가)에 이르니 서학개미들이 환호할 만 하다.재미있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적극적으로 주식 매수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를 미국에서는 ‘로빈후드’, 일본에서는 ‘닌자개미’라고 부른다니 어느 나라할 것 없이 외국인 투자자에 맞서 자국의 증시를 떠받치는 행위를 높이 평가하는 건 매한가지인가 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2-28

레임덕

레임덕은 본래 18세기 유럽 증권가에서 채무 불이행자를 가르키는 경제용어로 사용되다 19세기 미국으로 건너와 임기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대통령의 권력누수 현상을 가르키는 말로 바뀌었다. 절름발이의 lame과 오리의 duck을 합친 말로 뒤뚱되는 오리걸음을 묘사한 표현이다.권력이란 영원히 거머쥘 수 없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권력 누수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우리 속담의 권불십년(權不十年)이 이런 의미다. 세상의 아무리 높은 권세도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권력을 잡으면 언젠가는 물러나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여서 열흘 피는 꽃이 없다(花無十日紅)는 말도 있다. 권력을 잡은 사람이면 반드시 가슴에 새겨둬야 할 경구다. 거대한 중국을 하나의 나라로 최초 통일한 진시황도 불로장생의 약초를 구하지 못하고 겨우 5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이룩한 진나라도 그의 사후 5년만에 멸망한다. 세상사 사람이 하는 일이 얼마나 보잘 것 없고 유한한가를 알게 하는 대목이다.정치학자가 제시하는 권력자의 레임덕 이유는 대체로 이렇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거나 권력자의 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 또 집권당의 다음 후보가 자신의 세력을 빠르게 결집했을 때, 권력자 본인이나 친인척의 비리가 드러나는 경우, 리더십이 현격히 떨어질 때 등등이다.정경심 교수 유죄판결과 윤석열 총장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나오자마자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레임덕이 화두다. 일반적으로 집권 4년차가 되면 지지율이 떨어지는 시기여서 레임덕 거론이 자연스러울 때도 있다.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최초의 레임덕 없는 정권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받아온 정권이라는 점에서 이번 레임덕의 등장은 각별하게 느껴진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12-27

AI동맹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기업협의체 또는 산학연협의체인 AI동맹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AI기술 개발에 나서 화제다.최초의 AI동맹은 올해 1월 박정호 SKT CEO가 삼성전자 등에 AI분야 협력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SK텔레콤, 삼성전자, 카카오는 각사 CTO 또는 AI 전문임원이 참여하는‘AI RD 협의체’를 구성, 코로나19 조기극복과 공공이익을 위한 AI개발에 나섰다.우선 내년 상반기 ‘팬데믹 극복 AI’를 첫 합작품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팬데믹 극복 AI는 유동인구, 빅데이터, 공공재난 정보 등을 통해 현재 위치의 코로나 위험상황을 실시간 파악하고, 스마트폰 등에 기록된 일정, 예약정보, 평시 이동경로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위험도를 분석해 이용자에게 안내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서울 을지로입구 주변 건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당시 주변 유동인구가 800명이었고, 이중 20%가 역삼동으로 이동했다는 점을 분석해 을지로 입구의 위험도를 ‘상’으로, 역삼동을 ‘중’으로 분류한다. 그러면 을지로로 출퇴근하는 이용자에게는 자차 이용을 권유하고, 역삼동 영화관을 예약한 이용자에게는 거리두기를 권고하게 된다.또 다른 AI동맹은 KT가 주도하고 있는‘AI 원팀’이다. AI 원팀은 지난 2월 출범한 산·학·연 협의체로, 이 팀에는 현대중공업지주, KAIST, 한양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이어 LG전자와 LG유플러스가 합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데이터와 기술을 공유, KT의 감염병 확산방지 노하우와 LG유플러스의 통신 및 로밍 데이터를 함께 활용키로 했다.AI동맹이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인공지능의 위력을 맘껏 뽐내주길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