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설강화’를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이 뜨겁다. ‘설강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남한의 군부정권은 정치적 기득권을 연장하기 위해 그토록 적대시하던 북한의 수뇌부와 은밀하게 접촉한다. 남한의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간첩이 남파된다. 아버지가 안기부의 수장인 여대생은 안기부 요원에게 쫓겨 여대생 기숙사로 숨어든 남파 간첩을 만난다. 여대생은 학생운동을 하다 강제 징집당한 오빠 생각에 그를 숨겨주며 비극적 사랑의 주인공이 된다.
1987년은 군부독재타도를 외치며 수많은 희생을 치른 끝에 마침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해이다. 하지만 결과는 허망했다. 유권자들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대학가에 침투한 용공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군부정권의 주장에 현혹돼 12·12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의 동료 노태우를 대통령으로 뽑았기 때문이다.
설강화 논란의 핵심은 여대생이 남파 간첩을 운동권 학생으로 오해해 도와준다는 극적 상황설정이다. 이는 군부정권에 의해 조작된 용공 사건을 사실로 왜곡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한편으로는 ‘설강화’가 민주화 운동을 훼손하거나 안기부를 미화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오히려 1987년 대선 국면에서 정치 권력과 안기부의 공작 정치를 비판적으로 그려낸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앞에서 정치 실세들이 칼로 손가락을 베어 흘린 피를 술잔에 담아 마시거나 안기부장과 여당의 사무총장이 중국에서 북한 고위급 인사와 비밀회담을 하면서 대가로 1억 달러를 제공하는 장면을 통해서 북풍을 대선에 이용하려는 권력의 거짓과 음모를 폭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왜곡이냐, 창작의 자유냐. 진실은 하나지만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각인각색이다. 그게 민주주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