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을 자주 입는 남성이면 누구나 자신이 가진 넥타이 중 한두 개 정도는 뜻깊은 추억거리가 있다. 사랑하는 여인으로부터 받은 선물이거나 승진 기념 혹은 생일 등 특별한 날에 받은 넥타이가 바로 그것이다. 넥타이는 남성 패션의 시작이자 완성이라 할 만큼 남성을 상징하는 대표적 패션이다. 그래서 남성에게 주는 선물로는 넥타이가 제격이다.
정치인에게 넥타이는 자신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좋은 정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빨간색은 열정적 이미지를 나타내고 싶을 때, 오렌지색은 감성적 표현을 하고자 할 때, 파란색은 평화로운 이미지를 전달할 때 맨다고 한다. 매우 공격적이었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빨간색 넥타이를 즐겨 맺다. 중국의 시진핑이 자주 매는 자주색은 강력한 중국을 상징한다고 한다.
2016년 신사의 나라 영국의 하원은 오랜 전통을 깨고 의원에게 노타이를 허용했다. 시대 흐름을 반영하는 결정이기도 하지만 권위와 격식의 문화를 벗어 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언제부턴가 직장인 사이에서도 노타이 차림의 캐주얼 복장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한 패션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2000년대 초반 70%에 가깝던 출근시간대 정장차림이 10년 후에는 30%로 줄었다고 한다.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는 시대적 흐름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정부 공식행사에서도 노타이 차림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통계청이 넥타이를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대상품목에서 제외했다. 소비가 줄어든 시대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 했다. 17세기 크로아티아 군인 복장에서 유래해 남성패션의 독보적 자리를 차지했던 넥타이가 퇴조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서운함을 느낄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