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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투구(泥田鬪狗)

등록일 2021-12-14 17:29 게재일 2021-12-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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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은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격동기에 등장한 정치가이자 사상가였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때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조선왕조가 세워지자 본격 활약을 시작한다. 수도를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하는 과정을 비롯해 현재 경복궁과 도성 자리를 정하고 이름도 그가 지었다.

하루는 태조가 개국공신인 정도전을 불러 우리나라 팔도사람의 특징을 네 글자로 표현해 볼 것을 명한다. 이때 이전투구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하게 되는데, 그는 함경도 사람을 이전투구에 비유했다. 진흙탕 속에서 싸우는 개처럼 강하다는 뜻이다. 함경도 출신인 태조가 그의 말을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짓자 그는 “돌밭을 가는 소와 같다.”라는 뜻의 석전경우(石田耕牛)처럼 함경도 사람은 우직한 성품을 가졌다는 말로 바꾸어 설명했다고 한다.

참고로 그가 지역별 사람의 특징을 평가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경기도 사람은 거울에 비친 미인(鏡中美人)으로, 충청도 사람은 맑은 바람과 밝은 달(春風明月)과 같고 전라도는 부드럽고 양반의 품성(風前細柳), 경상도 사람은 대나무 같은 곧은 절개(松竹大節), 강원도는 바위 아래 있는 늙은 부처(岩下老佛)라는 네 글자로 표현했다.

이전투구는 원래 함경도 사람의 강인한 성격을 평하는 말로 사용됐으나 지금은 볼썽사납게 서로 헐뜯거나 다투는 것을 비유할 때 쓰이는 뜻으로 변형이 됐다.

교수들이 뽑은 올해 한국사회를 표현한 사자성어 가운데 이전투구가 세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다. 코로나나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힘들어하는 국민은 안중에 없이 권력 다툼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의 행태가 마치 이전투구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의미다. 우리의 정치 대오각성이 있어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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